❖ 240724::12시의 도밍게즈 Time out 3부
2024. 7. 24.

✦ 본 게시글은 수연님(@Team_Laputa)의 크툴루의 부름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12시의 도밍게즈 확장판 Time out :: Final Salute」를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으로 룰 컨버팅한 세션의 백업 로그입니다. 열람 시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 데이터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펙트 데이터와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 PC 인장 (@sbo_0066)님, (@sso2yen)님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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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페이즈

カイネ/救済

 

✦ 끼익. 끽.

영원한 7일의 도시 - 깊은 잠

 

✦ #Scene 2. 희고 검은 숲

Psycho-Pass OST : Sibyl System

 

✦ 전투 종료

The middle of winter

 

✦ 불을 때면

Twinkle of the Lights

 

✦ #Scene 3. 나선을 맴돌던 운명

영원한 7일의 도시 - 깊은 잠

 

✦ #Scene 4. 억겁이 쌓인 종유석

집결지 : 거점구역 오로라

 

✦ 석회동굴

Undertale - Quiet Water (Orchestral Version)

 

✦ 가사 없는 노래

David Bowie - Space Oddity

 

✦ #Scene 5. 정방형 오벨리스크

砂塵ノ記憶

 

✦ #Scene 6. I 0608

茫洋タル病

 

✦ #Scene 7. 퍼지 다이스

売買ノ街

 

✦ 거짓된 환상

愚カシイ兵器:乙:甲

 

✦ 주마등

曖昧ナ希望/氷雨

 

✦ #Scene 8. 외우주의 그림자

Vague Hope

 

✦ 고개를 들면

オバアチャン/破壊

 

✦ #Scene 9. A Last Salute

エミール/絶望

 

✦ 최후의 클리셰

戦争ト戦争

 

✦ 그곳은 수도였습니다.

ONE LIFE by Falk Wünsch

 

✦ 범우주적 구원 사역

Weight of the World/English Version

 

✦ #Epilogue

Weight of the World/the End of Yo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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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 Written by. 수연
⚜ 12시의 도밍게즈 ⚜
Time out Chapter.3 Final Salute
모래를, 섭리를, 시간을 거스르자.
TIMER. 신성현 TIMER. 이연화
Date. 2024.06.25
더블크로스― 그것은 배신을 의미하는 말.
»»———— ⚜ ————««
《오프닝 페이즈》
◆ #Scene 1. Epilog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4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5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6 → 40
[ 신성현 ] 침식률 : 41 → 46

“예언을 하나 하죠.”
“■■를 죽이고자 하면 당신도 죽고, ■■를 살리고자 하면 당신도 살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를 위해 행한다면….”
“당신의 사후,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유언은 오직 구원자만이 베풀 수 있는 구원, 망령은 한낱 인간만이 탐낼 수 있는 영원이었다.
언젠가 말하지 않았던가.
가장 사랑한 것을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향해 옮기는 그 걸음.
그 걸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자의 순례라고.

“안 들어오세요?”
뒤에서 운전사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부릅니다. 그 목소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자 등대, 세계와 장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파도가 들썩입니다. 텅 빈 해안가에 떠나간 아이의 발자국만 작달막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몽롱한 정신이 돌아왔을 땐 신성현의 품에 안겨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는 자신이 느껴졌습니다. 여긴 어디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이 상황은 도대체 무엇인지 어지러이 뒤섞입니다. 뭔가, 뭔가, 이것이 제 경험이 아니라는 위화감이. 급하게 손을 뻗어 나의 파트너, 신성현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멍한 눈으로 당신을 돌아본다. 차가운 손끝이 뺨에 닿자 푸른 눈동자에는 애정이 차올랐지만, 동시에 당신과 똑 닮은 위화감 또한 나타났다. 운전사에게 답할 정신도 없이.)

절벽 위, 화려하게 빛나는 호텔이 보입니다. DOT의 관사도 아닌데 눈에 익습니다.
입구에 선 운전사는 연신 손을 흔들며 어서 돌아오라고 재촉합니다.
⚜ 정신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을 보면 심장이 요동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연화의 하나뿐인 운명, 제 모든 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건만… 이 감정은 조금 더 애틋하고, 부서질 것 같고, 유약한 것이었습니다. 내내 겪어왔으면서 겪어본 적 없는 슬픔. 똑같이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의 얼굴에 확신합니다. 기억에 혼란이 있다는 것을.) 방금 우리, 어디에 있었어요? (가장 최근의 기억을 더듬습니다.)
(4+0)dx 정신 판정 (4DX10) > 9[2,2,3,9] > 9

상자, 앰플, 서류. 쥐고 있던 것들이 홀연히 사라진 두 손은 지나치게 가볍습니다.
가장 최근의 기억을 더듬은 당신은 뇌리에 박힌 문장을 떠올립니다.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손가락뿐.」
「다각도 시뮬레이션 결과, 지구의 타이머에게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됨.」
자연히 당신을 끌어안은 사람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신성현, 도밍게즈의 타이머는 지구의 타이머에게 답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13구역의 등대, 거친 파도, 천장과 바닥의 지도, 14송이의 장미꽃…. (경험은 생생한데 갈수록 깊어지는 엇갈림과 혼란에 말끝을 흐린다. 신성현의 하나뿐인 운명이 일으키는 거대한 슬픔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인 게 정상일진대 나는, 너는… 이런 무거운 감정을 감당할 자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헛숨을 들이켠 질문이 들려온다.) …방금, 꿈 아니었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꿈일 리가… 없죠. 당신과 내가 그 증거잖아요. (그래, 이연화와 신성현이 겪은 제13구역에서의 끔찍한 진실은 진실이었다. 아직도 신성현을 제 손으로 공격해 도망치려 하다가 그가 붙잡아 준 경험이 생생하니까. 뺨을 쓰다듬는 손가락이 떨릴 만큼. 새파래진 입술을 열어 조그맣게 속삭인다.) 세계가.
시간이 비틀린 기분이에요.

기분 나쁜 기시감이 듭니다. 잘못된 시점에 불시착한 우주인처럼 발밑이 붕 떠오릅니다.
제13구역의 등대에서 목격한 진실이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한데, 어쩐지 ‘방금’이라는 시제는 입에 붙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시간이 비틀린 기분. (방금, 방금? 몇 번이고 되뇐다. 당신의 말이 정확했다. 이연화에게 공격당한 것보다 그의 슬픔과 충격이 비수처럼 꽂혀 무너질 듯한 통증은 지금도 지나치게 생생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딛고 선 이 시간이 우리의 시간과 맞지 않는 엇나간 감각은. 기분 나쁜 기시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새파래진 입술을 보고 당신을 더욱 깊게 끌어안는다.) 우선 숙소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어. 이러다가 감기 걸려, 연화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술이 닫힙니다.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을 물고 늘어지기엔 우리 둘 다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목격한 자고, 당신에게는 무너지는 나를 지탱한다는 짐이 짊어져 있습니다. 그걸 떠올리고 또 가슴 한편이 얼어붙는 것 같아서, 조각조각 찢어지는 것 같아서. 한낱 위화감은 지고지순한 감정에 삼켜져 버립니다. 그리하여 지극히 충동적인 물음을 흘립니다. 현재를 조금이라도 추억해야 한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시간이 다할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도에 삼켜져 휩쓸리는 기분이 이러할까. 이연화가 불러온 지고지순한 사랑은 신성현의 위화감마저 모조리 삼켜 녹여냈다. 붕 뜬 감각엔 짙은 슬픔이, 엇갈린 감각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당신을 향한 사랑이… 울지 못해 웃은 신성현이 파트너에게 입 맞춘다. 시간의 외로움을 지워낸 바닷물 섞인 피 맛.)
네 세계가 이어지도록, 우리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곁에 있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짧은 입맞춤. 짭조름한 바닷물 맛과 다 지워진 피 맛이 잔재한 작은 입맞춤이 맞닿고 눈꺼풀이 파르라니 감깁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눈앞에 있는 상대를 생각하는 것 외에는… 더는 떠올릴 수 없어요. 지금의 ‘이연화’는 오로지 신성현만이 살릴 수 있었으므로. 당신으로 인해 살아갔으므로. 호흡을 부여받은 한 생명은 축축한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립니다. 신성현을 품 안 가득 끌어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것처럼. 미약한 숨결을 내쉽니다.)
함께 돌아가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덜컥 내려앉는 심장은 오로지 당신만이 뛰게 만드는 생명이었다. 그렇지. 내게 중요한 건 이연화고 당신에게 중요한 건 신성현이었으니. 이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터였다. 눈앞에 시간이 점지한 나의 운명이 있는데 어찌 다른 것에 신경 쓰겠는가. 세계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신성현이란 존재 하나만을 사랑하길 택한 그 아이의 몸을 온통 끌어안았다. 이연화가 품에 있는 신성현은 무너질 수 없었다.)
함께 돌아가자, 이연화.

물에 젖은 한 발자국이 모래사장에 새겨지기가 무섭게 파도가 들이닥쳐 흔적을 지워버립니다.
두 시간에게 어른거렸던 위화감은 온데간데없이, 이곳에 존재하는 건 다시 상대를 위한 연명뿐입니다.
스물여덟 송이 장미로 단장한 천장. 열네 장의 시든 꽃잎만 바스러진 바닥의 대칭.
그때 우리는 이미 어떤 규칙을 관측해 냈습니다…….
어떤 숫자의 규칙.
신의 손가락은 각 손에 14개였음을.

끼익. 끽.
당신은 추위에 떨며 깨어납니다. 정신을 차리면 눈을 머금은 북풍이 거칠게 창틀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낡은 침대와 흔들리는 탁자가 고작인 좁은 방은 등골이 시릴 만큼 냉골입니다.
땔감이 떨어졌는지 벽난로의 불씨는 까무룩 죽어 잿더미로 만든 무덤만 남겼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퍼뜩 잠에서 깨어납니다. 방금, 방금? 기억 속 신성현이 되뇌었을 생각을 중얼거립니다. 아니. 아니에요. 그저 기억이 아니라 이건…, 닥쳐오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하게 몸을 일으켜 나의 파트너를 찾아봅니다.)

안쓰럽게 침대 모퉁이에서 당신을 껴안고 구겨져 자고 있었습니다. 추운지 안색은 창백하지만, 깰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어깨를 한 번 뒤척이곤 잠꼬대를 중얼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죽여야 해.

꿈결이라기엔 퍽 살벌한 대사입니다. 맥락을 알 수 없어 살해 대상도 진정성도 알 수 없지만…… 낭만적인 내용은 아니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쿵쿵대던 심장이 점차 진정합니다. 저를 끌어안은 온기, ‘신성현’ 아닌 나의 진짜 파트너.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가 신경 쓰이지 않은 건 이 온기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들은 중얼거림이 들려오면.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그 잠꼬대가 들려오면, 이연화는 초조한 표정으로 당신 품을 더욱 파고듭니다.) 형, 신성현. 괜찮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움찔. 이름을 불린 신성현의 눈꺼풀이 떨리더니 곧 푸른 눈동자를 드러낸다. 몽롱한 감각을 감춘 빛이 서서히 돌아오고 저를 부른 당신을 담는다. 추위와 잠에 잠긴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이연화…? 웬일로 일찍 깼네. 왜 그래, 추워? (초조한 당신의 물음이 의아한 모양이다. 다정한 팔은 당신에게 두른 제 겉옷을 끌어 올려 주었다. 감기 걸리겠다.)

4년 전 봄. 헤어질 줄 미처 몰랐던 날의 아침과 같은 장면입니다.
신성현의 표정과 잠꼬대마저.
느슨하게 깨어버린 얼굴이 꼭 그 시절을 닮았다면, 착각일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돼. 이건 좋지 않아요. ‘신성현’을 잊고 진짜 신성현을 받아들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그 기억에 잠식될 수는 없어요. 입안 여린 살을 깨물어 당신 어깨에 얼굴을 묻습니다. 감기 걸리겠다는 저 말, 그리고 이어진 제 행동이 꼭 꿈속 그자들을 닮아서. 당신이 그 사람을 닮아서. 이것조차 꿈속 ‘이연화’를 닮았다는 자각도 못 한 채 끌어안은 손에 힘을 줍니다.) 형이 안아줘서 추위는 괜찮지만, 이상한 꿈을 꿨어요. 형도 아까 잠꼬대하는 것 같던데. …신화생물과 싸우는 꿈이라도 꿨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다기엔 안색이 좋지 않군. (왜 이러지, 이연화를 받아들인 신성현은 제 파트너를 걱정할 뿐이었다. 중력 능력을 이용해 주위의 흐름을 멈추는 것도 모자라 작은 바람까지 차단한다. 상체만 일으켜 당신을 고쳐 안고는 금빛 머리칼도 쓰다듬는다. 차분하고, 느린 손짓이 초조한 그를 토닥였다. 좋지 않은 악몽이었냐고 묻는 눈동자가 조금 커지는 걸 보니.) 어떻게 알았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비슷한 꿈이었던 것 같다. 너도 같은 꿈을 꾼 거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 의외로 병약한 거 알잖아요. (무슨 정신으로 변명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신성현의 꿈, 신화생물과 싸우는 꿈. 4년 전 그날과 같은 상황이 과연 우연일까요. 우연이 두 번 겹치면 결코 우연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압니다. 한없이 다정한 손길에 녹아내리면서도 당신에게 부빗거립니다. 숨기지 못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겁니다.) 악몽이라면 악몽이라 할 수 있겠죠. 내가 아닌 나의 꿈을 꾸었어요. 도밍게즈 제13구역, 장미, 상자, 지도, 반대편의 손가락….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두서없는 말.)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다면서 병약하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거 알지. (역시 추운가 보다, 그리 여긴 신성현은 당신을 폭 안은 상태로 일어선다. 가볍기만 한 파트너라 힘든 기색 따윈 보이지 않았다. 까무룩 죽어버렸음에도 바깥과 가까운 벽보단 나은 벽난로 앞에 내려준다.) 네가 아닌 너의 꿈, (…‘이연화’인가. 당장 떠오르는 가능성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당신이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를 반쯤 알 것 같았으니까. 다만 비벼대는 이연화를 잘 달래 떨어진다.) 그럼 여기서 진정하고 있어 볼래? 형은 창고 좀 다녀올게. 장작이 남아있나 확인해야 하고 제13구역이라면 짐작 가는 게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한 박자 늦게 눈치챘나 봅니다. 이미 내뱉은 변명이라 회수할 여지도 없어 눈만 흘깁니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가지고. 얌전히 들려 신성현의 체향으로 진정하다 저 홀로 내려앉자 당신 옷자락을 놓칠세라 잡아 옵니다. 평소엔 그래도 그럭저럭 달래면 물러나 주었지만 오늘은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딜 가요. 악몽 꿔서 불안해하는 애인을 내버려두고 혼자 가게요? 차라리 같이, 아니다. 형 귀찮지 않게 내가 여기서 확인해 줄게요. (막무가내로 잡은 옷자락을 당겨대며 금빛 파동을 펼칩니다.)
《편차파악》 Lv1 | 메이저 | 자동 | 씬(선택) | 시야 | 중력의 편차를 파악하여 주위 물체의 위치 및 그 이동 벡터를 지각하는 이펙트.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 뜻이 아니, 좀, 뭘 그렇게까지, (말릴 틈이 없었다. 옷깃을 잡혀 이도 저도 못하는 사이 금빛 파동은 저를 넘어 창고로 향했다. 너 진짜….)

막무가내로 펼친 파동으로 확인한 창고는 텅 비어있습니다. 남은 땔감이 없다는 소리죠. 어제 쓴 장작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벽을 넘고 나아간 파동이 알려준 창밖의 정보는 눈, 눈, 어딜 가도 눈 내리는 겨울 숲밖에 없습니다.
잎새 한 장 없이 알몸으로 겨울을 견디는 꼴이 조금 처량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밤새 눈 소식이 이어진 모양이니 나무를 베어낸들 장작으로 쓰기는 글렀을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봤자 쓸 장작 없을 거예요. 밖은 아직도 눈이고 적당한 나무도 없어요. 빨리 연화 안아줘요. 가지 마요, 형. (벌떡 일어나 애처럼 두 팔 벌리고 안아달라 조르는 꼴이 집요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하, 많은 의미를 담은 한숨이다. 얼굴을 쓸어내린 신성현의 얼굴은 어이없음과 얘가 정말 왜 이러지 하는 의문, 그럼에도 애정하는 파트너를 밀어낼 수 없어 곤란한 기색이 만연했다. 결국 다시 돌아와 당신을 품에 안는다. 나아졌다고 여겼던 분리불안은 단순 이연화가 그런 척했던 거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이쯤 되니 이연화가 이 정도로 이상행동을 보이는 원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꿈에 ‘신성현’이 나와서 그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 꾹. 지 좋을 때만 나불대고 불리할 땐 다물어버리는 버릇은 한결같았습니다. 기어코 돌려받은 당신 품을 만끽하며 파트너의 허리를 끌어안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신성현 테라피로 가라앉은 후에야 툭 내뱉는 것입니다. 아주 말하기 싫다는 불손한 태도로.) 말한 그대로예요. 제13구역에서 나 아닌 나와 형 아닌 형이 대화하는 꿈. 이상한 진실과 거대한 파도에 집어삼켜지는 꿈. (가라앉은 금빛 눈동자가 슬 당신을 바라봅니다.)
…키스해 주세요. (또?)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뜬금없는 투정은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네. 넌 불리할 땐 꼭 이런 식으로 넘기려 들더라. (이상한 진실과 거대한 파도에 집어삼켜지는 꿈인 데다가 당사자가 다른 세계의 우리로 추정되는 그들이라니. 이연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악몽일 만하다.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할 수는 있는데. 괘씸한 파트너의 볼을 잡아 응징했다.)
황당하게 만든 괘씸죄로 안 해줄 거다. (다 흘러내린 검은 겉옷 군복으로 이연화를 둘둘 감싸 봉인한다. 몸이나 녹이라는 뜻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트너의 비밀은 가끔 모른 척해줘야 하는 법, 우으. (뻔뻔하기도 해라. 이연화야 늘 제멋대로 붙어오고 제멋대로 집착했으니 새삼스러운 행동은 아닙니다. 볼이 잡혀 엄살 부리는 소리를 내는 애교가 참으로 가증스러웠습니다. 아파요, 귀여운 척 아양 부리다가. 나사가 휙 돌아 빠져버립니다.) 왜요. 왜 안 해줘요? 이건 반칙이에요, 연화가 원할 때 키스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연화가 해주는 건 나름 좋다면서요. 어제도 내 품에 안겨서 울어댄 걸 그새 까먹었어요? ‘이연화, 아, 거기….’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했어! 입, 너 입 그만 놀리랬지! 그리고 그건 좋다고 한 게 아니라 싫다는…! (이를 악물어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참는다. 능청맞은 페이스에 휘말릴 뻔했다. 이 자식 안 해주면 해주기 전까지 이럴 작정이군. 이연화의 미친 성질머리와 집착과 고집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신성현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마지못해 나불대는 입술을 입술로 틀어막는다. 급하게 맞물린 이연화의 아랫입술을 콱 깨물어 떨어진다.) 해줬으니까 좋은 말 할 때 조용히 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작 해줄 것이지. 원하는 걸 쟁취한 이연화는 언제 미쳤냐는 양 온순한 여우가 되어 개수작 부리려… 했었지만. 되려 입질 당하고 윽, 떨어지자마자 얼얼한 아랫입술을 문질거립니다. 잇자국이 남다 못해 비릿한 맛까지 느껴지는 점막에 한 겹 더 쌓인 불만을 삐죽삐죽 표출합니다.) 사귀는 사이에 키스 하나 못 해줘요? (논점을 한참 벗어나지 않았나. 당신만을 노린 특기, 처연한 연기로 양심 건들기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귀긴 누가 사귀어. 자꾸 개수작 부려라. (통할 줄 알았다면 안타깝게 되었다. 당신만 익숙해졌나? 신성현도 허구한 날 개수작 부리는 이연화에게 익숙해졌다. 곱지 않은 시선이 당신을 나무라고 그 ‘사귀는 사이’와 비슷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진작 한 대 쳤을 것이다. 물론 피까지 낼 생각은 아니었으므로 입술 대신 그의 이마에 작게 키스하는 사과는 건넨다.) 얌전히 입 다물고 몸 녹이는 거 봐서 이따가 키스해 줄게. 응?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너무해요… 형은 진짜 나쁜 파트너고… 나쁜 애인이고… 나쁜 신성현이고…. (꿍얼꿍얼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그렇잖아요. 혼내봤자 저런 태도로 내 투정이며 사랑은 죄 받아주는 당신과 내가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요. 고백만 안 했지 부부나 다름없단 말입니다. 심지어 우린 시간이 점지한 운명의 파트너, 단 하나뿐인 서로의 10시인데. 축 처진 여우는 당신 품 안에 늘어져 투덜댑니다.) 형 잡아먹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그래. 가끔은 나쁜 파트너가 되어야 너 같은 여우를 감당하지. 알았으니까 기운 그만 빼. 안 그래도 병약한 몸 더 병약해질라. (놀리는 건지 달래는 건지. 축 늘어진 여우를 아까처럼 들어 올려 침대에 걸터앉는다. 벽난로로 갔다가 실랑이나 벌였다가 끝내 제자리였다. 성내느라 흐트러진 그의 머리카락을 꿋꿋하고도 정성스레 넘겨준다.) …여길 벗어나면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늘 그랬듯이.

여전히 꿈의 내용은 생생하건만, 당최 의미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꿈이 무의식을 반영한대도 지나치게 생생하지 않나요.
당신은 세 번의 봄을 더 보낸 후에야 뒤늦게 ‘신성현’이 하던 말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여기도 내가 소개해 줬잖아, 안 그래? 이연화.

아마도 그때 말하던 과거는 이 꿈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하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분이 저조해진 이연화는 대답도 안 하고 뚱한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끌어안고 이리저리 부빗대는 꼴은 여전합니다. 삐짐 반 투정 반입니다. 가뜩이나 꿈 때문에 심란한데 신성현이 안 받아줘서 이러는 거예요. 눈을 감으면 이 체향과 지독하게 똑같은 그 사람이 생각나고 눈을 뜨자니 당신의 얼굴과 꿈속 그의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그리하여 하염없이 눈송이가 쏟아지는 창문을 바라봅니다.) 오늘 안에 벗어날 수는 있을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단단히 삐졌구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뚱한 눈가를 살살 문지르거나 이연화가 좋아하는 목덜미를 슬 쓸어주는 등 잔잔하게 타이른 신성현은 이연화의 동요를 구태여 막지 않는다. 기다리는 건 내가 가장 잘하는 거니까. 네 마음이 준비되고 속에 든 걸 꺼내서 둘이 해결할 시간을 언제든지 기다려줄 수 있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기도 하고. 당신을 따라 심상치 않은 창문 너머 밖을 주시한다.) 적어도 당분간 돌아가긴 틀린 것 같은데.

현재 위치는 도밍게즈 제6구역의 숲, 그 중심부입니다.
제5구역과 밀접해서 겨울이 유달리 거칠고 포악합니다. 곧 3월이 될 텐데도 날씨는 누그러질 기미가 없습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냐면…….
◆ #Scene 2. 희고 검은 숲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0 → 49
[ 신성현 ] 침식률 : 46 → 50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이번에도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딱딱하고 차가운 뿔이 뺨 옆에 처박힙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마워요. (그간 정신 팔았던 경험으로 이번에는 신성현의 목소리가 들리는 즉시 회피합니다. 가까스로 피한 뿔을 툭 치자 금빛 마안이 회전해 척력을 강화합니다. 적과 거리를 둔 이연화는 하얀 입김을 내뱉습니다. 쉴 여유가 없네.) 앞으로 얼마나 남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7마리. 어둠의 아이보다는 쉽지만 수가 그보다 많아, 방심하지 않는 게 좋아. 노프케의 돌진을 맞으면 그냥 아픈 걸로는 끝나지 않을 거다. (당신이 무사히 피한 걸 보고 안심한 후 전투에 집중한다. 거대한 코뿔소를 가리킨다.) (1D5+3) > 1[1]+3 > 4

회상은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 소복하게 쌓인 흰 눈. 설원이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넓은 공터.
새하얗게 언 바닥을 딛고 섭니다. 시작부터 과격하게도 맞은 편에는 거대한 눈 괴물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늘도 일찍 쉬긴 틀렸네요. 신성현과의 시간을 빼앗긴 이연화는 한숨만 토해냅니다. 인간들을 피해 사랑의 도피를 찍기도 바쁜데 신화생물까지.) DOT와 협의한 ‘계약’이 아니었다면 벌써 어딘가에서 비명횡사하거나 상부에 잡혀갔겠어요. 아, 그러면 다른 타이머가 태어나니 그 사람에겐 불행이려나. (뼈가 담긴 농담입니다. 손가락을 튕기면 집중이 흐트러져 사라졌던 금빛 마안 몇 개가 돌아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무 뭐라 하진 마. DOT 측도 저자세로 나온 걸 보면 이런 전시에는 타이머의 협조가 귀중하다는 뜻이니까, 쉽게 건들진 못할걸. (‘게이트가 열릴 시 DOT 측 협조에 응하는 조건으로 인류를 피해 도망치는 우리를 뒤쫓지 말 것.’ DOT의 협력을 유지하고 우리 좋을 대로 도망 다니는, 양쪽 모두를 거머쥔 제안은 저 파트너의 작품이었다. 뼈가 담긴 농담에 애매한 미소만 짓는다.) 체력은 괜찮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연하죠. 아쉬운 건 DOT 쪽인데 괜히 타이머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것 있겠나요.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상관없어요. 내가 불만인 건… 사랑스러운 신성현과의 완벽한 데이트를 방해받았다는 부분이죠. (기껏 형과 따뜻한 방에서 그렇고 그런 짓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세워 두었는데. 막 신성현을 잡아먹으려는 순간 울린 텔레미터가 어찌나 짜증 나던지. 저편에 자리한 디멘션 게이트를 흘긋 보는 게 지금이라도 당신을 안고 도망갈까 고민하는 눈치입니다.) 안 괜찮으면요? 돌아가 줄 거예요? (은근 기대.)

캐릭터 인장

신성현

…변태. (도망치고 하루종일 수작질만 해댔으면서 한참 모자란다며 붙어오는 이연화가 갈수록 곤란했다. 투정도 애교도 수작질도 느는 반면 제 마음은 한없이 약해지는 터라 안 받아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도 도중에 울린 텔레미터 덕분에 빠져나온 거지, 아니었을 때의 이후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칼같이 차단한다.) 입 털 기력은 남아있나 보군. 전투 준비해. (푸른 마안을 손에 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날 변태로 만든 거라니까요. (적반하장입니다. 얄미운 여유와 멈추지 않는 주둥아리야말로 이연화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니. 이 전투가 끝나고 도중에 방해한 대가는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다짐으로, 신성현의 잔소리에 응합니다. 대가를 줄 대상은 DOT뿐만 아니라 신성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길한 웃음을 어여삐 지어 발 구르면 금빛 파동에 이끌린 눈발이 붕 떠오릅니다.) 후에 연화한테 뭐 해줄지 미리 생각하고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니. 넌 원래 변태였다. (정색하고 반론한다. 어딜 책임 전가하려고. 저 얄미운 여유와 멈추지 않는 주둥아리를 틀어막기 위해서는 이 전투를 빨리 끝내야 했다. 손아귀에 잡힌 마안이 웅 떨며 제 주위의 중력을 무겁게 짓누른다. 뒷말은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지 못한 척했다.) 잘했다는 칭찬은 말하지 않아도 해줄 수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 칭찬의 의미로 야한 코스프레 복장 입어주는 건 어때요? (꾸준!)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이연화를 노려보고, 중력으로 뭉쳐 만든 눈 뭉치를 당신 얼굴에 꽂아버린다. 정확히 주둥이를 노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까칠하긴. (이런 면이 꼴리는 거지만. 변태 같은 눈으로 당신 몸을 훑곤 휙 피해버립니다. 떠오른 눈송이 사이에서 빛나는 제 얼굴을 아주 잘 써먹습니다. 미인계 쓰다는 뜻입니다.)
안 돼요? 혀엉.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용히 안 해? 이번엔 눈 말고 다른 걸 꽂아줄까? (눈도 치우고. 참다못해 귀 끝이 붉어진 신성현이 텔레미터를 허리춤에서 꺼내 들었다. 살의가 느껴진다. 야속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얼굴은 맞아서 바로 던져버리진 못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습니다. 내가 신성현의 붉어진 귀를 놓칠 리가 없지요. 너무 귀여워서 당장 잡아먹어 버릴 것만 같아… 그건 그거고 그의 텔레미터는 진심으로 아팠으니까 이만 다물어 줍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항복. (두 손 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한 번만 더 말하면 진짜 친다. (참자, 이연화는 내가 화를 내도 꼴려하고 받아쳐도 꼴려하는 미친 변태다. 저런 애가 하나뿐인 파트너에다 내가 받아들인 사람이라니 자주 현타가 왔으나 이미 빠져버린 걸 어떡하겠는가. 신성현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라곤 견디는 것밖에 없었다… 인내의 인내를 끌어올린다.) 이제 집중해.

《전투 개시》
노프케들은 우리와 10m 거리에 있습니다.
노프케 A와 B가 한 인게이지, C와 D가 한 인게이지, 그리고 신성현과 이연화가 한 인게이지입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까 그 공격, 보기보다 빨랐죠. 단숨에 끝내고 돌아가는 것은 어렵겠군요. 금빛 마안 하나가 신성현에게 날아가 톡 닿습니다. 직후 그가 다스리는 중력에 제 힘을 섞기 시작합니다.) 다음 공격 오기 전에 한 마리라도 줄여놔야 해요. (당신에게 맡길게, 늘 그랬듯이.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적방편이세계》 Lv5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2
대상 : 신성현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9 → 51

캐릭터 인장

신성현

(중력에 간섭해 자신을 돕는 금빛 마안은 전투의 일상이 되었다. 열 받는 건 열 받는 거고 신성현도 본인 역할에 집중하기로 한다. 이 경우에는,) 네 계획이 잘 먹히기를 바라야겠군.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챈다. 함께한 기간이 얼만데. 이연화 쪽 노프케의 발아래로 나타난 검푸른 빛 마안이 크기를 키운다.)
《잿빛의 정원》 Lv2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2
대상 : 노프케 A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50 → 52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유로운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눈빛만으로 전한 의도를 한눈에 알아챈 신성현이 만족스러운 것입니다. 너와 내가 명실상부한 ‘파트너’이자 한 몸이 된 기분이니까요. 즐거운 얼굴이 전장을 파악합니다.) 할 수 있어요. 나의 신성현은. (이연화의 하나뿐인 파트너라면 이 정도는 되어주어야지. 남은 노프케들 쪽을 향해 고갯짓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없을 적엔 알아서 행동하고 알아서 처리하는 타입이었던 자신이 그에게 전적으로 지휘권을 맡긴다는 게 가끔 어색했지만, 저 머리만큼은 의지할 수 있었으므로 아무 말 않고 따른다. 나만 이연화의 계획을 잘 해내면 보장된 승리였다.) 파트너 씨의 믿음에 보답하도록 하지. (검은 인영이 그가 고갯짓한 노프케 쪽을 향한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판단은 잠깐, 명을 따르는 것은 속전속결이었다. 당신이 고안한 계획 외의 방법은 무가치하다고 결정한 신성현이 중력에 힘입어 돌진한다. 강한 힘을 머금은 한쪽 손을 그러쥐고서.)
【99↓ Lycanthrope】 《헌팅 스타일+파괴의 손톱+완전수화》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10
(검푸른 빛 장막이 깔린 노프케들의 반대편 진영에 도착한 그가 망설이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쾅, 굉음이 울리면, 거대한 발톱을 타격한 신성현은 부드럽게 섞인 이연화의 힘을 이용한다. 맞닿은 타격 부위에서부터 찬란한 금빛이 사방을 수놓는다. 소란스러움을 뚫고 나직한 호명이 들린다.)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리도 훌륭히 해주시는데. (타이밍을 기다리는 이연화의 귓가에 듣기 좋은 저음이 들립니다. 아무리 소란스럽다고 한들 내 사랑스러운 파트너의 부름을 놓칠 리 없었습니다. 찬란한 금빛이 신성현을 잠식하는 양 퍼지고 퍼져, 그가 노린 노프케들의 영역을 휩씁니다. 비교적 간결한 굉음보다 훨씬 거대한 힘이 적들을 난도질합니다.) 내가 안 좋아할 수 있겠나요. (눈발이 모조리 휘날리는 것은 그날의 달스니바산을 연상시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13dx8+9 【99↓ Lunar eclipse】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수왕의 힘+칠흑의 파도+마지막 조각》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범위(선택) / 무기 / - | 다이스 13D+9 / 크리치 8 / 공격력 42 / 침식 13 (13DX8+9) > 10[1,1,3,3,4,5,5,5,8,8,8,8,9]+6[3,4,5,5,6]+9 > 25
대상 : 노프케 인게이지 B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52 → 65
[ 신성현 ] BN : 0 → 1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것 참 영광이군. (거센 눈발과 잔해들이 휘날리는 중심에서 방해 한 점 받지 않는 모습은 이연화의 중력이 저를 지켜준 덕분이었다. 안 좋아할 수 있겠냐고. 그걸 그대로 돌려줄 사람은 신성현이 아닐까 싶다. 전위는 내가, 전략과 명령은 이연화가. 유능한 파트너의 편리함을 알아버린 신성현은 당신을 따라잡으려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빛 장막을 검푸른 빛 장막이 뒤덮는다.)
3D10+42 | 대미지 (3D10+42) > 18[6,9,3]+42 > 60

거대한 괴물을 압도하는 금빛 중력과 검푸른 빛 중력이 두 노프케를 휩씁니다.
단말마나 최후의 발버둥조차 허락하지 않은 일격은 노프케의 육신을 산산이 아스러뜨리고 고개를 조아립니다.
이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상식을 뛰어넘은 괴물이라 한들, 합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두 타이머의 공격까지 당해낼 수는 없습니다.
노프케 C, D, 전투 불능.

system

[ 노프케 C ] HP : 50 → 0
[ 노프케 D ] HP : 50 → 0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남은 건 두 마리인가. 한 마리는 손을 써두었으니 이번만 넘기면 되겠어. 신성현에게 들이닥치는 잔해들을 치우고 중력 장막을 해제합니다.) 우리가 떨어져 있어서 다음 공격은 돌진일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 번에 죽이기 어려워지니까. (미끼를 자처해 도발하기로 합니다. 손가락으로 지휘하듯 허공을 긋자, 이연화에게 떠오른 눈발이 노프케들을 쳐댑니다. 살상력 따윈 있지도 않은 단순 도발. 눈보라처럼 보이는 공격. 그들의 시선을 끕니다. 어때.) 돌려주고 싶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이연화가 무엇을 유도했는지 깨달은 신성현의 눈빛이 매서워진다. 신성현의 기준에서 몸도 약하고 툭하면 엄살 부리는 당신이 미끼를 자처하는 것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미리 푸른 마안들을 대비시킨다.) …끝나고 나 좀 보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흐흠~…. (딴청 부립니다. 그러게 누가 맨날 맨 앞에서 다쳐 오래요. 이참에 자신의 기분을 느껴보라며, 자신의 고통으로 신성현의 보살핌도 얻고 잔소리도 얻고 형 양심도 찌를 겁니다. 얄밉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발자국 떨어집니다. 연화는 그런 거 몰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모른 척하지 말고. (당신의 옆에 푸른 빛 마안 하나가 다가와 맹렬한 빛을 발한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노프케 B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노프케 B

팔이 네 개, 다리가 두 개 달린 인간도 짐승도 아닌 여섯 발 괴물. 온몸을 뒤덮은 털은 곰의 거죽처럼 거칠고 뻣뻣한 데다가 악귀를 닮은 머리에는 얼음송곳처럼 흉흉한 뿔이 치솟았습니다.
이연화의 도발에 여섯 발로 날뛰는 노프케는 성난 울음소리를 터트리더니 곧장 이연화를 노립니다. 중력으로 일으킨 눈보라보다 더 짙고,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6dx8+4 【눈보라】 | 공격력 20 / 사정 시야 / 범위(선택) (6DX8+4) > 10[2,3,4,6,9,9]+10[2,10]+5[5]+4 > 29
대상 :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알기 쉬운 생물들이네요. (바라는 바였습니다. 이때를 기다린 이연화가 제 곁의 푸른 마안을 쥡니다. 신성현의 힘을 빌어 그쪽에 깔아두었던 푸른 장막을 활성화합니다.) 네 옆을 잊은 모양이군요. (신성현만의 짐승 같은 중력이, 무거운 무게가 두 마리를 짓누릅니다.)
《RW:그래비티 바인드》 Lv5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3
대상 : 노프케 B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51 → 54

두 사람의 중력에 의해 짓눌린 노프케의 눈보라는 그 위세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한결 약해진 바람이 차가운 뺨을 얼리려 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거나 먹어요. (당하기만 하는 건 이연화의 성정이 아니죠. 자신이 쥔 푸른 마안이 금빛으로 변하는 동시에 푸른 장막도 금빛으로 물듭니다. 거대한 덩치는 중력의 힘을 강하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제10시 타이머입니다. 단단한 코뿔소를 짓뭉개버릴 듯, 제게 날아오는 눈보라를 소멸시켜 버릴 듯 온 중력을 뭉개버립니다.)
4dx8+8 【99↓ Blood moon】 《요격하는 마안+검은 철퇴》 | 리액션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4D+8 / 크리치 8 / 공격력 16 / 침식 8 (4DX8+8) > 10[2,3,7,9]+1[1]+8 > 19
대상 : 노프케 B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54 → 62
[ 이연화 ] BN : 0 → 1

매서운 눈보라와 무거운 중력이 충돌해 상대를 잡아먹을 듯 굽니다.
그러나 대치하던 것도 잠시, 기세 좋게 불어온 눈보라는 거대한 힘 앞에 위력을 잃고 점차 사그라듭니다.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중력이니까요. 고작 눈보라가 이 행성을 둘러싼 중력을 어찌 이기겠습니까.
반격 성공. 이연화만 공격 대미지를 산출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거대한 힘을 휘둘러놓고 정작 신성현을 돌아본 그의 미소는 상쾌하고 또 사랑스러운 척하는 웃음이었습니다. 아양 부리는 겁니다.) 안 혼낼 거죠? (나 잘했죠? 톤입니다. 뒤에선 미세한 중력 폭발이 일어납니다.)
2D10+16 | 대미지 (2D10+16) > 16[9,7]+16 > 32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랄까, 어여쁜 얼굴로 폭력적인 공격을 해대는 게 괴리감이 엄청났다. 거짓말 못 하는 신성현은 솔직하게 질색하는 기색을 띤다. 입만 착실히 칭찬해 주었다.) 안 다쳤으면 됐다. (네 마음대로 해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칭찬이 너무 박해요. (빠아아안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잘했어, 이연화. (이상한 거에 집착할까 봐 얼른 칭찬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뿌듯. 기분 좋아진 여우의 꼬리가 살랑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저 한숨만….)

노프케가 강한 중력에 짓눌려 이리저리 짓뭉개지는 와중에도 신성현의 이연화 달래기는 이어집니다.

system

[ 노프케 B ] HP : 50 → 28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직 남았어요. 이번 공격에 대한 칭찬은 말뿐인 칭찬으로 끝날 수 없을 거예요. 내 말, 기억하고 있죠? (후에 연화한테 뭐 해줄지 미리 생각하고 있으라는 거. 드디어 신성현이 이연화를 반쯤 받아들였다고 아주 신나게 개수작 부리는 모습입니다. 금빛 마안들이 주인의 기분에 호응해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윽고 각 마안끼리 예쁜 선으로 연결되어 별자리를 만들어 냅니다.) 오늘은 키스로 만족 못 해요.
10dx8+18 【99↓ Solar eclipse】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인과왜곡+마지막 조각》 | 메이저 / 〈RC〉 / 대결 / 범위(선택) / 시야 / - | 다이스 10D+18 / 크리치 8 / 공격력 16 / 침식 10 (10DX8+18) > 10[1,2,2,7,7,8,9,10,10,10]+5[3,3,5,5,5]+18 > 33
대상 : 노프케 인게이지 A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62 → 72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별자리가 황소자리를 완성한 순간, 형태를 갖춘 그것이 노프케를 향해 커다란 별빛 뿔을 조준하고 들이박습니다. 뿔 괴물에겐 뿔로 대응해 줘야 재밌지 않겠나요. 지독하다면 지독할 수 있는 이연화의 성격이었습니다. 적을 가지고 논 그의 기분이 조금 풀린 듯합니다.) 이건 신성현과의 시간을 방해한 값이에요.
4D10+16 | 대미지 (4D10+16) > 32[4,9,9,10]+16 > 48

캐릭터 인장

신성현

헛소리 말고 집중하라니까. (뒤에서 커다란 신화생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이연화를 절레절레 고개 저으면서 살핀다. 언뜻 불쌍하게 놀아나는 신화생물을 안쓰러워하는 듯했지만, 그건 알 바 아니고 이 과정에서 이연화에게 무리라도 올까 봐 걱정하는 중이었다. 저런 착하지만은 않은 성격에다 자주 변태같이 굴긴 해도 일단은 자신의 파트너다. 내가 받아들인 운명이었고. 팔안굽이 따로 없었다.) 조심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나는 안 죽었네요. (두꺼운 외피를 뚫고 즉사시킨 신성현만 한 위력은 내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연화는 퓨어 딜러가 아니라 지휘자 겸 서포터 겸 딜러거든요. 하나라도 처리한 게 어디예요. 힘을 거둬들인 이연화는 신성현에게 축 늘어진 연기를 해보입니다. 이 여우가 파트너의 걱정은 또 기가 막히게 알아챘습니다.) 혀엉, 연화 힘들어요. (안아줘.)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단숨에 세 마리를 처치한 것만으로도 네가 세운 계획은 완성된 거나 다름없다. (덤덤하게 말하고 철벽 친다.) 나 이제 전투 이동 없어. (네가 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갑자기 메타 발언 하기 있어요? (행동 완료한 이연화는 억울하게 꿍얼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억울하면 35% 더 올려주든지…. (침식률 말이다. 씬 끝내라는 말은 진짜 메타 발언이라 참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돼요. 형 나랑 손잡고 집 가야죠. (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발언으로 항의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라. (나중에 안아주겠다는 의미로 손 휘적.)

제 역할을 다한 금빛 황소 별자리가 주인을 닮은 의기양양한 공격을 끝으로 사라집니다.
노프케 B, 전투 불능.

system

[ 노프케 B ] HP : 28 → 0
[ 노프케 A ] HP : 50 → 12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노프케 A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노프케 A

모든 노프케들을 잃은 마지막 노프케는 위기를 직감하고 더 성난 울음소리를 냅니다. 우지끈, 와장창, 뚝. 쿠당탕. 노프케가 발버둥 친 자리를 따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금속들이 나무를 긁고 땅을 파헤치며, 산산이 조각나 천지에 뿌려진 별이 됩니다.
《광란》 Lv10 | 상시 | - | 자동 | 자신 | 지근 | 이 에너미가 손상을 받으면 더욱 강화되는 것을 나타내는 이펙트.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웃는 표정이 굳습니다. 그래, 명색이 신화생물인데 이 정도 발악은 해줘야 지루하지 않죠. 장난기 사라진 목소리가 신성현에게 경고합니다.) 무리하지 말아요. (다치지 말라는 소리, 안 들을 거 다 알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고 있어. (안 다치겠다는 말은 오늘도 안 했다. 위험한 전장에서 상처 없이 돌아가는 행운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애초에 너를 지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당신을 만나고 나서 그리 결정했다. 직전 이연화가 노프케를 도발했듯 검푸른 빛 마안이 적의 시선을 끈다.) 물러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안이 씁니다. 신성현이 다칠 걸 아는데도 저지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싫었습니다. 허나 당신이 내 손을 잡아주고 놓지 않겠다는 대가로 협의한 내용입니다. 나는 당신을 지키고 당신은 나를 지키는 것. 순한 아이가 되어 물러나지만, 시선은 꾸준히 당신을 따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본인이 나서서 도발할 땐 언제고 막상 자신이 위험에 처하니 돌변하는 이연화가 유난이기도 사랑스럽기도 했다.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로 당신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너 두고 어디 안 가. (‘나’는.)

캐릭터 인장

노프케 A

그 말이 끝날 즈음. 노프케가 긴 울음을 내지르고 시선을 끈 신성현에게 돌진합니다. 마이너로 전투 이동.
13dx8+16 【돌진】 | 공격력 35+50 / 사정 지근 / 단일 (13DX8+16) > 10[3,5,5,6,6,8,8,8,8,8,9,9,10]+10[3,4,4,5,6,6,7,9]+2[2]+16 > 38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를 더 걱정시킬 생각은 없다. 이 싸움을 오래 끌 생각도 없었다. 벌써 추위에 약한 파트너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눈앞까지 다가온 적에게는 제 공격이 닿을 수 있었다. 신화생물이 준 고통을 대가로 그것의 목숨을 받아 간다. 괴물의 울음소리를 덮는 굉음이 다시 한번 울린다.)
10dx8+9 《복수의 칼날》 Lv2 | 오토 | 백병 | 대결 | 단일 | 지근 | 침식치 +6 (10DX8+9) > 10[2,2,2,3,3,4,5,8,8,8]+7[5,7,7]+9 > 26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65 → 71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짓누르는 중력을 이곳에서 썼어야 했습니다. 중요한 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질책하고 눈알마저 시큰거리게 만드는 바람에도 두 눈은 감지 않습니다. 먼지, 눈바람이 걷히고 난 후 당신이 멀쩡한지 똑똑히 지켜볼 겁니다.)

둘 사이에 생긴 강풍이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가려버리지만, 그 반동으로 또 한차례 바람이 생겨나면 당신은 신성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노프케의 돌진을 기회 삼아 딱 적당한 충격을 가한 그의 모습을.
무방비한 전신이 그대로 노출되었기에 대체로 멀쩡하지 않은 것 빼고요.

캐릭터 인장

노프케 A

4D10+95 | 대미지 (4D10+95) > 16[4,2,7,3]+95 > 111

캐릭터 인장

신성현

3D10+17 | 대미지 (3D10+17) > 8[4,2,2]+17 > 25

노프케 A, 전투 불능.

system

[ 노프케 A ] HP : 12 → 0
[ 신성현 ] HP : 30 → 0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노프케의 사망을 확인한 이연화가 급히 달려옵니다. 비틀거리는 신성현을 품 안에 받아 들고, 노프케의 뿔을 막느라 붉은 핏물이 새어 나오는 장갑을 조심조심 그러쥡니다.) …나 봐요, 천천히 숨 쉬어요. (시간의 각인에는 파트너를 편안히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지.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당신에게 입 맞춥니다. 숫자 10이 새겨진 혀가 신성현의 호흡을 돌려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 (화. 힘없는 소리가 당신을 부르곤 제 파트너의 품으로 떨어진다. 잘게 떨리는 손끝으로 반대편 손가락을 감싸자 설명할 수 없는 편안함이 차오른다. 아니, 불현듯 혀에 맞닿은 각인이 불러온 편안함이었다. 노프케의 비명,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 세찬 눈발… 모든 것이 사라지는 듯했다. 잠시간의 안정일 뿐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연화를 제외하고서. 비릿한 맛 사이 달콤하고도 상냥한 장미 향이 만개했다.)
1d10 | 리저렉트 (1D10) > 5

system

[ 신성현 ] HP : 0 → 5
[ 신성현 ] 침식률 : 71 → 76

캐릭터 인장

이연화

(차디찬 입술에 온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낀 그제야 안심합니다. 제 심장이 두근대는 게 여기까지 들렸습니다. 몇 번을 겪어도 널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익숙해지지 않아. 운명의 소실이란 외우주의 신이 부여한 본능적인 공포보다 무거운 기억이었으니까. 말캉한 살덩이끼리 문질러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각인이 타오를 만치 키스했습니다. 신성현을 끌어안는 손길은 끈질겼고 작달막한 숨소리가 겨울 공기를 녹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물가물 의식이 돌아온 즈음에는 잡아먹을 듯 키스해 대는 입술이 버겁고도 기꺼웠다. 조금 더, 그만, 상반된 감정을 추스르는 새에도 저를 잠식하는 이연화의 집착은 함뿍 받아 삼킨다. 날 있는 힘껏 걱정하느라 표출된 감정들인데 어찌 싫어할 수 있을까. 아, 흣, 상대의 품에서 맥동하는 헐떡임이 들려왔다. 슬슬 숨이 막혀와 당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숨, 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으응. (마침내 늘어진 몸에도 힘이 돌아와 저를 밀어내기까지 하면, 응급처치는 뒷전입니다. 함께 여유를 되찾은 이연화는 검은 사심을 손톱만큼 채우기로 합니다. 쪽, 쪽. 급했던 호흡이 어느덧 농밀한 입맞춤으로 변해 있었고 피 섞인 당신의 타액을 강아지처럼 핥아 삼킵니다. 하아, 겨우 떨어지고도 당신의 입술을 물고 핥느라 두 사람의 입가가 온통 축축했습니다. 홀린 듯 당신 허리를 더듬어 내려갑니다.) …더 하고 싶은데. 여긴 추워서 안 되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헉, 폐부로 찬 공기가 밀려 들어와 목구멍이 시렸다. 사심 가득한 키스는 막 회복한 신성현에겐 벅찬 호흡이어서 한동안 당신에게 기대 숨을 골라야 했다. 연신 어깨를 달싹거리다 이연화를 노려본다. 핥지 마, 이마 꾹.) 손… 안 치워? 어딜 내려가려고. 여기서 네 좋을 대로 하다간 다음날 열병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할 거다. 돌아가서, 돌아가서 하자. (그땐 뭘 해도 받아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이연화의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 애써 달랬다. 축축한 입술 문질.)

캐릭터 인장

이연화

미치겠네…. (마안을 닮은 금빛 눈동자에 정욕이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추운 날씨 따위로는 식히지 못할 열기. 발정 난 개라고 욕해도 마냥 좋았습니다. 신성현이 내 품 안에 살아있고 이렇게 생생한 반응을 보여주는데 가만있을 수 있겠나요. 입술을 문질러 주는 당신 엄지나 얕게 깨물거립니다. 마지막 이성을 끌어모아 당신 목덜미에 코를 처박고 따뜻한 체향도 한껏 들이켭니다.) 10분. 10분 줄게요, 그 안에 끝내요. (그 이상은 못 참아. 온몸을 부비적거리는 낯 뜨거운 행위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10분이면, 충분해. (내가 할 말이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연화를 받아들인 심장은 가감 없이 반응했고 당신을 더욱 쓰다듬고 싶었다. 좋지 않아, 이런 건. 둘 다 고장 난 채 달려가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누구 하난 상대를 틀어쥐어 제지해야 했다. 사랑에 취해 먼 앞날을 방치하지 않도록. ‘신성현’처럼 속에서 들끓는 욕망을 꾹꾹 눌러두며 정신 차리려 노력했다. 애탄 당신의 등을 쓸어주면서 귓가의 무전기를 서둘러 켰다.)

DOT를 떠난 두 사람에게는 이제 보고할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협력해 달라는 일종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신성현이 무전기를 켜고 일상적인 보고를 이어갑니다.
[여기는 10시, 10시. 본부 응답하라.]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무전기와 신성현은 게이트 폐쇄를 확인하고 전투의 종료를 알립니다.
《전투 종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언제 끝나. (몇 분 기다리지도 않고 재촉합니다. 보고 그거, 말 하나 주고받는 데에 얼마나 걸린다고 날 방치하는 신성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방치한 적은 없지만. 이연화가 투정 부릴 뿐이지만. 아무튼 어서 수작 부리고 싶은 마음에 그의 귓가를 은근슬쩍 물어 핥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간지…러워, 하지 마. (거긴 안 돼. 뜨거운 살덩이가 귀를 핥자마자 움찔 떨며 당신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는다. 말 하나 주고받는 데에 얼마나 걸린다고 보채는 이연화가 곤란했다. 연락이 끊긴 무전기를 내려둔 채 텔레미터를 든다. 빨리 가든가 해야지 원.) 막 끝났어. 수습은 사후처리반에게 맡기고 돌아가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싫어요. 더 할 거예요. (눈이 가늘어집니다. 그걸 막은 손바닥도 마음에 들지 않은 것입니다. 추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지역만 아니었으면 보고고 뭐고 신성현부터 잡아먹었을 얼굴입니다. 보란 듯이 당신 손바닥을 길게 핥아 올리고는 장갑에 스며든 피 맛을 느낍니다. 이성마저 집어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지 당신 옷자락을 더듬는 손가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어서.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말 더럽게 안 듣네. 넌 인내심을 더 길러야 돼. (이 고삐 풀린 여우가. 손을 틀어막자니 입이 말썽이고 입을 틀어막자니 손이 말썽이었다. 그렇다고 둘 다 제지하면 거부하지 말라고 확 돌아버릴 게 안 봐도 뻔했다. 오늘 한숨을 몇 번 쉬는 거지. 정말 한숨만으로 땅을 꺼지게 만들 수 있었다면 자신은 가장 큰 죄를 저질렀을 터다. 해탈한 신성현이 텔레미터의 시곗바늘을 돌렸을 때.)

눈 괴물은 분명히 쓰러졌음에도 두 사람은 서늘한 기미를 느낍니다.
⚜ 회피 판정 : 난이도 5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인내심은 신성현 한정으로 줄어드는―, (말을 끊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이연화는 안전 문제에 민감했습니다. 그것도 당신과 함께일 땐 더더욱. 신성현을 위험이 느껴진 곳의 반대로 잡아당겨 같이 피합니다. 붙어있어서 다행이군요.)
(1+1)dx+1 회피 판정 (2DX10+1) > 9[1,9]+1 > 10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게 할 말, (그의 말도 끊겼다. 당신과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동시에 물러난 신성현의 몸에 힘이 들어간다. 아직 남아있는 신화생물이 있었나, 하는 긴장과 경계. 당신 팔을 단단히 붙잡는다.)

꽝꽝 언 눈덩이가 정확히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들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쉭 날아가는 소리가 첨예한 것이 명백한 공격성을 띠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덩이? 당혹감을 느낍니다. 노프케의 공격 방식은 아닙니다. 이건 신화생물보다는 보잘것없지만, 신성현에게 가장 치명적인… 무언가를 추측한 이연화는 재빨리 주위부터 훑습니다.)

신화생물이라기엔 보잘것없지만 세계를 사랑하는 신성현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
[DOT는 침묵하지 말고 타이머의 존재를 낱낱이 밝혀라!]
[애먼 사람들은 무슨 죄로 죽어야 했는가!]
관사 앞에서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던 진실 규명 시위. TV 너머로 접한 장면은 퍽 잔인했습니다. 출동을 위해 나서던, 혹은 도망치던 타이머를 마주친 사람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손에 쥔 무언가를 내던졌습니다.
삿대질부터 시작해 그들이 던질 수 있는 잡다한 것들…….
신성현은 웃지 못하고 눈덩이가 떨어진 자리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러나 돌아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진작 따라왔을 비난과 야유도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하긴, 죽기를 각오하지 않은 이상 제5구역과 맞닿은 숲 한복판에 민간인이 얼씬거릴 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눈덩이는 어디서 날아온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주위에 아무도 없어요. 사람이 던진 게 아니에요. 그리고 설령 인간이 있었어도 형의 감이 먼저 알아챘겠죠. (아무도 없는 것에 안심합니다. 애먼 땅을 파고 있는 신성현을 깨워 저를 보도록 만듭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인간들도 치워버리고 싶은데, 민간인한테 손대는 건 형이 싫어하니까. 겁 없이 덤벼드는 놈들만 치워버려야지. 신성현이 기겁할 인성 짓은 속으로 이어갑니다.) 나무 위에 쌓인 눈덩이가 바람에 날려온 거 아닐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차분해진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고 이연화가 언급한 미래긴 했지만, 직접 겪는 건 상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차라리 신화생물의 공격이 더 나을 정도의 악의. 치명적이지 않아서 훨씬 치명적인 공격.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게 시선을 돌려주는 이연화가 고마웠다.) 가능성이 있긴 한데 어딘가 석연치 않아. 뒤통수를 노린 궤적이 과연 우연일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상한 생각 말고요. (혀를 찹니다. 이연화가 하루 종일 개수작 부리는 것은 사심을 채우기 위함도 있으나 신성현이 땅을 파지 못하게 막는 효과 또한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런 사람이니까. 타이머도 사람이며 피해자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마냥 미워하지 못하는 성정이었으므로. 그의 허리를 껴안고 까마득한 하늘, 주위를 다시 둘러봅니다.) 그치만 노프케는 완벽하게 제거했는걸요. 인간도 신화생물도 아니라면 누구의 짓이란 말인가요. 자연? (우스갯소리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눈치는 빨라가지고. 안 할게. (당신이 아까 한 소리를 돌려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을 강제로 끊는다. 당신 말마따나 눈덩이가 정말 신화생물도 인간의 짓도 아닌 제3자의 짓인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다. 자연, 자연. 중얼거리는 신성현이 알 듯 말 듯 오묘한 고개를 갸웃거린다.) 게이트 닫은 건 우리가 확인했잖아. 내 감에 걸리는 인기척도 없고. 진짜 자연인가? 여즉 눈송이만 내리다가 눈덩이는 갑자기 왜?

주변을 조사해도 눈을 든 것은 끝없이 펼쳐진 거무죽죽한 나무들뿐입니다.
비로소 인기척이 없음을 확신했을 때, 눈덩이가 다시 날아옵니다.
⚜ 회피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냥 기분 탓, 은, 아니군요. (한 번은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죠.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아닙니다. 자연? 신성현이 중얼거리는 것에서 자신도 힌트를 얻을 듯 말 듯합니다. 생각을 이어 나가는 와중에도 착실히 피해 봅니다.)
(1+1)dx+1 회피 판정 (2DX10+1) > 7[1,7]+1 > 8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 번이나 날아온 눈덩이가 우연일 수는 없지. (끄덕. 눈덩이가 날아오는 방향을 즉시 확인해도 던지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것은 대체.)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붑니다. 당신이 피한 눈덩이들은 형태가 울퉁불퉁하고 크기가 들쑥날쑥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기엔 거친 감이 있습니다.
건조한 눈 냄새가 납니다. 술렁거리는 공기는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 회피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주체 없는 눈덩이, 심상치 않은 바람,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거기까지 확인하니 떠오르는 자연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화이트아웃. (당장 여길 빠져나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신성현의 옷자락을 낚아챕니다.)
(1+1)dx+1 회피 판정 (2DX10+1) > 6[1,6]+1 > 7

캐릭터 인장

신성현

(눈이 커진다. 맞아, 눈보라와 화이트아웃. 건조한 눈 냄새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공기는 그 전조증상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당신을 바라본 순간 뼛속까지 얼어붙는 공기가 몰려온다.) 한발 늦었나. (초조한 속삭임이었다.)

당신은 문득, 과거에 들었던 지령을 복기해냅니다.
[노프케가 사라진 자리에는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당장 빠져나와야 합니다!]
세계는 눈치챈 순간에는 이미 늦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휘잉, 거센 눈보라가 밀려오고 세계가 하얗게 물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헛숨을 들이켭니다. 아까 보고할 때 다시 알려주지! 도망쳤다고 복수한 건지 뭔지 이가 갈리는 위기였습니다. 신화생물은 싸워서 이기면 돼요. 평범한 인간은 타이머의 힘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나약한 종일 뿐입니다. 다만 자연만큼은 달랐습니다. 자연을 다루는 우리가 더 잘 알았습니다. 이건, 타이머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재해입니다. 급히 쥔 옷자락을 끌어당깁니다.) 형, 신성현?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순백 일색이라 원근감이 사라집니다.
흰 세상에 오점처럼 남은 두 점.
눈을 깜빡이면 파트너마저 보이지 않습니다.
대답 없는 바람 소리만 먹먹하게 귀를 메웁니다. 목소리까지 잡아먹는 대자연의 백색은 이토록 깨끗하고 순수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이러할까요. 조난당했다는 상황보다, 백색 세상에서 오점처럼 남겨진 상황보다 신성현을 잃어버렸다는 공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어디 있어? 내 손 잡아줘야지.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새카만 누군가를, 이 건조한 겨울 향을 품은 파트너를 찾으려 몇 번이고 불러댑니다. 신성현.)

완벽히 조난당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파트너를 애타게 찾아대는 그때,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아? (숨찬 목소리가 들려오고 당신의 손을 누군가가 잡아챈다. 손깍지를 엮어 다시는 떨어질 수 없도록 붙드는 온기가 당신만큼이나 간절했다. 상대를 잃어버려 심장이 내려앉은 건 신성현도 똑같았다는 증거지. 멀쩡한 얼굴을 확인한 뒤에야 면면에 서렸던 두려움이 사그러든다. 당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언제, 어느 때고 당신의 곁에 섰던 사람.
같은 궤도와 같은 운명을 돌며 당신을 찾아온 파트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났던 그 얼굴이 당신을 걱정하며 손 잡아줍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긴장의 끈이 풀립니다.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가장 사랑하는 상대를 확 잡아당깁니다. 이래서 놓지 않으려고 한 거야. 말도 안 되는 떼를 써가며 붙어있으려 한 거라고. 잠시라도 시야에 보이질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은데 어떻게 떨어질 수 있겠어. 거친 호흡 소리가 바람에 먹혀 사라집니다. 길 잃은 애처럼 부빗거립니다.) 놀랐어요, 나… 형이 진짜 사라진 줄 알고…. (좀 울먹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미안해. 잡을 새도 없이 눈보라가 몰아쳐서 그랬어. 이제 괜찮으니까 진정해, 나 여기 있어. (우는 거… 아니지? 시무룩하거나 처연한 척한 건 봤어도 이연화의 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무척 당황한 신성현이 당신을 어르고 달랜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중력 장막을 얇게 펼쳐 매서운 눈보라를 막아주었다.) 바람이 가라앉으면 괜찮을 거야, 떨어지지 않게 꼭 잡아. 어디 눈보라 피할 곳을 찾아봐야겠는걸.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니에요. 화이트아웃이 찾아올 걸 알고도 형을 잡지 못한 내 실책이죠. 다음엔 형과 나의 손목을 긴 수갑으로 연결하는 게 좋겠어요. (진담입니다. 극심한 분리불안이 도진 이연화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제 체취를 묻히려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 힘이 점점 강해집니다. 놓아주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있는 거라곤 숲밖에 없는 이곳에서 뭘 발견할 수 있을까요. (부정적인 어조로 둘러보는 시늉은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 음. 그렇게 해서 마음이 놓일 것 같다면 마음대로 해. 네 잘못은 아니니까 그런 소리 말고. (농담이겠지? 그렇겠지? 단순 농담으로 받아친 이 말이 훗날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지, 이때의 신성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제 겉옷을 벗어 이연화에게 둘러준 뒤 새하얀 주위를 샅샅이 살핀다.) 우선 체온 잘 보존해, 난 너보다 튼튼해서 잠시간은 괜찮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짜요? (검은 겉옷 꼬옥.)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가. (수갑? 체온? 잡은 손 흠칫.)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어여쁜 미소를 지어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수갑은 아닐 것이다. 현실을 외면했다.)

아무튼…….
⚜ 지각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현실 외면을 즐겁게 지켜봅니다. 형이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 따뜻한 겉옷을 꽁꽁 동여매 당신에게 달라붙어 제 체온을 전해줍니다.) 근데 형. 텔레미터나 디멘션 게이트를 쓰는 방법은 왜 고려 안 해요? (눈 좁힘.)
(2+1)dx 지각 판정 (3DX10) > 10[1,7,10]+10[10]+2[2] > 22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금은 무시하자. 눈앞에 닥친 눈보라를 해결하고 나서 대화해도 늦지 않을 터였다. 아마도. 꽁꽁 언 텔레미터를 열어 보여주었다. 얇은 바늘들이 폭풍의 원심력에 휘둘리는 것처럼 팽팽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무리야. 디멘션 게이트는 눈보라 때문에 주위의 좌표를 알 수 없는 점이 위험해.

쓸모없어진 텔레미터 대신 눈을 팍 좁혀 노려본 저 멀리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입니다.
이정표 삼아 이동할 수 있어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하. (바로 수긍합니다. 텔레미터는 아티팩트라지만 다 같은 기계입니다. 이런 날씨를 견디는 게 이상하죠. 디멘션 게이트도 확실한 좌표 없이 사용하는 건 리스크가 크고. 안전이 중요하니까요, 자신이 포착한 나무를 가리킵니다.) 저기 큰 나무가 하나 있어요. 가볼래요? 도착해서 주위의 좌표가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러자, 눈보라를 막을 만한 게 있어야 할 텐데. 제2시 타이머들이 그리워지는군. (이연화의 손가락을 따라 집중한 끝에 같은 나무를 발견한다. 유일한 그것을 이정표 삼아 깍지 낀 당신 손을 이끌어 갔다.) 적어도 큰 나무가 아무것도 없는 여기보단 낫겠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2시. (순한 강아지가 되어 당신을 따라가는 이연화는 문득 헛소리합니다. 파트너 찾고 분리불안 멈추었다고 죽지 않는 입술이 그새 움직인 것입니다.) 왜 나 두고 딴 남자 찾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냐? (제정신인가. 내 평생 사랑이란 걸 할 줄도 몰랐건만 그 상대가 이런 집착독점에 돌아버린 놈이라니 상황도 이연화도 설상가상이었다. 이연화의 이마에 딱밤을 날려버린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헛소리하지 마라. 주둥이 닫고 따라와 이 망아지야. (끌고 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아파요. 강아지는 꽃으로도 안 때린다던데 자꾸 애인 때리기 있어요? (한 글자 다른 망아지라는 점은 무시했습니다. 이런 미친놈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않고 받아주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 당신 잘못입니다. 당신이 날 평생 책임져야 해요. 질투를 삐죽삐죽 표출해서 집착독점합니다. 이마 벅벅.) 나도 형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음흉한 방법이지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프라고 때린 거다. 입 안 다물면 버리고 갈 줄 알아. 진짜 아픈 게 뭔지 보여주겠다고. (이연화가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는 했다. 열 받는 쪽으로. 이게 은근슬쩍 애인이란 말을 끼워 넣네, 괘씸하니 이연화에게 맞추던 보폭을 원래대로 돌려 빠르게 걸었다. 알아서 따라오든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은 나한테만 차가워… 알았어요, 알았어요. 조용히 할 테니 같이 가요. (아쉬운 사람이 숙여야지 어쩌겠어요. 신성현을 졸랑졸랑 따라가 뒤에서 껴안아 버립니다. 얄밉게 중력 써서 따라왔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 분리불안 여우 키우기가 이토록 고되다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인생 손해 본 기분이었다. 이연화의 달라붙음에도 저벅저벅 눈보라를 헤치고 나아간다.) 쓸데없이 권능 낭비하지 말고 내려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떻게 알았지. (슬 권능을 해제하자 이연화의 발이 땅에 닿습니다. 따라오는 척하면서 중력으로 편히 날아간 겁니다. 내려온 이연화는 이번에야말로 질질 끌려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양심적으로 한 대는 쳐도 괜찮지 않을까. 열 뻗친 충동을 간신히 억누른다. 진정하자. 상대는 내가 책임지기로 약속한 파트너다. 파트너. 이게 다 저런 놈에게 빠져든 내 탓이었다… 마른세수하고 이연화의 보폭에 맞춰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럴 거면서 튕기긴. 방긋방긋 해맑게 신성현 옆을 차지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묵묵히 과거의 신성현을 저주하고 있다.)

귀엽게 투탁대면서 그대로 직진하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아래에 도착합니다.
백색 광경에 선 칠흑. 빛이 들지 않아 거무죽죽한 고목 아래 작은 오두막.
가파른 지붕, 비뚤어진 창문과 뒤틀린 현관을 억누르는 한계치의 눈더미.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두막까지 기대하진 않았는데 불행 중 다행이네요. 들어가 볼까요. (손가락을 튕깁니다. 반짝 생성된 금빛 마안의 중력이 현관 앞 눈더미를 바스스 치워냅니다.) 그래도 낡아서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어. 낡은 오두막이라도 있는 게 어디야, 들어가 보자. 눈보라가 가라앉을 때까지만 버티면 돼. (당신을 도와 현관 앞 눈더미를 치우고 문 열어 들어가 보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것도 군복 안 입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기능만큼은 튼튼하다니까. 이제 신성현의 겉옷을 돌려주어 꼭꼭 감싸줍니다. 형 감기 걸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화생물의 공격을 조금이라도 막는 데에는 DOT 군복이 제일이긴 해. (작게 까닥여 고맙다는 의사를 전한다. 여전히 본인보단 당신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것 같다만.)

눈을 치우고 간신히 들어가면 케케묵은 먼지 냄새가 납니다.
한 칸짜리 별장. 난방 시설이라곤 벽난로와 기름 난로가 전부입니다. 그나마도 푹 꺼져 있으니 안팎 온도가 똑같이 냉혹합니다.
추위를 실감하자 새삼스럽게 체온이 떨어집니다. 우선 불을 피워야 할 것 같습니다.
‘싱크대’, ‘창고’, ‘테이블’, ‘벽난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짜 얼어 죽었겠어요. (바람이 없어서 덜 한 것치곤 똑같이 추웠습니다. 평생 여민 적 없는 군복 겉옷을 끌어모아 단추까지 잠그고 당신 옆에 꼭 붙어있습니다.) 창고, 창고에 땔감이 있는지 보죠. (거기부터 가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동감이다. 이번만큼은 DOT에게 감사해야겠군.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기장의 겉옷을 디자인한 사람에게도. 당신처럼 겉옷을 여며 창고 쪽으로 향했다. 반사적으로 제2시 타이머를 떠올렸다가 당신의 헛소리도 떠올리곤 침묵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질투 레이더가 발동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원 OFF 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꺼짐….)

캐릭터 인장

신성현

(미친….)

다행히 모포, 땔감과 공구 따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사냥꾼이나 쓸 법한 긴 장총도 나뒹굴고 있습니다.
턱없이 적은 양이긴 해도 오늘 밤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 신이 우릴 얼어 죽게 두진 않으려나 봐요. (믿지도 않는 신을 들먹이는 것은 비아냥대는 것입니다. 모포는 전부, 땔감은 오늘내일 사용할 만큼 적당히 배분해 챙깁니다. 공중으로 떠오른 물건이 차곡차곡 바깥의 벽난로 앞에 놓입니다.) 장총은 필요 없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왕 살려줄 거 눈보라도 거둬주면 좋겠네. (쓸데없이 권능을 낭비하는 건 이연화의 버릇이었으니 탐탁지 않게 보고 넘어간다. 권능을 대가로 체력을 보존하는 것에 만족했다.) 우리 능력으로 충분해. 체력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나중에 확인만 하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게 다 시련이라는 것 아니겠어요. 무사히 살아남은 타이머에게는 보상을 내리려나. (끄덕끄덕. 얼추 둘러본 뒤에는 창고를 나가 벽난로에 불을 붙여보기로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외계 생물들을 막아주는 보상을 내려주길 바라야겠어.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블랙 조크다. 당신을 따라 나가려는데,) 저건 뭐지. (가장 높은 선반에 비죽 튀어나온 모서리를 발견하고 꺼낸다. 스케치북?)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 잘못이 아니라 말해주면 더 좋고… 그건 뭐예요, 일기장 같은 건가. (나가려던 몸을 돌려 당신이 꺼낸 것을 살핍니다. 호기심.)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에 머문 사람이 놓고 간 물건으로 추측되는군. 스케치북 형태를 보아하니 어린아이의 것이었나. (펼쳐본다.)

신성현이 펼친 스케치북 안에는 도밍게즈의 각 구역이 그려져 있습니다.
제1구역의 기상 관측소, 제2구역의 가장 높은 굴뚝, 제3구역의 세계수…… 마지막으로 제12구역의 등대까지.
특출난 솜씨는 아닌지 거친 펜 터치지만 제법 특징을 잘 잡아냈네요. 그 신성하다는 기둥 아래에는 언제나 익숙한 인물이 서 있습니다.
흰색과 은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겉옷과 은색 시계.
낯을 읽을 수는 없지만, 분명히 타이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썩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 타이머를 열광한 흔적, 자신과 다른 구원자들에게 손 내밀고 존경하던 시선이 돌변하는 것을 봐 왔으니까요.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냥 과거의 흔적인가 보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러게. (담담히 내뱉는 신성현의 속은 그렇지 못했다. 저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한 과거가 떠올라서. 그것들이 전부 수포가 되었다는 게 공허해서. 더 넘기지 못하고 스케치북을 덮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신성현이 손가락을 거두어도 거친 바람이 페이지를 챠라락 넘깁니다. 고정된 그림은 빠른 속도로 교차하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뭐야. (신성현을 보고 스케치북을 봅니다. 밖과 같은 온도일지언정 바람은 들어오지 못하는 오두막에서 저절로 넘어가는 페이지라고? 눈꼬리가 날카로워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한 거 아니다. (이쪽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아무것도 안 한 스케치북이 저절로 넘어가고 있었다. 금빛 마안도, 검푸른 빛 마안도 없는 고요한 창고 안의 무엇이 스케치북을 넘길 수 있단 말인가.)

넘어가는 페이지가 보여준 것은 기상 관측소, 가장 높은 굴뚝, 세계수, 시계탑, 얼음 기둥, 갈대밭, 풍차, 전망대, 놋뱀 기둥, 최초의 우주선, 예언의 탑, 등대 그리고 버려진 등대.
……버려진 등대?
스케치북에 그려진 건 딱 열두 개의 신성한 손가락이었습니다. 그야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상징은 그뿐이니까요.
그런데 어째선지 망막에 맺힌 마지막 상이 잊히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다려요. (앞선 손가락들은 익숙했습니다. 허나 마지막 등대는 아닙니다. 버려진 등대, 버려진 등대. 누군가 본 적도 없고 발견된 적도 없는 제13구역의 등대가 어찌 한낱 스케치북에 있을 수 있겠어요. 넘어간 페이지를 돌려 버려진 등대를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방금 그거, 제13구역 손가락이잖아. (당신의 생각대로 본 적도 발견된 적도 없는 등대가 지나치게 익숙했다. 스쳐 지나간 형상이 잊히질 않았고. 기억한 페이지를 돌아간다.)

잘못 본 것이 분명한데, 다시 페이지를 들춰봐도 그런 그림은 없는데도.
⚜ 충동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페이지를 들추는 손가락이 멈춥니다. 잘못 봤다고? 내가? 신성현도 나도 순간 맺힌 형상을 잊지 못해 뒤적이고 있는데. 말도 안 돼요, 헛것을 봤을 리 없어요. 꼭 ‘신성현’이 말한… 푸른 장미 아치처럼. 기적 같은 불길함을 느낍니다.)
(4+1)dx | 충동 판정 (5DX10) > 10[4,7,8,8,10]+8[8] > 18

섬의 테두리, 질척한 회색 모래, 쓰러진 낡은 배, 굴러다니는 사람의 뼈.
검고 자욱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성난 파도가 흔들리는 외딴섬.
그곳에 홀로 서 있던 제13구역의 등대.
알 턱 없는 풍경이 기억을 덮칩니다.
단편적인 장면을 제13구역이라고 확신하는 자신이 낯설지 않습니다. 숲 한복판에서 부른 바람에 짭조름한 소금기가 배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우리가… 제13구역에 가본 적이 있던가? (굳은 신성현이 더듬더듬 묻는다.)

우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억을 공유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간이 정지한 듯했습니다. 바람 소리가 스치는 오두막 안에 정적이 찾아왔고 이연화는 비로소 나의 운명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의 봄을 더 보낸 후에야. 이것은, 아마도, 틀림없이 우리가 아닌 우리의… 한 걸음 물러섭니다.) ‘신성현’. (같은 사람이자 같은 존재는 아닌 그 운명. 푸른 눈동자를 떨리는 눈으로 마주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는다. 형용할 수 없는 기억, 당신에게 찾아온 운명, ‘신성현’이 한 알 수 없는 말들. 우리는 이전 그들의 ‘기억’을 흡수한 전적이 있으니 그때와 비슷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여긴 잘못된 기둥을 부수고 나타난 공간도 아닌데 어떻게? (가장 이해되지 않는 문제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갑자기, 이런 곳에서, 이런 때에 뜬금없이? (왜,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부유합니다. 우리는 그때처럼 알 수 없는 질문일 테지요. 알 만한 사람은 이미 죽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으며 남겨진 자들에겐 힌트조차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현상도, 그가 두 행성의 만남을 걱정한 이유 중 하나였을까. 여린 입술을 물어뜯습니다.) 무전기는. DOT와 연락은 안 되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건조한 먼지 사이를 잠식한 소금기 냄새가 거슬렸다.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아버린 듯했고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부감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러한 찝찝함을 결코 좌시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응답 없는 무전기를 흔든다.) 눈보라가 들이닥친 이후 연결되려는 낌새조차 없어. 이건, …지금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같군.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대도 안 했어요. 쉽게 해결될 문제였으면 우리가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죠. (벌써 ‘신성현’의 정체와 건너편 차원을 발견해 우리와 그들의 엇나간 시간 축, ‘신성현’이 우주를 건너온 이유를 찾아냈겠지. 스케치북을 불태울 것처럼 노려보다가 낚아챈 이연화가 창고를 나섭니다.) 이게 신의 안배라 느껴지는 건.
내가 미친 거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의 안배…. (무어라 반박하지 못했다. 조난 상황과 타이밍이 절묘해서, 하필 우리가 찾아온 이곳에서 기억의 편린을 발견한 게 기묘해서 정말로 그리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란한 마음으로 당신과 함께 빠져나온 신성현이 침착해지려 애썼다.) 눈보라가 가라앉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나가지도 못해. 그동안 머리를 맞대면 뭐라도 떠올릴 수 있을 거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이연화.
괜찮을 거야. (너와 내가 있으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을 거야, 한마디를 듣고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맥동이 가라앉습니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신성현은 나의 곁에 있으며 날 받아들여 줬으니까. 날카로운 표정을 푼 이연화가 눈을 느리게 삼박입니다.) …응, 시간은 많아요. 불 피울 것도 찾았고 벽난로도 있고. 눈보라가 일주일씩 이어지진 않겠죠. (설마. 어쩐지 기운이 빠져 테이블 의자에 털썩 걸터앉습니다. 시선을 내렸습니다.) 형이랑 따뜻한 물 채운 욕조로 들어가서 놀고 싶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긴장이 풀린 걸 확인하자 한시름 덜었다. 그는 보기보다 연약한 유리 같은 상태였다. 창백한 뺨을 깨지지 않게 더듬어 감싼다. 그렇지 않아도 고립된 상태에서 이 어린아이의 불안감을 키울 수는 없었다.) 아주 강한 바람은 아닌 걸 보니 내일쯤에 가라앉겠지. 돌아가면, 돌아가서… 큰 욕조에 물 채워두고 둘이 목욕할까. (복잡한 거 말고 기분 좋은 거 생각해. 당신 머리를 끌어안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의지할 곳을 찾은 어린아이는 높아진 당신의 허리를 가득 끌어안습니다. 위태로운 유리가 따뜻한 온정에 힘입어 금 간 곳을 지워냅니다. 탄탄한 복부에 얼굴을 묻고 기분 좋은 체향을 느낍니다. 천자락 위로 입술 문대는 움직임이 적나라합니다.) 다른 것도요. (욕조 안에서 그렇고 그런 거.)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른, 다른 거? (신화생물의 공격도 막아주는 군복이라지만, 이연화의 입술은 막아주지 못해 적나라한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져 복부가 간지러웠다. 이상한 기분을 한쪽으로 치워두며 말을 더듬는다.) 생각해 보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 부릅.)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았어. (항복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후후. 승리의 눈웃음입니다.)

차분히 진정한 당신의 시야에 들어온 테이블은 통나무의 원형을 살려 다듬은 테이블입니다.
반지르르하게 마감한 상판에는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 있습니다.
산지기가 차를 끓이던 주전자나 낡은 커트러리, 꽤 오래된 ‘신문’ 몇 부가 굴러다닙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복부에 양껏 호흡하고 입술을 문댄 이연화가 발견한 신문을 들어 올립니다. 두 손은 파트너를 껴안느라 금빛 중력 막이 둘린 신문이었습니다. 수상한 스케치북이 충격적이었는지 이것도 수상쩍게 바라봅니다.) 등대 나오기만 해봐.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진정해. (이 정도면 신성현 테라피는 마음껏 즐기게 해 준 것 같은데. 허공에 뜬 손이 밀어낼까 말까 고민하다 포기하고 당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여러 번. 너 좋을 대로 해라, 는 심정으로 떠오른 신문이나 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온순… 얌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얼척 없음….)

정보가 공개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온 별이 당신의 안위를 걱정했고, 당신의 부재를 그리워했으며, 당신의 복귀를 환영했었죠.
문득 비교하고 맙니다. 지금은 어떨까? 당신이 위험에 처하면 걱정할까요?
당신이 행방불명된다면 찾으러 나설까요? 당신이 돌아온다면 환영할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표정은 덤덤한 이연화가 신문을 구깃구깃 구겨버립니다. 이런 일로는 내게 타격 주지 못해요. 스케치북의 등대는 되어야 흔들 수 있지.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연화에게 한정된 이야기고, 신성현은 다릅니다.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힘 꽉 줍니다.) 혀엉. 연화 키스해 줘요. (신경 돌려버려야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쓰다듬는 몸짓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한 박자 늦게 돌아본다. 푸른 눈동자에 들어찬 수심은 눈치 빠른 파트너를 생각해서 얼른 지워냈다. 제 신경을 돌리려는 배려가 기특했다.) 어리광이 늘었어. (살짝 무릎 꿇어 당신을 올려다보는 높이가 되자, 가벼이 입 맞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오냐오냐 받아줘서 그래요. (내가 저 눈동자를 어떻게 나만 바라보도록 만들었는데, 고작 신문이 방해하게 내버려둘 것 같나요. 신성현이 내어준 가벼운 입맞춤을 깊이 파고듭니다. 입술 틈을 열어 침입하고 뜨거운 체온을 앗아가고. 내려앉은 당신 뒷머리를 잡아 도망갈 구석을 없앱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거야 안 해주면 네가, (흡, 한 번 하고 떨어지려던 고개가 기운다.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이 의지는 가끔 벅찬 애정으로 다가왔다. 싫지는 않아. 싫었다면 인류를 등지고 하나뿐인 파트너를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개 숙이느라 흐트러진 당신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준다. 젖은 입술이 떨어지고 난 뒤의 뺨이 약간 붉었다.) …이러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애정을 가득 담은 푸른빛 눈동자, 조심스러운 손길,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을 만큼 붉어진 낯과 다정한 목소리… 신성현은 이연화의 충동 그 자체였습니다. 날카로운 허기가 뱃속을 긁어 더한 먹이를 바랍니다. 그의 귓가를 느른히 문질러 속삭이는 음성은 한없이 달콤했습니다.) 다른 것도 해준다고 약속했잖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술을 끔뻑인다. 약속한 건 맞지만, 이런 곳에서 제 기준으로 몸도 약한 당신을 허락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이성적으로는 거절해야 맞았다. 당장 체력을 아껴야 하고 또 그런 짓을 할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그럴 터인데. 자신만을 갈구하는 당신의 모든 애정을 받고 있자니 이유 모를 갈증이 일었다. 바싹 메마른 유예가 이어진다.) 불, 부터. 켜고. (춥잖아. 미약한 변명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를 악뭅니다. 참고 있는 거예요. 변명으로 얼버무렸다지만 이게 은연중의 허락인 걸 모를 수 없습니다. 당신처럼 메말라 타오르는 목구멍을 연신 축입니다. 구겨버린 신문 외의 쓸모없는 기사들은 죄 다 벽난로 안으로 구겨 넣어 버립니다.) 금방 따뜻하게 해줄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게 좋을까. 수없이 몸을 맞대고 더한 것도 해댔으면서 정작 작은 허락 하나에 목을 매는 이 존재가 제 심장을 뛰게 했다. 이래서. 이연화에게 빠져들었다. 당신을 벗어나지 못했다. 너는 나 없인 살아가지 못할 것처럼 구니까, 신성현이 이연화의 세계인 양 굴었으니까. 붉은 입술에 한 번 더 키스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마음대로.

버릴 만한 신문을 골라 벽난로에 집어넣다 보면 1년 전 신문도 눈에 들어옵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클라커 프로젝트가 인류의 반격이 되리라 믿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4개월 전, 진실 게임의 신호탄이 터지기 전까지는.
도래솔 광장에 출동했던 클라커는 총 다섯 명. 그중 세 명이 사망, 두 명이 중태에 빠지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전부 고등 쇼고스의 포식으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생중계 후 사람들은 DOT를 의심했습니다.
타이머를 먹으러 왔다는 선언 앞에 클라커를 묘사하는 수식어들이 ‘가짜’, ‘부족함’, ‘모자람’이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클라커 프로젝트라. (그런 것도 있었지. 도망치는 생활 속에선 신성현에게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못된 어리광을 내치지 못하는 그에게 개수작 부릴 생각만 가득했고요. 수려한 파트너의 얼굴 온갖 곳에 버드 키스하며 모든 신문을 집어넣습니다.) 무사히 성공했다면 우리가 편해졌을 텐데 말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난 폐기되는 게 낫다고 생각해. (하얀 군복 옷자락을 만지작거린 신성현이 중얼거린다. 밝은 내용은 아니었다.) 클라커들이 잡아먹히는 건 ‘정말로’ 우리 때문이다. 고등 쇼고스야 어차피 식인을 통해 형체를 유지한다 쳐도 그 외의 것들은 오직 타이머만 탐한다고 밝혀졌으니.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파트너 씨 답네요. 하긴, 괜한 피해를 늘리는 것보다는 폐기 쪽이 나을지도.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신조차 비아냥댔던 이연화는 온데간데없이 순순히 우회전합니다. 그거 말고 연화 만져달라며 당신의 손바닥을 제 볼 위에 얹습니다. 예쁜 눈꼬리를 휩니다.) 도망치길 잘한 것 같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부정할 순 없네. 나와 도망친 사람이 너라서 더 그런 마음이 들어. (대놓고 편 드는 말에 실소가 흘렀다. 나도 미쳤나 보지, 뻔한 애교를 부리는 당신이 귀엽게 느껴진다니. 고운 눈가나 쓰담쓰담 만져준다. 의미 없는 읊조림이 흐려진다.) 방벽을 자처했건만 실체는 미끼, 아니, 생크림 케이크 위 딸기였던 거야….

신화생물들의 침략은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이었는데. 진실을 알고 보니 명확한 인과가 드러납니다.
어떤 외우주의 종도 타이머를 두고 피난 행렬에 눈독 들이진 않았다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 가다가 또 이상한 생각 한다. 뒤쪽은 생각하지 말고 앞쪽만 생각해요. 눈앞에 생크림 케이크 위 딸기보다 달콤한 내가 있는데 무얼 걱정해요. (전혀 다른 답변이었으나 신성현의 신경을 돌리는 데에는 자신만 한 게 없습니다. 보기 싫은 신문을 모조리 정리한 이연화가 당신과 함께 일어섭니다.) 역시 추워서 다른 생각 드는 거예요. 내가 뎁혀줄게요, 형. (그냥 본인이 안달 난 탓인가 보다. 벽난로를 노려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거랑 그거랑 다른 것 같은데. (한숨 푹. 시선을 돌린다는 목적은 성공이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 걱정에서 이연화라는 버거운 존재 걱정으로 바뀌었으니까. 잠시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 말이나 내뱉은 대답을 후회한다. 괜히 괜찮다고 했나. 묘해지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핵심적인 문제를 짚기로 한다. 벽난로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연화.
불은 어떻게 피울 거지?

명색이 벽난로인데 불씨가 죽어 냉골입니다. 창고에서 찾은 땔감은 겨우 하루, 이틀을 견딜 분량에 불과합니다.
땔감을 넣어도 성냥이나 라이터가 없다면 불을 붙일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여기까진 생각 못 해본 모양입니다. 아니, 제2시 타이머도 아니고 살면서 불 피워볼 일이 얼마나 있겠냐고요. 여차하면 텔레미터로 복귀해서 휘황찬란한 DOT 숙소를 사용하는 권력 넘치는 일상이었고 도망친 후에도 DOT와 협상하여 그럭저럭 성에 차는 호텔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급한 대로 군복을 뒤적입니다.) 설마 타이머 군복에 긴급 물품 하나 없겠어요. (그딴 게 있는 것도 웃기지 않나.)

캐릭터 인장

신성현

…. (그딴 게 있는 것도 웃기지 않나. 딱 당신이 스스로 딴지 건 생각을 드러내는 표정이었다. 영 미덥지 못한 걸 보듯 미간 좁힌다. 이 귀하게만 자란 도련님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머리가 아파왔다.)

⚜ 조달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다려 봐요 내가 뭔갈
(2+1)dx+1 조달 판정 (3DX10+1) > 8[4,6,8]+1 > 9
(텅… 불쌍하게 신성현 봅니다.) 형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미치겠군. (미래가 캄캄해서 그런다 미래가. 애꿎은 주머니를 뒤적이는 당신은 내버려두고 현실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창고로 가는 것이다.) 왜 창고 두고 텅 빈 주머니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창고. 뒤늦게 깨닫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신을 졸졸 따라갑니다.) 분위기 풀어주려고 장난친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노력만큼은 가상하니 그렇다고 쳐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짠데. (꿋꿋)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

창고를 뒤져 화기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조달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신성현을 살핀 이연화는 형에게 양보합니다.) 형이 먼저 찾아보면 안 돼요? 나 따로 찾아볼 거 생겼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찾아볼 거? (이연화가 저런 눈빛을 할 때엔 늘 좋은 일이 없었다. 불길함을 지니고 화기를 뒤적이긴 한다.) 뭐, 화기는 필수로 찾아야 하니까.
(2+1)dx+1 조달 판정 (3DX10+1) > 10[4,7,10]+1[1]+1 > 12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얼마나 힘 낸 거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트너를 감기에 걸리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몇 번은 사용할 수 있을 라이터를 찾아냈다… 먼지 툭툭.) 그래서 뭐 찾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냥. (감동… 신성현을 따라 창고 안을 뒤적입니다. 사냥용 총이 있던 걸 보면 아마 있을지도 몰라. 상냥한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내 파트너께서는 본인이 다친 상태라는 걸 까먹었나 해서요. (응급처치 키트를 찾아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 (눈보라 피하고 추위를 해결하느라 잊고 있었다. 키트 찾느라 느껴지지도 않는 시선을 피해 고개 돌린다. 모른 척.) …불 피우고 조치하려 했었어. (딱 봐도 거짓말이다.)

⚜ 매입 판정 : 난이도 8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게 거짓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미소가 짙어집니다. 좋지 않은 의미로 짓는 예의 그 웃음. 금빛 중력이 성질부리듯 창고 안을 어지러이 휘젓습니다.) 또 타이머는 회복력이 빠르다는 둥 이 정도는 자고 일어나면 낫는다는 둥 핑계 댈 생각 말아요.
(2+1)dx+1 조달 판정 (3DX10+1) > 9[2,6,9]+1 > 10

파트너 치료하는 데에만 진심인 당신은 안쪽에 숨겨져 있던 응급처치 키트를 기어코 손에 넣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건, 객관적… 사실이니까… 조난 시의 우선순위가 내 부상보다 체온을… 유지하는 게 먼저라 생각해서…, (정곡을 찔렸는지 말이 뜨문뜨문 느려진다. 긴 변명을 하다 짧게 침묵한 신성현은 고집 꺾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당신에게 항복한다.) …불 피우고 치료받을게. 이럼 괜찮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거기서 더 말한 순간 당장 치료해 버렸을 거예요. (많은 의미를 담은 입꼬리가 한층 곱게 휘었습니다. 이연화는 진심으로 거슬릴수록 오히려 미소 지으니까요, 상당히 참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시를 꾹꾹 억누른 말투입니다. 키트는 먼지 털어 품에 안고 일어섭니다. 싱긋.) 바로 피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았어. 알았다고. (이연화의 성격과 성질과 범상치 않은 사고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 저만큼 환한 웃음을 지을 때는 물러나는 게 상책이다. 기겁하며 떨어진 신성현이 라이터를 들고 당신이 땔감을 널어둔 벽난로로 향한다.) 너도 몸 데우게 이리 와. (라이터 탁.)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흠. 빠른 포기가 마음에 드니 이번만 넘어가 줄게요. (선심 썼습니다. 불 피우기 우선순위가 중요하지만 않았어도 범상치 않은 성질머리를 켜버렸을 텐데, 아쉽네요. 신성현은 하나도 안 아쉬울 생각을 하곤 졸졸 따라가 벽난로 앞에 모포를 두껍게 깔아줍니다.) 불 들어오는 거 확인하고 여기 누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고마워해야 하는 거겠지. 그렇겠지? 고맙다…. (저 성질머리를 참은 건 고마운 게 맞긴 했다. 나름 당신의 말은 신경 쓴다는 걸 보여주려고 조심조심 불붙여 불꽃이 장작을 휘감는 과정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미적대다가, 달리 방법이 없었으므로 폭신해진 모포에 걸터앉는다.) 응급처치하는 건데 누울 필요까지 있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맙다면 그 장갑 벗고, 누워요. (반문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당신 어깨를 밀어 눕혀옵니다. 이연화는 신성현을 진정시키려 맞물린 입술 틈에서 맛본 비릿한 것을 기억합니다. 피가 배어 나온 손만 다쳤다는 보장은 없지.) 형은 사소한 부상들을 숨기는 못된 버릇이 있잖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시 정곡을 찔려서 할 말이 없었다. 아무 말 안 하길래 모르는 줄 알았건만 모른 척 넘어간 거였군. 서로가 서로에게 져주고 봐주고 있었던 셈이지. 이만하면 당신이 많이 양보했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어서. 반항 한번 없이 밀려나 천장을 올려다본다. 머뭇거리다가 장갑도 벗는다만, 중얼거리는 문장은 한결같았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좁은 오두막인지라 불을 때면 금세 훈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산소를 태우며 뭉근한 연기, 그을린 냄새가 굴뚝 안으로 피어오릅니다.
당신의 성화에 못 이겨 모포 위에 눕고 장갑을 벗은 신성현의 맨손은… 빈말로도 성하진 않습니다.
그 노프케를 온몸으로 막아 반격해서 입은 부상이니 당연하겠죠.
여기저기 찢겨 피투성이인 손바닥은 동상이라도 걸렸었는지 평소 보던 피부색이 아닙니다. 그나마 타이머의 자체 회복력이 있어 그렇게 심한 수준은 아니지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상은 팔 위를 넘지 않습니다. 노프케와 직접적으로 충돌한 손바닥이 제일 심하고 갈수록 옅어져 손목즈음부터는 그럭저럭 봐줄 만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꽃이 아른거리자 어둠은 더욱 짙어져 이연화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정확히 볼 수 없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손바닥을 위태롭게 쥐고 쓰다듬는 이 손길에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애정과 걱정, 비탄을.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유난히 어두워 보이는 건 착각일까요. 무섭도록 조용해진 이연화는 상자를 열어 소독솜으로 손바닥을 닦아내고, 연고도 꼼꼼히 펴 바르고, 새하얀 붕대로는 보이는 상처가 없게 둘러줍니다. 마치 당신의 시선을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강렬한 열기 때문인가 지독한 적막 때문인가, 숨이 막혔다. 내 눈을 바라보지 않는 당신도 그렇고 짙은 그림자가 져 알아볼 수 없는 당신의 표정도 그렇고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이럴까 봐 숨겼다. 애정하는 사람이 걱정해서, 걱정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정작 다친 건 나인데 당신이 더 아프다는 듯이 무거운 손길로 어루만져서. 이연화가 치료를 끝낼 동안 죄 많은 당사자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굳게 닫힌 입술은 상처에 하얀 붕대가 전부 둘러지고 나서야 열린다.) 미안해. (지금 이 순간 신성현이 이연화를 속상하게 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리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게 아닌데 왜 사과해요. (결국 고개를 들어 올립니다. 늘 애정이 부족한 사람도, 갈구하는 사람도, 초조해하는 사람도 이연화였으니 백기를 드는 사람 또한 이연화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치료한 손을 놓아주고 당신의 군복을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얇은 허리띠, 가슴을 가로지르는 벨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가 손쉽게 풀려납니다.) 나 혼자 속상해하는 것뿐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리고 널 속상하게 만든 사람이 나잖아. (이연화의 걱정을 유별나다고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나뿐인 파트너가, 사랑하게 된 아이의 걱정은 늘 달콤하고 따스했으니까. 신성현이 사과하는 이유는 당신이 저를 걱정하는 걸 알면서 제 안위를 뒷전에 두었다는 점에 있었다. 상의를 풀어 헤치는 갑작스런 손길을 곤란하게 보지만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 것도 다 미안함 때문이었다. 상체가 드러난 뒤의 신성현은 더욱 눈치를 봤다.) 숨길 생각은… 아니었어.

노프케의 공격을 직접 받은 손바닥보단 덜한 상처가 상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옅게 푸르른 멍, 여기저기 긁힌 자국들, 신성현의 말마따나 시간이 지나면 타이머의 치유력이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상흔들.
신성현도 잘못한 건 아는지 불편한 자세로 당신의 눈치를 보기 바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또다시 침묵. 상처를 노려보기만 한 이연화가 미소 짓습니다.) 잘못한 게 뭔지 확실하게 아는 걸 칭찬해야 하나, 혼날 걸 알면서도 숨긴 걸 뭐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에요. (혼낼까? 혼내자. 말하자마자 결정한 이연화는 당신의 멍을 눌러버립니다. 허리 쪽에 남은 푸른색, 그보다 짙은 복부 쪽의 상처. 신성현이 다친 것 자체를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고작 인간에 불과한 우리가 신화생물을 상처 없이 막을 수는 없겠죠. 그가 이러는 건 내가 말한 당신의 버릇, 사소한 부상을 숨기는 짓 탓이에요.) 거짓말. 언급하지 않으면 은근슬쩍 넘어가는 성격, 모를 줄 알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윽, 아파, 이연화. (상처를 눌러대는 것에 맞춰 상체가 움찔거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기가 막히게 아픈 곳만 자극하는 당신이 얄미웠다. 버티다 못한 신성현은 그의 손목을 부드러이 움켜쥐어 떼낸다. 지금은 무어라 말해도 불리해질 것임을 직감하고 한숨 쉬었다.) 알았어. 부상 숨기려고 했던 거, 말 안 하고 미뤘던 거 전부 미안해. 화 풀어, 응? 사랑스러운 파트너가 걱정하게 만든 형이 나빴고 잘못했다. 다음엔 진짜로 말할게.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저번에도 그렇게 말한 거 까먹었죠. (전혀 믿지 않는 얼굴입니다. 다음엔 진짜로 말할게, 신성현과 파트너 된 후부터 계속 들어온 말입니다. 그의 하얀 거짓말이 날 사랑해서 나오는 거짓말이라는 걸 몰랐다면 이미 한탕 날뛰었을 것입니다. 속상해하며 치료해 줄 때마다 죄책감 어린 말로 달래는 당신의 애정을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 정말 한숨 쉬고 싶은 게 누구인데. 내민 새끼손가락을 지그시 쳐다봅니다.) 말로만 약속하는 건 이제 안 믿어요. (신성현이 넘어가지 않을 만한 일,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 조건을 새로 겁니다. 곧게 뻗은 손가락과 당신 복부가 맞닿자 느리게 타고 올라갑니다. 누가 봐도 불순한 곡선을 그려 굴곡진 가슴께를 간지럽힙니다. 달콤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앞으로는 안 어기겠다는… 진심을 내가 느끼게 해주세요. (뭘 바라는진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음. (어림도 없는 새끼손가락은 어색하게 거두었다. 눈치 빠른 데다가 머리, 기억력까지 좋은 파트너는 다루기 힘들구나. 평소처럼 달래면 넘어가 주지 않을까 기대한 자신이 바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고집이 느껴져 곤란해하던 찰나, 살결을 간지럽히는 유려한 곡선에, 달콤한 속삭임에 작은 숨을 들이켠다. 몇 년 동안 시달린 신성현이 그가 의미하는 바를 모를 수는 없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잘못한 사람이 거절까지 한다? 이연화를 사랑하지 않은 초기의 신성현은 몰라도 당신을 사랑하게 된 신성현은 절대 할 수 없는 짓이다. 잠시간 소리 없이 앓은 끝에, 신성현이 몸에서 모든 힘을 뺀다. 붉은 낯을 띤 허락이었다.)
체력, 아껴둬야 하니까. (팔을 들어 당신의 상체 벨트를 풀어주었다. 툭, 소리에 묻힐 정도로 아주 작은 말이 이어진다.) 상냥하게 해줘.

~화면 조정 중~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는 다를지도 모르죠. (글쎄요? 척 봐도 아는 주제에 모른 척하는 투였다. 그마저도 조근조근 달래는 애정이 이어지자 뚝 그친 신성현 바라기였다. 금빛 눈동자가 반짝인다. 오로지 파트너만을 바라보고 파트너만을 품에 안아 사르르 녹아내렸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당신이 그러하듯 이연화 또한 신성현에게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내가 바라는 사랑만 속삭여 주잖아. 기대할 여지를 주되 단단히 고정된 목줄로 묶어주는 것. 속박되길 싫어했던 이연화에겐 의외로 기꺼운 온기였다. 정직한 몸은 혀를 내어 마주 키스한다.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 …형이 내 사랑이라 봐주는 거예요. 알았어요, 당장 내일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 올게요. 약속 무르기 없어요. (여우 꼬리가 붕붕 흔들린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 얼굴. 저 사랑에 빠져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만을 원하는 얼굴이 불가항력이었다. 그 누가 한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약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타고난 성격으로 가끔 엇나간 행동을 꾀한들, 진심 어린 본질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이연화는 신성현을 사랑한다. 이제 금빛 눈동자 속에 머물게 된 사람이 ‘신성현’ 아닌 신성현이었으니까 받아들이는 거야. 고운 머리카락 쓰담쓰담.) 말은 청산유수로 잘하네. 약속했어, 너도 무르면 안 돼. (전자는 뭐… 포기시킬 방법을 찾아봐야지… 저것까지 고민할 기력이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연화가 풀어헤친 옷을 여민다.)
…알아들었으면 가서 눈이나 퍼와. (문 가리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연화는 형이랑 약속한 건 반드시 지켜요. 내가 하고 싶은 거면요. (푸른 눈동자가 금빛을 바라보고 더는 거부하지 않는 날이면 문득 숨이 멎었다. 신성현은 이연화를 사랑한다, 는 낯선 명제가 현실이 되었구나, 내 바람이 이루어졌구나… 해서. 동시에 매번 벅차오르는 마음을 어찌할 줄 몰랐다. 그가 제 것이 되어주고 제 곁에 있어 주겠다는데 참으려야 참을 수가 없었다. 신성현의 아랫입술을 깨물어 넘치는 욕망을 꾸역꾸역 갈무리한다. 비틀린 운명이라도 사랑해 주길 택한 당신에게 이 정도 진심은 보여야 하지 않겠나. 어느 정도 배부른 이연화가 제 흰 군복으로도 신성현을 둘둘 싸주었다.)
그새 얼어 죽으면 안 돼요. (금세 신났다. 팔랑팔랑 눈 퍼서 형 씻겨주러 간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뒷말만 아니었어도 좋을 뻔했군. (팔랑팔랑 신난 이연화를 흐린 눈으로 담는다. 좋겠지, 신나겠지, 지 하고 싶은 거 다 해댔으니까… 역시 씻고 혼내긴 해야겠다. 당신이 눈 퍼서 준비할 동안 굳게 결심하는 신성현이었다.) 얼어 죽기 전에 빨리 와.

중력으로 퍼온 눈을 난롯불에 녹여 나름 따뜻한 목욕이었으니 오늘은 편히 쉴 수 있겠어요.
겸사겸사 못다 한 신성현의 치료와 효능 좋은 군복까지 씻어내면, 슬슬 피곤한 몸을 눕힐 때입니다.
온기를 나누기 위해 서로를 바싹 껴안고 앉습니다.
붉은색, 노란색, 그 사이 주홍색. 따뜻한 빛이 앞 사람의 얼굴을 물들입니다.
모닥불을 나른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진 것 같아서…… 눈보라 속에 단절되고서야 비로소 짧은 평화를 누립니다.
여기까지가 잠들기 전 당신이 기억하는 어젯밤이었습니다.
《씬 종료》
《미들 페이즈》
◆ #Scene 3. 나선을 맴돌던 운명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2 → 75
[ 신성현 ] 침식률 : 76 → 80
[ 신성현 ] BN : 1 → 2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직도 삐졌어?

멍하니 눈송이를 바라보던 당신을 신성현이 부릅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불씨는 죽었고 장작은 다 떨어졌으며 눈보라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조난 이튿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젯밤 일을 떠올린 이연화가 당신에게 고개 돌립니다.) 형이 제대로 키스 안 해줘서 삐졌어요. 빨리 어제처럼 안아줘요. (짙은 복부 쪽의 상처, 나았으려나. 확인 겸 재차 눌러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여운 심술이군. (신성현이 누구인가, 월등한 신체 능력의 타이머였다. 진작 다 나은 몸은 당신의 찌름에도 움찔거리지 않았다. 어제처럼, 어제처럼… 그런 짓을 해놓고도 더한 걸 바라?) 여기 나가면 해준다니까. 약속했지,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은 거겠지? 괜찮아 보이니 넘어가긴 하지만.) 제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허락해 준다는 약속이죠. 당장 내일 제어한댔으니 오늘이잖아요. 나 이번엔 잘할 수 있어요. (조난당해서 못 움직이는 김에 한 번 더 수작질 부리려는 못된 손이 군복을 더듬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부상은 나았지만 네가 찔러둔 곳은 안 나았다. (숙성된 신성현은 말장난에 당해줄 만큼 무른 사람이 아니었다. 훌륭한 방어로 당신 손을 붙잡고 제 어깨에 둘러준다. 이 주제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미끼나 던졌다.) 아까 네가 말한 등대, 우리가 어제 본 일기장 때문은 아닐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건 할 말 없어지는걸. (지 잘못은 압니다. 욕망과 걱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어쩔 수 없이 순순히 당해줍니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한 건 아니었으므로, 잇자국 가득한 귓가를 깨물 거리네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요. 형 말이 맞는 것 같아. 이곳에 조난당한 게 신의 안배였다면, 잘못된 공간에서 다른 기억을 받은 것처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죠. 왜 하필 좋지 않은 기억을 줬는지 따지고 싶어져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할 말 없다면서 또 입질할래? 간지러워. (그거 말고 이거 물라며 손가락 물려준다. 여기도 다 나았는지 느슨해진 붕대 사이로 깨끗한 피부가 보인다.) 신의 뜻을 한낱 인간들이 어찌 알겠어. 여건이 된다면 DOT에 협력 요청이라도 구하고 싶은데… 날씨가 안 가라앉네. 장작도 다 떨어졌고. (이연화의 추위를 덜어줄 수 있게 빈틈없이 껴안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게 다 형의 사랑이 부족한 배 때문인데. (괜한 헛소리입니다. 사라진 불씨를 뚫고 새삼 몰려오는 추위에 하얀 입김을 내뱉지만, 그와 더불어 빈틈없이 껴안는 온기가 냉기를 녹입니다. 붕대 깨물 깨물.) 여기서 허무하게 얼어 죽을 순 없어요. 조금 지나도 안 그치면 그냥 디멘션 게이트 열어봐요. 얼어 죽기랑 게이트 속에서 길 잃어버리기 둘 중 하나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널 사랑하는 입장에선 말려야 마땅하지만… 정말 다른 방법이 없군. 그래도 디멘션 게이트는 네게 부담이 가니까 가라앉길 기다리자. 배고프면 창고에서 찾은 비상식량 먹고. (철벽과 애정을 동시에 주었다. 하얀 붕대가 축축해질 때까지 내버려둔다. 적당한 달램이 당신을 다룰 수 있었다.) 괜찮을 거야.

올해 겨울 조짐이 영 심상치 않더라니 노프케의 저주도 쉬 끝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영하의 기온에서 이대로 무작정 버티다간 얼어 죽기 십상일 것입니다.
구조대도 제때, 제대로 도착할지 모르겠고요.
창밖에는 아직 얼음송곳 같은 눈발과 날카로운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당장 뚫고 가는 건 무리지만, 해가 높이 뜨는 정오라면 이 기세도 한풀 꺾일 테니까 그때를 노려서…….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쓰다듬으며 창밖 너머를 구경하는 신성현의 눈이 크게 뜨인다. 상체만 벌떡 일으켜 저 멀리 어느 지점을 가리킨다.) 이연화, 저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매정한 신성현, 나쁜 애인, 못된 파트너 이러쿵저러쿵 찡얼대는 이연화의 시선이 당신 손끝을 향합니다. 얼떨결에 같이 바로 세워졌습니다.) 왜요?

신성현이 가리킨 곳을 보면 하얗게 겨울이 서린 숲 너머, 하늘로 솟아오르는 뭉게구름이 보입니다.
둥글고 따뜻한 훈김으로 구성된 기둥. 굴뚝에서 불을 때는 흔적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인가가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병 주고 약 주고인가. (스쳐 지나가듯 한 말이 떠오릅니다. 신이 우릴 얼어 죽게 두진 않으려나 봐요. 이대로 얼어 죽는 건 아닐까 싶은 찰나 발견한 인가가 절묘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탐탁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파트너를 혹사시킬 생각도 없었으니 서둘러 일어섭니다.) 하필 군복이라 걱정되긴 하는데 지금보단 낫겠죠. …괜찮겠어요? (당신이 더 걱정됐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아야지. 구명줄이 눈앞에 있잖아.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것이 치명적인 악의라 할지라도 하나뿐인 파트너에게 온기를 돌려줄 수 있다면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다. 당신을 따라 일어서 흐트러진 군복을 추슬러 준다.) 저기까지만 가고, 그다음은 나중에 생각해. 체력 보존하려면 간단하게 배 채우고 가야겠다.

사람들과 마주하는 건 썩 내키지 않지만, 여의찮은 마당에 더 가릴 처지도 아닙니다.
적당한 곳까지 이동하는 데 성공하면 좀 더 온후한 구역으로 빠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DOT와 연락이 닿건 형편이 나은 거점을 마련하건 무슨 수가 나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요. 분위기 한 번 보고 영 아니다 싶을 땐 디멘션 게이트로 곧장 이동할게요. 내 뒤에 있어요, 알겠죠? (상대의 군복을 마주 정돈합니다. 인류의 구원자인 타이머가 순식간에 추락하여 그들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참 웃겼습니다. 신성현 봐서 참는다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예쁘게 미소 짓습니다.) 앉아 있어요. 요리는 내 몫이에요. (하지 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싫다 해도 안 들을 표정이군. 알았어, 오늘은 네 말 들어줄게. 좌표만 확인하고 텔레미터 쓰는 방법을 고려해도 되니까, (예쁜 미소와 달리 확고한 어조에 일순 당황한다. 도와주기도 전에 거절당했다. 복잡미묘한 눈.) …시도할 생각 없었어. (억울)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러모로 흡족해합니다. 신성현의 어깨를 눌러 침대에 앉히고 벗어둔 군장갑 낍니다. 불은 없지만 우리의 요리 마이너스 손께서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통조림을 분해할지 혹시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어제에 이은 간호 연장선이라고 할까요. 목구멍으로 넘길 정도는 되어야죠. (남은 비상식량이 뭐가 있나.)

캐릭터 인장

신성현

(덩그러니 남겨져 긴 겉옷이나 동여맨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제 딴에는 노력한 결과물이 처참한 요리인 걸 어떡하란 말인가. 그러나 곧 현실에 순응한 신성현은 요리 잘하는 당신을 응원하기로 한다.) 그래… 먹여 살려줘서 고맙다. 힘내. (맥아리 없는 응원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응원 고마워요. 연화 열심히 할게요. (맥아리 없는 응원인데도 신성현의 응원이란 초점에 꽂혀서 화사해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무거나 줘도 돼. (고작 통조림 가지고 뭘 저리 불태우냐마는)

남아있는 비상식량은 딱딱하게 언 수프와 죽 레토르트 식품, 통조림, 에너지바 등등입니다.
불도 꺼져서 가열할 만한 거라곤 신성현이 찾은 라이터뿐입니다.
눈이 산더미처럼 쌓였으니 수분이 모자랄 걱정은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뇨? 내 파트너에게 먹일 건데 아무거나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체력 비축에 걸맞은 영양 균형을 신경 쓰면서 라이터와 중력을 이용해 약간이나마 요리해 보기로 합니다. 광기였습니다. 여기 태울 만한 게.) 형.
테이블 의자 하나만 태울게요. (통나무도 나무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테이블… 뭐? (귀를 의심한다. 내가 뭘 들은 거지. 나무를 태운, 태운다고. 너무 상상도 못 한 사고라 말까지 더듬는다.) 여기 우리 소유 아니야. 멋대로 태웠다가 문제 생기면? 주인이 돌아오면? 감당할 수 있겠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기만 벗어나면 보상이든 뭐든 다 해줄 수 있는데 뭐가 문제예요. DOT 앞으로 달아놓으라 해요. (파트너 먹이겠다고 막 나가는 모습입니다. 벌써 테이블 의자를 난로 속에 넣고 라이터 틱틱대고 있습니다.) 불붙일게요? (방긋….)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의 얼굴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벙쪘다는 표현이 맞을 터였다. 할 말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런, 그런가? 아니 하지만… 망설이다가 말릴 타이밍을 놓쳤다. 착잡한 포기였다.) 네가 책임져…. (난 모르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뭘 당연한 말을. 이참에 가끔 형이랑 눈 내리는 제5구역에 와서 놀고먹을 별장 하나 장만할 생각이에요. (그렇게까지? 어제 놀아준 게 무척 즐거웠나 봅니다. 경치 하난 좋잖아요. 그리하여 통나무 의자를 통째로 태워버리는 이연화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란다고 진… 진짜 하네. (이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신경 써 줘서 고맙다? (고마운 게 맞나? 나도모르겠다정말)

……파트너를 위해 테이블의 의자를 또각 부수어 (중력 사용) 라이터로 불태우면, 통나무도 나무라고 불이 붙긴 합니다.
장작이 다 떨어진 장소에서 창조경제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연화, 새로운 업적 획득…….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파트너인 형은 평생 누릴 권리니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활활 타는 의자를 만족스러운 눈으로 확인하고 저 밖에서 눈송이나 잔뜩 퍼 옵니다. 중력 막이 데려온 눈은 불에 가까워지자마자 녹아서 둥둥 뜬 물웅덩이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연화는 놀랍게도 프라이팬, 전자레인지, 냄비 하나 없이 공중에서 요리하고 있는 겁니다. 오로지 중력 타이머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불 위로 보글보글 끓는 물웅덩이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수프가 좋아요, 죽이 좋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해. (탁한 눈동자였다. 어제 씻는 방법 있다고 눈덩이 퍼 올 때 목도한 기가 막히는 광경이었다. 이번에도 기어코 권능 낭비의 정점을 찍다니. 잠깐 열린 문으로 들어온 추위는 황당함이 더 커서 느껴지지도 않았다. 공허하게 대답한다.) 수프는 금방 꺼져서 죽이 좋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래 봬도 연화 요리, 형한테만 해준 유일한 특권이에요. (물론 신성현이 말한 경험은 요리가 아니겠지만 황당한 상황보다 파트너 먹이는 게 훨씬 중요한 이연화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소고기죽, 옥수수와 참치 통조림, 레토르트 스파게티 등을 뜨거운 물 속에서 적절한 시간 끓입니다. 쓸데없이 정확한 움직임입니다.) 조미료가 없어서 맛있게는 못 해도 이만하면 삼킬 순 있겠네요. (마찬가지로 중력에 이끌린 테이블이 침대 앞까지 끌려옵니다. 데운 음식들은 테이블로 안착합니다.)
자요. (저 끓는 물에 소독한―창고에서 발견한―스푼 포크 쥐여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맛있긴 하더라. (적당히 먹는 자신이 이연화가 만들어 준 요리는 깨끗하게 비울 정도로 훌륭했다. 이리도 과한 정성이 문제인 것이다. 한 사람만을 향한 호의가 낯부끄러워 말없이 건넨 식기를 받아 든다. 조난당한 것치고는 호사였다.) 잘 먹을게, 진심으로 고마워. (음식의 뚜껑을 딴 후 제 옆자리 툭툭 두드린다. 같이 먹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것이 형의 피와 살을 이룰 걸 상상하니 무언가… 신성현은 이연화가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라, 힘 쓰지 않을 수 없거든요. (다정한 말투에 다분히 변태 같은 이유였습니다. 당신이 두드린 곳을 차지해 꼬옥 붙어선 크림수프를 떠먹습니다. 도련님인 이연화 기준으로는 원래 입에도 대지 않을 식품, 체력 보존이라고 꾸역꾸역 넘깁니다. 틈새 개수작.) 칭찬을 담은 키스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넌, 입이 문제다 입이. (귓가가 붉어진다. 의식하지 않은 음식이 갑자기 의식되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연화가 이상한 거고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상상 안 해. 틈새 수작 부리는 이연화를 흘기다가 한숨 쉰다. 운명의 시간을 어떻게 이기겠어. 스푼이 떨어지기를 노려 키스하자, 레토르트 수프 맛이 났다. 이걸로 버튼 눌릴까 봐 옥수수 통조림을 푹 떠서 입에 넣어주었다.) 천천히 씹어먹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멈추지 않는 입은 내 자존심―, (쪽. 식사하면서 벌린 입술 틈을 익숙한 체향이 파고듭니다. 잔소리를 예상했던 이연화는 한 박자 늦게 정신 차렸습니다. 온기가 떠나간 자리에 옥수수 알갱이들이 들어찼을 즈음에요. 항의도 급발진도 못 하고 우물대는 이연화의 시선이 뜨겁습니다. 기어코 내용물을 전부 삼켜 말합니다.) 나 지금 신성현 먹고 싶어졌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용히 해. 체력 모자라서 도중에 쓰러지면 버리고 갈 거다. (말하지 말고 먹으라며 한 스푼 더 넣어준다. 당신이 끓여준 죽은 흔한 비상식량 맛이지만, 기분 탓인지 색다른 맛이 났다. 조미료는 없어도 정성이란 감정을 듬뿍 담은 파트너 덕분이겠지. 통나무 의자마저 불태운 불 또한 꺼진 지 한참인데 따뜻했다.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돼요. 연화 안아서 공주님처럼 옮겨줘야죠. (노곤노곤 풀린 얼굴이 한눈에 보여 절로 즐거워합니다. 나도 그래요. 당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먹는 음식은 은근 나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당신이랑 함께해서. 이연화는 파트너 한 명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제라도 얌전히 착해지면 생각해 볼게. (옅게 웃는다. 그러면서 반대 손으로 이연화의 어깨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사방에 들이닥친 문제가 수두룩한데 한 명의 존재가 초조함을 지워내 주었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예감. 너와 내가 함께한다는 안정감. 위태로운 평화의 지속을 바랐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짧은 평화를 만끽합니다.
촉촉하고 녹녹한 음식들은 혀 위에서 그럭저럭 봐줄 만한 맛을 냅니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열심히 씹어 삼키노라면 흐릿해졌던 꿈이 재부상합니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바다와 등대. 꿈이라기에는 손에 잡힐 듯 생생했던 기억.
꿈속에서 본 등대와 스케치북에 맺힌 잔상 속 등대는 매우 유사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착한 아이가 되어 꼭꼭 씹어 삼킨 이연화의 기분이 한결 진정되니, 그 꿈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스케치북에 맺힌 잔상과 꿈속 광경. ‘이연화’와 ‘신성현’의 기억으로 추정되는 것. 수프가 바닥을 드러내자 슬 본인이 먼저 꺼내 듭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말한 꿈 말이에요. 거기 형도 있었어요. 나랑 위화감을 느끼다가 감정에 잠겨서 흐지부지된 기억이 나요. 그 감정이 너무나 깊고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라… 덩달아 불안해진 것 같아요. 형이 내 곁을 떠날까 봐.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답지 않게 분리불안이 심해졌다 했더니. 한낱 꿈일 뿐이야, 내가 널 왜 떠나. (당신이 진정하고 말해주길 기다렸다는 듯 차분히 들었다. 작은 위로를 담아 토닥거린다. 그리고 꺼내지 않은 사실을 담는다.) 기묘한 거 말해줄까. 네가 알아맞힌 신화생물 꿈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직전 꾼 꿈은 같은 꿈이었어. 외딴섬에 등대만 서 있는 꿈. 단둘이 등대 꼭대기로 올라가서 천장과 바닥의 지도를 보았고…. (도밍게즈와 지구의 지도가 틀림없다. 신성현은 말끝을 흐렸다.)
도밍게즈가 지구의 타이머를 훔쳤다고. 분명히 그렇게 쓰여 있었지. (그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선명한 문장을 읽는다.)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손가락뿐.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땐 감정이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았으니까요. 함부로 떨쳐내기 힘든 무게였어요. 이젠 떨쳐내서 상관없는데… 같은 꿈을요? (이러면 말이 달라집니다. 나와 위화감을 눈치챈 ‘신성현’은 혹시, 아마도 눈앞의 내 파트너는 아니었을까. 너와 내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경험한 건 아니었을까.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생겨나 큰 파도로 변화합니다. 방황하는 눈동자가 당신에게 고정됩니다. 스물여덟 송이 장미로 단장한 천장. 열네 장의 시든 꽃잎만 바스러진 바닥의 대칭.) 어떤 숫자의 규칙.
신의 손가락은 각 손에 14개뿐.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힙니다.
과거인지 헛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무의식의 파편입니다.
동시에 바람이 속살거립니다.
“그러니까, 네게 갈비뼈를 꺾어 준 순간부터 우리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거야.”
분명히 신성현의 목소리입니다. 눈앞의 입술은 조금도 벙긋거리지 않았건만.
그는 이 기묘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잠자코 당신을 바라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헛숨을 삼킵니다. 분명 당신은 조금도 벙긋거리지 않았건만 들려오는 목소리가 불길한 기적이었습니다. 예전에도 경험한 바 있었습니다. ‘신성현’과의 첫 만남에서, “잊지 마, ‘너희’가 해야 하는 건…….” “■■ ■■■ ■■ ■■.” 거기까지 떠올리자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닫습니다.) 제0구역. 나는 제0구역의 환상을 꿈꾼 적도 있어요. (당신과 비슷한 잠꼬대를 중얼거린 사람이 사라진 그날에.)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도밍게즈의 제0구역? (자세한 내막은 듣지 못했다. 당신이 다 알려준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본능적으로 파악했다. 다 비운 통과 식기를 정리하곤 당신 손을 잡아주었다.) 역시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야. 민가로 가서 얼른 자세한 내막을 알아봐야,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 충동 판정 : 난이도 ■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의 움직임이 멈춥니다. 의지와 무관하게, 따끔거리는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퍼졌습니다.)
(4+1)dx | 충동 판정 (5DX10) > 10[1,2,4,4,10]+2[2] > 12

캐릭터 인장

신성현

(2+2)dx | 충동 판정 (4DX10) > 7[3,3,5,7] > 7

따끔거리는 스파크가 튀기고 가까워진 간격에 강렬한 충동이 범람합니다.
모든 감각과 가분, 생각과 언어, 마음과 본능이 상대를 향합니다.
닿고 싶어.
아니, 먹고 싶어.
아니, 그것도 아니야.
하나가 되고 싶어…….
온전한 하나가 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다는 확신.
모래를, 섭리를,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
외우주의 것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며 탐스러웠구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간의 각인이 화끈 달아올라 비어있는 무언가가 차오른 감각과는 엇갈린 충동이었습니다. 닿고 싶어, 당신을 뼈 한 조각까지 남기지 않고 씹어 삼켜서 하나가 되고 싶어. 방금 식사한 흔적이 테이블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도 맹렬한 허기가 뱃속을 긁어댑니다. 이연화는 본래 충동에 약한 자였습니다. 거기다 나의 운명인 신성현이 더해지면 더더욱. 눈 깜빡하니 끊긴 이성은 저도 모르게 당신을 탐했습니다. 정확히 숫자 10, 각인이 새겨진 곳. 두 사람의 몸이 기우뚱 겹칩니다. 신성현 위에 올라타 깔아뭉갠 그가 본능적으로 속삭입니다.)
…배고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 화, (같은 속도로 호흡하는 것처럼, 우리는 같은 충동을 느낀다. 상대를 잡아먹고 하나가 되고자 하는 충동. 1초 전까지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사랑했던 상대가 생크림 케이크 위 딸기로 전락하는 과정은 결코 신성현이 바란 감각이 아니었다. 이 악물어 버틴 그가 당신 어깨를 쥔다. 눈 깜빡할 사이 깔아뭉갠 당신을 거칠게 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그러므로, 당신에게 입 맞춘다. 시간의 각인을 뜯어먹히는 것보단 회복이 빠른 살덩이를 내어주는 게 당신에게도 자신에게도 나은 선택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빡.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자각조차 없습니다. 그저 입술에 무언가 닿았고, 따뜻해서, 콰득. 비릿한 피 맛이 번집니다. 생명을 이루는 체액이 흘러 들어오자 충동은 극대화되어 당신의 피를 게걸스럽게 삼킵니다. 빠른 대처라 혀만 씹힌 거지, 아니었다면 날카로운 송곳니가 꿰뚫은 건 연약한 눈알이었겠지요. 흔한 키스도 아닌 씹어먹기 위한 포식은 내내 이어집니다. 잘근, 잘근. 온전한 하나를 위한 집착이었습니다. 하나가 되자. 온몸으로 보채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앓는 소리가 들렸다. 연약한 점막이, 살덩이가 찢기고 씹히는 고통은 참기 힘든 생경함이었다. 이연화의 다정한 키스를 몇 번이고 받아온 입장에선 특히나. 비릿한 피가 순식간에 입안을 채우다 당신에게 삼켜지길 반복하는데 얼얼한 혀로는 제대로 말할 수가 없어 움찔거리기만 한다. 허나 마찰하는 난폭한 살덩이도 시간의 각인을 품었다고. 휘몰아치는 눈보라, 뼈에 사무치는 추위, 얼어붙은 소리… 공포를 초래할 요소는 전부 머릿속에서 휘발된다. 강제로 편안해진 신성현은 온순한 먹잇감이 되어 위기감을 느꼈다. 쥐어짜 낸 마지막 손짓이, 당신 가슴께를 밀어낸다. 그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뜨거운 게 연신 목구멍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는데 충족되기는커녕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까지 일었습니다. 부족해, 고작 피 따위로는 만족할 수 없어. 이 살점을 뭉텅이로 씹어 삼키고 종극엔 상대를 이루는 살점, 피, 뼛조각도 전부 먹어버리자. 소화시켜서 흡수하는 거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그리 이어지는 사고는 문득… 눈덩이보다 보잘것없는 손짓으로 사그라듭니다. 파트너의 피를 마셔 체력과 이성이 돌아온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건 열띤 한숨을 내뱉고 떨어진 이연화의 눈이 당혹과 절망으로 물들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어린 ‘이연화’가 그랬듯이. 혀끝을 맴도는 지독한 피 맛은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나, 방금… 무슨 짓을. (덜덜 떨며 물러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콜록, 헉, 숨을 허락받은 신성현이 기침하고 헐떡인다. 흐려진 시야가 돌아오면 입가를 타고 흐르는 체액의 수습보다 파트너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창백해진 뺨이 따스한 손바닥에 녹아 진정할 수 있게끔. 놀란 이연화를 제 품으로 끌어당긴다. 덜덜 떠는 아이가 일부러 저지른 짓이 아니란 사실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지친 손길로 토닥이며 쓰다듬었다.) 설령 네가 진심으로 저질렀대도 난 기뻐했을 거야. 신성현은 이제 이연화를 사랑하는 운명이니까. (당신을 씹어 먹음으로써 가질 수 있다면 우린 진작 그러했겠지. 다른 차원의 두 사람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 (패닉으로 치닫는 혼란을 지친 토닥임이 잠재웠습니다. 빨라진 호흡, 잘게 떠는 몸, 쿵쿵대는 심장 소리도 가라앉고 이연화는 놀란 눈을 깜빡입니다. 서로에게 얽혀 누운 채 진정하고 있자니 두 사람의 고동이 똑같이 느려집니다. 백지였던 머릿속은 차츰 상황을 파악했고 당신의 말소리를 새겨듣습니다. 다 큰 척하지만 파트너 앞에선 죽을 때까지 어린아이란 점을 다시 한번 자각합니다. 미숙한 날 손잡아 이끄는 건 언제나 당신이었으므로. 잠긴 음성이 들립니다.) 그러다 진짜 잡아먹히면 어쩌려고 그래요. 내 욕심이 얼만지 알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얇은 천자락 너머로 울리는 고동 소리가 느려져 한결 안심했다. 잠기긴 했지만, 여린 목소리는 당신이 무사함을 알려주었다. 구태여 마주치지 않고 이연화의 귓가를,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그런 건 널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을 적에 이미 각오했어. 게다가 잡아먹는 건 처음 만나고 나서 꾸준히 했잖아. 어제도 했으면서. (부러 가벼이 장난치는 말이었다. 그의 걱정이 무엇인지 안다. 충동에 진 당신이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하는 거겠지.) 걱정하지 마. 네 파트너는 어린아이를 두고 사라질 만큼 약하지 않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앞으로 달콤한 고백은 예고하고 해주세요. 내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장난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했습니다. 내가 달래려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잖아요. 큰일 날 뻔했다는 위기감이 마음속 깊게 박혀서 괜히 눈물 날 것 같았습니다. 끌어안은 상태라 다행이에요. 저 담담한 선언에 제 표정은, 신성현이 봤다면 안절부절 걱정할 만치 유약한 표정으로 녹아내립니다. 당신을 품 안 가득 안습니다.) 오늘도 할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고백한 적 없어… 무엇보다 예고하는 고백은 모양이 웃기잖아. (음, 회복됐군. 축 늘어진 이연화는 반짝이는 파트너와 어울리지 않았다. 당신이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즐겁게 지냈으면 했다. 지치지도 않고 치대는 그가 곤란하다지만 속으로는 귀여워하고 있던 거지. 의심할 여지 없이 빠져들었다. 당신이라는 운명에게.) 그래, 그래. 여길 벗어난 뒤에 얼마든지 괴롭혀도 좋아. 우선 좀 쉬고 나서. 자장가 불러줄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게 고백이지 뭐예요. 형은 숨만 쉬어도 날 유혹하는 거예요. (황당무계한 발언을 꺼내고야 맙니다. 그치만 진짜인걸요. 만일 이연화가 당신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면 결혼식장을 잡고도 남았을 겁니다. 결혼이 뭐예요, 자극이 지나쳐서 기절했을지도 몰라요. 이번만큼은 말수 적은 신성현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자장가도 불러주고 쓰다듬어주고 키스도 해주고 잡아먹게도 해주세요. (회복했다고 그새 말 안 듣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달래줬다고 헛소리를 봐주겠단 소리는 아니었다만. (눈이 가늘어진다. 못 보겠지만. 떼어낼까 말까 하다가 이연화의 놀란 모습이 잊히질 않아, 결국 말 안 듣는 여우를 쓰다듬어주고 볼에 뽀뽀도 해주고 자장가도 불러준다.) 자도 돼. 눈보라 잠잠해질 즈음 깨워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번 건 진담이니까 발언 철회 없어요. (축 늘어진 여우는 꿋꿋했습니다. 고집 하난 알아줘야 해요. 신성현 품에 딱 붙어서 안겨 있으려니 노곤해지는 느낌이라, 미적미적 끄덕입니다. 당신이 물거품처럼 사라질까 봐 꼭 끌어안은 팔은 여전했습니다.) 나 버리고 가면 안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마음대로 해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되살아난 주둥아리는 이연화가 나아지는 신호란 생각. 혼내지도 않고 편히 쉬게 내버려 두었다. 이번만큼은 제 의지를 듬뿍 전해주며 마주 끌어안는다.) 이 세상의 끝까지 함께할 거다.

쿵, 쿵 규칙적으로 울리는 파트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놀란 마음을 진정합니다.
시간의 각인과 맞닿은 것이 아닌데도 휘몰아치는 눈보라, 뼈에 사무치는 추위, 얼어붙은 소리…… 공포를 초래할 요소는 전부 머릿속에서 휘발됩니다.
다시금 재난을 목전에 두고 열렬해지는 클라이맥스.
그래, 우리 운명은 나선형 모래시계를 맴돌고 있었던 거야.
그런즉 벗어나려거든 통째로 부수는 수밖에.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3 → 4
[ 신성현 ] 로이스 : 3 → 4

◆ #Scene 4. 억겁이 쌓인 종유석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5 → 84
[ 이연화 ] BN : 1 → 2
[ 신성현 ] 침식률 : 80 → 84

시간이 흐르거든 눈보라도 차차 잠잠해져 당신을 깨우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슬슬 출발해야 할 것 같아. 눈보라가 잠잠해졌어. (작은 목소리와 다정한 손길은 당신이 잠을 떨쳐내도록 도와주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으응. 언제 졸았는지 모를 만치 안온한 품이었습니다. 꿈뻑꿈뻑 잠기운을 떨쳐내고 품에 안은 신성현에게 한 번 부비적댄 후 일어섭니다. 차분해진 낯엔 여느 때와 같은 여유가 감돌았습니다.) 진정하고 나서 깨달은 건데 말이에요. (그의 시선이 잠잠해진 창밖을 향합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타이밍이 여러모로 절묘하지 않나요. (스케치북과 제13구역 꿈, 손이 맞닿자마자 찾아온 극심한 충동. 누군가의 예언이 아른거립니다. ‘이번엔 나를 만나면 안 돼.’ 당신은 이를 걱정한 것일까, 직감한 것일까. 두 손가락은 맞붙어선 안 되는 건너편이라고. 결국엔 상대를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이연화는 당신 손깍지를 꽉 붙잡습니다. 놓아주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겠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혼란스러운 이연화를 배려해 부러 꺼내지 않은 이야기였다. 신성현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여태 일어난 일들은 너무나 시기적절해 기묘한 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당신이 들은 ‘나’의 예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노라고. …다만 우리에겐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다. 상대를 잡아먹지 않기 위해 떨어진다? 서로 사랑하게 된 시간들이 그리움에 사무쳐 죽어가는 게 빠를까, 견디지 못하고 상대를 찾아가 파멸하는 게 빠를까. 자명한 답이었다. 당신과 맞잡은 손가락은 떨어지지 않는다.) 제13구역의 등대도 신이 진실을 안내한 장소였어. 어쩌면… 어딘가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도. (마침 하늘을 가로지른 민가의 뭉게구름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서웠습니다. 상대를 사랑하는 동시에 잡아먹고 싶어 몸부림치게 된다니. 까닥 잘못하면 피와 살점에 둘러싸여 홀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니. 그러니까, 서로에게 갈비뼈를 섞어 준 순간부터 우리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거야. 조소가 지어집니다. 그딴 게 운명이라면 부수는 수밖에. 이연화가 신성현과 함께하지 않는단 미래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신의 안내를 받아들입니다.) 이게 정말 신의 유도일지는 직접 가봐야 알겠죠. 난 상관없어요. 신마저 우리를 등지고 저 인류처럼 타이머를 갈라놓으려 들 때는 신살의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이미 한 번 외우주의 신을 살해한 몸. 두 번이라고 못 할까.)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거머쥐는 당신이 감히 신살의 각오를 행하는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사랑해 준다는 게 기뻤고. 맞잡은 손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족한 우리가 넘어야 할 운명은 거대하다는 게 슬펐다. 많은 말을 삼킨다. 어차피 이연화가 무얼 택한들 당신의 뒤를 지킨다는 신성현의 사명은 변하지 않았다.) 세계 모두의 적이 되지 않는 결말이 최고겠지. 벌써 마지막을 생각하지 마, 이연화. 최악의 수는 나중에 가서 고려해도 충분해. (누군가의 대사를 읊으며 나갈 준비한다.)
일단 사방을 둘러싼 추위가 해결되어야 하지 않겠나. (당신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럼요. 정작 내 머릿속의 가장 강한 욕망은 돌아가서 형 괴롭히고 싶다는 욕망인걸요. (‘신성현’과 신성현은 같은 존재이되 다른 사람입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당신이 그 사람을 닮고 그 사람과 겹쳐 보이는 날에는 거친 파문을 일으킵니다. 같은 악몽, 같은 행동, 같은 대사. 내 최초와 내 사랑을 혼동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있는 힘껏 끌어올립니다. 파트너를 따라가는 이연화가 애써 웃습니다.)
새하얀 설산을 탈출해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헛소리 봐주겠단 소리는 아니라고 했다. (흐린 미소였다. 자신이 무언가를 행하고 무언가를 말할 적 종종 이연화가 드러내는 파문은 불가해한 것이다. 어렴풋 근원지만 알고 정확한 원인은 모르는 것. 이것 또한 먼저 말해주길 기다릴 뿐이다. 아무 말 않은 신성현의 손이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당신과 가까이 붙는다.)
눈보라가 그쳤대도 심상치 않은 추위는 그대로야. 되도록 떨어지지 마.

파트너의 손을 잡아 바깥으로 나가면 여전히 살을 에는 한파가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물과 불에 씻고 말린 군복이 그나마 방한 역할을 해주어 당장 얼어 죽을 정도까진 아닙니다.
오두막에서 인가까지 가장 빠른 루트는 숲을 벗어난 후 과수원을 거치는 것입니다, 만……. 세상만사 어디 마음대로 되는 법이던가요. 막상 숲에 들어오니 우뚝 선 나무들이 시야를 떡하니 차지합니다.
이정표가 되어주었던 굴뚝 연기는 아니 뗀 것처럼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에게 꼭 달라붙어 추위를 피한 이연화 주위로 금빛 마안이 피어납니다.) 위로 올라가봤자 연기가 보이지 않는다면 소용없겠죠. (이어진 것은 마안의 금빛 공명.)
《편차파악》 Lv1 | 메이저 | 자동 | 씬(선택) | 시야 | 중력의 편차를 파악하여 주위 물체의 위치 및 그 이동 벡터를 지각하는 이펙트.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금빛 파동이 숲 넓게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끄덕인다.) 민가로 향할 예정이니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아.

다시 한번, 금빛 파동이 숲과 설산을 헤집어 당신에게 모든 정보를 가져다줍니다.
파동이 스쳐 지나간 자리는 레이더로 전방을 파악하듯 하나의 지도가 됩니다.
눈 소복이 쌓인 바닥, 눈송이가 부스스 흩날리는 나뭇가지, 사방을 빼곡하게 채운 숲과 인적 없는 고요.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사냥꾼들의 이정표 혹은 미처 지워지지 못한 사람들의 발자국.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곳곳에 사람들의 흔적이 있어요. 그걸 따라가다 보면 민가가 나올지도 몰라요. (파동이 가져와 준 지도를 훑은 이연화의 눈이 뜨입니다. 사냥꾼들의 이정표, 지워지지 못한 사람들의 발자국. 인간의 흔적이 자리매김한 곳으로 신성현을 이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은 아니겠지? 제6구역 같은 곳.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길은 푸른 중력으로 없애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 당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서 애먼 걱정을 내뱉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보라가 심했어서 남아 있는 발자국들은 비교적 최근 생긴 발자국들일 거예요. 잘못된 방향일 경우… 어쩔 수 없죠. (대책 없는 대답이 흘러나옵니다.)
큰 중력 폭발을 터뜨려서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도록 만들기.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기각한다. 그 말이 맞길 바라자고. 제5구역의 자연을 훼손하는 방법은 되도록 쓰고 싶지 않아. (대책 없는 대답에서 위기감을 느꼈는지 틈틈이 DOT와 연결하는 무전기를 켜 본다. 소용은 없었다.) 내 감도 감이지만, 네 감 또한 제법 잘 맞는 편이잖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왜요, 난 좋은 방법 같은데. 불필요한 체력 소비도 줄이고 미끼들도 불러오고. (구조자를 미끼라 부르는 것부터 글러 먹었습니다. 살면서 연락과 퇴로가 막힌 채 조난당하는 건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당신보다 위기감이 덜합니다. 무지하기에 역으로 편안한 도련님입니다.) 더군다나 내 옆엔 듬직하고 훌륭한 파트너가 있잖아요. (근거없는 믿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시 두통이 일었다. 이 대책 없고 해맑고 위기감 없는 도련님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나 걱정이 몰려왔다. 그렇겠지. 어젯밤은 난롯불 덕분에 꽤 따뜻하게 보낸 데다가 지금도 군복이 있어서 덜 추우니까 심각성을 덜 느끼겠지. 두려움에 잡아먹히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 반, 막막한 반. 잔소리 대신 도련님의 머리카락이나 쓰다듬어 주었다.) 차라리 돌발행동 하지 말고 내 옆에 붙어있어. 든든한 파트너가 지켜줄게. (그냥 이연화를 붙들어 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알았어요 형. (어여쁘고 조신한 처가 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방향을 정하고 부쩍 걷다 보면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흑, 흑흑…….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돌발행동 하지 말라고 한 지 몇 분도 안 지나서 우뚝 멈춥니다.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 돌립니다.) 방금 들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들었어, 이상한 울음소리. (갑자기 뛰쳐나가거나 폭발 일으키는 돌발행동은 아니지 않은가. 너그럽게 넘어가고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파악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적이면 터뜨릴 폭발 준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좀. (가만히 있으라며 이연화 어깨 끌어안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장난이에요. (조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파트너가 폭발범이 되어가고 있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면 깃털이 온통 푸르른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습니다.
파랑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울리지 않는 소리로 또 울어댑니다.
흑흑, 흑, 흑흑흑…….
새 소리라기엔 불길할 정도로 선명한 발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음. (할 말이 많았습니다. 복잡미묘한 표정. 약간의 경계를 담아 마안을 일으킵니다.) 새가 있는 건 그렇다 치지만, 보통 새들이 저런 식으로 울던가요. 내 기억엔 파란 새 모양을 하고 기괴하게 우는 신화생물은 보지 못했는데.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화생물일 것 같지는 않아. 이 근방 게이트는 우리가 닫은 지 얼마 안 됐고 거기선 노프케가 나왔으니까. 또… 이 시기에 새가 날아다니는 건 이상하지. (진즉 겨울잠에 들건 따뜻한 남녘으로 날아가야 했을 텐데.)

파랑새는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가뿐한 날갯짓으로 겨울나무 사이로 사라집니다.
마치 우리더러 따라오라는 듯 느슨한 날개짓으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말을 들어보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중력으로 감싸서 포획하고 살펴봐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나풀나풀 날아가는 파란 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내가 헛것을 보나. 저게 우리더러 따라오라는 것 같다면 드디어 미친 거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비슷하게 느끼는 나도 드디어 미친 걸지도. 솔직히 우는 소리가 이상해서 그다지 따라가고 싶지 않다만, 이상 현상을 가만히 둘 수도 없군. (당신의 의견을 묻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나 혼자 느끼는 것은 불안감을 유발했으나 둘이 함께 느끼는 이상 현상은 연대의 강화로 이어집니다. 잡은 손 더 꽈악 잡습니다.) 난 따라가 볼래요. 어제 즈음 시작된 ‘신의 안배’, 그것의 연장선은 아닐까요. (이 생각이 이연화에게 묘한 용기를 주었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무언갈 전하고 싶어 한다고. 제13구역의 등대처럼.)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의 안배. (이연화의 말을 중얼거렸다. 맞는 말이야. 결코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생물은 괴물의 아가리로 인도하는 유인책보단 신의 길잡이에 가까웠다. 행복과 행운의 새. 신성현은 기꺼이 파트너와 맞잡은 손을 이끈다.) 알았어. 좋지 않은 징조가 느껴지면 그때 발 빼도 되니까 따라가 보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의 도움이 필요해서 울고 있다는 동화적인 가설도 있고요. (파랑새는 행복과 행운의 새. 신성현 행성의 어느 동화를 연상시키는 저 새가 정말 행운일지 불행일지, 날갯짓하는 새를 따라 조심히 걸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동화 같은 가설이네. 나쁘지 않아. (신의 전령일 바에야 한겨울 낮의 꿈이 더 나을 것이다. 그의 생각처럼 제13구역에서 본 진실은 참담했으므로.)

두 사람은 파랑새를 따라가기로 합니다.
들어갈수록 나무의 간격이 빽빽해집니다. 피하며 걷는 게 꼭 구불구불한 미로를 헤매는 느낌입니다.
파랑새는 휙 떠날 듯 굴면서도 쉬 떠나지 않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합니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평행선을 그리는 활로는 작정하고 안내하는 인위적 곡선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설마 DOT가 훈련시킨 새는 아니겠지? (잠자코 추격하는 신성현이 중얼거린다. 파란 것이야 응당 기적의 상징이었으니 그럴싸한 추론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늘 위를 올려다보는 이연화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럴 수도 있겠어요. 조난한 우리를 눈치채고 보낸 전령이라던가. 그럼 현실적인 측면에서 꽤 괜찮은 상황 아닌가요, 저걸 따라가면 구조를 기다리는 DOT가 있다는 소리잖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긴 하지만. 울음소리 하며 인위적인 안내까지 납득 가능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생물이군. (적절히 타협한 DOT와 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이었다. 푸른 눈동자가 흐려진다.) 어쩐지 우리를 부르는 기분이라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란 것은 기적의 상징…. (금빛이 푸른 빛을 향합니다. 파랑새 말고, 새파란 파도를 머금은 당신의 눈동자. 무심코 떠오르는 불안은 푸른 새에게 공명을 느끼는 푸른 파트너가 걱정되어 떠오른 감정이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느낌인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잡은 손으로 걱정과 불안이 느껴진다. 사랑하는 파트너의 감정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면면에 서린 의심을 거두고 살풋 웃는다.) 걱정하게 만들었나. 이상한 쪽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저… 저걸 따라가도 불쑥 튀어나오는 게이트 따윈 없겠다는 직감?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짝이야. (유난이래도 달게 받아들일 겁니다. 신성현을 향한 이연화의 사랑은 그토록 깊고 무거운 것이라. 미약한 햇빛 같은 웃음에 녹아내리는, 겨울을 닮은 사랑. 바짝 세운 가시를 내려두고 당신에게 기댑니다.) 다른 이상한 거 느껴지면 바로 말해줘야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파트너가 바란다면 언제든지. 되도록 걱정시키지 않을게. (한참이나 어리고 심약한 파트너는 조금만 건드려도 놀라 달라붙으니까. 제게 기댄 당신에게 조용히 넓은 겉옷을 둘러주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손끝이 차가워지고 새하얀 입김도 매서운 추위를 몰아내지 못할 시간이 지났을 때.
두 사람은 숲속에 숨겨져 있던 동굴을 발견합니다.
한껏 벌린 신화생물의 아가리처럼 새카맣게 벌어진 입구. 파랑새는 딱 그 위에 앉아서 깃털을 고르고 있습니다.
우주가 몰고 온 풍랑이 나뭇잎을 마구 흔들자 괴물이 입맛을 다시는 효과음처럼 들립니다.
딱 한 번 눈을 깜박거리면 파랑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대신 파란 깃털이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짜 안내해 줬네. (뭐라 할 새도 없었습니다. 파랑새는 눈 깜빡하니 사라지고 어디에서도 보고받지 못했던 동굴이 두 사람을 반겼습니다. 미지를 발견한 약간의 머뭇거림. 동굴 입구로 조심조심 다가갑니다.) DOT가 애먼 동굴에 우릴 안내할 사람들은 아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랑새가 사라진 자리를 한참 바라본 신성현이 당신 곁에 선다. 새카맣게 벌어진 입구가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모아 놓은 듯했다.)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겠어. (이연화가 말한 가능성. 신의 안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마침 찾아온 우릴 고립시켜서 제13구역 등대를 자각하게 만들고, 같은 꿈도 보여준 마당에 뭘 더 알리려는 걸까요. (모른 척하려야 모른 척해줄 풍경이 아닙니다. 한낱 인간은 흉내 낼 수 없는 현상. 아마 민가와 많이 멀어졌을 거예요. 돌아갈 수도 기다릴 수도 없으니 나아가야 합니다. 심호흡합니다.) 들어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5구역에 게이트가 생기는 건 처음이 아닐 텐데 왜 하필 지금 우릴 부르는 걸까. (둘 다 의문만 가득했다. 한낱 인간은 해결할 수 없는 질문. 우리를 갈라둔 순백색 화이트아웃이 닥쳐와도 다시는 떨어질 수 없게끔 손가락도 엮었겠다, 파트너가 있는 신성현은 무서울 게 없었다. 망설임 없이 따라간다.) 그래.

파랑새는 희망 대신 석회동굴에 우리를 데려다 놓습니다.
시간이 깎아낸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바닥엔 옅은 물기가 찰박거립니다.
억겁을 머금은 물방울들은 낙하 직전의 순간을 박제하고 있습니다.
천장이 무너졌는지 심부로 들어갈수록 도리어 시야가 환해집니다.
표면에 낀 살얼음이 정오의 햇살을 머금지 못하고 온갖 방향으로 산란합니다. 빛이 방울진 종유석은 거꾸로 늘어뜨린 손가락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홀린 듯 걸음을 옮겨 끝에 다다르면. 높고 긴 종유석이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희고 고운 모래, 쨍쨍한 태양과 그 아래에 선 신의 첫 번째 손가락을 떠올립니다. 높고 긴 종유석이 마치 구역들의 신의 손가락 같아서. 저도 모르게 종유석을 쓸어내립니다.)

하나의 돌이 세월의 정에 맞아 깎여나간 건축물.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꼭대기에서 한 점으로 모이는, 기다란 피라미드꼴입니다.
눈높이를 한참 벗어난 규모는 기둥이라 불러야 마땅할 정도입니다.
태양이 쨍쨍합니다. 빛은 종유석의 표면을 따라 흘러 얄팍한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웁니다.
⚜ 충동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5구역의 손가락은 녹지 않는 얼음벽이었어요. 그러니 이게 손가락일 리는 없을 터인데. 왜…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기다란 피라미드꼴, 분명 어디에선가.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4+2)dx | 충동 판정 (6DX10) > 9[2,4,6,7,8,9]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구에 있는 시계탑들을 닮지도 않았건만, 비슷하게 손가락의 느낌이 나. 본 적도 비슷한 것도 없는 종유석인데. (피라미드꼴, 그것이 참으로 익숙했다. 어디에선가 마주친 건축물인 양.)
(2+2)dx | 충동 판정 (4DX10) > 9[1,7,8,9] > 9

사막의 아지랑이, 온통 새하얀 모래, 풍화된 군번줄, 나뒹구는 타이머의 유골.
쨍쨍한 태양이 내리쬐면 시곗바늘을 닮은 긴 그림자가 지던 제단.
모든 것의 중심축이던 제0구역의 오벨리스크.
흰 바닥, 검은 그림자, 그리고 숫자. 알지 못하는 풍경이 ‘또’ 기억에 물듭니다.
가본 적도, 목격한 적도 없건만 제0구역이 분명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것도… 본 적이 있어. 그렇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숨이 멎습니다. 나만 본 게 아닙니다. 신성현도, ‘신성현’과 ‘이연화’도 마주한 건축물을 닮았습니다. 사막의 아지랑이, 온통 새하얀 모래, 풍화된 군번줄, 나뒹구는 타이머의 유골, 쨍쨍한 태양 아래 우뚝 솟은 오벨리스크. 그날 꿈꾼 사막의 풍경은 틀리지 않았어요. 이연화의 호흡이 빨라집니다.) 경험하지 않은 경험이에요. 기억되지 못한 기억이고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것이 미래라면 다가오지 않은 미래겠어. (지금만큼은 이연화를 달랠 정신이 없었다. 신성현은 숨이 멎는 감각, 가쁜 호흡으로 오벨리스크를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들어찬 낯선 파도가 버거워서.)

우리는 겪은 적 없는 경험을 나눠 갖습니다.
방언처럼, 자기도 모르는 새 봉헌의 명문을 소리 내어 읽고 있던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즉 너희는 본분을 다하라. 자리를 지키라.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확히 14년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과정은 사람을 예민케 합니다.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기분.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위험을 감지한 생존본능이 날뛰어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13구역도, 제0구역도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곳이잖아. 나는 가본 적 없어. 딱히 거기 뭐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고. (신성현은 혼란한지 빠르게 의문을 읊어댄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 입술을 더듬습니다. 자각하지 못한 중얼거림이 뇌리에 박혀버립니다. 반대편 손가락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우리의 만남은 기실 멸망이나 다름없다고. 푸른 장미 아치…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 푸른 장미 향이 두려웠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연화’와 ‘신성현’의 기억이 섞이고 있는 거예요. 잘못된 공간에서 스며든 거 기억하죠. (종유석을 쓰다듬습니다. 기억 속 탑의 글자가 새겨진 곳.)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이 전해주고자 한 것이… 둘의 기억이라는 뜻인가? (명쾌한 답이 없는 의문. 한낱 인간은 정의할 수 없을 질문. 아는 게 늘어날수록 혼란만 가증되는 느낌이었다. 밀려 들어오는 정보가 복잡하여 질끈 눈 감는다.)

당신이 탑의 글자가 새겨져 있던 곳을 어림잡아 어루만지다 보면,
쨍하고 깨져 나와 한낱 돌 아닌 보석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수정이 당신 발치에 떨어집니다.
깨진 모양새가 우연히도 사파이어 펜듈럼과 닮아서…… 새삼, 일련의 과정이 익숙하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여기도 내가 소개해 줬잖아, 안 그래? 이연화.
이제 보니 키만 큰 게 아니라 성격도 많이 과격해졌구나.
4월 20일, 도밍게즈의 축제 마지막 날.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세계가… 멸망했다.
아니, 이건 끝난 게 아니야. 아자토스….
아자토스는 돌아와!

그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셀로판지를 겹쳐 더 깊고 진한 색을 찾아내는 것처럼…….
어쩌면 이 모든 건 당신의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내 모든 기억. 타행성에 불시착한 신성현이 기억을 차츰 되찾듯 우리도 ‘본래’의 기억을 되찾고 있다는 것. 무슨 정신으로 빛나는 수정을 주웠을까요. 손안에 들어온 종유석 수정은 사파이어 펜듈럼처럼 찬란하게 빛나서 최초의 당신을 상기시킵니다. 왜? 왜 이제야? 당신이 사라지고 새 파트너가 단단히 결합되었을 때 어찌하여 당신은… 홀린 듯 마주 본 신성현에게서 ‘신성현’을 겹쳐 봅니다.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본능과 운명의 파트너를 확인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서서히 돌아 본 이연화를 마주하는 것은 신성현이었다. ‘신성현’도, 이연화에게서 ‘이연화’를 겹쳐 보는 신성현도 아닌 그 자체. 둘은 같은 존재이되 같은 사람일 수 없다. 그리하여 그깟 기억으로는 자신의 본질을 바꾸어버릴 수 없었다. 수정의 빛이 반사되어 어른거리는 당신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눈빛이다.)

4년 전, 신성현은 도밍게즈에 불시착했습니다.
자신을 도밍게즈의 타이머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군복, 기억, 존재. 무엇 하나 제대로 일치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 취급 주의! 일급기밀

가설② 신성현의 도밍게즈는 과거 혹은 미래의 도밍게즈로 추정된다. 복식 수준을 보면 과거일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에 멸망한 경우 현재가 존재할 수 없으니 미래일 가능성도 있다. 이 가설은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그래서 과거 혹은 미래의 도밍게즈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 취급 주의! 일급기밀

가설③ 신성현이 살던 도밍게즈는 평행우주, 혹은 우주 너머의 또 다른 도밍게즈로 추정된다. 게이트 너머가 우주 건너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블루 아버가 열린 후에는 지구의 신성현 혹은 또 다른 우주의 신성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눈앞에 선 당신이 그의 과거인지 미래인지 혹은 완전한 타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답은 달리 외부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니라, 평행선이나 은하수 너머가 아니라…….
우리가 잊어버려 잃어버린 파편일지도 모른다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간단명료한 깨달음입니다. 만일 ‘이연화’가 이연화이고 ‘신성현’이 신성현이었다면. 받아들이지 않으려 발버둥 친 존재의 기억이 나 그 자체였다면. 잃어버린 이상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같은 ‘존재’에서 비롯된 파편이었다면… 나직한 숨소리. 같은 박자로 깜빡이는 눈꺼풀. 훌쩍 다가와 당신 앞에 선 이연화는 제 파트너를 바라봅니다. 숫자 10이 새겨져 있는 푸른빛을.)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였던 거야. (나이면서 내가 아닌 그들의 존재를 어찌 인간의 언어로 결론지을 수 있겠는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이되 신성현이지 않은 자가 얽혀드는 금빛 시선을 마주했다.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고리를 인간의 언어로 결론지을 방법은 없다는 말. 같은 박자로, 같은 속도로 깜빡이는 눈꺼풀과 심장 고동 소리가 어떤 숫자의 규칙을 만들어 낸다. 당신에게 공명한 시간은 나직한 소리로 중얼거린다.) 우리 운명은 나선형 모래시계를 맴돌고 있었던 거고.

―――――♬
가사 없는 노래가 뇌리를 파고들며 생각을 방해합니다.
느릿하면서도 쨍하게 울리는 소리. 잘못 든 자개바람이 종유석을 때려 만든 공명입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일어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립니다.
일부러 음계를 짚지 않더라도 익숙한 멜로디입니다. 반사적으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가사가 있었는데. 노랫말이 어땠더라. 차근차근 돌이켜 보면 결국, 음질이 나쁜 스피커가 불러주던 노래에 도달합니다.
「 Ground Control to Major Tom.
관제실에서 톰 소령에게 알립니다.
You’ve really made the grade.
당신은 이미 정해진 궤도에 올랐습니다.
Can you hear me, Major Tom?
들립니까, 톰 소령? 」
지구에서 들었던 마지막 노래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또다시, 그 감각입니다. 시간이 멎는 감각. 온 세계가 저를 일깨우고 재촉하는 감각. 중력을 다스리는 타이머들이 정해진 궤도, 동일한 선상에 올라서 같은 길을 걷는 광경이란 얼마나 잔혹한 운명이던가요. 너와 내가 만나고, 불가피한 사랑에 빠지고, 그런즉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기어코 두 번의 만남과 두 번의 이별을 반복하란 뜻인지. 받아들이지 못해 운명을 부수란 소린지. 그렇다면 어찌 부수어야 하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린 이연화가 당신 손을 잡습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는데. (쾅. 금빛 마안이 불온한 공명을 방해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불완전한 기억이 어지럽게 떠올라 말을 떼는 것은 한참이 지나고서야 간신히 가능했다. 아까와 다르지 않았다. 인간의 힘으로 정해진 궤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신이 강제한 운명을 거부할 수 있을까? 운명이란 고리를 어찌 부수어야 하는지. 아득하고 막다른 길에 당신 손만 그러쥔다. 음질 나쁜 스피커가 끊겨 바람도 공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괜찮지 않아도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금빛 마안이 종유석을 부수고 불온한 공명을 끊어냅니다.
그 여파로 동굴이 한 차례 떨다가 자잘한 돌덩이들을 떨어뜨립니다.
따각.
돌이 구르는 소리에 찬물을 맞은 것처럼 화들짝 정신을 차립니다.
종유석 아래에 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뜬 채 당신과 신성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환상에서 깨어난 정신은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들었고, 기억에 매몰된 이연화는 그들을 한 박자 늦게 눈치챕니다. 낭패였습니다. 신성현의 시야를 가려 나섭니다.) 일반인들이 어찌 여기에.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등 뒤로 물러선 신성현의 손이 움찔 떨리는 게 느껴진다. 환상에서 깨어나 사람들을 마주한 그가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을 직시한다. 도망쳐서 사람들을 피하고, 이곳까지 내몰린 인류의 숙적을.)

 

시민 1

어, 어어. 타이머다!

 

시민 2

뭐? 타이머가 왜 여기 있어?!

 

시민 3

타이머가 있다고요?

두 사람은 꽁꽁 싸맨 제6구역의 마을 사람들과 조우합니다.
부정할 여지 없는 군복, 종유석을 부수느라 생성된 마안, 타이머라는 말에 분위기가 얼어 붙습니다.

 

시민 1

조난 당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더니, 타이머였단 말이야?

 

시민 2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아마도 산지기의 오두막에서 인기척을 발견하고 민간 조사대가 파견됐던 모양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밍 한 번 최악입니다. 온화한 낯을 유지하고 있으나 속은 당장 빠져나가 신성현과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금빛 마안을 꺼뜨린 채 사근사근 말 걸어봅니다.) 민가까지만 데려다주시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보상도 섭섭지 않게 해드릴 수 있답니다. (속물적인 인간이 이런 면에서는 나은데.)

어딜 가나 속물적인 인간은 존재하는 법.
보상 제안에 잠시 멈칫한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갑론을박하기 시작합니다.

 

시민 3

그래도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눈보라가 심해요. 민가까지라면….

 

시민 2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해! 함부로 마을에 들였다가 거, 거 게이트라도 터지면 어쩌려고! (겁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꽥꽥 고함을 치며 강력하게 반발합니다.)

 

장사꾼

아, 거 과수원 아저씨는 왜 자꾸 소리를 질러요? 그러다 곰 깨도 난 책임 못 집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사람이 마을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내밉니다.
유들유들한 목소리, 능청스러운 말투. 4년 전 만났던 바로 그 장사꾼입니다.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채 삭히지 못하고 흰 등을 날리던.
그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확실한 것은 눈앞의 청년이 천적을 만난 소동물처럼 바짝 얼어버렸다는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이군요. (한쪽은 파고들 여지가 있어 보여도 다른 쪽이 문제네요. 어찌 구슬릴까 고민하던 차에 익숙한 얼굴이 이연화를 놀라게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연화는 인간 불신입니다. 신성현이 예외인 거지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더욱 경계적으로 신성현을 감쌉니다.) 불쌍한 조난자들은 아무 속셈 없답니다. (두 손 듭니다. 항복 같지만, 여차하면 저들을 제압하고 나가버릴 준비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당신을 만류한다. 소란이 있긴 해도 그렇게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이연화의 성격이야 자신이 잘 알고 있었으니 이해하면서 적절한 선을 만들었다. 민간인은 건들지 말 것. 진정하라고 맞잡은 손에 깍지 낀다. 포기한 자의 타협이었다.) 들이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근처 좌표만 알 수 있게 해주면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불만을 삼킵니다. 신성현을 향한 불만이 아니라 저들을 향한 불만입니다. 누구보다 타이머의 역할에 충실했던 신성현에게 돌변한 사람들이 우스워서. 파트너를 봐서라도 한층 누그러집니다.) 들으셨죠? (당신만 삐딱한 상태를 알아챌 어조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삐딱한 건 미뤄두고 착하게 말 들어주는 이연화에게 속삭인다. 저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고마워’였다. 민간인과의 충돌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한순간 돌변한 사람들이지만, 민간인은 민간인이었다.)

두 타이머와 마을 사람들이 대치하여 불편한 정적을 만들어 내던 찰나.
얼어붙은 상황을 녹일 새도 없이 지축이 흔들리고 종유석들이 불안하게 달그락거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마른 눈 냄새가 쏟아지는 것과 동시에 무너진 천장 너머로 눈사태가 밀려오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사태예요. 어서 피해야 해요. (이래서 얼른 도망치려고 했던 것인데. 신성현을 낚아채 한발 물러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잠하더니 폭풍 전의 고요였군. (그러면서도 신성현의 시선은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천재지변은 억겁의 세월이 조각한 종유석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도 개의치 않고 쓸어버릴 작정입니다.
요 며칠 노프케의 등장으로 눈보라가 거셌던 여파입니다.
사상 최악의 눈사태를 앞두고 마을 사람들은 혼비백산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그들을 구할 수도, 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능을 사용한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시민 1

사, 살려 주시오!

 

시민 2

어떻게 좀 해주세요! 타이머잖습니까!

이 사람들에게 마땅히 그럴 가치가 있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으므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를 악뭅니다. 까짓거 권능을 이용하면 중력의 타이머에겐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이연화가 그러지 않으려던 건 저들에게 그럴 가치가 없어서였고, 그럼에도 이 악물고 마안을 펼친 건 제 옆의 파트너가 저들을 떨쳐내지 못해서였습니다. 신성현은 이연화의 양심이었습니다. 세상을 등진 타이머는 같은 운명만이 유지하고 붙들어 둘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도움 안 되는 사람들은 욕으로 나무란 후 중력의 결계를 펼칩니다.) 알았으니까. (이리 와.)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에겐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득했다. 제 성격에 맞지 않는 구원을 지속하는 것, 나서주는 것 전부 저를 위한 일임을 어찌 모를까. 우리는 정반대의 운명이었다. 인류에게 마음 준 신성현, 인류와 등진 이연화. 말했잖나. 서로 한 발짝 양보해서 비로소 위태로운 사랑이 완성된 것이라고. 이번에도 물러나 준 당신을 기꺼이 붙든다.) 나중에 사과할게. (금빛 결계에 푸른 막이 덧씌워진다.)

당신의 마음이 어떻건 눈사태는 동굴을 덮칩니다.
그리고 닥친 재난을 목격하기도 전에,
쾅!
발아래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세월 중 어느날처럼.
《씬 종료》
◆ #Scene 5. 정방형 오벨리스크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4 → 94
[ 신성현 ] 침식률 : 84 → 93

크레바스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통째로 잡아먹었습니다.
어쩐지 괴물의 아가리가 찢어진 꼴 같더라니. 이리되리란 예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서…… 익숙한 패턴이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지하의 흙냄새, 먼지 냄새, 곰팡내 같은 것으로 케케묵은 공기가 호흡기를 뜨겁게 거머쥡니다.
숨을 쉬기가 퍽 괴롭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추락이 끝납니다.
⚜ 육체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라면 부드럽게 다뤄달라고요. 익숙한 패턴에 반가움과 적대감이 들었습니다. 문득 느낍니다. 이곳은 제 힘이 나오지 않는 곳이라고. 끝내 욕설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릅니다.) 젠장,
(1+2)dx 육체 판정 (3DX10) > 10[3,8,10]+5[5] > 15

당신은 조금 비틀거렸지만, 안전하게 두 발로 섰습니다. 비로소 바닥에 닿은 것입니다.
꽤 오래 떨어진 것치고는 어디도 아프지 않았고 어느 곳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신발 밑창을 감싸 안는 감각이 부드러웠거든요.
익숙한 타이머들에겐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한데 이번에는 당신을 바로잡아 세워주는 손길이 느껴지지 않네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신발 밑창을 감싸는 부드러운 감촉.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광경. 이곳은 이연화의 꿈에서 보았고 ‘이연화’가 떨어진 제0구역 사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를 잡아주는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 잡은 손을 끌어당깁니다.)

허공을 잡아당긴 손은 하나입니다.
당신과 꼭 붙들고 있었던 다른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이건 기억에 없었습니다. 처음 겪는 일, 있어선 안 되는 일입니다. 스스로 중심을 잡곤 신성현을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이연화는 하나뿐인 파트너 없이 버틸 수 없습니다.)

당신 주위로 끝없는 백야와 희디흰 소금사막이 펼쳐집니다.
물 한 방울, 풀 한 포기 없다는 미지의 장소. 제0구역, 빛이 스며든 사막 바로 앞에 ‘높고 긴 기둥’이 서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기둥 근처에 신성현이 널브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인영을 보자마자 급히 뛰어갑니다. 형, 신성현, 중얼거리고 당신 숨소리부터 확인합니다. 괜찮은 건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만일 신성현이 잘못되었다면 나는… 그의 죽음을 경험한 이연화에게 극심한 공포가 찾아옵니다.)

다행히 숨 쉬고는 있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는지 숨소리가 희미합니다.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은 시체보다 창백할 지경입니다.
당신이 불러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못된 건 아니란 확신에 막힌 숨을 토해냅니다. 어디 부딪쳤을지도 몰라. 함부로 건들면 더 잘못될까 봐 이도 저도 못하고 조심히 뜨거운 태양 빛이나 가려주었습니다. 창백한 뺨 문질,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합니다.) 일어나 봐요, 왜 이런 꼴이에요… 아픈 거 아니죠? 형….

평소에는 당신의 작은 뒤척임에 귀신같이 반응하는 파트너였는데 죽은 듯 잠잠합니다.
기절하거나 잠든 것이 아니라 가사 상태에 접어든 걸로 보이기도 하네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살아있음은 확실한데 깨어나질 않으니 일순 가라앉았던 마음이 요동칩니다. 홱 고개 든 이연화가 높고 긴 기둥을 바라봅니다. 같은 방법, 같은 장소, 같은 착지. 원인은 하나뿐입니다.) 우리를 여기로 부른 건 당신이잖아요. 신성현을 이리 만든 이유가 뭐야.

하나의 돌을 정으로 때려 깎아낸 건축물이 화답하듯 당신을 내려다 봅니다.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꼭대기에서 한 점으로 모이는, 기다란 피라미드꼴입니다.
입구도, 창문도 없고 벽면을 따라 세밀하게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황금에 몸체에 빛처럼 흰 글씨. 엇비슷하게 밝은 배색인데도 한 자 한 자 적확히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시작과 끝이오, 알파와 오메가이며 우림과 둠밈이라.〉
신의 첫 번째 손가락.
반사적으로 이 오벨리스크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아까부터 당신을 뒤쫓던 기시감이 증거합니다. 분명히 와본 적이 있다고.
무엇을 했는지, 어째서 잊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술을 즈려뭅니다. 움직여야 함은 자명해요. 저것에 다가가고 해결책을 찾아 신이 전할 말들이 ‘보일’ 수 있도록. 나타나지 않은 아지랑이가 일렁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깨어나지 않는 신성현을 데리고 움직일 순 없어서 애꿎은 중력만 일으키려 안간힘 씁니다. 나와. 나오라고. 대답해!)

어떤 방법을 써도 한 몸 같았던 능력은 통 발현되지 않습니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몸속에 있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니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원래 옆에서 대답해 줄 사람이 있어야 했어요. 다정한 파트너가 내 손잡고 체력을 아껴두라며 달래줘야 했다고요. 답 없는 탑과 눈싸움한 이연화는 결심합니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뭔진 모르겠지만, 파트너를 돌려주기 전엔 파업하노라고. 아쉬운 쪽은 저쪽입니다. 철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일어나요, 형.

삐진 여우처럼 신성현 곁에 앉아 신을 향해 시위하자니…… 오벨리스크 너머에서 세모난 귀가 톡 튀어나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 깜빡. 형 일어나라니까 뭔가 튀어나왔는데요. 저게 신인가? 험악한 얼굴로 위협합니다.) 협박하니까 드디어 나온 건가요?

이윽고 전부 빠져나와 당신을 마주 바라보는 것의 정체는 날카로운 눈과 동그란 코를 가진 사막여우입니다.
제0구역에는 물 한 방울, 풀 한 포기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누가 봐도…. (신 같았습니다. 여우가 여우를 노려보고 여우끼리 마주하자 무언가의 위기감을 느낍니다. 이것도 익숙한 기시감이 불러온 행동이었습니다. 형 꼬옥.) 신성현은 내 거예요.

여우는 어이없어하는 코웃음을 치곤 당신에게 다가와 낯선 인간들을 관찰합니다.
겁이 없는지 혹은 도발인지. 늘어진 신성현의 손끝에 코를 촉 갖다 댑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살거립니다.

 

사막여우

〈또 올 줄을 너와 내가 이미 알았노라. 안심하라.〉

한 마디 인사를 건넨 사막여우가 무너진 모래성처럼 스르르 흩어집니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바라본 방향엔 높고 긴 기둥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뭘 하는, (내 거 건드렸다고 성낼 틈도 없었습니다.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 아니, 목소리인가? 명확하지 않은 언어는 탑의 글자처럼 신묘하게 떠다닙니다. 여전히 경계가 남아있으나. 안심하란 그 말, 제 항의에 대답한 듯한 현상. 신성현에게 미련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보내곤 쪽 이마 키스합니다.) …금방 깨워줄게요. (하나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신성현을 기절시키면서까지 불러온 신이 내게 바라는 게 있다는 것. 자리에서 일어서고 사막여우가 바라본 탑으로 향합니다.)

신성현에게 작별 아닌 작별을 하고 떨어져 탑 주위를 살펴봅니다.
온통 모래뿐이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겠죠. 항의하는 당신을 달랜 걸 보니 신도 무언가를 바라는 것 같고요.
그러자 하늘에서 부드러이 쓰다듬듯 흰 눈이 내립니다.
무려 햇빛 쨍쨍한 사막의 기온에도 녹지 않는 흰 눈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뭔가 애 취급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입니다. 날 쓰다듬고 예뻐할 수 있는 건 신성현뿐이란 말이에요. 뜨거운 온도에도 녹지 않는 눈을 손바닥에 모읍니다. 이건 뭐지.)

불만 팍팍 풍기고 살펴본 눈은 달달한 냄새가 납니다.
먹을 수 있을지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걸요? (황당… 그래, 잘못되면 하늘 책임인 거예요. 말려줄 신성현이 없으니 1초 고민하다가 합 삼켜봅니다.)

합. 입안에 넣은 흰 눈은 언제 녹지 않았냐는 듯 사르르 녹아버립니다.
사탕처럼 달고 뺨에 닿아도 갓 구운 빵처럼 부드러운 맛이 느껴집니다.
뾰족뾰족한 기분을 절로 풀어주는, 당신 입맛에 꼭 맞는 맛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일부러 이러는 게 틀림없습니다. 기가 차서 열 받는 동시에 달콤한 눈이 야속하게도 제 취향이라 두어 번 더 모아 맛봅니다. 아 짜증 나, 형 언제 일어나. 다 큰 몸으로 애처럼 투정 부리고 싶었습니다. 얼른 든든한 파트너 품에 안겨서 저게 나 괴롭혔다며 찡얼거리고 싶다고요. 오기 찬 눈이 다시 탑을 노려봅니다.) 이런다고 풀릴 줄 알아요? (왜인지 환한 웃음으로 예쁘게 말했습니다. 확 돌아버리기 1초 전입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거지. 내가 봐주는 건 신성현 한 명뿐이라고 말했을 텐데! 저벅저벅 탑 주위를 신경질적으로 조사합니다.)

그리하여 잔뜩 성난 여우가 오기 가득한 눈으로 사막을 저벅저벅 걸어가던 중.
누군가 발목을 잡아챕니다. 딱딱하고 버석버석하게 마른, 딱 불쾌할 정도로 미지근한 온도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성난 여우는 우뚝 멈춥니다. 온도가 닿은 발목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쭈뼛 돋는 소름. 불길하고도 낯익은 감각… 고개 내린 이연화는 저를 붙잡은 것의 정체를 봅니다.)

눈치챘나요. 뼈만 남은 앙상한 손아귀입니다.
살점이 내리고 피가 날아가 새하얗게 빛바랜 유골이 모래 무덤에 누워 있습니다.
유골의 차림새도 해진 터라 신변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다 제0구역까지 들어온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본 적 없는 시체가 익숙하다면, ‘이연화’인가. (기억나지 않는 경험을 따라 자세히 살폈습니다. 봐선 안 된다고,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거라고 경고하는 본능을 무시합니다.)

더 살펴보면 품에서 군번줄을 발견합니다.
익숙하게 생긴 군번줄에는 익히 아는 양식으로 신변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Do■in■■ez at 1■
On ■he d■t― ■■e ■th Timer
■■■ ■■■■.
뭉툭하게 닳은 글씨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지만, 한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품없는 시체가…… 타이머라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닳고 닳아 이 죽음을 파헤칠 방법도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타이머의 시체를 본 사람의 반응치고는 침착했습니다. 그야, 이건 ‘경험한’ 일이니까요. 기억에 없어도 스며들어 있는 누군가의 파편이 발아래 펼쳐진 광경을 익숙한 경험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리를 따라 흘러들어온 타이머의 시체일까. 우리도 저들처럼 빠져나가지 못한 시체가 되는 걸까. 문득, 두고 온 신성현과 쓰러져 죽은 타이머의 시체가 겹쳤습니다. 하얗게 질린 이연화는 얼마 둘러보지도 않고 신성현에게 돌아갑니다.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사막은 기묘한 광경이 계속해서 펼쳐지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지진 않습니다.
높게 솟은 기둥이나 저 시체나 한결같은 장소에서 당신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그럴 터인데, 어째서인지 잠깐 눈 돌린 사이 신성현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쓰러진 자국도 온데간데없이 모래와 함께 바람에 쓸려간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발걸음이 멈춥니다. 덩달아 숨까지 멈추었습니다. 내 유일한 이정표가, 삶의 목표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신성현의 존재가 막아 두었던 온갖 공포, 두려움, 검은 감정들이 둑을 무너뜨리고 쏟아져 나옵니다. 손끝이 떨리고 미친 사람처럼 파트너를 찾아 헤맸습니다.) 신성현?

당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푸른빛 눈동자나 애정을 담아 만져주던 손길, 그 모든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흰 하늘에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광하는 태양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바닥의 모래는 이미 새하얗게 타버린 지 오래입니다.
사방이 모래밭이고 숨 막히는 더위가 엄습합니다.
유일한 파트너가 막아주던 남겨진 자의 외로움 역시.
《씬 종료》
◆ #Scene 6. I 0608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94 → 100
[ 이연화 ] BN : 2 → 3
[ 신성현 ] 침식률 : 93 → 94

한참 오벨리스크 주위를 돌아다니며 살펴보던 그때,
“이연화….”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처 없이 탑 주위를 떠돌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아봅니다. 혹시라도 신성현일까 봐. 신성현의 생사를 알려줄 수 있는 신일까 봐.)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이 쨍쨍합니다. 빛은 오벨리스크의 표면을 따라 흘러 얄팍한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웁니다.
그 끝을 밟고 신성현이 서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찾았잖아요. 이제 의식이 돌아온 거예요? (마침내 사랑스러운 형상을 보면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잃어버린 파트너를 찾아 달려간 이연화가 다친 곳은 없는지, 괜찮은 건지 살핍니다. 또 사라지지 말라고 손까지 붙잡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평소와 다른 느낌의 신성현은 당신을 바라보고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미소라기보단, 인위적인 형상 같았다. 부드럽게 잡는 손의 온기가 희미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트너를 찾아 기쁜 것도 잠시.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하고 웃음을 뚝 그칩니다. 겨우 지워낸 초조함이 다시 드러납니다.) 신성현…? 왜 그래요. 어디 아파? (손깍지 꾹.)

샅샅이 살펴도 달라진 점은 없는데…… 어쩐지 상대의 존재 자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바닥에는 오벨리스크의 그림자만 그어져 있고 신성현의 발끝에는 한 줄도 매달리지 않았단 사실을 눈치챕니다.
신성현이 맞나? 정말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림자. 세상의 모든 물체는 응당 빛과 어둠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속설이 떠오릅니다. 그림자 없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차마 잡은 손도 놓지 못하면서 바짝 경계합니다.) 너, 누구야. (신성현이 맞나? 저것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까부터 묵묵히 당신의 반응만 살피던 그가 딱 한 마디를 건넵니다. 대답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전부 가짜다. 홀리지 마. (하는 말투가 오래된 책을 읽는 것처럼 부자연스럽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눈앞에 있는 당신? 아니면 이 사막의 모든 것? 내가 아는 신성현이 아닙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파트너가 아니었습니다. 빠르게 물러나 떨어진 이연화는 신성현 아닌 누군가에게 적의를 드러냅니다.) 감히 그 모습을 흉내 낸 그쪽이 할 말은 아닐 텐데.

확실히 신성현의 목소리인데도 억양의 고저가 전부 삭제돼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파트너에게 틈탄 것은 정체를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손가락을 부딪칩니다.
딱, 가뿐한 소리와 함께 유골도 군번줄도 한 줌 모래로 스러지고 신성현이 거침없이 다가옵니다.
군화는 무게가 없는 유령처럼 모래에 빠지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것 말이다. (사라진 타이머의 시체를 가리킨 자가 눈 깜짝할 사이 코앞에 당도하여 얼굴을 들이민다. 깜빡거리는 눈동자 저편에는 여태 쌓아온 시간 대신 단발적인 호기심만 가득했다.) 내가 불러놓고 늦었네, 미안. 이런 식으로 오는 건 오랜만이라 좀 헤맸어. 있지, 나 지금 제대로 말하는 중이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트너와 저것이 다르다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날수록 이연화의 표정은 가라앉다가 그의 마지막 말로 극대화되었습니다. 딱딱한 불신. 도밍게즈와 지구의 신을 향한… 적의. 그래요.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어찌 모르겠나요. 저런 건 신만이 가능한 일들임을.) 당신,
인두겁을 뒤집어쓴 우리의 신이로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던 대로 똑똑하군. (내가 불렀다는 대사, 손끝으로 부리는 권능, 제0구역의 주인. 상대를 간파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선명한 적의에도 개의치 않고 미소 짓습니다.) 나는 신성현이면서 너, 타이머이자 인류. 전부이되 아무것도 아닌 것. 너희가 신이라 칭하는 자.
대화가 끝나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

캐릭터 인장

이연화

꼭 오래전부터 보아 왔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믿어도 될까? 다만 저것에게 나와 같은 적의나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서 경계를 풀진 않고 들어주기로 합니다.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훑습니다.) 지장은 없는 거겠죠. 이후 신성현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이변이 일어났을 시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거예요. (으르렁.)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아이들이자 파편 그 자체인데 모르는 게 이상해. (으르렁대는 당신을 달래려는지 꽤 친근하게 굴며 한 톤 억양에다 장난기도 섞습니다.) 괜찮다니까, 그냥 잠든 거야. 싱크로 하느라 부하가 걸려서 그래. 저번에는 적당히 거리 뒀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직접 말해야 할 것 같길래 강행했지. 그새 겁 좀 주려고 설치해 둔 가짜에 홀릴 줄은 몰랐지만. 보통은 대상이 제일 두려워하는 미래를 보여주는데…. (똑같이 위아래로 당신을 훑은 신이 가볍게 한숨 쉽니다.)
일이 좀 꼬였어. 이래서 평행선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라는 거였단 말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 얼굴로 장난치지 말죠. (철벽. 신은 신이라고 하는 말들이 추상적이고 상식을 뛰어넘은 것들이라 현재의 이연화로서는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드문드문 예상 가는 것들로 추측할 뿐. 저번과 이번, 설치해 둔 가짜는 아마도 타이머의 시체, 그리고 평행선의 안전거리. 불현듯 떠오른 탑의 글씨가 흘러나옵니다.) 우리더러 돌아가란 말을 하러 온 건가요. 다른 차원의, 혹은 신성현이되 신성현이지 않은 사람에게 들었어요. 이번에는 우리가 만나선 안 된다고. (좋은 인상이 아닌 신이더라도 그간 품은 의문들을 해결할 기회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았어. (묘하게 시무룩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하지 말라니 순순히 장난기를 지워줍니다. 신이라기엔 다채로운 반응이기도 하고. 억양만 빼면 더 나았겠죠. 당신의 말이 이어지자 긴 지평선을 바라봅니다.) 저번은 그랬지. 다른 차원의 너희들은 단단히 결합된 것도 모자라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들길래 정말 돌아갈 줄은 몰랐어. 험난한 과정이었으나 사랑을 거스른 이별만큼은 칭찬해 줄게. (곧 당신과 마주한 신의 눈동자는 서글픈 빛입니다.)
허나 이번에는 아니야. 우선 너희들이 지닌 권능은 내 힘을 쪼개둔 거라는 걸 얼핏 알고 있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 주제에 시무룩하기도 하네…. (너무 신기해서 무심코 속마음이 나갔습니다. 뭐 어쩔 건가요. 지금 봐도 아쉬운 쪽은 저쪽 같은데 마음껏 시무룩해하라죠. 파트너를 빼앗긴 이연화는 기분 최저 뾰족뾰족 상태입니다. 직접 떨어지라 말하는 순간 단칼에 거절하려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라니 의아해하고 끄덕입니다.) 타이머들의 권능은 신이 나눠준 힘이라는 신화가 우세하니까요. 그런데 다른 차원의 우리라. 본질만큼은 절대 다르지 않아 보인 우리가 떨어졌다고요. (자신과 대화하며 살아 움직이는 신보다 그게 신기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러게. 원랜 안 이랬어. 당사자 아닌 내겐 너희들의 결정을 정의할 권리가 없으므로 이상의 추측은 맡길게. (말끝을 흐린 신은 자연스레 말 돌립니다. 한층 가라앉은 푸른빛이 심해 같았습니다.) 난 정확한 이름이 없어. 56개, 어쩌면 그 이상의 호칭이 있을 뿐. 타이머의 이름은 전부 내 이름이기도 하거든. 단독으로 있으면 너희가 맨날 불러댈 게 귀찮은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점은 본래 의도를 해치지 않기 위함이다.
모든 걸 쪼개고 나누어둔 의도. 인간들이 살아남으려는 걸 생존본능이라고 부른다던데, 그럼 이쪽은 보호 본능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반대로 너희가 만난 건… 그 의도를 거스르는 만남인 거고. 쪼개진 힘이 합치고 만나서 거대한 신격을 되찾아가는 셈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엄밀히 말하면 그와 나는 타인이에요. 지금 내게 떨어지라 말해도 그들처럼 떨어지진 않을걸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이건 나중으로 미뤄둡니다. 본 목적은 다른 차원의 우리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신이 신성현의 모습을 빌리면서까지 무얼 전하고자 했는지 들어보려는 거니까요. 잠자코 고민하며 듣습니다.) 즉… 게이트 발생이 빨라진 것도, 신화생물의 침략이 잦아진 것도 우리가 결합되어 벌어진 일이라는 건가요. 당신의 신격은 본래 저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쪼개두어 타이머라는 형태로 보관되는 거고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훌륭하군. 타이머는 그릇이다. 다음 그릇에 신격이 옮겨갈 정도로 충분히 단단해지면 헌 그릇은 쓰임을 다하는 구조. (이는 불규칙적인 타이머의 죽음과 그전에는 쉬이 죽지 않는 불가해한 영역의 설명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작은 비밀을 털어놓듯.) 묻고 싶은 것도, 따지고 싶은 것도 많겠지. 하지만 난 이전 경험으로 결합한 손가락들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는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까 너희에게 다른 제안을 건네려고 해.
어때. 이 약육강식의 고리를 끊을 방법이 있다면… 들어볼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심장마비란 사인은 그릇이 깨지는 여파겠네요. 닥터조차 풀어내지 못한 타이머의 비밀이 이런 것이었다니. (이러니 알아내지 못했죠. 인간의 지식으로 어떻게 신을 분석하나요. 여러모로 복잡한 생각, 고민이 들어 말없이 눈가를 좁힌 이연화는 슬 고개 듭니다. 작은 비밀을 털어놓는 신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점령하고 묻고 싶은 것, 따지고 싶은 것이 튀어나오지 않게 잘 갈무리해야 했습니다.) 무엇인지 한 번 들어 보고요. 신성현과 내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방법은 거절할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무 경계하지 마. 막 얘기해주기 싫어지려고 그러네? (짓궂게 웃던 신은 어디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팔짱을 끼고 먼 과거를 가늠하기 시작합니다.) 역시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 영광으로 알아. 이 세상에서 딱 하나, 너만 아는 이야기가 될 테니.
나는 우주가 폭발했을 때 태어났어. 언제였는지는 묻지 말고. 아무튼, 모든 생명체는 성장기의 에너지가 가장 왕성하다는 거 알지? 그때의 나도 무럭무럭 자라났어. 인간의 성장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속도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에는 말하다 마는 게 있어요 신님. (은은한 웃음이 거슬린다는 표현을 간적접으로 표현합니다. 참자, 듣자 하니 저 신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와 다르다는 방법이라는 게 있는 듯하므로 대강 반응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에는, 세상의 멸망을 막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어버리면 웃는 신성현도 못 보잖아요. 그런 겁니다.) 무려 두 행성의 신이 탄생하는 과정을 알게 된다니… 대대손손 영광으로 전할게요. (끄덕.)

캐릭터 인장

신성현

대강이 지나치게 대강인데. 유일한 말동무를 화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넘어갈게. (인간 같은 투탁댐을 약간 즐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은 묻지도 않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묘사합니다. 28개의 손가락이 얼마나 길쭉했는지, 혼돈으로 가득한 피부가 얼마나 매끄러웠는지.)

뻔뻔하게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말투에 반해 모든 억양은 한 음을 고수하니 좀 우습습니다. 기가지니 혹은 시리도 이보단 사람처럼 말할 텐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이라고 나답지 않게 안 끊고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노력하는 거예요. (인간에게는 와닿지 않는 묘사. 28개의 손가락이나 혼돈으로 가득한 피부 등은 굳어버린 머리로 상상하기 힘든 한계입니다. 신이란 작자가 지나치게 인간적이라 되려 괴리감 있었습니다. 이 한 존재로 인하여 우리 우주가 탄생했고 행성이 생겨났으며 신성현과 나를 비롯한 수천수억의 생명들이 생겨난 겁니다. 표정 관리가 힘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건 내가 대대손손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신은 그것도 신이라고 당신의 감정과 기분을 잘 안다는 것처럼 웃습니다. 자기 자랑을 끝낸 신이 문득 조용해지더니, 어딘가 씁쓸한 어조로 이어 말합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어도 외롭지는 않았어. 내게는 둘 이상이라는 개념이 더 낯설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영원토록 나 혼자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저 기분을 알고 있습니다. 신과 인간이 같은 감각을 공유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습게도 그렇습니다. 이연화는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어도 외로운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성현을 만나고 나서, 온기와 애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버려서. 그때부터 당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부러 높은 탑을 쳐다봅니다.)
때로는 무지가 약인 경우도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잘 아는구나. 무엇보다 내가 겪은 탄생 이래 위기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타종이었거든. (홀로 오롯한 신격은 외로움을 모르는 법. 당신의 반응이 어떻건 신은 개의치 않습니다. 외로움이란 결여가 있는, 불완전한 것들에게만 허락되는 하사품이므로. 그의 손가락이 당신 이마에 닿자, 어느 신화가 자장가를 속삭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알아두는 게 좋아.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깐 졸다가 깼더니 난장판이더라고. 점과 점은 연결되질 않나, 손가락들은 끼리끼리 깍지 끼고 있질 않나… 피하고 싶던 최악의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서 손 쓸 도리도 없었어. (이채가 서린 시선이 오벨리스크로 향합니다. 감정을 배우지 못한, 배울 필요조차 없는 신치고는 인간다운 채도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장엄한 일대기에 감히 인간의 감상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아뇨, 아무리 경계하고 비협조적인 이연화라도 함부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으로 신은 우리를,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게 맞습니다. 외우주 신격들이 다가오지 않도록 제 한 몸 불살라 잠들었으니까. 그저 신이 고려하지 못한 것 하나가 변수였던 겁니다. 애정, 사랑, 그 모든 감정. 절로 시선이 옮겨집니다.) 인간의 감정은 기적을 실현하기도 멸망을 초래하기도 하죠. (나도 그랬고.)

바람을 타고 신의 슬픔이 당신을 간지럽힙니다.
멀고도 가까운 미래에 받았던 예언과 명령 또한.
〈그런즉 너희는 본분을 다하라. 자리를 지키라.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당신의 기억이 맞는지 이제는 혼미할 지경입니다.
관자놀이에 대고 못질을 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두통이 내리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윽…, 살랑이는 바람이 기분 좋아서 방심했습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조금 비틀거립니다. 이것은 내 기억인가? 나는 이연화인가 ‘이연화’인가? 이것도 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신성현’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인지. 이 세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까득 버티는 소리가 잇새로 샙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눈치챈 신은 나직하게 말합니다.) 말했잖아, 그건 전부 가짜야. 네 것이 아닌 것에 홀리지 마. (사막의 열기를 담은 손끝이 다시 한번 이연화의 이마를 쓸어 넘깁니다.)

순식간에 통증이 흩어지고 눈앞의 얼굴이 선명해집니다.
신성현이면서 신성현이 아닌…….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 명의 나를 만났지? 나도 두 명의 너를 알고 있어.
너희는 두 번째거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생리적인 고통에 젖어 든 눈꺼풀을 파르라니 뜹니다. 가쁜 호흡을 추스르고, 마른세수하고. 정신 차린 머리가 느리게 굴러갑니다. 내 것이 아닌 것… 고통의 여파로 떨리는 음성이었습니다.) 두 번째라 함은, 무슨 뜻이에요?

쌍둥이도, 형제도 아니고 두 번째라는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도플갱어라도 되는 것처럼.
신은 흐린 미소로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를 테면 차원이 찢어지기 전의 너희들, 첫 번째. 처음 만난 너희는 이미 단단히 결속해서 외우주에게 숨길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 상태였어. 존재만으로 멸망을 부르는 신격 덩어리들이었지. 뒤늦게나마 이편과 저편으로 찢어발기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로만 알았지. 입안으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자그마한.)
그러고도 안전하리라 확신할 수 없어서 세계를 한 번 더 찢어냈어. 여기는 그렇게 재편성된… 일컨대 두 번째 세계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두 번째… 세계. (아,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립니다. 다른 차원의 신성현의 날짜가 달랐던 이유. 너와 나의 행성이 달랐으며 겪은 일과 과거까지 다른 이유. 도밍게즈의 이연화, 지구의 이연화. 우리는 찢어진 하나이자 다른 둘이었던 거야.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기억을 필사적으로 분리합니다. 지켜온 존재를 정의하기 위해서.) 그랬는데도 결국 손가락들은 또 결합하어 버렸고요. 찢어지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은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렴풋 예상했을지도 몰라. 내가 아는 너희들이라면 세계를 찢어냈어도 기어코 맞붙으리라고.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외우주의 신이 개입해 같은 궤도를 도는 두 쌍성의 운명. 서로를 중력으로 지탱하는 제10시의 타이머.) 찢어냈다고 생각한 나선은 다시 이어져선 같은 궤도를 심지어 가속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멸망까지 열네 해가 걸렸지만, 이번에는 일곱 해를 채 못 넘겼던 것처럼. 아마 몇 번을 더 찢어내도 마찬가지일 거야. 내가 간과했지. 죄를 지은 손가락을 찍어낸들 원죄가 사라지는 게 아닌데.
나는 너희의 근원이야. 너희는 나의 일부고. 너희가 속절없이 끌리는 것은 온전한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 외우주가 너희를 노리는 원인 또한 그래.

한 템포의 침묵 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서 나는 죽기로 했어.

살해 위협을 가뿐하게 회고한 신은 자살 계획마저 담백하게 추억합니다.
슬픔을 거세한 목소리는 더 이상 신성현의 것과 헷갈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이질적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나였던 신격을 마주했으니 돌아가고자 하는 본성은 당연한 충동이었군요. (금빛 별과 푸른빛 별은 신마저 갈라낼 수 없을 중력으로 서로를 잡아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다른 차원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종극엔 멸망을 초래했습니다. 우리는 만나선 안 되는 운명이었어. 파멸을 불러올 존재였어. 그럼에도 사랑해서, 사랑해 버려서… 가슴 한켠이 불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차원의 내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내 어느 신이 제 죽음을 스스로 선언하자. 이연화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되묻습니다.)
다른 방법이라는 게… 원인의 근간인 당신을 없애버린다는 방법이라고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처음에도 그럴 작정이었다. 산목숨을 탐내니 죽으면 해결되리라 생각했거든. 그때는 죽을 방법을 몰라서 찢어내는 게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달라. (그가 당신을 마주합니다. 믿을 수 없는 눈을 다정한 눈으로 감싸며.)

본능에 가까운 확신이 고개를 듭니다. 그때는 없었지만, 지금은 존재하는 것.
‘죽을 방법’으로 신은 이연화를 낙점했다고.
정보가 공개됩니다.
물은 거꾸로 흐르지 않고 시간은 과거로 향하지 않는 것이 섭리라지만, 감히 피조물이 창조주를 죽일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
신은 당신을 불러들여 유언을 남깁니다.
신을 죽여 구원 사역을 완성하라고.
지독한 신성모독이었습니다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타이머는 ‘원래’ 인간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인간과 근본부터 달라지는 걸까?

닥터가 곱씹던 의문이 뇌리를 스칩니다. 타이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각성하며 신격을 담는 그릇―즉 작은 신의 파편으로 완전히 거듭났습니다.
신이 죽는다면, 신격이 세상에서 말끔히 사라진다면…… 텅 빈 그릇은 어떻게 되는 거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 이런.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한계에 다다랐네.

해명을 구하기도 전에 신은 인상을 찌푸립니다. 감정이 물들자 퍽 익숙한 사람을 연상시킵니다.
고장 난 전구처럼 눈꺼풀이 깜빡거릴 때마다 신과 신성현의 얼굴이 번갈아 교차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다려요. (늦었겠죠. 시간이 다한 만남은 내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연화는 기다리라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 우리의 운명을 위해서라면 신살을 행하겠다 농담으로 말한 그 말이 지금 되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신이 사라진 뒤 신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당신이 떠난 우리는? 그릇이 아니게 된 타이머들은? 신성현도 아닌데 소매를 잡는 손길이 애탔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질 것 같아서. 그러한 질문을 담아 바라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황급히 이연화의 손을 거머쥔 신이 표정을 일그러뜨립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에 대한, 당신에게 막대한 의무를 제안한 것에 대한 미안함? 그 무엇도 아닙니다. 이것은,) 아마도 이런 걸 죄책감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미안해.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 대사는, 퇴장할 준비를 마친 신의 초라한 유언.
거대한 탈력감과 함께 신성현이 당신의 품으로 고꾸라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신성현도 나도 아닌 세계의 신. 우리의 근원이자 창조자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집니다. 쓰러지는 신성현을 감싸안고 고개 듭니다. 찬란한 하늘, 슬픈 신의 눈물이라곤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태양을 향해 중얼댔습니다.) …당신은 그걸로 만족하는 거예요? (외로움을 알게 된 당신이, 죽음의 괴로움이라고 모를까?)

신이 빠져나간 신성현에게서는, 햇빛만 찬란한 하늘에서는 돌아올 답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햇빛 속에서 다시금 새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의 형체도, 그림자도 확인할 수 없으나 소리만이 선명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신의 울음이거나 신을 위한 자장가였을 것입니다.
《씬 종료》
◆ #Scene 7. 퍼지 다이스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00 → 103
[ 신성현 ] 침식률 : 94 → 104
[ 신성현 ] BN : 2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윽, 머리가….

미간을 좁힌 신성현이 간신히 버티고 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괜찮아요? (신 걱정은 나중에 생각하도록 해요. 저 존재를 담았다가 풀려난 신성현이 먼저였습니다. 당신을 부축하여 제 품에 꼬오옥 안습니다. 꾹꾹 눌러두고 참아 온 투정이었습니다.) 이대로 형을 잃어버리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괜찮아. 머리가 약간 아픈 것뿐이야. 너랑 신이 하는 대화도, 나한테 흘러 들어와서 그런가. (그의 배려였나 보다. 당신에게 안겨 심호흡한 신성현이 두통을 가라앉히고 안절부절못하는 파트너부터 챙긴다. 쓰담쓰담.) 많이 걱정했지, 미안해.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이리저리 휙휙 돌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트너 아프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경고했는데. (눈빛이 매서워집니다. 이리저리 휙휙 돌려진 이연화는 박은 곳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신에게 부비적댑니다. 아픈 척 힘든 척.) 나 심장도 쿵쿵거리고 여기도 아파요. 호 해주세요. (입술 톡톡.)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진정해, 네가 부축해 줘서 다 나았어. 그러는 너도 입 놀리는 거 보니까 멀쩡하군. (안 통한다. 수작질 부리는 여우를 떼어내곤 옷매무새 정돈해 준다. 키스 안 해줬어도 손은 꼬옥 잡아주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 신이 찾아온 것도 모자라 널 그런 방법으로 선택했다니. (신을 죽이는 자 말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왜 안 해줘요. 키스해 줄 때까지 대답 안 해줄 거예요. (애교부리고 성격 누그러뜨리는 거만 다르지 지 하고 싶은 거 안 들어주면 신이고 신성현이고 협조 안 하는 건 똑같습니다. 둘 다 신이긴 하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라는 거야) 너는 이 상황에 키스가 중요해? (볼 잡아당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중요해요.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신성현의 키스를 받으려고 살아가는 거라고요. (뻔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 (사라진 두통이 재차 찾아온다. 관자놀이를 주무른 신성현은 한숨 쉬고 이 어린아이를 달래주기로 한다. 쪽. 부드러운 키스가 이어졌다.) 이제 착하게 형 말 들을래, 안 들을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쪽. 원하는 걸 얻어낸 이연화의 기세가 풀립니다. 말은 안 해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어요. 신은 갑자기 찾아와 죽는다고 하질 않나, 신성현은 신에게 붙들리고 있지 않나, 다른 차원의 이연화도 머릿속을 어지럽히기까지. 당신에게 폭 안기자 깊은 체향의 안온함이 기꺼웠습니다.) 어제 많이 놀아줬으니 참아볼게요. 우리 대화를 다 받았다는 건, 이 세계의 비밀도 다 안다는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그래. (귓가를 살살 어루만지는 손길로 걱정했다. 신과 대화한다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평소 잘라내는 칭얼거림을 별말 없이 들어준 이유가 그래서였다. 깊이 가라앉은 눈동자에 수심이 드리운다.) 찢어진 차원과 둘로 나뉜 너와 나. 맞붙어선 안 되었던 손가락. 우리의 사랑이… 멸망을 초래한 거구나. 다른 나는 널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이별의 슬픔을 막으러 찾아왔다가 오히려 연결 다리를 놓아준 셈이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땐 다른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젠 이해할 수 있어요. ‘이번엔 나를 만나면 안 돼. 찰나인 추억이라고, 그리 여겨야 해….’ 안 돼요. 난 신성현을 사랑하게 됐어요. 떠나지 않을 거죠, 형. (‘이연화’와 이연화는 다릅니다. 그는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제 욕망도 묻어두고 떠난 반면, 난 세상이 멸망할지언정 신성현을 놓을 수 없습니다. 놓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이 틀림없이 다르다는 증거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도…, (당신처럼 타인이나 다름없는 내가 추측하는 건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존재는 같은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한 ‘신성현’의 마음을 예상한다.) 알고 있었을 거야. 너를 만나러 가면 또다시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는 걸. (세상은 알아채는 순간 늦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기적과 불행을 동시에 불러온 것이다. 간절히 매달리는 이연화와 이마를 맞댄다.) 솔직히 말할까. 우리가 만나 세상이 멸망한단 뜻은 언젠가 살아있는 너까지 휘말린단 소리니까, 만일 신이 두 번째 이별을 명했다면 난 고민 끝에 널 설득했겠지. 너무 사랑해서, 사랑하게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의 멸망을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따스한 애정을 퍼붓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들었잖아, 신이 네게 제안한 건 이별이 아니라 다른 방법임을. 그 방법과 우리가 이후에도 무사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떠나지 않을 수 있어.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겠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억을 잃은 신성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날 사랑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억이 되돌아오자 절망에 빠진 얼굴로 밀어냈죠. 당신 말이 맞습니다. 세상은 알아채는 순간 늦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열네 해 동안 지냈다가 떨어진 그들에 비해 우린 비교적 이르게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마저 다른 차원의 기억이 섞여 부질없게 되었더라도. 다정한 얼굴로 이별을 선언하는 신성현을 먹먹한 심정으로 보다가, 다시 숨 쉽니다. 당신만이 날 호흡하도록 손잡을 수 있습니다.) 타이머는 신의 그릇이자 신격 파편이에요. 신을 죽임으로써 우리까지 사라지게 될 수도 있어요. 어떤 방법인지는 못 들었지만… 걱정돼요, 불안해요.
당신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차원을 돌고 돌아 다시 사랑하게 되었는데도. (여린 웃음이었다. 당신을 받아들인 뒤로 사랑에 잠겨 가끔 짓는 그 웃음. 하나뿐인 파트너를 어찌할 줄 모를 만치 애정하고 웃게 해주고 싶어 애쓰는 그러한… 부드러운 입술을 두어 번 맞물린다. 짧게 키스한 신성현이 잡은 손에 손깍지 낀다.) 설령 떨어진다고 한들 우린 강한 중력으로 연결되어 있어. 같은 궤도를 공전하는 쌍성으로서. 급히 결정하지 않아도 돼, 이연화. 14년의 반인 7년은 한참 멀었어. 당장은…. (곤란한 시선은 넓은 사막을 향했다.)
여길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겠군.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건 ‘이연화’라 기약 없는 약속을 버틸 수 있었구요. 난 아니란 말이에요. 1분 1초라도 형이 떨어지는 날엔 가슴이 텅 빈 것 같아요. 아무 의욕도 나지 않아요. (나 분리불안이에요를 당당히 선언합니다. 그렇잖아요, ‘신성현’을 만난 뒤로 내 원동력은 당신이 되어버렸습니다. 달콤한 키스에 응해 눈 감았다 뜬 금빛 눈동자는 빠져나올 수 없는 늪 한가운데를 헤맵니다. 사랑이요. 여린 웃음의 조심스런 애정이란 한 번 맛보면 절대로 놓아주기 싫은 것입니다.) …앗. (한참 시무룩한 이연화가 그제야 깨닫습니다.)
방법 알려주고 가지. (하늘을 노려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한테만 기대지 말라니까.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관계도 맺고 친해지고 놀아야 사람답게 사는 거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쪽도 어린 여우의 분리불안을 고칠 날이 오긴 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또 사랑에 푹 잠긴 눈동자가 더없이 사랑스러워 괴로운 신성현이었다. 받아주면 안 되는데 받아주게 만든다. 모순적인 애정이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주위나 둘러본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네.

재회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막막한 현실로 복귀합니다.
제0구역의 사막은 끝을 모르고 펼쳐져 있습니다.
이정표 삼을 만한 굴뚝 연기조차 없으니 어디로, 얼마나 걸어야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막연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직감에 따르면, 저 탑에 뭔가 있어요. (뭔가 있는 것만 압니다. 앞말은 못 들은 척 넘어가고 신성현에게 착 달라붙습니다. 싫어요 형 구원 삼을 거예요. 어쨌든 신성현은 나한테 약하니까 계속 졸라서 함락시켜야지. 파트너 데리고 탑으로 걸어갑니다.) 라곤 해도 광활한 사막에서 건들 만한 게 탑밖에 없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꿋꿋하게 무시하는군. 이런 일로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오늘만 넘어간다. 탈출하고, 가득 쌓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상담할 생각이었다. 지금을 즐겨두라며 싱긋 웃는다.) 같은 의견이야. 저걸 어떻게 해야 뭔가 되는 것 같다만…. (그게 무엇인지. 탑을 뚫어져라 관찰한다.)

둘러본들 이 새하얀 사막에 덩그러니 선 것은 오벨리스크뿐입니다.
황금에 몸체에 빛처럼 흰 글씨.
〈나는 시작과 끝이오, 알파와 오메가이며 우림과 둠밈이라.〉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정보가 공개됩니다.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시곗바늘처럼 보입니다. 당신은 이다음 해야 할 일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시간에 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퍼뜩 떠오른 기억. 흐린 수면에서 선명해지는 ‘이연화’의 경험. 하나같이 무겁고 서글픈 것들뿐이지만, 우리에겐 탈출의 실마리입니다. 저건 나이되 내가 아닌 것. 헷갈리지 않고 착각하지 않습니다. 신성현이 잡아준 손에 짐짓 굳센 힘을 주었습니다.) 10시. 제10시에 서야 해요. 오벨리스크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그림자가 시곗바늘 역할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도, 떠올렸어? (작은 신을 중심으로 뒤섞이는 기억이 나아가게 만든다. 찰나 마주한 시선,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곤 끄덕인다. 있어야 할 곳은 언제나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우리의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퍽 쉬운 일이었다. 당신과 제10시 자리에 선다.) 망설일 이유는 없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멸망이 가까워진다고 많은 기억을 부여하는 모양이에요. 경계가 희미해지는 건가. (신의 자세한 사정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우리의 발돋움이 될 거라는 사실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 상 끔찍하고 잔인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죠. 신의 이번 전언은 무엇일까, 조금은 긴장하며 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멸망의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말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즉… 우리의 신격도 빠르게 강해진다는 뜻이니까. (저번 차원에서 보여준 것은 멸망하는 지구와 지구의 타이머를 잃은 도밍게즈. 오벨리스크의 환상. 아지랑이가 피어나길 기다렸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제10시가 속한 시간을 찾아 파트너의 손을 잡고 섭니다.
사막의 열기가 피운 익숙한 아지랑이가 두 사람을 휩쓸고 어떠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망막에 맺히는 거짓된 환상. 그럼에도 믿게 될 만큼 생생한 연출.
깜빡.

정신을 차리면 두 사람은 몇 개월 전과 똑같은 구도로 신성현의 관사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찌는 듯한 직사광선 대신 적당히 선선한 바람, 색이 없는 모래 대신 딱 알맞게 물든 창가의 단풍.
예상과 달리 위험하지도 위태롭지도 않은 일상의 한 구간 같은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달라질 것은 예상한 일입니다. 신성현과 함께라는 점도 환영이었습니다. 둘이 함께 목도할 환영이 긴장될 뿐. 천천히 관사 안을 둘러봅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달력을 보면 2035년 10월이 펼쳐져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파악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스스로 켜진 TV가 DOT의 인터뷰를 떠들어대기 시작하니까요.
[신화생물은 타이머를 탐해 도밍게즈를 침략하고 있었다.]
[2032년 12월경, 클라커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故 애벗 박사가 처음 발표한 가설입니다. 8개월의 연구 결과 신화생물의 체세포가 타이머의 혈액에 반응한다는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확신할 만큼 사례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증명 중인 가설에 불과했으며, 클라커 프로젝트를 병행한 것은 만약을 대비해 타이머의 활동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故 애벗 박사의 의견을 존중한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쪽인가? 고운 입가를 찡그립니다. 같이 보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아마 신성현 혼자 겪었다면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겠지요. 곁에 앉은 신성현을 확인합니다.) 신경쓰지 마요. 지나간 일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뉴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신성현이 느리게 답한다.) 괜찮아. 내 선택의 결과고, 내 책임이다. 유일한 구원자를 믿었다가 배신당한 인류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어. 그 사람들도… 많은 죽음을 넘어왔잖아. (초연한 목소리.)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걱정한 건 당신이었는데. 튀어나오려는 말을 참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신성현에게 한 소리 할 순 없어요. 저것이 내가 사랑한 신성현의 면모였으니. 조용히 당신 어깨에 기댑니다. 온기를 옮겨줍니다.) 그래도 힘들면 눈 감아요. 내가 봐줄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걱정 고마워,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어. (이것만큼은 진실이었다. 이연화로 인해 도망칠 수 있었으며 견딜 수 있었다. 당신 어깨를 감싸 쓰다듬는 손짓이 단단했다. 눈은, 감지 않는다. 펼쳐지는 장면을 똑똑히 바라본다.)

미스터 블랙의 고발을 시발점으로 여론은 나날이 악화됐습니다.
온갖 음모설이 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가 하면 목적을 잃은 분노와 원망은 눈사태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무 감상 없는 무미건조한 눈입니다. 우리도 진실을 알고 타이머가 된 게 아닌데. 게다가 타이머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그릇입니다. 타고난 운명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요. 우습고도 부질없는 광경입니다.)

게시판에는 온갖 우스운 댓글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감쪽같이 속았다는 둥, 타이머를 비난하거나 규탄하는 둥, 거짓 선지자 아닌 진실된 신을 찾는 댓글까지.
브라운관 속에서 쩔쩔매며 변명하던 대변인은 곧 휴식을 선언합니다. 화면이 재조정되는 동안 음성이 소거되자 창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새어 들어옵니다.
[DOT는 진실을 밝혀라! 무고한 희생을 묵과하지 마라!]
[이 사태를 책임져라! 타이머들은 DOT 뒤에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한 뼘 틈으로 보이는 건 단풍나무의 가지가 전부였는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떠나길 잘한 것 같죠. 이래서야 여기 머무는 타이머들은 소음에 시달려서 잘 못 잤을 거예요. (신성현을 흔들지 않으려 열심히 감춰 온 진실들이 드러나는 환상은 꽤 속 아프긴 했습니다. 파트너가 힘들 거라는 생각에. 이어지는 광경을 둘러보면서 꾸준히 당신 기색을 살폈습니다. 인터넷을 끄고, 커튼도 닫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괜찮다는 말은 아닙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반응 속도가 느렸다. 직접 목도하기로 결정한 광경은 비수가 되어 저를 파고드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유지한 웃음이 흐려진다.) 새삼 내 파트너의 결정은 언제나 현명했다는 생각이 드네. (잊지 못하겠지. 편히 잘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신성현은 날마다 괴로워하며 치명적인 악의에 상처 입었을 것이다.)

관사 앞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삿대질과 고함이 따라옵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압박감이 덜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쏟아지는 원망과 미움, 분노와 지탄. 부정적인 감정.
이런 광경을 마주하노라면 절로 감정이 소용돌이칩니다. 그중 어떤 것의 이름은 회의감일지도 모릅니다.
여태껏 구하고자 백방 노력했던 나날은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구나. 처음에는 존재를, 다음에는 태어난 별을, 종내에는 반쪽을 걸어서 구해낸 세계.
그것의 가치는 고작 이렇게 얄팍했던가…….
하물며 이번에 걸어야 할 대가는 목숨이라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은 왜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걸까. (마침내 당신에게 고개 돌린 신성현은 지친 낯이었다. 현장처럼 생생히 전달되는 감정들을 녹이며.)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잖아. 이 꼴을 보고도 세계를 구할 셈이냐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전 기억에서는 미래를 보여줘 놓고 우린 과거의 악의를 보여주네요. 그렇다기엔 나는 이미 인류의 가치마저 놓아버렸는데. 당신이 있어 버티는 거예요. 당신이 인류를 사랑해서. (나는 너와 하나 된 운명. 그가 사랑하는 건 곧 자신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런 것까지 감싸줄 순 없어 모른 척하는 거죠. 없는 척하는 거고.)
그러니까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이유는, 아마 그거라고 생각해요.
세계를 구하려면 세상의 어두운 면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 이연화가 저를 사랑하게 된 이후로 노력해 준다는 게 어찌나 고맙던지. 사람의 본성과 버릇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이연화는 그것들을 딛고 오직 사랑 하나로, 따라오고 있었다. 내 곁에 서기 위해. 너는 신성현의 사랑을 지고지순한 사랑이라 칭했으나 제 감상은 달랐다. 당신이야말로 지고지순한 사랑의 주인이었다. 굳은 얼굴이 편안해진다.) 고마워. 날 사랑해 줘서.
운명의 파트너 한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도 이리 갖은 역경이 뒤따르는데, 하물며 세계를 사랑하는 과정은 어떠하겠냐는 거지.

두 사람의 대답이 들려온 후, 화면이 전환됩니다.

체코, 프라하. 하늘이 유달리 맑은 날. 천문시계 오를로이는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노을을 받아 오묘한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아래쪽 시계에는 황도 12궁을 테마로 타이머의 현신이 그려져 있고, 위쪽 시계에는 각종 시간을 열네 등분해 두었습니다.
오를로이를 마주 보는 도로에 게이트가 열려 있습니다. 경보가 웽웽 울리자 사람들은 황급히 대피하기 시작합니다.
“다들 밀지 마세요! 순서대로 움직이십시오!”
“지시를 따라야 빠른 대피가 가능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대답하자마자 화면이 전환되었다는 것은 우리 대답을 만족했다는 뜻으로 받아도 되겠지요. 다시 눈 뜨자, 혼잡한 대피 거리에 놓인 우리가 있었습니다. 환상일 뿐인데도 신성현을 데리고 한 걸음 물러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심해, 작은 속삭임이었다. 환상 속에서 서로를 걱정한 두 타이머의 몸이 물러난다. 혼잡한 대피 현장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로로 쏟아진 사람들은 서로를 밀고 밀쳐댑니다. 톤이 높은 비명도 여러 차례 울립니다.
사람의 물결 사이 아슬아슬하게 떠밀리기 시작한 구간이 눈에 띕니다.
버려진 차들로 길목이 좁아져 내보낼 머릿수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대로 두었다간 신화생물이 등장하기도 전에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차들을 치워준다면 대피 행렬의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겠지만…… 그들을 돕는가, 돕지 않는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는 도와줘도 좋은 소리를 듣기는커녕 오히려 욕을 얻어먹을 확률이 높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악의를 보여줘 놓고 무슨 선택을 하는지 시험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예행연습인 거죠. 기억하나요? 사막에 떨어지기 전 우리가 한 행동을. 이번에도 이연화는 탐탁지 않아 할 것이고 신성현은 그런 이연화를 달래주겠죠. 내 파트너께서 수고하기 전, 금빛 마안이 반짝입니다.) 거창한 각오는 필요 없어요. 상대와 함께하고픈 바람이 내 본성보다 강한 힘을 가질 때, 나는 움직일 수 있어요. (파트너가 바라는 ‘구원자’ 정도는 얼마든지 흉내 내 주겠단 말입니다. 강한 중력이 떠밀리는 구간의 차들을 정리하고 정갈한 줄로 세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묵묵히 이연화를 돕는다. 말하지 않아도 나서주는 이연화의 등을 바라보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고맙고도 미안해서 내가 돌려줄 수 있는 건 당신이 오직 바라는 애정밖에 없었다. 고작 애정뿐인 손길, 애정뿐인 몸짓 하나로 만족하는 금빛 중력에 푸른빛 마안이 섞여 든다. 희미한 웃음이었다.) 내 파트너가 언제 다 커버렸을까. (상대와 함께하고픈 바람이 내 본성보다 강한 힘을 가질 때, 나는 움직일 수 있었다. 그에게 자신의 전부를 쥐여주겠단 각오는 자신이 먼저 내어주고자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라나 버렸다.)

우웅, 거대한 중력과 함께 차들이 도로에서 밀려납니다.
인파 위로 차체의 그림자가 내리고 한결 어두워진 얼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불특정 다수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쏟아집니다.
공포, 경계, 원망, 포기, 분노, 슬픔. 거의 다 비슷한 색의 감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얼추 상황을 마무리해 도주로를 활짝 열어두어도 인파는 쉬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팽팽한 침묵이 줄다리기를 이어갑니다.
신화생물의 위협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악의. 그래서 오히려 인간적이고, 치명적입니다.
지금 느껴지는 욱신거리는 통증도 그저 환상통인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예상과 한 치도 틀리지 않는 저들의 반응은 눈덩이만큼의 위력도 갖추지 못합니다. 신성현을 저들에게서 가리고 마주합니다. 입안이 쓰긴 합니다. 내 평생을 노력해 가꿔 온 구원자 이미지에도 단편적인 사실 하나로 돌변하는 저들의 속내가. 디멘션 게이트를 엽니다.) 갈까요. (환상이라 이동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들 앞에서 불편한 침묵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타이머로 사람들을 구하며 별다른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고 그들의 신뢰는 부차적인 호의로 뒤따랐던 거겠지. 욕심내지 않았고 내 것인 적 없는 연대였건만. 호의, 기대, 희망 대신 자리 잡은 어두운 감정들은 눈덩이보다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머뭇거리는 발걸음이 당신을 따른다.) …가자. (한 번 도망친 이후엔 익숙해졌다.)

소란스러운 시민들의 소리를 마지막으로 디멘션 게이트의 어둠이 두 사람을 감쌉니다.
화면이 전환됩니다.

자그만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으로 계단이 쭉 뻗어 있습니다. 소라 껍데기처럼 둥글게 둥글게.
이번 회상에서는 당신 홀로입니다.
파트너를 안은 신성현의 온기나, 다정한 말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여긴… 타이머의 진실을 알기 전, 알아버리기 바로 직전 느낀 찰나의 평화. 신성현과 외로이 서 있는 등대로 들어가 탁 트인 밤바다 광경을 구경한 곳. 파트너에게 안기지 않은 이연화는 한 계단, 한 계단 나선 계단을 올라갑니다. 저 위에 신성현이 있을까.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곁에 없는 운명을 찾아가는 발걸음.)

그때처럼 한 칸을 오를 때마다 작달 만한 창밖의 색이 바뀝니다.
탁 트인 바다에 밤이 내리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한 발자국, 남은 걸음을 디뎌 등대 꼭대기에 들어서면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풍경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고장 난 망원경과 바닥을 수놓은 발자국, 비교적 선명한 천장의 세계 지도.
인적 드문 모래사장.
외로움이 고인 바다.
어두움으로 가득 찬 하늘.
그 창문을 등지고 서 있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는 이런 세계라도 구하고 싶어.

아니, 신성현의 모습을 빌린 신은 억양이 없는 비스듬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 말대로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희생이라고 부를 만한 일도 못 돼. 왜냐하면 세계가 곧 나니까. 세계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인 거지. 그러니 인간의 기준으로 감히 내 죽음을 판단하려 들지 마.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치명적인 원망, 세상의 어두운 일면. 구할 가치가 없는 세계이나 이런 세계라도 구하고 싶다는 신의 목소리. 죽음을 결심한 자의 목소리라고는 지나치게 덤덤하고 각오에 찬 게, 제 파트너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공통점도 없지만, 그 또한 당신처럼 이런 세계라도 구하고 싶어 했거든요. ‘신성현’이든 신성현이든.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한 걸음 남겨둔 지점에서 멈춥니다.)
내가 신성현을 사랑해서 구원자를 자칭한 것처럼, 당신도 보호 본능으로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거겠죠. (저건 그걸로 만족하냐는 질문의 대답일 것입니다. 의문의 풀린 이연화가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등을 돌리지 않아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에겐 느껴질 테지. 신이 신성현과 닮은 여리고, 굳센 표정을 짓고 있으리란 걸. 지척까지 다가온 당신에게 파랑새가 지저귄다. 자장가를 담아.)
나를 죽이는 방법을 알려줄게. 전혀 폭력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아. 그저… 네 몫의 권능에 대고 명령해.
세계의 모든 구성으로부터 나를 지우라고.

정보가 공개됩니다.
관측되지 않는 것은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법.
신 또한 신앙 없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바깥만을 바라보던 신성현은 어느새 뒤돌아 당신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그는 여태껏 지은 웃음들 중 가장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선택은 전적으로 너한테 맡길게.

그리곤 다가온 당신을 난간 아래로 이끌어 밀어뜨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한 몸이나 다름없는 권능이 말합니다. 이로써 자신은 신을 살해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고, 당신은 자신의 죽음을 바라노라고. 저항하지 않습니다. 힘없이 끌려가는 몸은 가장 편안하고 여린 웃음을 바라보며… 느려진 시간 속에서 두 시선만 얽습니다. 굳이 긴말하지 않아도 알 거예요. 내 선택이 무엇일지.)

멀어지는 신의 푸른 시선과 금빛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합니다.
순간, 스파크가 튀어 당신은 깨닫습니다.
작디작은 신이 세상에 다시 없을 기적을 격려하고 있다는 걸.
떨어진다. 중력에 멱살을 잡혀 끌려가며 생경한 부유감과 함께 장면이 종료됩니다.
거꾸로 역행하는 환상은 죽기 직전 본다는 주마등을 닮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렇구나. 작디작은 신이 푸른 장미의 기적을 이 땅에 도래하려 하니, 그의 그릇인 자신은 거머쥔 역할을 이행할 것입니다. 가장 사랑한 것을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향해 옮기는 그 걸음. 그 걸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자의 순례겠지. 중력의 타이머가 저를 이끄는 중력에 몸을 맡겨 눈 감습니다.)


선언했던 휴식이 끝나고 브라운관 속으로 돌아온 사람은 대변인이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익숙할 얼굴. 바로 하슬러 원수입니다.
거만한 태도를 지운 그는 단상을 차지한 채 사뭇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지금 도밍게즈는 명백한 전시. 타이머는 인류의 유일한 영웅, 아니, 아군입니다.]
[아군을 공격해선 안 됩니다.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을 구분하십시오. 내부 분열은 최악의 사태를 불러들일 뿐입니다.]

도밍게즈가 타이머를 의심해선 안 된다. 하슬러 원수의 전술을 여전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판국에는 여론의 거센 반발을 끌어낼 뿐입니다.
기자들이 카메라 세례를 터트리며 무작위로 비난을 던지기 시작하자 쾅! 단상을 때린 그가 고함을 칩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설사 타이머가 원인이라고 할지언정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인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어. 사지에 내몰린 것은 타이머라고 예외가 아니야!]
[영웅이란 이름 아래 누린 만큼 희생한 것을 알면서 이러다니, 파렴치해도 정도가 있지. 그래, 터진 입이라고 그리 잘 떠드니 어디 말해보게.]
[당신은, 당신의 친구는, 당신의 연인은, 당신의 가족은 결코 시간의 선택을 받지 않으리라 자신하나?]
[공포에 휘둘려 헛소리들 작작 지껄이고 정신들 차리는 게 좋을 거야.]

카메라 세례가 뚝 끊깁니다. 하슬러 원수가 성질을 못 이겨 단상을 걷어차는 장면이 기자회견의 마지막 컷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떨리는 숨을 내뱉습니다. 우리가 DOT를 떠나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저들 덕분이었습니다. 타이머의 역할을 이행한 우리들에게 도망치길 허락한 자들. 지금만큼은 하슬러 원수에게 고마워합니다. 신성현도 보고 있을까,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는 당신을 무너뜨리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그가 지키고자 한 이유들을.)

그래요, 우리는 DOT의 지지하에 여전히 영웅으로 남아있습니다.
설사 떠났더라도 돌아갈 자리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세계가 적으로 돌아선 마당에 고작 한 뼘짜리 홈그라운드가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때로는 혼자가 아니란 확신이 필요한 법이니까.
푸른 꽃잎이 흩날립니다.

마지막에 들었던 건 분명히 시민들의 악의 섞인 소란스러움이었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온몸을 찌르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망설임 없이 눈 뜹니다. 한 차례 어두움을 목격한 후, 신은 다른 걸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세상을, 자신을 구하려는 목적. 인류에게 구할 가치가 남아있다는 증명.)

작은 신을 믿고 다시 상황을 확인하면 당신의 앞을 가로막은 등을 발견합니다.

 

시민 1

이쯤 해요. 타이머가 여태 우리를 지켜준 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누구 하나 도움받지 않은 적이 있나요? 은인에게 비겁하게 굴지 말고, 이럴 시간에 차라리 뛰십시오.

누군가 단호한 목소리로 인파와 마주 서 대응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는 소년답게 무모한 객기였으나, 어떤 객기는 계기가 되어 동의하는 이들을 일으켜 세웁니다.

 

시민 2

그래요. 원망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시민 3

타이머도 원해서 타이머가 된 건 아닐 텐데.

사람들은 스스로 자정해 내부의 분노를 추스르고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넘어진 사람은 일으키고, 노약자를 부축하고, 불안과 공포를 다독이며.
여전히 얼굴에 불만을 적어둔 사람은 분위기가 바뀌어 쉽게 나서지 못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른 때엔 속으로 비웃고 움직이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막대한 역할을 부여받고, 작은 신의 말을 들으니… 내심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내 파트너와 세계의 창조자가 구하려는 세상이 마냥 가치 없는 것만은 아니라서. 아직 돌이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어서. 새로운 감상으로 저들을 지켜봅니다.) 형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모두가 타이머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건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그 행렬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뒷골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로잘린 애버리지

원망하지 않아요.

로잘린입니다. 아니, 로잘린의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로잘린 애버리지. (이곳에 없을 사람입니다. 타이머를 동경하고, 타이머를 따라 클라커가 되어서 결국엔 신화생물에게 잡아먹힌 사람. 참 안타까운 인생이지요. 그런 그녀가 원망치 않는다 일컫는 말이 어떤 무게를 지녔을지 자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제넘게 동정하는 시선도, 미안해하는 시선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두 팔이 온전한 로잘린은 클라커의 군복을 갖춰 입은 채 먼 시선으로 도피 행렬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섬세한 배려를 알아챈 듯, 우울하고 다정한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로잘린 애버리지

언니도, 여러분도, 그리고 저도. 모두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많이 있잖아요.
(눈을 내리 깐 소녀가 조용히 덧붙입니다.) 그러니 돕고 싶다는 제 마음은 아직 온전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쓸모없다고 여겼던 위로가 나름 나쁘지 않은 달콤함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맞아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는 삶이 온전히 괜찮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타고난 천성 덕분에 신경 쓰지 않은 것이지, 이연화라고 그런 모습을 바랐을까요. 차라리 신성현과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편이 더… 자신도 참 물러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격이 스며든 탓이겠지요. 부드러운, 결코 연기 아닌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리 말해줘서 고마워요. 환상이어도 아니어도, 파트너와 나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안온한 위로에 잠긴 당신을 더 많아진 꽃잎들이 감쌉니다.
로잘린 애버리지의 속살거림이 들려옵니다.

 

로잘린 애버리지

외로울 때는 손을 잡아 드릴게요. 무너지지 마세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마도 이런 걸 죄책감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미안해.
그래도 이번만큼은….

마지막 대사를 곱씹다가 홀연히 찾아온 깨달음을 마주합니다.
어쩌면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 인간으로 임했던 게 아닐까.
눈을 깜빡거리면 도로시를 쓸어간 태풍처럼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입니다.
환각에 시달린 머리가 일순 어지럽습니다.
가운데 놓인 오벨리스크는 여전히 건재하나 봉헌의 명문만은 달라졌습니다.
〈그런즉 너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자리를 떠나라.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순응하는 자 축복받고 순응치 않는 자 칭찬받으리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길고도 찰나인 환상이었습니다. 오벨리스크의 명문을 확인하면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내곤 신성현이 잡아준 손을 확인합니다.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사랑. 그런즉 너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뒤에 달린 이별을 암시하는 말은 달라지지 않았을지언정.) 떠나지 않겠다는 말, 약속했어요. (이연화는 신을, 파트너를 믿어보기로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동일한 환상이 지나간 걸까. 신성현의 표정은 사람들에게 괴로워하는 그때보다 편안하고… 슬픈 표정이었다. 남아서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돌아올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에 대한 믿음. 푸른 눈동자가 밝아진다. 꽉 잡은 손깍지에 따뜻한 온기가 돈다.) 설령 떨어진대도 우주를 건너 널 만나러 갈 거야. 파트너의 손을 두 번이나 놓는 건, 너무 슬프잖아. (신성현은 신을, 당신을 믿었다. 세계가 이어준 단 하나뿐인 운명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거면 충분해요. (이별을 부정하는 확언에 긴장이 풀립니다. 하늘 위 우주에서 나눈 사랑의 맹세가 이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만나러 갈게, 몇십몇백 년이 걸려도 널 찾으러 갈게. 슬픔에 빠진 파트너를 오래 두지 않아. 당신은 그렇게 나를 만나러 와 줬고 두 행성을 이었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반지가 끼워져 있을, 그의 약지를 쓰다듬습니다. 조심조심, 곱게 포장해 일단락되는 속삭임이 흘러나옵니다.)
…사랑해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 사람이 외로운 이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떠난 우주여행은 낯선 행성으로 불시착하여 이 만남을 이끌어냈다. ‘내’ 의지를 받아 신성현은 다시 한번 맹세할 것이다. 세상에 다시 없을 결혼식을 올리고 서로가 고른 장소를 여행하자고. 신조차 방해할 수 없는 결혼식을. 비어버린 당신의 약지에 제 심장을 끼울 수 있도록. 곱게 포장한 마음을 건넸다.)
…사랑해, 이연화.

모래뿐인 바닥에서 순식간에 파란 장미가 만개해 오벨리스크를, 이연화와 신성현의 발목을 휘감습니다.
파랑새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하늘을 메꾸고…….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면.
두 사람은 현실에서 깨어납니다.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4 → 5
[ 신성현 ] 로이스 : 4 → 5

◆ #Scene 8. 외우주의 그림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2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03 → 104
[ 신성현 ] 침식률 : 104 → 106

낯선 마을, 사람들이 걱정했는지 침대맡은 온갖 꽃으로 덮여 있습니다.
방안을 훈훈하게 데운 온기와 코밑의 꽃향기. 머리맡에는 ‘벚꽃 다발’과 말린 과일, ‘종이 뭉치’, 작은 인형부터 반짝거리는 돌멩이까지.
쓸모없지만 어딘가 다정한 것들이 쌓여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등의 물음은 이어지지 못합니다. 따뜻한 온기와 은은한 꽃향기, 기대도 바라지도 않았던 호의들… 직전 환상을 보고 와서 그런가, 감상에 젖은 시선으로 벚꽃 다발을 듭니다. 옆에 있을 파트너에게 시선이 갔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환상에서 깨어난 신성현이 눈짓한다. 우리가 바라는 그들의 따스한 호의가 돌아온 거야. 나를 위해 구원자인 척해준 네 덕분에. 이연화의 손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잘했어. (동굴 일을 말하는 것이다.)

조심스레 든 벚꽃 다발은 겹쳐 핀 동그란 꽃잎 사이 얇은 술이 벌어졌습니다.
자그맣고 분홍색이라 벚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초봄에나 피는 꽃이 한겨울 병문안 선물로 가당할 리 없습니다.
이것은 매화입니다. 어리석게도 가장 빨리 피어 추운 겨울을 버텨내는 꽃.
또 다른 이름은 봄의 전령사, 조춘 만화의 괴. 엄동설한을 두려워하지 않고 개화하는 기개야말로 다른 꽃에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그 꽃말은 공교롭게도 ‘고결한 마음’, ‘결백’.
꺾인 가지인데도 달고 감미로운 향기는 여전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일어나자마자 형의 칭찬과 간지러운 호의를 받으려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간지럽고, 따뜻하고. 타이머의 일은 적성에 맞아 어찌저찌 이어 나가게 된 역할이나, 이 감정을 느낀 이연화가 깨닫습니다. 나는 은연중에 사람들의 희망을 나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구나. 필시 신성현과 함께한 후로 바뀐 감정일 겁니다. 어리석게도 가장 빨리 피어 추운 겨울을 버티는 매화꽃을 쓰다듬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좋은 건 아니고? (가벼운 농담이었다. 당신의 나쁘지 않은 상태를 알아보고 함께 기분 좋아진다. 서로가 서로를 바꿔 가는 거야. 나는 네게 세상을 구할 이유를 주고, 너는 내게 살아갈 이유를 주고. 매화꽃을 닮은 이연화의 금빛 머리칼이 신성현 손끝에 얽힌다.)

선물한 사람도, 담긴 의미도 알 수 없습니다. 단순히 겨울에 꽃을 구하느라 매화였던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요. 이런 순간에도 깨달음은 찾아옵니다.
블루베리와 닮은 독과가 있었다면, 향기 옅은 꽃을 닮은 매화도 있노라고.
닮았어도 각기 다른 것들은 이렇게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존재는 원치 않게 태어난 목숨. 우연과 필연이 난도질해 수십, 수백, 수천 갈래로 찢어진 괴로움이야말로 삶의 본질.
한낱 인간인 이상 태어날 이유도 죽는 순간도 고를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절대 침해받지 않는 신성불가침 영역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떻게 할래, 이연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한결같이 한 마음인 신성현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당신에게 묻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처음에는 단순한 의무로, 다음에는 신성현을 만나서, 또 다음에는 신이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엔… 저를 쓰다듬는 신성현과 시선이 교차합니다. 부드러운 표정을 한 이연화가 나지막이 말합니다.) 외로운 사람의 손을 잡아줄래요.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것이 네 선택인가. 언젠가 이연화의 입에서 듣고 싶은 말 중 하나였다. 사람들을 구하겠노라고. 내가 아닌 자의로 움직이겠노라고. 세상의 어둠을 견디고 구할 이유를 찾아 기어코 일어서는 타이머의 모습이란, 내가 생각한 구원자와 꼭 맞아서 그 이마에 입 맞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내 손을 잡아주는 한 괜찮을 거예요. (간질거리는 감각이 심장에서부터 몸 전체로 번져 온기보다 화한 불씨를 만들어 냅니다. 다 꺼져가는 난롯불에 생기가 돌아왔습니다. 비단 신성현뿐만이 아니더라도 이연화까지 마음을 굳혔으니. 더는 무서울 것도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마주 입 맞추고 근처, 종이 뭉치를 쓸어내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다니 죽는 순간까지도 놓아주지 말아야겠군. (가느다란 손가락들을 엮어 풀리지 않는 매듭을 완성한다. 두 번의 이별은 없을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려는 구원자가 외로워야 함은 부조리하니까. 신성현의 눈이 종이 뭉치에 머문다.)

엉성한 그림, 단정한 글씨로 적어 내린 ‘편지’, 색색의 종이학과 소원 종이가 겹쳐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그린 엉성한 그림은 스케치북을 찢어 납작한 크레파스로 이연화와 신성현을 그렸습니다.
둘 다 매화꽃을 엮은 화관을 쓰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림에 담긴 마음의 이름을 알아냅니다.
“나도 이다음에 크면 꼭 타이머가 될래요.”
그 이름은 여전히 영웅을 향한 동경.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타이머가 사랑하는 어린아이의 꿈을 부수지 않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사태를 해결해야겠군요. (당신을 따라 가볍고 농담조인 말투였습니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건 신을 닮은 각오가 새겨진 무게입니다. 단정한 글씨로 적어 내린 편지를 펼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러게, 지금 타이머가 되면 많이 고생하겠지. 어린아이는 즐겁고 걱정 없이 자라나야 해. (하고 어린아이를 바라본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말라고 쓰담쓰담.)

단정한 글씨로 안부를 묻는 편지입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난 다 컸거든요. (장단에 맞추며 읽는 편지에서 익숙한 기시감이 듭니다. 이번에도, 남편,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신성현’과 구한 메이데이 일가가 생각나는 편지였습니다. 반사적으로 제 볼을 더듬습니다.) 신성현 먹느라 밥은 뒷전이긴 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상한 소리 하는 거 보니까 다 큰 어른 맞네.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편지를 보고 이연화를 보고 걱정하는 기색과 앞으로 더 많이 먹여서 찌워야겠다는 결심이 언뜻 드러난다.)

글줄에 겹친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메이데이 여사

아침부터 뛰어오느라 식사도 못 했을 텐데, 밥이라도 한술 뜨고 가소.
타이머 분들이 바쁜 걸 누가 모르겠는가. 도밍게즈를 위해 일해주어 우리가 더 고맙지.

그 목소리는 여전히 영웅을 걱정하고, 기다란 소원 종이에는 모두의 바람이 쓰여 있습니다.
「무사히 깨어나렴.」, 「좋은 꿈을 꿀 수 있었으면.」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시민 1

고마워요, 하필 게이트가 나타난 게 댐 상류라길래 걱정이 많았는데.

 

시민 2

아침부터 욕봤소. 고생이 많구먼.

 

시민 3

이번 신화생물도 무시무시했어요? 댐보다 커요?

 

시민 4

다친 데는 없어요?

그 마음들은 찰나가 아니라 지금도 여기 남아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편지를 곱게 접어 내려두는 손길이 느렸습니다. 생각할 게 많은 데다가 쏟아지듯 지나가는 추억들이, 마음들이 전부 기꺼워서요. 신성현과 함께한 길에 놓인 지지와 도움은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해주었습니다. 신이 지키고 싶은 세상의 빛이 환해 옅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살면서 구원자가 신으로부터 났음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면, 아마 지금이 아닐까요.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목숨을 걸라고 말하는 건 명령하는 처지에서도 늘 내키지 않지만. 어떤 위로도 소용없겠으나, 이건 그대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별의 운명이 달렸어. 온 도밍게즈가 함께할 거야.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는 이런 세계라도 구하고 싶어.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희생이라고 부를 만한 일도 못 돼. 왜냐하면 세계가 곧 나니까. 세계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인 거지. 그러니 인간의 기준으로 감히 내 죽음을 판단하려 들지 마.

이런 세계라도 구하고 싶다는 게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반드시 동의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난 정확한 이름이 없어. 56개, 어쩌면 그 이상의 호칭이 있을 뿐. 타이머의 이름은 전부 내 이름이기도 하거든. 단독으로 있으면 너희가 맨날 불러댈 게 귀찮은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점은 본래 의도를 해치지 않기 위함이다.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던 건 조금이라도 더 작아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신은 신격을 조각 내 작은 개체로 나누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어도 외롭지는 않았어. 내게는 둘 이상이라는 개념이 더 낯설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영원토록 나 혼자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

그런즉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어버려서,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는 너희의 근원이야. 너희는 나의 일부고. 너희가 속절없이 끌리는 것은 온전한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

외로움을 하사받고 만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마도 이런 걸 죄책감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미안해.

감정을 배우지 못한, 배울 필요조차 없는 신치고는 인간다운 채도라니.
이제는 그 문장의 어폐를 압니다. 세상 만물이 신으로부터 났다면 이 마음 또한 그에게서 났을 것입니다.
인류가 느끼는 공포와 영웅이 느끼는 고독은 결국 같은 원점에서 태어났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살면서 구원자가 신으로부터 났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가 당신이고 당신이 우리였으며 타이머는 신의 대행자란 사실이….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랬는데. 죽음을 결심한 자의 바람을 따라야 맞을 터인데. 외로움을 하사받고 만 당신이 가엾고 또 이해되기도 합니다. 사랑을 알아버린 이연화와 닮았어요. 다시는 혼자였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나와 같았습니다. 신성현에게서 그를 봅니다.) 구원자의 역할은 우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신이었을지도 몰라요. (사랑하는 것을 두고 죽음을 결정한 신. 그것이 진정한 구원자는 아닐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자신에게 깃든 신의 마음을 인간이 다 알 수는 없지만, 혼자가 아니게 된 신은 함께하는 다정함과 혼자인 외로움을 알아버렸다. 세계를 나누어 차원을 쪼개도 달라지지 않는 추위라 더 이상 외롭지 않으려고,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고 죽음을 결정한 것이다. 당신의 눈동자가 비춘 제 모습에서 신의 표정을 기억한다.) 그에게서 난 모든 생명들이 구원자일지도 모르고. (결국 같은 원점, 같은 근원. 우리가 당신이고 당신이 우리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누가 듣는다면 매정하다 생각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를 위한 길이기도, 신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외로움을 알았으니 더더욱 결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요. (스스로를 죽이기까지 아득한 고민이 필요했겠죠. 아득한 시간이 필요했겠죠. 이연화는 그 숭고한 여정을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여리게 웃던 작은 신의 미소를 기억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랑하는 것들에게 잊혀진다는 신의 여정은 이로써 마침표를 찍겠지. 신 또한 신앙 없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조용히 눈을 내리감으며 존중한다. 신과 우리 모두의 결정을.) 내 파트너께서 바란다면. (네가 나아가는 길을 지켜줄게. 그것이 가시밭길이라 하더라도.)

톡. 콧잔등에 차가운 감촉이 떨어집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뜨면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세상을 뒤덮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따스한 방안에 내리는 눈이라니. 신의 눈물인가, 다른 무엇인가. 고개를 들고 창문을 바라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눈이다. (신성현이 중얼거린다. 의아한지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겨울이니 당연한 타이밍이지만, 따스한 방안에 눈만 내리다니 이 얼마나 불가해한가요?
문득 주변이 어두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식이 벌어질 때처럼 사위가 어둠에 침잠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니, 뭔가 이상해요. (불쑥 불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두워진 사위, 일식, 불가해한 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연화는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 풍경을 확인합니다. 신이 직접 불러 전언한 것, 이 세상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탓 아니었을까요. 그와의 만남은 다소 급한 감이 있었으니까.)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평범한 눈이 아닌 것 같아. (따뜻한 기운이 빠져나가고 추운 냉기가 뼛속을 파고든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사이로 세상을 뒤덮은 무언가를 목격한다. 당신이 예상하는 그것. 맞붙어서 신격이 강해진 먹잇감을 집어삼키러 찾아온….)

바깥을 확인하면 멸망의 시작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떨어지던 건 눈송이 따위가 아니고, 벌어진 건 기상이변 같은 게 아닙니다.
하늘이 깨지고 있습니다. 차가운 조각들은 그 파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멸망과 탄생이 시작한 그날을 연상시키는 하늘입니다. 신성현의 죽음과 신성현과의 만남. 당신의 손을 잡아 몸을 빼낸 이연화는 중력으로 천천히 착지해서, 한겨울 상공에 나타난 것을 바라봅니다.) 코스모스 웨이브?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맙소사. (이렇다 할 것 없이 빠르게 따라가 착지한 신성현은 아연실색한 얼굴이었다. 당신이 신성현과 행동하고 있을 무렵, 지구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멸망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누군가 잡아 뜯은 것처럼 길게 갈라진 하늘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고입니다.
무대의 뒤편 따위가 아니라 그림자라고 확신한 건, 다닥다닥 달라붙은 눈알들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또 저 눈입니다.
탐욕으로 가득 찬 시선이 타이머를 주시합니다.
모든 눈알이 전부, 하나 같이, 한 쌍도 빼놓지 않고!
지구와 도밍게즈를 잇는 거대한 게이트의 등장입니다.
⚜ 공포 판정 : 난이도 3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익숙한 공포입니다. 온몸에 쭈뼛 돋아나는 소름, 새하얘지는 안색. 멸망이 다시 한번 실현되고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이 세상은 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겠죠. 신은 왜 그토록 급해야 했는지, 파트너의 몸을 빌리면서까지 찾아와야 했는지 깨닫습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없었군요. (금빛 마안은 허공을 수놓습니다. 본능적인 방어입니다.)
(4)dx | 공포 판정 (4DX10) > 10[3,7,10,10]+2[1,2] > 12
2d10 | 공포 침식 (2D10) > 19[9,10] > 1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04 → 123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처음 겪는 공포지만 차원 너머에서 전해져 오는 ‘신성현’의 기억이 있다. 당장 도망쳐 저것에게서 벗어나라는 공포를 억누르고 이연화의 손을 놓지 않는다. 사방이 점령된 하늘에서 도망쳐봤자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몇 달, 하다못해 며칠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2)dx | 공포 판정 (2DX10) > 6[1,6] > 6
2d10 | 공포 침식 (2D10) > 19[9,10] > 16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06 → 122

타이머의 본능에 뿌리박힌 공포가 이성을 갉아먹을 때였습니다.
이연화, 당신이 지니고 있던 사파이어 펜듈럼이 마지막으로 쨍한 빛을 발합니다.
섬세하게 깎아낸 보석에 새파란 하늘이 일렁거리는 듯한 환각을 봅니다.
다시 한번 소유자를 보호한 사파이어 펜듈럼은 이제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 버렸지만, 당신의 정신만큼은 온건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사파이어 펜듈럼이 깨져나갑니다. 푸른 조각들은 사방으로 퍼져 공기 중에 녹아버리고, 공포에서 벗어난 이연화는 정신 차립니다. 맞잡은 손아귀를 적신 식은땀, 가빠진 호흡, 경직된 두 다리가 천천히 움직입니다. 파트너와 저를 주시하는 눈알들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갑니다.) …신성현, 나의 파트너. 솔직히 신을 죽인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타이머는 신의 그릇, 그와 가장 가까운 존재. 같이 소멸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연화가 그걸 감수하고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제 옆에 있습니다.)
나는 하나뿐인 내 운명을 믿는 거예요. 외로움을 하사받은 신을 믿는 거고요. (이번에는 이별을 요구하지 않을 거라는 말. 설령 헤어져도 당신이 내 곁에 찾아와 줄 것이라는 믿음. 신화생물의 손짓 한 번이면 바스러져 버릴 안색으로 웃습니다.)
가요, 형. (무대로 나아갈 때와 같은 말.)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품에서 깨져나간 펜듈럼은 쨍한 빛을 사방에 퍼뜨리고 주위 사람들의 정신마저 보호한다. 아득한 미지에서 깨어난 신성현이 이를 악문다. 굳어있기만 해서야 하나뿐인 나의 운명을 지킬 수 없었다. 한 걸음, 무거운 몸을 옮긴 그가 당신을 돌아본다. 희미하고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러나 믿음이 가득한 미소였다. 이유는 제 옆에 있었다.) 근원을 따라 소멸될 수도, 세계에서 망각될 수도 있겠지. 난 괜찮아. 운명에 맞설 각오는 널 택한 그 순간부터 했는걸.
나는 내 하나뿐인 사랑을 믿는 거다. 감정을 배워버린 신을 믿는 거고. (세상 만물이 신으로부터 났다면 이 마음 또한 그에게서 났을 테지. 공포, 고독, 추위, 외로움. 당신에게 그것보다 굳건한 우리의 결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가자, 이연화. (나는 당신을 지킬 것이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아 나아갑니다.
이윽고 깨진 틈새로 거대한 무언가가 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사삭, 다리 많은 벌레가 어둠을 기는 소리를 시작으로 시간을 붙잡아둔 마법이 풀리고 세계가 소란해집니다.
비명이 난무하고 두려움이 팽창합니다.
[제4차 코스모스 웨이브 발생!]
[제4차 코스모스 웨이브 발생!]
[제4차 코스모스 웨이브 발생!]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무전.
웨엥, 웨엥, 웨에에엥―
경보를 울려대는 스피커,
도, 도망칩시다!
산을 내려가!
타이머는 어디에…….
온갖 마디가 뒤섞인 비명.
모래 대신 눈이 떨어집니다. 위에 펼쳐진 하늘이 아래로 쏟아지는 장면은 거대한 모래시계를 연상시킵니다.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모래시계가 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세계의 시간이 다하는 소리. 저 파편이 전부 떨어지기 전에, 우리를 지탱한 수명이 다하기 전에 이연화는 모든 걸 펼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빛이 시간을 거스릅니다. 그래, 시간을 거스르는 거야. 나를 위해 찾아온 다른 차원의 파트너처럼. 우주를, 차원을, 운명을… 부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시간을 거스르는 거야. 모래시계가 다하기 전에, 세상이 무너지기 전에.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빛이 이연화를 감싸고 금빛과 푸른빛이 뒤섞이면 신성현은 모든 걸 걸고 당신 곁에 선다. 파트너를 지키고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처럼. 우주를, 차원을, 운명을… 부수었다.)

이 이야기는 구원자의 숙명을 버텨낸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전하는 헌사.
결말은 오직 꽉 닫힌 해피엔딩.
이 이야기에 배드엔딩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두 타이머가 우주를, 차원을, 운명을 거스릅니다.
《씬 종료》
《클라이맥스 페이즈》
◆ #Scene 9. A Last Salute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8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23 → 131
[ 이연화 ] BN : 3 → 4
[ 신성현 ] 침식률 : 122 → 131
[ 신성현 ] BN : 3 → 4

작은 신은 말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서 나는 죽기로 했어.

신이 죽거든 외우주가 탐낼 신격은 사라지고, 창백하고 푸른 점들은 흔한 별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완전하고 안전하게 원죄를 청산할 방법이지만.
정보가 공개됩니다.
타이머의 안위는 보장하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래봤자 멸망 아니면 소멸입니다. 그런즉 너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자리를 떠나라.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순응하는 자 축복받고 순응치 않는 자 칭찬받으리라. 이것이 정녕 구원자의 숙명을 버텨낸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전하는 헌사라면, 외로운 신이 우리의 아픔을 공유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낭떠러지였으며 물러날 곳도 도망칠 곳도 없으니 하늘을 부유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는가. 밑이 시커먼 암흑일지, 안온한 바다일지는 떨어져 봐야 안다. 또한 신성현은 자신을 믿었다. 이연화를 사랑해서, 지독하게 사랑해서 언제 어디고 찾아갈 자신의 마음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고.

두 사람은 겨울의 한복판에 섭니다.
저번 이별은 지독하게 평화로운 여름에 이루어지더니 이번 이별은 혹독하게 얼어붙은 겨울에 이루어질 작정인가 봅니다.
대칭이라면 끝과 끝일 연출 방식에 조금 웃음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군, 신을 죽일 준비는 되었나? (신성현이 하슬러 원수의 대사를 훔쳐 묻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얼마든지. 신살을 행하죠. (이연화가 슬픈 듯 기쁜 기색으로 답합니다.)

신을 죽이고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한 가닥 불안은 가슴 깊은 곳에 묻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입니다.
신성을 살해하기 위해선 토대가 되는 신앙을 지워야 합니다.
그런즉 당신이 다스리는 권능에 명령하세요.
‘세계는 신을 잊으라고.’
당신이 관장하는 속성은 망각의 매개체가 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각오한 일이고 결심한 일인데, 막상 마지막이 찾아오니까 눈앞이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적이 아닌 나의 근원을 죽이는 일이니까요. 이런 세계라도 구하고자 이연화가 지금부터 실행하는 일은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 신이 죽거든 창백하고 푸른 점들은 흔한 별로 전락할 것입니다. 시간은 과거로 향하지 않는 것이 섭리랬나요.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시간과 역사를 관장하는 타이머가 기적을 실현합니다. 우주를, 차원을 거슬러 신이 태어난 그 운명이 사라지도록.) …여기에서 끝내요. (이 돌고 도는 운명과 이별의 악순환 말이에요. 어두운 하늘 아래 금빛으로 빛나는 그것은 별을 닮았습니다. 두 사람이 세계의 우주가 됩니다.)
《신성 살해》 Lv■ | 오토 | - | - | 해설 참조 | 이 이펙트는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선언만으로 무조건 성공한다. 이펙트 효과는 망각. 세계의 모든 구성으로부터 지목한 대상을 삭제하는 것. 이펙트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들에게 우주를 선사할 때였다.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을 명한 마안들이 쌍성처럼 서로를 돌고 돌아 저 하늘 높이 솟구치자, 거대한 눈알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별임에도 불구하고 멸망이 가린 어둠을 몰아낼 듯 밝은 폭발이 된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이연화와 잡은 손은 단단하다는 점일까. 손깍지를 깊게 엮어낸 신성현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지막이다. (마안들이 운명을 거슬러 수많은 가루처럼 밤하늘을 수놓아 우리의 별, 세계의 우주를 이루었다.)
《신성 살해》 Lv■ | 오토 | - | - | 해설 참조 | 이 이펙트는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선언만으로 무조건 성공한다. 이펙트 효과는 망각. 세계의 모든 구성으로부터 지목한 대상을 삭제하는 것. 이펙트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명령에 이끌려 떠오른 구체는 선명히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절망이 빠져나간 검푸른 하늘을 우주 삼아 펼쳐진 금빛, 푸른빛 구체들이 제 자리에 정렬합니다.
이리저리 얽히듯 하늘에 그림을 그린 구체가 어여쁘게 반짝입니다.
이어 제 파트너와 잡은 손에 힘을 주면,
―――!
폭발한 마안은 우주와 차원을 넘은 시간을 거스르고 세상 전체를 밝게 물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선 무대 일대는 하나의 우주가 되었습니다.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 타이머와 카운터.
땅을 정복하고 바다를 거느리고 하늘을 다스려……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지워냅니다.
빛이 잦아들면 비로소 모든 장례 행렬이 끝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되 두 사람은 확신합니다.
체내에 머물던 권능이 떠나기 시작했으니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입니다. 세계를 수놓은 금빛과 푸른빛의 우주는 마치, 카운터 이연화와 타이머 신성현이 처음으로 만든 우주를 닮아서. 권능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제 파트너를 돌아봅니다.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 타이머와 타이머. 세계가 예비한… 나의 사랑.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야, 별을 닮은 당신의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당신만이 저를 지배했는걸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같은 시간, 같은 기억, 같은 마음을 공유한 이연화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내 삶이자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였다. 당신과 함께라면 세계의 어디라도 함께할 수 있어. 그것이 멸망해 가는 종착지더라도. 세계가 예비한 나의 사랑에게 애정을 함뿍 담아 속삭인다. 우주는 고요한 것. 폭발의 비명도 여파도 없는 이곳에서 당신 뺨을 쓰다듬는다.) 나는 널 만나기 위해 태어난 걸지도 몰라.

엄습했던 불안과 달리 예고된 페널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다른 차원 내내 당신의 권능은 송두리째 사라졌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것도 아니었고.
정답은 들을 수 없겠지만, 추측하자면 신으로부터 이미 분리된 존재이기 때문이거나,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도 이번만큼은.

작은 신이 남긴 마지막 유산일지도 모르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빡. 신성현의 말을 들은 이연화가 사르르 녹아드는 웃음을 짓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존재가 소멸하거나 눈앞이 점멸하는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단 것은… 우리가 무사하다는 증거. 결국 참다못해 당신 품에 안겨듭니다. 차가운 겨울 향기가 폐부를 파고드는 게 그리도 좋아서, 안락해서 물기 찬 목소리가 새어 나갑니다.) 내 이름… 불러주세요. 당신의 목소리로 불러줘요. (그리고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지막 아닌 사랑을 삼키고 싶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나 여기 있어. 아이처럼 사랑스럽고 꿀처럼 달콤한 미소는 자신까지 절로 웃게 만들었다. 빈틈없이 안긴 파트너의 고동 소리가 선명해서, 그 품은 더없이 따뜻해서 당신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금빛 머리칼을 연신 쓰다듬은 신성현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중얼거린다.) 사랑해, 이연화. (사랑해… 폐부를 파고드는 화려한 장미 향기가 기꺼웠다. 당신으로 인해 잠겨 눈감고 싶었다. 내 이름도 불러줘. 사랑을 느끼게 해줘.)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신성현. (나의 사랑스러운 파트너. 얼마나 껴안았는지 검은 군복이 다 구겨질 정도로 안겨 온 이연화가 고개만 얼핏 떼어냅니다. 복숭앗빛으로 물든 뺨은 상기된 기쁨과 애정을 보여주었고, 곧 당신에게 입 맞춥니다. 당신 앞에서만큼은 수십 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아이일 거예요. 말캉한 입술을 마음껏 삼켜 취한 이연화가 속삭입니다.) 사랑해요. (이 사랑이 세상의 종언이라 할지라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금만큼은 신성현도 당신의 사랑을 양껏 취한다. 다정한 숨결이 섞여 숨 쉬게 만드는 과정은 기꺼웠다. 저 목소리로 불러주는 제 이름이란 심장을 쿵쿵 울려 조금 몽롱한 눈빛이었다. 분명, 사랑에 잠식된 것이다. 세상의 종언이라 할지라도 뛰어들게 만드는 편안함. 이마와 이마를 맞댄다. 젖은 숨을 쉬었다. 너는 내 곁에 와 준 최고의 선물이었어. 당신만이 들릴 반짝임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내게 온 선물인 거죠. (이게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생 당신에게 잠겨서 죽고 싶은 기적 같았습니다. 그게 어느 날의 우리들을 떠오르게 하여, 문득 해소하지 못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때도 이러다가 신성현을 잃어버렸잖아요. 잔뜩 날 세운 고양이처럼 당신을 끌어안고 홱 고개 돌립니다. 하늘을 노려봅니다.) …해치웠나? (빨리 신성현한테 고생한 보상으로 이것저것 해달라고 매달려야 하는데.)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선물이라 말해놓고 플래그 세우기야?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기쁨에서 겨우 빠져나온 얼굴이 흐려진다. 당신을 따라 고개 돌려 하늘을 노려보고, 커지기 시작하는 불안감이 다른 의미로 심장을 감싼다. 이쯤 고생한 이연화의 투정을 들어주면서 마지못해 휩쓸려야 하는데. 뭔가,)

최후의 클리셰, 사망 플래그가 발동합니다.
[제4차 코스모스 웨이브 발생!]
끝나야 했던 경보가 다시 외칩니다.
고개를 들면 하늘에 드리운 멸망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당신의 안에서 말라붙은 줄 알았던 권능도 딱 겨자씨 한 알만큼 남아있습니다.
왜, 신을 죽였는데도, 끝나지 않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혹시나 한 거란 말이에요. 당혹을 띠고 변명하는 말이 횡설수설 느리게 나왔습니다. 우린 성공했어, 권능이 줄어들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끝나지 않지?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는 권능은 없애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는 최저선이었습니다. 안심은 온데간데없이 입술을 깨물고 재차 명령합니다. 사라져, 사라지란 말이야. 아자토스는 돌아와, 신성현의 비명이 맴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아. 계획이 늘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달래는 말과 다르게 꽤 초조한 말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성공하지 못한다면 저 하늘의 멸망은 이어지고 신과 대적할 권능이 남아있지 않은 타이머들로는 막아낼 수 없을 터였다. 침착을 가장한 신성현도 신성 살해를 다시 한번 시도해 보지만….) 안 돼… 없어지지 않아. (뭐가, 뭐가 문제였을까. 방황하는 눈동자에 깨달음이 들어찬다.)

죽은 계시가 빛의 속도로 심중에 꽂힙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여기는 그렇게 재편성된… 일컨대 두 번째 세계야.

즉, 첫 번째 세계―원작에는 아직 신격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입니다.
이 나선에 꿴 창백하고 푸른 별은 총 네 점. 우리 우주만 구원해서는 궤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맞아요. 세계, 아니, 차원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에요. 건너편의 신성현과 이연화 혹은 그 파편을 지니고 있을 타이머가 존재합니다. 같은 깨달음이 찾아온 이연화는 더욱 굳은 낯빛이었습니다.) 차원을… 차원을 건너갈 방법이 있어야 해요. 그곳에 신성 살해 방법을 알려주거나 그래야,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당황하는 순간에도 하늘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대체, 어떻게 해야…. (생각나는 수가 없었다. 블루 아버를 여는 방법은 우주 저편도 아니고 평행우주일 뿐이었다. 차원 이동이라니. 그런 게 우리에게 있을 리가. 손 쓸 수 없이 커져가는 하늘의 구멍을 손으로라도 틀어막고픈 심정이었다.)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무엇 하나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좌표가 정해진 것도 경로가 기록된 것도 아닌데 권능은 바닥을 드러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을 건너 당신에게 사랑을 전한 단 한 명을요.
기억이 공개됩니다.
우리는 이미 평행우주를 건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헛숨을 삼킵니다. 떨리는 눈이 단단해지고 당신에게 고정됩니다. 차원을 건너 날 만나러 온 운명. 멸망이자 구원의 시작. 신성현… 홀린 듯 당신 뺨을 감싸 중얼거립니다.) 여기 있잖아요. 평행우주를 건너는 방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처음엔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기억이 돌아오고 당신의 눈동자가 ‘신성현’을 말한다는 걸 깨달으면 눈을 크게 뜬다. 벼락같이 찾아든 주문이었다.) 세계 추방… 세계 추방이 있어. (널 만나기 위해 사용한 ‘신성현’의 마지막 희망이.)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자신 외의 대상, 이라 함은 둘 중 하나가 떠나가야 하는 거겠죠.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신성 살해도 난생처음이건만 차원을 건너는 것까지 무사히 해결되리라 자신할 수는 없으나.) 차원을 건너온 형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거예요.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찾아갈게요. (해내야 했습니다.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여 멸망을 경고한 당신을 위해서라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남겨진 사람이 어떨지 떠나간 사람이 잘 도착할 수 있을지 그 무엇하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신의 각오는 저를 진정하게 해주었다. 신성 살해도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망칠 곳, 물러날 곳 없는 우리들의 최후. 발버둥. 잠시간 괴로워하던 신성현은 느리게 끄덕인다. 파트너를 끌어안고 그 이마에 입 맞춘다.) 조심해. 꼭 돌아와야 해. 여기서 널 기다릴 테니까… 버티고 있을 테니까.
차원과 우주를 건너 날 만나러 가. (이내 괴로움마저 삼킨 신성현이 웃는다. 당신을 배웅하는 미소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보통은 날 만나러 와, 일 대사가 가라는 말로 바뀐 것이 슬프고 괴로웠습니다. 겨우 당신과 함께하는 줄 알았더니 또다시 떠나야 하는 여정이잖아요. 신성현에게 외로움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카운터’ 신성현과 함께한 나와 다르게 그는… 수십 수백 년을 홀로 버텼거든요. 충분히 외로웠거든요…. 당신을 지켜주는 부적처럼 그 이마에다 입 맞추곤. 어여삐 미소 짓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차원과 우주를 건너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만나러 올게요. (재회를 약속합니다. 반드시.)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반드시 찾아오겠다는 약속. 우리의 맹세. 그것이 돌고 돌아 서로를 구하고 이어줄 것이다. 말했잖아. 기다리는 건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라고. 떨어지지 않는 손을 떼어내 당신을 놓아준다. 파트너의 여정은 최후의 순간까지 지켜봐 주었다. 그래, 괜찮아. 신은 이연화와 신성현이 분수대에서 빈 소원을 지켜줄 거야.) 저편에서 기다릴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의 기억에도 없는 우주에서의 일은 아직까지 우리들을 이어주며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별은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곁에 계속 있어. 그것은 늘 같은 자리에서 우주를 이어주고 있으니까. 쌍성의 궤도가 자신이 다녀올 때까지 버텨주길.) 다녀올게요, 형. (심호흡한 이연화는 당신에게 끄덕입니다. 준비됐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헤어짐은 늘 슬퍼서 견딜 수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의 만남. 두 사람만의 사랑. 그리하여 시작된 불길한 예언과 멸망은 또다시 어느 별에 불시착한다. 우주를 돌고 돌아 사랑과 멸망의 시발점에. 당신의 신호를 받은 신성현이 세계 추방을 시전한다.)
“신을 죽여야 해.”

어깨를 한 번 뒤척이던 신성현의 중얼거림이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주문을 외면…….
「 날선 바늘의 끝은 정확히 우리를 가리켰다.
달칵, 시곗바늘이 제자리에 돌아옵니다.
―바늘 끝이 정확히 제자리에 돌아오면. 」
「 일정한 규칙 속 우리는 발견했다.
철컥, 숫자들이 새로운 규칙을 따라 재배열됩니다.
규칙을 부수고 다시 한번 너를 만나러 갈게. 」
「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빙글. 모래시계가 뒤집힙니다.
모래를, 섭리를, 시간을 거스르자. 」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 Written by. 수연
⚜ 12시의 도밍게즈 ⚜
Chapter.3 모래 시계의 균형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을 거야.
»»———— ⚜ ————««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그곳은 수도였습니다.
푸른 하늘, 흰 길, 끈을 엮어 매단 색색의 깃발과 우산. 정처 없이 부유하는 풍선과 꽃가루.
건국 축제를 맞은 수도에는 오직 사람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창틀마다 핀 새파란 장미가 외우주의 침입자를 환영합니다.
시계탑의 흰 벽에 새겨진 새파란 글씨가 다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정확히 14년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주문의 여파 때문일까요, 중요한 걸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사라지고 애절한 감정만이 느껴집니다. 쿵쿵대는 심장 소리, 볼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 그것이 눈물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게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신성현의 향기와, 고동 소리와, …모습이었습니다.) 형…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이되 신성현이 아닌 자. 아무것도 모르는 저편의 신성현. 그는 무너지는 당신을 세게 움켜쥐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한다. 그래야 하는데… 사랑이 깊어진 운명은 너도, 나도 슬퍼하여 속절없이 두 사람을 무너뜨린다. 새파란 장미 향기에 질식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연화야.) 우리는 돌아가야 해. (그날의, 그때의 아픔이 반복된다.)

시계탑 나란히 선 두 사람. 당신이지만 당신이 아닌 이연화와 당신만 알고 당신을 모르는 신성현.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친숙한 색을 띠고 있어 퍽 그리워지고 맙니다.
분수대에 고인 물은 유일한 등장인물을 고스란히 비춰줍니다.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우리.
혹독한 선택지를 눈앞에 둔 신성현은 그 시절 그대로, 같은 대사를 반복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직 지구가 멸망하지 않았으니까. 네 가족, 네가 그나마 소중히 여기던 것들. 전부… 거기에 살아있어. 지금 돌아가지 않는다면 늦어버리게 될 거야. (떠나지 않은 자 저주받고, 지구는 정말로 멸망하겠지. 나고 자란 것을 빼앗긴 네게, 지구를 멸망시키라는 말까지 할 순 없어… 이연화.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달램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혼란스러웠습니다. 잔재한 ‘내’가 무언갈 말해야 한다고 외쳐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나는 누구지? 이연화는 이연화인가? 턱 막힌 목구멍에선 약속 대신 울음이 흘렀고 절망이 흘렀습니다.) 싫어요. 가기 싫어요.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버텼어요. 형이랑 살아가고 싶어서 버텼어요. 그런데 이제 돌아가래요, 우리가 떨어져야 한대요…. (나, 어떡해요? 두서없는 말이었습니다.)

신성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홀린 듯이 상대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맙니다.
우주를 건넌 대가로 기억이 재조정됩니다.
당신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다른 차원의 기억이 물씬 밀려옵니다.
아,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이성이 뭉개집니다…….
⚜ 의지 판정 : 난이도 3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을 붙잡으려 매달리는 자의 애원은 깊고도 슬픈 사랑이었습니다. 사랑해서, 너무나 사랑해서 저를 보내려는 당신이 야속하고 미웠습니다. 동시에 하나뿐인 파트너란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 아이처럼 우는 것입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아니야. 이러려던 게 아니야. 나는 이러려고 온 게,) 거짓말.
(4+4)dx 의지 판정 (8DX10) > 9[2,3,4,4,5,6,6,9] > 9
(기어코 슬픔이 잠식한 이연화는 의지가 사라집니다. 사라지려고 했습니다. 당장 눈앞의 존재를 붙잡아야 한다는 본능밖에 없어서 되는 대로 내뱉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형이… 어떻게 떠나라 말할 수 있어요. 나는 형 없인 안 되는 사람이에요. 신성현이 존재해서,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거예요.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이연화의 세계는 신성현이라고! (당신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깟 저주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힘없이 흐느낀 이연화가 내 세상에게 빌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작은 아이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지도 모르고, 당신이 무얼 대가로 찾아왔는지도 모르고 신성현은 그저 무너지는 어린아이가 가슴 아파서… 당신을 끌어안고 울음을 삼켰다. 제 심장에 지울 수 없는 흉터가 새겨진다. 맞아, 거짓말이야.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이연화를 붙잡고 싶고, 보내기 싫은 사람은 신성현일 테지. 반지를 나눠 낀 당신의 손에 깍지를 낀다. 간곡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래. 이연화는 신성현의 세계고, 나 없이 살아갈 수 없고, 우리의 손이 떨어지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알아. 14년이나 지난 네게는 지구보다 도밍게즈가 익숙할 것도 알고. (그래서, 그러니까, 이러는 것이다. 비집고 새어 나오려는 울음을 참는다. 이를 꽉 깨물었다. 당신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선 안 된다. 흔들림 없는 푸른빛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본다.)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과 기분, 생각과 언어, 감정과 본능이 상대에게 향하기 시작합니다.
가까이 가고 싶은 욕구, 헤어지기 싫은 설움, 무정한 신을 향한 원망.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돌아가.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모르겠습니다. 저 얼굴과 다정함과 사랑을 느끼고 버티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나는 신성현으로 살아가는 존재. 당신 단 한 사람만이 연명시키며 존재하는 이방인. 이연화는 무너집니다. 하나뿐인 운명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가 완전히 집어삼켜지고… 억눌린 말을 이어가려던 이연화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깜빡, 깜빡. 크게 뜬 눈가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신성현을 떠난 이연화가,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구에 있는 형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감정을 추슬러 당신에게 다시 웃어주는 신성현은 그 어느 때보다, 어느 날보다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람결에 살랑이는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다.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듯. 그렇게 웃었다.) 괜찮아. (그것이 누군가의 각오를 닮았다면 착각일까. 느리게 다가와 당신의 이마에 키스했다. 입술이 길게 닿았다가 떨어진다. 마음속 언어를 정제하고 정제해서, 기어이 꺼내 들었다.) …그래. 너는 행복해질 수 있어. 지구에 있는 나에게… 위로받을 수 있어. 그 신성현이 또 다른 나라면, 운명처럼 ‘이연화’에게 빠져들겠지. (마침내 널 사랑하게 되어 세계의 기준을 너로 삼게 되겠지. 저편의 우리처럼.)

서글픈 이별은 섞이고 섞여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다른 차원의 이연화가 겪었을 모든 기억이 날뛰기 시작할 때.
주머니에 든 종유석 파편이 쨍하고 빛납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순식간에 호흡이 가라앉습니다. 당신의 기억이 부상하고,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음을 직감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번복할 수 없는 선택이 파도처럼 밀려와 이연화의 힘조차 빠져나가려던 그때, 품 안에서 무언가가 깨집니다. 한 번도 가진 적 없고 본 적도 없는 파편이. 그러자 잠식되어 가는 정신이 맑아집니다.) …헉, (‘이연화’가 숨을 토해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 만져대는 당신의 손을 잡아 이 악물며 버팁니다. 혼합되는 두 존재의 기억이 휘몰아칩니다.)

가쁜 숨을 토해냅니다. 당신은 자신을 지켰습니다. 더는 슬픔에 허우적대지 않아도 되는 존재입니다.
이 순간을 막으려 건너 온 거니까요. 이별의 슬픔을 막으려고, 당신과의 사랑을 이어주려고.
자, 이제…….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왜 그래, 괜찮아? (말을 이어가다 말고 파트너의 작은 떨림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기 젖은 눈동자가 무거운 걱정을, 사랑을 띠어 당신에게 집중했다. 이연화 아닌 이연화를.)

〈그런즉 너희는 본분을 다하라. 자리를 지키라.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아무것도 모르는 신성현의 선택지는 두 개로 한정됐지만, 모든 걸 아는 당신의 선택지는 무한대로 확장됩니다.
〈그런즉 너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자리를 떠나라.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목숨을 바쳐서라도 능히 전부 구원해보겠느냐고 제안할 차례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우리는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슬픔을 견디고 있었구나. 가슴이 찢어지고 세상이 내려앉는 감각은 모든 걸 각오한 이연화도 버티기 힘든 감정이었습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나를 기다려준 당신이 있어서 간신히 일어섭니다. 따스한 손바닥에 제 볼을 대고… 희게 웃은 사랑의 속삭임입니다.) 우리가 이별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 우주 건너편에서 만나러 온 기적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당신에겐 다소 뜬금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파트너가 울다 말고 의지에 찬 눈으로 웃어주니까. 나는… 기뻤습니다. 이연화와 ‘이연화’의 기억을 받고 한층 더 깊어진 사랑이 내 손에서 지켜지는 거잖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방법이라니. (그게 무슨… 신성현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울다 말고 들려온 파트너의 말은 다소 뜬금없고 혼란스러운 예언이지만, 이 땅에 멸망 아닌 사랑을 가져올 믿음이었으므로. 기적을 증오하는 이연화가 계시한 기적이 신성현에게 스며든다. 저 눈동자의 각오를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묘하게 그리운 그것이니까. 나의 사랑스러운 파트너는 이런 상황에서까지 장난치지 않는다는 걸 알아. 쓰라린 아픔을 미뤄두고 묻는다.) 우리가 이별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정말 이 별에 존재해? (당신만큼이나 간절한 사람도 신성현이었겠지. 절박한 심정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응, 존재해요. 당신이 알려주고 당신이 이루어 낸 방법인걸. (기억을 되찾고 버텼는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서 그래요. 곧 당신을 구한다는 기쁨. 저편의 우리처럼…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같은 존재의 차가운 겨울 향이 폐부를 파고듭니다. 이대로 잠겨 죽어도 좋아. 자신처럼 간절한 신성현에게 신의 전언을 전합니다.) 순응하는 자 축복받고 순응치 않는 자 칭찬받으리라. (신성 살해.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 손가락과 손가락을 엮습니다.)
범우주적 구원 사역을 개시할 때예요. (나를 따라와요, 당신이 믿고 있는 나를.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그 입술에 입 맞춥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 살해. 동족상잔이자 동반 자살. 근원을 죽이고서 자신과 함께하겠냐는 저 말은 같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뜻이나 다름없는데… 왜 아무런 두려움이 들지 않는 건지. 아마, 건너편의 자신이 당신을 그 무엇보다도 믿고 사랑한 영향일 것이다. 막연한 확신, 당신을 향한 희망. 망설임은 잠시였다. 신성현은 언제나 이연화의 곁에 서는 파트너였다.) 내 파트너께서 그런 방법은 언제 찾았는지 묻고 싶지만, 일단은 중요한 건 지금이니까. (손가락과 손가락을 엮는다. 떨어질 수 없도록 아주 깊게 엮어서 입 맞춘다.)
해볼게. 범우주적 차원의 신살을.

우리의 사랑은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서로를 움직이는 이유가 되어줍니다.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 범우주적 구원 사역을 개시합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있죠, 형. 처음에는 당신이 날 찾아온 구원이자 멸망이라고 여겼어요. (당신은 모를 소리입니다. 몰라도 괜찮아요, 이제 나를 찾아올 그 지고지순한 희생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마지막으로 우리를 구한 ‘신성현’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수십 수백 년의 외로움을 딛고 기어이 날 찾아와 준 당신에게요. 금빛 마안은 찬란한 수도를 뒤덮고 당신에게 노래합니다. 구슬피 우는 자장가이기도, 구원자들을 위한 축복이기도 했습니다. 세계의 모든 시간이 역행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달라요. 신성현은 구원이나 멸망 같은 게 아니라….
내 타이머, 파트너, 운명… 세계.
모든 것. 그 자체예요.
《신성 살해》 Lv■ | 오토 | - | - | 해설 참조 | 이 이펙트는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선언만으로 무조건 성공한다. 이펙트 효과는 망각. 세계의 모든 구성으로부터 지목한 대상을 삭제하는 것. 이펙트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금의 저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구원이나 멸망 같은 게 아니라, 타이머, 파트너 운명… 세계. 모든 것 그 자체. 너와 나를 이루는 사랑의 결실. 수십 수백 년의 외로움을 딛고 기어이 파트너를 찾아간 신성현의 과거는 살풋 웃는다. 차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저편의 감정을 건네받고 느끼는 것이다. 당신이 날 구하고 있노라고. 푸른빛 마안이 금빛 마안을 돌며 공전한다. 신을 배웅하는 자장가이기도, 우주를 건넌 사랑에게 보답하는 축복이기도 했다. 장미 향기가 만개했다.) 우연이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이연화. 너는 단순한 파트너이자 사랑이 아니라….
신성현을 이루는 하나뿐인 별이야.
《신성 살해》 Lv■ | 오토 | - | - | 해설 참조 | 이 이펙트는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선언만으로 무조건 성공한다. 이펙트 효과는 망각. 세계의 모든 구성으로부터 지목한 대상을 삭제하는 것. 이펙트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 쌍성이 푸른 수도를 수놓습니다.
정처 없이 부유하는 풍선과 꽃가루가 하늘을 역행하고 시간이 되돌아갑니다.
새파란 장미가 만개하고 색색의 깃발과 우산마저 정지한 그 세계 속에서, 별들이 부수어집니다.
소리 없는 세계의 멸망이자 시작이었습니다.
무대에 선 구원자들을 바라볼 관객들은 없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것은 영원한 시간으로 기록되며 서로의 추억 속에 남아있을 테니.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자. 인류의 영웅.
세계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선의 이편부터 저편까지, 우주의 태초부터 종말까지.
시공간의 모든 곳을 점거한 권능은 마지막 한 알의 신격을 찾아내 말살합니다.
새파란 장미가 어둠 속으로 머리를 떨구고 꽃잎을 토합니다.
빈자리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은매화가 피어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로써 이별의 종말이자 재회의 시작이었습니다. 별 가루가 흩날리고 시간이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이연화는 신성현을 돌아봅니다. 울고 있나요? 웃고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이연화를 이루는 건 신성현이니까. 나는 당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하나뿐인 별, 나의 세계, 당신에게 이별 아닌 이별을 건넵니다.) 저편에서 기다릴게요, 내 사랑.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은매화 사이에서 웃는 네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여전히 신성현을 이루는 건 이연화였으므로.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와 내가 함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별의 종말이자 재회의 순간을 달게 받아들인다. 당신이 떠나고 당신이 돌아올 거란 직감은 희미한 웃음을 자아냈다. 제 쌍성에게 말한다.) 안녕, …내 사랑.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의 이별은 위한 인사는 아닙니다.
잠시 이 별에 불시착한, 곧 떠나갈 상대를 배웅하는 인사.
그리고 마침내 돌아올 나의 별을 위한 인사.
그래, 우리 운명은 나선형 모래시계를 맴돌고 있었던 거야.
그런즉 벗어나려거든 통째로 부수는 수밖에.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며,
길고도 괴로웠던 영웅 서사는 드디어 종장을 덮습니다.

…….
…….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타고 급박한 외침이 당신을 깨웁니다.
목소리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전, 거대한 탈력감과 함께 당신은 신성현의 품으로 고꾸라집니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동자는 우주의 어떤 별과도 같지 않은 색. 두 번째 지구의 타이머가 분명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숨을 들이켭니다. 막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람처럼 호흡하고 당신에게 기댑니다. 따스한… 아주 따스한 온기가 들어찹니다. 아, 성공했구나. 무사히 돌아와서 파트너에게 인사할 수 있겠구나. 희미한 미소를 짓고 당신 눈가를 쓰다듬습니다. 건네야 할 인사를.)
…다녀왔어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막 쓰러진 파트너를 걱정하는 눈빛은 직전의 누군가와 같은 온도였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훑다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면, 울지 못해 웃는다. 당신이 해낸 것이 기쁘고 벅차서 지어진 표정이었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다시 한번 입 맞춘다.)
안녕, 내 사랑.

캐릭터 인장

이연화

(푸스스 바람 빠지는 웃음이었습니다. 즐거워서요. 즐겁고… 사랑스러워서… 같은 문장인데 달리 들리는 저 목소리가, 애정이. 당신을 와락 끌어안아 넘어뜨립니다. 그 품에 온몸을 묻습니다. 잠시 섞여 든 이별의 아픔과 두려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내 사랑에게 키스해 주세요. (지금 당장. 가까워진 숨결이 들뜬 감정을 공유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다운 투정이네. (순순히 무너져 당신을 끌어안은 심장에서 두근대느라 숨기지 못한 반가움이 느껴진다. 이 순간만을 기다린 것처럼 당신 이마, 콧등, 뺨에 입 맞추며 내려오다가… 쪽.)
(들뜬 숨결을 섞고 공유해 키스한다. 부드러운 입술을 훑는 시간조차 달콤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시간이란 넘치고 충분했습니다. 함께 사랑할 시간. 이야기 나누며 손잡을 시간. 어깨를 기대고 온몸을 기대서 상대에게 저를 내어주는 시간. 다정한 입맞춤에 키스까지 받은 이연화는 그동안 참은 투정, 오늘 다 부려버릴 작정이었습니다. 살며시 뜬 눈동자가 말합니다. 사랑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눈빛만으로도 이연화가 무얼 말하는지 알아들었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우리가 두려워할 멸망은 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에겐 그간 못다 한 사랑을 퍼붓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나뿐인 파트너가 좋아하는데 그 무엇인들 못 해줄까. 살며시 뜬 눈동자가 말한다. 사랑해.)

재회의 기쁨을 누리면 하늘이 닫히며 희미해지는 균열과 물러가는 무수히 많은 다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겨자씨 한 알의 부재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더는 영웅이 될 수 없겠죠.
세계를 구원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신앙을 잊은 인류가 당신의 공헌을 기억할지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막연히 괜찮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한낱 인간이더라도.
나의 타이머,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외로울 때 손을 잡아줄 당신이 있으니까.
이곳의 설산에도 은매화가 만개합니다.
죽은 자가 두 영웅에게 보내는 꽃다발입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
퇴역한 영웅에게, 최후의 경례를!
《씬 종료》
《백 트랙》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남아있는 로이스 수 : 5
5D10 | 1배 굴림 (5D10) > 36[5,9,5,8,9] > 36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31 → 95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남아있는 로이스 수 : 5
5D10 | 1배 굴림 (5D10) > 35[7,10,7,7,4] > 35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31 → 96

전원 생환합니다.
《백 트랙 종료》
《엔딩 페이즈》
◆ #Epilogue 1. NGC2392―성간 구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데, (한창 이연화의 투정을 받아주다 아주, 아주 중요한 사실을 떠올린 신성현이 한 박자 늦게 곤란한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지구에는 어떻게 돌아가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네에, 한창 투정 부리느라 늘어진 발음으로 애교부린 이연화가 찬물을 맞은 것처럼 눈 크게 뜹니다.) 어… 맞다. (지구의 타이머였던 것을 올려다보고.)
이참에 도밍게즈에 신혼집 차려서 살죠? (다 해결됐다고 이딴 발언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라는 거야 이 여우가. (이마 꿍)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야, 방금까지 행복하게 키스하다가 이러기 있어요? (이마 문질문질 억울하게 꿍얼거립니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한결같은 이연화는 어찌 보면 참 대단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 일 아니라고 아무렇게나 내뱉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저런 한결같은 파트너라 좋았다. 약하게 때린 것 가지고 엄살은. 이연화 이마에 호 해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헤헤 헤실대면서 좋아합니다. 여우 꼬리가 살랑이는 것 같았습니다.) 진심인데요. (약간 광기가 느껴지는 듯하긴 하지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돼… 우린 다른 별 사람이다. (여우 머리나 복복 쓰다듬는다.)

아, 맞다…… 우리 다른 별 사람이었지.
열렬히 복귀 방법을 고민하노라면, 설산 아래에서 장사꾼이 손을 흔듭니다.

 

장사꾼

눈사태 끝난 거 맞죠? 다들 나와도 됩니까?

마지막 정보가 공개됩니다.
신앙이 사라지고 신화생물이 떠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인과가 조정됩니다.
세계가 개편되고 새로운 신화가 구축됩니다.
인류는 더 이상 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빡깜빡. 밀려 들어오는 개편된 정보를 파악한 이연화의 눈이 빛납니다. 장사꾼에게 대답하는 것도 잊고 신성현 허리를 꽈아아악 감쌉니다.) 그렇다는 건…. (금빛 마안이 생성됩니다. 사라지지 않은 중력, 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권능. 두 사람 앞에 금빛 디멘션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당신에겐 불행할지도 모르는 소식입니다.) 혀엉.
연화 놀아주기로 했잖아요. (부릅)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할 말이 사라진다. 개편된 정보를 파악하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반짝이는 이연화의 눈동자가 불길해서였다. 은근슬쩍 빠져나가려던 찰나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기회나 노리는 이연화를 보고 마른세수한다.) 넌 무슨 그런 말을 이럴 때…. (곧 신성현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항복이었다.)
…마음대로 해. (모르겠다. 네가 좋음 된 거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몸 퍼뜩 일으킵니다. 당신을 질질 끌고 디멘션 게이트로 향합니다. 사람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 이연화에게는 신성현과의 시간만이 중요했습니다.) 오늘 제10시 타이머는 휴일이에요. (세계도 구했는데 보상으로 신성현 잡아먹기 정도는 해도 되잖아요. 꿋꿋하게 신나 합니다. 너무 한결같아서 문제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연화 대신 저 아래 시민들에게 끄덕이고는 질질 끌려간다. 권능이 남아있는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곧 닥쳐올 시련이나 대비하기로 한다.) 오늘만이야. (지친 발걸음이 이연화를 따라 사라진다.)

게이트를 통과하기 전, 한결같은 제10 타이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고마워하는 시민들의 인사가 들립니다.
늘 우리를 구했던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또 우리를 구해줄 당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관측되지 않는 것은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법.
신 또한 신앙 없이 존재할 수 없다면.
관측된즉 존재를 증명받는 것이 순리.
믿음이 존재하므로 기적도 잔재하는 순환.
이건 인간이 인간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 12시의 도밍게즈 Time out ⚜
신성현 생존 이연화 생존
당신은 무엇 하나 잃어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권능조차.
신과 신화생물만을 제외하고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둡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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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 2. Ode to 7 orbs―궤도공명
그리고 여기는 다른 차원의 새로 쓴 엔딩 분기.
은매화가 흐드러진 도밍게즈의 풍경은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집니다.
곁에 선,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를 바라봅니다.
먼 우주를 건너왔던 그는 이미 떠난 지 오래입니다. 똑같은 얼굴이지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별을 앞두고 돌아온 감상은 어떤가요. 묻고 싶은 말이 밤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지만…….
⚜ RC 판정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방금… 무언가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순간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지만, 분명한 나였으며 신성현의 하나뿐인 파트너였습니다. 이연화보다 더 여리고 사랑에 빠진 눈을 한 이연화는. 본능적으로 당신과 마주합니다. 나의 파트너, 카운터 이연화의 타이머. 신성현.)
(4+2)dx+8 RC 판정 (6DX10+8) > 9[4,5,7,9,9,9]+8 > 17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를 떠나보낸 신성현은 비로소 제 파트너, 타이머의 하나뿐인 카운터, 이연화를 마주한다. 여리게 웃는 웃음이 세계를 구원한 당신에게 인사했다.) 어서 와, 이연화. (엮인 손가락을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2+2)dx+1 RC 판정 (4DX10+1) > 9[4,6,7,9]+1 > 10

마지막 기억이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꼭 누군가처럼 숨을 들이켭니다. 기적 같은 기억들이 저를 잠식하고, 모든 운명이 스며든 이연화는… 당신을 마주 끌어안습니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것처럼, 앞으로 영원히 사랑하겠단 것처럼. 애절하고 간절한 손길에 기쁨과 울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당신을 다시 만난 울음. 유일한 사랑에게 안긴 이연화가 흐느낍니다.) 응… 다녀왔어요, 형. (많이 외로웠죠. 많이 힘들었죠… 우주까지 건너 날 만나러 간 이 신성현에게 제 향기를 듬뿍 건넵니다.)
약속, 지켜줬네요.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저와 같은 반지가 끼워진 손이 추스르지 못한 행복으로 잘게 떨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별처럼 흩날리며 외로이 돌아갈 이연화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우주를 건너 우리의 멸망을 막으러 간 신성현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찢어질 일도. 많이 기다렸지. 많이 힘들었지… 수십 수백 년을 기다린 이 이연화에게 제 향기를 듬뿍 건넨다. 애절하고 간절한 손길엔 지고지순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놓아주지 않을 거야. 이곳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내 사랑과 약조한 만남이니까. (이연화의 반지를 매만진다. 차오르는 물기를 삼킨 신성현이,) 이연화.
나와 다시 한번 결혼해 주겠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물로 얼룩진 서로의 표정은 그리 예쁘지 못한 얼굴일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라곤 은매화밖에 없는 풍경, 그뿐인데. 이번에는… 멍한 표정을 짓던 이연화가 하염없이 무너져버립니다. 슬퍼서 무너진 게 아니에요.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기뻐도 되는 걸까, 하여 무너지는 거죠. 이별의 키스도 안녕도 없이 건넨 청혼은 꾹 억눌러 둔 울음을 모조리 꺼내기에 충분한 선물이었습니다.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끄덕인 이연화가 목맨 소리로 웃습니다.)
당연히, 결혼할게요. 형과 결혼해서 신혼여행도 가고 밤하늘도 보러 갈 거예요. (울음 때문에 드문드문 이어지는 말이 완성됩니다. 당신 손바닥에 제 뺨을 대고, 세상에서 가장 지고지순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사랑해요… 신성현, 나의 타이머.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돌고 돌아 당신에게 돌아와서 지키지 못한 약속을 완성하는 이 순간의 감정은 감히 단어 하나, 문장 몇 절로 고정할 수 없을 만치 넘쳐흐르는 행복이었다. 웃는 얼굴로 청혼하고 싶었는데. 기쁨에 무너져서 울어버리는 당신을 보면 어느새 제 시야까지 흐려지는 듯했다. 당신이 눈물을 흘리면 자신이 닦아주고, 닦아줘서… 스며들도록 했다. 일그러진 얼굴이라도 자신에게 만큼은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웃음이었다.)
고마워. (신성현은 울음을 머금은 얼굴로 고작 한 마디를 뱉는다.) 난 너를 구하러 갔던 거야. 너만이 나를 구할 수 있어서.
사랑해, 이연화. 나의 카운터. 나의… 타이머.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의 타이머,
서로의 파트너,
서로의 운명,
서로의 세계.
서로의 모든 것이니까.
나는 당신에게 파묻히고 당신은 내게 사무칠 테니 헤어지고 이별에 울지 않아도 세계는 사랑으로 구원받을 것입니다.
그저 사랑한다면 전부 괜찮아질 거예요.
정각에 다다릅니다. 시곗바늘은 돌고 돌아 자정이 지나면 정오를, 정오가 지나면 자정을 가리키겠죠.
단언컨대 몇 번의 하루가 지나도 우리는 함께일 겁니다.
영원히.
존재하지 않던 시간만큼.
⚜ 12시의 도밍게즈 ⚜
구원자들의 순례는 막을 내립니다.
우리는 모든 일을 기억하는 상태로 새로운 결말에 다다릅니다.
이별도 저주도 더 이상 우리의 손을 떼어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

수고하셨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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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캐릭터 인장

✦ 4년 전 신문

2032.04.21. 제3차 코스모스 웨이브가 남긴 헤아릴 수 없는 인명 피해와 금전적 손해를 차치하고, 인류의 가장 막대한 손실은 제10시의 타이머 이연화와 그 파트너 신성현의 부재일 것이다. 영웅이 둘이나 행방불명된 사태에 도밍게즈 전역은 슬픔에 잠겼다. 전역에서는 무사 귀환을 바라는 촛불 행렬이…….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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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신문

2035.01.01. 새해 첫날, DOT는 클라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반격 개시에 GEM 연합은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앙케이트 결과, 클라커가 되길 자원한 이들은 대부분 타이머에게 구조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중략)

캐릭터 인장

✦ 태초의 신화

태초에 우주 귀퉁이에서 작은 신이 태어났다. 작은 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하며 어둠을 삼키고 빛을 마시며 자라났다. 시간이 흘러 충분한 신격을 갖춘 작은 신은 마침내 외부의 시선을 깨달았다. 우주 바깥에서 입맛을 다시는 포식자―외우주의 신들을.

위기를 깨달은 작은 신은 신격을 조각냈다. 눈을 뽑아 해와 달을 만들고 손가락을 꺾어 기둥을 세우고 피부를 다져 땅과 하늘을 갈랐으며 빈 곳에 눈물을 쏟아 바다를 채웠다. 포식자가 냄새를 맡지 못할 정도로 신격이 희미해지게.

그 결과, 보잘것없는 신격에 흥미를 잃은 외우주의 신은 다른 먹잇감을 찾아 떠났다. 작은 신은 안심한 채 깊이 잠들었으나.

캐릭터 인장

✦ 유언

세계 멸망을 막는 단 하나의 방법, 신성 살해. 신이 죽거든 외우주가 탐낼 신격은 사라지고, 창백하고 푸른 점들은 흔한 별로 전락할 것이다.

캐릭터 인장

✦ 제4의 벽

원작과 확장판은 두 갈래로 나뉜 평행우주다. 둘은 동시에 존재하며 상호 관측할 수 있다. 원작의 나와 확장판의 나는 동일 인물이면서 별개의 인물이다. 3부에서 우리가 떠올린 기억들은 중심점인 작은 신을 매개체로 원작의 기억이 뒤섞인 것이다.

이 핸드아웃이 지급된 시점부터 플레이어는 원작에서의 기억을 활용할 수 있다. 이연화는 겪어 본 적 없는 경험들을 개연성을 뛰어넘어 습득한다.

캐릭터 인장

✦ 이펙트 획득

《신성 살해》 Lv■ | 오토 | - | - | 해설 참조 | 이 이펙트는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선언만으로 무조건 성공한다. 이펙트 효과는 망각. 세계의 모든 구성으로부터 지목한 대상을 삭제하는 것. 이펙트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인장

✦ 편지

「이번에도 내 남편을 구해주셨다고 들었어요. 이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직 당신에게 감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될까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중략)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겨울이니 체력을 충분히 비축해두는 게 좋아요. 내키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캐릭터 인장

✦ 요한복음 15:4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캐릭터 인장

✦ 우주를 헤매던 운명

“예언을 하나 하죠.”
“세계를 죽이고자 하면 당신도 죽고, 세계를 살리고자 하면 당신도 살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세계를 위해 행한다면….”
“당신의 사후,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예언의 타이머가 원작 신성현에게 남긴 마지막 예언. 신성현은 그때 받은 예언과 주문으로 평행우주의 도밍게즈에 불시착했다.

캐릭터 인장

✦ 세계 추방

비용: HP 1점 이상 / 시전 시간: 기본 1분
세계에 존재하는 자신 외의 대상을 추방한다. 추방당한 대상은 새로운 세계로 편입되는 대신, 일시적으로 원 세계의 기억을 잃는다. 주문은 술자가 임의로 결정하며, 추방 대상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HP 1점당 하나의 은하를 건넌다. 상승하는 침식률은 없다.

※ 평행우주를 건너기 위해선 총 14점의 HP가 필요하다

캐릭터 인장

✦ 종유석 파편

보석에는 어째서 소유자를 지키고, 주인을 수호한다는 설이 따라다닐까? 그건 고대 신이 피조물들을 위해 남긴 징표이기 때문이다.

이 종유석 파편을 소지한 자는 외우주의 침입자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무시한다.

캐릭터 인장

✦ 세계 개편

2032년 3월, 어느 우주의 작은 행성 지구, 그리고 도밍게즈.
창백한 푸른 쌍성에는 초능력자 타이머가 존재한다.
타이머의 사명은 천재지변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구조하는 것.
그 기원을 두고 수많은 가설이 쏟아졌지만,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는 건 진화론이다.

쌍성은 무인 우주선 블루 아버 호를 통해 서로를 관측하는 데 성공, 2032.09.01. GEM 연합을 결성하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현재는 DOT 본부의 관문 상자를 이용해 제한적인 인원만 교류하고 있으나 조만간 전국에 관문 상자를 설치, 일반 국민의 관광도 허용할 예정이다.

캐릭터 인장

✦ 기억 복구 6단계

손끝에서 튀어 오르는 작은 정전기는 분명히 권능의 징조입니다. 신성현은 이연화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연화 또한 신성현을 구해냈습니다. 원작, 그리고 원작 엔딩 이후의 모든 기억을 되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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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목소리 | P 애정 | N 불안(✓) | 당신의 정체는 무엇이지?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거야?

캐릭터 인장

신성현

버려진 등대 | P 익숙함 | N 격의(✓) | 같은 꿈, 같은 광경 속에서 본 그 진실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운명 | P 애정(✓) | N 증오 | 한때는 증오했으나 지금은 애정하는 것. 돌고 돌아 사랑하게 될 운명.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 | P 친애(✓) | N 슬픔 | 너는 죽어서도 하나뿐인 파트너를 위해 헌신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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