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408::12시의 도밍게즈 Time out 1부
2024. 4. 22.

✦ 본 게시글은 수연님(@Team_Laputa)의 크툴루의 부름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12시의 도밍게즈 확장판 Time out :: Pale Blueberry」를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으로 룰 컨버팅한 세션의 백업 로그입니다. 열람 시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 데이터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펙트 데이터와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 지구 NPC 인장 출처 (@najunwan)님 배포
✦ PC 인장 (@sbo_0066)님, (@sso2yen)님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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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트로

Everytime You Kissed Me

 

✦ 오프닝 페이즈

光ノ風吹ク丘

 

✦ 전투 종료

Psycho-Pass OST : Sweet Poison

 

✦ #Scene 2. 정체불명의 생존자

260. Strange Circumstanses - Argsound

 

✦ #Scene 3. 타이머와 미지수의 상관관계

Pirates And Princesses

 

✦ 훈련실 내부

Interstellar OST 04 Day One by Hans Zimmer

 

✦ #Scene 4. 세계 멸망의 재림은 홀연히

Psycho-Pass OST : Law and Order

 

✦ 전투 개시

Into the Maze

 

✦ 수풀 사이 나동그라진 아이

I. Mirrors

 

✦ #Scene 5. 군인은 마땅히 충성

17 접경도시·낮

 

✦ #Scene 6. 우리의 끝은 성대히

Declaration

 

✦ 따끔!

a_hisa - Float

 

✦ #Scene 7. 폭풍 전야

遺サレタ場所/斜光

 

✦ 순회

a_hisa - Little Lake

 

✦ #Scene 8. 세계 멸망 팡파레

Will

 

✦ 능력을 활용한 쇼맨십

In the snowsea

 

✦ “게이트다!”

オバアチャン/破壊

 

✦ 핵을 부수기로 했다.

双極ノ悪夢

 

✦ Roses all the way

遺サレタ場所/遮光

 

✦ #Scene 9. 시곗바늘의 방향

[DALNODO] Light and Shadow

 

✦ #Epilogue. Gem― 쌍둥이 행성

Journey Soundtrack - 05. Threshold

 

✦ 이튿날

3 Signpost of Beginning

 

✦ 정신을 차리면 그곳은 좁은 방.

Julien Marchal - Insight XX

 

✦ 사흘 후

Melody of Blue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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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언젠가 다시… 다시 만나요, 내 사랑. 꼭이에요.”
“걱정하지 마, 내 사랑.”
“언제 어디서라도 널 찾아갈게.”
가장 높이 솟은 것. 깊이 가라앉은 피 냄새.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와 이 별과 이별의 경계.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낯선 장미 향기가 흘러들었다. 사방이 트인 곳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주와 우주가 연결되고 행성과 행성이 나란히 서는 순간. 시간은 잠시 숨을 멈추고.
아무것도 모르는 무구한 얼굴로 너는 내게 말했다.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은 그렇게 이 별에 불시착했다.
뒤늦게 의문을 되뇐다.
아예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웠을까?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 Written by. 수연
⚜ 12시의 도밍게즈 ⚜
Time out Chapter.1 Pale Blueberry
바늘 끝이 정확히 제자리에 돌아오면.
▒▒▒. 신성현 TIMER. 이연화
Date. 2024.03.23
더블크로스― 그것은 배신을 의미하는 말.
»»———— ⚜ ————««
《오프닝 페이즈》
◆ #Scene 1. 우주를 헤매던 운명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9

캐릭터 인장

■■■

1d10 | 등장 침식 (1D10) > 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4 → 43
[ ■■■ ] 침식률 : 32 → 36

“이연화! 머리!”
급박한 고함이 귓전에 달라붙습니다. 목소리의 출처를 파악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춥니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머리가 있던 자리를 때리고 지나갑니다. 한 박자만 늦었어도 목 위가 통째로 날아갔을 파괴력입니다.
목표물을 놓친 신화생물의 혓바닥은 애먼 주택가 담벼락을 때려 부수며 분풀이를 일삼습니다.
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점액질을 태우던 불의 타이머가 한걸음에 달려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위험하게 전투 중에 한눈을 파시면 어떡해요!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 아니시죠? (새빨갛게 타오르는 붉은빛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불현듯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방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더라. 수면 위로 떠오른 정신이 주위를 파악하고, 낯익은 목소리를 받아들입니다. 비로소 짙은 웃음을 아주 우아하게 지은 이연화가 에리안 에버렛을 바라봅니다.) 호오. (기어오르는 동료에겐 그 한 마디면 충분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그제야 급한 상황에 당신의 이름을 그냥 불렀다는 걸 떠올립니다. 우아하면서 서늘한 미소를 보자마자 빠르게 한 걸음 물러납니다.)
제가 감히
제가 또 잘못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알면 됐어요. (상황이 상황이라 넘어가 주는 겁니다. 애먼 주택가를 때려 부수는 신화생물에게 주의를 돌려줍니다.) 저것부터 어떻게 한 뒤에, 이야기하죠. 한눈판 것은 사실이니.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자신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웃음과 그렇지 못한 성격이 웬일로 무사히 넘어가 주자, 심장 서늘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다른 말을 하기 전에 끄덕입니다.) 동감이에요, 저게 마지막 남은 녀석이니까요. 끝까지 집중합시다.

현재 위치는 10구역 시가지. 눈앞에는 크게 벌어진 ‘검은 게이트’와 이를 드러낸 ‘사나운 신화생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방금까지 한참 접전을 벌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원이 나간 것처럼 정신이 끊겼습니다.
강렬한 파열음과 폭발음 사이로 아주 작은,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남아있던 건가 싶어 반사적으로 돌아본 거였는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맞아요. 차근차근 사고를 정리하자 앞뒤 상황이 채워집니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고, 잠시 한눈이 팔려서… 검은 게이트를 훑은 이연화가 넌지시 말합니다. 정신 공격 신화생물이라도 등장했나.) 에리안. 이상한 소리 못 들었나요?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신화생물을 경계하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요? 잘못 들으신 것 아닐까요…? 저길 보세요, 이연화 님. (질린 안색의 그가 가리킨 곳은 얼추 다 부서져 문이라곤 남아있지 않은 건물들이었습니다.) 인기척마저 없는 곳에 뭐가 있겠어요.

당신이 훑은 검은 게이트는 NO. 2032-17. 등장한 신화생물은 틴달로스의 사냥개.
약 30분 전 제10구역에 발생했습니다. 사람 서넛은 거뜬히 드나들 수 있는 규모입니다.
살아있다고 주장하듯, 일정한 속도로 박동하는 게이트는 칠흑처럼 새카맣습니다. 너머의 풍경이라곤 보이지 않고 불온한 어둠만 번들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역시 그런가.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데, 확인할 길이 없어 찝찝함만 늘어갔습니다. 파열음이 겹치고 겹쳐 허상음을 만들어 낸 걸까요. 작게 고민한 이연화가 깔끔한 결론을 내립니다.) 내 착각이거나, 사냥개 외의 무언가가 있거나. 확인은 끝나고 해봐야겠어요. 에리안, (그의 곁에 서 전투태세를 갖춥니다. 사나운 신화생물에게.)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으음… 이연화 님이 착각하실 리는 없을 텐데. 만약의 가능성을 대비하겠습니다, 말씀대로 저것부터 처리하고 확인해 봐요. (당신의 부름에 자동적으로 권능을 끌어올립니다. 주위의 온도가 차츰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준비됐습니다.

전투태세를 갖춰 맞이한 것은 푸르스름한 외피가 매끄럽게 빛나는 괴물. 꺾인 관절의 형태와 사족보행이란 점을 빼면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데도 틴달로스의 ‘사냥개’라고 불리는 신화생물입니다.
눈도 코도 없이 길게 찢어진 입만이 얼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들락거리는 혓바닥은 채찍처럼 길고 팔뚝만큼 두꺼운 데다가 끝이 추보다 무겁습니다. 잘못 맞으면 어디든 혹독한 구멍을 냅니다.
현재 남은 개체 수는 3마리입니다. (1D3) > 3
상황 파악이 끝나면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춥니다. 머리를 땅에 처박고 근육을 한껏 긴장시킨,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태도입니다.
함께 파견된 에리안 에버렛이 수신호를 보냅니다. 전투 준비 완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열심히 밟아준 것 같은데 아직도 3마리나 남았나. (한숨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서 정리하고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앞길을 가로막는 저 짐승들에게 상냥한 웃음을 지어주었습니다.) 달라붙지 않게 잘 불태워요. (이연화의 주변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마안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마치 금빛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습니다. 딱, 손을 튕깁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허공에 생겨난 마안의 반짝임을 주의 깊게 보고, 당신이 수신호를 주면 에리안 에버렛의 발밑에서부터 타오르는 불길이 발화합니다. 땀이나 그을림 하나 없이 자리한 그가 사냥개들의 시선을 끕니다.) 네, 저 점액질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우리한테 불리할 것 같아요. 되도록 한 방에 가겠습니다.

중력이 이연화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고, 땅은 타오르는 불길을 이기지 못해 녹아듭니다.
딱. 손을 튕기는 소리와 동시에,
사냥개들이 달려듭니다.
《전투 개시》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우리와 10m 거리에 있습니다.
사냥개들이 한 인게이지, 그리고 이연화와 에리안 에버렛이 한 인게이지입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지원 부탁드립니다, 이연화 님.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까부터 끌어모은 열을 한 번에 방출합니다. 억압된 권능이 한순간 터져나가자,)
《이터널 블레이즈》 Lv5 | 셋업 | 자동 | 자신 | 지근

펑, 강렬한 폭발 소리와 함께 주변을 가득 채운 불길이 사냥개들의 퇴로를 차단합니다.
불의 강은 오로지 당신과 에리안 에버렛, 두 사람이 지나갈 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했어요, 칭찬해 드리죠. (그가 전장을 만든 뒤는 자신이 움직일 차례였습니다. 강대한 열량을 발생시키느라 멈추어 선 에리안 에버렛의 몸이 차츰 떠오릅니다. 반짝이는 금빛은 상대의 몸을 감싸 보호해 주었고, 시공을 일그러뜨립니다. 휙, 한 사람의 시간을 빠르게 돌려버렸습니다.)
《적방편이세계》 Lv5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2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3 → 45

시공간을 일그러뜨린 금색 별들은 에리안 에버렛을 감싸 빠르게 움직이도록 명합니다.
퇴로를 차단당한 사냥개들은 불길한 점액질을 입가에서 뚝, 뚝 흘려댑니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에리안 에버렛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갑니다! (금빛이 저를 감싸고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걸 느끼자마자 바닥을 박찹니다. 불길을 쥔 에리안 에버렛의 몸이 앞으로 튕기듯 쏘아졌습니다. 불길을, 염화를 둘러 새빨간 꽃을 피운 그가 사냥개의 앞에 도달합니다.) 놓친 것들만 부탁드릴게요!
【99↓ Blaze】 《불꽃의 가호+불꽃의 회랑》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그렇게 불길한 기운과 흉측한 생김새의 괴물이 이빨을 드러내면, 콰르르. 열에 녹아내린 땅 사이로 붉은 용암이 치솟습니다. 아니, 고도로 집열되어 용암처럼 보이는 불꽃이었습니다. 이연화 당신을 믿고 온 권능을 쏟아부었습니다.)
14dx8+1 【99↓ Inferno】《C:샐러맨더+결합분쇄+재액의 화염+불꽃의 금제》 | 메이저 / RC / 대결 / 범위(선택) / 지근 | 다이스 14D+1 / 크리치 8 / 공격력 21 (14DX8+1) > 10[1,2,4,4,4,4,5,5,6,6,7,7,8,9]+4[2,4]+1 > 15
대상 : 틴달로스의 사냥개 인게이지 전원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A

사냥개들이 뜨거운 열기에 놀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연기로 변해 모서리가 있는 곳으로. 시간을 사냥할 수 있는 곳으로.
(7+5)dx+2 회피 판정 (12DX10+2) > 9[1,2,2,2,2,4,5,5,6,7,7,9]+2 > 11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B

(7+5)dx+2 회피 판정 (12DX10+2) > 10[1,2,2,4,6,6,7,8,8,9,10,10]+4[1,4]+2 > 16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C

(7+5)dx+2 회피 판정 (12DX10+2) > 10[1,3,3,4,5,6,8,8,8,10,10,10]+2[2,2,2]+2 > 14

캐릭터 인장

이연화

범위 넓히는 연습을 더 해야겠는걸요. (불길을 중력으로 제어하며 애먼 곳에 튀지 않게끔 조절하던 이연화가 한 마리, 에리안 에버렛의 불길을 벗어난 사냥개를 지목합니다. 뒤에서 녹아내리는 전장을 한눈에 담습니다.) 옆, 1시 방향.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열심히 불길을 넓힌 에리안 에버렛은 제 불길을 빠져나간 사냥개를 보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덕분에 뭣 모르고 기습당할 걱정은 덜었습니다.) 이번엔 느낌이 좋았는데…. (투덜거릴 시간에 두 마리라도 불태워버립니다.)
2D10+21 | 대미지 (2D10+21) > 5[3,2]+21 > 26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A

컹! 에리안 에버렛의 불길에 휩싸인 나머지 두 마리는 연기로 변한 몸까지 녹아 불태워집니다. 고통스러운, 그러나 형용할 수 없는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C

푸르스름한 외피는 녹아내려 끔찍한 몰골이 되었고 길게 찢어진 잎에서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립니다. 끔찍하게 타는 향이 퍼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요새 내가 많이 풀어주긴 했죠? (그를 보조하던 마안이 거두어집니다. 제 곁으로 돌아온 금빛 구체가 중력을 이용해 타는 불길을 당신 쪽으로 돌렸습니다.) 하여간 화력은 좋은데 이런 면이 곤란하다니까.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아이, 그렇다고 저한테 돌리시기 있기예요! 논 적 없거든요! (화륵 높아지는 열기는 냄새를 태워버릴 작정이었습니다. 신화생물다운 불쾌한 향이 머릿속을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틴달로스의 사냥개 B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B

동족을 잃고 홀로 남은 사냥개는 광분한 듯 울부짖습니다. 그것의 몸이 날렵하게 튀어 오르고, 검푸른 피부 아래 맥박치는 박동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시간의 사냥꾼】 《오리진:애니멀+완전수화+형상변화:유+파괴의 손톱)》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저들을 불태운 당사자 앞에 당도하여 이를 드러냅니다. 뭉툭한 혀가 에리안 에버렛의 팔뚝을 노립니다. 사냥개가 달려온 궤도에 수상한 점액질이 흩뿌려집니다.
17dx7+5 【심연의 공허】 《독을 품은 짐승》+《월드 디스트럭션》+《C:키마이라+짐승의 힘+인탱글+자이언트 그로우스》 | 오토+메이저 / 〈백병〉 / 대결 / 범위(선택) / 시야 | 다이스 17D+5 / 크리치 7 / 공격력 2D+31 (17DX7+5) > 10[1,1,3,3,3,4,4,5,5,5,6,6,7,7,7,9,10]+10[2,3,6,9,10]+10[4,9]+1[1]+5 > 36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여… 연화 님! 이연화 님! (뒤늦게 기괴한 괴물을 맞이한 에리안 에버렛이 호들갑을 떨며 구조 요청을 보냅니다. 도와주세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느긋하게 따뜻한 불길을 감상한 이연화는 급박한 외침에도 싱그러운 웃음을 지을 뿐입니다.) 이런, 어디서 사냥개를 놓친 군인이 말을 거는 환청까지 들리는군요.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제 휴가! 휴가 드릴게요! 네?! (신화생물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현재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과장되게 앓는 소리를 흘려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아, 그에 맞춰 이쪽도 과장된 한숨을 쉬어줍니다. 그마저도 우아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소중한 동료를 내버려두는 것은 군인 된 도리가 아니니. (그가 가볍게 손을 휘저으면, 일순 에리안 에버렛에게 달려든 사냥개는 거대한 중력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RW:그래비티 바인드》 Lv5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3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5 → 48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후는 알아서 피해요. (이랬는데 못 피하는 순간 에리안 에버렛은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아닌, 자신을 감당해야 할 운명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중력에 짓눌린 사냥개가 주춤한 찰나, 그 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솔직히 틴달로스의 사냥개보다 우아하게 웃는 저 제10시 타이머가 훨씬 무서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불길 속으로 숨습니다.)
(4+0)dx 회피 판정 (4DX10) > 10[2,3,5,10]+10[10]+6[6] > 26
(등 뒤의 상대를 더 무서워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그는 불길 속에 숨은 그대로 자리를 옮겨, 사냥개가 물어뜯으려는 목표에서 벗어납니다. 불길에는 영향도 안 받는데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해… 해냈어요, 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은 수가 귀찮아서 범위 권능인 저자를 데려온 건 맞지만… DOT가 기르는 귀찮은 사냥개를 자신이 떠맡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속내에도 아름다운 얼굴은 착실히 미소 지어주고 있었습니다.) 아예 무능한 지경까진 아니라 다행이에요. 자, 우리 동료 씨가 놓친 마무리를 해볼까요. (뒤에서 구경만 하던 느긋함은 어디에 가고, 차가운 눈빛이 사냥개를 주시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당신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귀찮아하든 말든 회피에 성공했다는 것을 기뻐하는 중이었습니다. 언제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휴가보단 자신이 무사한 게 훨씬 중요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저를 비껴간 사냥개를 몰아줍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물어뜯은 먹잇감이 없다는 것에 더 격분한 모습입니다.
저 부질없는 반항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 앞에서 살아 나간 신화생물은 여태껏 단 한 마리도 없었으니까요.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발악하는 사냥개를 어여쁜 눈웃음으로 맞이합니다. 사냥개라니, 참으로 과분한 단어가 아닙니까. 꿀을 모아 만든 양 달콤하고 녹아내리는 성음을 내뱉습니다. 조근조근, 내 친히 알려주는 겁니다.) 진정한 사냥이라는 것은… 이런 거예요. (어느덧 사냥개의 주위를 점령한 금빛 마안이, 별빛 궤적을 그려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압살했습니다.)
10dx8+16 【99↓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5)》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0D+16 / 크리치 8 / 공격력 16 / 침식 7 (10DX8+16) > 10[3,5,6,6,7,7,9,9,10,10]+10[1,6,7,9]+5[5]+16 > 4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8 → 55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B

움찔, 그 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금빛 궤적이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꿰뚫어 지나가고 온 중력은 당신 앞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괴물이 딛고 선 땅, 공기, 공간 그 자체가 일그러집니다.
(7+5)dx+2 회피 판정 (12DX10+2) > 9[1,2,2,3,4,6,6,6,7,7,9,9]+2 > 11
물 밖을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댄 사냥개의 움직임이 점차 잦아듭니다. 짓눌린 피부에서 푸른 피와 비슷한 색의 점액질이 쏟아집니다. 기괴하게 뒤틀린 등뼈가 재조립되며 우득, 우드득. 단단한 것이 구겨지거나 부러져 뒤집히는 파열음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움직임 한번 없이 사냥개를 ‘사냥’한 이연화가 손아귀를 움켜쥡니다. 곧 들린 것은 마치 액체를 감싼 풍선이 터지는 소리였습니다. 지독하게 감정 없는 눈으로, 은은한 미소로 죽어가는 생명을 내려다봅니다.) 더럽긴. (그래요. 이것이 이연화의 본성이었습니다. 저를 이끌어 줄 누군가가 없는… 비틀린 자의 현재.)
5D10+16 | 대미지 (5D10+16) > 28[4,5,6,8,5]+16 > 44

당신에게 터져 여기저기 튀긴 푸른 빛의 점액질과 닿은 곳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부식되기 시작합니다. 아스팔트 도로가 이글이글 끓는 소리를 냅니다.
어쩜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지. 비틀린 당신은 생명을 앗아간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와 다르게 ■■■이 없는 이연화. 특별할 것 없는 도밍게즈 제10시 타이머의 임무였습니다.
《전투 종료》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시간 여행자의 천적이지만, 타이머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갑각류와 포유류를 억지로 합성한 것 같은 사체가 시가지에 즐비해 있습니다.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하늘로 피어오릅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한 바퀴 휘 둘러본 에리안 에버렛이 전투 종료를 알리려는지 무전기를 두드립니다. 당신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보고는 제가 할 테니까, 이연화 님은 대피 못 한 잔류 인원 있는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감각한 살육을 끝맺은 이연화는 순순히 끄덕입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네요. 하루하루가 재미없는 것투성이였습니다. 제 흥미를 끌지 못한 시체에서 눈을 떼고, 미련 없이 몸을 돌립니다. 그것보단….) 좋아요, 아까 들었던 이상한 소리를 확인하고 있을게요. (이건 재미를 가져다줄 수 있으려나.)

귀찮은 보고는 에리안에게 맡기고 잔류 인원 확인과 정체불명의 소리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임시 소강상태에 들어선 시가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틴달로스의 사냥개 사체’와 사방에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뿐한 걸음이 땅을 즈려밟습니다. 그가 걸음을 옮기면 중력이 따라붙어 잔해물들을 치워줍니다. 틴달로스 사냥개의 점액질, 피, 먼지 등등. 매끈한 길을 걷는 그가 빛 꺼진 시체를 확인합니다.)

금빛 중력에 밀려, 표면을 덮은 끈적한 액체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소량으로도 무엇이든 부식시키는 치명적인 독액입니다.
꽤 성가신 위협이어도 방치하면 서서히 말라붙으니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사체 수거는 사후처리반 담당이니까요.
수거한 사체는 제10구역에 설립된 DOT 과학 기지에서 철저히 조사합니다. 이렇게나마 우주의 위협을 간접적으로 조사한다나 뭐라나.
⚜ 지각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쪽이 해야 할 일을 굳이 나서서 할 필요는 없으니. 제게 다가오지만 못하게 막습니다. 조금 보존해 줄 걸 그랬나. 뭉개져서 어디가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는 이 시체로부터 건질 게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2+0)dx 지각 판정 (2DX10) > 6[2,6] > 6

숨이 끊어진 사체들을 대충 눈으로 훑고 있을 때, 미세한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르렁, 가래가 낀 탁한 호흡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의 것입니다.
……불에 탄 개체 중 한 마리가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에리안 에버렛… 다음에는 그보다 꼼꼼한 대원을 데려와야겠어요. 청소하는 데엔 불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귀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허공을 맴돌던 금빛 마안 하나가 푹, 그르렁대는 사냥개의 거죽을 파고들어 안에서 폭발을 일으킵니다.)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A

그것은 당신이 눈치챘다는 걸 인식하자마자 몸을 일으켰지만,

쾅! 공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며 살아있는 괴물은 모조리 빛을 꺼뜨렸습니다.
피와 살점을 탐하는 사냥개가 그런 꼴이 되어버렸군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폭발의 여파로 무엇인지 모를 액체가 흔적을 남기다가, 이연화의 눈앞 허공에서 멈춥니다. 결백한 순백색 인영은 시체를 지나쳐버립니다. 재미없어요. 시시해. 좀 더 발악하고 날뛰어야 건들 맛이 나지, 다 죽어있는 걸 처리해서 뭘 하나요. 본 목표였던 무너진 건물 잔해들로 향했습니다. 문 열리는 소리가 어디서 났을 텐데.)

준비운동조차 되지 못한 지루한 걸음을 옮겨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향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전면 유리창은 산산조각, 위풍당당하게 섰던 기둥은 깨진 돌멩이, 직전까지 분주히 움직였을 사람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한 데 섞였습니다.
커다란 보울에 온갖 종류의 시리얼을 쏟아붓고 대충 휘저은 무질서한 죽음의 풍경.
게이트가 열리면 즉시 대피 경보를 발령하고 경찰과 군부대가 피난 행렬을 지휘하지만, 언제나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파는 북적거리고 피난길은 까마득한 데다가 변수는 호시탐탐 등장할 때를 노리니까요.
재난을 피하지 못한 자들의 말로는 참담하게 침묵합니다.
이런 곳에서 정말 문 열리는 소리가 난 걸까요.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풍경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전원이 나간 것처럼 끊긴 정신, 강렬한 파열음과 폭발 사이를 통과한 소리. 주위를 둘러볼수록 미궁에 빠졌습니다. 정말 이명이었을까요? 고작 손짓 한 번에 정리될 사냥개들 앞에서, 목이 날아갈 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정신이 팔렸다는 게 믿기질 않습니다. 빛없는 눈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뭘까, 궁금하게. (당연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기대감이 푹 꺼진 이연화가 한층 지루해진 얼굴로 에리안 에버렛에게 돌아갑니다.)

정적인 감상을 마친 뒤 에리안 에버렛에게 돌아갑니다.
[여기는 2시, 2시. 본부 응답하라.]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게이트 NO. 2032-17의 폐쇄 확인. 출몰한 사냥개는 모두 사살했다.]
[전투 종료. 본부로 복귀하라.]
에리안 에버렛과 무전 너머 본부의 교신만 이 적막한 도시를 채웁니다.
당신이 거니는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쏟아지기 직전 멈춘 잔해 아래, 눈을 홉뜬 시체가 보입니다.
군복을 보아하니 마지막까지 게이트를 경계하던 최전선 부대입니다.
미처 도주할 틈도 없이 게이트가 열렸던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딜 가나 모두가 생존할 순 없는 법이에요. 아까 본 죽음의 풍경처럼. 그러나 질릴 정도로 이어진 죽음은 이연화에게 생동감을 주지 못합니다. 게이트를 막아내는 타이머들은 저것이 일상이었으며, 설령 소수가 죽더라도 등 뒤의 다수를 지켜내야 했으므로. 가볍게 권능을 다스리자 주위 시체들이 천천히 떠오릅니다. 군인이라는 형식상의 역할을 다하는 겁니다. 하나씩, 하나씩, 사후처리반이 수습하기 쉽게 눕혀집니다.)
《편차파악》 Lv1 | 메이저 | 자동 | 씬(선택) | 시야 | 중력의 편차를 파악하여 주위 물체의 위치 및 그 이동 벡터를 지각하는 이펙트.

시체의 자리를 옮겨주는 두꺼운 장갑에 가로막힌 손끝은 식지 않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모든 시체를 수습해 눕힌 뒤에야 당신은 숨은, 아니, ‘틀린 그림’을 하나 찾아냅니다.
비슷비슷한 암녹색 군복 사이 눈에 띄는 군복이 하나 섞여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흠? 주위 물체를 파악하여 시체들만 수습한 이연화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저기 섞인 시민 같지도, 군인 같지도 않은 복식.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발견한 그것에게 다가가 봅니다.)

남색과 은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어깨띠와 은색 훈장.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분명히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숨이 멈추었습니다. 왜인지는 몰라요. 그냥, 본능이 속삭였습니다. 무채색인 자신의 세계를… 저 특이한 것이 바꿔줄지도 모른다고. 빛을 잃고 꺼져버린 시체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홀로 다른 그림 하나가 제 마음을, 발걸음을 움직였습니다. 지극히 중력에 이끌리는 감각이었습니다. 단번에 그것에게 걸어간 이연화는 상대가 누군지 살핍니다.)

단번에 걸어가 살펴본 눈감은 얼굴은 낯설기만 합니다.
DOT의 연구원이거나 근처 군부대 소속이라면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완벽하게 인생에서 단절됐던 상대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니, 결단코 특별할 수 없는 상대이건만…….
문득 그와 호흡의 속도를 맞추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명령 한 토막 없었는데, 밑바닥부터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 기분, 생각, 언어, 감정과 본능이 상대에게 쏟아집니다.
⚜ 충동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뭔지 모를 감각입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 난생처음 겪는 고동 소리. 미약한 호흡의 속도가 같아지는 걸 깨닫고 두 번째 사실 또한 깨닫습니다. 아, 이 사람. 살아있어. 모든 신경이 그에게 맞추어 동화되는 걸 보면 틀림없습니다. 본 적 없는 사람이 틀림없건만.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지.)
(4+0)dx | 충동 판정 (4DX10) > 7[5,6,7,7] > 7

상대를 깨우고 싶다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어깨를 붙잡아 흔들고 있습니다.
맥없이 따라오고 멀어지는 몸이 내는 “으음.” 낮은 소리에 찬물을 맞은 것처럼 퍼뜩 정신이 깨어납니다.
아, 그래요. 당신은 죽음으로 가득 찬 무덤에 순장된 산목숨을 발견하고 만 것입니다.
아까 들은 건 이 자의 숨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신을 차린 자신은 떨리는 손끝으로 그의 어깨를 잡은 이후였습니다. 온도가 느껴지는 장갑 너머와 제어되지 않는 충동. 평생을 이연화, 자기 자신의 통제 속에서 살아온 그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그게 맞는데, 그래야 하는데.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근대는 것도 같았습니다. 작게 맞닿은 어깨를 단단히 움켜쥡니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질 않습니다.) 정신 차려요, 이봐요. 괜찮으신가요? (눈 좀 떠봐. 뭐라고 말 좀 해봐. 어서 일어나서, 당신이 부여한 이 감정이 뭔지 설명해.)

상대는 간간이 옅은 신음만을 낼 뿐, 정신을 차리진 못합니다. 힘없이 흔들리는 몸은 곧 꺼질 듯한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뒤에서 보고를 마친 누군가가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울퉁불퉁하게 팬 바닥을 딛는 발소리가 이 순간을 쿵쿵 울립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이연화 님, 돌아오시랍니다. 슬슬 복귀할, …생존자입니까?! (누군가를 보자마자 빠르게 달려와 함께 살핍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자신답지 않았습니다. 이 자와 나의 순간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당사자를 멀리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깜빡 빛난 마안이 스르륵 사라집니다. 날뛰는 충동에 너무 몰입한 것 같죠. 눈을 깜빡깜빡, 심호흡하여 진정합니다. 여전히 쿵쿵대는 심장을 진정시킬 방법은 알 수 없었습니다.) 약하게나마 호흡이 존재해요. 허나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우리와 같지만 다른 DOT 타이머 제복을 입고 있다는 거예요. 우린 본 적 없는 사람이잖아요. (이성을 가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상대를 집요하게 바라봤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당신 말대로 상대를 살펴본 에리안 에버렛이 심각한 얼굴을 합니다. 그는 낯선 충동을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진짜네요, 색부터 다르긴 한데 복식만 보면 미묘하게 다른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이에요. 911을 부를까요? 아니, 그전에 추가 보고부터 해야 할까요? (당신이나 저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귓전을 의미 없이 스치고…….
여즉 닫혀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립니다.

캐릭터 인장

■■■

…이연화?

딱, 당신의 이름을 단말마로 바치는 찰나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상대는 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생김새, 복장, 쓰러진 위치’ 무엇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다려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를 막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귀찮은 일, 타인에게 맡긴 뒤 신경도 쓰지 않았겠죠. 이연화가 이러는 것은 순전히 누군가가 저를 불러주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나의 이름이었습니다.) 내 이름을 알고 있어요. 나를, 알고 있는 거예요. (고장 난 기계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기껏 중력을 조종해 먼지를 치운 의미가 없어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어 기절한 그 사람과 가까워집니다. 서늘한 겨울 향이 폐부를 파고듭니다.)
(무어라 중얼거린 그는 간신히 이성을 다잡습니다. 흑색 머리칼을 쓸어 올려 얼굴부터 확인합니다.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또 심장을 울렁입니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고장 난 이연화의 태도에 놀랄 새는 없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 처음 본 군복. 그자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살아있다는 것에 놀랄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당신처럼 간신히 이성을 다잡아 무전기를 내립니다.) 천천히 보다 보면 누군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단정하고 새카만 머리카락, 닫힌 눈꺼풀 너머로 보이던 바다를 닮은 눈동자. 수려한 얼굴은 지쳐보이고 또 30대 후반 즈음은 된 것 같습니다.
당신은 보았습니다. 그가 당신을 바라볼 때, 오른쪽 눈동자에 새겨져 있던 숫자 10……
선명한 시간의 각인을.
그것은 시간의 각인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문양이었습니다.
상대는 의식을 잃은 채로도 당신의 망토를 꽉 붙들고 있습니다. 악력이 어찌나 센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황스러울 정도로 제 취향에 꼭 들어맞은, 수려한 얼굴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떨어져 있을 에리안 에버렛은 못 본 그것. 저를 고장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숫자 10, 그것은 중력을 다스리는… 제10시 타이머에게만 내려지는 시간의 증명. 입술을 짓씹어 품 안의 거울을 꺼내 듭니다. 입안의 각인을 확인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살펴봐도 당신의 각인은 무사히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혀에 새겨진 숫자 10과 그의 눈동자에 새겨져 있던 숫자 10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모양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만 답 없는 질문을 몇 번이나 읊조리는 건지. 망토를 쥔 그의 손을 잡아봅니다. 장갑을 낀 상태로도 이만큼 두근거리는데, 살결끼리 맞닿으면… 불에 덴 듯 손을 떼어냅니다. 무언가가 제 세계를 바꾸어 놓는 상황을 반길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틀렸어요, 전혀 모르는 상대예요. 이런 얼굴을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 없고 또… 이런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어요. (시간의 각인은… 일단 묻어둡니다. 함부로 퍼트릴 정보가 아니에요. 복장을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그 말에 의심 없이 수긍합니다. 그야, 수려한 외모는 놀랄 만큼 당신의 취향을 빼다 박은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든 자는 놓칠 이연화가 아니니… 한편으로 더 심각해집니다.) 그건 그거대로 다행이면서 큰일이네요. 저 사람, 아까 이연화 님을 부르지 않았어요?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소재의 신축성이나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군복보단 정복에 가까운 차림입니다. 소매가 닳고 헤지거나 덧댄 흔적도 흔히 보입니다.
상대의 가슴 주머니에 ‘군번줄’이 걸려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날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요. 아니, 타이머니까 알 수도 있겠지만. 이런 복식으로 날 찾아와서… 신화생물과의 전투를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군인이 된 시점에서 정보를 전부 파악한 동료 타이머가 아니고서야 아마 0에 수렴하겠지요. 닳고 헤진 군복, 정복에 가까운 옷을 더듬어 군번줄을 듭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제 생각과 이연화 님의 생각이 같을 것 같네요. 평범한 인간은 신화생물을 보자마자 미쳐버리거나 굳어 움직이지 못하니까요. (불가능에 가깝죠. 설령 운 좋게 살아남은 민간인이 몇 있다 해도, DOT 타이머 복식을 닮은 독특한 군복이 문제였습니다.)

낡은 정복을 더듬어 쥔 군번줄은 풍화된 탓에 군데군데 글씨가 뭉개졌지만 읽는 데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 On the dot― The 10th Timer
신성현 」
퇴색한 은빛으로 새긴 이름은 아마 상대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소지한 군번줄과 생김새도 표기도 얼추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은 본 적 없습니다.
현재 타이머 중에서도, 역대 타이머들 사이에서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복과 마찬가지로 낡은 군번줄을 확인한 손이 멈춥니다. 살면서 오늘처럼 당황한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선명한 ‘타이머’ 철자를 꾸욱 눌렀습니다. 이래서야 시간의 각인을 숨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에리안 에버렛. (여유를 잃은 이연화가 그를 불러 군번줄을 보여줍니다.)
전대 타이머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요?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네? (부름에 응해 보여준 군번줄을 읽고 나면, 에리안 에버렛의 눈도 화등잔만하게 커집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습니다.) 타, 타, 타이머요? 그것도 10시… 10시는 제 앞에 계시잖아요? (당신을 가리키고, 저 사람을 가리키고.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전대 타이머의 얼굴을 다 외우는 타이머가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전대라는 건 말이 안 돼요. 우리는, …다음 세대가 태어나는 순간 죽어버리잖아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물론 나도 전대 타이머는 살펴본 적 없어요. 한 세대에 같은 시간이 존재할 수 없는 것도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에요, 에리안 에버렛. (하필이면. 그래요, 하필이면 제10시 타이머인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연화가 자신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을 언급합니다.)
내가 찰나에 불과한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게 문제인 거죠.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그 말은 설마, (당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었습니다. 오로지 이연화만이 실현시킨 시간 간섭, 세계의 정지… 중력의, 시간의 신이 내린 권능.) 과거, 나… 미래에서 거슬러 온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침묵으로 긍정합니다. 추측일 뿐이에요. 전대 타이머 중 신성현이란 타이머가 없다면 미래에서, 라는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고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말대로 하필이면 우리가 제10시 타이머인 탓에 0.01%의 확률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자가 쓰러진 위치를 봅니다.) 어느 쪽이든 섣불리 단정 짓진 못하겠지만요.

게이트 NO. 2032-17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건물입니다.
군인들이 바리게이트를 친 지점이라 어설픈 흉내를 내는 민간인은 여기까지 접근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의문으로 눈가를 좁히면, 상대에게서 풍기는 기이한 향기를 감지합니다.
먼지와 재, 피 냄새가 지독하게 뒤섞인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화한…….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꽃향기? 비슷한데 조금 다릅니다.
당신은 한참 후에야 그 정체를 알아챕니다.
‘술 냄새’.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사고가 정지했습니다. 기껏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술 냄새? 장난하나. 아니,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가벼운 상황이 아니라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술… 술 냄새… 이걸 뭐라 말해야 하지. 딱 두통이 느껴진다는 표현만큼 적절한 게 없군요.) 술… 냄새가 나요. (참 설명하기 힘든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술 냄새가…. (떨떠름한 표정 옆에 떨떠름한 에리안 에버렛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와 킁킁대자 당신이 말한 술 향이 느껴집니다.) 전쟁터 한복판에 숨어든 취객이라니. 제정신은 아닌 모양이네요… 설마 타이머 코스프레인가.

타이머 코스프레가 유행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데까지 쫓아오는 건 좀 과한 것 같은데.
게다가 군번줄까지 위조했다면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신분 사칭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니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코스프레… 라고 보기엔 나이가 안 맞지 않을까요. (30대 후반 즈음. 코스프레를 할 나이보단 자식에게 코스프레를 ‘당할’ 외관이었습니다. 저 나이 때문에 술 냄새에 떨떠름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요상해지는 표정을 고친 이연화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그가 쥔 망토 때문에 도로 숙였습니다. 상대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는 점은 한결같았습니다.)
안 되겠어요, 원수님께 보고하죠. 시간의 각인, 타이머 군번줄… 이 사람이 제정신인지 아닌지 정밀하게 해결해 보자고요. (다른 건 몰라도 푸른 눈동자에 새겨진 그것은 시간의 각인이 맞았습니다. 놓아줄 수 없습니다. 나의, 내 심장을… 뛰게 한 자를. 지루하기만 한 세상이 드디어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몇 초 고민한 에리안 에버렛이 생각을 포기합니다. 원래 두뇌 담당은 이연화였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이용당하러 끌려온 지원군이었고요.) 아무튼 살아있으니까 생존자는 생존자겠죠? 수상한 점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적당히 보고해 볼게요. (무전기를 켜 당신이 말해준 정보들을 취합해 전달합니다.)

[여기는 2시, 2시. 본부 응답하라.]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게이트 NO. 2032-17의 근처에서 수상한 생존자를 발견. 특징은…….]
치지직. 두 사람의 반응처럼 조용해진 무전기 너머에서 무거운 지시가 떨어집니다.
[에리안 에버렛은 복귀하고, 이연화는 생존자를 병원으로 인계하라.]
[리히트 장교와 닥터 오프-화이트가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쪽도 어지간히 당황했나 봅니다. 하긴, 제10시 타이머가 두 눈 멀쩡히 뜨고 살아있는데 또 다른 제10시 타이머가 나타났다고 하면, 하슬러 원수라도 놀랄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망토를 놓아주지 않았으므로 하는 수 없이 중력을 사용해 들어 올립니다. 안 어울리게 왕자님 안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내가 중력 권능인 걸 다행으로 여겨요, 이름 모를 타이머 씨. (신성현…이 정말 그의 이름인지 알 수 없어서 임시 호칭을 불렀습니다.)
출발하죠, 에리안 에버렛. 이 일은 일단 함구해 두세요.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두말하면 잔소리죠. 제가 똑똑하진 않아도 가벼운 입은 아닙니다. 자신 있어요. (모두가 DOT의 엄격한 교육을 받은 군인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입을 닫고 방금 본 일은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함구해 줄 것입니다.) 인계할 병원 지도를 전송해 드릴게요, 전 복귀해야 하니 나중에 봐요. 이연화 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주 믿음직스러워요. (에리안 에버렛을 선택한 데에는 저 이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 잘 듣고, 알아서 눈치 있게 기고, 입은 가볍지 않은 체스 말. 성의껏 상냥하게 웃어준 뒤 인사합니다.) 수고했어요, 에리안 에버렛. 나중에 또 보죠. (이름 모를 상대를 데리고 그가 전송한 병원으로 향합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아까 공격에서 도와주신 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냥? 맞겠지? 왜인지 등 뒤에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모른 척합니다. 세차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몸조심하세요. 그럼.

당신은 에리안 에버렛과 헤어져서 상부가 지시한 병원으로 이름 모를 상대를 데려갑니다.
중력이 저를 들어 올려 붕 뜨는 와중에도 망토 자락을 잡은 그의 손만큼은 견고했습니다.
다시는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씬 종료》
◆ #Scene 2. 정체불명의 생존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5

캐릭터 인장

■■■

1d10 | 등장 침식 (1D10) > 5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55 → 60
[ 이연화 ] BN : 0 → 1
[ ■■■ ] 침식률 : 36 → 41

병원의 소란스러움이 귓가를 두드립니다.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흰 천장에 안착하고,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병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 침대 앞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사정은 간단하고도 복잡합니다.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의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상대가 당신과 비슷한 차림새였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병원에 도착해 수상쩍은 생존자를 인도한 이연화는 그리 좋은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늘상 짓던 웃음은 어디 가고, 굳은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기만 합니다. 중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모든 감각, 기분, 생각, 언어, 감정과 본능이 당신을 향했습니다. 시간이 하염없이 느려지는 듯….)

상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에게 쏠리는 감정의 파도를 받아들이다 보면,
커튼을 열고 익숙한 얼굴이 둘 들어옵니다. DOT 본부 소속, 타이머 담당의 오프-화이트와 리히트 장교입니다.
리히트 장교는 당신에게 다가오고 닥터 오프-화이트는 정체 모를 상대의 옷소매를 걷어 주삿바늘을 찔러넣습니다. 붉은 피가 투명한 관을 반쯤 채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인사합니다.) 오셨네요.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당신에게 묵례합니다. 자연스레 미묘한 군복 복식을 본 장교가 침음을 흘립니다.) 보고받은 대로 범상치 않은 복장이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히 듣고 싶군요.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나는 혈액 검사부터 해볼게. (호기심 있게 혈액을 기웃거린 그녀가 커튼 밖을 나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담당의를 배웅한 후 차분히 말을 늘어놓습니다. 에리안 에버렛과 다르게 숨기는 건 없습니다. 여기서 누구보다 저자의 정체를 알고 싶은 사람은 나일 거예요. 조심스레 살펴본 군번줄을 듭니다.) 시체를 수습하던 중 발견한 사람이에요. 미묘하게 술 냄새가 나서 단순 취객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걸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제10시 타이머, 신성현. 자리를 비켜 그자의 오른쪽 눈가를 쓰다듬습니다.)
…이곳에 있는 시간의 각인을 봤어요. 틀림없어요, 제10시를 나타내는 증명이에요.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시간의 각인, 제10시 타이머. (리히트 장교는 당신이 말하는 것들을 태블릿에 빠뜨린 정보가 없도록 꼼꼼히 메모합니다. 경위를 전부 보고한 후에야 리히트 장교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렇군요…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것 같습니다.
이 사람, 도밍게즈 국민이 아닙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는 담담하기 짝이 없어 내용과 먼 거리를 유지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도밍게즈 국민이, 아니라고요. (방금까지는 입 아프게 되묻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리히트 장교의 입에서 더 충격적인 소리가 나오지만 않았어도 변함없었을 겁니다. 전대 타이머나 도밍게즈 국민이 아니다…라는 것은. 정말 미래의 사람인가? 추측 가능한 게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이 자는… 사람이긴 한 건가요?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프시케 오프-화이트가 피를 뽑을 때 붉은색이었으니 인간이길 바라는 게 낫겠죠. (이번만큼은 당신의 행동에도 별말이 없었습니다. 리히트 장교 또한 당신만큼 당황하고 있거든요.) 예, 지문을 스캔했지만 신원 조회에 실패했습니다. 또 DOT에 사진을 전달해서 CCTV도 되감아 봤는데…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절 찍히지 않았어요. 군이 말한 곳에 어느 순간 나타나 있더군요.
꼭, 텔레미터를 사용한 것처럼.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허리춤에 달린 텔레미터를 봅니다. 정체 모를 상대를, 그리고 리히트 장교를 다시 마주했습니다. 금빛 눈동자에 혼란이 가라앉을 새가 없었습니다.) 전투 도중에 무언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정신이 잠깐 나간 적이 있어요. 그것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나타난… 이 행성의 국민이 아닌 자가, 외계에서 온 건 아닐까요. (그 게이트처럼 말입니다.)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지금으로서는 비현실적인 군의 말이 가장 현실적이군요, 모순적이게도. 텔레미터는 군수품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품목입니다. 허튼사람의 손에 들어갈 리 없으므로 추측할 만한 건. (외계의 존재나, 그 외의 방법. 점점 미궁에 빠지는 정체에 미간을 살풋 일그러뜨립니다.)
일어나면 얘기를 들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죠. 담당의의 소견에 따르면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합니다. (리히트 장교는 자기 머리를 가리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말 모순적이었습니다. 불가능 같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 정보를 정리하기 힘들었습니다.) 텔레미터를 사용한 듯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그 난리 통에서 가벼운 뇌진탕만 입었다는 것도 수상하군요. 텔레미터가 유출된 게 아니라면 이 자는 대체…. (리히트 장교나 자신이나 알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리히트 장교가 가리킨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옮기던 도중,
당신은 누운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초점은 희미하나 분명히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깨어난 건지도 모르게.
그 손아귀는 여전히 당신의 망토를 꾹 붙잡고 있습니다. 채 묻기 전에 그가 마른 목소리를 냅니다.

캐릭터 인장

■■■

…여기가 어딥니까? (질문 내용과 달리 시선은 당신에게 못 박혀 있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또. 또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저 눈에 새겨진 시간의 각인… 아니, 당신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하자 시간과 숨이 멎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야 하는데. 몸은 멋대로 본능을 따라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다급히 망토를 붙잡은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병원이에요. 시체들 사이에 홀로 살아 있길래 운송했죠. 괜찮나요? 상태는 좀 어때요. (허공에서 금빛과 푸른빛이 얽혀듭니다. 이연화의 시선도 당신에게 못 박혀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

(허공에서 금빛과 얽힌 푸른빛 눈동자가 느리게 깜빡인다. 당신처럼 본능에 이끌린 것일까, 망토를 쥔 손가락은 하얀 장갑이 얽혀오면 부드럽게 맞물린다. 마치 이 형태가 더 익숙한 것처럼. 다정한 손길이 손가락들을 엮는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생각과 다른 말이었다. 한 템포를 쉰 후 다시 묻는다.) 제 이름이…
뭐였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손가락끼리 엮이는 이 온기가 왜 이리… 따스하던지. 하마터면 말을 까먹을 뻔했습니다. 이어 들려온 질문엔 생각할 필요도 없었지만요. 원래 그가 괜찮다고, 다른 말을 꺼내는 걸 듣곤 미뤄뒀던 질문을 모조리 할 생각이었습니다. 기껏 골라둔 질문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갑니다.) 당신 설마, (리히트 장교에게 시선을 줍니다. 막막한 상황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기억이 없어요?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이연화의 시선을 받은 리히트 장교가 얼굴을 움찔 찌푸립니다. 말없이 혼란스러움을 관찰한 장교는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꽤 막막한 상황이라는 것을.)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습니까?

캐릭터 인장

■■■

(백지처럼 깨끗한 눈동자엔 한 톨의 자아도 없었다. 거짓말할 속내조차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시선은 여전히 이연화에게 고정되어 있었으며, 피하지 않고 잡아준 손을 꾹 쥘 뿐이었다. 멍한 중얼거림이 긍정한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상실.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병명을 떠올린 순간, 커튼이 빠른 속도로 열리고 닥터 오프-화이트가 뛰어 들어옵니다.
한껏 목소리를 낮췄는데도 그에게 닥친 흥분과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이 사람, 사람이 아니에요!
유전 정보가 타이머와 똑같다고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잠깐… 만요. (아, 어지러웠습니다. 과도한 정보량에 처음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감각을 느낍니다. 그가 잡아주는 손의 온도라는 정보, 기억 상실이라는 정보, 그리고 담당의가 말한 타이머라는 정보까지. 눈동자에 새겨진 각인을 봤을 때 이미 반쯤 확신하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 받는 건 차원이 다릅니다. 제10시. 당신이 보여주는 그것. 이 순간마저 손을 잡아주고픈 마음은 왜 이러는지.) 나와 같은 제10시 타이머라고요? 당신이?

타이머는 신의 그릇. 일견 인간처럼 보이나 구성 성분과 구조 체계는 엄연히 다릅니다.
범접하지 못할 권능을 다루고, 중력을 무시하며 물속에서도 호흡합니다.
치명상을 입더라도 쉬 죽지 않는, 명백한 인간의 상위종입니다.
병상을 둘러싸고 침묵이 고입니다.
새로운 타이머가 등장했다는 건 어떤 타이머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타이머의 세대교체는 정교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도밍게즈의 탄생 이래, 그 어떤 때에도 타이머는 오직 14명이었으므로.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그러나 리히트 장교는 여태 세계를 지탱한 절대 법칙을 의심합니다.) 정말로… 열다섯 번째란 말인가요. 타이머를 사칭한 사람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모든 타이머의 무사를 확인한 참이었습니다만. (당신을 따라 상대의 눈동자에 새겨진 숫자 10을 주시합니다.) 저걸 보면 부정할 수가 없군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담당의가 확인했으니 오류는 없겠죠. 하지만 나는 살아있어요. 제10시 타이머의 앞에서, 난 살아있다고요. (게다가 이연화는 막 20세였습니다. 물론 몇 타이머는 채 성인이 되기도 전에 죽어버리곤 해도 평균이란 게 50이잖습니까.) 각자 살아 숨 쉬는 10시 타이머끼리 대화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지? 기억상실에 돌아올 수 없는 질문을 바보처럼 읊조립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할게요. 장난칠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시잖아요? 명실상부한 타이머예요. 그것도 이연화 씨와 같은 제10시요. (눈동자에 새겨진 10, 숫자가 가진 증명은 그 무엇보다 강력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복식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머일 줄은. 군의 말대로 다른 제10시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머리 아픈 실정입니다. (흥분한 프시케 오프 화이트, 혼란스러워하는 리히트 장교와 당신. 세계의 절대 법칙을 깬 변수는 그만큼 충격적인 존재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

(타이머, 제10시, 혼란스러운 공간… 세 사림이 주고받는 이야기에는 시큰둥하게 굴던 상대가 당신의 손을 잡아당긴다. 대뜸 이름을 불렀다.)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에요.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서―, (말이 끊어집니다.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저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저절로 상대에게 집중한 이연화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립니다.) …당신, 기억을 잃었다면서 내 이름은 어떻게 알죠? (여기서 듣고 말한 것 말고요. 처음에 분명 내 이름을 불렀잖아요. 잡아당기는 손짓만큼 가까워집니다.)

캐릭터 인장

■■■

저도 정확한 건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당신을 만나서… 전해야 할 말이 있었다는 것만 압니다. 이연화. 당신에게. (동명이인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로지 당신만을 찾아온 의지가 느껴진다. 그 손가락은 옷자락을 거슬러 올라 손목에 닿는다. 장갑과 군복 소매 사이로 드러난 짤막한 틈. 무방비한 피부에 낯선 체온이 옮겨붙자,)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권능이 폭발합니다.
제10시. 당신과 같은…… 아주 비슷하고 거의 똑같지만 절대 당신의 것은 아닌 권능입니다.
폭발의 궤적은 시릴 정도로 선명해서 부정할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온 우주의 중력을 끌어모아 잡아당기는 듯한 압박감, 거대한 파괴력이 몸속을 헤집어 붙들어 놓는 감각.
모든 물체가 일순 떠오릅니다. 허공에 정지되어 압력을 버티지 못한 듯 우그러집니다.
⚜ 회피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전해야 할 말, 이…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굉음, 몸속을 헤집는 짐승 같은 권능. 온 중력이 뒤집히고 머릿속도 새하얘집니다. 자신, 주위에 벌어진 일을 한 박자 늦게 목격합니다. 하늘을 거스르는 중력, 온 우주의 권능을 모아 만든….) 윽…, (강한 힘을 버티지 못하고 얕게 신음합니다.)
(1+1)dx+1 회피 판정 (2DX10+1) > 8[1,8]+1 > 9

행성의 중력처럼 강대한 힘을 당신이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대로 상대에게 붙잡혀 들이닥치는 서로의 존재감에 휘둘리고 맙니다.
두 사람은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이끌리거나, 밀어내고 싶은 기분이 파도처럼 철썩거립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눈앞의 사람이 제10시의 타이머라면 당신은 이미 죽었단 뜻이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 은… 너는, (누구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찾아낸 거야. 무슨 목적으로, 무슨 이유로, 이 만남을… 이것은 거대한 해일이자 무중력이었습니다. 바다에 집어삼켜진 감각이 이러할까요, 맨몸으로 우주에 내던져진 감각이 이러할까요. 한낱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충동이었습니다. 이끌림이었고. 피해야 한다는 걸 잊은 채 되려 상대에게 가까워집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 이를 악물어 말합니다.) 뭘 하고 싶은 거예요.

……혼란을 채 갈무리하기도 전에 홀린 듯 시선을 빼앗깁니다.
질식할 것 같이 시리게 푸른 눈동자에 위치한, 당신의 것과 똑같은 두 자리 숫자.
고작 숫자에 불과하건만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인사하게. 자네의 짝이 될 사람일세.”
이곳엔 첫 만남을 강제할 작자 따위 없는데도.

캐릭터 인장

■■■

(어디선가 느껴보았을 감각, 충동, 모든 신경과 마음이 상대방에게 흡수되는 파도. 우주에 내던져진 별은 중력에 이끌린 행성과 맞물리며 쌍성이 된다. 지금 너와 나의 중력이 결합한 듯, 당신에게 홀린 표정은 말할 때 드러나는 희미한 숫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고작 숫자에 불과하건만… 어쩜 이리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지. 목소리를 쥐어짜 내 전했다.) 할 말이 있어. 꼭 전해야 할 말이. (잔혹한 운명의 예언이 들려온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캐릭터 인장

■■■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과 불길한 예언은 또다시 이 별에 불시착했습니다.
우주를 돌고 돌아 사랑과 멸망의 시발점에.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3 → 4
[ ■■■ ] 로이스 : 3 → 4

《미들 페이즈》
◆ #Scene 3. 타이머와 미지수의 상관관계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캐릭터 인장

■■■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60 → 70
[ ■■■ ] 침식률 : 41 → 51

그리하여 두 사람은 DOT 입구에 서 있습니다.
도밍게즈를 혼란케 할지도 모르는 요소를 무턱대고 풀어놓을 수 없다는 리히트 장교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죠.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정체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 같군요. 알아낼 때까진 안전장치가 필요하니 이연화 씨에게 맡기겠습니다. (간단한 신문 후, 리히트 장교는 뱀처럼 친절한 얼굴로 웃으며 통보했습니다.)
당분간 이연화 씨의 숙소에서 머무는 걸로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동행하세요.

즉 이것은 대의이자 책임. 항거할 수 없는 명령이었습니다.
그 존재를 확인할 때까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는― 걸어 다니는 일급 기밀 신성현은 어쭙잖은 군복 대신 연구원 가운과 시간의 각인을 가려주는 안대를 걸쳤습니다.
지나가던 연구원들이 낯선 얼굴에 갸우뚱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황당했습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요. 그에 대해 가장 궁금한 사람은 본인이라 감시하고, 동행하는 건 찬성이지만요. DOT 입구에서 어린아이처럼 서로의 손을 잡아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이연화가 어려운 말문을 틉니다. 연구원 가운을 걸친 당신에게 복잡한 시선이 갔습니다.) 기억도 나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연화’에게 전해야 할 말이 도밍게즈의 멸망이라고요? (할 말이 많았으나 기억상실인 그는 알지 못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

(멀뚱멀뚱 서 있는 상대가 당신을 돌아본다. 군복이 아닌 연구원 복에 약간 어색한 태도를 취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정보는 딱 하나… 당신, ‘이연화’를 만나 예언을 전해야 한다는 것. 예언이 진짜인지, 왜 그 말을 전해야 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저였어도 믿지 못할 말인 건 압니다.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석적인 대답을 하는 게 모로 봐도 군인 같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모로 봐도 군인이 뻔한 태도는 혼란스러움을 가증시켰습니다. 저기에 우리 제복만 입혀두면 정말 DOT 군인이 틀림없는 말투, 행동입니다. 게다가 직접 봤잖아요. 저자와 닿는 순간 터져 나오던 강렬한 권능을. 한숨이 푹 내쉬어집니다.) 됐어요, 기억 없는 당신에게 뭘 캐물어 봤자 진위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권능은요? 잘 다스릴 수 있나요? (타이머의 힘은 숨 쉬듯 자연스레 깨우치게 되는 것. 혹시 모르니 손을 뗀 후 고개를 까닥입니다. 써 보라는 뜻입니다.)

캐릭터 인장

■■■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우선 사과한다. 당신에게는,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우물쭈물한 그가 망설임을 담아 묻는다. 권능은 타이머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 당장 보여줄 수야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써도 됩니까? 전 파괴 쪽인 것 같습니다만. (심상치 않은 힘을 느끼곤 눈치를 봤다. 이름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맞붙은 손이 떨어진 게 아쉬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은… 사람의 말을 틀어막는 재주가 있네요. (하아, 연속으로 두 번 쉬는 한숨입니다. 고개를 살살 저어 됐다고 표현합니다. 이름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맞붙은 손이 떨어진 게 아쉽다니. 당신과 다르지 않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놓았던 손을 다시 잡아, DOT에 들어섭니다.) 안쪽에 있는 훈련실 가서 해봐요. 그동안 건물 안내해 줄게요. 이 세계에 대해선 좀 알아요?

캐릭터 인장

■■■

죄송합니다…. (두 번의 한숨, 두 번의 사과. 대화는 이제야 이어지기 시작했건만 당신에게 사과를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감정은 이토록 선명한데 기억 나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답답했다. 이연화에게 얌전히 이끌린다. 작은 목소리가 당신 등 뒤로 들려온다.) 이 세계… 말입니까? (글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만 사과해요. 당신이 원해서 기억 잃은 건 아닐 거 아니에요. 고의였다면 그때 가서 혼나도 돼요. (어쩐지 연령 낮은 아이들의 대화 같았습니다. 이런 건 자신이 싫어하는 수준일 텐데… 이상하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가, 당신이란 존재 자체가 저를 누그러뜨렸습니다. 이성이 흐려지게 만들어요. 저것이 외계의 적이라면 이보다 위험한 적은 없을 겁니다.)
하는 수 없이 갓 태어난 아이쯤으로 여겨야겠군요. 여긴 도밍게즈라는 작은 행성이에요. 당신이 기절한 곳은 위험천만한, 외우주의 신과 옛것들이 침략하는 게이트란 게 열렸던 곳이고…. (DOT 안을 산책하듯 거닐며 상냥하게 알려줍니다. 처음이에요.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마음 쓰는 일은.)

캐릭터 인장

■■■

죄송, 아니, 알겠습니다. 그래도 전할 말을 강력히 기억하는 제가 고의적인 기억상실을 유도했을 경우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속이거나 악의 있게 대할 성격이 아니라고. 남아있는 이성이 그리 말했다. 느긋하게 걸어 안내하는 손, 귓가를 두드리는 달콤한 목소리, 가까이 느껴지는 온도에 집중한다. 네 등 뒤를 볼 때면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저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서 초조해진다. 기어이 걸음을 맞춰 당신 옆을 고집한다. 자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잠깐 정신이 돌아왔을 때 주위가 심상치 않다고는 느꼈습니다. 전투 중이셨습니까, 이렇게 만난 게 기적이군요. (당신의 도밍게즈, 신화생물, 게이트… 백지인 머리에 들어오는 생소한 정보들을 차곡차곡 쌓는다.)

순백과 감청이 교차하는 본부는 출동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산책하듯 열린 문턱을 넘으면 윤이 도는 대리석이 깔리고 가짜 별자리로 채워진 천장이 펼쳐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억도 없으면서 느껴진다니. 신빙성 없는 말인 건 알죠? (뚝딱대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자각하니까 진짜 웃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뒤늦게 눈치채고 내심 당황합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타인에게 휘둘린 적이 없었는데. 때 이른 변동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우뚝 멈추어 요동치는 감정을 정리한 이연화가 마음을 다잡습니다. 안 돼. 이래서는 안 돼… 이미 견고해진 세계가 흔들리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여튼. 당신이 제10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진짜 타이머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한순간 폭발한 권능, 당신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새로운 무기일지 양날의 검일지 확인할 거예요. 허튼 생각 말아요. (반사적인 방어입니다. 말끔한 DOT 건물을 가리켜 다른 소리를 꺼냅니다. 건물 구조 말이죠.)
여긴 DOT 본부. 신화생물 침공을 대항하는 특수 군사 기관이에요. 항시 전시인 만큼 명령 불복종, 하극상은 엄격하게 처벌되죠. 궁금한 곳 있어요?

캐릭터 인장

■■■

기억이 없어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진심을 걸고 약속할 수 있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그럴 이유가 없었다. 모든 걸 잊은 그가 던져진 곳은 당신 앞인데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무엇 하러 거짓말하나. 어떤 말을 해야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딱딱해지는 당신 표정을 본다. 보통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을 그것을 저는 모를 수 없었다. 당신이 어떨 때 방어적인지, 어느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이연화를 앞질러 뒤돈다. 당신 앞을 가로막는다.)
혹여 제가 당신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찾아왔더라도, 지금 이곳에서 다시 한번 약속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제 정체가 날카로운 검일 때는 당신에게 쥐여드리겠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무기일 때는, 쓸모 있게 벼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이 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자신도 당신을 도와줄 수 없었다. 첫 시작이 중요했다. 시선을 회피하는 당신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댄다.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고동이 느껴질 것이다.) 약속한 뒤에 궁금한 곳. 알려드리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충격적인 일은 병원에서 충분히 겪어 더 이상 놀라지 않으리라 여겼습니다. 이름 모를 당신은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제 예상을 벗어나기만 합니다. 무서워한다고… 이 내가. 치솟아 오르는 반발심에도 달리 할 말이 없는 것은, 말한 사람이 당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기 없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측할 수 없는, 난생처음 겪는 존재. 어쩌면 나의… 운명. 손끝을 데운 고동 소리가 제 심장을 쿵쿵 울립니다. 당신과 다르게 빨라졌습니다. 방황하는 눈동자가 당신에게 고정됩니다. 굳은 표정이 풀어지고, 희미한 미소를 띱니다.)
건방지군요. 누가 누구에게 두려워 말라는 건가요. (정곡을 찔려 날카로운 말을 했습니다. 무기 취급한 건 자신이면서 정작 본인이 무기가 된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똑똑한 머리가 오랜만에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때는 들을 가치도 없이 쳐내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떡해야… 당신을 내가 어떡해야 할까.) 당신, 나 알아요? 만난 지 겨우 몇 시간인데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죠?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 인장

■■■

(이연화가 혼란스러워하고 어지러운 말을 내뱉는 내내 조용했다. 조용히, 당신과 시선을 맞춘다. 푸른 눈동자엔 한 치의 의심과 적의, 당신을 속이려는 마음도 들어있지 않았다. 우리가 만난 시간은 겨우 몇 시간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연화를 알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무서워하고 있구나. 홀로 자라나 비틀린 상태로 견고해진 세계를 뒤흔드는 존재가 불현듯 나타나서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타인에게 휘둘릴까 봐, 타인에게 바뀌어버릴까 봐. 한 마디만을 꺼냈다.)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왜 저를 피하려 하십니까. (왜 날 바라보지 않아. 남을 이용하는 게 일상인 당신이 왜 내게는 경고만 하며 다가오지 않아. 잡은 손을 제 쪽으로 이끌었다. 가까워진 당신에게 속삭인다.) 애써 미소 짓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당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절 이용하든… 받아들이든.
곁에 있게 해주십시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맞아요. 이연화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횡설수설, 되는대로 내뱉는 것입니다. 그동안 할 말을 찾고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당신이 뒤흔드는 세계를 단단히 붙들기 위해. 그래야 했는데… 훅 다가온 당신, 폐부를 채우는 겨울 향. 또다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충동의 정체를 알 것 같았습니다. 푸른 눈동자. 저 심해 빛 눈동자가 심장을 울리는 것입니다. 방어하려는 내 벽을 깨고 침입했으면서, 하는 말이 겨우 함께하게 해달라는 말이라니. 도망치지 말라는 말이라니. 숨이 찼습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파르라니 떨리는 감각… 당신을 잡아먹을 듯 바라봅니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이연화가 제 세계를 뒤흔든 존재를 받아들여서 벌어지는 상황을, 내 비틀린 감정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요. 당신의 모든 걸 내게 바칠 수 있어요? 당신이 바꾼 나를 떠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연화가 변화를 무서워한 이유, 누군가의 침입을 거부한 이유. 떠나갈까 봐… 내 세계를 바꾼 존재가 거부할까 봐. 올바른 자에게 인도되지 못한 이연화는 이미 늦었고 더 위험했습니다. 누군가처럼 따스하기만 한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더는 부추기지 말아요. 봐줄 때 물러나요.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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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처음 보는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는 건 이자에게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억이 없어 정확히 어느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당신을 떠날 수 없었다. 순순히 물러날 수 없었다. 그리하면… 안 될 것 같아. 이미 속마음이 드러난 당신은 다시는 내게 침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그 곁에 머물기를 허락하지 않겠지. 희미한 이성이 머릿속에서 경고등을 울리지만, 명확하지 못한 이성은 본능을 이기지 못했다. 순전히 당신에게 이끌리는 충동을 받아들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자의 용기란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렇게 강한 의지를 드러내 한 걸음 다가갔을 때,)
(1+0)dx 지각 판정 (1DX10) > 4[4] > 4

갑자기 멈춘 상대는 무언가 번뜩 생각난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더니, 흔들리는 시선이 종극에는 당신을 향합니다.
당황스러움, 혼란, 낯선 감각, 모든 걸 녹여 삼키다가…… 꿈결 같은 말을 중얼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

너… 어릴 때랑 달라진 게 없네. (달라진 말투, 어린아이를 대하는 눈빛. 어느 기억을 되찾은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온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빡. 방금 우리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지 않았나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냥, 황당해서요. 뭐지. 무슨 소릴 하는 걸까. 맹렬히 다가오던 기세는 어디에 가고… 짧아진 말투, 순진한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부드러워진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여쁜 미소가 아주, 아주 짙어집니다.) 미안하지만 머리 한 대 때려도 돼요? (맞으면 고쳐질지도 몰라. 금빛 마안이 둥실 떠오릅니다.)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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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이연화. (잘못 들은 게 아니다. 짧아진 말투마저 당신을 어르고 달래는 투였다. 쓰담쓰담, 심지어 고운 금빛 머리칼을 쓰다듬기까지 한다. 당신의 두 뺨을 감싸 제게로 올린다. 살살 쓰다듬는 엄지는… 지나치게 다정했다. 당신은 알지 못할 소리를 한다.) 착한 척하는 나쁜 아이라더니, 이런 걸 말하는 거였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정하게 생겼, (또 뭘까요, 이건. 머리가 쓰다듬어지는 감촉… 사이사이를 다정히 만져주는 손길. 더 어이없는 건 이것을 내칠 마음 없는 자신의 상태였습니다. 가슴이 묘하게 간질거리고, 당신과 닿는 부분마다 기분이 좋고… 잠깐. 아까와 달라진 게 없잖아. 탁, 그제야 손을 잡습니다. 인생의 모든 인내심을 끌어옵니다.)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착한 아이… 어릴, 어릴 때? 기억이 돌아왔어요? (너무 어이없어서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잖아요. 놀라서 묻습니다.)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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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그의 표정이 대놓고 생각을 드러낸다. 당황하는 이연화, 말을 더듬고 되물어보는 이연화. 쓰다듬지 못한 손을 아쉽게 내린다. 옅은 미소를 지은 그에게서 멀뚱멀뚱, 백지상태였던 상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방금 너랑 대화하면서 떠올랐어. 2052년… 3월 7일. 초봄에 만난 우리. 처음 내 짝이라며 좋아하던 너. 여기도 내가 소개해 줬잖아, 안 그래? 이연화. (이연화가 아닌 이연화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 당신에겐 이질적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분이 점점 바닥을 향했습니다. 신경을 거스르는 그의 말은 도중에 끊었습니다. 감히 나와 다른 놈을 착각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당신과 나는 만난 적이 없는데 그런 기억이 있겠어요? 당신을 주워 온 그때 머릴 다친 게 분명해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미친 소리를 해댈 리가. (연구 가운을 잡아 강제로 끌어당깁니다. 중력까지 이용했습니다. ) 잔말 말고 따라와요. 어디 고장난 곳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겠어요.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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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키만 큰 게 아니라 성격도 많이 과격해졌구나.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한 소리만 지껄인다. 솜방망이 힘에 이끌릴 자신은 아니었으나, 착하게 끌려간다. 느긋한 발걸음이다.) 어디로 가게. 여긴 의무실이 없잖아, 메이 란한테 갈 생각인가? (제9시 타이머. 정확히 그자를 언급한다. 이건 당신이 아는 사람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얼마 가지 못한 발걸음이 딱 멈춥니다. 메이 란… 틀림없어요. 한 번은 우연일지라도 두 번이 되는 순간 그건 필연입니다. 순수한 백지였던 당신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누가 봐도 거짓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이었으니까. 뒤돌아본 이연화가 당신을 위협적으로 압박합니다.) 진심이군요, 당신. 뭘 떠올린 거예요. 2052년이라는 말,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인… 미래를 말하는 건가요. 그곳에 내가 또 있는 거예요?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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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심해. (확 뒤돈 당신이 부딪치진 않을까 서둘러 따라 멈춘다. 이쪽은 오히려 당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가끔 석연찮긴 했어도 하염없이 저를 따르는 아이였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기억 중에 큰 사건이 있었나… 극히 일부분인 머릿속을 헤집는다.) 2052년 도밍게즈… 틀림없어. 넌 여기를 2032년이라 소개했지만, 우리가 만난 건 그때야. 12살인 너, 15살인 나. 운명처럼 만나 타이머 신성현의 짝인 ‘카운터 이연화’가 되었지. (진지했다. 누가 봐도 거짓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전과 똑같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카운, 터…?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쓸데없이 다정한 당신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가 아팠습니다. 12살인 이연화? 올해 성인이 된 자신에겐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마른세수합니다.) 정리해 보죠. 당신은 2052년에 15살인 미래 사람이고 그 미래엔 12살인 내가 있었어요. 그 뒤는요? 뒤는 기억나요? (다짜고짜 어린 시절만 이야기하는 걸 보니 아직 다 돌아온 건 아닌 듯한데. 어떻게 해야 하죠, 하슬러 원수님과 리히트 장교님. 이런 건 교육에 없었잖아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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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야 귀여웠지 계속 어지러워하는 이연화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서늘한 본관 그늘로 데려가는 모습이 퍽 지리에 익숙해 보였다. 어깨를 조심조심 감싼 손은 당신을 향한 다정함이 몸에 밴 탓이다.) 아쉽지만 너와 내가 만난 것, 내가 네게 DOT 건물을 소개시켜 준 것, 첫날 밤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잠에 든 것까지 생각나. 그 뒤는 여전히 모르겠어.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마, 네가 원한다면 떠오른 기억은 몇 번이고 이야기해 줄 수 있으니. (이리도 상냥하나 솔직히 당신에게는 미친 소리일 뿐이다. 2023년인 현재, 그가 말하는 2052년인 미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따스한 애정과 온기가 저를 감싸줌에도 사이사이에 느껴지는 이 거북함… 아마, 당신이 누군지 모를 ‘이연화’를 제게 대입한다는 생각에 발생하는 거부감일 것입니다.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처음 본 당신에게 느끼는 감정이 초 단위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미친 소리에서 장난이나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황당한 거예요. 난 당신과 만난 적 없어요. 카운터라는 존재가 미래에 나타난다 쳐요.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내가 환생이라도 했다는 거예요? 말이 되냐고요? (아, 한계입니다. 오늘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은 한참 전에 초과했습니다. 괜히 상대를 째려봅니다.)
당신이 누군데요.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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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정 이상하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겠군. 내가 미래에서 어쩌다가 과거로 온 사람이라 이게 전부 사실이거나, 누군가 기억을 조작했거나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사실… 소설 같은 거 보면 그러잖아. (둘 다 허무맹랑한 소리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헛소리였다. 헛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열심히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가설을 생각하다가, 들려오는 질문에 당신을 마주 본다.) 내가… 누구냐고. (적어도 일부분인 기억 속에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몇 초 조용해진 그가 이윽고 입을 연다. DOT에 소속된, 타이머가 할 법한 말.)
도밍게즈의 타이머, 시간이 선택한 운명. 제10시를 책임지는 구원자.
그리고 그런 운명이 점지한 ‘카운터 이연화’의 유일한 ‘파트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을 다뭅니다. 신성현, 도밍게즈의 타이머. 시간이 선택한 운명이자 ‘카운터 이연화’의 유일한 ‘파트너’. 하나같이 자신은 모르는 수식언이었습니다. 저 안대 너머에 나와 같은 각인이 깜빡이고 있겠지.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증거가 야속했습니다. 그가 도밍게즈의 타이머, 제10시 구원자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카운터는? 당신과 만났다는… 나는? 어린 내겐 아무것도 없었는데. 홀로 살아남아 이 자리까지 도달해야 했는데. 더러운 기분이 무엇에서 비롯된 기분인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신성현. (당신의 이름을 끊임없이 읊조립니다. 혀 위로 감기는 세 글자가 완벽하기만 했습니다.)
군번줄에 적힌 게 진짜였군요. …우선은 알았어요. 당장 확인할 수 없는 문제이거니와 당신이 내게 호의적이고, 거짓말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아서 넘어가는 거예요. 이 건은 위에 보고해서 더 알아봐야겠어요. (진이 다 빠졌습니다. 이름 모를 탈력감이 온몸을 지배했습니다. 낯선 상대를 거부하다가, 갑자기 기억이 돌아오고, 미친 소리까지 감당하려니 정신력이 부족했습니다.)
기억이 돌아왔다니… 우리 숙소, 어딘지 알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이연화. (당신의 부름에 끊임없이 대답한다. 그가 저를 불러주고, 자신은 그에 대답하는 순간이 기꺼웠다. 기억 속에 남은 당신과 질릴 만큼 해댄 응답이… 이토록 애절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단편적인 정보만 획득한 우리, 알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는 우리. 기분이 저조해 보이는 당신 머리칼을 슬슬 쓰다듬는다. 이번엔 기분 나쁘지 않게, 천천히. 허락을 구하듯.) 어린 기억에선 정식 임관을 받지 않아 서관 숙소에 머물렀지만… 너와 나는 성인이 된 모습이니까 본관이겠지. (본관 4층. 오답 없는 답이 흘러나온다. 머릿결을 따라 솜씨 좋게 쓸어준 그가 이번에는 당신 손을 잡는다. 기억 속 ‘이연화’가 바란 손깍지를 엮었다.)
난 이미 얼마든지 말해주겠다고 약속했고, 널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어. 네가 편할 때 다가와. 이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건 너야. (기억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되새긴다. 운명의 파트너를 만나 이끌린 자신은, 그때 알 수 있었다. 난 평생 이 작은 존재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굳게 다문 입술은 고집 있는 일자였습니다.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겠다는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았습니다. 정신이 지친 탓일까요, 뭐라 반박할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못한 걸 수도 있어요. 오늘따라 통제되지 않는 마음은 자꾸만 당신에게 기대고 싶고,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보채고 싶었습니다. 날 세우지 말라고, 보채지 말라 한 건 자신인데도요. 모순적인 말만 해대는군요. 사실… 당신을 밀어낼 기회 따윈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범람하는 충동에 돌아버리기 1초 전이었습니다. 흔들리는 벽이 무너지기 전, 당신이 잡아준 손깍지로 겨우 진정합니다. 접촉 한 번에 은은한 심리적 안정감이 듭니다.)
당신은 이상해요. 날 이상하게 만들어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누군가에게 흔들려서… 아이같이 투정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스스로를 낮추면서까지 내 옆에 있으려 하는 이유가, 뭔가요. (아직 갓 성인인 이연화는 제 키와 비슷한 당신을 빤히 쳐다봤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글쎄. 기억이 전부 돌아온 게 아니라서 딱 잘라 대답하긴 힘들어. 그나마 돌아온 기억도 처음 만난 순간의 설렘이 가득한지라 객관적인 감정을 헤아리기 힘들지만, 이연화. (거부하지 않는 당신이 제 심장을 울린다. 내 옆에서, 저를 바라보고 살아 숨 쉬는 너를 볼 때면… 잃어버린 영혼 한쪽이 돌아온 것 같았다. 비로소 완벽해지는 것 같았다. 격동하는 마음이 말하는 바를 모를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작은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있어. 이연화를 나 자신보다 중요히 여기고 있어. 해를 등지고 지은 웃음은 애정을 듬뿍 담은 웃음이었다.)
아마 신성현은 이연화를,

……그때 당신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단 뜻입니다.
「 2032-03-08, 18:09
제10시 타이머 10번 훈련실 방문 요망.
연구 보고 협조 바람 」
서관 훈련실의 호출입니다. 리히트 장교가 15번째 타이머 가설을 본부로 전달한 모양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마 신성현은 이연화를… 중요한 때에 방해한 휴대폰이 갑자기 열 받았습니다. 오늘 왜 이렇게 거슬리는 것들이 많죠. 전시 상황에 군인인 자신이 무시할 수도 없고. 분노를 다스립니다.) 이연화를 뭐요? 왜 말하다가 멈춰요. 사람 궁금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건 아니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물거린다. 간단하게 내뱉으면 그만인 단어가 턱 끝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그만큼 무거운 감정이라는 건지, 함부로 말해선 안 되는 감정이라는 건지. 묘하게 가라앉은 얼굴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말해줄게. 단편적인 기억만으론 확정 지을 수 없어. 마저 확인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말하다가 끊는 게 사람을 더 궁금하게끔 만든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신성현은 이연화를, 신성현은 이연화를. 이어 하려던 말이 뭘까 추측하는 건 소용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런 감정은 먼저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당신은 가라앉고 이쪽은 묘하게 토라진 얼굴로 홱 돌아섭니다.) 오늘 내로 떠올려요. 자정이 넘어가는 순간 멱살 잡고 협박할 거예요. 가요, 장교님께서 우리에게 볼일이 있으시답니다. (잡아준 손을 이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미안해. 그래도 함부로 말했다가 반대인 기억이 돌아오는 것만큼 곤란한 게 없잖아. (홱 돌아서서 토라진 당신을 보고 있자니 기억 속 이연화가 떠오른다. 만약 내가 말썽 피우면 참아줄 거냐고, 내 손을 잡아줄 거냐고 묻던 아이. 당신은 모를 ‘이연화’를 떠올린 그가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귀엽게 안겨서 발을 앙증맞게 흔들던 파트너가 언제 이렇게 컸대, 협박도 다 하고. (옆에 꼭 붙어 따라가 주었다.)

호출을 따라 훈련실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신성현에게 말려들어 투탁대기도 하다 보면, 문 앞에서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왔어? 아침부터 바쁘지? (닥터 오프-화이트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친근하게 굽니다. 손에 들린 일지에는 15번째 타이머? 물음표가 커다랗게 쓰인 낙서가 잔뜩 적혀 있습니다. 어지간히 호기심에 들뜬 모양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아닌 사람을 보자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아이처럼 토라지고 투정 부린 건 어디에 가고, 사근사근한 웃음을 띄워 대답합니다.) 아니에요. 이 자… 신성현 씨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뭔들 못 하겠어요. 참, 안내해 주다가 어릴 적 기억이 돌아왔대요. 지금 자세한 보고를 드려야 할까요? (대략적인 미친 소리를 축약해서 알려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닙니다. 단편적인 어린 기억으로는 제가 2052년 도밍게즈의 15세, 제10시 타이머였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타이머의 짝, ‘카운터’인 이연화를 맞이했다는 것도요. (도움이 될까 싶어 열심히 협조한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기억? 정말? (닥터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적는 손이 바빴습니다.) 우리에게 미래인 2052년, 같은 도밍게즈, 그런데 성현 씨 당신이 타이머였고 연화 씨는 카운터라는 걸로 나타났단 말이지… 여기서 더 캐묻고 싶지만, 먼저 해야 할 지시가 있으니까 이거 끝나고 말해줘. 방금 안 사실을 고려하여 조정해 볼게.
성현 씨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현재 상황과 성현 씨의 기억은 맞지 않잖아? 우리에겐 당신이 15번째 타이머일 수도 있어. 그래서 일단은 X라고 부를게, 미지수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확인했어요. 닥터 말에 동의하고요. 당신… 신성현 씨가 말한 ‘카운터’라는 건 현 도밍게즈에서 나타난 적도, 연결점도 없으니 15번째 타이머로 보는 게 나을 거예요. (미리 세워둔 가설과 꼬이지 않게 하나씩 풀어가기로 합니다. 닥터의 말을 집중하여 듣습니다.) 그런데 미지수 씨와 저는 무슨 연구를 하는 건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편한 대로 부탁드립니다. 또 기억나는 게 있다면 즉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내버려두고 미지수라 부르는 것에도 개의치 않아한다. 당신들만큼이나 제 정체가, 이 기억이 궁금한 건 신성현도 마찬가지였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미지수 씨가 이런 성격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연구에 미친 이쪽 입장에서는 전부 말해주는 실험체인 셈이었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우선… X 씨가 이연화 씨와 같은 값의 수라는 전제로 몇 가지 실험을 해보려고.

어깨를 으쓱인 닥터는 연구 내용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연구원들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익숙한 패드가 뺨, 귀 뒤, 목덜미나 손목 안쪽 등에 달라붙습니다. 신성현도 의연하게 받아들입니다만,

 

연구원

봐봐요, 잘 됐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금 더 아래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다정해 보이는 거죠? 유난히 거리가 가까운 것 같습니다.
비정상적으로 가까운 거리 아니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주의 깊게 듣는 태도는 신성현의 모습을 보고 증발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생각할 새가 없었습니다. 손끝을 움찔대다가, 정신을 차리자 신성현의 팔을 꽉 잡고 있었습니다. 원하는 건 전부 손에 넣어 발아래에 둬서 살아온 이연화가 처음 느낀… ‘질투’라는 감정이었습니다. 탁. 옷깃이 손안에 잡혀 퍼뜩 깨어난 그가 빠르게 변명합니다.) 실험이 무섭진, 않아요? (이연화치고는 형편없는 변명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별안간 잡혀 의아해한다. 무서워하는 감정 없이 의연하게 받아들인 저에겐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고, 당신이 변명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작게 웃어주었다.) 괜찮아, 15살까지 돌아온 기억에서 많이 해봤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 (쓰담쓰담. 당신에게 붙은 패드를 꼼꼼히 점검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어갈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꺼내지 말걸, 어색해 보이는 상황에도 당신이 보내오는 애정이 마음을 어지러이 뒤집었습니다. …몰라요. 이미 늦은 겸 연구원이 든 패드를 가져와 직접 붙여줍니다. 뻔뻔하게 우겨 동조하라는 눈빛을 보냅니다.) 15살이랑 다 큰 지금이랑 다르죠. 숨기지 말고 말해도 돼요. 내가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신성현의 뺨, 귀 뒤, 목덜미나 손목 안쪽. 섬세하게 만지작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아니, 난 정말 괜찮, (다고 말하기엔 당신의 눈빛이 무서웠다. 흡사 눈빛으로 협박받는 기분이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어울려 주는 게 낫겠지? 입을 다물고 끄덕인다.) 생각해 보니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네가 도와준다니까 안심할 수 있을… 잠깐, 거기 좀 간지러워. (장갑이 귀를 스칠 땐 간지러운지 눈가가 흠칫댄다. 곤란한 낯빛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정신 차린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당신에게 빠져듭니다. 피부와 피부 접촉을 막아주는 얇은 장갑이 이물질로 느껴질 만큼. 제 손길에 곤란해하는 표정, 숨결, 반응을 머릿속에 새깁니다. 당신은 귀가 약하구나… 무의식적으로 버튼이 눌려 신성현의 귀를 집요하게 문지릅니다. 패드를 붙인 귀 뒤에서 약간 차가운 귓가까지 느릿느릿 쓸어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 이연화…? (가느다란 손가락이 귓가를 훑어 쓸어주는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이상했다. 앓는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묘해지는 분위기가 눈치 보이는 것은 자신뿐인가 보다. 당신과 접촉하는 게 싫다는 뜻은 아니었으나, 이건… 좀… 지나치게 가깝지 않나? 막지도 부추기지도 못하고 손만 허공을 맴돌았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흠흠. (닥터는 요상한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 모습은… 확실히 한창 꽁냥대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연화 씨?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흠칫 놀랍니다. 신성현이 흠칫대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현실을 자각한 이연화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 했는지 깨닫습니다. 많이… 위험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신성현이란 존재를 갈구하는 듯했습니다. 미련 가득한 손이 스륵 내려갑니다.) 다… 됐어요. 패드가 잘 안 붙길래. (마음속으로 스스로의 멱살을 잡으면서 뻔뻔함을 이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위험…했다. 딱 그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눈빛이 집요하고 심상치 않아서 제지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동시에 제지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먼저 다가와 접촉해 주는 이연화 자체가 반가웠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쪽도 마음속으로 스스로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잘 붙은 것 같아. 이제 됐어. (당신이 만져준 귓가가 화끈거린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참아주는 얼굴입니다. 이상야릇한 웃음이 소름 돋을지도 모릅니다. 흐응~ 핑크빛 기류를 응원하고, 눈치껏 손수 훈련실의 문을 열어줍니다.) 내 말은 잘 들은 거지? 이레귤러인 만큼 DOT에도 데이터가 없으니 두 사람의 협조가 중요해. 자, 둘만의 시간은 들어가서 즐겨.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 들었어요. 나와 X가 같은 값의 수라는 전제로 실험한다고. (오해예요, 라는 말은 닥터를 부추길 뿐이었습니다. 이럴 땐 묵묵히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고수해야 했습니다. 요동치는 내면을 내버려둔 이연화가 신성현의 손을 잡습니다.) 가죠, 둘만의 시간을 즐기러.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여기에서 부끄러운 건 나밖에 없나… 형용할 수 없는 죄악감에 휩싸인다. 기억이 어릴 때밖에 없다지만 난 30대 후반이고 눈앞의 이연화는 갓 성인 된 어린아이 같은데… 새삼스레 윤리의식이 들이닥쳤다. 슬슬 정신 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말씀해 주신 사항들 주의하고 가보겠습니다. (맞는 게 하나도 없는 이연화와 신성현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도와주질 않는 신성현에게 이를 악물고 귓속말합니다.) 그럴 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예요, 이 정직한 사람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다고 오해하게 둘 순 없잖나. (속닥대는 모습이 그들에겐 더욱 이상하다는 걸 모르는 두 사람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 태도는 기름 붓는 꼴이라는 걸 모르는 거예요? (이쪽마저 당장 속삭이기에 급급해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기름이 아니라 물을 부어서 조기 진압한 거다. (15살 기억밖에 없다고 대화 내용이 참 유치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조기 진압은 무슨 진압, (…내가 왜 이런 수준 낮은 대화를. 신성현을 꽈아악 데려갑니다.) 됐고, 오기나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먼저 시작한 건 너였…, (억울…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다.)

속닥속닥…… 속닥속닥…….
예쁘고 잘생긴 두 남자의 거리에 얼굴을 붉히고 바라보는 연구원들만 속출합니다.
훈련실 내부는 단출합니다.
스크린 속에는 우주의 느긋한 한때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간구름은 바람에 나부끼는 먼지처럼 한껏 부풀었다가 폭삭 꺼집니다.
달칵. 문이 완전히 닫히자 스피커에서 닥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가볍게 인터뷰부터 시작할 건데,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열심히 참여해 봐요, 미지수 씨. (중력 타이머라고 꾸며준 건가. 편안한 풍경이 들쑥날쑥한 기분을 달래줍니다. 느슨해진 얼굴로 신성현을 구경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 아닌 우주. 느긋한 우주가 기분을 달래주는 듯했다. 스피커를 바라본 신성현이 질문에 응한다.) 기억에 있는 내용은 답하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좋아. 시작할게.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X는 기억이 아예 없는 거야? 원래 뭘 했는지, 언제부터 권능을 쓸 수 있었는지, 여기 오기 전엔 어디에 있었던지. 어떻게 오게 된 건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스피커에 시선을 고정한 그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되짚어가기 시작한다. 비록 15살 기억밖에 없지만 충분히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말했다시피 아까… 이연화와 DOT를 둘러볼 때 15살 기억까진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원래 2052년 도밍게즈의 제10시 타이머, 신성현이었고 능력은 12살이 되던 해 각성했죠.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가 과거라는 것, 이연화가 기억 속 12살이 아닌 성인이라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입니다. (돌아온 기억 외에는 전부 불투명했다.)

신성현이 떠올린 기억을 토대로 대답하더라도 명쾌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같은 연도, 같은 행성, 같은 곳에서 같은 존재였다는 신성현의 주장은 완벽한 역설에 불과하므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궁무진한 가능성 중 하나…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는 예가 있죠. SF소설이나 판타지에 열광하는 창작자가 종종 채용하곤 하는 설정 말이에요. 우주 너머 우주, 다른 차원. 과거와 미래를 뛰어넘은 시공간. 너무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이라 썩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가만히 신성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게 말해준 것과 똑같은 카운터, 12살인 나, 파트너가 된 이연화 신성현.)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흠. (진실 혹은 거짓을 판별하는 대신 닥터가 다른 걸 묻습니다.) 그럼 능력은 다시 사용할 수 있겠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능력은 저도 궁금했습니다. 신성현을 쓱 봅니다.) 나랑 닿을 때 폭발했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병원에서… 맞아. 너랑 접촉한 순간 폭발했었는데, 잠시만. (손을 들어 권능에 집중했다. 희미한 푸른빛이 허공에 떠올라 블랙홀을 그린다. 소용돌이친 그것은 두어 개의 마안을 생성하여….)
(2+0)dx-3 RC 판정 (2DX10-3) > 8[2,8]-3 > 5

당신의 것처럼 뭉치려는 마안은 어느 정도까진 실체를 형성하다가 단단해지지 못하고 흐트러집니다.
지켜보는 당신도 타이머 특유의 파동을 느끼지만…… 다른 동료에 비해 미미한 편입니다. 게다가 어딘가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는 불편한 감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상하네요… 그때 느낀 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힘이었는데. 당신, 30대 후반 즈음 외관이면 훈련 많이 했을 텐데요. 나보다 강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도 불완전한 힘을 보고 미간을 좁힌다.) 그러게, 기억 속 15살의 나는 이것보다 더 강한 힘을 다룰 수 있었어. 나름 많은 힘을 끌어올린 결과가 모호하군. (머리카락을 띄우는 중력이 고작인 손바닥을 그러쥔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알아보는 단계니까 너무 실망하진 마. (애매한 출력값을 보고 아쉬운 한숨을 내쉰 닥터가 묻습니다.) 기록을 살펴보면 세대교체를 미리 예감한 때도 종종 있더라고. 두 사람은 어땠어? 분할되거나 교체되려던 거였다면 뭔가 느꼈을지 모르는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그라드는 푸른빛 마안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따뜻하고, 이끌리는 감각은 신성현을 마주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마치 나의 쌍성인 별을 보는 듯… 흐리게 답합니다.) 전혀요. 내 힘이 사라지거나 요동친 적도, 수명이 다하는 느낌도 없어요. 그나마 예상 가는 건… 에리안 에버렛과 전투 때 들린 문 여는 소리일까요. (정신이 뚝 끊긴 시점 들었던 소리를 말해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없거니와 눈을 떴을 때 이연화가 보였습니다.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잡은 거고, 이연화처럼 능력이 요동치거나 사라지는 느낌은 없습니다. 직전처럼 힘이 약한 것 빼면 말입니다. (문 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그래? 그렇단 말이지…. (스피커 너머 닥터는 몇 초 잠잠해집니다. 무언갈 적는 소리, 책 펼치는 소리.) 이번에는 말이야, 우선 둘이 양쪽 벽에 등을 대고 서줄래? 완전히 떨어져 줘. 그리고 화면에 뜬 순서대로 진행하면 돼.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확인했어요. (지시에 따라 가까운 쪽 벽에 가 등을 대고 섭니다. 따뜻한 온기와 완전히 떨어지려니 이유 모를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화면을 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확인했습니다. (당신이 가는 반대 방향으로 떨어져서, 등을 대고 선다. 마주 본 너와 나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다고 생각했다.)

스크린을 채운 우주는 어느새 새파란 알림창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또박또박 픽셀로 쓰인 글자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훈련 가이드

접근 → 접촉 → 접목 → 접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접근, 접촉, 접… 접목? 다른 의미로도 쓰는 그것을 눈만 깜빡이며 몇 번이고 바라봤습니다.) 미안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그게 맞을까요? 그거요? (성…관…. 아무리 이연화라지만 자신이 꾸미지 않은 상황에서 노출하는 건?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의 눈동자가 짐짓 흔들렸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곤, 접목이 어느 의미로 쓰이는지 떠올렸기 때문이다. 스피커 눈치를 본다.) 접목이… 정확히 무슨, 의미입니까?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스피커 너머에서 연구원들의 수줍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습니다. 닥터가 당황한 톤으로 빠르게 정정합니다.) 아니, 아니야. 그런 의미 아니야! 설마 다들 보는데 그렇고 그런 걸 초면인 둘한테 시킬까 봐? 나한테도 윤리라는 게 있어.
그냥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서 권능을 접목시키면 돼. 깍지를 끼거나, 팔목을 붙잡거나, 허리를 끌어안거나. 가지에 다른 가지를 접붙이는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난 또. 그거야 쉽죠, 오해 풀렸으니 마저 설명해 주세요. 이 상태로 접근부터 하면 되나요? (아쉽…나?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신성현은 제법 자신의 취향을 한 데 모아 만든 외관이라… 이하 생략.)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빠른 정정에 감사드립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연화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갓 성인 됐다고 너무 불태우진 마.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놀라긴 이쪽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헛기침한 닥터가 이어 설명합니다.) 접근하기 전에, 아까 연화 씨를 붙잡았을 때의 위력은 대단했잖아. 반복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우선 성현 씨, 이 상태로 권능을 사용해 볼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해 있게 써둔 건 그쪽이거든요. (벽에 기대 신성현이 하는 걸 지켜봅니다. 거리가 달라진다고 권능에도 변화가 있으려나.)

캐릭터 인장

신성현

농담은 여기까지 합시다… 해보겠습니다. (붉어진 얼굴이 견디질 못했다. 심호흡으로 진정한 후에 손을 펼친다. 아까와 같은 크기로 힘을 일으킨다. 조금씩 모여드는 푸른빛 마안.)
(2+0)dx-5 RC 판정 (2DX10-5) > 7[2,7]-5 > 2

아까는 그래도 뭉치려는 힘이 있던 반면에, 이번에는 뭉치지도 못하고 흩어지는 푸른빛 힘을 볼 수 있습니다.
훨씬 보잘것없는 출력입니다. 머리카락을 띄우는 정도의 중력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말… 달라진다고? 대충 기댄 몸을 바로 세웁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변화를 믿을 수 없이 담습니다. 나와 당신 사이에 권능을 변화시키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어. 눈빛이 날카로워집니다.) 내 살면서 가장 흥미로운 상황이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금은 아예 나오기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힘을 써도 마안이 뭉치질 않습니다. (온 힘을 끌어모아 출력한 게 방금이다. 계속 시도해도 뭉치지 않는 마안은 그대로였다. 하아, 나지막한 숨을 내쉰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과연.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지나고 닥터는 다음 연구를 지시합니다.) 이번에는 둘이 중앙에서 만나 봐. 가까워지되 닿지는 않을 정도로만 가서 둘 다 능력을 써 줘.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볍게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변경했습니다. 이때를 기다린 이연화가 신성현에게 다가갑니다. 가까워지되 닿지 않는 거리, 한 발자국… 틈을 남기고서.) 이 정도면 될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걸음에 맞추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가까워지는 당신에게서 달콤한 향이 풍긴다. 그 체향은… 저를 안심시키는 온도였다. 한 발자국, 남긴 틈을 다가가고 싶었다.) 충분해. 여기서 사용해 보자. (몇 번 썼더니 감을 되찾은 힘이 처음과 비슷하게 웅웅댄다. 나의 푸른빛, 당신의 금빛.)
(2+0)dx-3 RC 판정 (2DX10-3) > 8[7,8]-3 > 5

이연화는 권능을 사용할 때 달성치에 +2 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방금보다는 올라간 능력, 폐부로 스며드는 겨울 향기가 제 심장을 뛰게 만듭니다. 이연화와 신성현이 가까워질수록 제게 잠들어 있는 권능의 존재감이 뚜렷해집니다. 당신과 같은 박자로 눈을 깜빡이고, 손을 펴고, 능력을 일으킵니다. 금빛 마안은 푸른빛 마안을 집어삼키고 싶은 것처럼 빛납니다.) 느낌이 달라요.
(4+1)dx+8 RC 판정 (5DX10+8) > 8[2,4,4,6,8]+8 > 16

당신은 평소보다 편안하게 권능을 다룰 수 있습니다.
미약한 상대의 마안이 조금이나마 뭉치고 당신의 마안은 눈에 띄게 찬란해집니다.
웅웅, 맹렬히 회전하는 금빛 마안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들뜸이 느껴집니다.) 우연의 일치라기엔 확실히 눈에 띄는 차이가 있네. 손 좀 잡아볼래? 내키지 않는다면 옷자락도 좋고. 일단 접촉하자. 능력 쓰는 거 잊지 마.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숨이 빨라졌을까요? 확언할 수 있는 건 당신으로 인해 나의 심장은 들뜨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닥터보다도, 당신보다도 더요. 타이머의 능력은 훈련에 따라 역량이나 조절이 올라갈 순 있지만 눈에 띄게 커지지는 않는 권능이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장갑을 벗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 없는 맨살이, 손가락이, 당신 손가락을 파고듭니다. 장갑 없는 살갗끼리 맞닿습니다.) 잡아요, 신성현.
(4+1)dx+10 RC 판정 (5DX10+10) > 9[4,6,8,9,9]+10 > 19
(당신과 나를 제외한 주위가 무거운 중력에 짓눌립니다. 금빛 마안은 푸른빛 마안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당신도 능력이 강해진다면 우린… 그 ‘운명’이니 뭐니 하는 걸 부정할 수 없어.)

캐릭터 인장

신성현

(헛숨을 삼킨다. 틈을 넘어 훅 다가온 당신과 갑작스레 이어진 접촉이, 당신의 살갗이 뜨거웠다. 잡아준 손가락 사이사이를 타고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 올라온다. 퍼즐을 맞추는 양 손가락과 손가락이 맞물린다. 뜨거운 숨을 삼키고 당신을 마주한다. 찬란한 금빛 별, 금빛 눈동자에 자신이 비치는 거리였다.) 능력이…,
(2+0)dx+1 RC 판정 (2DX10+1) > 7[2,7]+1 > 8
(드디어, 마안이 형성된다. 선명한 형체를 만든 푸른빛 별은 당신에게 맞추어 회전한다. 중력에 중력을 더해 중후한 무게감을 퍼뜨린다. 점점 가까워지는 마안들은 별끼리 이끌리는 쌍성 같았다.)

두루뭉술한 고양감이 발밑을 기어갑니다. 닿은 부분으로부터 새로운 권능이 넘어오는지 열감이 느껴집니다.
충전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 충동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비로소 완성된 신성현의 마안은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한 색채였습니다. 너무나도 시리게 푸른 별… 그와 다르게 따뜻한 온기. 피어오르는 열감이 심장을 데웁니다. 꽉 쥔 손은 아플 만치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말한, 대답해 주지 못할 질문을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정체는 대체 뭐죠?
(4+1)dx | 충동 판정 (5DX10) > 6[2,3,6,6,6]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코앞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아찔했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속삭임. 빤히 바라보는 금빛 동공과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존재가 된 순간이었다. 기억 속 누군가가 왜 우리를 파트너라고, 짝이라고, 운명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보잘것없는 내가 너와 만나 능력을 키워주는 건…. (너를 위해 안배된, 생각이 끊긴다.)
(2+0)dx | 충동 판정 (2DX10) > 4[2,4] > 4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는 것으론 모자란다고 느낍니다.
조금 더…… 더한 것을 원해요. 이 정도로는 한참 부족합니다.
주위의 공기가 두 사람이 내뿜는 중력에 이끌리기 시작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이곳에서, 옷깃이 천천히 나풀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지금 관측되는 상승 곡선 기록해! 변화 수치 계산하고, 혹시 모르니 CCTV 영상 백업해 둬. (쉴 새 없이 지시하던 닥터가 다음을 요구합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이번엔 양쪽의 권능을 접목해 보자. 서로 단단히 붙들고… 두 사람이 같은 권능을 휘두르는 거야.

권능의 접목은 DOT에서 끊임없이 시도하던 연구입니다. 팀플레이를 넘어서 권능끼리 접목해 새로운 지경을 연다면 더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2032년에 이르기까지 번번이 실패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속성의 권능은 절대 융화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타이머와 미지수라면…….
닥터의 기대심리가 스피커 너머로 생생하게 맥동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과 나 단둘만이 이 세계에 남겨진 착각이 찾아오자 스피커 소리가 방해였습니다. 떨어지기 싫어요, 더 붙어있고 싶어요. 당신을 아무도 없는 곳에 데려가서… 나만이 독점하길 원해.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바라보길 원해. 지독한 욕심이 눈동자에 떠오릅니다. 허공을 유영하는 금빛 마안은, 기어이 푸른빛 마안을 배 속에 집어넣습니다. 금빛 마안과 이연화가 동시에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한 손은 깍지를 끼고, 한 손은 허리를 감싸고. 우주를 거니는 기분입니다.) 셋… 세요. 내게 맞춰요, 신성현. (내게 와. 달콤하게 속삭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탄식을 내쉰다. 강렬한 충동이 들었다. 뱃속을 날카롭게 긁는 허기, 당신의 온도와 숨결을 삼키고 싶다는 욕구. 적어도 이 순간 중력은 우리 둘에게 작용된다. 당신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다정하게 내려간다. 목덜미, 어깨, 저를 끌어안은 당신 팔. 접촉한 온 부위에서 찌릿한 자극이 부추겼다. 스피커가 내뱉는 목소리는 귓가에 닿지 못하고 흐려진다.) 천천히… 셋, (둘. 하나. 자신을 제외하고 짓누르려 날뛰는 중력을 다듬는다.)

두 사람은 처음보다 단단하게 결속합니다.
손을 잡고 허리를 끌어안아서, 가지에 다른 가지를 접붙이는 것처럼 객체였던 당신과 신성현이 하나로 견고해집니다.
셋, 둘, 하나.
⚜ RC 판정 : 난이도 ■ ⚜

캐릭터 인장

이연화

(4+1)dx+12 RC 판정 (5DX10+12) > 10[1,2,5,9,10]+6[6]+12 > 28
(무의식중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던 것 같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신성현을 끌어안은 자신과 제 힘이 맹렬하게 회전합니다. 나는 너를 삼켜버릴 것처럼. 내 힘은 네 힘을 짓눌러 흡수해 버릴 것처럼.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버립니다. 체향을 한껏 들이켜 허전한 뱃속을 달랩니다. 부족해. 한참 부족해.) 내 이름, 불러줘요. 빨리.

캐릭터 인장

신성현

(2+0)dx+3 RC 판정 (2DX10+3) > 10[7,10]+7[7]+3 > 20
(아까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당신의 힘은 급격하게 커져 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잔잔한 별은 파도치는 별을 끌어들인다. 격동하는 능력이 버거워 신음을 흘려냈을 땐… 당신을 따라 힘을 키운 두 마안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곳에 물건이 있었다면 이미 무거운 중력을 버티지 못해 찌그러졌을 것이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숨결이 너무나 뜨거웠다. 당신의 등허리를 겨우 감싼다.) 이연, 화. (…이연화. 완벽하게 감기는 이름을 되뇌었다.)

⚜ 충동 판정 : 난이도 8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꺼풀이 파르라니 떨렸습니다. 황홀하다, 라는 표현이 들어맞았습니다. 하나가 되고 싶어요. 그를 완전한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눈동자가 당신에게 취해 몽롱해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건 ‘이연화’가 할 행동이 아닌데도, 충동에 휩쓸립니다.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여 버린 자는 결코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금빛 마안이 당신의 검푸른 마안과 맞닿아 블랙홀처럼 빨아들입니다.) 전에 한 말… 취소할게요.
당신, 날 부추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4+1)dx | 충동 판정 (5DX10) > 7[1,2,5,7,7] > 7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도 이상해. 집요함을 넘어 집착이 느껴지는 행동을, 달갑지 않은 행동을 이연화가 주니까 기껍기만 했다. 하나로 합쳐지고자 몸부림치는 중력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뱃속을 헤집는 촉각도 감각도 아닌 모든 게 뒤섞이는 기분이다. 나와 똑같은 능력. 서로에게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중력. 매끄럽게 합쳐진 마안이 전보다 훨씬 커져 푸르고, 금빛 반짝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의 은하를 담아놓은 것 같았다. 이거… 분명히 예전에도, 느낀 적… 가로막힌 기억은 떠올리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말했잖아.
감당할 각오는 진작 해두었다고.
(2+0)dx | 충동 판정 (2DX10) > 4[3,4] > 4

마안이 합쳐집니다. 하나의 은하를 형성합니다.
시야에 닿는 모든 곳이 애틋하고, 완벽하고, 더할 나위 없어서…… 놓기 싫어.
떨어지기 싫어.
욕심은 계속 커져만 갑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대단해! 여태 우리가 찾아 헤매던 답일지도 몰라! (닥터가 외칩니다. 온 세상이 들뜨는 것처럼 환희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접전이야. 이 기세만 유지해 주길 바라, X의 상태가 아직 불안정하니까 연화 씨는 출력 수준을 맞추는 걸 최우선으로. 폭발 조짐이 보이면 안전장치가 자동 작동할 거야.

그다음 지시는 직전과 반목하는 행위였습니다. ‘각자의 권능으로 서로에게 대항하라.’ 권능들이 충돌할 때를 살피기 위한 실험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마안이 완전히 섞여 들어가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신성현을 자신이 삼켰다는 착각을 합니다. 이렇게라도 널 내게 종속시킬 수 있다면. 손을 뻗어 네 온몸을 내게 묶어둘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리할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금빛 마안이 푸른 마안을 완전히 에워싸 가둬버렸습니다. 고개를 떼어낸 이연화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제야 맞이한 운명의 파트너를, 충동을 다정히 감내하기엔 비틀린 상태였습니다. 포악한 욕구를 쏟아붓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될 미래여도? (중력을 조종해 당신이란 존재를 짓누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온몸이 답답했다. 이연화에게 가두어져 속박된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제 힘은 당신이 가져가 마음껏 주무르고 있었고, 나는 네게 홀려 바라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벗어나지 않는 건 답답할지언정 고통스럽지 않았으므로. 신성현은 ‘이연화’가 내어주는 감정은 죄 다 받아들이고자 했으므로. 세상 소중한 것을 다루는 손길이 당신 뺨을 쓰다듬는다.) 네게 파멸될 미래라 하더라도. (낮게 뜬 눈동자가 중력처럼 깊은 ■■을 담았다.)

⚜ RC 판정 : 난이도 9 ⚜

캐릭터 인장

이연화

(4+1)dx+10 RC 판정 (5DX10+10) > 8[2,5,5,8,8]+10 > 18

캐릭터 인장

신성현

(2+0)dx+1 RC 판정 (2DX10+1) > 5[3,5]+1 > 6

웅, 웅. 이연화의 중력은 집어삼킬 대상을 겨냥하여 쏟아졌지만, 신성현에게 닿는 순간 봄날의 눈처럼 맥없이 녹아내립니다.
자아를 가지고 피아를 구분하는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맥없이 녹아내린 권능을 질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로 가서 신성현을 삼켰어야지. 내 것이 되도록, 그가 말하는 ‘이연화’가 아니라… 그래. 당신이 말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어야지. 제 것이되 제 것이 아닌 운명을 탐냅니다. 손에 쥐어 온전하게 갈취하고 싶었습니다. 소중히 쓰다듬어 주는 당신 손과 제 손을 겹칩니다.) 내가 세상을 멸망시킬지라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감았다 뜬 눈동자가 기시감을 느낀다. 이연화가 세상을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네가 멸망의 원인이라 하더라도… 비슷하되 비슷하지 않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바라보는 건 당신일까, 당신 아닌 ‘이연화’일까. 뒤엉키는 생각과 다르게 입술이 정해진 대답을 한다.) 네가 세상의 종언이 될지라도.

타이머의 권능이란 위대하면서도 폭력적인 자연재해와 같아서 손끝을 떠난 후에는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손발이 맞지 않으면 아군이 더 무서운 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권능이 명백하게 신성현을 식별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즉,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가 있을까요?
스피커 너머가 부산스럽습니다. 닥터와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한 문장씩 알아듣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당장 보고해야 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것 정도는 확실해 보이네요.
믿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홀로도 부족하다 느낀 적 없건만…….
당신과, 신성현과 닿을 때마다 빈구석이 있었던 것처럼 권능은 계속해서 자라납니다. 더욱 광범위하고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경이 있단 걸 체감합니다.
⚜ 충동 판정 : 난이도 9 ⚜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트너. 나의 짝, 시간이 점지한 운명. …카운터. 신성현이 말한 카운터라는 ‘이연화’에게 끔찍한 질투를 느낍니다. 너는 날 보는 순간에도 그를 생각하고 있구나. 내가 아닌 나를 보는구나. 단단한 손을 우악스럽게 움켜쥡니다. 시끄러운 소란은 무중력인 우주처럼 닿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내게 온 운명이에요. 그 이연화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아요. …앞으로 신성현이 받아들여야 할 사람이 나라는 게 중요하죠. (날 생각해. 그 사람 말고. 강제로 끌어온 당신 손바닥에 입을 맞춥니다. 변화하길 두려워 거부하던 이연화는 이곳에 없습니다.)
(4+1)dx | 충동 판정 (5DX10) > 9[1,1,4,6,9]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 파… 이연화…. (노이즈 낀 기억은 뒤죽박죽이었다. 이연화가 ‘이연화’를 떠올리길 방해한다. 손바닥에 닿는 호흡, 감촉, 집착은 자신이 기다려온 것인데… 무언가 달랐다. 그러다가도 사근사근 날갯짓하는 목소리가 폭력적인 욕구에 물들어버리면, 또 희미한 기억과 비슷해서 이질감을 없애버렸다. 당신이 붙잡은 손끝은 바르르 떨린다.) 신성현이 이연화의… 파트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언제나. (그런… 느낌이 들어. 그리 말해야 할 것 같아. 툭, 당신과 이마를 맞댄다.)
(2+0)dx | 충동 판정 (2DX10) > 10[4,10]+6[6] > 16

지직, 지지직. 스크린에 노이즈가 섞이고 화면 전체가 미미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새로운 글씨가 떠오릅니다.
접근 → 접촉 → 접목 → 접전,
그다음은 접문입니다.
원래 총 다섯 단계였던가? 근본적인 의문 대신 자극적인 질문이 고개를 듭니다.
접문이라면…… 지금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접문…? (눈에 들어온 글자가 아니었다면 신성현을 몰아붙였을지도 모릅니다. 눈과 눈이 마주칩니다. 어여쁜 눈꼬리를 사르르 휘어 제 ‘파트너’인 신성현에게 다가갑니다. 이때다 싶은 연구원들이 도와준 것이든 오류든 상관없어요. 저것과 나의 마음이 일치한다는 게 중요했습니다. 당신을 가둔 그는 누군가와 같은 말을 내뱉습니다.) 부디 거부하지 말아요….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연화가 신성현의 입술을 삼켜옵니다.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잡아먹기 위한 입맞춤입니다. 12살 아이가 아니므로 어떻게 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입술 틈을 벌려 열어내고, 파고들어 말캉한 숨결을 엮고, 샅샅이 훑어갑니다. 당신에게 이연화를 새겨 입술을 콱, 짓씹습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피와 숨을 먹기 위한 행위에 가까웠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강한 힘이 풀어진 것도 잠시 눈 깜짝할 새에 부딪힌 입술에 사고가 정지한다. 눈과 눈이 마주쳐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꺼낼 즈음이었다. 달싹 열린 입술이 당신에게 삼켜진다.) 잠깐, (물어뜯긴 입술에서 고통이 올라오고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진다. 제 안에 존재를 새겨 숨을 앗아가는 농밀한 행위, 벗어나기엔 이연화가 저를 붙들고 있어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감정 아래서 허덕였다. 거부해야 마땅할 폭력일진대… 애틋함을 떠올린 눈동자가 감긴다. 당신이 지은 어여쁜 미소, 따뜻한 온기, 뜨거운 숨결 모두가 소중했다. 가슴은 당신을 하염없이 원했다. 한 생명에 불과한 내가 당신을 호흡하게 만들 수 있다면, 거부할 리가.)

⚜ 충동 판정 : 난이도 12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리숙함을 벗어던진 그는 자신이 무엇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도 나아갔습니다. 홀로 자란 이연화는 본래 고삐 풀린 개입니다. 그러니 그 자체가 충동 덩어리일 수밖에요. 갈구하던 애정, 사랑, 온기를 쥐여준 신성현은 피 맛을 본 짐승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린 살점을 송곳니로 꿰뚫습니다. 당신이 흘린 피를 핥아 받아 마시면서 몇 번이고 입술을 맞물립니다. 외설적인 소리가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4+1)dx | 충동 판정 (5DX10) > 5[2,4,4,4,5] > 5

캐릭터 인장

신성현

(차마… 설명하기 부끄러운 소리가 공간을 울려 저를 애태우자 점점 초조해진다. 욕망을 비집고 깨어난 이성이 위기감을 외쳐댔다. 떨어진 입술 사이로 늘어지는 게 피인지 뒤섞인 타액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고삐 풀린 개처럼 핥아주는 당신이 야속하게 사랑스러웠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 도망쳐야 해. 더 깊게 파고들고 싶어, 가까워져선 안 돼… 상반된 마음이 충돌한다. 어지럽게 회전하는 두 사람의 항성을 닮았다.) 읏… 더는, 힘들…. (바르작거리는 손끝이 당신 옷자락을 꾹 쥔다.)
(2+0)dx | 충동 판정 (2DX10) > 5[4,5] > 5

죽여버리고 싶어. 치사량의 애정을 쏟고. 쏟고, 쏟아부어서……
그 아래에 파묻힌 네가 익사했으면 좋겠어.
감히 그런 걸 바라.
다디단 입맞춤 끝에 남는 것은 원죄로 가득한 저주.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기분이 제멋대로 널뛰며 방향을 종잡지 못합니다.
아, 어째서 이렇게…….
끔찍하고, 사랑스럽지?
그것은 위기감이었습니다. 상대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떨어져야 한다는, 벗어나야 한다는!
훈련실은 조용하기 짝이 없건만 누가 울리는지 알 수 없을 적색경보가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입을 틀어막습니다. 호흡이 가빠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혀끝에 남은 다디단 혈향, 폭주 직전의 마안. 끔찍함과 사랑스러움이 혼합되어 살인 충동이 완성되지 않게 당신의 어깨를 밀친다. 팍, 떨어진 신성현이 가쁜 숨을 흘린다. 부르튼 입술은 잇자국과 피가 얽혀 엉망이었다. 붉은색이 난잡하게 번진 입술을 힘겹게 움직인다.) 정신… 정신 차려. 충동에 휩쓸리지 마. (착하지…자신이 할 줄 아는 달램을 속삭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흡, 숨을 멈추었습니다. 새빨간 동공이 빛을 발하고 살인 충동을 머리끝까지 전달하기 바로 직전. 당신에게 밀쳐져 입술이 떼어집니다. 요동치는 마안이 사방을 때렸고 서로의 머리칼을 엉망으로 헝클어뜨립니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백색 공간에 남았습니다. 가지 마. 내 밑에서 죽어. 내게 익사해서 사라져 버려… 심장이 속삭이는 충동이 낯설었습니다. 멍청하게 눈을 깜빡거립니다. 신성현의 입술에 새겨진 잇자국과 흥건한 피가 보였습니다.) 나와 같은 충동, 을… 느꼈어요? (멍한 목소리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마터면 끝까지 갈 뻔했다. 쿵쿵대는 심장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려주었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고 호흡을 안정시킨다. 충동에서 벗어나 차분해진 신성현이 당신을 놓아준다.) 하나도 빠짐없이 느꼈어. 네 말대로 이런 건 이상해… 다가가고 싶은데 멀어지고 싶다니. 미안, 내가 자제했어야 했어. (자신이 진정한 후에는 당신을 살폈다. 헝클어진 머리 정리와 붉은 입술을 문지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의 말을 들은 이연화는 말이 없었습니다. 내면에 잠재한 살인 충동을 곱씹어 봤습니다. 신성현을 손에 넣고자 하는 충동이 처음, 추악한 욕심과 집착이 두 번째, 마지막은 살인 충동. 신성현까지 같은 감정을 느낀 게 걸렸습니다. 15번째 타이머, 미지수 X, 나의 운명. 눈이 가늘어집니다.) 방금 물린 당신이 왜 미안해해요? 겁 없이 다가오기나 하고. 방심하다 잡아먹혀요, 당신. (깨물, 입술을 쓰다듬어 준 손가락에다 입질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 (날카로운 이에 물린 손가락을 머뭇머뭇 빼낸다. 아릿한 손가락이 착잡했다. 내 심장이 향하는 곳을 보면 당신이 기억 속 소중한 이연화임은 맞을 터인데, 그 순수했던 아이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든다. 여러 생각을 곱씹으며 진지하게 중얼거린다.) 늦었을지도 몰라. (심각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뭐가요. 물린 손가락 심각하게 보면서 말하니까 되게 이상한 거 알죠.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키스한 것도 모자라 손가락이나 물고. 개가 애교 부리는 건지 뭔지. 망설임 없이 빼낸 장갑이 휑했습니다. 뒤집어진 속은 아까부터 울렁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짐짓 느리게 꺼낸 말은 황당한 추측이었다.) 네게 물려도 놀란 감정이 들지 않아. 오히려 익숙하다고 해야 하나. 평소에도 자주 물렸던 건 아닐까. (미친 소리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이어줄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황당해서요. 아닌…가? 방금 잘근거린 자신을 보니 딱히 틀린 말도… 이게 아니라. 15살 기억밖에 없는 신성현에게 물들어 저까지 유치해졌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놀랄 때까지 물어줄까요? (바짝 차린 것치곤 유치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양하지. 익숙하다는 거지 아프지 않다는 건 아니다. 게다가 손은 더럽잖아, 깨끗이 씻고 물거나 다른 거 줄게. (방금 핏빛 가득한 키스를 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대화였다. 한바탕 충동이 휩쓸고 간 몸은 축 처졌다.) 그보다는 우리 둘 다 휴식이 필요한 것 같군. 방금 행위, CCTV에 다 찍혔을걸. (위를 가리킨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 바보 같은 대화는 뭔, (맞다, 생경한 충동에 휩쓸리느라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CCTV, 스피커를 보고 낭패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영상 폐기를 요청(협박)해야겠어요. 따지자면 저들이 원인이잖아요? 할 거 다 했으니까 도망가죠. (휴식하자는 말에 적극 찬성입니다. 손을 내밉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마지막에 흔들리고 떠오른 글자가 신경 쓰이네. 급하게 추가한 글자인가 잘 모르겠어. (당연하게 내미는 당신 손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본다. 아까까지 다가오지 말라던 본인을 자각하고 있는 걸까. 싫은 건 아냐. 그저 귀여워서. 얕은 웃음으로 당신 손을 잡는다.) 응, 도망가자.

충동에 휩쓸린 연구가 끝나고 도망치려 손을 잡으면, 훈련실의 문이 벌컥 열립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고생했어! (활짝 웃는 얼굴은 닥터가 이번 실험 결과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려줍니다. 꼭 잡은 손을 흐뭇하게 봅니다.) 바로 도망가려고? 더 도와줘도 되는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은 신성현에게 한마디 하려던 찰나였습니다. 당신보다 쏘아붙이고 싶은 닥터를 상냥히 봅니다.) 닥터. 마지막 접문은 대체 무슨 의미죠? 덕분에 큰일날 뻔했어요. 또 이상해질까 봐 도망가려고요.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응? 접문? 그건 왜, 하고 싶었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음흉한 미소가 짙어집니다.) 미리 말하지… 처음 만난 둘에게 그 단계까지 요구할 순 없어서 빼두었는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멈칫… 이런 걸로 장난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압니다. 이쪽이 더 의아하게 스크린을 가리킵니다.) 모른 척하는 거예요? 마지막에 추가했잖아요, 접문.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스크린의 글자가…. (옆에서 같이 의아해한 신성현이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다시 확인한 스크린에 그런 단계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닥터는 영문을 모르겠단 태도만 취합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우린 외부와 소통하느라 정신없었는걸.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둘 다 표정이 이상하네. (장난기는 결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말도 안 됩니다. 지지직거린 화면, 흔들림 후 나타난 새로운 글씨. 그럼 우리가 본 건,) CCTV… CCTV를 확인해 봐요. 나와 신성현 둘 다 접문이란 글씨를 봤었다고요.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어…. (미안한 어투로 말합니다.) 접전 이후 영상 기록은 꺼놔서 도움이 안 될 거야. 한 명이 아니라 둘 다 봤댔으니까, 우리가 스크린에 문제 있나 확인해 볼게. 자세한 보고는 추후 올려줄래? (진지하게 들어주겠다는 의견이긴 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필 CCTV가 꺼진 뒤에 벌어진 일이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습니다. 심람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끄덕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낭패네요. 정 애매하면 제12시 타이머에게 부탁해서 보고 올릴게요. 스크린 확인을 부탁드려요. (신성현을 흘긋.)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고개를 끄덕인다. 착각이 아니야, 당신도 나도 정확히 접문을 보고 살해 충동을 느꼈잖아. 맞잡은 손을 통해 믿음을 전한다.) 스크린 오류나 특정한 상황이 있었나 봅니다. 같은 타이머끼리 만난 건 유례없는 일이라 하셨잖습니까. 모쪼록 부탁드립니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소중한 타이머와 미지수 씨의 부탁인데 당연하지. 두 사람은 들어가서 쉬고 있어, 자세한 결과는 안내문으로 보내줄게. 거기, 연구원! (당신들이 심각하게 말한 접문, 스크린을 살펴보려는 듯 바쁘게 문밖을 나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닥터가 떠난 자리는 영문 모른 일들을 겪은 우리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글자가 사라진 스크린에서 시선을 거둡니다.) 우린 결과를 기다리면서 숙소로 가요. 당신과 확인해 볼 게 있어요. (잡은 손을 이끕니다. CCTV와 남들의 시선이 없는 은밀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확인해 볼 거? 뭔데? (연구가 끝난 실험실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 당신도 저도 지친 걸음을 옮겨 ‘이연화’의 숙소로 이동한다. 제 기억에는 임시 숙소밖에 없기에 본관을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알려줄 거예요. (심술입니다. 기이하고 난해한 일을 겪은 이연화는 심기가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내 기분을 달래줄 유희가 필요해요. 자신의 취향을 쏙 빼다 박은 신성현을 훑는 동공이 빛난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야, 그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게. (섬뜩하게 훑는 눈동자를 기분 탓이라 넘긴다. 별거 아니겠지? 순진한 대답을 돌려준 그가 맞잡은 손에 깍지를 낀다. 그리고.)
(2+0)dx 교섭 판정 (2DX10) > 10[8,10]+3[3] > 13
이연화. (걸음이 멈춘다. 깍지 낀 손에 시선이 고정된다. 처음 이 손을 잡던 순간이 떠올라. 파도처럼 쏟아지는 기억을 복기하며 표정이 흐려진다. 손끝에 옮겨붙던 온도, 가까워진 거리에 겹치던 두 그림자. 기계적인 CCTV 고갯짓과 당황스럽던 연구 보고 내용.) 기억…났어. 우린 만나서 방금처럼 접촉을 동반한 연구를 했어. 넌 충동에 휘둘렸고 난 그런 너를, (물론 당신은 겪어보지 않은 누군가의 일. 공유할 수 없는 추억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만. (신성현의 말이 이어지자 이연화는 표정을 굳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서를 듣지 않고 막아버린 겁니다. 기억, 좋아요. 미지수를 밝히는 길이니까 좋죠. 하지만 나와 ‘이연화’를 착각하는 것까지 봐주겠단 말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느꼈던 더러운 기분의 정체를 이제 알 것 같았습니다. 질투. 완벽하기만 한 나의 운명에게 가진 추악한 독점욕. 자리에서 뒤돈 이연화는 성큼 다가와 신성현 어깨를 꽉 움켜쥡니다.) 난 ‘이연화’가 아니에요. 당신이 지금 바라봐야 할 건 나라고요. 알아듣겠어요? (네 ‘우리’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나야. 소유욕을 아낌없이 부어버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뒤돌아 어깨를 세게 쥔 당신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무거운 소유욕, 부정적인 질투와 시기 사이에 숨어있는 애정 결핍을 마주한다. 사랑받지 못해 자란 이연화는 한 번 맛본 달콤한 온기와 강렬한 충동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수줍은 연구, 어긋난 예언, 흐릿해진 각인과 카운터의 능력 소실, 이어서 복귀.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감정에도 살풋 웃었다. 당신의 볼을 감싸 부드러이 쓰다듬는다.) 넌 언제나 존재 가치를 증명받으려 하는구나. (알아, 기억이 돌아올수록 ‘이연화’와 이연화는 결코 같지 않다는 걸. 넌 내가 알던 순진한 아이와 다르다는 걸. 그럼에도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새 잊었어? 이게 만들어진 기억이든 네가 내 기억 속 아이와 다른 사람이든 신성현이 이연화의 파트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 ‘우리’에는 너도 포함돼. 가볍게 잡은 손조차 맞물리길 기다리는데, 운명이 아닐 리가 있을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와 닿은 이마가 뜨겁습니다. 짧게 떨어지는 당신을 도로 삼키고 싶었습니다. 갈라지는 갈증과 충동이 사그라지지 않고 불씨를 키웁니다. 타인이 내어주는 대가 없는 애정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평생 이 온기 없이 싸늘한 추위에서 살아간다면 나았을 것을. 최초로 맛본 애정은 내게 추위를 알려주었습니다. 경고에도 ‘이연화’를 언급하는 내용에는 분노를, 당신의 울타리에 내가 포함된다는 내용에는 기쁨을. 만감이 교차합니다. 볼을 쓰다듬는 손바닥에 기대 부빗거려, 붉은 입술로 정중앙을 농밀하게 빨아들입니다.) 나‘도’ 포함되는 거 말고요. 당신과 나만 포함되길 원해요. 당신은 내 처음을 가져가 버렸는데, 난 당신 처음을 가져갈 수 없다는 건 불공평하잖아요. 그건 싫어요. 내 것은 오로지 내게 물들어야 해요. 이연화는 욕심 많은 사람이라 남에게 나눠줄 수 없어요. 신성현… 형. (당신의 나는 이리 불렀겠죠. 그 사람 자리를 빼앗습니다. 하얀 손은 어느새 당신 허리를 쓸어내립니다.)
형은 나의 것, 내게 온 운명이죠? (예쁘게 녹아내리는 웃음. 다정을 연기해 속삭입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연기하는 것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 형. 익숙한 단어가 들리고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끈적한 마음을 담은 느릿한 손길을, 신성현은 차마 밀어내지 못했다. 권능을 잃어버려 애처롭던 아이와 당신 표정이 닮았다. 제 것을 바라는 표정, 애절한 목소리, 부정적인 생각에 빠진 금빛 눈동자. 숨 막혀. 잡아먹힐 것 같아. 운명에 이끌린 행성이 서로를 끌어당겨 자신의 궤도 안에 올려두었는데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어. 즉 신성현은 이연화를 거부할 수 없었다. 당신이 제게 바라는 건 모두 이루어주려 움직일 운명이었다.) 기억 없는 내가 유일을 약속해 주긴 힘들겠지만, 마지막 말엔 답해줄 수 있어. 나는 이연화의 것, 이연화에게 온 운명이다. (그 속엔 두 사람이 속해 있겠지. 질투심 많은 이연화 몰래 삼킨 말이다. 여린 호흡이 살결 위를 스쳐 간지럽고 뜨거웠다.)
너를 그 아이와 비교해 말한 건 사과할게. 그냥, 내 정체를 위한 정보라고 생각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말에 불과한 사과에 꼬인 마음이 풀린다니. 도망치지 않은 당신이기 때문에 풀린 것입니다. 내 심기를 거스르고 멀쩡한 자는 당신이 처음일 겁니다. 처음이란 처음은 몽땅 가져갈 셈인가. 갑자기 괘씸해졌습니다.) 진짜 치사해요. 여지와 희망을 남기고 약속을 미뤄두다뇨. 당신, 사람 돌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기어코 대답을 듣고 싶게 만드는 자였습니다. 당장 실행하기엔 이곳은 듣는 귀가 너무 많아요. 주위를 둘러본 이연화는 신성현을 끌고 마저 걸어갑니다. 살결을 핥은 혀끝에서 단맛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내게 협조해 주면 생각해 볼게요. 이리 와요, 빨리 올라갈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소중한 사람의 바람을 딱 잘라 거절하는 게 더 잔인하잖아. 무엇보다 거절하고픈 마음보단, 기억상실로 인한 불확실성을 걱정해서 제대로 약속해 주지 못하는 것뿐이야. 나는 한 번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고 싶거든. (특히 운명의 파트너인 이연화와는. 사람 돌게 만드는 재주도 재주지만 이연화가 돌아버린 사람인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당신을 고분고분 따라간다.) 뭘 하려고 뜸을 들여. 이상한 짓이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기억 전부 돌아오면 내 것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소중한 사람에서 한 단계, 반드시 지키는 약속에서 한 단계. 미묘하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기며 슬쩍 뒤돌아봅니다. 반짝이는 웃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짓이요. (궁금하게 만들고 뒤돕니다. 소소한 복수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거기까지는 아직 확답을… 좋은, 좋은 짓? (당신이 행할 짓이 수상해져만 갔다. 괜히 얼마든지 응해주겠다고 했나. 순수한 어린아이밖에 없는 기억은 당신이 계략 가득한 여우라는 걸 몰랐다. 불길한 웃음에 눈치를 본다.)

불안해하는 신성현을 데리고 숙소까지 복귀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온 본관 4층, 제10시 타이머 이연화의 방.
당신의 성격답게 화려하고도 깔끔한 방은 생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탁,
두 사람이 들어선 숙소의 문이 닫힙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가 할 짓은 하나였습니다. 당신이 다른 이연화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제게 물들이는 것. 숙소에 와 문이 닫히자마자 신성현을 문으로 거칠게 밀어붙여 입 맞춥니다. 눈꺼풀이나 이마에 찍어주는 상냥한 도장은 없었습니다. 내가 줄 건 애정이 아닌 폭력적인 강압이에요. 접문할 때 느낀 살의 충동을 확인할 겸 부족한 갈증을 채웁니다. 뒤얽힌 살덩이가 숨을 나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생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깔끔하고도 화려한 인테리어가 당신을 닮았다고 여겼다. 어느날 나타난 카운터 이연화는 내 방을 사용해 두 사람분의 생활감이 잔뜩 묻은 것과 반대였다. 이리저리 방 안을 둘러보려던 찰나,) 흣…, (거칠게 밀쳐져 입술이 틀어막힌다. 당신의 체향이 아찔한 머릿속을 파고든다. 겨우 정리한 죄의식이 올라옴에 당신 팔을 잡아 밀어냈다.) 이연, 화… 오늘은 그만. (피곤한 상태론 살의 충동을 못 버틸 거야. 입술이 젖어 들어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만히. (반항하는 건 용납하지 않아. 송곳니에 물어뜯겨 찢어진 입술을 꼼꼼히 핥습니다. 두 팔은 물러나지 않고 신성현을 끌어안아 온몸을 탐했습니다. 하… 양껏 유린해 떨어졌을 즈음 혀와 혀끝을 은색 실이 잇습니다.) 키스만 해도 능력이 강화되고 충동이 극심해지면, 그 이상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요? (걸림돌조차 되지 못한 연구원 가운이 땅바닥으로 흘러내립니다. 하얀 손가락은 당신 복부를 느리게 더듬습니다. 은밀한 의미가 담긴 제스처.)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읏,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기억이 없는 그라도 당신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은밀한 손가락이 복부를 더듬어 몸속을 간질거림으로 채운다. 안 돼, 정말 안 돼. 어느 정도 넘어가 준 전과 다르게 당신 손을 강하게 붙든다. 격한 키스가 유린한 얼굴은 빠르게 호흡했다.) 네 호기심은 이해해. 다만 이건 아니야, 이렇게는 아니야… 넌 갓 성인 된 어린아이고… 나는 그보다 많은 나이인 것 같고… 그러니까 기억부터 찾자. 응? (간곡한 부탁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슨 말을 하나 봤더니. 나이로 막는 거예요? (막혀서 열받을 법도 하건만 즐거움이 앞섰습니다. 여기서 곤란한 건 신성현이지 내가 아니었습니다. 30대 후반쯤이었나. 누구와 다르게 양심 없는 연하는 더 들이댑니다.) 뭐 어때요, 형은 당하는 거고 내가 하는 거잖아요. 정 곤란하면 눈 가리고 할래요? 기절시켜 줄까요? 반응 있는 게 좋긴 한데… 형은 특별히 봐줄 수 있어요. (간곡한 부탁은 저를 부추기기만 했습니다. 완벽한 내 취향, 이런 몸을 보고 참으라는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막힌 손 대신 중력을 조종해 당신 셔츠를 올려버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당… 당하는, 제발. (떠오른 옷을 내려 얼핏 드러난 맨살을 급하게 가린다. 저놈의 중력은 제게 듣지 않을 뿐 다른 물건에는 소용이 없었다. 척 봐도 10살 이상 차이 나는 외관이잖아. 얼떨결에 당한 키스 외엔 마지막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애처로운 눈빛이 당신을 향한다.) 이렇게 부탁할게. 내가 널 변치 않는 애정으로 바라보길 원한다면 멈춰 줘. 소중한 파트너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아. (입, 추잡한 입… 어지러운 말의 향연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당하지 누가 당해요. 그러게 누가 내 처음 가져가래. 부추기지 말라고 경고했잖아요, 여기까지 당할 걸 예상했었어야죠. (모로 봐도 부추기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애처로운 눈빛에 붉어진 얼굴, 수치스러워하는 표정. 상대의 의사 따윈 신경 쓰지 않는 이연화가…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합니다. 당신이 말한 변치 않는 애정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싫어요? 타이머 숙소는 CCTV가 없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에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혹은, (두 눈이 가라앉습니다.)
…‘이연화’ 때문에 그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기절하고 싶었다. 기절하면 당신이 기회를 잡을까 봐 이를 악무는 것이다. 마주치지 못해 땅을 바라보던 고개를 든다. 가라앉은 두 눈이 저를 깊게 찌른다. 부정할 순 없지. 똑같은 이연화, 다른 이연화. 본성만큼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기억 속 미래의 우리는 많은 밤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티 내지 않으려 새빨간 얼굴을 덮는다.)
네가 해주는 건 뭐든 싫어하지 않아. 설령 싫어하는 것도 너라서 좋아할 수 있어. 그런데 인간의 도리라는 게 있잖나. 네 파트너를 열 몇 살이나 어린 아이를 탐하는 무뢰한으로 만들지 말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답답했습니다. 꽉 막힌 신성현이 얼굴을 가려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 손을 내리고 도망칠 수 없게 만들지만, 이미 그가 생각한 속내는 숨겨진 뒤였습니다. 깊은 한숨을 쉽니다.) 인간의 도리고 뭐고 우리 둘만 알면 된다니까. (당신을 취하고자 하여 강제로 취할 수는 있겠죠. 간신히 쌓은 대화와 감정이 무너지는 걸 빼면요. 의외로 머뭇거립니다.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 이연화와 신성현. 운명에게 미친 듯이 이끌리는 심장은 내키지 않아했습니다.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낮게 울립니다.)
안 할게요, 안 한다고요. 그쪽을 파고드니까 있던 욕구가 다 사라지네요. (거짓말입니다. 뜨거운 호흡에 열기가 담겨 있습니다. 머리칼을 짜증스레 쓸어올렸습니다. 확 뒤돈 이연화는 욕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무리 그래도. (당신에게 드러난 표정은 죄책감과 미안함이 얼룩진 얼굴이었다. 애정하는 아이의 손길을 거절한 미안함, 속내를 숨긴 죄책감. 실상 그가 제 의견을 신경 쓰지 않고 다가와도 당신을 애정하는 이상, 큰 반항은 하지 못할 것이다. 간신히 쌓은 대화와 감정이 무너지는 것만 빼면. 그렇기에 의외로 머뭇거리는 당신이 마음을 울렸다. 기억 속 이연화보다 난폭하고, 충동적이고, 엇나간 모습이지만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싶어서. 힐끗 멀어지는 등을 본다.) 미안해, 다른 부탁은 들어주려 노력해 볼게. 먼저 들어가서 씻을 건가? (슬 따라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마음 바뀌려는 거 참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요. 이미 늦었어요. (거슬리는 것들은 눈앞에서 치워버리고픈 본성과 신성현은 제 안에 두고 싶은 본능이 충돌했습니다. 내가 하다 하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몰랐습니다. 욕실에 들어서서 문고리를 잡고 닫기 전, 그에게 으름장 놓습니다.) 방금 당할 뻔 해놓고 어딜 따라 들어와요? 먹혀도 괜찮으면 마음대로 해요. (쾅. 잠그지 않은 문이 짜증스레 닫힙니다. 찬물로 날뛰는 욕구를 식힐 모양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난 그냥 걱정돼서, (쾅. 심술 난 어린아이처럼 닫혀버린 문 앞만 허망하게 지켰다. 들어가서 겨우 말린 이연화를 보채는 짓 따윈 하지 않았다. 조심스러운 손이 차가운 문을 짚고, 너머에 존재하는 당신에게 작은 목소리를 건넸다. 홀로 남은 냉기는 달아오른 공기를 빠르게 내려주었다.) 찬물… 너무 오래 맞지 마. 감기 걸려. (심통 난 아이 달래는 일은 자신이 못하는 일 중 하나였다. 밖에서 힘겹게 고민한다.)

욕실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차례 벌어진 부딪침으로 날뛰는 본능을 다스리거나, 신화생물을 상대하며 뒤집어쓴 먼지를 씻어내거나, 많은 일을 겪고 피곤한 심신을 어루만집니다.
그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신성현도 답답하지만, 기억을 떠올린 신성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말하는 기억 속엔 분명히 이연화의 이름이 있는데 정작 당신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거든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 점이 가장 거슬리는 점입니다. 운명처럼 다가온 상대에겐 이미 자리 잡은 추억이 있으므로 내가 무엇을 해도 ‘이연화’는 대체될 수 없습니다. 이연화는 ‘이연화’가 될 수 없어요. 찬물에 몸이 얼음장같이 식어버렸는데 머릿속은 뜨거웠습니다.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입니다. 어떡해야 당신이 이연화 아닌 날 바라봐 줄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걱정에 괜스레 반항심이 듭니다. 한참을 추운 물줄기 속에 서 있다가 느리게 나간 이유는 당신 탓입니다. 군복 대신 얇은 셔츠 한 장만 걸친 이연화가 신성현을 찾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창문 근처 의자에 앉아 어둠 서린 밖을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돌린다. 당신의 창백한 핏기를 발견하고, 몸을 일으켜 다가온다. 장갑 없이 따뜻한 온도가 볼과 닿는다. 이럴 줄 알았지.) 이리 와, 몸 좀 데워야겠어. (푹신한 이불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누구 덕분에 차가워진 건데요. (몽글몽글한 온기가 돕니다. 괜한 반항심이 들어서 이런 것도 있지만, 속내는 신성현에게 걱정을 받기 위함이었을까요. 당신의 신경이 제게 쏠리자 만족스러웠습니다. 착하게 따라가 신성현을 끌어안습니다.) 나 씻을 동안 창밖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 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직도 화났나?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너와 내 기억이 다른 이유,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기 전까진 안 돼. (강아지처럼 끌어안는 당신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품에 쏙 들어오는 아이를 안아 침대에 앉혀준다. 자신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올려다본다. 입을 다문 그는 정작 이곳에 왜 오게 됐는지, 어떻게 오게 된 건지, 중요한 항목은 공백으로 비워둔 채 선문답을 던진다.) 이런 생각을 해봤어.
타이머가, 그리고 나아가서 카운터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까.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태초의 진리지만, 당신도 타이머 가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도밍게즈 국민이라면 대체로 그 가설을 정설로 배우죠.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쪽 세계에 있는 또 다른 타이머가 카운터라 했죠. (분하지만 그쪽 이연화 생각을 했겠거니 추측한 것과 다른 대답입니다. 기억을 되짚어 타이머 가설을 꺼내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 시간을 증명하는 자들. 이정표가 사라진 세계는… 침대에 살포시 앉아 신성현의 까슬한 입술을 만지작거립니다.) 타이머는 도밍게즈를 침공하는 신화생물의 유일한 대항 수단이에요. 시침을 잃은 시계는 쓸모를 다하게 될 것이고, 더는 움직이지 않겠죠. 카운터는 몰라도 타이머가 사라진다면 우린 버티지 못할걸요. 갑자기 세계 멸망이 왜 궁금해요. 내게 전한 말 때문에 그래요?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는 모호한 얼굴로 당신 손에 얼굴을 기댄다. 고대한 대답이 아니었던 것인지.) 반쯤은 맞아. 왜 하필 네게 멸망을 전해야 했을까. 도밍게즈가 멸망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모르겠어, 분명히 그렇게 배우고 자랐는데 왠지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아. (생각해 내려 노력해도 머리만 아파왔다. 이 순간의 최선은 당신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기억나면 제일 먼저 말해줄게. 씻고 나올 테니 따뜻하게 기다리고 있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수려한 얼굴이 찡그리는 걸 구경하며 턱을 굅니다. 그가 말하는 것에 맞춰 엄지에 전해지는 움직임이 생경했습니다.) 당신 기억이 맞다는 가정하에 그쪽 세계와 우리 세계가 다른 모양이잖아요. 거긴 침공하는 신화생물도 없었다면서요. 재해만 있고. 상황이 달라서 전제가 다른 걸 거예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당장 떠오른 단편적인 기억만으론 알 수 있는 게 적습니다. 무언가 고민한 이연화가 일어선 당신을 확, 끌어당깁니다. 그리곤 툭 내뱉는 것입니다.) 나 졸려요. 옆에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지. 기억을 되짚어 보면 신화생물에 대한 교육은 없고 타이머는 재해에 대처하는 내용을… 윽, (방심한 신성현이 당신 위로 엎어진다. 시트를 짚어 부딪치는 건 면했지만 확 가까워진 거리에서 당황스러운 낯이 생생하게 보인다. 단편적인 기억의 어린 이연화가 하던 애정 표현. 간질거리는 웃음을 참는다. 이불을 끌어 올려 당신 턱 밑까지 덮어준다.) 너, 이런 버릇은 어릴 때와 똑같구나. 자장가 불러줘?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분 좋아지려던 참에 ‘이연화’ 타령은 그만하는 게 어때요? (짙은 웃음을 지어 당신 목을 끌어안습니다. 당혹감 띄운 신성현의 표정은 귀여웠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내게 유치한 자장가라니. 헛웃음이 다 나옵니다. 신성현은 이연화를 뭐로 생각하는 걸까요.) 좋아요. 어디 한번 불러 봐요. 잠들기 전엔 안 놔줄 거예요. (비웃는 마음과 반대로 입은 당장 수락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런다는 건 ‘이연화’에게 불러준 적 있다는 뜻이겠죠. 내가 모르는 신성현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있는 기억이 너뿐이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군. 사과의 의미로 네가 잘 때까지 있어 줄게. 지금 자장가가 얼마나 늘었을진 모르겠네, 기대하진 마. (뭐로 생각하긴. 다 자란 성인이지만 제겐 하염없이 어리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애정에 목마른 아이, 자신을 따르며 손잡아주는 아이. 침대를 더럽힐 순 없기에 걸터앉기만 하고 당신 눈을 덮는다. 안온한 어둠이 찾아온다. 손등 위 이연화 이마에 입맞춤을, 잔잔한 목소리로 당신 마음을 달랬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깨닫고 사과하는 자세는 좋아요. 당신이라 특별히 봐줄게요, 다른 사람은 자비 없이 엄하게 다스렸을 거라고요. (안온한 손이 어둠을 가져와 시야를 차단하자 우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손 틈 사이로 빛나는 전등은 성단을 이루어 물결칩니다. 이처럼 단순한 접촉에 진정되는 몸뚱어리가 제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정체를 하루빨리 파헤치고 싶다가도… 다른 이연화의 존재를 확신하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팔을 들어 손끝에 걸리는 연구원 가운 자락을 꾹 잡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우리 연화가 자비를 베풀기도 하고. 착하게 다 컸어. (그때는 반짝이는 가루를 펼쳐 하나뿐인 우주를 만들었었다. 같은 상황, 달라진 우리, 어긋난 세계. 내가 가져온 멸망과 우리에게 벌어질 일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과 불길한 예언… 중력을 거슬러 우주를 돌고 도는 사랑. 조용해진 당신을 따라 손과 손을 겹친다. 어디 안 가, 라는 듯이. 잃어버린 별 가루 우주를 그려냈다.) 잘 자, 이연화.

고요한 방 안에 별들의 선율 없는 자장가가 울려퍼집니다.
의식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동에도 당신 곁을 지키다가 욕실로 향하는 신성현의 기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돌아와서는 다시 당신의 곁에 자리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푹 잠드는 밤이었습니다.
《씬 종료》
◆ #Scene 4. 세계 멸망의 재림은 홀연히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2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3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0 → 72
[ 신성현 ] 침식률 : 51 → 54

웨엥, 웨엥, 웨에에엥―
채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 당신은 요란한 호출 벨에 번뜩 깨어납니다.
불 꺼진 방안에서 텔레미터가 번쩍번쩍 빛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불그스름한 경고등과 듣기 싫은 경고음.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만, 도밍게즈의 제10시 타이머에겐 익숙한 신호.
게이트 발생, 신화생물 출현을 알리는 긴급 호출입니다.
‘스마트폰, 텔레미터, 군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손길 아래서 푹 잠들기가 무섭게 깨어났습니다. 본능에 새겨진 군인 반응입니다. 바짝 정신 차린 이연화가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고, 스마트폰부터 듭니다. 옆 온기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 2032-03-09, 05:57
제3구역 상공에 게이트 NO. 2032-19 발생.
제5시 타이머 즉시 출동할 것. 」
「 2032-03-09, 05:58
제9구역 성당 근교에 게이트 NO. 2032-20 발생.
제0시 타이머 즉시 출동할 것. 」
「2032-03-09, 05:59
제1구역 댐 상류에 게이트 NO. 2032-21 발생.
제10시 타이머 즉시 출동할 것. 」
연달아 쏟아진 메시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게이트 오픈을 알립니다. 곧 관사 창문 여기저기에 불이 켜집니다.
복도는 새벽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의 발소리와 목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경우가 없진 않았습니다만, 어제 하나를 닫았으니 며칠은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요.
재수가 없으려니 밤잠마저 설치게 생겼습니다. 군복으로 환복하고 텔레미터와 무전기를 챙깁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운도 없군요. (세 개라니, 정말 신성현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느슨해진 정신은 서늘해졌고 중력에 이끌린 군복을 쥡니다. 얇은 셔츠에서 군복으로 환복하며 침대에 있을 존재를 잠시 확인합니다.)

작일 입은 군복은 혹시 모를 손상을 위해 DOT에 맡겼으나 옷장에는 각 맞춰 다려둔 군복이 여러 벌 대기 중입니다.
중력을 사용해 빠르게 환복하면서 본 침대 위는 부산스러운 소리를 듣고 막 깨어나는 신성현이 있습니다.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장갑을 손목에 딱 맞게 조인 다음 귓바퀴에는 무전기를 걸면 출동 준비가 거의 끝납니다.
마지막은 텔레미터를 허리춤에 거는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좀 더 자요. 난 출동해야 해요. (딱 맞는 군복, 겉옷, 장갑까지 끼고 텔레미터를 낚아채듯 듭니다. 허리춤에 걸친 은색 회중시계를 열면 촘촘하게 적힌 눈금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10시가 가야 할 곳은 제1구역.)

위기를 경고하는 시계는 본래의 창백한 은빛 대신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날카롭게 벼려진 시곗바늘과 촘촘한 눈금이 보입니다.
제1구역 댐 상류라면 관사로부터 3구역 너머에 있습니다. 이동 예상 시간은 6시간 45분.
이동 시간 12초에 텔레미터 눈금 한 칸입니다. 6시간 45분이면 24,300초. 총 2,025칸을 돌려야 합니다.
당신이 텔레미터를 열었을 때, 예상치 못한 인기척이 손목을 붙잡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니, 나도 같이 가. (잠기운이 말끔히 달아난 얼굴로 신성현이 동행을 자처했다. 웬만한 쇠심줄이 아니고서야 깰 만큼 요란한 경보긴 했지. 연구 가운에 팔을 꿰어 넣는다.) 너와 붙어있을 때 권능이 향상됐잖아. 내 한 몸 지킬 수 있고, 도움도 줄 수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텔레미터를 돌려 이동하려는 발이 멈춥니다. 민간인이라기엔 군인이라 주장하는 신성현, 군인이라기엔 자신이 없다면 위태로운 출력인 권능. 약간 망설입니다. 역으로 당신 손목을 꽉 잡아 옵니다.) 진심이에요? 전장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최악의 경우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당신, 내게서 떨어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와 함께하여 강해지는 권능만 아니었다면 바로 거절했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무슨 걱정 하는지 알아. 내 권능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위력이라는 것도. 하지만 함께하는 건 틀려. 난 어느 정도 위력을 낼 수 있고 너는 그보다 더한 안정성을 지닐 수 있어. 떨어지지 않을게, 네 곁에 있을게. 그러니까 같이 가. (확고해 보였다. 당신이 걱정되는 기색도 엿보인다. 손과 손을 엮는다.) 이미 한 번 살아남아 널 만나게 되었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갑자기 나타나 기억 잃은 신성현과 지금은 다르죠. 반박하려는 입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심 기뻤어요. 저를 걱정해서 함께 가주겠다는 온기, 애정이. 상황이 급박하니 어쩔 수 없다는 척, 못 이긴다는 척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당신을 끌어안고 텔레미터를 듭니다.) 약속했어요. 나와 조금이라도 떨어지든, 당신 권능이 흔들리든 위험할 것 같을 땐 돌려보낼 거예요. 안아요. (기뻐할 상황은 아닌데 웃음이 났습니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누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한 번 한 약속은 지켜. 너와 떨어져서 위험한 상황이거나, 권능이 불안정해지면 돌아간다고 약속하겠다. (당신이 허락해 주자 눈에 띄게 안심한다. 이연화 팔을 잡아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까운 숨결로 당신이라는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왜 이리 기꺼운지. 저 회중시계가 이동 역할이었나. 디멘션 게이트를 쓰지 않는 이연화를 신기하게 구경했다.) 그걸로 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에게 허락한 내 믿음은 지켜야죠 그럼. 안 지키면 내 맘대로 벌칙 부여해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일방적 통보입니다. 선심 써서 위험한 전장에 데려가 주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나요. 실제로 위험 부담을 안고 데려가는 게 맞고요. 신성현의 허리를 감싼 이연화가 시곗바늘을 정확히 2025칸 돌립니다.) 공간 이동 아티팩트예요. 지금 이동할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한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군. (벌칙까지 부여할 일인가 싶지만 이연화가 만족한 눈치라 반박하진 않는다. 정식으로 인정받은 존재도 아니고, 권능이 다 검증된 것도 아닌 날 데려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모를 수 없었다. 돌아가는 시곗바늘을 따라 시선이 옮겨간다. 처음 보는 아티팩트였다.) 준비됐어.

텔레미터로 함께 이동하기 위해 서로 껴안은 뒤 시곗바늘을 섬세하게 휘젓습니다.
빙그르르, 훽! 시야가 반으로 접힙니다.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2 → 75
[ 신성현 ] 침식률 : 54 → 57

몸이 줄어들었다가 늘어나는 끔찍한 탄력감과 함께 내장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크게 출렁거리면 어느새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있습니다.
목덜미와 옷깃 틈새로 간지러운 부슬비가 굴러떨어지고, 습기 자욱한 물안개와 눅눅한 지면이 구두 굽 아래에서 뭉개집니다.
시선이 닿는 곳 어디든 온전히 고인 저수지가 보입니다.
저 끝, 거대한 댐이 상류의 경계일 겁니다.
댐이 아무리 견고한들 철벽 요새는 아닙니다. 한 면만 무너져도 도시가 휩쓸리겠죠. 긴장을 늦춰선 안 됩니다.
그나저나, 게이트는 어디에 있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1구역이에요. 이참에 현장 실습한다고 쳐 둬요. 게이트가 막 생겨난 순간은 신화생물이 강림하느라 우리에게 선제권이 있어요. (이연화가 조종한 권능은 부슬비를 막아 젖지 않게 해줍니다. 신성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설명하면서 댐 주변 게이트를 찾아봅니다. 강림 전인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랑 싸우던 이상한 괴물 같은 거구나. (당신만이 들릴 작은 목소리가 대답한다. 이연화와 가까이 붙은 덕에 부슬비는 자신도 침범하지 않았다. 제1구역을 이리저리 둘러본 신성현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게이트는 아직 안 열렸나.

흐리멍덩한 시야를 좁히고 집중해도 게이트랄 건 확인되지 않습니다.
검은 구덩이, 불온한 소용돌이, 침묵이 고인 심연. 이 고요한 풍경에 그런 존재감이 가려질 리 없는데도.
……한참 주변을 살피던 당신은 저수지 중심부에 아가리를 벌린 게이트를 발견합니다.
NO. 2032-21. 완전히 열리지 않았는지 새까만 형태는 물그림자처럼 불규칙하게 일렁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타깝지만 저기 있어요. (새카만 게이트를 가리킵니다. 구두 굽이 눅눅한 땅을 박차면 중력에 휘감긴 두 사람의 몸은 붕 떠오릅니다. 천천히 게이트 주변으로 다가간 이연화가 주위 생명체는 없는지, 저 안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은 없는지 경계합니다. 확실히 신성현과 밀착하니까 정교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형은 파괴 위주랬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강림하기 전이군. 도울처럼 댐이 무너질 만큼 큰 괴물은 아니길 바라야겠어. 홍수는 자연재해와 다름이 없으니까. (당신이 가리킨 게이트를 보자 손이 차갑게 식어간다. 제정신으로 마주한 게이트는 존재 자체가 불길함이었다. 무엇이 나올지 짐작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구멍. 이연화와 밀착하여 그나마 복귀된 힘을 가늠한다.) 파괴와 백병 위주. 근접전 전위가 주특기였다. 카운터인 이연화는 권능 조절이 탁월했는데, 너도 같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래서 제10시를 이곳에 보냈을 거예요. 만일 도울같은 큰 신화생물이 나와도 중력으로 버틸 수 있게. 지금은 당신이 있잖아요? 댐이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엔 내가 건물을 받칠 테니, 당신은 신화생물을 막아줘요. 무리하지 말고 건물들을 봉합할 동안만. (게이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사뿐히 착지합니다. 파트너가 키워준 권능을 다스리는 건 여느 때보다 자신 있었습니다. 오만한 미소를 짓습니다.) 탁월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지죠. 난 세계의 섭리, ‘시간’을 거스를 수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시간을 거스르는 건 예상 못 했네. 내 생각보다 훌륭하게 큰 모양이야. (오만하고 여유로운 이연화가 제 눈엔 의기양양한 아이 같았다. 당신이라는 존재 하나가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단단한 안정감이 들어. 금빛 머리칼을 짧게 쓰다듬은 그는 착지한 바닥을 밟고 나타날 괴물에 대비한다.) 신화생물과 제대로 싸워본 적도 없으니 네 작전을 따르지. 미지수를 아는 윗선이 탁월한 배치를 해줬나 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린애 취급하든지 성인 취급하든지 하나만 해요. (아이 취급에 황당한 마음 반, 칭찬받는 기분이라 기분 좋음 반입니다. 할 거면 확실하게 하던가 쓰다듬어주다가 마는 건 뭔가요. 당신을 끌어당겨 어깨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부빗부빗거려서 부족한 쓰다듬을 채웁니다. 이제 좀 만족스럽군요, 신성현으로 사기충전한 이연화가 그의 귓가를 앙 깨뭅니다.) 아까부터 왜 이리 띄워줘요. 잡아먹어달라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슨 소리야. 난 널 성인 취급한 적이 없… 이연, 이연화. (게이트를 노려보며 대비하려는데 당신이 붙어오는 몸짓에 정신이 흐트러졌다. 과한 긴장은 사라졌으나 집중력 또한 깨지는 점이 문제였다. 예민한 곳이 깨물려 앓는 소리를 낸 신성현은 당신을 곤란하게 밀어낸다.) 멋대로 이상한 생각하지 마. 집중 안 하고 딴짓하다가 큰일난다. 이런 건 무사히 돌아가고 해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거짓말. 애 취급할 거였다면 밀어내지 않고 받아줘야죠. 다 큰 성인이라 밀어내는 거잖아요. (놀림 섞인 억지입니다. 당신이 당황하거나 곤란해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과하게 긴장해서 일부러 풀어주려는 의도도 있었고요. 흑심 90%인 배려입니다. 적당히 하고 떨어질 생각이었다만, 당신의 마지막 말이 이연화를 건드렸습니다.) 돌아가서 무엇이든 예뻐해 주겠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 놀리는 거지, 지금. 누가 한참이나 나이 많은 형 놀리래. (말투에 섞인 놀림을 알아채 못된 입술을 틀어막았다. 귀 끝이 조금쯤 붉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흑심 가득한 배려 중 배려만 감사히 받아 돌려준다.) 내가 언제 무엇이든 이랬어. 쓰다듬는 것, 자장가 불러주는 것, 잠들어도 곁에 있어 주는 것 등등 이상하지 않은 접촉을 해준다는 소리다. 빨리 집중해. (당신 얼굴을 게이트 쪽으로 돌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치만 빨라가지고. 이럴 땐 귀여운 동생에게 져주는 거예요. 내 거 놀리는 게 뭐가 어때서요. (말 지지리도 안 듣는 연하는 당신에게 소유격까지 붙였습니다. 지금은 왜 전시 상황일까요. 어서 신성현을 꼬드겨 완전히 삼켜주고 싶었습니다. 붉어진 귀 끝, 애정을 담은 눈동자, 귀여운 손짓이 날 미치게 만든다고요. 하는 수 없이 고개는 돌려도 당신 허리를 끌어안은 건 마지막 고집입니다.) 끝나자마자 각오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 입. 이상한 말 그만하랬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소유격은 붙이면 안 되는 거야. (연구할 때부터 이어온 잔소리였다. 넌 입만 다물면 반은 가. 정말이지 순진하고 천사 같았던 아이가 어찌 변했는지 모를 일이다. 사춘기 온 아이를 바라보는 양 어르고 달랬다. 불순한 대화 내용에 당신과 닿은 부분이 화끈해서 떨어지고 싶었지만, 떨어지지 않기로 약속했으므로 허리를 감싼 손만큼은 벗어날 수 없었다. 깊게 한숨 쉬었다.) 게이트나 잘 처리한 뒤에 말해.

시답잖은 장난과 대화를 하면서 긴장이 살짝 누그러집니다.
적당히 달아오른 경계, 열기, 정신을 가다듬고 있자니 게이트가 형태를 갖춥니다.
쿵, 쿵, 쿵. 날뛰는 맥박이 공포의 서막을 울리면 게이트는 지독하게 검은색으로 가라앉습니다.
여태 담았던 어둠은 바탕색에 불과하단 것처럼.
온전한 칠흑. 빛 한점 들지 않는 심연이 완성된 순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신성현이 당황을 머금고 당신을 부릅니다. 아니, 당신‘들’을 부릅니다. 옆에 선 이연화와 게이트에서 나오는 이연화, 모두를.
사실 게이트는 통로가 아니라 거울이었던 걸까요?
단면을 찢고 나온 얼굴은 당신과 똑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왜 불러요, 이런 순간에. 대답은 목구멍 너머에 잠겼습니다.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신성현과 이연화, 이연화와 신성현. 신화생물이 나오자마자 공격하려던 권능이 일순 멈춥니다. 초조함 서린 얼굴이 당신에게 도로 돌아갑니다. 이 기분은 뭘까요.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기도 전 ‘이연화’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욕심? 모든 걸 억눌러 묻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카운터 이연화가, 저것인가요? (부정해. 아니라고 해. 게이트에서 나온 이연화라는 건, 이상하잖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신화생물이 드나드는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이연화. 그리고 내 옆에 선 당신. 파트너가 풀어준 긴장과 딱 맞게 갖춰진 권능은 한순간 풀려버리고 멍청한 얼굴은 당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밀착한 몸이 잘게 떨린다. 아득해지는 눈을 질끈 감아 겨우 말한다.) 모…르겠어. 아직 얼굴만 나온 상태라서, 일단… 일단 다가가 보자. 막 강림할 땐 신화생물이 행동하지 않는다며. (게이트를 찢고 나온 이연화에게 고정된 그가 당신 옷자락을 간절히 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를 악물었습니다. 저게 이연화가 맞든 아니든 바라보지 않는 당신이 싫었습니다. 넌 그래선 안 되지. 불현듯 나타나 내 세계를 흔들어 놓고, 나를 애타게 만들어 놓고 다른 놈에게 신경 쓴다니. 이번엔 자신이 신성현 고개를 돌려 방해했습니다. 주변 중력이 거칠게 날뜁니다.) 정신 차려요. 게이트는 삿된 것들을 토해내는 것. ‘이연화’가 나타났다면 당신처럼 텔레미터를 사용한 듯 어느 순간 나타났지 게이트에서 나오진 않았을 거예요. 상대의 기억이나 추억을 모방하는 신화생물이라면? 당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당신, ‘이연화’ 모습을 한 괴물을 죽일 순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는, (정처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당신을 마주하여 서서히 멈춘다. 명료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게이트, 신화생물, 삿된 것. 나는 어느 순간 나타났고 기억 속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완전히 강림한 것도 아니잖아. 동요할 필요 없어… 얼굴만 같은 괴물일 수도 있어. 심호흡한 뒤 당신 손을 잡는다.) 미안해. 잠시 그릇된 판단을 내릴 뻔했어. 저것이 정말 ‘이연화’가 아닌 그를 모방한 괴물일 뿐이라면, 그래. 망설임 없이 공격할 수 있어. 내 기억과 추억을 훔쳐 감히 그 아이를 흉내 낸 괴물이라면. (의외로 단호한 의지였다. 소중한 존재를 조롱하는 건 용서 못 해. 조이는 심장이 아릿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못한 건 아는군요. (믿어도 될까. 당신을 저것에게 데려가기엔 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정말 괜찮을지, 지금이라도 당신을 돌려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게이트가 열린 상황에서 망설임은 엄격하게 다스려야 할진대 자꾸만 멈칫거렸습니다. 결국 손을 잡아줍니다. 신성현은 피할 수 없는 재해 같았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받아들이고 마는 재해. 두 사람의 몸이 붕 뜹니다.) 약속, 잊지 말아요. 내게서 떨어지지 말 것, 위험해지지 말 것. 이번만 당신이 한 약속을 믿고 데려가 줄게요. (신성현은 이연화를 공격할 수 없을 겁니다. 왜인지 그럴 것 같아요. 신성현이 건들지 못한 ‘이연화’는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남몰래 다짐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넌 내게 그만큼 소중하고, 유일했고,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도 빛났던 존재였으니까. (당신처럼 신성현에게 이연화는 재해 같았다. 피할 수 없는 태양이자 숨이었다. 당신에게 몸을 맡겨 바라보기 힘든 ‘이연화’를 마주한다. 옆과 앞에 똑같은 얼굴이 있으니 혼란이 가중됐다. 메마른 입술을 계속 어물거린다. 무얼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자의 고통이었다.) 내 문제로 너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지. 파트너의 믿음은 배신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래야 할 것이다. ‘이연화’에게 가까워질수록 호흡이 벅찼다.)

두 사람은 망설임을 딛고 게이트와 가까워집니다.
《전투 개시》
■■■는 우리와 10m 거리에 있습니다.
■■■가 한 인게이지, 그리고 신성현과 이연화가 한 인게이지입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전조 증상에서 오직 머리만 빠져나온 또 다른 이연화는 아직 눈을 감고 있습니다. 죽은 듯 잠들어 미동조차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자신과 똑같이 생긴 것을 보자 기분이 아주 더러웠습니다. 주변을 비춘 금빛 마안이 적의를 담아 빛납니다. 나는 신성현을 시험할 거예요. 에리안 에버렛을 감싸듯 상대를 감싸 강제로 해방합니다.) 지금 증명해 봐요. 당신이 나와 함께 싸울 수 있는 사람인지. 저게 괴물이냐 아니냐를 증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격해 보는 거죠.
《적방편이세계》 Lv5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2
대상 : 신성현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5 → 77

캐릭터 인장

신성현

(큿, 순식간에 주위가 빨라지고 몸이 중력에 이끌린다. 금빛 마안이 감싼 몸은 멋대로 움직여 선택을 종용한다. 옆의 파트너를 택할 것인가, 앞의 파트너를 택할 것인가. 약간의 망설임과 정해진 선택. 신성현은 당신의 시험대로 움직인다. 이연화의 추측처럼 괴물일지도 모르는 자보단 확실한 당신 손을 잡는 게 당연하지.) 넌 정말, (잔인한 파트너야. 소중한 아이에게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이 또한 기억 잃은 자신이 감당할 죗값이리라. 괴로운 얼굴로 권능을 펼쳤다.)
【99↓ Blue moon】 《타겟 록+잿빛의 정원》 | 셋업 / - / 자동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5
대상 : 이연화?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57 → 62
[ 신성현 ] BN : 0 → 1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신성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악의적이라 말해도 상관없어요. 나는 본래 꼬인 성정을 지니고 태어나 꼬이게 자란 사람이니까. 신성현이 직접 ‘이연화’를 공격해 내 것이라는 증명을 얻어야 했습니다. 마지못해 전투태세를 갖춘 신성현을 보고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줍니다. 그거예요. 넌 내 편을 들어줘. 당신이 손잡아야 할 사람은 나야.) 망설이지 마요. 형이 망설인다면 내가 처리할 거예요. (소중한 아이에게 소중한 아이가 죽는 것은 보고 싶지 않겠지. 안 그래? 신성현은 도망칠 곳이 없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가슴을 찔렀다. 내가 도망치면 이연화가 이연화를 죽이게 될 거고, 도망치지 않아도 내 손으로 당신을 공격해야 한다. 갈 곳 없는 사방이 가시밭길 같았다. 음울한 눈동자가 머리만 빠져나온 파트너를 주시한다. 그러쥔 주먹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나도 알아. 어찌 되었든 저게 게이트를 통해 나온 이상 둘 중 하나는 끝맺어야 할 문제다. (이연화가 이연화를 죽이는 끔찍한 광경을 볼 바에야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다. 강하게 발돋움한 신성현의 육신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99↓ Lycanthrope】 《헌팅 스타일+파괴의 손톱+완전수화》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10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62 → 72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끼어들 낌새를 주지 않았다. 그래야 당신이 실망할 구실을 주지 않고, 이 혼란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다. 한 번 정한 마음은 굳게 나아갔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가까워진 파트너에게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심장 어딘가가 부수어지는 느낌이었다.)
14dx8+1 【99↓ Wolfpack】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3D+1 / 크리치 8 / 공격력 27 / 침식 7 (14DX8+1) > 10[1,1,3,3,3,3,5,5,6,6,8,8,9,9]+10[3,9,9,10]+4[2,2,4]+1 > 25
대상 : 이연화?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72 → 79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저것을 처리하는 장면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는 광경이 실현되고 있어요. 이연화 모습을 한 괴물일 때는 당신의 마음을 증명받아서 좋고, 진짜 ‘이연화’면 더욱 좋았습니다. 당신이 지긋지긋하게 어여삐 여기는 그자를 지워버릴 수 있잖아요. 내 세상을 바꿔놓고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어? 이연화 사전에 가질 수 없다는 문장은 없습니다. 반드시 가질 거예요. 당신을 부수어서라도.)
그대로 죽여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강림하기 전 반항 없이 공격에 노출된 ‘이연화’는 무고한 파트너처럼 보였다. 내 손으로 네게 상처입히는 날이 오게 될 줄 몰랐어. 애정하는 아이의, ■■하는 사람의 숨통을 끊게 될 줄은. 중력을 휘감은 손끝에 싸늘한 온기가 느껴지면 눈을 질끈 감는다. 제정신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강한 파괴력이 게이트 전체를 짓누른다.)
3D10+36 | 대미지 (3D10+36) > 9[4,2,3]+36 > 45

쾅―!
당신과 함께하며 상향된 능력은 신성현이 제 능력을 발휘하도록 명했습니다.
한 차례 굉음이 지나간 뒤 들려오는 것은 잠에서 깨어난 또 다른 이연화의 고통스러운 비명입니다.
동시에 게이트에 잠겼던 몸이 완전히 빠져나오는데, 수면에 선 그 차림새가……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합니다.
흰색과 은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어깨띠와 은색 훈장.
DOT, 타이머 특유의 복식.
정확히 말하면 신성현의 것과 똑같은 양식이니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온화한 미소가 뚝 끊깁니다. 반사적으로 날아올라 신성현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이연화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초조함은, 내 자리를 위협하는 진짜에게서 받는 위협이었습니다. 금빛 마안을 맹렬히 전개합니다.) 물러나요, 신성현. 쓸데없는 생각 말고. 게이트에서 나온 생명체는 전부 괴물이에요. (구경만 하는 건 여기서 끝내야겠어요. 방금의 일격으로 죽었다면 좋았을 텐데. 생각보다 튼튼해서 일이 꼬였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 (당신이 본 신성현은 창백하기 질려 종잇장처럼 새하얀 안색이었다. 면면에 서린 충격 아래 묻은 그리움. 절로 뻗은 손이 멈칫거린다. 굳은 몸은 당신의 말에도 물러나지 않고 자신이 상처받은 듯 밭은 숨을 내쉰다. 저건 괴물이라기엔, 너무나… 기억 속 나의 ‘이연화’를 닮았다. 똑같았다. 발걸음이 그것 쪽으로 움직인다.) 이연화.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당신이 마안을 전개하는 사이 ‘이연화’는 감긴 눈을 파르라니 뜹니다.
눈꺼풀 아래로 드러나는 찬란한 금빛 눈동자는 당신의 것과 똑같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는 신성현이 가한 공격으로 색색거리는 호흡을 토해냅니다. 달을 머금은 금빛, 찬란한 눈동자가 제 파트너를 찾아 손을 뻗습니다. 마주 닿은 손끝은 겨우 한 뼘 남았습니다.) 형… 나, 드디어 형을 따라올 수 있었어요. 도밍게즈에서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이런 낯선 곳에…, (붉게 젖어가는 상처를 감싸쥡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 갈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전 신성현을 차지한 나는 저것이겠죠. 자존심 상하지만 신성현의 파트너로서 완벽한 저 모습을 보니 확신이 듭니다. 그러므로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왜 이제 와서, 내가 신성현에게 휘둘려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눈 떠버린 지금. 신성현을 넘겨줄 수 없었습니다. 하늘을 수놓은 금빛 별자리가 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꺼져. (내 거야. 살벌한 음성입니다. 마이너로 전투 이동. 당신 등 뒤를 따라잡습니다.)
11dx8+16 【99↓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0D+16 / 크리치 8 / 공격력 16 / 침식 7 (11DX8+16) > 10[1,2,2,4,5,5,7,8,8,8,10]+10[3,4,7,8]+10[8]+1[1]+16 > 47
대상 : 이연화?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7 → 84
[ 이연화 ] BN : 1 → 2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깐, 이연화…! (제게 뻗어오는 손길에 정신이 팔려 뒤늦게 당신을 확인한다. 맹렬한 마안이 겨우 조금 남은 손 틈 사이를 갈라놓고, 이연화를 꿰뚫은 마안으로부터 붉은 피가 퍼진다. 숨을 들이켠 신성현은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안 돼, 이연화가… 나의 유일한 파트너가, 휘청거리는 몸이 ‘이연화’를 향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신 차리라고 했는데, 내가. (휘청이는 신성현의 허리를 가득 끌어안아 제지합니다. 중력을 머금은 팔은 어느 때보다 단호했습니다. 저게 그렇게 좋아? 당신 기억을 점령한 ‘이연화’가 그렇게 좋냐고. 저보다 저것을 챙기는 당신을 보고 있자면 속이 시커멓게 타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질투, 분노, 소유욕, 추악한 욕망. 불쾌한 기분에 입술을 까득 깨뭅니다. 빈손이 허공을 움켜쥐면, 퍽. ‘이연화’의 복부가 빈 공간을 드러냅니다.) 봐줄 때 자극하지 말랬지.
5D10+16 | 대미지 (5D10+16) > 31[4,8,6,9,4]+16 > 47

퍽, 참혹한 소리가 들리고 피가 사방으로 튀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일부러 막지 않았습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튀긴 점액질과 다르게 또 다른 나의 피는 순백색 군복을, 신성현의 볼을 더럽힙니다. 이것은 날 자극한 신성현에게 주는 보복입니다.)

중력에 가로막히지 않은 피는 백색 군복과 연구원 복을, 당신과 신성현의 뺨을 적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깨닫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이연화에게 가로막힌 몸, 있어야 신체 부위를 잃어 무너지는 이연화, 맞닿지 못한 손끝. 살짝 열린 입술 틈 사이에서는 백치가 낼 법한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뺨을 타고 흐르는 피가 꿈만 같았다. 당신이 끌어안아 주지 않았다면 이미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충격받은 것인지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연… 이연화, 연화야? (고장난 채로 몇 번이나 부르던 그때.)

무력하게 공격당해 복부를 잃은 ‘이연화’의 뚫린 단면부터 젤리 거품처럼 일그러집니다.
팔뚝에는 인간의 신체가 아닌 말단이 흐느적거리며 돋아나고, 얼굴의 윤곽은 쩍쩍 늘어나는 썩은 치즈처럼 흘러내립니다.
흡사 마지막 단말마를 내지르는 양 바스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를 흉내 낸 괴물은 온전한 달콤함으로 속살거립니다. 정확히 망가져가는 신성현을 바라보고.) 언, 젠가 다시… 다시 만나요, 내 사랑.
꼭이에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같잖은 짓을, 그의 말이 끝날 즈음 마안을 한 번 더 휘둘렀습니다. 수십 개의 금빛이 괴물을 점령해 흔적조차 남지 않게 짓누릅니다. 평소 자신의 방식과 아주 달랐습니다. 시시한 시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을 오로지 당신이 볼 수 없도록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거친 숨을 내쉰 이연화가 신성현을 돌아봅니다. 금빛 눈동자는 광기를 발했습니다.) 신성현! (내게 대답해. ‘이연화’ 아닌 나에게!)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괴물이 되어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소멸하는 이연화를 보며 거멓게 죽어간 동공이 반짝 의식을 되찾는다. 헉, 당신만큼이나 거친 숨을 과호흡처럼 쉬었고 식은땀이 등을 축축이 적셨다. 괴물이 뱉은 마지막 말. 아직 살아 숨 쉬는 당신에게 고개가 돌아간다.) 너, 는,
(2+1)dx 정신 판정 (3DX10) > 10[2,2,10]+5[5] > 15
(그리하여 떠올린다. 너와 이별하던 찰나를. 언젠가 다시 만나, 내 사랑. 꼭이야. 등을 껴안아 덜덜 떨리는 손, 아프지 않은 곳을 찌른 나이프, 중력을 거스르는 힘이 무너뜨린 손가락. 푸른 장미 향기가 사방에 만개하고 기적이며 불가능인 상징이 드러나는 이별과 이 별의 경계. 빈 공백 끝에 나타난 기억이 가져온 것은 해일처럼 덮치는 깊고 긴 슬픔이었다. 제어하지 못한 눈물은 볼을 타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여길… 떠났었는데….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쁜 호흡이 드나들어 귀가 먹먹해진다. 어지럼증이 치솟아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숨, 숨, 숨이 모자랐다.)
(2+1)dx | 충동 판정 (3DX10) > 3[2,2,3] > 3
2d10 | 충동 침식 (2D10) > 8[7,1] > 8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79 → 87
[ 신성현 ] BN : 1 → 2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게 대답하랬더니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당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내가 떠나? 너를? 그건 또 당신의 이연화가 행한 짓이겠죠. 나는 모르는 너와 나의 추억. 나만 모르는 신성현의 기억! 바람이 폭풍처럼 붑니다. 불안정한 신성현의 권능과 날뛰는 이연화의 부정적인 감정이 부딪친 결과였습니다. 발아래 출렁이는 물결은 소용돌이를 이루어 중력에 휩쓸리고 부서집니다.) …날 어디까지 시험할 셈이에요. 내가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냐고. (낮게 으르렁대는 짐승이 이러할까요. 정처 없이 우는 신성현의 볼을 감쌉니다. 그리고 입 맞춥니다. 벌린 입술 틈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고, 당신이 내뱉는 호흡을 도로 돌려줍니다. 잇새를 헤집는 온기가 난폭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당신의 품 안에서 헐떡인다. 간간이 물기 젖은 신음을 내뱉은 신성현의 떨림이 점차 잦아들어 간다. 난폭하고 뜨거운 온기는 벅찬 숨을 짐승처럼 다스렸다. 그가 건네준 호흡을 받아 삼켜내 혼미한 눈을 감는다. 나는 왜 너와 이별해야 했는지, 너는 왜 나를 떠나야 했는지 앞뒤 상황도 없이 떠올린 이별이 가혹하기만 했다. 확실한 건 이연화가 신성현을 떠났다는 것이다. 느린 숨결은 무기력한 연명에 가까웠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자의 모습, 죽지 못해 살아가는 모습. 당신 군복을 쥔 손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빈틈없이 맞물린 입술이 떼어진 것은 신성현이 진정하고도 아득한 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소용돌이는 사라졌으나 매섭게 파도치는 저수지가 고요한 겉과 다르게 시끄러운 속을 나타냅니다. 서로의 얼굴을 적신 게 부슬비인지, 눈물인지, 다른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군복과 연구원 옷이 푹 젖은 걸 보면 간단한 중력을 두를 정신도 없었던 모양이죠. 물기를 머금어 쳐진 군복은 지독하게 무거웠고 질척한 저 부슬비가 내 기분 같았습니다. 잠긴 서두를 엽니다.) 당신은 거짓말쟁이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낼 힘이 없었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폐를 파고드는 이연화의 체취와 혀끝에 남은 체온은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마침내 입술이 떼어졌을 때,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곪고 곪아 문드러진 사람과 막 새로운 흉터를 가진 사람. 떨어진 손을 힘겹게 들어 당신 입술을 매만진다. 갈라진 대답이 빗속을 유영했다.) 미안…해. 이러려던 건 아니었어. (진심으로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댐은 지켜냈지만, 보이지 않는 댐은 와해되고 말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한바탕 감정을 쏟아낸 이연화는 당신처럼 지친 상태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댐. 서툰 손길로 조심스레 쌓은 곱고 부드러운 모래성이 파도에 무너지는 건 자명한 일이었겠죠. 내 것이 아닌 당신과 당신의 것이 될 수 없는 나에게 언젠가 닥쳐올 운명이었습니다. 난 그걸 알고도 신성현을 가지고자 한 겁니다. 이연화가 애처롭게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품에 온몸을 파묻어 산산조각 난 모래성을 어떻게든 이어 붙입니다. 싫어요. 더는 당신 없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네가 내게 애정이란 걸 알려줬잖아. 혼자서는 부족하다는 걸 알려줬잖아.) 미안하면 안아줘요. (당신도 나도 서로를 떠날 수 없을 만큼 세게.)

캐릭터 인장

신성현

(희미하게 돌아온 정신을 죄책감이 잠식했다. 또 다른 이연화를 두고 이성을 잃어 달려드는 모습과 무너지는 모습,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까지 보여버리다니. 어린 당신에겐 보여주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존재를 상처 입히고 있었다는 미안함, 자괴감,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허무감. 작디작은 어깨를 단단히 끌어안는다. 얼기설기 이어 붙인 모래성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로웠다.) 나는 나쁜 사람이네. 까마득하게 어린 파트너에게 지켜지기나 하고. (소중한 파트너의 다시없을 나쁜 사람이 되는 것. 왜인지 익숙한 통증이었다.)

혼란에 빠진 신성현을 진정시키고 나면 전투는 일시 소강상태에 접어듭니다.
바닥에 흘러내린 ‘사체’는 인간도, 신화생물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고정되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뼛속 깊이 느껴지는 추위가 당신으로부터 비롯한 것인지 부슬비로부터 비롯한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처음 겪는 고독감이에요. 신성현은 내 곁에 있는데도 외롭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미성숙한 감상을 지우려 애써 몸을 물립니다. 나답지 않아요. 이러다간 신성현에게 완전히 매몰될 거예요. 냉기는 불쾌한 추위를 선사하지만, 정신을 일깨우는 효과도 주었습니다.) 알아서 다행이군요. 고작 괴물에게 홀려 겁 없이 다가간 거, 당신이 DOT 소속 군인 타이머였다면 징계감이에요. 나까지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고요. 저건 당신이 바라는 ‘이연화’가 아니에요. (두 사람의 몸이 바닥으로 착지해 사체와 가까워집니다. 직접 확인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은 당신과 엇비슷하면서 다른 고독감을 삭인다. 이연화가 제 곁에 있는데도 당신과 멀어졌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직전 떠올린 이별이 문제였을까, 자꾸만 당신을 그 아이와 겹쳐 봐서 그런 것일까. 어느 쪽이든 눈앞의 이연화에게 못할 짓이라는 건 매한가지였다. 바닥에 내려앉아 흘러내리는 사체를 본다. 외면하지 않았다.) 몇 달은 자숙하고 시정해야 할 상황이었지. 자신 있게 대답한 내가 다 부끄러워지는군. (이연화의 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신성현은 이연화를 공격할 수 없어. 절대로.)

가까이서 확인한 사체의 한쪽 팔은 물거품처럼 부글거리고 무릎 아래도 파도가 흩어지듯 바닥에 점점 스며듭니다. 연기인지 촉수인지 모를 부위가 척추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가슴 주머니에 걸려서 빛나는 ‘군번줄’은 신성현의 것과 동일한 형태입니다.
「 On the dot― The 10th Counter
이연화 」
적힌 내용이 당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빼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카운터. (타이머의 짝, 운명의 파트너, 세계를 구한 시간의 현신. 신성현이 설명한 카운터가 머릿속을 맴돕니다. 저건 모로 봐도 인간이 아닌 괴물인데, 이토록 선명한 증거가 나올 수 있나. 권능을 움직여 부글거리는 액체 사이에서 빛나는 군번줄을 들어 올립니다. 비에 씻겨 내려가는 쇳덩어리가 동요를 일으킵니다. 풍화되어 군데군데 뭉개진 글씨. 퇴색한 은빛.) 진품, 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핏기가 빠져나간 얼굴은 빗물이 흘러내려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당신이 들어 올리고 빗물로 깨끗해진 군번줄을 조심스레 움켜쥔다.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 가슴을 어지럽히는 노이즈 낀 음성은 실체를 갖지 못했다. “내 군■줄은 ■■■ ■■■. 이연화의 ■■을 신성현이 ■■ ■■■.” 끔찍한 두통, 풀리지 않는 기억들. 쥐면 부서질까 놓으면 날아갈까 손바닥에 놓은 쇳덩어리를 어찌하지 못했다.) 진짜야. 네가 발견한 내 것과 다른 점이 없어. (참혹한 가정이 떠오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과 동시에 떠올린 가정 하나. 그것은… 신성현의 이연화가 이미 괴물들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었습니다. 이 괴물이 이연화를 잡아먹어 완전히 모방한 괴물이라는 것. 비슷한 신화생물들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자신의 사망을 그려보긴 했어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건 상상과 다릅니다. 얕게 침음합니다.) 뱀 인간이나 고등 쇼고스. 이 정도로 추측할 수 있겠어요. 군번줄이 진짜인 것과 별개로 이게 괴물임은 틀림없어요. (당신이 어쩌지 못하는 군번줄을 들어 연구원 주머니에 구겨 넣어줍니다. 열 받지만, 증거는 증거였습니다.) 소중한 거죠? …잃어버리지 말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멍한 눈빛이 당신을 향했다. 본인이 더 속상하고 꺼려질 텐데 꾹 참고 말해주는 모습에 이성을 다잡는다. 정신 차려. 너보다 어린아이가 혼자 움직이고 있잖아.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스스로를 채찍질해 움직였다. 당신이 챙겨준 군번줄은 소중히 보관하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고마워,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무엇 하나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야. 내 기억이 진짜라는 보장도 없고 ‘이연화’가 날 떠난 이유도 기억나지 않았어. 폐 끼쳐서 다시 한번 미안해. 난… 괜찮아. (게이트를 통과한 게 나의 파트너가 아니라 신화생물이 맞다는 사실이 한 줄 남은 이성을 잡아주었다. 비어버린 손은 이연화의 손을 잡아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신을 차렸다고 주장하는 그는 자신이 보기에 위태로운 상태였습니다. 무너지기 직전인 이성을 합리화로 버티고 있는 거예요. 직접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이연화’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나를 위하는 척하지만, 당신의 이연화를 놓지 못해 나아가는 거였습니다. 그런 당신이 먼저 잡아준 손에 떨려하는 자신도 참 한심하네요. 늘상 짓는 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억지로 움직이다가 쓰러지는 것보다 최악은 없어요. 어찌 됐든 게이트를 처리했으니 조금 쉬어가는 게 낫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게 이미 충분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는데 민폐를 끼칠 순 없어. 무리해서라도 움직여야 해. 기억 잃은 내가 할 줄 아는 건 파트너 곁 지켜주는 것밖에 없는걸. (손 대면 부수어질 유리. 이연화의 손을 잡은 건 무너지기 직전인 자신을 지탱하려는 발악이었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찾아와 멸망을 읊조린 시작과 기억의 파편, 군번줄을 모아서 진실을 되찾으려 애썼다. 의지를 따라주지 않는 몸뚱어리가 야속했다.) 게다가 저거, 다 죽지 않은 것 같거든.

신성현의 말대로 흩어지는 게 고작인 줄 알았던 부정형의 거품 일부가 덩어리를 이뤄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다닥다닥 돋아난 눈알들이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파고듭니다.
손바닥 남짓한, 볼품없는 꼴이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순 없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당신에게 그만 사과하란 말을 몇 번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나쁜 파트너에게 내릴 징계, 벌은 알아서 내려줄 거예요. 자책은 그쯤 해요. 정 가만히 있기 싫다면 도밍게즈의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든가. (도망치는 덩어리를 소멸하는 것. 신성현의 말을 듣고 재빨리 생성한 마안이 회전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과는… 습관적인 말버릇이라 고치기 쉽지 않아. 네가 바라니까 노력해 보겠다만 기대하진 마. 어릴 때도 이랬어. (어린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꾸준히 섞어 넣곤 했지. 다행히 민폐 끼친 대가를 내어준다니 죄책감은 한결 나아졌다. 이번엔 당신의 말을 착실히 따른다. 푸른빛 마안이 가세했다.) 뒤늦게나마 할 일을 해야겠군.

마안이 덩어리에 적중할 때마다 파열음이 들리고 남은 생명을 잃습니다.
두 사람의 대처로 거의 정리되어 갈 무렵, 가까운 곳에서 높은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멀지 않은 시야에 들어온 수풀 사이 나동그라진 아이와 그 앞에서 부풀어 오른 덩어리를 발견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에게 한 소리 하려는 중에 보인 광경이 이연화를 움직입니다. 군인의 의무에는 민간인 보호도 포함되어 있죠. 게이트를 처리한 지금, 어린 생명 하나는 구할 여력이 있습니다. 마안 하나를 저쪽으로 보내 공격합니다.)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확인했다. (주변 덩어리를 해치운 신성현이 부름에 응한다. 즉각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듣는다. 검은 인영은 당신의 마안을 뒤쫓아, 아이를 품에 안는다.)

망설임 없는 행동은 민간인을 노린 최후의 덩어리까지 없애버립니다.
신성현에게 안긴 아이는 확 바뀐 풍경에 얼떨떨해하다가, 곧 타이머인 당신을 알아보고 그의 목에 매달려 서러운 울음을 토해냅니다.

 

아이

흐어엉, 무서웠어요. (무서워 할 거면서 이 꼭두새벽에 댐 상류까지 왜 올라온 건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친 곳 없나, 짧게 스캔한 이연화는 한숨을 쉽니다. 상냥한 대외용 웃음을 지어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주위 신화생물도 처리했으니 이제 괜찮아요. 민간인이 이런 곳엔 왜 있는 거죠? 혹시 대피령을 듣지 못했나요. (아이가 진정할 수 있게 부드러운 어조였습니다.)

 

아이

그, 그게… 할머니에게 선물할 꽃을 꺾으러 왔어요. 정말 감사해요, 이연화 타이머님. (아름다운 미소와 부드러운 어조를 듣고 훌쩍거리면서 열심히 대답합니다. 품에는 꼬깃꼬깃한 장미 몇 송이가 들어 있습니다. 푸르스름하게 빛났을 색채는 짓물렀지만, 정성만은 가히 장합니다.)

파란 장미.
불가능을 넘어선 기적의 상징으로, 도밍게즈의 국화입니다. 그 꽃을 향하는 신성현의 눈길에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상황을 수습했다면 본부에 보고할 차례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착한 아이네요. 다만 너무 위험했어요, 다음에는 자신의 안전을 더 최우선하도록 해요. (이미지 관리를 끝낸 그는 신성현에게 눈길을 줍니다. 신성현의 정체는 비밀이며 미지수. 아이 앞이라지만 괜한 소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미에 관한 추억은 나중에 물어봐야겠어요. 게다가… 아까 벌어진 일로 이연화라면 지긋지긋합니다. 귓가 무전기를 조작합니다.) 난 보고할게요. 아이를 부탁해요, 연구원 씨.

 

아이

네! 명심할게요! (따뜻한 품, 달콤한 목소리에 진정한 아이는 타이머를 직접 봤다는 생각에 초롱초롱한 눈을 빛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겠습니다, 타이머님. 수습은 사후처리반에게 맡기겠습니다. (아이가 편하도록 고쳐 안은 신성현은 당신에게 맞춘다. DOT의 연구원인 척 많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시든 푸른 장미를 먹먹하게 바라만 본다.)

귀에 꽂은 무전기를 만지고 신호를 송신하면 금세 답이 돌아옵니다.
[여기는 본부, 연결됐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국화일 뿐인 꽃이 뭐가 특별하다고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는지. 보나마나 이연화와 관련된 추억일 것 같아서 속이 안 좋았습니다. 감정을 숨긴 목소리가 간결하게 보고합니다.) 10시입니다. 게이트 NO. 2032-21의 폐쇄 확인. 출몰한 덩어리들을 모두 사살했습니다. 정체 파악이 시급하니 사후처리반을 가급적 빨리 보내주세요. 더해서 근처 민간인 한 명을 구조했습니다.

[전투 종료 확인. 지금 바로 사후처리반을 출동시키겠다. 구조한 아이는 근처 대피소에 인계하고 본부로 복귀하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확인했습니다. (무전 너머 본부와 교신을 끝냅니다. 치지직, 뚝. 연락이 끊기자 신성현에게 본부의 명령을 전합니다.) 아이는 근처 대피소에 데려다주고 복귀할 거예요. 현재 위치가 확실하지 않아서 텔레미터는 못 쓸 것 같으니 함께 걸어가요. 그 정도 기력은 남아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투…를 도와줄 기력도 남았습니다. 근처 대피소로 직접 가주시는 겁니까? (할 수 있다고 하려다가, 아이가 듣고 있어서 바꾼 말이었다. 대피소가 어딘지 모르는 신성현은 질문 안에 안내해달라는 부탁을 숨겼다. 이번에도 디멘션 게이트는 사용하지 않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될 수 있는 한 체력은 아껴둬요. 타이머는 몰라도 당신은 아이와 같은 일반인이잖아요, 연구원 씨. 전투 분석만 부탁드려요. (제게 독심술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당신이 속으로 둘을 비교하는 걸 알지 못하니까요. 질문 사이 숨겨진 부탁을 잡아채 앞장섭니다. 앞길을 막는 부산물들은 중력으로 치워버립니다. 신성현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건 덤입니다.) 이쪽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투 분석이라. 다들 알아서 납득할 만한 임무였다. 그새 적절한 변명을 생각해 내다니, 어린 연화도 머리 회전은 빨랐지. 당신이 불쾌해하는 걸 알기에 속으로만 생각하는 비교였다. 추억을 나눈 이연화가 다른 걸 어찌하겠는가. 아이를 안고 당신을 따라갔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타이머님을 보조하려면 얌전히 따르는 게 낫겠군요.

반짝이는 눈으로 구경하는 아이를 데리고 산길을 내려갑니다. 지하철 역사를 통하면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선로를 걸어 도착한 곳에는 두꺼운 철문이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전쟁용 폭탄도 막을 수 있다는 강도지만, 외우주의 존재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대피소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한 번 닫히면 누구도 드나들 수 없습니다.
물론, 세상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규칙도 타이머에게는 논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화생물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들이 많아요. 어찌저찌 버티고는 있으나 이것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무사히 넘긴 오늘마다 감사할 수밖에.) 물러서요. 지금 열게요. (출입 센서에 손바닥과 홍채를 순서대로 인식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문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당신이 하는 걸 지켜봤다. 아이에게 의심받지 않으려 생소한 낯을 숨기는 게 보일 것이다.)

출입 센서에 손바닥과 홍채를 순서대로 인식하면 문이 열립니다.
[제10시의 타이머, 이연화 지문 확인 완료.]
[제10시의 타이머, 이연화 홍채 확인 완료.]
[타이머 권한 확인.]
[봉쇄를 즉시 해제합니다.]
아이는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보통 대피소는 상황이 정리되면 DOT의 절차를 통해 내부에서 오픈되니까요. 낯선 광경일 수밖에요.
육중한 문이 먼지를 풍기며 열리자 바짝 얼어붙은 사람들의 숨소리가 제일 먼저 들립니다.
불특정 다수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쏟아집니다.
공포, 두려움, 경계, 기대, 절망, 반가움, 놀라움, 포기, 희망, 긴장.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이 깃들었습니다.
공통점은 딱 하나.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이들의 연약함.
일반인은 신화생물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합니다. 구원을 기대하거나 생존을 포기할지언정 대항도 협상도 시도할 수 없습니다.
감히 타이머의 고단함에 비할까 마는, 잠결에 도망친 사람들의 얼굴은 유독 피로에 찌들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익숙한 전투, 익숙한 죽음, 익숙한 감정들. 무던하게 시선을 받아넘긴 이연화가 군인으로서 할 일을 다합니다.) 제10시 이연화입니다. 게이트 처리를 완료, 안내가 이어질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전투가 발생한 근처는 아직 뒤처리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접근하지 마시고. 이 아이의 보호자는 자녀를 인솔해 가시길 바랍니다.

안정감 넘치는 지시에 낯선 면면들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 터져 나오는 한숨의 구성 성분은 안도와 감사. 타이밍도 완벽하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게이트 NO. 2032-21 폐쇄.]
[제1구역 예상 피해 없음. 댐 파손 0%.]
[비상령을 해지합니다.]
[모든 구역민은 군의 인솔에 따라 순차 복귀하십시오.]
뒤늦게 뛰쳐나온 어느 일가는 아이를 안은 신성현과 당신에게 다가오며 연신 감사를 전합니다.

 

메이데이 여사

우, 우리 아이라네. 대피소에 보이질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한 여사가 주름이 깊이 팬 눈가를 훔치며 겨우 한시름 놓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야지, 콜 메이데이!

 

콜 메이데이

(콜이라 불린 아이는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 한 번 더 어설픈 감사 인사를 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훌쩍.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족분들이 무사하셔서 다행이군요. 도밍게즈의 국민을 지키는 것이 타이머가 할 일이잖아요, 너무 나무라진 말아요. 할머님을 위한 정성이 기특해요. 우리 콜 씨. (성격에 맞지 않는 입에 발린 말을 할 때가 가장 지루했습니다. 어쩌겠어요, DOT를 향한 시민들의 신뢰도 중요한 것을. 표정, 목소리 연기만큼은 완벽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이를 일가에게 돌려보냈다. 약하고 어린 것들에게 다정한 신성현은 풀어진 얼굴이었다. 연기하는 당신과는 반대로 진심인 안도. 속내를 완벽히 숨긴 당신을 좀 흐뭇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눈빛에 포커페이스가 살짝 깨질 위기였습니다. 왜 그렇게 봐.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아니, 이건 기회예요. 신성현의 정의로운 성향은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의 마음에 드는 짓들을 한다면 호감도가 착실히 쌓이겠죠. 빨리 끝내고 가려던 이연화가 계획을 수정합니다. 띄운 것은 햇빛 같은 미소입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드릴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성공적인 호감도 적립이다. 소중한 아이가 훌륭한 짓을 해주는 것보다 뿌듯한 게 없었다. 그의 명성은 곧 나의 기쁨이란 마음이겠지. 자식을 기특하게 여기는 저 메이데이 여사와 같은 심정이랄까. 무뚝뚝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옅은 미소였다.) 군의 인솔에만 따르면 안전합니다.

새벽의 재난이 온점을 찍자, 하나둘 타이머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시민 1

고마워요, 하필 게이트가 나타난 게 댐 상류라길래 걱정이 많았는데.

 

시민 2

아침부터 욕봤소. 고생이 많구먼.

 

시민 3

이번 신화생물도 무시무시했어요? 댐보다 커요?

 

시민 4

다친 데는 없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 성정과 안 맞는 짓을 하고 있으니까 현타란 게 몰려옵니다. 사람 하나 꼬시겠다고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때려치울까 싶다가도 운명처럼 이끌리는 신성현을 보면 이성이 사라집니다. 당신이 날 봐주었음 해. 더 애정하고 더 좋아해 줘. 지극히 어린 애 같은 낯선 욕구입니다. 내가 뭐라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도밍게즈를 지키는 건 타이머의 당연한 사명이에요. 때아닌 새벽에 대피한 여러분들도 피곤하실 텐데, 어서 들어가 쉬세요. 위협적인 신화생물은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답니다. (빨리 가. 형이랑 둘만 있게.)

당신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치하, 걱정과 관심의 말미에는 언제나 어린아이들이 몰려듭니다. 눈곱도 못 떼고 졸음 자국이 덕지덕지 남은 동그란 얼굴이 눈을 빛냅니다.
어릴수록 영웅 전기의 화려함에 매료되는 법이니까요. 신성현을 의식해 평소보다 상냥하게 대해준 부작용이었습니다.

 

아이 1

나도 이다음에 크면 꼭 타이머가 될래요.

 

아이 2

에에, 너 같은 울보가?

 

아이 3

우와, 그럼 한 방에 납작! 쿵! 한 거죠?! 형, 멋있어요!

 

아이 4

안 무서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 아이들이 얼른 자라서 저만큼 커졌을 때 알려줄게요. 지금 말해주기엔 다소 복잡하군요. (신성현이 보는 앞에서 또 다른 나를 죽여 없애버렸다고 할 순 없잖아요. 비단 신성현이 없었더라도 DOT 이미지를 위해 적당히 넘어갔을 겁니다. 신성현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 빨려가는 기력을 충전합니다. 그만하고 복귀하고 싶어.)

캐릭터 인장

신성현

(덩달아 휩쓸린 신성현은 지쳐 보이는 당신 표정을 보고 아이들의 시선을 제게 옮겨, 능숙하게 안아 들거나 얼러냈다.) 착하게 기다리면 여러분들이 볼 수 있을 만큼 적절히 편집된 영상이 공개될 겁니다. (자신의 기억에서는 홍보용으로 몇 개를 풀어주곤 했으니까. 여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연화를 죽이는 영상은 아니겠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 부분은 일치했습니다. 잘생긴 데다가 눈치 빠른 신성현이 기분을 낫게 만들었습니다. 당신 품에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안겨 있어야 했는데. 철없는 질투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못 볼 꼴 보이기 전에 손을 휘젓습니다.) 슬슬 착한 아이들답게 각자 부모님께 돌아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타이머님은 다른 지역을 지원하러 가야 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죠.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수다에 고분고분 대답해 주는 태도는 무해하고 무구했다. 그런데도… 주변 풍경과 사람들, 공기의 흐름마저 평화로운 이 순간에.)

당신은 어떤 찜찜함을 느낍니다. 병원에서 리히트 장교가 했던 말 때문입니다.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지문을 스캔했지만 신원 조회에 실패했습니다. 또 DOT에 사진을 전달해서 CCTV도 되감아 봤는데…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절 찍히지 않았어요. 군이 말한 곳에 어느 순간 나타나 있더군요.
꼭, 텔레미터를 사용한 것처럼.

네, 당연히 텔레미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성현의 품에서 나온 건 군번줄이 전부였지만, 겉보기에 완벽한 인간이었으니까. 타이머의 군복으로 추정되는 차림새였으니까.
텔레미터를 분실했거나 다른 방식의 관문을 사용했으리라고. 신화생물을 인간과 착각할 리 없다는 확신에 기인한 추측이었는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아이들을 인솔하고 달래는 신성현을 보며 든 생각이 미소를 굳혔습니다. 텔레미터처럼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관문. 게이트. 그곳에서 나타난 또 다른 나. 그렇다면 당신도 혹시… 고개를 텁니다. 아니에요. 아닐 거예요. 나를 홀려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한 신화생물이라는 건 너무 잔인한 가정입니다. 신성현의 손목을 잡습니다. 특정한 목적이 없는, 당신을 잡아두려는 손짓.)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이들을 겨우 달래 돌려보낸 신성현은 손목을 잡은 당신을 의아하게 돌아본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다정히 묻는 눈동자는 깊고 푸르렀다. 누군가를 익사시키는 심해처럼. 그러다가 빈손이 허전한 건가 싶어 깍지 껴 잡아 온다. 평화로운 광경에 옅은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
신화생물이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쓸 수 있다면 전제부터 뒤집어 모든 것을 다시 의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CCTV에 관측되지 않는 건 텔레미터만이 아니니까.
불현듯 깨달은 찜찜함이 얼마나 지독하건 세계는 여전히 당신에게 친절합니다.
아이들은 선물이랍시고 녹기 시작한 초콜릿이나 사탕 따위를 쥐여주고 어른들은 눈이 마주치는 족족 고마워서 어쩌냐고 손을 붙잡아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무것도… 인파가 너무 몰리는 것 같아서요. (소란스러움이 지운 초조함은 다시금 저를 잠식해 불안하게 만듭니다. 신성현, 제10시 타이머, 미지수 X, 나의 운명. 당신이 가짜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신성현이 자신에게 끌어내는 충동과 감정만큼은 진실이었습니다. 결론이 명확해집니다. 신화생물이어도 돼, 내게 안배된 괴물이어도 좋아. 평생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길들이면 그만이에요. 엮은 손가락을 꽉 잡아당깁니다. 당신을 인파 사이에서 꺼내와 소유합니다. 애정에 목마른 이연화는 잔인한 가시밭길을 스스로 걸어 나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인파가 몰린 것과 끌어당기는 게 무슨 연관성인지 영문 모를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의심 없이 걱정했다. 그가 당신에게 지니는 애정, 감정, 관심은 한 가지 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 감히 가볍게 언급할 수 없는 그 마음. 스스로 다가온 당신의 볼을 쓰다듬는다. 창백한 안색을 더듬거리는 손가락은 가슴 아파하는 몸짓이었다.) 비 맞은 게 체온을 앗아갔나 봐, 몸이 차가워. 빨리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감기 걸릴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랬었지, 참. 나를 봐요. 이처럼 당신에게 온 신경이 쏠려 머리가 고장 나 버렸습니다. 완벽히 통제했던 컨디션, 감정, 상황을 볼 여유도 없이 당신만을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네 품에 얼굴을 묻고 달콤한 체향을 들이켜고 싶어. 남김없이 삼켜버리고 싶어. 볼을 쓰다듬는 손등에 제 손을 겹칩니다. 서로를 묶어버린 그가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한 언어로 속삭입니다.)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무리하지 마. 억지로 움직이다가 쓰러지는 것보다 최악은 없다며. 쉬어가도 돼. (당신이 한 말을 돌려주었다. 미안하면 안아달라고 했지. 양손이 묶인지라 이마를 톡 기대 안긴 모양새를 흉내 낸다. 그냥 네가 나를 원하는 것 같았어. 이연화가 바라는 건 뭐든 들어주고 싶었으므로 자신을 내어주는 건 일도 아니다. 작게 속삭인다.) 응,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개를 살살 젓습니다. 마른 부슬비가 적신 머리칼이 흑색 머리카락과 흐트러집니다. 아프지 않아요. 그런데 아파요. 신성현이라는 존재가 마음 안쪽, 심장 어딘가에 박혀 빠지질 않았습니다. 타인이 지켜보는 곳에서 당신의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기에 버티는 것입니다. 타오르는 갈증을 참고 얼굴을 돌립니다. 계속 보면 입을 맞춰버릴 듯했습니다. 잡은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갑니다.) 날 배신하지 말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배신하지 말라니. (꾹 다문 입술이 내뱉지 못한 말을 곱씹는다. …눈치 빠른 자신은 모를 수 없었다. 너는 ‘신성현’이 신화생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야. 동시에 내가 괴물이라도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구나. 배신하지 말라는 의미는 두 가지를 함축한 질문일 터다. 목줄 찬 짐승인 양 따라갔다. 평화를 버리고 운명을 택한 네게 해줄 말은.) 신성현의 목숨은 이미 네 손에 있어.

눅눅한 해후가 한바탕 끝나고 복귀가 시작됩니다. 바깥으로 나오면 축제를 위해 한껏 꾸민 도시에 아침 햇살이 내리고 있습니다.
건물 사이로 엮은 긴 줄마다 색색의 깃발, 손수건, 혹은 우산 따위가 걸려있고 새파란 장미가 창틀과 문지방마다 청명한 색채를 장식합니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이연화의 중력 덕에 빗방울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수도는 이맘때면 늘 날씨가 좋았는데 제1구역은 비의 도시답네요.
산등성이 사이 고개를 내민 태양은 때마침 시작된 부슬비에 뺨을 씻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집으로, 일터로 흩어집니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자니 익숙한 목소리가 붙잡습니다.

 

메이데이 여사

아침부터 뛰어오느라 식사도 못 했을 텐데, 밥이라도 한술 뜨고 가소. (메이데이 여사의 가슴에 달린 주머니에는 꼬깃꼬깃한 장미가 꽂혀 있습니다. 이깟 게 뭐라고, 그리 눈을 흘기면서도 버릴 순 없었나 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방금 되게 청혼 아니었어요? 이연화가 멍청하게 자리에 서서 무엇을 들은 것인지 곱씹을 때였습니다. 메이데이 여사가 멈춘 사고를 돌려냅니다. 신성현을 보고, 여사를 보고, 신성현을 보고, 여사를 봅니다. 신성현과 타이머의 이미지라는 중대한 결정이 주어졌습니다. 살벌한 기세를 담아 묻습니다.) 형, 배고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배고프다 하면 추궁받을 살벌함이었다. 등을 적시는 게 식은땀인지 부슬비인지. 빠르게 선택권을 떠넘긴다.) 저야 일개 연구원일 뿐인데 왜 힘들겠습니까. 수고해 주신 타이머님이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따르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부릅뜹니다. 그럴듯한 변명 못 해요? 잡은 손목 꽈아악.)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생…각해 보니 전투 분석을 진행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횡설수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타깝게도 연구원 씨가 바쁘시다네요. 정말 미안해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여러분이 무사한 것이 타이머의 힘이랍니다. 일가분들 쉬는 데에 외부인이 찾아가기도 그렇잖아요. 놀랐을 아이를 잘 달래주세요. (생생한 푸른 장미를 보내주겠다고 섭섭지 않게 덧붙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흘깃. 할 말이 많았지만 맞춰주느라 참는다. 꿀 발린 이연화의 말에 꼬투리 잡을 곳 없어서 넘어가는 것이다. 정중하게 인사했다.) 여러분들의 호의 덕분에 DOT도 힘을 낼 수 있는 거겠죠. 신뢰와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메이데이 여사

(메이데이 일가의 사람들은 아쉬워할지언정 불쾌해하진 않았습니다. 타이머의 의무, 밤낮없이 뛰는 수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괜찮소. 타이머 분들이 바쁜 걸 누가 모르겠는가. 도밍게즈를 위해 일해주어 우리가 더 고맙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여사가 당신의 손에 자그마한 물건을 쥐여줍니다. 사파이어를 매달아 만든 펜듈럼입니다.) 이것만 가지고 가소. 예로부터 사파이어는 소유자를 불길한 것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귀물이었다네. 부적이라 생각하고 지니구려.

 

메이데이 남편

(아이의 아버지도 우산을 내밉니다.) 비가 오니 쓰고 가세요.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아이를 구해주신 수고에 자그마한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런 건 거절하면 말이 새어 나오기 마련입니다. 펜듈럼 자체도 썩 나쁘지 않아요. 사파이어의 푸른 빛이 신성현 눈동자를 닮아 온화했습니다. 소중히 그러쥡니다. 아이 아버지가 건넨 우산은 신성현에게 들려주고요.) 더 거절하기엔 여러분들의 예의를 무시하는 것이 되겠죠. 감사해요, 품에 지니고 다닐게요. 메이데이 댁으로 보낼 장미 값이라 생각해 주세요. (저쪽도 자신도 부담 없는 거래.)

 

메이데이 부인

마지막까지 친절하시네요. 어제 축제 때 쓸 장미를 사러 나가기로 했는데, 막내가 갑자기 열이 나서요. 다른 집은 벌써 장식을 끝내뒀으니 초조했나 봐요. 좋은 장미는 다 팔렸을 거라고 어찌나 심통을 부리던지. 타이머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메이데이 남편

숲에서 장미를 봤단 얘기를 듣고 몰래 나간 것 같아요. (부모가 아이를 타이르고 어르는 평범해서 더 그림 같은, 당신이 지켜낸 풍경. 메이데이 일가는 전해도 전해도 부족한 감사 인사를 몇 번이고 말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축제. 그럴 시기가 됐군요. 푸른 장미,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동시에 무엇인지 모를 거북함이 듭니다. 이 이연화는 저런 애정을 받아본 적 없습니다. 부모의, 긴밀한 누군가의 대가 없는 애정. 괜히 당신 손을 아프도록 쥐었습니다. 엇나간 자의 숙명이에요.) 한 번 무서운 게이트를 겪었으니까 잘 알아들었겠죠? 착한 아이로 자라나야 해요. 인연이 닿으면 또 봐요.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나도 이제 비슷한 애정을 줄 상대가 생겼어요. 거북해할 필요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축제란 말은 신성현을 관통했다. 자신이 되찾은 기억은 이연화가 능력을 잃었다가 돌려받고, 축제 전야를 고대하는 순간. 두 사람이 이별한 마지막. 길고 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미뤄둔 문제가 닥쳐오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눈꺼풀을 깜빡거린다. 풀리지 않는 미제 같았다.) 들어가서 쉬십시오. 다른 전달 사항은 DOT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럼. (당신을 따라나선다.)

두 사람은 메이데이 여사의 배웅을 받고 그들이 건넨 호의를 품은 채 복귀합니다.
대피소에 도착해 좌표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에겐 필요 없는 호의겠습니다만, 신성현이 든 우산은 그들이 쥔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하얀 군복에 걸린 푸른 사파이어 펜듈럼이 아침 햇살을 맞아 눈부시게 빛납니다.
그것들이 각자 느끼고 있을 거북함을 가려주는 듯했습니다.
《씬 종료》
◆ #Scene 5. 군인은 마땅히 충성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2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4 → 85
[ 신성현 ] 침식률 : 87 → 89

본부에 돌아오면 삼삼오오 모인 연구원들이 당신을 반깁니다.

 

연구원 1

새벽부터 고생 많았습니다. 들어가서 푹 쉬십시오.

 

연구원 2

군복은 저한테 주고 가세요! 재정비해 둘게요.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이번 신화생물은 새로운 종이었다면서? 어떤 놈이었어? 온통 숲이라 CCTV 화면도 확보하기 어렵겠던데.

인사와 걱정, 호기심과 칭찬이 뒤섞인 환영은 매번 겪는 일인데도 정겹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연구원분들이 더 고생 많죠. 비에 젖은 것 빼면 이번에도 상한 곳은 없으니까 환복한 뒤 전해드릴게요. (본부에 돌아오자 심란한 마음이 줄어듭니다. 타이머로 각성한 이래 평생을 지내온 집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마지막 닥터의 질문에는… 표정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건 군인이 보일 태도가 아닌데 쉽게 꺼낼 수 없었습니다. 신성현을 봅니다. 말해? 말아.)

어떤 신화생물이냐는 질문에 아까 느낀 꺼림칙함을 떠올립니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신성현도 의심을 피할 수 없겠죠. 왠지 고발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되겠네요.
다 떠나서 신화생물이 하필 당신을 닮은 데다가 신성현과 아는 사이라니…….
괜히 더 찜찜합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이상하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마주한 신성현은 눈을 깜빡거린다. 제 신병은 당신에게 쥐어져 있고 한눈판 당시를 떠올리면 변명할 거리가 없다. 그로 인한 징계가 내려온대도 달게 받을 것이다. 당신이 잡아준 손을 놓지 않아 주었으니 버틸 수 있었다.) 난 상관없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시 생각해도 미련한 사람입니다. 이걸 말하면 어찌 될 줄 알고요. 본인조차 신화생물로 의심받아 구속될 수 있거니와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숨긴다… 잘 보이지 않겠지만 사방에 널린 게 CCTV일 텐데 증거를 수집한 DOT가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겨우 쉬나 했더니 사방에 문제가 가득했습니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 누른 이연화가 별수 없이 실토합니다.) 내 모습을 한 신화생물이었어요. 정확히는, 이 미지수 씨가 착용한 백색 군복을 입은 이연화요. 외형, 목소리, 그 안에 잠재된 힘까지 비슷했죠. 위험할 것 같아서 빠르게 처리하는 바람에 잘 보진 못했어요.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얼레레, 정말? 사람처럼 생겼다고? (눈을 휘둥그레 뜬 닥터는 확 다가와 흥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우후죽순 쏟아놓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생김새는? 인간과 구별할 방법은 없었어?! 정말 권능을 사용한 거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래서 연구원들이란. 신성현을 뒤로 두고 한 걸음 물러나 차분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진정… 진정해 봐요, 닥터. 게이트에서 등장할 때부터요. 머리만 나왔을 땐 단순히 나를 흉내 낸 건가 생각했는데 몸까지 나오니까 미지수 씨의 군복이더군요. 아직 확인해 봐야 하는 사안이지만, 미지수 씨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가 말한 ‘카운터 이연화’가… 아닐까 싶을 만큼. (말하면서 다시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신성현은 대체 저것과 나와 어디가 달라서 저것에게만 관심을 줘.)

캐릭터 인장

신성현

(미련한 미지수 씨는 당신의 뒤에서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쓸데없이 상세하게 자수했다.) 신화생물을 처리하고 나서 기억 난 단편 조각이 있습니다. ‘타이머 신성현’은 ‘카운터 이연화’와 이별했습니다. 왜 이별했는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상대도 굉장히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연화를 흉내 낸 신화생물이, 기억 속 이별할 때의 ‘이연화’가 한 말을 그대로…. (당신과 잡은 손끝이 차가워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개를 돌려 신성현에게 쏘아보는 눈빛을 보냅니다. 나한텐 말 안 해줬잖아요. 그 중요한 걸 이제 와서 말하면 어떡해요? 신성현에게 향하는 의심을 수습할 수 없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시 경황이 없었어, 미안. (쏘아보는 눈빛에 즉시 사과했다. 설명할 타이밍이 없긴 했잖아. 따가운 시선을 피한다.)

캐릭터 인장

프시케 오프-화이트

(두 사람이 눈빛 교환을 하거나 말거나 흥분한 닥터와 연구원들은 머리를 부여잡기 바쁩니다. 타이머를 흉내 낸 신화생물인 것도 모자라 새로 등장한 미지수와 아는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소리였으니까요. 연구원들과 부산스레 이야기를 나눈 닥터는 진중하게, 그러나 불타는 호기심을 숨기진 못한 상태로 끄덕입니다.) 이건 우리 선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야. 방금 원수님께 보고를 올렸으니, 그쪽에 다시 증언하도록 해. 바로 원수님 집무실에 가면 돼.

닥터의 말이 사실인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긴급 호출이 떨어집니다. 목적지는 하슬러 원수의 집무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이렇게 되는군요. 일개 군인이 상명하복을 어떻게 거스르겠습니까. 치밀어 오르는 반항심을 억눌러 순응합니다.) 지금 갈게요. 지시가 떨어지기 전엔 비밀로 부탁드려요, 닥터. 당신은 나중에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신성현을 끌고 가듯 거칠게 데려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얕은 소리를 삼켜 당신에게 끌려간다. 크게 울리는 군화 소리, 급하게 뒤따르는 신발 소리. 넌지시 눈치 보는 말을 꺼낸다.) 화났…어? 나도 말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바로 아이가 등장해서 대피소에 들르는 바람에, (기어코 이연화 옆에 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조용히. (옆으로 자리한 존재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당신의 푸른 눈은 마음을 약해지게 만듭니다. 불공평해요. 난 화내고 싶은데 당신 얼굴을 보면 풀어져 버린다니. 이번에 확실한 주의를 줄 겁니다. 당신은 내 것이고 나에게 숨기는 게 있어선 안 된다고. 매정한 척 끌고 갑니다.) 따라오기나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단단히 화났군. 이제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건 자신 있었으나 지금 당신을 건드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때로는 깊은 대화가 필요한 법이지. 추후 떠오른 기억을 설명하고 사과해야겠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알았어.

어색한 침묵과 함께 이동한 집무실은 접객용 테이블이나 소파 하나 없는 삭막한 공간입니다. 사면을 책장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책상에 팔을 괴고 앉은 하슬러 원수는 지구본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당신들이 도착하면 고개를 듭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이런, 우리의 영웅과 새로운 미지수 아니신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원수님. (예를 갖춰 경례합니다. 신성현을 옆에 두고 잡은 손을 놓습니다. 원수님 앞에서 아이처럼 잡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부르셨다고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자신의 DOT를 지휘하던 장교는 하인리히 장교였는데, 처음 보는 원수에게 어색한 경례를 했다.) 신성현입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둘에게 묵례합니다.) 그래. 닥터에게 보고받았다만, 직접 듣고 싶어서 시간을 좀 빼앗았지. 당시의 이야기를 좀 더 제대로 들려주겠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바로 그 건부터 물어보는군요. 나라도 그러겠어요. 이미 다 들킨 시점에서 숨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부터 끝까지 설명합니다. 게이트 발생, 이연화 모습을 한 신화생물, 신성현에게 말을 걸던 신화생물, 덩어리와 그것에게 느껴진 잠재된 힘까지. 사견 없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입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과장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모든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습니다.) 그거참… 위험하면서 매력적인 이야기야. 게이트 너머에 인간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소리 아닌가. 이 우주에 도밍게즈 말고도 인류가 존재하는 행성을 발견한 셈이고. 다들 경악하겠어.
미지수 군. 기억나는 바가 있나? 신화생물의 껍데기를 아는 눈치였다던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게이트 너머로 파견된 탐사대는 전멸했지만요. 사실인지 어떤지는 알아봐야 할 겁니다. (대강 대답한 이연화가 신성현을 힘 있게 노려봅니다. 말 잘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음. (오늘따라 이연화의 삐진 시선을 많이 받았더니 얼굴이 따가웠다. 그렇게 봐도… 정직한 군인다운 성격은 거짓말을 못 한다. 느리게 적당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중간 기억 빼고 앞뒤만 떠올라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카운터 이연화와 만난 이야기를 한 건 보고받으셨겠죠. 그 뒤 저희는 도밍게즈를 수호하는 운명의 짝이 되어 교육받았습니다. (중간에 카운터 이연화가 힘을 잃었다가 돌려받은 것을 설명한다.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딱, 축제 전까지.)
이후 기억 나는 게 없었는데 오늘, 이연화 모습을 한 신화생물을 처리하자마자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억이었다. 눈동자에 드러나는 슬픔을 지울 수 없었다. 이별과 이 별의 경계. 높이 솟은 신의 손가락과 푸른 장미 아치.)
…저와 이별하여 떨어진 카운터 이연화의 상황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에 있고, 어떤 상태인지. 제가 인간이자 타이머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속이 거북했습니다. 나와 닮은 또 다른 자신. 누구라도 본능적인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슬러 원수가 있어서 온 힘을 다해 참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신성현을 탐내는 자신은 더 그랬습니다. 당신이 내 게 아니라는 것 같아서. 나를 만나기 전에 신성현을 차지한 이연화가 존재한다는 것 같아서. 신성현과 이별한 이연화가 자신이라는 희망은 없었습니다. 나이 차이, 역사와 시간의 엇갈림, 도밍게즈와 같지 않은 도밍게즈. 차라리… 저곳이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다른 도밍게즈’인 게 가능성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도밍게즈와 다른 도밍게즈라. (당신과 비슷한 복잡한 사고를 거친 하슬러 원수가 눈을 감습니다. 몇 초 생각을 정리한 눈동자가 드러났을 때는 단호한 결정을 내린 후였습니다.)
이번 일은 극비에 부치는 게 낫겠어. 타이머를 비롯한 관계자 일부에게도 한정적으로 공개하자고. 인간을 흉내 내는 유형이 확인됐다, 그 정도로… 아니, 자네들이 설명할 필요도 없네. 닥터와 리히트에게 지시하지. (하슬러 원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금세 결론을 냅니다. 민간인과 DOT의 관계자, 하물며 타이머들에게까지 비밀에 부치겠다는 독재 같은 단정. 입가를 가로지르는 긴 흉터가 설명하는 동안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모두에게 비밀로 하겠다는 말씀인가요? (신성현을 구속하겠다거나, 실험하겠다는 말보다 의외인 결정이었습니다. 되려 바라는 바였습니다. 그런데 왜? 도밍게즈를 우선시해야 할 원수가 신화생물일지도 모르는 신성현을 가만히 두자니.) 항명은 아니에요. 위험 요소를 내버려두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신뢰해 주시는 건 무척 감사하지만, 숨겼다가 들키는 쪽이 공표하는 것보다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실험실에 처박힐 각오까지 했다. 기억 없는 자신이 인간은 맞는지, 기억까지 정교한 신화생물은 아닌지 저조차 확신할 수 없었으므로.)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의문을 표하는 당신과 신성현에게 다시 묻습니다.) 군들, 전시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사태가 무엇인지 아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의도는 있나 보군요. 하슬러 원수의 시선을 피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아서 탈이죠. 일원의 항명이나 배신, 첩자, 분열 등등.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과연 유능한 제10시 타이머군. 마지막이 정답이다, 바로 내부 분열이지. 동료를 믿지 못하고 명령을 의심하면 그 전쟁은 시작도 전에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도밍게즈는 명백한 전시. 타이머는 유일한 영웅이네. 그 상징성은 절대 훼손되어선 안 돼. (도밍게즈가 타이머를 의심해선 안 된다. 하슬러 원수는 한 치 망설임 없이 전술을 내놓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먼 과거부터 대물림된 외우주의 공포를 버틴 건 타이머가 구하러 오리란 믿음 덕분이었으니까.
때론 실낱같은 희망, 한 톨의 믿음이 기적이 되는 법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만 원수가 한 말을 곱씹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타이머라 주장하는 신성현을 의심하는 건 곧 우리의 타이머까지 의심하는 것. 그가 지닌 권능과 힘은 절대적인 상징입니다. 나와 같은 중력, 나와 같은 시간. 피어오르는 의문을 수그러뜨립니다. 신성현이 무사하고 의심받지 않는다… 이거면 됐어요.) 알겠습니다. 단 ‘이연화’ 모습을 한 신화생물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어린 사람들이 걱정도 많긴. 사후처리반의 감식이 끝나면 조사에 착수할 거야. 그럼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겠지. 우리는 늘 위태로웠어, 그럼에도 이때까지 살아남았지. (엄숙하면서도 거만한 얼굴로 웃은 하슬러 원수가 당신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립니다. 녹이 슨 청동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나고,)
괜찮아, 도밍게즈는 이번에도 살아남을 거야.

거기에 서린 건 도밍게즈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단 하나의 의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2+2)dx 교섭 판정 (4DX10) > 7[5,6,6,7] > 7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신성현은 서서히 굳었다. “도밍게즈는 언제나 평화로울 거야.” 하인리히 장교의 목소리가 겹쳐 꿍꿍이를 숨긴 음험한 시선과 함께 기억이 차례대로 복구된다. 타이머 전시회에서 보았던 푸른 장미 아치, 축제 당일 시간이 멈춘 세계. 그는 뱉었던 예언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기억한다. 뜬금없는 목소리가 집무실을 울린다.)
흐르지 않는 구름, 기울지 않는 달. 얼어붙은 사람들, 침묵하는 시계탑. 세계의 종말이라기에도, 축제의 마무리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
4월 20일, 도밍게즈의 축제 마지막 날.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세계가… 멸망했다.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깨를 두드린 하슬러 원수에게 형식적인 대답을 하려는 찰나였습니다. 귓가를 울리는 예언 같은 목소리. 몽롱한 음성이 끝나자 이연화가 신성현을 돌아봅니다. 굳은 표정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당신… 방금 무슨 말을, 도밍게즈가 멸망한다고요? (카운터와 타이머를 남겨두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기억을 더듬어 예언을 되짚은 그의 눈동자는 깊이 내려앉았다. 어둠이 들어찬 심해였다.) 기억났어. 축제 전야를 함께한 카운터 이연화와 나는 그날 건국제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능력을 선보였고, 카운터의 존재를 공표했고, 하루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간이 멈추었다. (신성현이 창백한 안색으로 전한다. 타이머 전시회에서 보았던 푸른 장미 아치, 축제 당일 시간이 멈춘 세계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카운터와 타이머에게만 보인 푸른 장미 아치와 시간이 멈춘 세계라니. 타이머가 존재 자체로 세계, 공간을 구원하고 역사, 시간을 구원한다는 걸 생각하면 참으로 오묘한 일이었습니다. 저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 병원에서 말한 예언의 불길한 연장선이라는 걸 직감합니다. 하슬러 원수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대비하실 건가요, 원수님. (그는 나와 다르게 단순 거짓말로 치부할 수도 있어.)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축제 마지막 날이란 말이지. (다행히 원수는 신성현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듯했습니다. 시간을, 달력을 확인한 원수가 중얼거립니다.) 시간이 빠듯하군. 혹시 모를 예언이 내려졌는데 도밍게즈를 책임지는 원수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달라질 건 없어, 사실이라면 방비하고 거짓이라도 대비한다. 그래도 기습보단 나으니까. (도밍게즈를 위협하는 단서는 허투루 넘기지 않겠다는 태도였습니다. 축객령을 내립니다.)
두 사람은 이만 돌아가 보게. 함부로 퍼뜨리지 말고, 나가거든 예언의 타이머를 불러주겠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부하가 유능해도 윗선이 멍청하면 화병 날 뻔했는데 마음이 놓입니다. 수년간 보아온 하슬러 원수의 도밍게즈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실했습니다. 맡겨도 되겠어요.) 전시 상황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따르겠습니다, 미지수 씨가 무언가를 더 떠올린다면 즉각 보고 올릴게요. 내려올 명령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할 게 많았습니다. 신성현에게 상세한 설명을 듣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 당신 손목을 잡아 집무실을 빠져나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떠오르는 게 있다면 이연화 타이머의 말대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거짓 보고나 장난 따위는 치지 않을 겁니다.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때로는 장난스러웠던 하인리히 장교도 도밍게즈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지. 그런데 왜일까,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를 잡은 이연화와 집무실을 나선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원수를 뒤로하고 집무실을 나설 때.
당신은 문가에서 드르륵, 드륵. 하는 낯선 소리를 캐치합니다.
시계태엽이 돌아갈 때나 들릴 투박한 마찰음입니다. 원수실 어디에도 시계는커녕 태엽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지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문을 나서 예언의 타이머에게 가려는 발이 멈칫합니다. 뒤를 돌아보고 숨을 내뱉습니다. 처음, 문이 열리는 듯한 달칵 소리. 그리고 지금 들은 낯선 소리.) 신성현… 방금, 들었어요? (시계태엽이 돌아가는 투박한 마찰음.)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들었어. 시계태엽 같은 마찰음. (같은 걸 들은 신성현이 당신과 같은 쪽을 돌아본다. 기억에서 비슷한 경험을 떠올린 그가 당시를 언급한다. 정체는 모른다는 말을 덧붙여서.) 있잖아. 어린 시절 너와 수업할 때 비슷한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멀리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였거든. 직전이랑… 같은 상황이지 않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비슷한 일을 겪었군요. 잃어버린 당신 기억에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요. 멸망을 예언한 것처럼요. 어쨌건 이번엔 나 혼자 들은 게 아니라 당신도 들었다는 점이 중요해요. 둘 이상 목격한 실제라는 소리니까. (당신이 보았다던 푸른 장미 아치가 떠오릅니다. 휴대폰을 들어 예언의 타이머에게 연락합니다.) 예언의 타이머는 뭔가 알지 않을까요. 부르는 김에 물어봐야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그때는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도 들었었지. 이번에는 다들 들었을지 모르겠다,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만 여기에 있었잖아. (예언의 타이머라면… 렌 샤이인가. 당신이 조작한 화면에서 익숙한 이름을 본 신성현이 얌전히 기다린다. 식당에서 들은 카운터와 타이머의 엇갈린 예언을 떠올리고 있었다.)

신호음이 두어 번 지나기도 전, 예언의 타이머 목소리가 전자기기 너머로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렌 샤이

[하슬러 원수님께서 부르시나 보군요. (무슨 말을 할지, 무엇을 전할지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그는 뛰어난 예언의 타이머잖아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몇 번 경험한 일이 아직 익숙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꿰뚫고 있는 예언의 타이머. 꺼림칙한 느낌을 숨겨 긍정합니다.) 맞아요, 하슬러 원수님께서 집무실로 부릅니다. 내가 할 질문도 예언하고 있나요? 렌 샤이.

캐릭터 인장

렌 샤이

[(예언하는 자를 꺼림칙해하는 건 익숙하고, 개의치 않은 일입니다. 온화한 목소리가 고저 없는 음성을 이어갑니다. 그 틈에 섞인 것은… 미약한 불안감. 신성현이 가져온 것과 같은 듯 다른 예언입니다.) …다가오는 계절의 마지막에, 세계가 멸망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말뿐이에요. 이연화 씨.]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말한 건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예언의 타이머는 다가오는 계절의 마지막에. 비슷한 듯하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계절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고 계절의 마지막은 현 시간을 뜻하겠지요.) 답 고마워요. 나머지는 알아서 생각해 볼게요. (무슨 말일까. 도밍게즈에 어떤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이 행성에 파란을 가져온 당사자와 눈을 맞춥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통화를 끊길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금빛 눈동자와 얽혀서.) 모든 예언은 이루어지기 전엔 읽을 수 없는 글이오, 들을 수 없는 목소리다. 미리 해석하려 드는 건 썩 현명한 일이 아니야. 내가 말한 것, 그가 말한 것 전부. 너무 복잡하게 고민하지 마. 당장 다가온 4월 20일의 멸망부터 해결하자. (잡은 손에 부드러운 깍지를 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질문하려 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선수 치니까 그럴 마음이 사라지잖아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불안감이 일순 잦아듭니다. 마주잡은 손깍지가 따뜻해서일 수도 있고요. 예언의 타이머와는 다른 꺼림칙함인 동시에 기꺼움입니다. 네가 가져온 파란은 저를 어지럽히면서 당신이란 온기를 원하게 했습니다.) 나 아직 화 안 풀렸어요. 그런 잘생긴 얼굴로 유혹한다고 넘어가 줄 것 같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언제 유혹했어? 바라본 거지. (황당한 웃음을 흘렸다. 긴장이 풀린 것 같아 다행이다. 안 그런다면서 이연화의 목소리는 이미 분노가 누그러져 있었다. 당신 머리칼을 쓰담, 쓰담. 애정이 듬뿍 묻은 손으로 어루만졌다.) 머리가 복잡할 땐 푹 쉬고 자는 게 좋대. 오늘 게이트 닫느라 얼마 못 잤잖아, 방으로 돌아가서 쉰 뒤에 천천히 얘기하자. 형 어디 안 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은 너무나 완벽한 내 취향이라 숨 쉬는 것만으로도 유혹하는 거예요. (뻔뻔한 우김입니다. 하지만 진짜예요. 눈만 마주쳐도 만지고 싶고 붙어있고 싶은걸. 일부러 새침한 표정으로 쓰다듬 받습니다. 삐진 거 진짜 안 풀렸습니다. 아마도요.) 미지수 씨가 끌어안긴 인형 역할 해주면 생각해 볼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상한 소리 한다, 또. (이러니까 애로 생각하지. 귀엽게 투정 부리는 당신 볼을 만지작거린다. 슬 다가와 콧잔등에 쪽, 사랑해 주었다.) 끌어안겨서 자장가도 불러주고 토닥임도 해주는 인형은 어때. 푹 잘 수 있겠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흘긴 이연화는 이윽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화나네요. 보고 끝나자마자 몰아붙여서 경고하려는 계획이 다 무너졌습니다. 뽀뽀 한 번에 녹아내리는 내게 화난 거예요. 벌써 얼굴은 자존심 없이 좋아하잖아요. 이번에도 속과 말이 달랐습니다.) 흐음… 합격이에요. 당장 올라가서 실행하도록 해요. (콧잔등은 부족합니다. 신성현 입술을 가볍게 훔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엽긴… 웃음소리 내면 다시 삐질까 봐 은은한 웃음만 유지한다. 한 번 빼앗긴 입술을 내어주는 건 괜찮았다. 멸망을 예언한 전시치고는 평화로운 순간, 따뜻한 일상이 소중했다. 이렇게라도 쉬어야지. 당신 손을 잡고 어제 걸어간 길을 따라 올라간다.) 예민한 고양이 만족시키려면 얼른 올라가서 준비해야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고양이처럼 보여요? 이상하네. 위협적인 모습은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얼마나 짐승처럼 보여야 당신이 경계하는 걸까… 어느 이연화로 인해 고양이화 당한 이연화는 골똘히 계략을 고민합니다. 신성현을 쫄래쫄래 따라가는 모습부터 틀린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 잡아먹어드리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떨 땐 여우고 어떨 땐 고양이. (가끔은 햄스터 같아. 이건 말하는 순간 사나운 햄스터로 돌변하겠지. 쫄래쫄래 따라오는 게 골든 햄스터 같다는 것도 모르고. 다루기 참 쉬운 아이라고, 사랑스럽게 생각했다. 호락호락 당해줄 연상이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도록.

처음과 다르게 풀어진 분위기는 노곤한 피로를 그제야 느끼게 해줍니다.
올라가서 어제와 다른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신성현의 돌봄을 받고.
이번에야말로 진짜 푹 잠든 시간을 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축제까지 시간이 남았잖아요. 멸망이라거나, 다른 차원이라거나 복잡한 이야기는 쉬고 나서 생각하도록 해요.
《씬 종료》
◆ #Scene 6. 우리의 끝은 성대히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5 → 91
[ 신성현 ] 침식률 : 89 → 99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하염없이 흘러 어느덧 4월 초. 축제는 코앞으로 다가와 장미 향기를 물씬 풍깁니다.
타이머들을 대상으로 소집령이 떨어졌습니다. 장소는 제14회의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숙소에서 군복을 차려입은 이연화는 나서기 전, 신성현에게 당부합니다.)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어요. 주요 인물에게 상황을 공유했다지만 당신 정체는 최대한 알려지지 않는 게 좋으니까. (이어서 당연하다는 듯이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빠안히.)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기억은 없지만 내가 서른이 넘었는데 설마 도망칠까 봐? 걱정 마라. 끝날 즈음에 마중 나갈게. (도밍게즈의 타이머들만 모이는 장소라 ‘도밍게즈’ 타이머인 미지수는 동행하지 않았다. 이연화를 배웅하며 무엇을 바라는 걸까, 잠시 고민한 그가 당신의 의도를 깨닫는다. 당신 얼굴을 감싸 이마에 입을 맞춘다.) 잘 다녀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때다 하고 내 품 벗어나기만 해봐요. 평생 족쇄로 묶어서 어디 못 가게 가둬둘 거예요. (감금 예고를 산뜻하게 말한 그가 이마에 닿는 온기를 느낍니다. 단번에 진심이 70% 섞인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성현이 이마에 해주었으니, 자신은 당신 입술에. 어김없이 입술을 훔친 이연화가 방을 나섭니다.) 다녀올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경고 한번 살벌하네. 기억과 다른 도밍게즈에서는 돌아다니고 싶어도 못 돌아다녀. 날 알아보는 사람이 없잖아. (신분도, 정체도 미지수인 신성현이 위탁할 곳은 당신뿐이었다. 어김없이 방심하다가 입술을 빼앗겨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 날 세우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지. 방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당신 등을 주시했다.)

성공적인 수작 후 숙소를 나서 회의실로 향합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모두 어깨에 바짝 힘이 들어갔습니다.
하슬러 원수는 타이머를 비롯한 DOT의 주요 인물에게만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게이트 너머에서 인간의 탈을 쓴 신화생물이 등장했고, 신성현은 권능을 가진 미지수라고.
도밍게즈는 이미 한 차례 멸망한 별이며 중첩된 예언들이 축제 말미에 닥쳐올 거대한 재앙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까지.
정보가 공개됩니다.
DOT가 그간 알아낸 사실, 아니, 가설은 위와 같습니다.
마지막 가설은 다른 타이머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사후처리반이 수거한 신화생물의 사체를 토대로 연구에 착수했지만…… 달리 더 알게 된 것은 없습니다. 하긴, 본체는 하필 긁어모으기도 힘든 거품 형태였으니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회의실에 도착해 타이머들이 정렬한 곳에서 제10시 위치를 찾아갑니다. 걸어가는 내내 되새긴 가설 중 자신이 높게 치는 건 1번을 제외한 4번이었습니다. 그의 세계를 위협하는 건 신화생물이 아닌 재해. 게이트가 점점 늘어나는 지금을 보면 미래에 신화생물이 없다는 부분이 이상해요. 무엇보다 그의 기억 속 ‘카운터 이연화’가 있었잖아요. 여태껏 같은 모습으로, 같은 권능을 지니고 환생한 타이머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신성현은 평행 세계… 혹은 우주 너머 도밍게즈 사람이 아닐까. 5번은 생각할 가치도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성현은 인간이에요.)

가설을 되새기고 하슬러 원수를 기다리고 있으면 툭 질문이 날아옵니다. 신성현을 발견한 날 함께 있던 불의 타이머입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이연화 님, 파트너가 생기면 뭐가 좀 다른가요?

타이머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고 팀원이지만 수시로 파견되는 처지라 전원이 모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다들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가까이 모여듭니다.

캐릭터 인장

카렌 멜라니아

똑같은 속성이라면서요. 파워업하는 거, 정말 느껴져요?

캐릭터 인장

신 현

신성현 씨의 기억은 다 돌아온 겁니까.

캐릭터 인장

프레헨 크리스틴

언제 발표한답니까. 계속 숨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캐릭터 인장

아델 헤스티아

뭐라고 불러야 하려나~ 첫 번째 10시의 타이머, 두 번째 10시의 타이머?

캐릭터 인장

렌 샤이

카운터라고 부르게 될지도.

와글와글, 열네 명이 한 마디씩 던지자 금세 열네 마디가 완성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미지수 씨가 궁금한 건 이해하지만 한 명씩 물어봐요. 내 몸은 하나랍니다. (손을 들어 몰려드는 질문을 멈춥니다. 모두의 질문을 모아 깔끔한 답변으로 돌려줍니다.) 신성현의 존재는 미지수 그 자체였어요. 함께 있으면 권능이 강화되고 서로에게 이끌리는, 운명 같은 느낌. 아쉽게도 마지막 이후로 돌아온 기억이 없어서 제시된 가설을 제외하곤 정체를 추측하기가 힘드네요.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축제 때 발표하지 않을까요? 미지수 씨네 ‘카운터’라는 존재도 그때 발표됐다잖아요.
(짐짓 그간 신성현과 지낸 나날을 떠올립니다. 그는 정말… 뭐랄까. 철벽같은 인간이었습니다. 내게 유난히 약한 건 맞는데 조금만 건드리려 하면 귀신같이 방어해 버립니다. 신성현이 잘 때 몰래 덮쳐보려다가 막힌 횟수가 몇 번째인지. 신성현의 도밍게즈와 이곳을 비교한다는 핑계로 데이트도 나가고, 초콜릿 디저트 카페에 가서 단 거 싫어하는 신성현을 괴롭히고, 방송을 탄 후 부쩍 유명해지기 시작한 셰프의 레스토랑을 데려가고. 아무튼 수작질이란 수작질은 다 걸어봤어요. 안 넘어왔지만. 이연화를 사랑하면서 당해주지 않는다니, 누구 때문인지 모를 수 없었습니다. 기분이 처박히는 동시에 좋아진다는 신개념 감정이 이 세상에 존재할 줄은 몰랐습니다. 작게 한숨 쉽니다.)
이게 짝사랑이란 걸까…. (처연한 얼굴이 근심 가득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 현

…미치신 건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맛이 갔나 봅니다. (에리안한테 속삭입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그러다가 천장에 처박혀도 전 몰라요 누님.

캐릭터 인장

프레헨 크리스틴

다들 말이 심하시네요. 이연화 님은 원래 아름답게 미치셨습니다.

캐릭터 인장

아델 헤스티아

아냐… 저건 그냥 미친 게 아니야… 속이 안 좋아…. (저딴 인간이… 짝사랑?)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짙은 웃음으로 딱. 손가락을 튕깁니다. 하나, 둘, 셋, 넷. 네 명 앞에 금빛 마안을 생성합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전,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연대 책임에요.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억울…!)

캐릭터 인장

프레헨 크리스틴

(나머지는 눈치 빠르게 닥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것들은 왜 꼭 힘을 써야 고분고분해지는지. 회의실에서 소란 피울 순 없으니 봐주는 겁니다. 힘을 해제한 이연화가 그들에게 신경을 꺼버립니다. 당장 신성현 하나 신경 쓰기에도 벅찬걸요. 그래요. 이처럼 힘을 사용해 찍어 누르는 게 나의 방식일 텐데 신성현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권능이 자아를 가지고 피아를 구분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상냥하게 다가가 신성현 스스로 나를 안아주길 바랐습니다. 내가 억지로 하는 것 말고요. 생각하니까 보고 싶네. 그새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분리불안 강아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갈망합니다.)

낯설기만 했던 이방인에게 익숙해진 순식간. 벼락처럼 내리친 운명이 등 떠밀자 시간은 순풍에 돛을 편 배처럼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이 바다에는 아직 찾지 못한 기억이 가라앉아 있지만…… 닥터는 억지로 기억을 되찾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무책임한 소견과 함께.
차곡차곡 흐른 날들을 지나 두 사람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요.

캐릭터 인장

아델 헤스티아

내 파트너는 안 태어났을까? 혼자 일하긴 빡센데 말이야.

파트너를 찾지 못한 타이머들이 호기심에 눈을 빛냅니다.
똑똑. 대답 대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끼어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포기해요. 태어났어도 우주 어딘가에 있느라 못 올 거예요, 라는 쐐기를 삼키고 문가를 바라봤습니다.)

문가에는 하슬러 원수와 리히트 장교가 서 있습니다. 자로 잰 듯 각이 잡힌 걸음걸이가 회의실의 상석으로 향합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오래 기다리게 했군. (건조한 인사와 함께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막 모였습니다. (부드럽게 경례하고 브리핑을 듣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그렇다면 다행이야, 우리의 영웅들을 고생시킬 순 없지. 고로 본론을 말해주겠다. (자료를 정리한 원수가 장교에게 눈짓합니다.)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아시다시피 건국제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예언의 디데이죠. 예언의 타이머와 신성현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코스모스 웨이브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건국제 마지막에는 타이머가 등장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치중할 수는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코스모스 웨이브. 외우주의 신이 강림하는 우주 행성의 행렬이라. 생각보다 방대한 멸망이었습니다. 마지막 순서에 타이머가 등장하여 능력을 사용하고 세계가, DOT가, 그리고 타이머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중요한 행사를 뒷전으로 넘기는 말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렇다고 그 중요한 절차를 빼긴 힘들지 않나요.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군의 말이 맞아. 섣불리 불안감을 조장할 필요는 없지.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네, 대신 타이머들은 각 구역으로 파견됩니다. 명분은 축제의 안전 관리. 올해 쇼맨십은 수도가 아닌 구역마다 개인 무대를 준비하고 전역에 생중계하기로 언론과 조율을 마쳤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효율적인 방안이네요. 따르겠습니다. (각 타이머가 담당 구역을 순찰하고 경계하면 놓치는 곳은 없을 겁니다. 신성현은… 어떡할 생각일까. 우선 잠자코 듣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협조에 감사한다. 무대 주변에는 대피소 직통 통로가 마련돼 있다. 게이트가 등장하면 전조 증상이 끝나기 전에 전원 대피가 가능해. 담당 부서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오히려 한자리에 모여있으면 통솔도 쉽다더군.

캐릭터 인장

리히트 장교

4월 20일 당일,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즉시 보고해 주십시오. DOT뿐만 아니라 육군과 해군, 공군까지 동시 대기할 겁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이상, 이의나 질문이 있나?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단순히 시간이 멈추었다는 신성현의 말과 다른 차원입니다. 당연하겠죠. 그쪽은 재해고 이쪽은 신화생물이니까요. 그럼에도 직접 명령받는 건 기분이 다르네요. 타이머더러 사지에 걸어가라는 것과 다름이 없잖습니까. 항명하거나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마음도 없고요. 이곳에서 도망쳐도 전력을 잃은 DOT가 무너져서 외우주의 신이 발을 뻗으면 아무리 멀리 도망쳐봤자 소용없습니다. 세계의 톱니바퀴인 타이머의 사명에 순응할 수밖에요. 충격, 경악, 불안, 초조 그 무엇 하나 없는 온화한 얼굴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계에는 충성을, 명령에는 복종을.) 없습니다.

외우주의 신이라니, 역사에서나 접하던 이름입니다. 타이머조차 승산을 점치기 어렵다는 절대적 포식자. 열네 명의 영웅을 한입에 삼키고 떠났다는 끔찍한 기록까지 남아있습니다.
여태 도밍게즈는 우주의 위협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연명해 왔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도밍게즈는 살아남더라도 타이머들은…….
승률이 희박한 출전을 명령받은 회의실에는 몇 타이머의 대답과 적막만이 감돕니다.
감히 무게를 잴 수 없는 영웅의 두려움은 그 자체로 도밍게즈를 지탱하는 중력. 대신할 자 없고 도피할 곳 없는.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망설임 없는 대답, 마음에 들어. 목숨을 걸라고 말하는 건 명령하는 처지에서도 늘 내키지 않지만. 어떤 위로도 소용없겠으나, 이건 그대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별의 운명이 달렸어. 온 도밍게즈가 함께할 거야. 연구팀이 비슷한 사례를 추리는 중이다. 차라리 아는 녀석이 나타나 준다면 수월할 텐데 말이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외우주의 신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산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무방비한 상태로 맞서는 것보단 확실히 나을 겁니다.
DOT에서 끊임없이 신화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의 생태를 분석하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포일수록 거대한 우주를 구축하니까.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상호 살아남거든 술이나 한잔할까. 돌아들 가. 촉박한 여유를 즐기라고. 탈주만 하지 말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탈주하면 제 손에 잡혀 올 거예요. (어딜. 두려워하는 타이머들에게 눈빛을 찍은 이연화가 미련 없이 등을 돌립니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신이라거나, 멸망이라거나 원래는 이연화에게 별 위기감을 주지 못했을 존재가 거슬리는 건 오로지 ‘신성현’ 때문이었습니다. 세계가 멸망하면 널 못 보잖아. 단지 그게 마음에 걸려. 너와 함께할 수 없으니까. 이제야 나타난 내 삶의 단비를 받아마실 수 없으니까.)

당신의 눈빛을 받은 타이머들은 흠칫거리며 시선을 피합니다.
회의실을 나오는 길, 분위기는 아무래도 어둡습니다. 누군가는 괜찮을 거라 애써 모두를 다독이고 누군가는 결연한 얼굴로 죽음을 각오합니다. 누군가는 겁에 질려 보기 불쌍할 정도로 떨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은 천차만별인데도 도망칠 생각을 하는 타이머는 없습니다.
당신의 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도밍게즈가 멸망하면 결국 이 별 위에 산 것은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요.

캐릭터 인장

아델 헤스티아

타, 타이머 따위 되고 싶지 않았어…. (유달리 심약한 타이머가 훌쩍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각각 동요하는 타이머와 거리가 먼 이연화였습니다. 아델 헤스티아의 두려움엔 상냥한 미소로 어깨를 도닥여 줍니다. 군의 사기는 중요하거든요.) 걱정 말아요. 정 두려운 타이머에겐 원수님이 지원 군대를 더 붙여주시지 않을까요. 그 정도 여력은 남아 있을 거예요. (달래기는 여기까지. 난 바쁜 몸입니다. 나의 소중한 게 도망가진 않았을지, 잘 있을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손을 살랑 흔듭니다.) 휴가 잘 보내요. 탈주만 하지 말고.

달콤한 달램에 진정한 타이머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다른 타이머들이 당신에게 마주 손을 흔듭니다.
당신은 이런 곳에 신경 쓰기보다, 머릿속을 차지한 누군가를 만나러 돌아갑니다.
마침 복도 끝에선 신성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편과 저편에서 눈이 마주치는 순간.
⚜ 충동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당신을 보자마자 느낀 것은 안정감,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온기. 역시 당신이 일으킨 불길은 당신에게만 반응해 커집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의 살이 파르라니 일어나는 이 감각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냥, 애정에 목마른 몸짓으로 당신에게 달려가는 것뿐. 부족한 충동을 채우려 잡아당기는 것뿐. 발걸음이 급했습니다.)
(4+2)dx | 충동 판정 (6DX10) > 10[2,6,8,9,9,10]+6[6] > 16

캐릭터 인장

신성현

(복도 끝에서 당신을 기다린 신성현은 달려오는 인영에 입꼬리를 작게 끌어올린다. 옅은 미소가 소중한 아이를 반겼고 당신에게 향한다. 빠른 군화 소리, 정갈한 신발 소리가 얽히고설킨다. 반가워하는 나직한 애정이 들려온다.) 이연화.
(2+2)dx | 충동 판정 (4DX10) > 10[3,8,8,10]+2[2] > 12

따끔!
스파크가 튀고, 시간의 각인이 화끈화끈 달아오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비어있던, 그러나 원래 당신의 것이었을 무언가가 돌아옵니다.
원래도 완전했던 그릇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흐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딱, 한 걸음.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이연화의 걸음이 멈춥니다. 달아오르는 시간의 각인과 선명해지는 당신의 존재. 제 안에 들어차는 무언가는… 틀림없는 신성현이었습니다. 채 감정을 정의하지도 못한 이연화에게 벅찬 파도가 들이닥치자 그는 호흡을 잊었습니다. 생의 처음으로. 태어난 이래 최초로 생동감을 느낀 이연화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형, 이거, (네가 한 거야? 생기 있는 눈동자가 묻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 또한 같은 감각을 공유하는지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내게 비어있던, 그러나 원래 나의 것이었을 무언가가 돌아온다. 약해진 그릇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흐르는 것이다. 딱, 한 걸음. 그 한 걸음을 마저 다가가 이연화에게 가까워진다. 깊은 푸른빛 눈동자가 당신만을 담았다.) …응, 이연화. (우리가 한 거야.)

착각이 아니에요. 지금, 정말로,
권능이 한층 부풀어 올랐습니다.
불을 켜자 방 안이 환해지는 것처럼.
해가 지면 수평선에 노을이 번지고
달이 차면 잎새 사이 볕뉘가 고이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의 ■■■ ■■■ 것처럼!
정보가 공개됩니다.
딱, 한 걸음.
너와 나의 거리가 사라지자 비로소 완전하게 충족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존재의 의미를 찾아낸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야가 아찔했습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요. 네가 나의 운명이고 나를 찾아온 단 하나의 색이라는 걸. 무채색이었던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호흡이라는 걸. 제 안에서 날뛰는 권능을 느낍니다. 가장 완벽하고, 순도 높은 시간. 중력의 정점. 당신과 함께하는 지금이라면 우주를 거스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성현의 손을 잡아 옵니다. 떨리는 한숨을 내쉬고, 들이켜고. 당신을 품에 안습니다.) 당신의 정체가 무엇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어졌어요. 난… 이제 당신 없이 안 될 것 같아요. 네가 먼저 부추긴 감정이니까… 권능이니까. (도망칠 수 없게. 강한 힘을 주어 속삭입니다.)
당신이 책임져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처럼 뜨거운 숨을 흘린다. 가득 끌어안겨 맞닿은 몸이 기꺼웠다. 아, 그때 신성현은 떠올린다. 자신에게 남아 정의할 수 없어 무겁게 들고만 있던 감정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그가 기억 속 이연화가 맞든 아니든 신성현은 이연화를 사랑할 것이다. 그것이 세계가 점지한 운명이었으므로. 당신을 마주 끌어안는다. 눈을 감아 가슴에서 꼭 같은 박자로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꼈다.) 대답이 정해져 있는 말이네. 신성현은 애초에 이연화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상태였어.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평생. 그런 느낌이 들어. (힘 있게 선언한다.)
도망치지 않아. 나는 너를 구하려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너만큼은, 반드시…. (그 대사는, 퇴역한 영웅의 결연한 맹세와도 같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만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대에게 평생을 약속하고 죽음마저 막아주겠다 나선다니요. 허나 이연화에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안아준다는 사실, 같은 박자로 뛰는 심장 소리가 이성을 모조리 빼앗았습니다. 원초적인 욕구는 당신을 죄 삼켜 독점하고 싶었습니다. 허기가 느껴져요. 아주 지독한 허기가… 사랑을 갈구하는 결핍이. 금색 눈은 위험하게 빛납니다. 이로써 이연화는 신성현이란 목줄을 차버린 거예요. 말했죠, 한 번 피 맛을 본 짐승은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완벽한 중력을 느껴버린 그는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겨울 향기가 폐부를 한껏 잠식합니다.) 반칙이에요… 반칙이라고요. 그런 말 하면 못 참아요, 나. 형이 안 된대서 잘 참고 있었는데. 착한 아이 되려고 했는데. (짐승이 그르렁댑니다. 푸른 바다에 빠져 심해까지 내려간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 곳에 들어온 건지 알까요. 신성현을 벽으로 밀쳐 제게 가둡니다.)
키스해 주세요. 지금 당장.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계가 뒤바뀌고 온 중력이 상대에게 이끌리는 감각을 어찌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두 사람에게만 주어진 감정이자 운명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행성, 다른 기억을 공유한 사람에게. 이연화는 신성현의 목줄을, 신성현은 이연화의 목줄을 찬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숨이 되어 상대를 연명시킨다. 이는 이연화를 만난 신성현이 비로소 숨 쉬는 것으로 확실해진 가정이었다. 등과 벽이 닿는 게 느껴지면 당신은 모를 애절한 금색 눈동자가 저를 바라본다. 홀린 듯 입술이 열린다.) 이연화는 괜찮아. 나에게 나쁜 아이가 되어도, 참지 않아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우주를 만들어 줄게. (언제나 옆에서 도와줄게. 더 크고, 더 예쁘고, 네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킬 수 있는 우주를 선사해 줄 거야. 어린 파트너에게 한 말을 읊조린다. 서로를 탐하는 입술이 맞물린다. 격정적이고도 다정한 키스를 했다. 모든 달콤함을 모아 만든 숨결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달콤한 전율이 몸 전체로 퍼집니다. 당신이 만든 충동은 갈수록 커져 우리라는 행성을 공전하는 고리가 되었습니다. 떨어지기 싫어요. 이제는 떨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내 품에 고정시킬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리할 것입니다. 주위를 장악한 중력의 어떨 때는 일렁이며 고리에서 파도로 바뀌고, 또 어떨 때는 넓게 퍼져 우주를 다시 만들어 내는 등 이연화의 기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이와 다른 듯 비슷한 우주. 본질은 같은 이연화기에 만들어 내는 별. 신성현이 내어주는 숨결을 영혼까지 집어삼킬 것처럼 받아 마셨습니다. 부족해. 더 강렬한 것을 원해. 입술이 떨어졌다 맞물리는 사이에 열기를 전합니다. 헐떡대는 숨 사이로,) …해도, 돼요? (한 사람만을 위한 농도 깊은 배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에게 녹아내리는 숨결은 가쁜 황홀함을 만끽했다. 이 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한다는 게 이런 감각일까. 어지러운 별들의 선율이 그토록 아름다웠다. 그 속을 유영하는 당신이 가장 찬란했다. 손을 뻗으면 금색 머리카락이 살갗에 얽혀 장난친다. 하늘을 떠다니는 양 붕 뜬 기분인데… 가슴 한편은 기쁜 것에 비례하여 아파왔다. 아직 네가 부족한가 봐. 잃어버린 조각이 너무 큰가 봐. 그러니까… 괜찮을지도 몰라. 상대에게 휩쓸리는 지금이라면 뭐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소리 섞인 허락이 흘러나온다.) 직전, 까지는…
해도 돼. (맨 손가락이 이연화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꿈결에 젖은 미소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명실상부한 허락. 끝까지 허락한 게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드디어 당신이 벽을 허물어 이연화의 침입을 허락했다는 뜻이었습니다. 무너진 몸을 일으킵니다.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손길에 눈가를 흠칫거립니다. 오랜 기간 인내한 이연화가 쏟아낼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당신 손을 움켜쥐어, 손깍지를 엮고, 잡아당깁니다. 당신과 함께 도망치는 겁니다. 모든 가면을 벗은 순수한 눈웃음이 신성현에게만 드러났습니다.) 당신이 허락한 거예요. 안 멈춰요. 아니, 못 멈춰요. (하얗고 검은 겉옷이 걸음에 나부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넘어선 안 될 선을 허락했다는 후회감은 들지 않았다. 그런 걸 느끼기엔 우리의 시간이 일치하는 순간은 당신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직전까지…니까. 소중한 아이가 자신을 바란다는데 어떡하겠어. 당신의 뒤를 따라가 함께 도망쳤다. 빈틈없이 잡은 손깍지가 사랑스러웠다. 이연화를 감당하지 못할 사람이었다면 당신을 보채지도 않았을 테지. 감당할 준비 됐어.) 네 마음대로 해. 신성현은 이연화를 위한 존재야.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두 사람의 인영이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으로 사라진다.)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둘만의 숙소까지.
두 사람의 거리를 가로막던 벽이 허물어진 게 맞는지 확신 받고 싶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참지 못하고 단단히 잡은 손이 뜨거웠습니다. 서로의 고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손가락을 얽고, 온기를 나누고, 나란히 뛰는 어깨가 유난히 가까워집니다.
탁,
두 사람이 들어선 숙소의 문이 닫힙니다.
지금부터는 둘만의 시간이에요.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4 → 5
[ 신성현 ] 로이스 : 4 → 5

◆ #Scene 7. 폭풍 전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4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8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91 → 95
[ 신성현 ] 침식률 : 99 → 107
[ 신성현 ] BN : 2 → 3

눈을 깜빡이면 도로시를 쓸어간 태풍처럼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고 희고 고운 모래가 누워 있을 뿐입니다.
쨍쨍한 태양과 그 아래에 선 신의 첫 번째 손가락.
이런 사막은 생전 발 디딘 적 없는데…….
눈부심으로 얼룩진 시야에도 당신은 그 탑 표면에 쓰인 글씨를 발견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긴… 꿈인가. 본 적 없는 공간과 몽롱한 기분.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정신과 육신이 따로 놀았습니다. 시야에 들어찬 글씨를 바라봅니다.)

「나는 시작과 끝이오, 알파와 오메가이며 우림과 둠밈이라. 태초의 빛이 모든 것을 밝히니 있던 것들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지라.」
낯선 글귀는 황금의 몸체에 빛처럼 일렁거립니다. 전혀 모르는 글자를 익숙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누군가 당신을 부릅니다.
“너한테 알려줄 게 있어.”
“잊지 마, ‘너희’가 해야 하는 건…….”
“■■ ■■■ ■■ ■■.”
귀 기울이지 않아도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습니다. 신성현.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그곳은 제10구역이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 날 아침. 이상한 꿈과 함께 이른 새벽에 기상합니다.
멸망을 앞두고 제10구역에 파견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은 드디어 디데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빡. 벌떡 몸을 일으킵니다. 주위는 이상한 사막과 글씨 대신 제10구역 숙소였습니다. 백색 우주 연구소와 높이 선 최초의 우주선이 자리한 곳. 그리고….) 신성현. (꿈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당신이에요. 신성현을 확인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고? 무엇을?)

옆자리를 돌아보면 신성현은 아직 자고 있습니다.
설핏 든 새벽빛은 잠든 얼굴을 비스듬하게 쓸어내립니다. 이 별에 불시착한 존재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요한 풍경입니다.
어깨를 한 번 뒤척인 신성현이 잠꼬대를 중얼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죽여야 해.

꿈결이라기엔 퍽 살벌한 대사입니다. 맥락을 알 수 없어 살해 대상도 진정성도 알 수 없지만…… 낭만적인 내용은 아니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신성현. (일어나 봐요.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신성현이 불안했습니다. 이상한 꿈, 이상한 소리. 당신이 꿈처럼 사라질 것만 같아요. 창백한 뺨을 쓰다듬어 입술에 손을 대 흘러나오는 호흡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으음… 저를 흔드는 손길에 서서히 깨어난다. 잠결에 흐려진 눈동자가 두어 번 깜빡이자, 의식을 되찾는다. 가장 먼저 시야 가득 들어온 당신을 보고 살풋 미소 짓는다.) 이연화. 벌써 일어났나? (더 자도 되는데, 볼 근처에 자리한 당신 손을 감싼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굳은 마음이 사르르 풀립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덜 깬 눈으로 지금 이곳에서 저를 바라봐 주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깨어난 당신 입술에 입 맞추는 모닝 키스가 먼저입니다.) 이상한 꿈을 꿔서요. 형도 살벌한 잠꼬대를 중얼거리는 것 같던데… 악몽 꾼 거예요? (당신이 쓰다듬어 주는 것을 흉내 내 흑색 머리칼을 헝클어뜨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악몽? (잠이 덜 깨 몇 초 부스럭거리며 일어난다. 상체만 세워 당신의 헝클어뜨림을 받는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악몽…인지는 모르겠어. 신화생물과 싸우는 꿈을 꾼 것 같아. 너랑 종종 출동하곤 했으니까 그런 건 아닐까. 오늘 그날이잖아. 너는 무슨 꿈 꿨길래. (이연화 입술 톡.)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확한 기억은 안 나는 모양이네요. 난 생생해서 아직도 기억나요. (일어난 당신 옆에 눕습니다. 두 사람이 눕기 좋은 킹사이즈 침대가 포근하게 받아줍니다. 신성현 품으로 파고들어 중얼거립니다.) 흔적도 없는 아지랑이, 희고 고운 모래, 쨍쨍한 태양과 그 아래에 선 신의 첫 번째 손가락. 제0구역인 것 같아요. 신의 손가락은 탑이고. 탑 표면에 쓰인… 글씨가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들려온 당신의 목소리. 아는 거 없냐고 갸웃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쨍쨍한 태양과 희고 고운 모래… 첫 번째 손가락. 들었다는 내 목소리는 뭔지 모르겠지만 풍경 자체는 내가 있었던 도밍게즈의 제0구역과 같아. 너희도 똑같겠지. 하지만 떠오른 기억에서 실제로 탑을 본 적은 없어. 내게도 이렇다 할 단서가 없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당신을 폭 끌어안는다. 이번에는 자신이 금빛 머리칼을 헤집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래요? 뭐, 됐어요. DOT로 보고해서 알아봐 달라고 하면 돼요. 제0구역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당신이라는 기적을 보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방법을 몰랐습니다. 우린 가능성 없는 일을 실현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코앞에 닥친 축제부터 해결해야 해요. 쓰다듬을 한참 즐긴 이연화가 불현듯 확, 일어서 당신을 제 아래 깔아버립니다. 짓궂은 웃음입니다.) 혀엉.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신성현을 보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오늘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말이지. (4월 20일, 도밍게즈 건국제가 시작되고 끝나는 날. 멸망의 예언이 도래한 오늘 신성현은 당신을 올려다본다. 거부 없이 깔린 그가 시간을 확인한다. 마음은 애교 가득한 당신을 예뻐해 주고 싶은데 이성은 정신 차리라고 막아섰다. 넌지시 속삭인다.) 곧 있을 제10구역 순회는 어쩌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한테 귀염받을 시간 정도는 남아있어요. 마지막이잖아요, 오늘. 무사히 넘어갈지 후대에 온 힘을 다해 희생한 타이머로 기록될지 어떻게 알아요. 응? 신성현. (이른바 마지막 만찬입니다. 신성현이 지독하게 막아내 끝까지 남은 단 하나의 벽을 넘진 못하는 게 유일한 미련이었습니다. 당신 입술에 새가 쪼듯 도장 키스합니다. 하얀 손가락은 얇은 천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이게 다 형이 잘생긴 탓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트너께서 언제부터 고양이 탈을 쓴 강아지가 됐을까. 외모 핑계는 나도 할 말 많아, 인기 많은 타이머 씨. (마지막이라는 말에 약해진 건 아니야. 나는 너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고 너만큼은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잠깐의 휴식은… 누려도 괜찮으리라 여겼다. 이연화의 흑심 품은 손길을 내버려둔다.)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 딱 그때까지만 허락해 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예쁜 거랑 잘생긴 거랑 다르죠. 나 예쁘다면서 겨우 몇십 분 허락해 주기 있어요? (신성현을 누리기엔 턱없이 불만 가득한 시간, 뭐라 하기엔 많이 양보해 준 시간. 착한 아이가 되어 고개나 틀었습니다. 쪽… 젖은 입술을 탐한 이연화가 달콤한 감정을 쏟아붓습니다.) 시간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키스할 거예요. 빨리 안아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 예쁜 거랑 제10구역 순회의 중요성이랑 다르기도 해. 사랑스러운 파트너는 형 마음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정말 많이 양보해 줬어. 오늘은 언제, 어떻게, 어디에 멸망이 떨어질지 모르니 긴장을 곧추세워야 했다. 세계의 운명을 짊어져 피곤할 당신에게 주는 에너지 충전이었다. 작게 벌린 입술 틈으로 두 사람의 숨결이 섞이자 옅은 웃음을 흘렸다. 따뜻한 팔이 이연화를 끌어안는다.) 이리 와.

고작 몇십 분. 파트너를 애정하는 마음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서로를 얼마나 바라는지는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흘러가는 1분 1초를 아깝게 여기며 뒤섞인 호흡을 탐하고 탐하다가…….
띠띠띠. 띠띠띠띠. 야속한 모닝콜이 천장을 뒤흔듭니다.
군복으로 갈아입은 후 제10구역 순회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저녁에는 쇼맨십 무대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신성현의 존재를 처음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니 무게가 남다릅니다.
새로운 타이머, 타이머의 파트너인 카운터, 미지수 X…….

캐릭터 인장

이연화

(떨어지기 싫어요… 이제 막 수작부리려니까 모닝콜이 열기를 흩트렸습니다. 탁. 권능으로 사납게 끈 이연화가 밍기적 일어납니다. 힐끔.) 안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돼. (칼같이 나른한 몸을 일으킨다. 당신이 헤집은 옷을 정리해 검은 군복을 가져온다. 하얀 건 당신에게 건네주고 웃는다.) 임무 하러 가자,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앞에 붙은 글자만 뺐으면 내 사랑을 받았을 거예요. (매정한 신성현… 철벽 신성현… 도대체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들이민 군복을 무겁게 듭니다. 내 파트너인 당신을 알리는 쇼맨십 행사를 위해 인내하는 겁니다.) 나중에 두고 봐요. (괜히 불안한 사망 플래그는 세우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지금도 파트너의 사랑이 넘쳐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어. (그래그래, 삐진 고양이를 살살 쓰다듬는다. 같은 마음인 신성현도 불안한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당신과 내가 함께해. 그걸로 충분했다. 저녁이면 낯선 세계에 불시착한 내가 또 다른 카운터로 각인되겠구나. 어린 이연화와 바뀐 운명은 어쩐지 뭉클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각 맞춰 지급된 하얗고 검은 군복을 착용합니다. 귓바퀴의 무전기, 허리춤의 텔레미터, 완벽한 구원자로 탈바꿈하면 순회를 나섭니다.
배정된 제10구역 숙소에서 나와 맞이한 거리는 휘황찬란합니다. 기실 이 시즌은 어딜 가나 비슷해 보이죠.
해와 달의 장막을 비유하는 깃발.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는 손수건.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며 활짝 펴둔 우산. 베란다며 창틀마다 수놓은 새파란 장미까지.
거리에는 목전의 멸망을 모르는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광장’과 ‘골목’, ‘공원’을 돌아다닙니다. 도드라지는 것이 있다면 ‘제10구역의 손가락’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광장으로 먼저 가볼래요? 축제 전 기억은 돌아왔댔으니 당신 도밍게즈와 이 도밍게즈를 비교해 볼 겸. 제10구역은 처음이잖아요. (마침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자연스레 신성현의 허리를 감싼 이연화가 달라붙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난 좋아.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우릴 알아보지는 않을까? (내가 한 말을 이연화가 하는 기분은 이상했다. 많은 인파에 당신의 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붙들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손잡아주는 당신을 귀엽게 봅니다.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타이머가 각 구역에 맞는 지역을 순찰하고 무대에 서는 건 미리 공표된 일이에요. 게다가 우리 얼굴이면 가려봤자예요. (아주 당당하게 맨얼굴을 드러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맞는… 말이긴 한데. 가려봤자 소용없는 예쁜 얼굴이니까 더 가려야 하는 거 아닌가…? (채 말리기도 전에 이끌려 광장을 향했다. 사방에 수놓인 새파란 장미 향이 진했다. 이연화 하는 것만 보면 순회를 가장한 데이트였다.)

매일 날씨가 미친 것처럼 뒤바뀌는 제10구역도 오늘만큼은 딱 좋은 화창함입니다.
화려하게 꾸민 연구소를 지나쳐 도착한 광장은 깨끗한 아스팔트가 깔려있고 정중앙에는 커다란 시계탑과 분수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를 당당하게 드러낸 타이머를 곧장 알아봅니다.

 

시민 1

이연화 타이머다.

 

시민 2

순회 나오셨나 봐!

누군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말이 도화선이 되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제1구역 게이트 출몰 때보다 선명한 시선이 따라옵니다. 호감, 호의, 온갖 곱고 귀한 것들을 모아 가루를 낸 것처럼 부드러운 시선들이…….

 

시민 3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채 떨어지기도 전에, 누군가 묻습니다.

 

시민 4

그러게. 저런 군복도 있었나?

 

시민 1

본 적 없는데. 다음 기수의 타이머 아냐?

 

시민 2

그럴 리가 있어? 타이머는 한 세대에 하나뿐이잖아.

 

시민 3

그럼… 이연화 타이머의 부관이라던가?

질문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꼬리가 꼬리를 잘라, 계속해서 새로운 꼬리가 돋아납니다.
당신과 친밀하게 손잡아 걷는 신성현의 존재가 퍽 이질적이었던 모양이에요. 하긴,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하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대답하지 마요. 나는 웃고 당신은 정갈한 표정을 유지하는 거예요. (침묵하고 무시로 일관할 것, 어떤 이야깃거리도 흘리지 말 것. 순회하는 오늘은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사항이 해당하지 않으므로 일정한 걸음을 유지합니다. 쇼맨십으로도 부족해서 미리 낙인찍어두는 것입니다. 신성현은 나의 것이라고. 대답 없이 분수로 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고 있어. 이연화와 축제 전에 놀러 나갔을 적에도 그렇게 행동했다. 너처럼 당당하게 드러내진 않았다만. (이연화 같은 미인을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하지. 사방을 가득 메워 의문 섞인 시선을 보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말 당당하게 다녀도 괜찮나. 뒤늦게 걱정이 몰려온다.) 위에서 뭐라 하지 않아?

도밍게즈와 근처 행성의 모형을 딴 우주 형태 분수에서는 영롱하고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작은 별 모형들은 햇빛을 받아 진짜 별처럼 반짝거립니다.
이곳에 새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며 소원을 비는 행위는 도밍게즈의 흔한 의식입니다.
주위는 장미를 사고파는 사람과 타이머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꽉 채워지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축제 데이트하는 건 두 번째여도 당당하게 데이트하는 건 내가 첫 번째라는 소리네요? (이연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은 나머지 듣고 싶은 것만 들었습니다. 중력을 조종하여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게 조절하다가 적당한 장미를 발견하면, 가장 싱싱하고 예쁜 것 두 송이를 구매해 당신에게 하나 들려줍니다.) 안 될 게 뭐가 있어요. 타이머를 쪼개서 각 구역에 배치한 의도가 뭐였을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듣고 싶은 것만 듣지 말고. 이연화 이야기 안 해볼게, 잘못했다. (당신을 노이로제 걸리게 만든 건 자신이라 적당히 항복했다. 둘이 당당하게 나선 데이트. 과연 처음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대답을 얼버무렸다. 손에 들린 파란 장미를 짐짓 소중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고마워,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섣불리 불안감을 조장하지 않으려고. 축제의 안전 관리, 타이머와 DOT가 건재하다는 과시 등등. (그럼 이건… 말하면서 깨닫고 당신과 눈을 맞춘다.)
과시의 연장선이구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번 눈치는 둘 다 아주 훌륭했어요.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이연화의 미소는 화창한 날씨 덕을 받아 한층 반짝였습니다. 당신과 데이트하는 게 기분 좋은 까닭도 있습니다. 분수 정중앙, 태양 아래 눈을 맞추는 당신이 문득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고, 따뜻한 귓가를 쓸어내려 갑니다. 진한 푸른 장미 향기가 향긋했습니다.) 반은 정답. 나머지 반은 당신을 내 거라 과시하려는 속셈이에요. (어깨를, 팔을, 손목을 타고 내려와 원래 잡았던 당신 손을 들어 올립니다. 고개 숙인 이연화가 신성현의 손등에 입 맞춥니다. 달디단 애정을 담아. 눈꼬리는 어여삐 휘었습니다.)
이기적인 소원을 빌어볼까요. 평생 내 파트너가 되어주세요, 신성현. (12살의 아이와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 당신을 감쌉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말없이 이연화가 하는 것을 지켜본다. 머리칼을 넘겨 귓가를 만지고, 어깨를, 팔을, 손목을 쓸어내려 손등에 입 맞추는 애정. 운명에게 반응한 심장은 두근거리고 시간이 느려지는 착각을 주었다. 새파란 하늘과 금빛 태양을 받아 빛나는 네가 한 말은 저를 붙잡는다. 불시착한 행성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이번에도 겨우 입술을 연다.) 사랑하는 파트너의 소원은 전부 들어주고 싶은데,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평생을 확신할 수 없네. 이건 너도 이해하겠지. 타이머란 그런 시간이니까. (어느날 각성해 어느날 사라지는 신의 그릇. 자신의 꽃송이를 꺾어 분수로 빠뜨린다. 어여삐 웃는 이연화에게 여린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난 이연화가 평생 신성현의 파트너가 되게 해달라는 약속을 빌 거야. (약속이 아닌 소원. 어쩌면 카운터 이연화와 타이머 신성현이 빈 소원이 너와 날 만나게 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궤도, 같은 운명을 걷는 쌍성으로. 당신 손을 끌어와 같은 곳에 입 맞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억 속 아이와 이연화가 지닌 감정은 달랐습니다. 일찍이 당신을 만난 아이가 하나뿐인 파트너를 부드럽게 구애했다면, 이제야 당신을 만난 이연화는 파트너를 옭아맸습니다. 설렘 가득한 눈동자 속 감춰진 속내는 집착, 독점, 욕심, 소유. 처음 맛본 신성현의 애정은 시간에 따라 달콤하고 달콤해져서 이 꽃향기와 견줄 수 없는 중독이 됩니다. 빠져나갈 수 없어요. 어느날 빈 소원이 저까지 묶어두는 것입니다. 이연화의 별은 신성현의 별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이라고. 눈은 당신에게 고정한 그가 새파란 장미 목을 꺾어 분수에 던져넣습니다. 뚝. 부러지는 소리는 장미의 것인지 제 인내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랑에 취해 속삭입니다.) 하나 더 빌어야겠어요. 당신과 내가 평생 파트너인 소원에 더해서.
이연화는 신성현과 한날한시에 사라지고 싶어요. 당신을 홀로 남겨두는 것도 싫고, 당신 없는 시간을 살아가는 것도 싫어요. (다시 무채색 세계로 돌아가기 싫어. 온기 없는 싸늘함에 익숙해지기 싫어. 사방에 가득한 시선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키스해 버렸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가 아니었다. 고로 당신이 지닌 감정의 실체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아. ‘이연화’에게 제 존재를 내어준 시점에서 이미 신성현은 이연화의 것이다. 나를 옭아매는 불순한 감정이면 어때. 당신이 내 운명이란 것은 변하지 않는데. 숨을 들이켤 때마다 실려 오는 향기가 당신의 것인지 꽃향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본능에 휩쓸리는 성격이 아닌데도 지금 당신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사방에 가득한 시선만 아니었다면 이연화가 바라는 숨결을 건네주었을 테지. 바닥나는 인내심을 끌어올려 낮게 소곤거린다. 당신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이 만남이 운명이자 필연이라면 설령 둘 중 하나가 남아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손가락은 반대편 손가락이 있어야만 얽힐 수 있으니.
물론 남겨지는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게 최고야. 벌써 마지막을 생각하지 마, 이연화. 최악의 수는 나중에 가서 고려해도 충분해. (당신과의 이별이라니. 내 사랑을 만나 간신히 살아난 심장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붙든 손가락에 한 번 더 키스해 주고 떨어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영리한 신성현은 이연화의 감정과 욕심을 애진작 느꼈을 테지요. 그래서 좋은 겁니다. 내 불순한 의도를 눈치챈 주제에 순진무구한 사랑을 보내주고 있으므로. 과분한 사랑이었습니다. 존재를 내어준다는 건 곧 신성현의 모든 것을 이연화만 가질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당신을 욕심내는 게 한두 명이 아닌데, 끝내 저를 쥘 사람은 이연화라며 단정하는 거잖아요. 나는 이 달콤한 독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소중한 존재가 때로는 도밍게즈를 구원하는 타이머에게 해악이 될 걸 알면서 받아마셨습니다. 마음을 준 대가로 따뜻한 불길이 피어올라요.) 그렇죠… 벌써 당신과 헤어짐을 상정할 필요는 없어요. 나를 지켜주는 당신 손을 잡고 내일로 넘어갈 거예요. (손길이 고픈 강아지의 얼굴입니다. 손가락과 손가락을 엮습니다.)
…뽀뽀해달라면 안 들어줄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할 수 있어. 세계가 멈춘 기억 이후에 내가 살아있잖아. 멸망을 이겨낼 방법은 반드시 있을 거다. (이연화는 이연화였다. 고작 곁에 있어 준다는 말을 한참 동안 좋아한다. 때로는 도밍게즈를 구원하는 타이머에게 독이 될 대가 없는 애정, 그것은 어떨 땐 강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끊기지 않는 인연이라는 이름의 형태. 마지막 조각이 결속된 권능. 쥐었다가 사라지는 게 더 괴로운 법이야. 우리는 한 번 생긴 소중한 온기를 놓을 수 없어. 엮인 손을 잡아당겨 이연화와 붙는다. 당신이 뛰게 한 심장 소리를 전했다.) 안 된다니까. 저녁 10시까지 참아. (애탄 강아지의 시선을 돌린다. 이러다가 애 눈 돌겠군. 손끝이 가리킨 곳은 골목길이었다.)
저기 내 입술보다 달콤한 거 많아. 사줄게, 가자. (소풍 가듯 데려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세계가 멈췄음에도 형은 살아서 내 옆에 있다는 게 무사함을 증명해 주는 거죠. (다 큰 이연화랑 이별했다면서요. 방법은 있긴 할 거예요. 그게 어디에 있고 어느 형태인지가 문제인 거지. 퉁명스런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처럼 끌려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형 입술보다 달콤한 건 없는데요. (낯부끄러운 말을 거침없이 중얼거립니다. 난 진실만 말했어요. 신성현 입술이 세상에서 제일 달콤했다고요. 내 파트너께서는 당신 짝이 성인이라는 걸 잊은 모양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혹시 몰라. 돌아다니다가 힌트를 발견할… 또 이상한 말 하지.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을 겉옷 안쪽, 푸른 마안이 반짝 빛났다가 사라진다. 순간 당신 입술이 중력에 눌려 무거워진다. 남들 시선 때문에 낯부끄러운 원흉의 근원지를 직접 응징할 수 없었다.) 계속 그러면 안 놀아주고 순회에만 집중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틀린 말도 아닌걸. 어른인 당신의 파트너는 사탕 과자 이딴 것 말고 다른 달콤함에 눈 떴다고 전해달라네요. (읍, 귀여운 응징에 나불대는 입이 다물렸습니다. 불만과 욕망이 꾹꾹 억눌린 눈빛으로 호소할 뿐입니다. 미인은 자고로 다무는 법이 없어야 한다죠. 순간 닫혔다가 다시 열린 입은 한결같습니다.) 장미보다 아름다운 날 두고 감히 한눈파는 거예요? (핀트가 이상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투정 부리지 말고, 꼬아서 듣지 말고. 20살이면 애야. 진짜 어른인 당신의 파트너는 덜 자란 파트너께서 철은 언제 들 거냐며 걱정한단다. (피식 웃는다. 당신 머리칼을 헝클어뜨려 완전히 아이 취급했다. 삐진 아이 다루는 법은 손쉽다. 시기 적절하게 당근을 흘리는 것.) 이연화 타이머님은 빨리 순회해서 여유시간 남긴다는 생각을 못 하시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꼬인 사람을 파트너로 뒀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형이 30대 후반이라 애로 느껴지는 거지 난 다 자란 게 맞, …여유시간? (애가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적절히 흘린 당근에 낚여 눈을 빛냅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어여삐 정리해 총총총 따라가 붙습니다. 신성현에게 기댄 이연화는 보이지 않는 여우 꼬리를 살랑, 흔듭니다. 착한 아이 모드입니다.) 연화는 형아가 사주는 솜사탕 먹고 싶어요. 먹고 힘내서 얼른 순회할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정답 이야기했네. 30대 후반인 사람에게 20대는 10살이랑 똑같이 느껴진다. (이런 요망한 금색 아기 여우 같으니라고… 귀여워하는 의미다. 이연화가 일부러 사람을 모아줌에 감사했다. 많은 시선이 그의 수작질을 막아줄 것이다. 느슨한 태도로 솜사탕 가게를 찾는다.) 소중한 연화가 배고프다니 어쩔 수 없군. 양치도 잊지 마.

신성현에게 꼬리 흔드는 여우가 되어 분수를 벗어나, 골목으로 이동합니다.
골목은 내내 시끌벅적하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여러 종류의 소스를 바른 꼬치구이라거나 과일을 정교한 모양으로 깎아 설탕물을 입힌 사탕, 바람에 흔들리는 색색의 솜사탕, 캐러멜을 입혀 튀겨낸 과자들.
그중 우리가 향한 곳은 색색의 솜사탕이 진열된 솜사탕 가게입니다.
어울리지 않은 인물이 다가오자 화들짝 놀란 상인은 부랴부랴 응대합니다.

 

솜사탕 가게 상인

어, 어서 오세요 이연화 타이머님! 옆은…? (정체 모를 인물, 배색이 다른 군복. 일단 DOT 관계자라는 건 알아보고 예를 갖춥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쉿, 제 엄지에 입술을 가져가 비밀이라는 뉘앙스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 손가락은 검푸른 빛 우주 모양을 한 솜사탕을 가리킵니다.) 하나 부탁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만든 풀어진 얼굴은 상인과 마주하면 정적인 표정을 유지한다. 미지수 X로서 실행한 침묵이었다.)

 

솜사탕 가게 상인

솜…사탕, 이연화 타이머님이 솜사탕… 그럼요! 영광입니다.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생일대의 영광이에요. (횡설수설 타이머 주접을 부린 상인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검푸른 빛 우주 모양 솜사탕을 건네줍니다. 정체를 가리지 않은 순기능입니다.)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도밍게즈를 수호해 주신 분께 드리는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주신 선물을 거절하고 싶진 않으니 감사히 받을게요, 다음 축제 때도 잘 부탁해요. 들린 건 단순 순회 목적이니까 다들 편히 즐기세요. (당연하게 다음을 기약하는 말. 도밍게즈는 평화로울 것이라며 언급한 이연화는 당신 닮은 솜사탕을 한 입 베어 뭅니다. 폭신달달한 식감이 누구 씨를 떠올리게 만드네요. 신성현은 웃을 때나 무표정일 때나 잘생겼다는 자잘한 생각과 함께.) 형은 단 거 싫어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의문, 호기심 담긴 시선을 흘려보낸 신성현은 눈가를 살짝 떨었다. 이연화가 끌고 간 초콜릿 디저트에서 겪은 일들이 굳게 닫힌 입안을 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너 많이 먹어. 난 파트너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정체 유추가 가능한 파트너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햇살 같은 웃음을 짓습니다. 신성현에게 자신이 입 댄 부위 솜사탕을 들이댑니다.) 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의견 들을 생각은 없었던 거지? (이럴 줄 알았다. 당신이 베어 물어 폭삭 가라앉은 솜사탕을 떨떠름해했다. 냄새부터 달아… 그런다 한들 내가 당신을 거부할 수 있겠나. 마지못해 머뭇거리는 입술이 열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연한 거 묻지 마요. 소중한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먹는 건 미안하잖아요. (퍽이나. 즐기는 게 틀림없습니다. 마지못해 열린 입술 틈에 솜사탕을 들이밀어 물려줍니다. 간접 키스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이연화가 뿌듯하게 신성현 손을 이끕니다. 공원 데이트 갈 겁니다.) 당 충전은 꾸준히 해줘야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새어 나오는 웃음이나 가리고 거짓말하지 그래. (다른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아린 단맛은 혀를 적시고도 모자라 입안 여린 살을 당기게 만들었다. 잔존한 맛을 꾸역꾸역 넘긴 신성현이 당신 옆을 따라 걷는다. 키스 안 해줬다고 이렇게 복수하는군. 장난치는 이연화를 멈출 방법은,) 나한텐 네가 있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건 형이 좋아서 짓는 웃음이에요. 절대 놀리는 게 아니라니까요? 당신은 단것을 너무 안 먹어서, (말을 끊는 게 몇 번째였죠. 우뚝 멈춘 이연화는 당신을 아주 천천히 돌아봅니다. 우득… 쥔 솜사탕 막대기에 금이 갑니다. 입술을 깨물고 치밀어오르는 무언가를 간신히 삼킨 그가 나지막이 미친 소리 합니다.) 야외가 취향이라면 말리지 않을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돼…. (음… 너무 달랬나 보다. 열렬한 시선을 회피해 멈춘 이연화를 살살 당겨 걸어간다. 사실, 이연화의 기분은 잘 안다. 놀림 당한 파트너의 귀여운 반응을 보는 그 기쁨을. 웃으면 부러지는 게 솜사탕이 아니라 당신이 잡은 마지막 이성 줄이 될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했다. 아니, 딱 하나만 더 놀렸다.) 내 그런 건 파트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데.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은 나를 돌게 만들 작정인가요. 농락하고 들쑤시는 건 자신의 주특기였는데 신성현은 그마저도 이겨버립니다. 이게 다른 세계 이연화를 겪은 당신의 여유로움이겠죠. 분하고 설레고 키스하고 싶고 머릿속이 시끄러웠습니다. 당신을 따라가는 내내 빠아아아안히 눈 맞춥니다.) 내가 변태인 것도 맞지만 당신이 날 더한 변태로 만든다니까요. (이 손에 넣으면 홀라당 빠져나가는 형 같으니라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린 이연화와 15살에 만나 언제 이별한 건진 아직 모른다. 단지 이별의 순간 아픈 표정을 짓던 이연화의 나이대를 추청할 뿐. 최소 10년 이상 당신을 보살폈을 것이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이 달래기가 여유로울 수밖에.) 밖에서는 숨기는 착한 아이잖아. 지금만 참아, 착하지. (잡은 손등 쓰담쓰담.)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계속 참다간 내 속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거짓말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인내하는지 신성현은 알고 있을까요. 이연화가 사람들을 끌어모은 데엔 숨겨진 마지막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들을 방파제 삼아 당신에게 매달리지 않으려고. 타이머인 나는 멸망 당일날 사랑을 속삭이며 농땡이 칠 수 없었습니다. 뜨거운 한숨을 쉽니다. 따뜻한 손 꼭.) 연화는 이 일을 잊지 않아요… 반드시. (살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살벌한 소리를 하는군. (장난은 이쯤 한다. 이연화의 숨결, 온도,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공적 임무로 걸어 잠근 미친 성격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심조심 진압한다.) 알았어, 알았어. 일할 때 농땡이 피우지 않으려 노력하는 파트너를 봐서 그만할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욕구 불만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당신 감이 정확합니다. 미친 성격과 당신이 정립한 업보가 흘러넘쳐서 시한폭탄이었습니다. 진짜 마지막, 마지막 인내를 합니다.) 제10 타이머가 순결하고 고귀한 타이머 이미지를 지키도록 도와주시죠, 파트너 씨. (확 잡아먹어 버릴라. 성큼성큼 앞서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뭘 상상하는, 아니야. 말 하지 마. (어떻게 할 생각이면 이연화가 강박적으로 지켜온 순결하고 고귀한 타이머 이미지가 추락한다는 말인가.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성큼성큼 앞서가는 이연화 옆을 지켜주기나 한다.) 안 놀릴 거다.

골목을 빠져나와 조금 걸으면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나옵니다. 꽃과 나무를 잘 가다듬어 조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한편에 설치된 파란 장미 터널과 새카맣게 물든 데카르 호수가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가 성큼성큼 온 이유는 하나입니다. 파란 장미 터널.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 아래를 거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곳. 신성현과 터널 앞에서 멈춥니다.) 그쪽 도밍게즈에도 파란 장미 터널 소문이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따라 푸른 장미 터널에 도착한 신성현은, 추억에 잠긴 눈을 한다. 파랗고 싱그러운 장미꽃이 피어있는 터널. 재잘거리는 금빛 아이가 겹쳐 보이는 듯했다. 아련하고도 먼 날의 이야기.) 그래. 거긴 아치였지만 수도였으니까 비슷할 거다.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 아래를 거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 말이야. (당신이 바라는 것은 하나구나. 그러나, 신성현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진중한 음성이 물었다.)
이연화. 넌 ‘이연화’와 비교당하는 걸 싫어하지. 내게는 네가 처음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게 문제였다. 자신은 15살 아이와 푸른 장미 아치를 건넌 적이 있다. 이것은 당신을 배려해 망설이는 마음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소문과 내 의도를 알았으면 쓸데없는 생각 말아요. (당신은 사려 깊고 저를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이연화’가 신경 쓰이겠죠, 머뭇거리겠죠. 나와 내 비교를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닙니다. 덤덤히 받아들인 이연화는 선뜻 손 내밉니다. 손바닥 쪽 검은 장갑이 당신에게 향합니다.) 말했죠, 당신은 잡생각이 너무 많아요. 나는 나를 알아요. 무슨 짓을 해도 당신의 첫 번째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고요. (이연화란 그런 사람입니다. 마음에 든 상대의 처음, 모든 것을 가져가야 만족하는 사람. 최소 10년이나 함께한 신성현에게 남아있는 처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손 내밉니다.)
괜찮다고는 말 못 해주겠네요. 다만 이제라도 당신을 거머쥐려는 것뿐이에요. (‘이연화’ 말고 내 연인을 해. 나와 사랑을 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널 자제시키지 않았을 거다. (기껏 외면한 양심이 쿡쿡 찔려 아팠다. ‘이연화’와 다른 이연화지만 나의 소중한, 사랑스러운 파트너라는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이 마음, 애정, 온도 또한 진심이었다. 파트너가 다른 세계선 다른 차원에 존재할지언정 신성현은 이연화를 사랑해. 하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그가 제 입술과 살결을 탐해 껴안더라도 차마 마지막 벽은 내어줄 수 없었다. 이별해서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는 ‘이연화’와 나에게 휩쓸린 당신 둘 다에게 미안했다. 특히 너는. 영문도 모르고 휘말린 당신의 모든 처음을 빼앗는 건 너무하잖아. 난 줄 게 없는데… 시간의 파트너가 되는 것과 연인이 되는 것은 틀린 문제였다. 슬 들어 올린 손이 한 뼘을 남기고 멈춘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물을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네가 두 번째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자신 있느냐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걸 말해줘야 아는 건 아니겠죠, 신성현. (두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많은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당신은 애정과 걱정, 미안함을. 나는 질투와 독점, 소유욕을. 괜찮지 않습니다. 이제야 만난 내 운명을 먼저 독점한 사람이 다른 차원의 나일지도 모른다는 걸 어찌 견디겠어요. 또 다른 내가 부럽고 부러워서 참을 수 없습니다. 허나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고. 그건 우스운 말입니다. 다가오다가 멈춘 신성현의 손을 확 잡습니다. 진득한 손가락이 집착을 담아 얽힙니다. 확신에 찬 미소가 환합니다.) 당신은,
‘이연화’를 사랑한 걸 후회한 적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할 말이 없었다. 당연한 명제, 정해진 대답. 이연화의 질문은 제게 당신이 느낄 기분과 생각을 알려주었다. 그걸 말해줘야 아는 건 아니지. 너를 사랑한 걸 후회한 적 있었냐니. 잡힌 손이 힘없이 늘어진다. 진득한 얽힘을 내버려두었다. 환한 미소를 따라 너털웃음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후회한 적 없어. (이 별에 태어나 너라는 별을 사랑한 것.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손가락처럼 복잡하게 엮인 감정 속 당신을 향한 후회는 없었다. 이유 모를 후회는 오로지 자신을 향했었다.)
신성현이 살아가는 이유는 언제나 이연화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직후 지어진 것은 부드러운 눈웃음입니다.) 거 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 가끔은 본능이 가는 대로 행동해요. 생각만 하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수가 있어요. 당신은 기억 속 아이와 다른 나라도 사랑한다 말했고, 나는 운명처럼 만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명확한 사실이 있는데 뭘 걱정해요. (버진 로드를 걸어가는 몸짓입니다. 가벼운 춤을 추듯,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가 들려오는 양. 그래… 눈이 녹은 새 계절의 왈츠처럼. 파란 장미 터널을 걸어 들어갑니다.) 내게 와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한참 어린 애인 줄 알았더니. (신성현은 홀린 듯 당신을 향했다. 두 사람의 군화가 은색 아치를 따라 피어난 파란 장미 꽃잎을 즈려밟는다. 본능이 가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가까워지는 당신이 기꺼웠다.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친다, 라. 맞는 말이야. 이후 다가올 시간을 위해 네게 아낌없는 사랑을 드러내는 것. 지금 당장은 괜찮을 것이다. 봄의 왈츠처럼 가벼워진 걸음은 기어코 당신에게 닿는다.) 응, 이연화.

파트너의 손을 잡고 푸른 장미 터널을 건넙니다.
새파란 장미 꽃잎이 발아래 흐드러져 살랑입니다.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 아래를 거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믿거나 말거나지만, 도밍게즈의 연인에겐 꽤 유명한 설화를 즐기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 성인이에요, 파트너 씨. 결혼식도 치를 수 있는 나이랍니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면 신성현과 결혼식장을 알아볼까. 당신 모르게 훌쩍 앞서나간 생각은 빠른 결정을 내립니다. 좋아, 결혼하자. 결혼해서 내 옆에 묶어두는 거야. 당신의 약지를 남몰래 더듬습니다.) 크루즈가 좋아요, 별장이 좋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꾸준히 한 말을 또 반복하고 싶진 않군. (그래봤자 어린애란 소리다. 무사히 파란 장미 터널을 건너 미묘한 기분이었다. 설레고, 두근거리고, 한편으로는 애틋한 기분. 당신이 이상한 생각 하는지도 모르고 혼자 풋풋해진 신성현은 문득 다가온 질문에 고개를 기울인다. 임무 얘기인가?) 크루즈는 침몰 위험성이 있지만, 어차피 중력 권능이라 둘 다 상관없어. 크루즈랑 별장은 왜?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홱. 쏘아붙이는 눈매입니다.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도 당신이 나이로 뭐라 하는 것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나이는 정해진 순리입니다. 당신이 일찍 태어났고 내가 늦게 태어난 걸 어떡하라고요. 억울하고 새침해져서 퉁명한 대답을 줍니다.) 안 알려줄 거예요. (예전에 똑같이 심술부린 적 있지 않았나. 기분 탓인가? 도도한 걸음으로 호수를 향합니다. 바다에 놓인 둘만의 호텔이 좋겠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삐졌군, 삐졌어. 이러는데 당신이 애로 생각하지 말라는 건 내가 억울해야 할 부분이었다. 한참 어리고 투정 부리는 파트너가 애지 그럼.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는다. 지금처럼 똑같이 삐진 예전과 같은 대답을 했다.) 뭐야, 그게.

캄캄한 호수를 떠다니는 종이 등은 별처럼 희게 빛납니다. 지난 세대, 혹은 먼 과거의 타이머를 추모하는 흔적입니다.
호수 둘레를 따라 걷다 보면 잠깐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지고, 신성현이 종이 등을 파는 젊은이에게 붙잡힙니다.

 

등을 파는 젊은이

등 하나 사세요. 얼마 안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저는….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고 붙잡힌다.)

 

등을 파는 젊은이

타이머한테 받아먹은 게 얼만데 이 정도도 투자 못 해줍니까? 거, 젊은 분이 너무 야박하시네. 모처럼 축제잖아요. (호구다 싶어서 몰아붙입니다. 일견 타이머를 향한 보은처럼 포장했지만, 뻔한 상술에 불과합니다. 이 이름을 팔아먹으면 아무래도 지갑이 쉽게 열리는 법이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함께할 결혼식을 고민하느라 잠깐 한눈판 그새 호구 잡히다니. 내 파트너의 인상이 순한 편은 아닌데 말이에요. 날파리가 잘 꼬이는 성격인 건 맞지만요. 득달같이 달려가 푸른 사탕을 노리는 잡상인에게 눈치 줍니다.) 미안하지만 정작 이쪽한테 받아먹은 사람은 나라서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를 바라보는 이연화의 시선은 영 꺼림칙한 시선이었으나, 별것 아니겠지 넘겼다. 애로 생각하는 파트너의 마음속 신성현이 날파리 꼬이는 푸른 사탕이라는 걸 알면 기함할 거다.) 그렇습니다.

 

등을 파는 젊은이

(적당히 신성현을 상대로 호객하던 젊은이는 당신이 등장하면 멈칫합니다.) 아, 아아. 타이머랑 아는 사이셨구나. 전 또 타이머 코스프레 한 사람인 줄 알았지 뭡니까. 꾸준히 유행이라서. (능청스레 넘깁니다.)

쉽게 물러선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인 수레 안에는 완성된 등과 펼쳐진 종이, 얇고 가벼운 살, 재단용 날붙이 따위가 보입니다.
그 사이로 놓인 ‘색이 다른 등’이 눈에 띕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아요. 수레를 보니 등을 파는 분이신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그의 검은 군복은 이번에 소개될 내 파트너 복장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니? 그럴 수 없습니다. 감히 내 것에 손을 대? 이번에도 또라이인 속마음과 겉모습은 반대입니다. 한 팔로 신성현 허리를 꾸욱 끌어안습니다. 내 사탕 넘보지 마, 라는 유치한 독점욕입니다.) 그런데 저건 색이 다르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지. 별안간 끌어안는 손길을 당황스레 밀어내려 했을 때는 늦은 뒤였다. 모양새가 좀, 연인 사이를 방해한 호객꾼 같지 않나. 내가 호구 잡힌 건데… 피어오르는 부끄러움을 내색하지 않는다. 당신 팔만 툭툭툭 두드린다.)

타이머를 위한 등은 순백이지만, 이 등들은 선명한 쪽빛입니다.
하늘로 날려 보내는 풍등인지 안은 텅 비어있고 짤막한 종이 꼬리가 달려 있습니다.
「사라」, 「게일」, 「올리버」. 꼬리 한쪽에는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타이머의 이름은 아닙니다.

 

등을 파는 젊은이

듣던 대로 이연화 타이머님은 상냥하신 분이군요. 다음엔 조심해 보겠습니다. (과연 지킬지는 모르는 말입니다. 당신의 물음에 색이 다른 등을 끌어온 그가 덤덤하게 설명합니다.) 이거요? 희생자들을 기리는 등이죠. 타이머의 추모식과 달리 일반 희생자들은 흐지부지되니까요.

구역에서 나름 장례를 치르고 추모한다지만 잦은 일이고 적지 않은 수인 만큼 하나하나 기리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만히 있어요. 귀엽게 굴면 더 할 거예요. 깜찍한 바르작거림으로 방해하는 신성현을 억눌러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는 척합니다. 대충 훑은 이름은 전부 모르는 자들입니다. 대강 알 것 같네요.) 힘없는 무고한 일반인들은 신화생물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법이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본성이 또라이라고 DOT가 쌓은 타이머 이미지를 훼손할 순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몇 번 시도한 탈출이 무산되자 이만 포기했다. 그래라, 마음대로 해라. 제 역할은 말없이 당신 곁을 지키는 것이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건수를 주지 않으려 말만 안 하면 됐지.)

 

등을 파는 젊은이

함께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 쓸쓸한 얼굴을 내비칩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잃어본 결이었습니다.) 짬이 날 때마다 자신이 아는 이름이라도 추모하고 있죠, 우리 노인네가 몇 년 전 게이트 사태에 휘말려서 저승을 건넜거든요. 젊을 적엔가… 한 번은 운 좋게 타이머가 구해줬다던데, 뭐, 그때 평생의 행운을 다 쓴 모양이지.
그게 그 영감탱이 평생의 업적이라 술만 마시면 똑같은 자랑을 수십 번씩 했어요. 타이머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달달달.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마 마지막까지도 타이머를 기다렸을 거요. (추억을 되새기는 시선에 그리움이 서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뭘요, 사람들을 지키는 게 타이머의 일이에요. 고로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해하고 속죄하는 것도. (난 안 그럴 거지만. 타고난 성격이 이럽니다. 입에 발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이연화는 제게 구해진 제1구역 아이를 생각합니다.) 몇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타이머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죠. 늘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그래도 당신의 할아버님을 구한 타이머는 보답을 바라지 않았을걸요. (당신들이 살아 있는 게 보답이므로. 그럴듯한 위로를 늘어놓습니다.)

 

등을 파는 젊은이

타이머님이 그렇게 말해주셔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내도록 종이 꼬리에 적힌 이름을 만지던 소렌은 툭, 퉁명스럽게 덧붙입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네니 크게 슬퍼할 일도 아니지만, 그냥 서럽데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지라 원망하는 타령은 못 들을 테고… 합동 장례가 끝나면 다들 바빠서 쉬 잊으니까. DOT랑 정부는 무혈의 승리를 떠들어대고 자잘한 피해는 당연한 거라고 으레 넘기는데….
거, 죽은 사람들도 누구 하나쯤은 기억해 줘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때부터 시작했습니다. (타이머를 향한 적개심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사태라는 걸, 누구의 탓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서러움과 쓸쓸함은 어디로 어떻게 흘려보내야 하나. 말끝에 묻어나는 건 갈무리하지 못한 원망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주제예요. 신화생물은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인 만큼 그에 따른 피해도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제1구역은 운 좋은 예시에 불과합니다. 작게는 몇십 명, 크게는 수천수만 명이 희생되는 싸움이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 예상치 못하게 휘말린 사람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적개심이 없는 것에 만족합니다.) 당신의 노고는 헛되지 않아요. 하늘에 있을 잊힌 목숨은 충분히 위로받고 있을 거예요. (민심 관리는 중요해요. 그들이 DOT를 믿어 줘야 이 체계가 유지됩니다. 착해빠진 우스운 말을 건네는 이유였습니다.)

 

등을 파는 젊은이

(비단 그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젊은이처럼 생각했겠죠. 하소연을 끝낸 젊은이는 감정을 지워내고 쾌활한 웃음을 짓습니다.) 사려 깊은 말씀 덕에 기운이 나는 것 같군요. 이것도 인연인데 직접 띄워 보내주지 않겠습니까? 이연화 님처럼 따스한 타이머님이 축복하면 그들은 필시, 천국에 갈 겁니다. (두 사람에게 풍등을 건네줍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젊은이가 건넨 풍등을 받습니다. 시민을 수호하는 타이머에게 거절하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내가 불만이건 말건 도밍게즈의 수호자, 타이머는 그래야 해요. 속으로 인성 짓을 삼킵니다. 옆구리에 낀 신성현만이 위안이었습니다.) 기꺼이. 영광이에요, 직접 추모할 기회를 주다니. 오늘 있을 쇼맨십 무대를 기대해 주세요. (젊은이 모르게 안은 신성현에게 떠넘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척이나 영광입니다. 맡겨 두십시오, 최선을 다해 그분들의 넋을 기려드리겠습니다. (상대가 느낄 서러움과 쓸쓸함에 공감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잃어본 결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심장은 무엇을 잃어버렸길래 시큰거리는지. 아무 의심 없이 당신이 건넨 등을 소중하게 보관한다.)

마침 오늘 밤에는 쇼맨십을 위한 무대가 펼쳐질 테니 그림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문제라면 ‘그럴 시간이 있을까.’ 정도.

 

등을 파는 젊은이

꼭 참석하겠습니다. 이연화 타이머님의 공연은 매년 상상을 뛰어넘는다지요? 잔뜩 기대할게요. (품에서 떠나 타이머에게 들린 등을 아련하게 바라봤습니다. 곧 남은 미련까지 떨쳐 수레를 잡습니다.) 어울려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바쁘실 텐데 전 이만 가보죠. 수고하십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도출한 무대 수정안을 돌려봅니다. 그림은 괜찮을 것 같군요. 무대 전에 코스모스 웨이브가 터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시선은 절로 높이 솟은 것을 향합니다. 최초의 우주선, 제10구역의 손가락. 폭풍전야처럼 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한 하늘과 그 아래 선 신성현을 바라봅니다.) 수정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맞춰줄 수 있죠?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말만 해. 쇼맨십의 목적은 진짜 공연이 아니라 사람들을 대피하고 통제하기 위한 비상 대책이잖아. 등 정도 날리는 건 괜찮을 거다. (당신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 향한 풍경에 위치한 건 최초의 우주선이었다. 그것을 보자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묘한 변화. 숨을 조금 들이켰다.) 그나마 저기만 확인하면 순회는 끝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는 형이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들어서 참 편해요. 사랑에 빠진 이유가 있어. (원체 티를 내지 않는 신성현의 미약한 변화는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별문제 없나보다, 하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당신 손을 이끄는 거죠. 수정한 계획안을 들려주면서 마지막 순회 구역을 들렀습니다.) 빨리 끝내고 쉬러 가요. 여유시간 잊지 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다면 다행이네. 네 성격 맞춰주는 걸 15살부터 노력했어. (일부러 알아채지 못하게 숨긴 거니 어쩔 수 없지. 자신이 이유 모를 감정을 느낄 땐 항상 ‘이연화’와 관련된 일이었다. 비교를 싫어하는 네겐 함부로 말할 수 없어. 편안을 가장한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 손을 잡아 제10구역 손가락으로 나아간다. 수상한 웃음을 띤다.) 내가 한 말은 안 잊어.

제10구역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발견할 수 있는 최초의 우주선. 소위 신의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열네 건축물 상징.
인류의 불가침영역인 제0구역과 제13구역에도 얼핏 드러난 실루엣은 그야말로 인력으론 설명하지 못할 불가사의.
불분명한 기원과 달리 정확히 열네 개가 모든 구역 정중앙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 특히나 신화에 신빙성을 부여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건축물들을 가만 바라보노라면 신성현은 어딘가 불편한지 인상을 구긴다. 당신에겐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신성현에겐 방아쇠였던 걸까.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 복잡하게 헝클어지는 머리가 두통을 호소했다.) 이연…화, 저거. 우주선 보고 느껴지는 거 없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20년간 지겹게 본 손가락은 특별한 것 없었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신비를 굳이 파헤칠 여유가 없으니까요. 적당히 둘러보고 넘어가려는데, 두통을 호소하는 신성현을 부축합니다.) 신성현? 괜찮아요? 왜 그래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당신이 무얼 떠올릴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모르겠어… 떠오를 것 같으면서 안 떠올라. 머리가… 아파. (시간이 지나도 두통은 사그라지지 않고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 당신에게 기대 가쁜 신음을 흘린다. 우주선. 최초의 손가락만 바라보면 두통이 심해졌다.)

이대로 통증에 시달리게 두느니 차라리 주변을 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냥 그만 봐요. 그렇게 바라본다고 두통이 나아요? 당신이 중요하지. (신성현의 얼굴을 돌려 우주선으로부터 시선을 떼어냅니다. 아쉬운 마음 반, 다행인 마음 반. 당신이 떠올리고 말해주는 기억은 항상 충격적인 것들밖에 없어서 드는 상충하는 감정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지만, 떠올리면 도움 되는 기억이 있을지도 몰라.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사방이 어지러웠다. 고된 두통은 이명을 가져왔고 당신이 시선을 돌려주고 나서야 겨우 진정한다. 눈을 힘겹게 뜬 그가 관자놀이를 연신 눌러댔다.)

마침 근처 골목의 담벼락을 뒤덮은 벽화가 보입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양쪽 담벼락에 똑같은 그림이 두 번 그려져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됐어요. 그러다가 몸 축나는 게 더 민폐예요. 사랑스러운 파트너를 두고 쓰러질 생각은 아니겠죠. (벽화,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을 이용합니다. 당신을 우주선에서 떼어내 벽화 쪽으로 데려갑니다.) 이거나 구경하고 있어요. 이동은 두통 가라앉은 뒤에 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아, 떨리는 호흡은 괜히 아쉬워했다. 반항하지 않는 걸 보니 반박할 말이 없는 모양이지. 지친 눈동자가 벽화를 담는다.) 쇼맨십은 멀쩡한 모습으로 참가해야 하니까… 알았어. 떠오르지 않는 걸 어쩔 순 없지.

해와 달이 뜬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바다, 희고 고운 모래사막, 얼어붙은 땅과 바람이 머무는 들판.
벽화 곳곳마다 열네 개의 기둥이 서 있습니다. 신의 손가락이건 최초의 시곗바늘이건, 혹은 그 둘 다일 기둥들이.
기둥 아래에 진 그림자가 유난히 캄캄합니다.
양쪽으로 펼쳐진 두 쪽의 하늘, 두 개의 해, 두 개의 달, 두 폭의 바다와 두 면의 풍경.
샅샅이 살펴봐도 다른 점이나 숨은 요소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은 옛날이야기를 하나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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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읽었더라. 동화였던 것 같기도 하고, 만화였던 것도 같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파트너를 소개하는 자리에 파트너가 빠지면 어쩌려고. 잘 생각했어요. (긴급 조치로 데려간 벽화가 도밍게즈 신화, 설화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벽화였군요. 잠깐… 신화생물이 등장하는 우리 별. 재해가 일어나는 신성현의 별. 의도치 않게 시선 돌릴 주제를 찾았습니다.) 형. 그쪽에는 이런 이야기 있어요? (떠올린 이야기를 말해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굉장히 모양 빠진 쇼맨십이 되겠네. 내 파트너의 공연을 망칠 생각은 없어. (당신의 방식은 효과를 보였다. 두통이 가셔 한층 편안해진 신성현은 당신의 이야기를 곰곰 듣는다.) 잘은 몰라도 ‘도밍게즈 신화’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군. 또 다른 구전 신화라든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도밍게즈 신화’…. (그러니까 컨디션 조절 잘하라는 둥 잔소리하고 고민에 빠져듭니다.) 묘하게 달라요. 우리의 신화는 이런 거예요. (열두 기둥을 축복한 작은 신은 눈을 감았다. 그런즉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입맛을 다셨다. 마침내 흉포한 송곳니가 드러났을 때. 작은 신의 손아귀가 난세에 영웅을 보냈다. 딱 완벽한 숫자만큼.)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린아이의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신성현이 의아한 시선을 마주한다. 당신이 들려준 도밍게즈 신화가 익숙한 듯 낯설었다.) 그런 내용이었나? 내가 있던 ‘도밍게즈 신화’도 묘하게 너랑 달라. (그에게서 완벽한 수의 기원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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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인장

이연화

(권능과 대칭. 열네 개와 열두 개. 이쪽은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입맛을 다셨고 저쪽은 평화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듯했습니다. 타이머의 존재는 세계를 지탱하는… 딱 그 정도의 역할이라는 것처럼. 신화생물의 유무, 우리의 다른 도밍게즈. 벽화에서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뭐가 뭔진 몰라도 이건 확실해요. 당신과 내 도밍게즈는 달라요. 영웅, 주관, 신화생물, 재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아는 이연화의 나이와 본 적 없는 괴물들, 비슷하게 다른 DOT 군인들을 보고 예상하긴 했어. 둘은 명백히 다른 결말이야. (‘끔찍하고 삿된 것의 등장’. 전혀 다른 별이라기엔 유사한 이야기. 똑같은 별이라기엔 갈라진 이야기. 단순한 우연일지 아니면 나의 기억이 불완전한 탓일지.)

⚜ 충동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미지수의 정체를 가늠하며 세운 가설 중 3번째 가설이 유력해졌군요. 당신이 살던 도밍게즈는 평행우주, 혹은 우주 너머의 또 다른 도밍게즈라고. (그 속 이연화는… 무엇이지. 당신의 카운터가 된 이연화. 속이 불편합니다.)
(4+2)dx | 충동 판정 (6DX10) > 10[1,1,4,5,7,10]+9[9] > 19

문득, 정말로 불현듯 신성현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싶단 충동이 입니다.
그건 전부 잘못됐다고, 다른 별은 떠올리지 말라고, 오직 이 별의 이야기가 전부라고.
불쾌한 충동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우리였으면 비현실적인 소리라고 생각했을 텐데, 여긴 게이트의 존재가 있어서 가능성은 충분해.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는… 내가 이곳에 왜,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왔냐는 것. (둘 다, 심지어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질문. 속이 답답했다. 당신처럼 불편하지는 않아 보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쾌한 것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세계를 부정하는 느낌.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이 요동치는 것입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다른 별은 떠올리지 마… 당신은 이제 이곳 사람이니까. 조용히 날뛰는 충동을 삭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 진정해야 해.) …신성현. 당신은 내 거죠. 내 파트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떠올린 신화는 위에 보고해야… 이연화? (좋지 않은 얼굴로 침잠한 당신을 걱정한다. 부드러운 손길이 당신 뺨을 감싸 쓰다듬는다. 두통은 내가 느껴놓고 안색은 이연화가 더 안 좋았다. 뜬금없는 질문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망설임 없이 긍정한다.) 신성현은 이연화의 거지. 내 존재를 네게 줬다고 했잖아. (당신 눈가를 살살 문질러 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심호흡합니다. 당신이 만져주는 온기, 애정을 받아 마십니다. 이연화는 충동적인 동시에 이성적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불현듯 든 충동은 기이하다는 말입니다. 마음을 갈무리한 그가 무너진 표정을 바로 합니다.) 고마워요… 덕분에 진정할 수 있었어요. 정정할게요. 형 말대로 여긴 뭔가 이상해요. 당신은 두통을, 나는 알 수 없는 충동을 겪으니. 벗어나서 DOT로 보고한 뒤 조사를 요청하는 게 낫겠어요. 머리는 괜찮아요? (뒤늦게 당신 상태를 확인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도와주고 진정한지 한참이다. 신의 손가락이라 불리는 특이한 곳이라 이러나… 알다가도 모르겠어. 곧 무대 갈 시간이니까 그전에 조금만 쉬자. (선선한 바람이 당신에게 잘 가도록 중력을 조종했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 마안은 겉옷 안쪽, 당신만 볼 수 있는 위치였다. 푸른 구체가 잠깐 형성되었다가 사라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짜 신의 손가락이어서 특별한 곳인지 불길함의 전조인지는 조사해 봐야 알겠죠. 또 머리 아프면 말해요. 무대 전에 확인을, (그러고 보니… 지금 시간이. 아까 전 그가 지은 수상한 웃음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여유시간은 무슨, 얼마 안 남았잖아. 본 시작은 오후 10시지만 리허설하랴 수정 사항 전달하랴 바쁘게 움직이려면 지금 가야 했습니다. 짙은 웃음을 짓습니다.) 나를 속였어요. (충동이고 뭐고 강아지 삐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들켰군. 재빨리 삐진 강아지의 기분을 풀었다. 금빛 머리칼을 섬세히 쓸어내려 와 그가 좋아하는 턱 밑도 긁어준다.) 여기에서 시간이 지체될 줄은 몰랐어. 미안하니까, 가서 해주는 건 어때. 무대 뒤편에 사람 없는 곳 한 군데쯤은 있겠지. 세 번 키스해 줄게. 응?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열 번 해주세요. (새침.)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열 번 해줄게. (세 번에서 열 번으로… 욕심이 과하구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좀 낫네요. (이 나를 세 번밖에 안 되는 키스로 해결하려 했다니. 이연화의 욕심은 한계가 없습니다. 마음만큼은 무대를 포기하고 당장 당신을 납치해 끝내주는 시간이나 즐기고 싶었습니다. 군훈련으로 높아진 내 인내심에 감사하세요. 턱을 만져주는 기분 좋은 손을 잡아 쪽, 키스합니다. ) 메이크업 하기 전에 해야겠어요. 그러려면 어서 가야겠죠, 나의 파트너 씨?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말 안 한 내 잘못이다. 늦지 않게 서두르고, 어리광은 가서 받아주마. (정녕 한 번도 버거운 애정을 열 번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연화의 스킨십은 갈수록 농밀해져서 아주 곤란했다. 당신을 사랑한 내 운명이겠거니 많은 말을 생략한다.) 내가 네 파트너로 공표되는 첫 순간은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어.

높게 떴던 태양은 어느새 최초의 우주선을 지나 모습을 숨기고 있습니다.
귓가의 무전이 당신을 부릅니다.
[제10시 타이머, 무대로 복귀 바랍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약속이에요. 이번에 속이거나 안 지키면, 나, 더 이상 안 참을 거예요. (타이밍은 참 좋군요. 비꼬는 겁니다. 자신을 깜빡 속여서 가지고 논 신성현에게 이것저것 복수할 계획을 세웁니다. 당신과 걸어온 길을 돌아갑니다.) 파트너의 첫 데뷔는 내 일이기도 해요. 모든 인력을 갈아 넣은 나를 믿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도 내 목숨 아까운 줄은 안다. (목숨이 아니라 다른 것이 위험한 살벌함이었다. 너무 놀렸나? 실상 당한 건 자신이 셀 수 없고 이번 딱 한 번 놀린 건데 심각하게 고민했다. 빠른 발걸음이 지나온 길을 되짚는다.) 네 미적 감각은 말이 필요 없지. 든든한걸, 파트너만 믿고 무대를 빛내볼게.

희고 고운 바람과 함께 쏴아아, 큰 파도가 출렁이자 줄에 매달린 것들이 몸을 흔듭니다.
꽃냄새가 휘몰아치면 도밍게즈의 달은 휘영청 밝은 얼굴을 내밉니다.
하늘에 뜬 달이 너무 밝아서 어디로 걷든 그 점을 향해 가는 것 같을 만큼.
그 밤, 걷는 길은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가요.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5 → 6
[ 신성현 ] 로이스 : 5 → 6

《클라이맥스 페이즈》
◆ #Scene 8. 세계 멸망 팡파레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2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95 → 101
[ 이연화 ] BN : 2 → 3
[ 신성현 ] 침식률 : 107 → 109

제10구역 광장에 커다란 무대가 설치됩니다. 이 연례행사가 수도가 아닌 제10구역에서 열리는 건 도밍게즈 역사상 처음입니다.
오르내리는 흰 차양이 비스듬하게 하늘을 가립니다.
가장 어두운 밤, 세상 모든 것이 가라앉는 시간이 다가오면.
“언제 시작한대?”
“곧 시작할걸. 이제 10시잖아.”
“나 너무 기대돼.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야.”
무대 아래는 구경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빈자리는커녕 무대 뒤편까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닿을 지경입니다.
차가운 우주 도시의 밤하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존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대피하다가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건 아니겠지. (슬쩍 커튼 틈새를 훔쳐본 신성현이 초조하게 중얼거린다. 새 군복을 차려입은 폼이 꽤 그럴싸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가 그런 거에 일일이 신경 쓸 시간은 없어요. 군인들이 알아서 잘해줄 거예요. (그만 보고 이리 와요. 당신을 데려와 끌어안습니다. 아, 이 느낌이에요. 품에 얼굴을 파묻고 당신을 양껏 들이켜는 편안함. 신성현에게 딱 맞는 검은 군복은 엄한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무 예전 기억이라 사람이 이토록 많은지 실감을 못 하고 있었어. 수틀리면 인명 사고 나는 건 순식간인데. (신성현은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성격이었다. 당신에게 끌어안겨 커튼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통 집중을 못했다. 정돈한 머리가 흐트러질까 봐 쓰다듬으려는 손이 내려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날 안 보네. 부빗대다 말고 당신 턱을 그러쥡니다. 쪽, 입술에 기습 뽀뽀해요. 자리 잡지 못한 당신 손은 제 어깨에 얹어줍니다.) DOT가 대피시키는 것 하나 못 할까. 타이머는 타이머의 역할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 있어요. 과한 걱정은 잘 될 일도 망쳐요. 차라리 내게 집중해요. 키스해 줄까요? (내가 하고 싶은 거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겠지…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야겠어. 스케일이 스케일이다 보니까 머리가 복잡하네. (읏, 긴장에 빨라진 심장이 이제 당신에게 뛰는 건지 헷갈렸다. 손안에 쥐인 하얀 겉옷을 괜히 매만지는 중에도 철벽은 기가 막히게 잘 세웠다.) 그건 네가 하고 싶은 거고. 세팅 망가져, 안 돼.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긴장엔 키스가 최고예요. (기가 막힌 철벽을 괜히 두드려 봅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잖아요. 안 통하네… 넘어가지 않는 당신에게 입맛 다시고 끌어안는 걸로 만족합니다.) 그럼… 이렇게 해봐요. 우리는 10시니까 10으로. (당신의 손을 가져와 10을 그립니다. 느릿한 손끝이 장갑을 가르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게 바라봐도 안 돼. 한 번 하면 안 놔줄… 거잖아. (말이 느려진다. 상대의 손을 가져와 숫자 10을 그려주는 것. 긴장하는 이연화에게 자신이 해준 손길. 추억이 치고 올라온 마음은 고요해졌다. 당신은 어떻게 해주었더라. 이연화의 손을 가져와 똑같이 그려 넣은 신성현이 한 가지 동작을 추가한다. 그것에 입술을 대 삼키는 것.) 효과 있는 방법인걸.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빡. 갑자기 다가온 사랑스러운 행동에 잠시 고장 납니다. 몇 초 멍청하게 깜빡거린 이연화는 달아오른 얼굴을 당신에게 들이댑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워왔어요. 무대 전에 괴롭혀지고 싶어요? 나 못 참는다고 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는 진정했는데 저쪽은 반대로 흥분한 모양이군… 차분해진 신성현은 당신의 이마를 꾹 눌러 떨어뜨린다. 삐져나온 머리칼을 보기 좋게 귀 뒤로 넘겨준다.) 네가 해준 방법에 보답한 거야, 진정해. 무대 너머에 소리 흘러갈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깜찍한 짓을 해놓고 진정하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요. 난 왜 무대 직전일까요. 신성현의 유혹이 지나쳐서 이런 생각까지 합니다. 그가 키운 욕망은 키스 열 번으로 진정될 수 없습니다.) 10분 만에 기분 좋게 해줄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리 가, 변태…. (저질 발언들을 참다못해 어깨를 힘 있게 밀어낸다. 강한 근력은 당신을 물리적으로 떨어뜨렸다. 열 번 해줬음 됐지 뭘 또.)

투탁대는 커플 틈에서 묵묵히 당신의 무전기를 점검하던 연구원이 첨언합니다.

 

연구원 레인

(그 며칠간 애정행각에 익숙해져 덤덤했습니다.) 도밍게즈 국민은 어릴 때부터 수시로 게이트 대피 훈련을 받습니다. 군도 경찰도 긴장하고 있고요. 그러니 다른 걱정일랑 저희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앞만 보세요. 이연화 타이머님의 말씀이 정확합니다.
타이머만 할 수 있는 일은 타이머가, 그렇지 않은 일은 모두가. 그런 겁니다. (마이크 박스까지 허리춤에 걸어준 레인이 손을 털고 일어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어서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옷이 구겨지든 말든 밀어내는 신성현을 기어코 백허그한 이연화가 싱긋 웃습니다.) 들었죠, 형. (여기서부터는 속삭입니다.) 당신 행성과 다른 이곳은 365일 1년 내내 전시 상태예요. 국민들은 대피 행렬에 익숙하답니다. 그들을 믿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마이크 망가져,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아 하는 이연화를 막아내는 건 힘겨운 싸움이었다. 말을 걸어준 연구원 덕에 백허그로 합의 본 상태에서 끄덕인다.) 모두가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시민들이 타이머를 믿어주는 만큼, 저도 그들을 믿어보겠습니다. 신뢰는 상호 이루어져야 성립되는 믿음이니까.

 

연구원 레인

좋습니다. (짧게 웃어준 연구원은 간단한 브리핑을 전달합니다.) 게이트가 열리면 본부에 보고한 후 즉시 출동하십시오. 게이트 발생 구역이 확인되면 다른 구역의 타이머들은 지시받은 위치에서 대기하며 주변을 경계합니다. 새로운 게이트가 확인되지 않으면 본부의 지시를 따르게 됩니다. 이후에는 군이 경계 태세를 넘겨받기로 협의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확인했어요. (세계의 존망이 걸린 문제는 장난을 멈추고 나름 진지하게 듣습니다. 외우주의 신이 과연 어떤 형태로 어디서 침입할지 예상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인간이 신을 이해한다, 자체가 웃긴 일입니다. 최대한 대처하는 것밖에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확인했습니다. (하나하나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너무 풀어지지도 조이지도 않은 적당한 경계를 세운다. 10시까지 앞으로 몇십 초.)

연구원의 브리핑이 끝나자 10시를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10, 9, 8……
……
…….
제로.
인트로를 알리는 음악, 스피커가 뱉어내는 MC의 목소리, 열렬한 환호성이 거대한 파동이 되어 백스테이지 바닥을 쿵쿵 울립니다.
연구원 레인이 눈짓으로 묻습니다. 준비됐느냐고.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물릴 수는 없겠지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에게 준비되었다는 시선을 보냅니다. 그리고 신성현과 눈을 맞춥니다. 작은 입 모양이, 시끄러운 소리 사이에 먹혀든 속삭임이 당신에게 닿습니다. 준비됐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를 지탱한 존재의 시선을 받아 웃어주었다. 작은 입 모양이, 소란을 뚫고 도달한 사람에게 되돌아갔다. 준비됐다고.)

매해 빠지지 않는 이벤트였으니 이젠 대본 없이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성현의 등장이 추가되긴 했지만, 그 소개는 MC가 맡을 테니까요.
당신의 몫은 거창한 쇼맨십과 예측불허의 멸망을 위한 애드리브입니다.
무대 위에선 매끄러운 진행이 이어집니다. 곧 두 사람의 순서입니다.
시끄러운 열기 속에, 옆 사람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달아오릅니다.
들뜨기 시작한, 혹은 긴장하기 시작한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었을 때,

 

스태프

제10시 페어! 지금 올라오세요! (스태프의 사인이 떨어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드디어. 막이 올리고 멸망의 시작입니다. 신성현의 예언과 타이머의 예언까지 겹친 멸망은 실현될 것입니다. 불온한 온기, 불안한 세계의 존속. 그것을 밟고 무대로 나아갑니다. 언제나 혼자였던 이연화의 옆자리에는…) 가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폭풍 전의 하늘은 언제나 고요하듯이 평화로운 이 상황이 어느 형태로 어그러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 손을 잡아준 당신과 함께 나아간다. 신성현이 가야 할 길은 당신이 가는 길이었다.) 가자, 이연화.

무대에 오르기 직전, 한발 물러섰던 레인은 충고를 덧붙입니다.

 

연구원 레인

게이트가 열리거든…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눈앞의 상황에 발목이 붙잡혔다간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흩어지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난세의 영웅은 환호와 찬양과 박수 세례를 향해 전진합니다.
세계 멸망 디데이에 울려 퍼지는 팡파레는 숨 막히게 웅장합니다.
이연화!
이연화! 이연화! 이연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시선 일부는 의문을 담아 신성현에게로 향합니다.
우리가 대답 대신 무대 정중앙에 섰을 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금, 이연화가 신성현에게 눈짓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우주를 사람들에게 선보일 때였습니다. 한 손을 들어 금빛 마안을 생성하고, 주위에 중력을 두릅니다. 무대 아래 곳곳에 설치해 두었던 그것들이 잘게 진동합니다.)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시작할게. (금빛 마안은 이연화의 신호였다. 그것을 보고 옛 기억을 꺼내 든다. 타이머는 카운터로, 카운터는 타이머로 자리한 정반대의 상황이 독특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파트너를 따라 생겨난 푸른 마안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그리하여 그가 떠올린 오색찬란한 풍등을 허공에 배치한다.)

황혼이 깔린 밤하늘 아래 오색찬란 빛나는 그것은 오로라를 닮았습니다.
수많은 별처럼 밤하늘을 수놓아 우리의, 둘만의 우주를 만듭니다.
주황색이 빠져나가 검푸른 하늘을 우주 삼아 펼쳐진 황홀한 색채가 제 자리에 정렬합니다.
몇몇 풍등은 우주를 수놓은 별로, 그리고 조금 더 큰 풍등은 그 자리에서 모양을 이룬 별자리로.
이리저리 얽히든 하늘에 그림을 그린 물체가 어여쁘게 반짝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어 이연화가 잡은 손에 힘을 주면, 팡. 정확히 상인이 준 풍등을 제외한 나머지가 터집니다. 반짝이는 빛이 떨어져 사방을 빛냅니다. 남은 세 개의 풍등은 파도를 헤엄치듯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검푸른 하늘과 딱 맞는 색.)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선 무대는 하나의 우주가 되었습니다.
객석에서 마주친 소렌은 감사의 뜻으로 깍듯한 목례를 전합니다.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자. 인류의 영웅.
그 모든 이름을 증명하는 권능에, 관객 일동은 시선을 빼앗깁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크린 너머의 MC가 포문을 엽니다.

 

MC

제10시의 타이머, 이연화 씨입니다! 도밍게즈가 가장 사랑하는 타이머가 드디어 이 자리에 섰군요. 오, 그리고 새로운 얼굴을 데려오셨네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을 무사히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제10시 타이머 이연화입니다. (쇼맨십을 끝마친 이연화가 능숙하게 서두를 엽니다. 대외용 미소는 적절한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신성현과 잡은 손을 살풋 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대는 다른 도밍게즈에 속했던 신성현도 꾸준히 해 온 일. 불안해하는 표정은 어디에 가고 잔잔한 눈빛이 앞을 바라본다. 이연화와 잡은 손을 살풋 들었다.)

 

MC

여전히 세기의 미모를 보여주시는군요. 이연화 씨를 보자마자 시간이 멈추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 이연화 씨가 운명의 파트너를 만났다고 들었는데, 설마 결혼 발표는 아니죠? (메이, 쇼맨십의 MC는 자연스럽게 당신을 화제에 올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칭찬 고마워요. 오늘 메이 씨도 아름다우셔서 밤하늘의 별을 꼭 닮은 것 같아요. (막힘없이 진행한 이연화는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잘 볼 수 있도록 신성현과 한 걸음 내디딥니다. 맞잡은 신성현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글쎄요. 그에게 느끼는 감각을 보면 조만간 실현될지도 몰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씨를 사랑하실 분들께 실례입니다. (농담은.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당신 성격을 보아 예상 범위 안이었다. 부끄러운 건 별개라 귀 끝을 약간 붉혔지만.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자신을 소개한다. 타이머가 아닌.) 타이머의 파트너가 된, 카운터 신성현입니다.

 

MC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자리를 빌려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타이머의 파트너, 카운터 신성현 씨입니다!

들뜬 목소리는 대본에 적힌 문장을 빠르게 읽어내립니다. 타이머와 동등한 권능을 지닌 새로운 존재다, 타이머와 함께 있을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DOT는 타이머의 파트너를 카운터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하여,

 

MC

타이머와 카운터의 보호 아래, 도밍게즈는 한층 더 안전해질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은 어린 타이머와 파트너들을 소개시켰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괜찮아요, 비교적 덜 알려져서 사람들의 반감이 더할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이미 사람들의 생각이 굳어진 상태에서 새 개념을 추가하는 건… 이렇게 쐐기를 박아줘야 합니다. 신성현에게 끄덕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 번째 신호를 받은 신성현이 반대쪽 손을 펼친다. 하나, 둘, 셋… 이연화와 꼭 같은 개수로 형성된 마안을 움직여 흩날리는 별 가루를 조종한다.)

강한 중력에 휩쓸린 반짝임이 하늘을 파도쳐 환히 빛나는 두 번째 오로라를 형성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능, 중력을 다스리는 시간.
이연화의 금빛 마안을 닮아 회전하는 푸른빛 마안이 말할 필요 없는 명실상부한 증거였습니다.
새로운 구원자. 타이머의 파트너.
시간이 선택한……. 또 다른 영웅.
또 다른 주연의 등장에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봅니다.
어떤 반응이 터져 나오기 전, 누군가 외칩니다.
“게이트다!”
인파 사이로 손가락이 튀어나오고, 관중은 사냥감을 쫓은 맹수처럼 잽싸게 그 궤적을 뒤쫓습니다.
목표 지점은 제10구역의 손가락, 바로 그 위의 게이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환한 미소는 순식간에 지워졌습니다. 아까부터 전개하던 금빛 마안이 늘어진 비상 등을 일렬로 세웁니다. 나머지는 DOT가 해줄 거예요.) 신성현! (제10구역 손가락, 그 위 게이트를 확인합니다. 귓가 무전기를 만지작거렸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완벽한 순간이군. (여유는 없었다. 당신을 도와 사람들이 부딪치지 않게 바리케이드를 일으킨다. 중력 타이머라 가능한 일이겠지.)

최초의 우주선 위로 난 문이 벌어질수록 가로등 불빛은 애처롭게 깜빡거립니다. 외우주의 소용돌이가 불길하게 휘몰아치며 완벽한 어둠을 담금질합니다.
똬리를 튼 게이트는 기지개를 켜듯 사방으로 찢어져 제10구역의 하늘을 물들입니다.
눈 깜빡할 사이 무대 차양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가 내리고.
치직, 치지직. 무전기에서 시끄러운 보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옵니다.
[제0구역, 게이트 생성 확인. 위치는 오벨리스크 상공. 전례 없던 규모입니다.]
[제3구역도 게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세, 세계수 상공입니다!]
[제11구역은 예언의 탑 상공에 열리고 있습니다. 계속 확장하는 중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상공 전체를 장악할 작정인가 보네요. (제10구역, 게이트 생성 확인. 최초의 우주선 상공. 같은 보고를 보낸 이연화는 발을 구릅니다. 손잡은 신성현과 함께 떠오릅니다.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지켜야 해요.) 뭐가 침입하려길래 전례 없는 대규모 게이트인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도밍게즈 전체를 웃도는 크기인 외우주의 신이 강림하려는 모양이지. 신화생물조차 숭배하는 대상. (세계의 멸망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광경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실감한다. 당신과 하늘을 부유했다. 돌아보지 않아, 그게 타이머의 임무였다.)

웨엥, 웨엥, 웨에에엥―
경보를 울려대는 스피커,
꺄악, 살려줘, 침착하게 대피하십시오. 빨리 비켜! 군의 지시를…….
온갖 마디가 뒤섞인 비명.
공포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나 어울릴 법한 배경 음악으로 서막을 연 게이트는 빈틈없이 여백을 점령합니다.
제10구역을 넘어, 옆 구역의 하늘을 침범하고, 그곳의 게이트와 만나 경계를 잃고 온전한 하나가 되어서.
인위적인 밤이 완성되는 순간 깨닫습니다.
우리는 지금 같은 하늘을 보고 있다고.
도밍게즈 전역을 거느릴 만큼 거대한 게이트의 등장입니다.
⚜ 공포 판정 : 난이도 3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하…, (온몸에 소름이 쭈뼛 돋습니다. 차원이 다른 종의 등장, 그야말로 ‘신’의 강림. 코스모스 웨이브를 직접 목도한 이연화는 아무리 자신이라도 평범한 인간입니다. 이런 것을 어찌 견디겠어요? 하늘과 가까워져 인위적인 밤을 목도한 그의 안색이 새하얘집니다. 당신을 잡은 손이 떨립니다.) 미친 놈들인가.
(4)dx | 공포 판정 (4DX10) > 9[1,4,7,9] > 9
2d10 | 공포 침식 (2D10) > 11[3,8] > 1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01 → 112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건 뭐라 할 맘도 사라지네. (인간의 생존 본능이 경고한다. 당장 도망쳐 저것에게서 벗어나라는 공포. 하지만 사방이 점령된 하늘에서 어찌 도망간단 말인가. 무력하게 새카만 동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dx | 공포 판정 (2DX10) > 8[2,8] > 8
2d10 | 공포 침식 (2D10) > 12[8,4] > 12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09 → 121

타이머의 본능에 뿌리박힌 공포가 이성을 갉아먹을 때였습니다.
이연화, 당신이 지니고 있던 사파이어 펜듈럼이 쨍한 빛을 발합니다.
섬세하게 깎아낸 보석에 새파란 하늘이 일렁거리는 듯한 환각을 봅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헉, 상체를 숙여 급한 숨을 들이켜자 자신이 공포에 짓눌려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온몸이 벌벌 떨렸고 군복은 식은땀으로 축축했습니다. 처참한 얼굴로 겨우 미소 지어, 고개를 듭니다. 손안에 쥐인 사파이어가 틈 사이로 밝은 빛을 발합니다. 단순한 호의 덕에 살았군요. 웃는 게 아니라 탄식을 담은 헛웃음이었습니다.) 이런, 걸… 어떻게 이기라고. (내 곁엔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 사실 하나가 그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파이어 펜듈럼이 뿜어낸 빛이 정신을 깨우고 이성을 다잡는다. 신성현의 표정은 당신처럼 아주 좋지 않았다. 새파래진 안색, 흘러내리는 식은땀과 꽉 깨문 입술. 내 곁에 당신이 없었더라면 결코 버티지 못했을 터다. 까마득한 공포에 잠긴 목소리를 냈다.) 시간을… 벌 순 있을까. 힘닿는 데까진 해보겠다만. (저것은 태산이고 우리는 티끌에 불과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셋, 둘, 하나. 속으로 숫자를 센 뒤 뜬 눈은 아까보다는 선명해졌습니다. 절로 넘어가는 호흡을 다스립니다.) 어쩌겠어요, 맞서도 도망쳐도 결과는 같을 거예요. 그러니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버둥 쳐야 하지 않겠나요. 인간이란 무릇 추악한 생명을 갈구하는 법이니. (그게 내가 될 줄 몰랐지만. 장갑을 꽉 조여 맵니다. 당신에게 일그러진 웃음을 지어줍니다.)
가요, 형. (무대로 나아갈 때와 같은 말.)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지. 맞서도 위험하고 도망쳐도 소용없어. 이 정도 크기는 행성 하나쯤을 채 1시간도 안 돼서 멸망시킬 거다. (이연화가 알려준 방법을 사용한다. 손바닥에 10을 그려 넣어 삼킨다. 당신을 지키겠다는 각오,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단호한 얼굴로 웃는다. 창백한 안색이었기에 우리 둘 다 형편없는, 허나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웃음이었다.)
가자, 이연화. (나는 당신을 지킬 것이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아,
앞으로,
또 앞으로.
《전투 개시》
■■■■의 위족들은 우리와 15m 거리에 있습니다.
■■■■가 한 인게이지, 그리고 신성현과 이연화가 한 인게이지입니다.
2라운드까지는 외우주의 신을 공격해도 위족을 베어내는 데 적용됩니다. ■■■■와 위족은 동일 대상으로 처리됩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전조 증상이 시작됩니다. 하늘이 열린다. 우주가 쏟아진다.
이 순간, 당신은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신의 강림을 목도합니다.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뇌리를 파고들면 관자놀이를 못질하는 격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우주 그 자체입니다. 팽창하고 축소하길 반복하며 불규칙하게 꿈틀거리는 위족은 주변을 맴도는 행성을 때려 부수고 산산조각 내며 짜증을 일삼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기랄, 글로만 본 외우주의 신을 직접 목도하는 건 차마 설명할 수 없이 모독적이었습니다. 사파이어 펜듈럼 없는 타이머들이 걱정될 정도로요. 미쳐서 전선을 이탈하는 자가 없어야 할 텐데. 찌릿 울리는 고통을 참고 파트너를 잡은 손이 뻗어지면, 금빛 중력은 당신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위족이, 큭… 아래쪽에 닿지 않도록 막아야 해요. 잔여물은 내게, 맡겨요! (고통을 딛고 말하느라 드문드문 끊겼습니다.)
《적방편이세계》 Lv5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2
대상 : 신성현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12 → 114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금니를 까득 악문다. 머리에서 시작해 전신을 강타하는 격렬한 고통을 견뎌냈다. 쓰러질 수 없어, 당신이 등 뒤에 있으니까. 내가 무너지면 저것은 당신을 향할 테니까. 부드러운 금빛 중력을 느끼자마자 제 힘을 모조리 해방했다. 처음부터 전력을 쏟아붓는다.) 엄호를 부탁하지. 무엇보다 네 안위를 우선시해. (타이머의 상대는 신이야. 한눈팔 시간이 있을 리가.)
【100↑ Blue moon】 《타겟 록》 | 셋업 / - / 자동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3
대상 : ■■■■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21 → 124

신성현을 엄호하며 정중앙에서 몸부림치는 혼돈의 핵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맥이 쭉 빠집니다.
손끝이 식는 감각이 등골에 선연하게 고입니다.

캐릭터 인장

■■■■

《예고된 종언》 Lv1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당신이 쏜 멸망의 인자나 절대적인 운명 등에 의해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대상을 덮치는 E로이스. 당신은 멸망의 구현자요, 그 죽음의 선고에 틀림은 없나니. 이 효과는 ■■■ ■■■ 것으로 해제할 수 있다.
《끝없는 힘》 Lv1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다 써버렸을 힘을, 솟구치는 광기와 엄청난 욕망을 원동력으로 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E로이스.
대상 : 《예고된 종언》
《예고된 종언》 대상 : 이연화, 신성현

눈앞의 적은 광활하고, 등 뒤의 지켜야 할 것들은 연약하기만 합니다. 권능으로도 감히 대적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세계. 초읽기에 들어간 멸망.
그래도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군의 인솔을 따라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장 도피 행렬을 쓸어버릴 듯 한껏 젖힌 위족도.
이대로라면 무대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몰살당할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날을 위해 준비한 무대였습니다. 신성현과 약속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지켜 내일을 바라보겠다고. 이 행성의 존속을 이루어내겠다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신성현의 등 뒤를 지킵니다.) 걱정 돌려줄게요, 신성현. 당신 안위도 우선시해야 해요. (신 앞에서는 소용없는 말이란 걸 알지만 부러 말했습니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의 앞에서 저를 걱정하는 파트너를 슬쩍 바라본다. 뒤돌아본 얼굴은 온화했다. 다시 앞을 주시하며 손아귀를 그러쥔다.)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노력해 볼게. 사랑하는 파트너를 슬프게 하고 싶진 않아. (괜찮아, 할 수 있어. 이연화가 키워 돌려준 힘을 삼킨다.)
【100↑ Lycanthrope】 《헌팅 스타일+파괴의 손톱+완전수화》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10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24 → 134
[ 신성현 ] BN : 3 → 4

캐릭터 인장

신성현

(검은빛 장갑을 둘러싼 푸른빛 마안, 짐승의 힘을 현신한 육체. 검은 인영은 위족을 사냥감 삼아 돌진한다. 빠르게 이동한 신성현은 어깨를 뒤로 빼고,) 파편… 조심해. (그대로 휘둘렀다. 쾅! 평범한 인간은 결코 낼 수 없는 굉음이 하늘을 흔들었다.)
19dx7+1 【130↑ Wolfpack】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마지막 조각》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9D+1 / 크리치 7 / 공격력 30 / 침식 7 (19DX7+1) > 10[1,1,2,2,2,3,3,5,5,5,6,7,7,8,9,9,10,10,10]+10[3,3,4,5,6,6,8,10]+10[6,7]+10[10]+3[3]+1 > 44
대상 : ■■■■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34 → 141

캐릭터 인장

신성현

5D10+42 | 대미지 (5D10+42) > 30[4,3,8,10,5]+42 > 72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강한 바람이 머리칼을 흩트렸습니다. 이연화 모습을 한 신화생물을 공격한 건 애교 수준이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신화생물이나 인간이 맞았다면 산산조각났을 거예요. 문제는… 저게 신이라는 거였습니다. 사방에 튀기는 위족 파편을 중력으로 멈춰 제어하려 합니다.) 훌륭했어요. 만 점 드리죠.

신성현은 위족이 도피 행렬에 닿기 전에 신의 어깨를 찢어발깁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피리의 음계가 비명처럼 날카롭게 울부짖습니다.
볼 수 없는 눈동자, 백색 동공, 끊임없이 폭발하는 핵도 주춤할 일격입니다!
도피 행렬은 간신히 위기를 벗어납니다. 그러나 발치에는 이미 시체가 널렸습니다.
파편에 꿰뚫리거나 다른 위족에 터져나가거나 갈라진 땅, 무너진 물건에 삼켜진 시체들.

system

[ ■■■■ ] HP : 1000 → 928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능한 최대치 전력을 다했는데도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당신의 말을 듣곤 겨우 눈앞에 집중한다.) 신을 상대로 이만큼이면 만점인 거지. (이해하는데. 이해해야 하는데, 널린 시체들에 속이 뒤집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도 인간이에요. 인간이 권능을 다스릴 수 있는 한계는 존재합니다. 반면 신의 위족은 너무나 거대하고 위험해요. 모든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연화가 더 높이 날아오릅니다.) 연구원이 한 말을 되새겨요. 타이머만 할 수 있는 일은 타이머가, 그렇지 않은 일은 모두가. 뒤를 신경 써선 안 돼. (신성현을 보조하고 곁으로 돌아온 금빛 마안이 별자리처럼 회전합니다. 마안들을 잇는 얇은 선. 활 형태를 만든 이연화가 연결된 빛을 가볍게 쥡니다.)
모든 타이머가 죽을 수도 있는 코스모스 웨이브예요. 일반인들의 피해는 셀 수 없을 테죠. (활시위를 죽 당긴 손가락을 펴면, 금빛 궤적은 일직선으로 쏘아집니다. 곧게 쏘아진 궤적에 제 모든 힘을 응축했습니다.) 우린 미래를 만들어야 해요.
14dx7+18 【100↑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마지막 조각》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4D+18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7 (14DX7+18) > 10[1,4,4,4,5,5,6,6,6,7,7,9,9,9]+10[1,3,6,10,10]+10[2,7]+10[9]+4[4]+18 > 62
대상 : ■■■■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14 → 121

캐릭터 인장

이연화

7D10+18 | 대미지 (7D10+18) > 50[6,1,10,9,8,7,9]+18 > 68

위족을 정확히 타격한 궤적은 쿵, 소리를 내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흡사 초신성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밝은 금빛이 밤을 반짝 비추었습니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방금 구한 이들도 채 몇 걸음을 떼지 못한 채 죽어 나자빠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조, 조심하세요!”
‘아마 마지막까지도 타이머를 기다렸을 거요.’
누군가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
행렬을 따라가던 사람 한 명이 힘껏 외칩니다. 인간은 형편없는, 최악의 상황에도 타인을 걱정하곤 합니다.

system

[ ■■■■ ] HP : 928 → 860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은 날 지켜야죠. 나는 날 지키는 당신과, 당신이 원하는 저들을 지킬게요. 내게 집중해요. (톡. 금빛 마안이 푸른 마안을 쓰다듬습니다. 더군다나,) 신이 강림할 거예요. (시간이 지난 게이트를, 하늘을 가리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조 증상이 끝나가는 게이트는 무언가를 내뱉으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연화의 손끝에서 오로지 당신만을 마주 본 신성현이 쓴 미소를 짓는다. 폭발이 일어난 뒤 반짝이는 금빛 가루가 흘러내리는 주위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숨을 토해낸다. 푸른빛 마안은 당신에게 반응해 금빛 주위를 빙글 돌았다.) 어린 파트너 앞에서 주책 떠는 건 이 정도로 해야겠어. 네 걱정과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지. 난 지금부터 이연화를 전력으로 보호할 생각이다. (파트너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벽이 되어주겠다고, 강림을 대비한다.)

《클린업 프로세스 : 1라운드 종료》
《셋업 프로세스 : 2라운드 개시》
전조 증상이 끝나 위대한 옛것이 완전히 강림합니다.
게이트를 열고 우주를 뒤집어 깐 것처럼 상상할 수 없는 캄캄한 굶주림이 도밍게즈를 삼키려 아가리를 찢습니다.
모든 영원의 중심에서 부글거리는 근본적 혼란. 형태 없는 최후의 황폐함.
그것은 아무도 그 이름을 감히 입에 담지 못하는 무한한 신격.
그 신격을 수호하듯 크고 작은 신화생물 5마리가 뒤따릅니다. (1D10-1) > 6[6]-1 > 5
100-5D10 (100-5D10) > 100-29[8,4,9,2,6] > 71
1D100<=71 (1D100<=71) > 90 > 실패
막 침입한 그것은 다행히 아무 행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주위 날아드는 신화생물은 생물과 무생물 구별 없이 모든 걸 물어뜯고 파괴합니다.
도피 행렬을 수호하기 위해선 쉴 새 없이 때려 부수는 위족을 걷어내야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블랙홀만도 까마득한데 지긋지긋하네. (질린 투로 중얼거린다. 신화생물 밑으로 자리한 DOT 전투 군인들을 확인한다.) 우린 외우주의 신만 처리한다. 아직 여력 남아있지?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긋지긋함을 넘어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요. 신화생물 5마리는 거의 절반 넘는 타이머가 출동해야 진압할 수 있지 않나. (권능 없는 자들이 불안했습니다. 신을 상대하는 시점에서 남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라 신경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력이 없어도 만들어야죠. 내 서포트는 귀하답니다. (딱, 손가락을 튕겨 이번에도 신성현을 돕습니다.)
《적방편이세계》 Lv5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2
대상 : 신성현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21 → 123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한 서포트를 마음껏 누리다니, 영광인걸. (일그러진 시공간과 가속하는 시간. 한 명의 인간이 시간을 다스리는 것은 그가 얼마나 늑숙한 타이머인지 보여주었다. 당신이 들인 노력을 헛되이 날려 보내지 않는다. 신화생물들은 아래 사람들에게 맡겼다.) 고마워. 즉시 행동하지.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준비는 진작 마쳤다. 분석하고 말할 시간에 움직인다. 상황 판단과 전략은 당신에게, 나는 묵묵히 당신을 노리는 위족들을 베어 터뜨린다. 육중한 중력은 사방을 점령해 신을 짓눌렀다. 저것이 움직이지 않을 때 최대한 없애야 해.)
19dx7+1 【130↑ Wolfpack】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마지막 조각》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9D+1 / 크리치 7 / 공격력 30 / 침식 7 (19DX7+1) > 10[1,1,2,2,3,3,4,4,4,4,6,6,7,7,8,9,9,10,10]+10[2,4,5,7,8,8,10]+10[2,2,6,9]+10[9]+5[5]+1 > 46
대상 : ■■■■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41 → 148

캐릭터 인장

신성현

5D10+42 | 대미지 (5D10+42) > 31[2,4,9,8,8]+42 > 73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습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높은 출력을 시도하고 있어요. 무리하지 말라는 소리를 할 수 없는 자신이 야속했습니다. 우리의 살과 뼈를 깎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합니다.) 숙여요. (제게 다가오는 위족은 신성현이 터뜨려줄 걸 알고 있었으므로. 오랫동안 형성한 마안 수십 개를 작디작게 퍼뜨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후우, 타격의 영향으로 저려오는 팔을 털었다. 신화생물에게 직접 부딪친 반동을 온몸으로 받아내려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권능을 쥐어짜 내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할 뿐. 허리를 숙여 이연화의 지시를 따른다.) 지금이다.

아까보다 더 강한 타격으로 큰 구멍이 뚫린 위족이 짐짓 물러섭니다.
밤하늘을 유영하는 수십 개의 마안을 쏘아 보낼 차례입니다.

system

[ ■■■■ ] HP : 860 → 787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누가 먼저 쓰러지는지. (마찬가지로 권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쥐어짠 이연화가 쳐든 팔을 덜덜 떱니다. 과한 중력을 붙든 대가입니다. 터져나가는 폭발을 찢어진 천으로 얼기설기 이어 붙인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휙, 팔을 내리긋자 내내 속박당한 마안들이 탄환처럼 발사됩니다.) 한 번 보자고요.
14dx7+18 【100↑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마지막 조각》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4D+18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7 (14DX7+18) > 10[1,2,2,3,3,5,5,6,7,8,9,10,10,10]+10[6,6,9,9,9,9]+10[1,2,7,9]+6[5,6]+18 > 54
대상 : ■■■■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23 → 130
[ 이연화 ] BN : 3 → 4

캐릭터 인장

이연화

6D10+18 | 대미지 (6D10+18) > 27[4,3,2,4,7,7]+18 > 45

펑, 펑! 요란한 폭발이 수십 번 이어져 불꽃을 터트립니다.
제10시 타이머로서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스케일 크고 훌륭한 쇼맨십이었겠죠. 섬멸하는 빛은 눈을 뜨지 못할 만치 화려했습니다.
당신과 신성현조차 연쇄 폭발이 일으킨 풍압에 밀려 뒤로 조금 밀려납니다.
마침내, 위대한 옛것이 몸을 일으킵니다.

system

[ ■■■■ ] HP : 787 → 742

캐릭터 인장

이연화

뒤로 빠져요! (공격할 조짐이었습니다. 신이라는 자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리는 없겠죠. 이연화의 중력이 신성현을 끌어당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늦었…어, 오지 마. 너까지 위험해! (거대한 신의 몸체는 거리를 상관하지 않는 폭력일 것이다. 그저 당신을 모독적인 신에게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뜨리려 밀어냈다. 이번만 용서해 줘.)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

캄캄한 우주 그 자체는 먼지와 다름없는 존재들을 내려다봅니다. 형태도 눈도 없는 기이한 하늘이었으나 시선을 느낀 것만 같았습니다. 사악한 북소리와 저주받은 피리 소리를 연주합니다.
1D6 【공격 횟수】 (1D6) > 2
150dx7+50 【위족 내려치기+■■ ■■】 | 공격력 1D100 / 시야 (150DX7+50) > 10[1,1,1,1,1,1,1,1,1,1,1,1,1,2,2,2,2,2,2,2,2,2,2,2,2,2,2,2,2,3,3,3,3,3,3,3,3,3,3,3,3,3,3,4,4,4,4,4,4,4,4,4,4,4,4,4,4,4,5,5,5,5,5,5,5,5,5,5,5,5,5,5,5,6,6,6,6,6,6,6,6,6,6,6,6,6,6,7,7,7,7,7,7,7,7,7,7,7,7,8,8,8,8,8,8,8,8,8,8,8,8,8,8,8,8,8,8,8,8,8,8,8,9,9,9,9,9,9,9,9,9,9,9,9,9,9,9,10,10,10,10,10,10,10,10,10,10,10,10,10]+10[1,1,1,1,1,1,1,1,2,2,2,3,3,3,3,3,4,4,4,4,4,4,4,5,5,5,5,5,5,5,5,5,5,5,6,6,6,6,6,6,6,6,7,7,7,7,7,7,8,9,9,9,10,10,10,10,10,10,10,10,10,10,10]+10[1,1,1,1,2,3,4,4,5,5,5,7,7,7,7,8,9,9,10,10,10]+10[2,4,5,5,6,6,7,8,8,10]+10[1,2,3,7]+6[6]+50 > 106
대상 : 이연화, 신성현

위족 두 개가 앞뒤로 신성현을 노리고 날아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반격해서 터뜨려야 간신히 살아남을 겁니다.
⚜ 반격 판정 : 난이도 3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살면서 지금처럼 숨이 멎는 감각은 처음이었습니다. 신성현에게 쇄도하는 위족을 온 힘을 다해 쳐냅니다. 악을 질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켜달라고 했지, 희생하라고 말한 적 없어! (아무렇게나 쏜 마안은 신성현만 피해 갑니다. 권능끼리 나의 운명을 알아봅니다.)
8dx7+6 【130↑ Blood moon 《요격하는 마안+검은 철퇴》 | 리액션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8D+6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8 (8DX7+6) > 10[1,1,3,3,4,5,7,8]+10[1,7]+5[5]+6 > 3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30 → 138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럴 생각 없, (큭, 이연화가 아무렇게나 쏜 마안이 위족 하나의 방향을 틀었다. 위태롭게 피한 신성현은 앞에서 쏟아지는 불길한 위족을 강타한다. 지금 희생하면… 널 지켜주지 못하잖아.)
14dx7+1 《복수의 칼날》 Lv2 | 오토 | 백병 | 대결 | 단일 | 지근 | 침식치 +6 (14DX7+1) > 10[1,1,2,3,3,4,6,7,7,8,8,9,9,10]+10[1,4,5,6,7,8,9]+10[2,3,7]+4[4]+1 > 35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48 → 154

파괴하거나 방향을 바꾼 위족은 허공을 가르고 아무런 피해를 남기지 않습니다.
그것에게 맞은 건물 하나가 흔적도 없이 녹아 소멸됩니다.
거슬리는 먼지를 해치우지 못한 신격이 한 번 더, 짜증 부립니다.

캐릭터 인장

■■■■

150dx7+50 【위족 내려치기+■■ ■■】 | 공격력 1D100 / 시야 (150DX7+50) > 10[1,1,1,1,1,1,1,1,1,1,1,2,2,2,2,2,2,2,2,2,2,2,2,2,2,2,2,2,2,3,3,3,3,3,3,3,3,3,3,3,3,3,3,3,4,4,4,4,4,4,4,4,4,4,4,4,4,4,4,4,4,5,5,5,5,5,5,5,5,5,5,5,5,5,5,6,6,6,6,6,6,6,6,6,6,6,6,6,6,6,6,6,6,6,6,7,7,7,7,7,7,7,7,7,7,7,7,7,8,8,8,8,8,8,8,8,8,8,8,8,8,8,8,8,8,8,8,8,8,9,9,9,9,9,9,9,9,9,9,9,10,10,10,10,10,10,10,10,10,10]+10[1,1,1,1,1,1,1,1,1,1,1,1,1,2,2,2,2,2,2,2,2,2,2,3,3,3,4,4,4,4,4,4,5,5,5,5,6,6,6,7,7,7,7,8,8,8,9,9,9,9,10,10,10,10,10]+10[2,2,2,2,3,3,4,5,5,5,5,6,7,7,9,10]+10[1,9,9,10]+10[3,3,10]+3[3]+50 > 103
대상 : 이연화, 신성현

미처 보지 못한 다른 위족이 당신을 정확히 노리고 것입니다.
휘둘러지는 쪽으로는 신성현도 있어서, 당신이 휩쓸리면 그 또한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합니다.
⚜ 반격 판정 : 난이도 35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럴 생각 없다는 사람이 겁 없이…, (아차, 신성현에게 정신이 팔려 주위를 살피지 못했습니다. 하여간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군요. 위기감 없이 싸웠던 신화생물과 비교하는 것도 실례였습니다. 빠른 두뇌 회전력 덕분에 그나마 살아남은 거였습니다. 일으킨 중력이 허공을 할큅니다.) 제기랄.
8dx7+6 【130↑ Blood moon 《요격하는 마안+검은 철퇴》 | 리액션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8D+6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8 (8DX7+6) > 10[2,2,3,4,4,7,8,9]+10[1,4,7]+10[10]+5[5]+6 > 4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38 → 146

육중한 타격음이 들리며 위족이 두 사람의 발밑을 가로지릅니다.
위족의 거리 안에 들어온 제10구역은 곳곳이 황폐하게 메마르기 시작합니다. 건물들이 깨지고, 물을 알칼리성으로 변하고, 나무는 죽어 갈라집니다.
하늘을 흐르던 구름마저 볼품없이 쪼그라듭니다. 돌무더기에 깔려 있던 사람의 몸이 삽시간에 모든 수분을 빨아낸 것처럼 구겨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 쪼그라드는 시체가 내가 될지도 몰랐다는 말이죠.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아직 신을 물리치려면 한참하고도 한참이나 남았는데 지쳐갔습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죽음을 직전에 둔 머리는 주위 소리처럼 요란했습니다. 신성현. 신성현은 무사한가? 당신만큼은.)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쁜 숨을 몰아쉰 신성현이 당신의 안위를 같은 박자로 확인한다.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을 꼼꼼히 확인하고 당신에게 다가온다.) 방금은 정말 위험했어. 내겐 아직 피할 수단이 많아. 내가 널 믿는 만큼 너도 날 믿어줘야지. (신이 물러가지 않았기에 축약했다. 당신을 지키는 것은 내 사명이라는 걸.)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가온 신성현의 손목을 잡습니다. 따스한 온기, 살아 있다는 증거. 쿵 떨어진 심장은 제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먼지와 건물 잔해가 묻은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무서워서 그랬어요. 당신을 잃을까 봐, 나 혼자 남겨질까 봐… 부탁이에요 형. 다치지 말아요. (이연화가 불가능한 부탁을 읊조리는 건 처음입니다. 하나뿐인 당신이 다치는 게 싫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뒤를 돌아보지 말라면서 저를 붙잡은 이연화와 다른 반응이었다. 세상 무서운 것 없어 보였던 이 아이가… 정말 두려워하고 있었다. 당신이 느낄 마음, 걱정, 공포, 전부 이해해. 고운 뺨을 더럽힌 먼지가 신성현의 장갑에 쓸려 닦인다.) 시간이 없어서 긴말은 못 해주겠지만, 이연화.
신성현은 이연화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내가 차원을 건너 널 만나러 온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죽지 않는다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대답 아닌 말. 이연화로서는 당장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신성현은 내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니, 추상적인 말이 뭘 뜻하는 것인지 애매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내어주는 다정한 손길이 놀란 마음을 다스립니다. 아주 잠깐의 틈. 당신 손을 잡습니다.) 약속, 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도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약속할게. (망설임 없는 약속. 나는 돌고 돌아 네 곁을 향하겠다고. 아주 잠깐의 틈, 짧은 입맞춤을 해준 뒤 떨어진다. 단단히 잡은 손깍지가 맞물렸다가 스르륵 빠져나간다. 떨어져도 우리의 연결은 이어져 있어.) 잠깐만 떨어져도 불안해하는 파트너를 두고 어딜 가, 내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방금 되게 사망 플래그 같았어요. (죽음의 위기는 사람을 뒤흔드나 봅니다. 답지않게 울고 싶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옛것의 기세를 느끼곤 막막했습니다. 그러자 자동으로 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치솟았습니다. 그가 달랜 온기를 끌어안습니다.) …믿을게요, 신성현. 이번만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말이 씨가 된다는 거 몰라? (웃어넘긴다. 올망올망 바라보는 이연화, 주위를 휘젓는 위족과 거대한 신… 아마 이것이 최후의 여유이리라.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 함께 싸울 수 있는 것이겠지.) 믿어. 난 너를 지킬 수 있어.

수 차례 공격당한 위족이 파괴된 몸체를 형성하는 틈을 타 잠깐 상대를 걱정하고 달랩니다.
거친 재앙과 맞서 싸우노라면 주위는 폐허가 되어가고 도피 행렬은 끄트머리만 남긴 상태입니다.
《클린업 프로세스 : 2라운드 종료》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직전, 무전이 울립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여기는 본부, 여기는 본부. 타이머 전원 응답하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숨을 고른 이연화가 평온을 가장해 대답합니다.) 여기는 제10시. 이연화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10시, 신성현입니다. (경계는 신에게 고정한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현재 도밍게즈 상공에 등장한 신격의 정체를 파악했다.]
[그 이름은….]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한한…, (아자토스. 입에 담을 수 없는 혼돈. 어둠을 살라 먹고 등장한 외우주의 신이 하필 가장 힘겨운 상대라는 소리가 놀랍지 않습니다. 몸소 체험했잖아요, 방금. 마지막 말을 생각하자면.) 저것에게도 핵이 있는 거군요.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그래, 위족을 걷어내기만 해선 소용없다. 도시의 파괴는 무시하고 중심부로 파고들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을 파괴해야 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도시의 파괴는 무시한다는 말씀은. (눈동자가 시민들에게 향합니다. 나야 하슬러 원수에게 찬성하는 바이지만, 신성현은? 그의 성정상 혼란스러워할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시민들과… DOT 일원들을 포기한다는 말씀입니까. (목소리 끝이 떨렸다. 예상대로 신성현은 흔들리고 있었다. 타이머를 믿고 뒤를 맡아준 자들을 포기하겠다는 말이잖아.)

도피 행렬은 대다수 도시를 빠져나갔지만, 군인, 경찰, DOT의 일부 직원 등 이 일대에는 아직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파괴를 무시하겠다는 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문득 무대에 오르기 전 들었던 당부가 떠오릅니다.

 

연구원 레인

게이트가 열리거든…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눈앞의 상황에 발목이 붙잡혔다간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타이머는 선택해야 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럴 줄 알았어요. 이연화는 망설이는 신성현의 손을 잡아채 끌어당깁니다. 이번엔 자신이 달랬습니다.) 잘 생각해요, 신성현. 우린 세계를 멸망시킬 원인의 약점 알아낸 거예요. 물리칠 수 있다고요. 소수를 택하고 함께 자멸할래요,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수의 생존을 도모할래요. (정답은 정해져 있어.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정해져 있는 답. 알아, 너무나 잘 알지. 무릇 세계의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는 ‘대를 위한 희생’이 당연해지는 법이다. 소수가 희생하더라도 많은 것을 지킬 수 있다면. 남은 자들을 지킬 수 있다면. 뒤를 돌아보려는 고개가 당신에게 고정된다. 눈꺼풀을 질끈 감았다 뜨자, 슬픔을 머금은 눈빛이 일렁인다.)
나는 타이머야. 세계를 지킬 의무가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에겐 아니어도 신성현에게는 정말, 정말 어려운 결정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픈 정의가 당신을 붙잡는 거겠죠. 난 모두를 위해 그걸 떨쳐내 준 거고요. 당신 고개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돌아보지 마.) 우리는 세계의 시간이에요.
역사를 이어갈 의무가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자신을 막아준 이연화가 고마웠다. 결국 미래를 저버릴 수 없는 신성현은 대를 선택할 사람이었으나 타인이 떨쳐준 망설임과 스스로 버린 망설임은 무게가 달랐다. 짐을 나눠 든 것만 같았다. 내려다보지 않는다.)
설령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더라도.

우리는 다음 걸음을 내딛습니다.
외우주의 신은 도밍게즈 전역에서 동시에 등장했습니다.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체구는 공포를 자극하지만, 딱 하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어디서든 핵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높이. 그 아래 도움닫기에 쓰기 좋은 디딤돌이 하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계획은 정해졌습니다. 잡은 손을 이끌어 하늘을 유영합니다. 높이 솟은 것 아래에 위치한 신의 손가락. 서둘러야 했습니다.) 최초의 우주선으로 가요. 저기에선 본체를 공격할 수 있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빠른 유영을 따라간다. 일그러진 표정은 마음먹은 듯 단호했다.) 차라리 큰 게 다행일 때도 있군.

제10구역의 손가락 꼭대기를 밟고 뛰어오르면 핵까지 아슬아슬하게 사정거리에 들어옵니다.
세계 멸망을 일촉즉발 앞둔 위기. 기둥까지 남은 거리를 날아가기엔 촉박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시간에 얽매이는 것만큼 어울리지 않는 일도 없습니다.
타이머는 시간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자니까. 시간을 좌표 삼아 공간을 뛰어넘는 방법은 이미 우리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위급할 땐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 상황은 어쩔 수 없네요. 허리춤에 찬 텔레미터를 들어 신성현에게 끄덕입니다.) 시간 없어요. 준비됐죠,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준비됐어, 이연화. (당신과 텔레미터를 사용하는 건 두 번째. 익숙하게 잡은 손이 우릴 옮겨줄 것이다. 당신에게 기댄다.)

⚜ 지식-DOT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누구예요, DOT 최고의 전략가 아닌가요. (외우주의 신을 대적하는 타이머가 이런 것쯤이야. 빙그르르, 거리를 계산해 틀림없을 회전을 가합니다. 당신을 껴안고.)
(4+4)dx | 지식:DOT 판정 (8DX10) > 8[1,2,3,4,6,6,6,8] > 8

비상한 두뇌를 지니고 있는 당신에겐 우스운 계산입니다. 빙그르르, 휙. 장면이 바뀌는 탁류에 휘말립니다.
눈을 뜨면 아득하게 멀어진 제10구역의 풍경이 고스란히 발아래 있습니다.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46 → 149
[ 신성현 ] 침식률 : 154 → 157

성한 구석이 없는 도시는 장난감이라기보단 홍수에 휩쓸린 개미굴처럼 처참한 꼴입니다. 시민들의 대피를 돕느라 거점을 세우고 방어 사격에 집중 중인 군인들도 보입니다.
도피 행렬의 꼬리는 간신히 도시를 빠져나갔지만, 바리케이드를 채 철수하기도 전에 위족이 다시 내리꽂힙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래 보지 말아요. (이연화는 신성현이 미련을 가지기 전에 마저 나아갑니다. 군화와 닿은 최초의 우주선, 손가락의 꼭대기에 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술을 짓씹는다. 보지 못한 마지막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생각하지 마, 내 옆에 지켜야 할 파트너가 있어. 미련 가져선 안 돼. 고개를 치켜든다.) 안 돌아가.

외우주의 신은 지척으로 다가가자 한층 더 위압적으로 군림합니다.
어쩌면 생명체가 아니라 블랙홀에 가까울 존재.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계를 집어삼킬 재앙. 당장이라도 무릎 꿇고 목숨마저 상납해야 할 것 같은 절대적인 격차…….
무전 너머로 하슬러 원수가 다짐을 묻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제군, 신을 죽일 준비는 되었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방법이 나왔잖아요. 망설일 게 뭐가 있겠어요? 선명한 금안은 블랙홀을 노려봅니다. 나는 중력의 타이머예요. 고작 신 따위가 우주를 노리다니. 그런 각오로, 당신 손을 꾹 쥐었습니다.) 신살을 행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열네 시간의 권능을 모아 신을 무너뜨리는 것. 시도해 본 적 없는, 성공해야만 할 신살神殺이 드리운 아득함은 파트너의 애정으로 이겨냈다. 소를 희생한 대가는 세계의 존속이어야 해.) 죽일 수 있습니다.

불멸의 존재를 죽일 수 있을까?
한 가닥 의심은 가슴 깊은 곳에 묻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입니다.
《전원 메인 프로세스 실행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게는 신성현이 있습니다. 순도 높은 완벽한 형태의 권능. 불을 켜자 방 안이 환해지는 것처럼. 해가 지면 수평선에 노을이 번지고 달이 차면 잎새 사이 볕뉘가 고이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의 마지막 조각인 것처럼! 퍼즐을 완성한 중력은 역대 타이머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고로, 우릴 위협하는 이 신을 집어삼킬 수 있어요. 블랙홀은 더 큰 블랙홀로 빨아들이면 그만. 당신과 닿은 손을 올립니다.) 신성현. (남아있는 권능, 없는 권능을 모조리 해방합니다.)
✦ 타이터스 승화/행동 판정 주사위 +10 : 다른 차원의 도밍게즈
25dx7+18 【130↑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마지막 조각》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5D+18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7 (25DX7+18) > 10[1,1,1,2,4,4,4,4,5,5,5,6,6,7,7,7,8,8,8,9,10,10,10,10,10]+10[1,2,2,4,4,4,5,6,6,6,8,10]+10[4,7]+10[9]+1[1]+18 > 59
대상 : 아자토스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49 → 156

캐릭터 인장

이연화

6D10+18 | 대미지 (6D10+18) > 29[4,6,1,8,2,8]+18 > 47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부름을 듣는다. 함께 올린 손을 가득 붙들었다. 불을 켜자 방 안이 환해지는 것처럼. 해가 지면 수평선에 노을이 번지고 달이 차면 잎새 사이 볕뉘가 고이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의 마지막 조각인 것처럼! 달아오르는 권능이 운명에게 이끌려 해방된다. 푸른빛과 금빛 마안이 섞여 거대한 행성을 이룬다.) 응, 이연화. (서로를 물들인 색은 곧 반짝이는 칠흑빛 블랙홀을 만들었다.)
✦ 타이터스 승화/행동 판정 주사위 +10 : 세계 멸망
29dx7+1 【130↑ Wolfpack】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9D+1 / 크리치 7 / 공격력 30 / 침식 7 (29DX7+1) > 10[1,2,2,2,2,3,3,3,3,4,4,4,4,4,4,5,6,6,6,7,7,8,8,9,9,9,10,10,10]+10[1,3,3,4,4,7,8,9,9,10]+10[1,7,7,8,8]+10[6,8,9,9]+5[2,4,5]+1 > 46
대상 : 아자토스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57 → 164
[ 신성현 ] BN : 4 → 5

캐릭터 인장

신성현

5D10+42 | 대미지 (5D10+42) > 20[8,2,2,7,1]+42 > 62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6 → 5
[ 신성현 ] 로이스 : 6 → 5

C14*(47+62) c(14*(47+62)) > 1526
시간이 내어준 권능은 추락을 모르는 궤도에 올라타, 빛의 속도로 가속하며 모서리를 뾰족하게 깎고…….
마침내 시곗바늘이 되어 우주 나선의 중심.
모든 것의 시초이자 종말인 한 점을 꿰뚫습니다.
새하얀 빛이 정확한 위치에 꽂히는 것을 눈이 먼저 확인하면,
콰과가가강―!
세계가 부서지는 소리가 조금 후 찾아듭니다.

system

[ 아자토스 ] HP : 742 → 0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작은 신음을 앓았던가요, 세계가 부서지는 소리에 잡아먹혀 사방이 백색소음이었습니다. 귀는 이명을 울렸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몇 초 뒤, 머리를 울리는 바람 소리가 하나, 잠잠한 붕괴음이 둘. 갈라지는 호흡을 한 이연화가 감은 눈을 뜹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눈을 뜨면 먼저 신성현이 보인다. 온 힘을 쏟아내 지친 얼굴, 찡그린 표정, 그리고 이명 사이에서 무어라 말하며 아자토스가 강림한 쪽을 가리키는 몸짓까지. 그가 가리킨 곳에는,)

새파란 밤하늘만 남아있습니다. 게이트도, 외우주의 신도 없이 작은 별만 총총 뜬 일상의 천공.
이 타이밍에 등장해야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해치… 웠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에리안은 복귀하고 찾아오도록 하세요. (신성현에게 아련한 약속을 안 한 이유가 뭣 때문인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도 같습니다. 정말, 혹시나, 드디어… 단 한 명의 시간 소실도 없이 외우주의 신이 물러갔나 하고. 새파란 하늘은 장막 걷힌 기대감을 부여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말릴 마음이 들지 않는군. (꼭 저런 대사를 하면 적이 돌아오더라. 찝찝한 감상을 털어버린다. 어찌 됐든 눈앞은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다. 블랙홀 같은 모독적인 신의 동공이 사라진 것이다. 아마도.)

캐릭터 인장

프레헨 크리스틴

[이번에는 에리안 씨가 잘못했어요. 달게 받아들이도록 해요.]

캐릭터 인장

신 현

[분위기 깨뜨리는 데에 뭐가 있으십니다.]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아니, 난 그냥 친해지려고….]

타이머들이 무전으로 낄낄거립니다. 폭풍이 사라진 공기는 맑고 고요하기만 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항명은 받지 않을 거예요. (폐부를 채우는 공기는 삿된 것에게 점령당한 끈적함이 아닌 상쾌한 공기였습니다. 혹시 몰라 늘어뜨리지 않은 경계심이 주위를 샅샅이 훑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신중히 처리합니다. 같이 온 신화생물, 위족, 외우주의 신 아자토스. 모든 영원의 중심인 그것이 타이머 사상자를 내지 않고 사라진다니… 기쁜 한편 수상쩍었습니다. 신성현이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형, 어디 아픈 곳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력을 넘어 권능의 출력 한계를 뛰어넘은 공격으로 피곤하고 초췌한 안색이지만 특별히 다친 곳은 없었다. 무거운 팔을 들어 확인 시켜준다. 상태 양호, 다친 곳 없음. 여리게 웃는다.) 소중한 파트너가 걱정해 줘서 안 다치려고 노력했어. 약속, 잘 지켰지?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맞잡은 장갑이 너덜너덜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행이다… 진심으로 다행이에요. (당신과 내 중력이 섞인 블랙홀을 감당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장갑은 돌아가서 새 걸로 바꿔줘야겠어요. 당신이 안전한 걸 확인하니까, 미뤄두었던 피곤이 들이닥칩니다. 지금 당장 쓰러질 것 같은걸요. 당신에게 아이처럼 안겨 와 온몸을 폭 기댑니다.) 나, 돌아가서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착하게 파트너 잘 믿은 데다가 열심히 세계도 지켰는데 들어줄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뭔데. 지금은 말할 수 없는 부탁인가. (쓰다듬, 따뜻하게 안겨 오는 당신을 기쁘게 받아 안는다. 마침 안아주고 싶은 참이었다. 몸에 쏙 들어맞는 이연화의 온도와 체취가 혹사당한 전신을 부드러이 풀어준다. 비단결 같은 머리칼에 얼굴을 묻어 조곤조곤, 속삭이는 숨소리가 간지럽혔다.) 파트너의 부탁을 뭔들 못 들어주겠어. 내가 가능한 부탁이면 언제든, 무엇이든. 세계를 위해 수고한 보상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비밀이에요. (헤헤. 간지러워. 긴장이 풀려서 다 큰 척한 이성까지 녹아내렸습니다. 그야, 힘겨운 싸움이었어요. 지금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거 잔뜩 해도 되잖아요. 허리를 끌어안고 부비적대는 몸짓이 영락없는 애였습니다. 아이가 되어 귀염받고 싶다는 본심이 드러난 겁니다. 장난스레 묻습니다.) 끝까지 삼키게 해달라는 부탁이면 어쩌려고 그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비밀 많은 아이는 매력적이지. 준비될 때 말해 봐, 이상한 거 빼고 해줄게. (이상한 거 빼고. 늘어진 상황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철벽이었다. 귀여운 파트너를 연신 쓰다듬는 손길이 즐거웠다.) 끌어안겨서 자장가도 불러주고 토닥임도 해주는 형은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세 가지 다 해주는 형은 내 부탁 아니어도 해주잖아요. 난 평소에 해주지 않는 요구를 부탁할 거예요. (수상한 웃음을 지은 매력적인 아이가 고개를 살포시 떼어냅니다. 상대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빤히 바라봅니다. 붉은 입술을 느리게 엽니다. 맑아진 밤하늘, 예쁘게 빛나는 별, 신의 손가락 기둥을 즈려밟은 너와 나. 로맨틱한 영화의 한 장면 아닌가요. 초옥, 당신 입술을 핥아 귀엽게 뽀뽀합니다. 허락해 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넌 예뻐해 주지 않으면 금방 삐져버리니까. (로맨틱한 영화의 한 장면이야. 이곳엔 너와 나 둘밖에 없고 더는 우리를 위협하는 삿된 것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고요한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당신을 보니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귀엽게 다가오는 당신을 허락한다. 고개를 틀자 가까워진 입술이 맞물렸다. 느리게 감은 눈 아래 이연화의 표정을 그려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탈이에요. (아… 황홀하게 허락받은 이연화는 참지 않습니다. 고생 끝에 받아낸 달디단 키스. 내게 당신보다 훌륭한 보상은 없습니다. 격정적이지 않고, 그러나 부드럽지도 않은 입맞춤을 이어갑니다. 두 몸 멀쩡히 살아서 애정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분위기에 휩쓸린 키스가 달콤하게 이어져 피로를 씻어주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말에 네가 살아있어. 내 옆에 다친 곳 없이 존재해서 안아주고 있어. 그걸로 된 거야. 조금씩 몰아붙이는 이연화의 어깨를 토닥토닥. 이 정도면 제 숨결을 충분히 나누어주었다. 촉촉한 입술을 떼어낸다.) 나머지는, 돌아가서 할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라는 미지수. 완벽한 형태의 권능을 만들어 준 당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상 타이머의 파트너가, 카운터가 등장한 일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멸망을 바꿀 중요한 변수였나 보죠. 떨어지는 게 아쉬워 당신이 떼어낸 고개를 따라간 이연화는 눈꺼풀을 사르르 뜹니다. 들뜬 호흡이 젖은 입술을 조금 더 머금습니다.) 건물 먼지로 뒤덮인 꼴은 좀 그렇긴 하죠. 나 힘드니까 안아서 옮겨줘요. (두 팔 벌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건강에 안 좋아. (중요한 순간을 겪고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기억 나는 건 한참 전 떠올린 이별이 끝이었다. 돌아오긴 하려나, 우선 힘들어서 엉겨오는 당신부터 안아준다. 어떻게든 되겠지… 사랑하는 파트너 안아 올려줄 힘은 있었다. 당신을 가볍게 공주님 안기 해 안아준다. 이마에 입술 도장 꾹.) 돌아가는 동안 눈 붙이고 있어. 천천히 간다.

역사에 기록된 것과 달리 이번엔 전원 생존한 모양입니다.
신성현은 당신을 안고 달도 저문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를 가만히, 고요히 지켜보다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2+5+2)dx+15 정보:DOT 판정 (9DX10+15) > 10[1,1,2,2,4,4,5,6,10]+8[8]+15 > 33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웃음꽃을 피워 당신 목덜미를 둘러 안은 이연화가 고개를 기울입니다. 안 가요? 그리 묻는 눈만 끔뻑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깐만. (목덜미를 껴안은 당신을, 긴장으로 헐떡이는 목소리가 부른다. 아자토스. 나는 그 신명을 분명히 알고 있어. 도밍게즈 최후의 날에 임했던 악신. 그것이 악마들의 제왕, 무한한 아자토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아니, 이건 끝난 게 아니야. 아자토스….
아자토스는 돌아와! (당신을 껴안은 팔에 긴장이 들어간다. 홱 뒤돈 신성현이 바라보는 곳은, 다시 밤하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평화로운 공기는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당신의 품에서 내려옵니다. 확연한 긴장감, 위기 가득한 목소리. 신성현과 같은 곳을 바라본 이연화가 그것이 있던 자리를 확인합니다. 설마,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기대를 배반한 무전기가 다급한 명을 토해냅니다.

캐릭터 인장

하슬러 원수

[게이트가 다시 열리고 있다! 전원, 경계를 늦추지 마라!]

신은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징조를 보이지 않습니다.
꿰뚫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는 상흔조차 남기지 않은 채, 아자토스는 도밍게즈 상공을 ‘다시’ 점령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는 직접 목도하지 않은 이상 속설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즉, 한 번 확인한 건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건,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커다란 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찜찜하긴 했어도 우린 분명 전력을 다했어요. 14명의, 그리고 1명의 타이머가 집중 공격했다고요. 모든 힘을 소진해 불안정한 마안이 생성됩니다.) 빌어먹을.

권능을 쥐어짜도 물리치지 못할 대적이라니.
목숨을 걸어도 맞설 수조차 없다는, 난생처음 겪는 무력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최악은 언제나 최악이라고 생각할 때 찾아오는 법.
여태 새카맣기만 하던 아자토스의 전신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그 안에 든 모든 행성을 게워내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성우가 쏟아집니다. 피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같은 타이머와 상부의 어지러운 비명, 폭발음. 신성현의 손을 잡고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중력을 전개합니다.) 도망쳐요! (부질없는 생을 1분 1초라도 연명하기 위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있던 곳은 멸망했어, 바로 저 악신에 의해. 산산이 조각나는 건물들처럼 가로막힌 벽을 깨고 들이닥치는 기억을 헤집는다. 당신이 잡아 끌어주지 않았다면 하염없이 서 있었을 것이다. 기억의 바다에서 갓 빠져나온 신성현은 벅찬 숨을 몰아쉰다.) 위 조심해. (유성우가 곳곳을 점령한다.)

⚜ 회피 판정 : 난이도 20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중력을 조종하면 뭐 한답니까, 피할 곳이 없는데. 허공을 부유하는 몸짓은 아까의 공격으로 모든 힘을 소진해서 턱없이 서툰 조종이었습니다. 이를 악뭅니다.)
(1+4)dx+1 회피 판정 (5DX10+1) > 10[1,3,3,6,10]+1[1]+1 > 12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긴 했는데, 힘을 다한 중력은 몸을 잡아주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프다는 생각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위태롭게 추락하는 동안 귓전을 스친 별똥별은 지면을 터트리며 기둥을 무너뜨립니다.
폭발의 화마가 등으로 느껴지고 죽음을 실감한 순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눈 떠!

당신을 낚아채는 팔이 있습니다. 신성현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세상이 빙글 도는 감각은 속에 있는 모든 걸 게워 낼 것 같았습니다. 저 악신처럼! 저를 낚아챈 손길에 매달리는 것만이 이연화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반응해 눈 뜹니다.)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 아. 착하지. (마주 잡은 손을 당겨온다. 제게 반응한 당신 덕분에 가까스로 낙하하기 전, 당신을 붙잡은 신성현이 크게 한 바퀴를 구른다.)

몇 마디 멀쩡한 땅은 겨우 두 사람을 받아냅니다.
온몸의 관절이 욱신거리고 근육이 비명을 질러댑니다. 재수 없게 파편에 찔렸는지 장갑이며 군복에 축축하게 피가 뱄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재수가 없으려니 더럽게 없었습니다. 돌아온 신, 바닥난 권능, 멀쩡한 곳 없는 몸.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적해도 모자랄 지경에 이런 상태로는… 콜록, 욱신거리는 팔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킵니다. 형, 신성현, 지면을 더듬어 당신을 찾습니다.)

그리고 신성현은…….
제10구역의 손가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습니다.
기둥은 외부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밑동만 남긴 채 무너졌고, 신성현도 기운이 없는지 고개를 반쯤 떨궜습니다.
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왜냐하면.

캐릭터 인장

신성현

큭, 더럽게… 아프, 네….

시곗바늘이 심장을 꿰뚫었으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일그러지는 시야에 신성현이 들어옵니다. 순간 이연화는 머릿속이 비워졌습니다. 선명한 시곗바늘이 그의 심장을 꿰뚫어 붉은 피를 뚝, 뚝 흘립니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더라. 지금 무슨 표정이더라… 그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려가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악착같이 끌어올려, 상처를 억누릅니다. 과호흡인 양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형, 괜찮… 아, 아니, 안 괜찮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요. (살릴 수 있어. 미친 사람이 중얼거리는 것을 닮았습니다. 흰 장갑은 신성현의 핏빛으로 물듭니다.)

다시 보면 시곗바늘이 아닌 아주 날카로운 잔해지만, 신성현이 관통당한 위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왼쪽 가슴께. 늑골과 갈비뼈, 분명히 심장이 들어 있을 지점.
왈칵 흘러넘친 피가 기둥에 칠해지고 바닥까지 차근차근 적십니다.
누가 봐도 치명상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물가물한 눈으로 늘어진 팔을 움직였다. 많은 피를 흘린 머리는 비현실적인 감각을 느꼈다. 당신과 함께 하늘을 부유하는 몽롱한 느낌, 졸음이 쏟아지고 눈이 감기는…, 그렇구나. 미래를 직감한 그가 작게 웃는다. 느린 손짓이 이연화의 볼을 어루만졌다.) 틀, 렸어… 이미… 치명상, 이니까. 그래도… 괜찮아. (깊은 숨을 들이켠다. 작아지는 음성이 속삭인다.)
아마도 난… 널, 구하러 왔던 것… 같아. 이렇게, 되려고.

그 사이, 칠흑 같은 어둠을 도로 갖춰 입은 아자토스는 신격을 한층 부풀립니다.
이다음은 분명 끝일 거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확신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발, 제발 그만 말해요. (지혈이 안 되잖아. 중력으로 틀어막아도, 잡아봐도 당신의 피는 주워 담을 새 없이 바닥을 적십니다. 믿을 수 없게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직감한 듯 옅게 웃는 당신이 미웠습니다.) 하지 마요… 그런 말 하지 마요. 내 옆에 있어 준다며. 돌아가서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준다면서요. 신성현은 이연화의… 파트너라고, 운명이라면서. (상공을 물들인 신격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나의 운명, 이제야 다가온 내 것, 신성현이 날 두고 떠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이연화를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당신 없이 차가운 세계에 남을 바에야,)
같이 죽을 거예요. 당신 가면 나도 따라갈 거라고요. (툭. 언제 흘러나온 건지 알 수 없는 눈물이 구겨진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화난 것 같기도,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언제였더라. 마지막 날, 처음 나타난 신화생물에게 대적해 다친 나를 보는 너도… 딱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연화’와 이연화. 다른 듯 같은 두 사람이 뇌리를 스친다. 축 늘어진 몸은 당신의 지혈에 고통조차 느끼지 않았다. 그나마 힘없는 손만이 우는 당신의 눈가를 닦아줄 뿐. 한없이 어린 이 아이를 두고 간다는 게… 너무나 가슴 시리게 아프고 미안하지만, 나에게 물든 네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지만.) …포기하지 마. 말했지, 신성현은 어떻게든 이연화의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너와 나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 이라면. (한 글자 한 글자를 힘겹게 중얼거렸다. 이젠 거의 실처럼 얆아진 목소리가 파트너에게 닿는다.)
사랑해, 이연화. (그와 당신 둘 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술을 깨뭅니다. 흘러나오는 울음이 말을 삼켰습니다. 이게 아니잖아, 이런 미래를 바란 게 아니잖아. 당신의 모든 걸 걸고 지켜준다는 말이… 이거였어? 내게 따스한 온기를 알려준 주제에 떠나버리는 거야? 이것은 억눌린 울음입니다. 당신에게 화가 나 참을 수 없는 동시에 슬퍼서, 너무나 슬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겁니다. 떨리는 손이 신성현을 애처롭게 끌어안습니다. 당신 손에 고개를 파묻고, 눈물로 흥건한 얼굴을 세차게 젓습니다.) 형을 두고 잘 살아갈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난 이미 신성현에게 물들었어요. 당신이 건넨 온기와 애정을 먹고 바뀌기로 했어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당신과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연화는 신성현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당신이 없는 시간은 외롭고 외로운 추위였습니다. 살아남는다 해도 살아있는 게 아니겠죠. 마음의 반이나 건넨 상대가 사라졌는걸요. 심장이 찢어지는 감정을 처음 느낍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신성현… 나의, 파트너. 그러니까 죽지 마요. 내 옆에 있어요… 내 마지막 소원이에요. (도밍게즈는 신이 창조한 행성. 그러니 당신이 보낸 영웅의 소원 하나쯤은 들어줘야 하잖아요. 이렇게 빌게. 그가 죽지 않게 해줘, 차라리 시간을 멈춰 줘.)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는… 왜 널 울리게 되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고운 것만 쥐여주고,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어. 당신이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했어. 그런데 늘 아프게만 하네. 이연화를 사랑한 마음은 한 치 후회 없는 삶이지만 당신을 사랑한 내게 후회가 많았다. 더 행복하게 해줄 순 없었던 걸까. 더… 아프지 않게 안아줄 순 없었던 걸까. 건너편으로 사라져 버린 이연화와 나를 두고 가야 하는 당신 모두에게 미안했다. 내가… 널 망쳐버렸을지도 몰라. 되찾은 기억이 끊임없는 자책을 주었다. 여린 웃음은 어느덧 슬픔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는, 늦었어도… 너는 늦지 않았어. 바뀔 수… 있어. 이연화, 잘 들어. (입을 여는 순간.)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건네는데 불길한 땅울림이 일어납니다.
끌어당기는 중력이 머리 위와 발아래에서 번갈아 요동치니 몸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붙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때는 도밍게즈의 상징이었던 기둥은 이제 당신의 어깨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몽당연필이 되어버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금 와서 후회하기엔 지나친 애정을 쌓았습니다. 이연화는 운명처럼 이끌린 당신에게 마음 열었고 당신은 그런 이연화를 받아주었습니다. 내가 경고했지. 날 보채지 말라고, 내 삶을 바꿔놓고 사라지지 말라고. 한 번 온기의 대상을 찾은 집착은 쉽사리 물러가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 거예요. 내게 온 선물이어야 해요. 영원히 함께해 줄 영원. 시간. 땅울림이 심해지면 신성현의 상처가 벌어질 겁니다. 기둥을 잡아 남은 힘을 신에게 대적하는 대신, 당신을 보호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떠나가라는 말 하려는 거면 하지 마요. 안 들을 거예요.

무심코 손을 대면 신성현의 피로 젖어 있던 부러진 손가락에 당신의 피가 덧칠해집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가장 높이 솟은 것. 깊이 가라앉은 피 냄새.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와 이 별과 이별의 경계.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낯선 장미 향기가 흘러들고 사방이 트인 곳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철제를 두르고 피어난 새파란 장미는 기적과 불가능의 상징.
열린 문은 바로.

 

✦ 푸른 장미 아치

「이 관문이 열리는 때, 모든 것이 그런즉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리라.」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관문입니다. 푸른 장미 아치가 열리면 이 별에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이 모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관문은 도밍게즈를 관장하는 고대 신의 허락하에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열리지만, 딱 한 가지 방법으로 강제 개방이 가능합니다. ■■ ■■ ■■■ ■ ■■■■ ■■ ■■■ ■■■■ ■■■■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코끝을 스치는 푸른 장미 향기, 나풀거리는 꽃잎들. 이연화가 멍청한 고개를 듭니다. 멍한 얼굴이 푸른 장미 아치를 향합니다. 저거… 틀림없어요. 신성현이 언뜻 말한 관문, 타이머와 카운터만 보았다는 그 문입니다. 철제를 두르고 피어난 기적과 불가능의 상징이 기이했습니다.) 장, 미…?

그 장미 향기는 있어선 안 되는 것에게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 길을 안내합니다.
모든 별은 제자리를 찾고 어긋난 시간선은 다시 둘로 갈라집니다.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던 신격도 열린 우주의 틈새로 돌아갑니다.
비디오테이프를 거꾸로 되감는 것처럼, 아자토스의 가장 긴 위족과 배행하던 신화생물들이 모두 떠나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술 자국 없이 매끈하게 이어집니다.
[아, 아자토스가 돌아갑니다. 게이트가 완전히 닫혔습니다!]
[새로운 게이트가 열릴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전 속 목소리들이 차근차근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신성현의 형체는 점점 흐릿해집니다.
아마 이대로 사라져, 당신의 도밍게즈에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별에서 죽음을 맞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 별에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이 돌아가는 문. 그렇다면, 우주를 건너온 신성현은… 고개가 돌아갑니다. 당황한 이연화가 흐릿해지는 당신의 몸을 더듬습니다.) 어, 어디 가요… 형, 어디 가요? 사라지는 거에요? 왜… 어떻게 막, 어떻게 막아요. (가지 마. 날 이 외로운 별에 두고 떠나지 마.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신성현은 원래 이곳에 없어야 할 사람이야. 잠시 네게 불시착한 별이었고… 찰나인 추억이라고, 그리 여겨야 해. (멸망한 별에서 홀로 살아남아 도밍게즈와 ■■가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려 했건만. 기억을 되찾았을 때는 늦은 뒤였다. 먼 시선으로 푸른 장미 아치를 보던 신성현이 후회막심한 유언을 남긴다. 사랑스러워 마지않을 당신의 뺨을, 그 피가 젖은 손으로 쓰다듬고… 간절한 부탁을 남기는 것이다. 나의 타이머,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에게.)
이번엔, 나를… 만나면 안 돼….

눈을 감기도 전에 신성현의 형체는 고운 모래, 그보다 작은 우주 입자로 흩어집니다.
이 별에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은 모두 왔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달그락,
아직 사라지지 않은 건 신성현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반지 두 개와 푸른 장미 아치가 유일했습니다. 재가 된 당신을 긁어모으려는 듯 땅을 헤집어 두 개의 반지를 집어 듭니다.)

운명이 남기고 간 흔적은 검푸른 빛에 새파란 보석을 단 반지 하나와, 반짝이는 금빛에 그보다 더 선명한 금빛 보석을 단 반지 하나.
누구의 것인지 알아볼 수밖에 없는 반지는 낡고 헤져 빛 바랬지만, 결코 흡집 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소중히, 조심스럽게 보관했는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소리 없는 울음입니다. 반짝이는 두 반지를 본 이연화가 무너져 내립니다. 사라진 신성현이 남기고 간 게, 이연화와 신성현이 사랑했다는 증거라니. 당신과 나의 사랑이 결실을 맺은 시간이라니. 어찌하여 이연화의 것까지 지니고 있었는지, 그토록 소중한 반지를 낯선 행성에 두고 가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물어볼 사람이 없는 물음이라 눈물로 바뀌어 흘러 나가는 것입니다. 심장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이대로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요. 반지를 꾹 움켜쥔 이연화는 푸른 장미 아치를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봅니다. 감히 나의 운명을 빼앗아 간 그것을.)

새벽빛을 받아 환히 도드라진 아치 너머에는 물안개가 자욱한 도시가 펼쳐집니다.
창문마다 장식된 파란 장미, 천공을 조각내는 빨랫줄과 총총 매달린 색동 우산들.
축제가 끝난 외로운 풍경 속 홀로 선 사람의 뒷모습이 익숙합니다.
당신에게 찾아온 ‘신성현’보다는 어린 신성현입니다. 열 몇 살쯤은 어려 되려 당신에게 걸맞아 보이는 그는 사납게 달려드는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수적 열세지만, 차근차근 적을 해치우는 모습은 흠잡을 데 없습니다.
새벽인 걸 감안해도 이상할 만큼 고요하더라니. 단순히 축제가 끝나고 퇴장한 것이 아니라 대피령에 달아난 모양입니다.
과거인지 미래인지 혹은 또 다른 우주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당장 너머에 펼쳐진 저곳은 가깝고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우주라도 건널 수 있을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번…에는. (비로소 신성현의 말을 이해한 순간입니다. 내가 아닌 이연화와 신성현, 저 신성현과 나. 내가 만나야 할 신성현은 이곳에 있었던 거예요. 넌 그걸 막으려 우주까지 건너온 것이고. 멈춘 심장이 생기를 되찾습니다. 내가 찾던 게 저기 있어, 나의 운명이 저곳에 있어. 반쪽을 찾아가는 아주 원초적인 본능. 당신이 틀렸어요. 둘을 갈라놓고 싶었다면 내 인생에 나타나지 말았어야지요. 이연화에게 신성현이라는 온기, 추억, 시간을 부여하지 말았어야죠. 당신의 잘못입니다… 신성현이 만든, 신성현이 망친 이연화입니다. 정말이지 우습게도 실현된 소원입니다. 이 만남이 운명이자 필연이라면 설령 둘 중 하나가 남아도 다시 만날 수 있어, 손가락은 반대편 손가락이 있어야만 얽힐 수 있으니. 파트너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반지를 쥐고 멍하니 일어선 이연화는 걸음을 하나, 둘 옮깁니다.)
(처음 느리게 나아간 걸음은 갈수록 빨라집니다. 푸른 장미 아치가 닫히기 전에, 당신이 내 시야에서 또 사라져 버리기 전에. 푸른 장미 아치 아래를 세차게 뛰어갑니다. 우주 반대편으로, 신성현이 있는 그곳으로. 물안개 자욱한 도시는 폐부에 달라붙어 신선한 체향을 가져옵니다. 겨울 섞인 누군가의 향기. 기어코 소리칩니다.)
신성현!

신성현이 건넨 유언은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당신은 나의 타이머,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이 될 시간이었을 테니까.
푸른 장미꽃이 발아래 짓밟히고 당신을 끌어당깁니다.
《씬 종료》
《백 트랙》
사용된 E로이스 수의 수는 3개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3D10 | E로이스 굴림 (3D10) > 8[1,3,4] > 8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56 → 148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남아있는 로이스 수 : 5
10D10 | 2배 굴림 (10D10) > 79[9,10,10,9,4,5,8,9,6,9] > 7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48 → 69

이연화, 생환합니다.
《백 트랙 종료》
《엔딩 페이즈》
◆ #Scene 9. 시곗바늘의 방향
당신이 신성현의 이름을 불러 건너가면, 사냥개의 송곳니가 아슬아슬하게 그 뺨을 할퀴고 지나갑니다.
그는 예상치 못한 간섭에 놀라 고개를 번쩍 치켜듭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처음 보는 사람을 향한 생경함이 도드라진다. 그 눈에 서린 감정은 곧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했다. 피투성이인 꼴을 보곤 걱정하고, 비슷한 군복을 보고 또 놀라고.) 방금 그쪽, 어디에서…. 아, 일단 괜찮으십니까?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당신에게 한눈판 신성현의 뒤쪽.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튀어 오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두근, 두근. 심장이 당신에게 꼭 맞추어 뛰는 기분이었습니다. 찾았다… 나의 운명. 오자마자 당신 손목을 움켜쥔 이연화가 신성현을 뒤로 당깁니다.) 당신 걱정이나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내게 옭아매질 미래를. 권능을 움직여, 강한 중력으로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찍어 누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깜빡, 깜빡. 당신이 눈을 깜빡이자 신성현 또한 같은 속도로 눈을 깜빡인다. 낯선 얼굴이기만 한데 온 신경이 당신에게 쏠려 생경한 감정을 주었다. 어째서일까. 이토록 당신이라는 ‘존재’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이윽고 상황을 이해하면 경악한다.) 당신… 타이머의 권능을,

대화가 다음 단락으로 이어지기도 전에 다른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듭니다.
당신을 향한 걱정도 호기심도 눈 녹듯 사라집니다. 달려드는 숙적을 향한 적개심으로 무표정해지며 차가운 냉기를 머금습니다.
신성현이 권능을 휘둘러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해치우자 곧 주변에는 사체만 수두룩하게 쌓입니다.
눈앞의 신성현은 ‘어리다’라는 절대적인 시차를 제외하면 신성현과 동일 인물이 분명해 보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부터 눈동자의 한 겹까지 빼다 박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몸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겨우 차오른 권능을 또 써버렸거든요. 평소 같았으면 빠르게 기절해 쉬었을 테지만, 이연화는 사체 사이를 건너 당신의 앞을 성큼 차지합니다. 흥분한 낯을 숨길 수 없습니다. ‘신성현’ 아닌 신성현을 샅샅이 훑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려면 길어질 것 같군요. 다친 곳은 없나요? 상처는? (신성현의 죽음을 지켜본 게 트라우마로 새겨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를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 모습을 돌아보십시오. 아니, 그것보다 대체 어디서 오신 겁니까? 분명히 인기척은 없었는데. (어린 신성현이 입은 군복은 타이머의 것과 배색만 다르고 나머지는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처음 보았던 복장은 분명히 아니다. ‘신성현’은 정말로 과거, 혹은 미래의 도밍게즈에서 온 걸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검은색과 은색을 배치해 딱 맞는 군복, 긴 겉옷. 도밍게즈 훈장과 텔레미터가 너와 나의 데칼코마니인 것처럼 동일합니다. 당신을 꽉 끌어안습니다.) 다행…이에요. 만날 수 있어서, 당신이 이곳에 존재해서…. (그와 똑같은 겨울 향 냄새. 서늘한 체향이 기분 좋게 감쌉니다. 여긴 어디지? 도밍게즈인가? 다시 밝아진 이연화가 고개를 떼어내고 당신 뺨을 이리저리 감쌉니다. 폭풍 질문이 이어집니다.)
신성현, 신성현 형 맞죠. 몇 살이에요? 여기도 제10시 타이머인가요? (중력을 쓰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은데. 이곳 신성현은 모를 말들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예? (‘이연화’를 처음 만나 아무런 추억이 없는 신성현은 곤혹스러워했다. 불현듯 나타나 이상한 감각을 주며 제 얼굴을 더듬거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만 늘어놓는 당신을 어찌할 줄 몰랐다. 맞닿은 신체가 따뜻하고 편안해져서… 약간 경계한다. 신종 신화생물인가.) 타이머의 이름을 아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아까 쓰신 건 틀림없는 타이머의 권능으로 보였는데요. 당신 먼저 질문에 답하십시오.
누구십니까. 대답 여부에 따라 처분할 수도 있습니다. (푸른 마안이 일렁인다. ‘신성현’이 공격하기 직전 일으키는 형태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와. (저를 공격하려는 당신을 보고 아찔한 감각을 느끼는 내가 드디어 미쳐버린 건 아닐까, 했습니다. 미쳐도 딱히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죠. 어느날 나타나 날 뒤흔든 신성현은 죽어버렸지, 문이 열려 건너왔더니 원래 나와 맺어져야 할 신성현이 기다리고 있지. 지금은 ‘신성현’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신성현이라도, 난… 네게 같은 감정을 느껴. 살아 움직이는 널 당장에라도 끌어안아 입 맞추고 싶어. 타오르는 갈증입니다.)
(모든 충동을 인내한 이연화가 표정을 갈무리합니다. 이 신성현은 나와의 추억이 없어요. 차분히, 부드럽게 다가가야 해요. 두 손을 들고 연약한 연기를 합니다.) 미안해요… 경황이 없어서 당신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어요. 음, 믿지 못할 거 아는데요.
나는 도밍게즈의 제10시 타이머 이연화예요. 갑자기 푸른 장미 아치가 열려 건너편에 당신이 보이길래, 저도 모르게 건너왔어요. (예쁜 미소를 지어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훑어 내려가는 시선이 찝찝했다. 당신에게 이끌리는 것과 별개로 참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유 모를 호의, 애정, 집요한 감정이 느껴지다가… 이연화가 갈무리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기분 탓인가.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신성현은 당신의 연기를 구분할 수 없었다. 마안이 스르륵 풀어진다.)
(그리고 들려온 말은 아까보다 한층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묻는다.) 도밍…게즈의 타이머 말입니까. 그런 나라는 처음 들어봅니다.
여긴 영국의 런던입니다. 이 별의 이름은 ‘지구’고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이건, 예상하지 못한 내용입니다. 차분히 설명할 계획이 바닥에 처박힙니다. 신성현의 되물음에 되묻습니다.) 지…구요? 그런 나라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내가 있던 곳은 제10구역, 중력을 거스르는 우주였어요. 그 별의 이름은 ‘도밍게즈’고요. (이 별과 저편의 별. ‘신성현’의 말을 조합한 이연화가 3번째 가설을 상기합니다. 평행우주.)

평행우주.
우주 너머의 또 다른 별.
이편과 저편에 걸린 쌍둥이 행성이 비로소 같은 궤도로 공전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회전하는 방향을 따라 운명의 시곗바늘은 움직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새로이 형언 못할 끌림을 느낍니다.
그건 마치, 온 우주가 쏟아지는 감각이었습니다.

가장 깊은 색의 우주가 펼쳐졌고,
너머의 푸른 별은 창백했다.
그날 우리는 도밍게즈의 쌍둥이 행성을 발견했다.
쌍성이 멸망을 불러오는 불길한 징조인 줄 아직 몰랐던 때였다.
―On the dot의 기록 중 발췌

⚜ TRUE END. Pale Blueberry ⚜
창백한 블루베리
아자토스를 송환하고, 이연화는 우주 맞은 편에 걸린 쌍둥이 행성 지구에 착륙합니다.
확장판의 신성현과 무사히 조우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금번 피해를 모두 복구하는 데엔 159년이 소요됩니다. (45D6) > 159[2,6,6,2,2,2,5,2,4,2,6,3,3,1,1,4,6,6,4,6,1,2,6,1,2,6,4,5,2,5,2,4,5,6,5,3,3,6,2,3,3,1,1,2,6] > 159
인명 피해도 적지 않은 수지만, 세계 멸망은 막아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러 대피소 바깥으로 나옵니다.

◆ #Epilogue. Gem― 쌍둥이 행성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도밍…게즈 말입니까? 그런 나라는 처음 들어봅니다.
여긴 영국의 런던입니다. 이 별의 이름은 지구고요.

정신을 차리면 장미 향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예 다른 행성이라는 건가…. (영국, 런던, 지구. 처음 들어보는 행성과 나라, 지역명에 혼란해하는 것도 잠시였습니다. 어느덧 사라진 장미 향기를 눈치채곤 뒤를 돌아봅니다. 푸른 장미 아치는?)

돌아본 곳에는 푸른 장미 아치 대신 런던의 상징, 거대한 시계탑― 빅벤이 똑바로 서 있습니다.
새파란 장미 꽃잎 한두 장이 나뒹굴며 착각이 아님을 일깨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 닫혔다. (신성현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지 얼떨떨하게 덧붙인다.) 음… 도와주신 건 감사한데 말입니다.
이제 어떻게 돌아가실 겁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는 아름다운 미소로 눈을 깜빡거립니다. 아무 말도 못하네요. 신성현을 찾아 우주를 건너온 것까진 좋았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좋았습니다.) 하하.
그러게요? 나 어떡하죠? (형이 책임져줘야겠네. 신성현이 나를 책임져 준다… 나쁘지 않을지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게 지금 할 말입니까? (당신이란 사람은 나타날 때부터 지금까지 황당함 그 자체였다. 두통이 느껴지는지 관자놀이를 연신 눌러댔다.)

…….
우주 미아가 되어버린 이연화,
⚜ 정신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렇게 말해도 진짜 몰라요. 저게 갑자기 열려서 건너편 당신이 틴달로스의 사냥개와 싸우는 장면을 보여줬단 말이에요. (우주 미아는 억울하게 꿍얼거립니다.)
(4+0)dx | 정신 판정 (4DX10) > 10[5,5,10,10]+6[5,6] > 16

그때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기둥이 무너져 신성현의 피가 바닥을 적셨고, 당신이 중심을 잡으려고 조각난 기둥에 손을 댄 직후 아치가 열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짐작은 했습니다. 이연화는 일반인을 훨씬 뛰어넘는 두뇌의 소유자입니다. 시간을 들이면 돌아가는 방법을 눈치채고 시도해 볼 수 있겠죠. 허나… 그는 순진한 얼굴로 신성현에게 안쓰러운 연기를 보일 뿐입니다.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 그러니까 난 아치를 여는 방법 따윈 알지 못합니다. 당분간은.) 미안하지만 신세를 질 수 있을까요…? 내 정체가 궁금할 거 아니에요. 나도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하니 서로 돕는 겸 며칠만 부탁해요. (신성현이 자신에게 신세 진 것처럼 자신도 그에게 달라붙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신성현은 짐짓 복잡한 얼굴을 하고 고민한다. 당신의 처우를 결정하는 중이다. 사람은 사람인 것 같고, 당신이 처연한 연기로 제 동정심을 건드려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좋습니다. 이런 이레귤러는 처음이라 DOT에 보고부터 하겠습니다.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 당신도 협조해 주십시오. (무전기를 조정한 신성현이 DOT에 연락을 취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상대가 연기하는 줄도 모르는 바보 같은 신성현이네요. 처음에 수상한 행동을 보였음에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 신성현과 똑같이 느껴지는 운명의 이끌림 덕분일까요. 마침 아자토스와의 전투로 피곤한 행색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불쌍한 모습을 꾸며냅니다.) 배려 감사드려요. (겉으로는 순진하게 기다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모습을 보면 운명의 이끌림이 아니어도 누구나 마음이 약해질 터였다. 군데군데 묻은 피, 격렬한 전투를 했는지 찢어지고 너덜해진 군복. 있는 거라곤 뼈랑 가죽밖에 없는-이건 신성현의 기준이다-초췌함까지. 당장 쓰러질 모습인 당신을 걱정하는 지경이었다.) 여기는 런던, 제10시 타이머입니다. 본부 들립니까.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여기는 본부, 애쉬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예. 그러니까… 제가 ‘외계인’을, (뜨음)
주운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외계인? 치고는 아름다운 외계인이 웃습니다.)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응?]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믿기 어려운 황당무계한 보고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구의 DOT.
당신은 지구의 DOT 장관― 하인리히 장교 앞에 서 있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가 따갑게 뺨을 찌릅니다. 하지만 쌍둥이처럼 닮은 능력, 타이머를 증명하는 텔레미터와 군복, 군번줄까지.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장교는 곧 의심을 억누르고 묻습니다.) 도밍게즈에서 왔단 말인가? 거긴 어떤 곳이지? 마찬가지로 게이트가 열리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있으려 했는데 웬 관심도 없는 늙은 장교 앞에 서 있어야 한다니. 신성현이 보고 싶었습니다. 오로지 단둘이서. 기계적으로 대답합니다.) 여기와 비슷한 듯 다른 곳이에요. 영국 같은 나라명 대신 제1구역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기후와 생활 양식, 풍경은 동일하답니다. 조금 전 코스모스 웨이브라는 거대한 게이트가 열려서 외우주의 신을 상대하던 중이었지요. (가장 중요한 푸른 장미 아치를 빼놓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게 상세한 설명을 합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그렇군…. 어쩌면 대단한 조력을 구한 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상하긴 마찬가지야. 왜 갑자기 이런 이레귤러가 나타났을까. (흘끗 보던 시선을 거두고 말합니다.)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건지 조금 더 설명해 주겠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네. 푸른 장미 아치를 열어서 두 행성이 교류할 수 있다면 세계를 뛰어넘을 동맹이 완성될지도 모릅니다. (각 14명의 타이머, 즉 28명의 타이머가 게이트를 관리하고 대비하는 겁니다. 신성현의 죽음을 떠올리기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으나, 티 내지 않고 느긋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아자토스가 희망을 짓밟아 부활한 때였죠. 땅울림이 심해져서 부서진 최초의 우주선을 잡아 지탱하자, (작게 뜸 들였습니다.) …죽어가는 ‘신성현’과 제 앞에 푸른 장미 아치가 열렸어요. 이 별의 것이 아닌 것들이 전부 송환되었고요.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신성현 타이머와 또 다른 신성현 타이머가 나타나 자네들에게 멸망을 예고해 주었다… 그리고 푸른 장미 아치가 열려 외우주의 신이 돌아간 데다가 자네가 지구로 건너왔다, 이거군. 믿기 힘든 일들을 자네의 존재 자체가 증명해 주고 있으니. (틀림없는 제10 권능. 타이머의 증명.)

하인리히 장교의 목소리가 물을 먹은 듯 흐려지는 즈음이었습니다.
당신은 겪은 적 없는 과거와 아직 생생한 어제를 기억해 냅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인리히 장교에게 대답하지 않습니다. 할 정신이 없었습니다. 신성현이 기억을 되찾듯 제게 밀려 들어오는 낯선 편린과 어제 조각이 뒤섞입니다. 정확히 14년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내 것이 아닌 슬픔은 숨이 턱 막히는 버거움입니다. 그것은… 그래요. 가히 세계의 절반이 찢겨나가는 고통입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정도로.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을 무던히 흘린 이연화가 속삭입니다.) 푸른 장미 아치는… 본래 정해진 날짜에만 열려요. 그런 게 어제 열려버렸으니까 아치를 강제로 개방하는 조건이 있을 거예요. (자신의 눈물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씨. 괜찮으십니까. (그런 안색으로 눈물 흘리는 당신에게 걱정을 담아 속삭인다. 많이 힘들면 쉬어도 된다고, 무리하지 말라고. 운명이 정한 끌림은 상대를 내버려둘 수 없게 만들었다.) 당시의 상황을 천천히 복기하면 강제 개방의 조건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짐작 가는 게 있어요. 아치가 열린 순간은… 나요? (왜 걱정하지. 의아하게 돌아본 이연화가 그때 눈치챕니다. 볼에 흐르는 액체를. 당혹스런 손길이 볼을 쓸어 누군가의 감정을 지워냅니다. 마음이 수런거렸습니다.) 낯선… 낯선 기억 때문에 그래요. 어제 일을 되짚는데 이상한 기억도 추가되어 있었어요. 그게 뭔지 몰라서 설명하기가 힘들군요. 거짓말하는 건 아니에요, 나중에 확실해진 뒤 말해도 될까요. (신성현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는지. 길게 변명하는 자신이 구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안절부절 변명하는 당신에게 곧은 시선을 보낸다. 지친 어깨를 툭, 감싸 쓸어주었다.) 당신이 아치를 건너 갑자기 나타나 권능을 사용했다는 말은 제가 증인입니다.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도 벅차지 않습니까. 하나씩, 하나씩 풀어주십시오. 기다려드리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손길을 느끼자마자 차분해집니다. ‘신성현’과 똑같아요. 다정한 손길, 따뜻한 온도, 저를 걱정하는 눈빛. 쌓인 시간이 없어 애정의 깊이는 다를지언정 당신은 당신이라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시간이 옆에 있잖아. 슬퍼할 것 없어. 힘겹게 끄덕입니다.)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가장 당황스러울 사람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신성현은 또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처지니까요. 심호흡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희는 낯선 당신을 받아들인 거지만 당신은 혼자 불시착한 상황입니다.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냉정하다면 냉정하고 상냥하다면 상냥한 조언이다. 낯선 당신에게 끌려가는 마음이 느껴져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것이겠지. 이 신성현은 다 자라버린 시간이므로.) 또 다른 제가 있었다는 말은 적당히 흘려듣고 있습니다.

심호흡하며 천천히 정리하자 강제 개방의 조건을 알 것도 같습니다.
신의 손가락을 무너뜨리고, 서로 다른 별의 타이머들이 피를 덧칠하는 것.

캐릭터 인장

이연화

덕분에 위로가 되는걸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너무 막막했을 거예요. (영문 모를 감정을 정리한 그가 가장 처음으로 생각한 건 강제 개방의 조건과, 지구 신성현에 대한 감상이었습니다. 이 형… 상당히 파고들기 힘들어 보입니다. 지난 업보가 후회되네요. 나도 딱 저런 느낌으로 신성현을 경계하고 있었지. 동정심을 건드리는 연약한 척을 계속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하면서 짐작한 제 가설은 이래요. 신의 손가락을 무너뜨리고, 서로 다른 별의 타이머들이 피를 덧칠하는 것. (강제 해방의 조건을 알려줍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신의 손가락을 부러뜨린다, 라. (둘의 교류에 경계 속 저도 모르게 드는 흐뭇함을 알아채지 못한 하인리히 장교는 심사숙고한 끝에 새로운 명령을 내립니다.) 우선은 신성현 타이머가 책임지게. 저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지. 그렇다고 함부로 신의 손가락을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과학 기지에 시뮬레이션을 준비시켜야겠어.
군과 자네는 이만 가보게. 시뮬레이션 준비가 끝나고 호출하도록 하지. (하슬러 원수와 비슷한 축객령을 내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확인했습니다. 저희 쪽도 부서진 신의 손가락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신성현을 보자마자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건너왔습니다. 지금 도밍게즈는 어떤 상황이려나. 하슬러 원수와 똑 닮은 하인리히 장교에게 군인 버릇이 든 경례를 합니다. 슬픈 감각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고 신성현이 저를 책임진다는 즐거움만 남았습니다.) 신성현… 씨? (일부러 지친 태도를 취해 머뭇거립니다. 당신에게 내내 보일 연기 주제는 ‘연약하고 지켜줘야 할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분주해진 하인리히 장교의 축객령을 듣고 당신과 비슷한 경례를 한다. 배색만 다른 DOT 군복, 각 잡힌 경례. 고작 몇 년 군인인 버릇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이런 사소한 감상을 품는 자신이 이질적이었다.) 이연화… 씨였죠. (동정심을 끌어내기는 성공이다. 어느 신성현이든 약하고 어린 것에 약한 성정은 똑같았다. 느슨한 군화가 장교실을 나선다.) 당신은 먼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제 숙소로 갈 겁니다. 당장 준비된 여분의 방이 없어서 같이 생활하게 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생활 침해는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편하게 이연화라 불러주세요. 나보다 3살 많다면서요. 당신도 느낄 테지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들이닥치는 이끌림이 거부하기 힘든 것이라 자꾸… 기대게 되네요, 혹시 친한 척할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당신 말대로 난 혼자잖아요. 미리 언급해 당신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는 여린 태도와 느슨해진 신성현이 먼저 다가올 구실을 만듭니다. ‘신성현’은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따라가는 걸 귀여워하던데. 당신은 어떠려나. 손 내밀어주지 않는 파트너를 남몰래 아쉬워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놓기에는…, (말끝을 흐린다. 쫄래쫄래 따라오는 강아지 같은 발걸음과 여기저기 엉망인 저 군복, 지치고 낡은 완벽한 연기가 사기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처음 당신이 신성현에게 지닌 고민을 그대로 가져간다. 그러나 그는 신성현이다. 약한 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게 의무인 타이머. 작게 한숨 쉬고 손을 내민다.) 그런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신 홀로 남겨진 곳에서 기댈 곳이 하나도 없으면 힘들지 않습니까. 하소연할 곳이 필요할 땐 언제든 말하십시오, 현재 당신을 책임지는 것은 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성공이군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누릅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추욱 처진 강아지 같았습니다. 시선만 슬쩍 올려 눈치 보는 모습을 만듭니다. 든 손이 멈칫멈칫 망설입니다.) 정말요…? 나, 보기보다 겁 많아요. 한 방에서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고 밤에 악몽도 꿔요. 민폐 많은 사람일 거라고요. 당신이 기껏 배려해 준 사생활 존중을 오히려 어기게 될지도 모르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올망올망. 히웅끼웅.)

캐릭터 인장

신성현

(…꼭 자신이 나쁜 놈이 된 것 같았다. 맞…나? 저런 불안하고 초조한 사람에게 선을 그어 경계하려 했다니. 혼자인 당신을 이해한다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거리를 두는 꼴이 아닌가. 이연화의 속내가 새카만 줄도 모르고 급히 번복했다. 이게 다 시간이 점지한 이끌림 때문이었다. 머뭇거리는 손을 먼저 잡는다.) 정정하겠습니다. 여기서 머무는 동안 당신 편한 대로 하십시오. 무서운 것, 가고 싶은 곳, 두려움이나 불안함 등등. 외계의 적을 막아내는 타이머가 당신 하나 책임지지 못하겠습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렇게 신경 써주실 줄 몰랐어요. (신성현이 자괴감을 느낄 동안 이연화는 일말의 죄책감 없이 거미줄을 칩니다. 경계 많은 상대가 끈적한 덫에 걸려들어 평생 벗어날 수 없게 만들 겁니다. 잡아준 손짓에 흠칫, 놀라 볼을 붉힙니다. 속상한 표정이 풀어져 안심하는 티를 낸 가녀린 미인이 촉촉한 눈가를 반짝입니다. 덥석 받아 드는 건 모양이 이상하겠죠. 두어 번 튕겨줘야 합니다. 당신 손을 만지작대다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요. 상냥한 당신의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닐까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운명처럼 끌린다는 이유 하나로 무례한 부탁을 하는 건 아닐까요. (처연… 애틋….)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씨, 저를 봐주시겠습니까. (상처 많고 유리 같은 사람이었다. 당장에라도 부스러질 위태로운 상태를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다, 가 당신의 연기에서 받은 신성현의 순진한 감상이었다. 한 번 저를 경험한 이연화가 촘촘히 짠 거미줄은 투명한 눈물을 닮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덫을 모르고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아예 당신의 두 손을 맞잡는다. 한 걸음 다가와 상대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거리였다.) 무례한 부탁이었다면 알아서 거절했을 겁니다. 하인리히 장교님의 말씀을 들으셨겠죠. 신성현이 이연화를 도맡으라고. 제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니라 제가 해야 할 임무를 도와주는 중이라 생각하십시오. 가능한 한 최대한 이연화 씨의 부탁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성현 씨…. (살풋 든 고개는 당신을 향했습니다. 눈에 기이하게 일렁이던 욕망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유혹적인 미소 대신 무고한 미소를, 질척한 감정 대신 위태로운 감정을. 양의 탈을 뒤집어쓴 짐승이 먹잇감에게 몸을 낮춰 들어갑니다. 품 안으로 걸어 들어온 당신의 주위를 투명한 실이 가득 채웁니다.) 당신을 만난 건 내 인생의 행운 같아요. 다른 나와 비교당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아서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사실, 난 방금 전 파트너였던 당신의 죽음을 보고 온 거나 다름없어요. 아직도 당신이 그 얼굴과 겹쳐 보여서… 불안해요. 사라질 것 같아요. (헐떡이는 호흡, 울음 섞인 목소리. 당시 감정을 되살려 반은 진심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랬지. 이연화는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나에게 휩쓸려 받아들이다가 그의 죽음을 봐버렸다. 마지막 경계가 스르륵 녹아버린다. 죽음의 무거움을 아는 건 당신만이 아니다. 아직 어린아이에겐 충격일 장면은 ‘신성현’과 나를 겹쳐보도록 만들 터였다. 투명한 실을 온몸에 둘러 당신에게 조종당한 신성현은, 무심코 금빛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푸른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벅차오르는 안타까움이었다. 어떻게 해야 진정할까. 어떻게 해야 당신이 안심할 수 있을까.) 저 어디 안 갑니다. 당신 옆에 있잖습니까.
제가 어찌해야 괜찮아지시겠습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탄식을 내쉽니다. 이보다 사랑스러운 파트너가 없었습니다. 신성현은 이연화가 평생 사냥한 먹잇감 중 최고로 황홀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을 밀쳐 온 입술을 빼앗아 가고 싶어요. 그러면 당신은 내 본색을 눈치채고 도망가 버리겠죠. 아직 안 돼, 끝의 끝까지 몰아붙여서 핥아먹을 거야. 입안에 문 사탕을 깨물지 않고 녹여 먹을 거예요. 당신의 호감을 올릴 만한 선택지를 꺼내 듭니다. 쓰다듬어 주는 손바닥에 기대 울상 짓습니다.)
날… 안아주세요, 형. 당신의 온기를 확인하게 해주세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타인은 이 광경을 나무랄지도 모른다. 생판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속아 마음을 열어버리다니. 다만 그건 운명을 바라보고 찾아오는 충동을 느껴보지 못한 자의 어리석음이었다. 상대의 몸짓, 숨결, 접촉 하나하나에 살갗이 파르라니 떨리고 심장은 세차게 뛰는 이 벅참을 떨쳐낼 수 있는 자가 있을까. 게다가 제 약한 점만 파고드는 상대를. 나직한 언어 사이사이 드러나는 이연화의 혀 위로 새겨진, 똑같은 두 자리의 숫자. 고작 숫자에 불과하건만… 어쩜 이리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지. 한 뼘 남은 거리를 좁힌다. 신성현이 이연화를 품에 안았다.)
다른 건… 없습니까. (두근, 두근. 같은 박자로 뛰는 고동 소리가 자극적이었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연화의 존재감이 뜨거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조심스레 껴안는 손길, 귓가에 닿는 숨소리. 폐부를 가득 침입하는 신성현의 체향이 기분을 몽롱하게 바꾸었습니다. 들뜬 심장 소리는 점점 빨라져 이연화가 느낀 자극을 표현했습니다. 당신의 안대를 치워 신성현이 내 것이란 증명을 목도하고 싶었습니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얼마 남지 않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당신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이거면 돼요. 이거면… 충분해요. (지금은 말이죠. 정성 들여 꼬드긴 사냥감을 바로 잡아먹는 건 아깝습니다. 딱, 이 정도. 몇 초 기댄 이연화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떨어집니다.)
형이 안아줘서 많이 진정됐어요, 고맙다는 말을 열 번 해도 부족하네요. 형도 내게 필요한 게 있다면 꼭 말해줘야 해요. (은근슬쩍 호칭을 바꿉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쉬워. 품에 딱 맞는 존재가 사라지자 든 생각이었다. 운명의 상대라는 거, 평생 깨닫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연화에게 ‘신성현’이 마법처럼 찾아온 기적이라면 신성현에게 당신은 해일처럼 덮쳐온 기적이었다. 감정을 다스려. 휩쓸리지 마. 경고등을 울리는 이성과 본능이 반대였다. 차마 당신 손만큼은 놓지 못했다.) 다음에 또, …부탁하십시오. 나쁘지 않았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바뀐 호칭을 뭐라 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의식이다. 문득 위기감을 느껴 몸을 돌린 신성현은 급한 걸음을 옮겼다.)
지금 당장은 저보다 당신의 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계속 서 있지 말고 들어가는 게 낫겠습니다. (휴식이 필요한 건 나일지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욕망 해소가 턱없이 부족해 허기진 뱃속을 달랩니다. 기다려, 이 신성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 처음은 포옹을, 다음은 입맞춤을, 그다음은…. 차근차근 실행해 신성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 도망갈 수 없도록. 그리 만들 작정이었습니다. ‘신성현’이 허락하지 않은 걸 당신이라면 내어줄 수 있어요. 이번에는 놓치지 않아. 반드시.)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형이 괜찮아졌을 즈음 넌지시 부탁할게요. (저를 돌아보지 않는 당신 뒤에서 짐승이 입맛을 다십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 숙소를 함께 사용한다고 했죠. 도밍게즈의 본관 숙소는 4층이었어요. 여긴 어때요? (혼란스러울 당신에게 말을 돌립니다. 지나친 뒤흔듬은 독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아졌을 즈음이 과연 언제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신성현은 이 순간 직감했다. 내 남은 시간은 당신에게 흔들려 정처 없는 길을 걷게 되리라고. 쌍성이 멸망을 불러오는 불길한 징조인 줄도 모르고. 깊은 숨을 들이켠다. 이연화와 떨어져 어느 정도 진정한 그는 한 박자 느리게 대답했다.) 지구 DOT도 똑같은 4층입니다. 본관, 서관, 동관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도밍게즈 DOT와 거의 흡사한 구조를 설명했다.)
아, 참고로… 제 방에 자주 찾아오는 타이머가 한 명 있습니다. 혹 다른 타이머를 마주치는 건 불편하십니까. (뒤늦게 생각난 한 아이를 언급한다. 신 훤, 제4시 타이머. ‘신성현’의 이연화 자리를 대신한 어린아이. 신성현과 ‘신성현’이 결코 같지 않음을 시사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구와 도밍게즈는 신기하네요. 모든 게 쌍둥이 행성 같은데 그간 서로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게. (순조롭게 속여넘겨 들뜬 이연화의 기분이 뚝 멈춥니다. 무너지려는 표정을 간신히 유지합니다. 신 훤… 그건 또 누구야. 그것이 ‘이연화’의 역할인 건 아니겠지? 억눌린 목소리가 묻습니다.) 형이 만나고자 하는데 제가 막…을 권리는 없지요. 누군데 그래요? 소중한 사람이에요? 연인 같은 건가요? 왜, 타이머는 직업 특성상 연애 잘 못 하잖아요. 궁금해서 그래요. 정말 궁금해서.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씨가 말한 푸른 장미 아치를 무사히 열어 건너편을 확인하면 점차 쌍성을 알아가게 될 겁니다. 게이트 처리도 수월해지고. (뭐지, 휘청한 이연화의 포커페이스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정말 많이 아주 궁금한가 보다. 여상한 말이 흘러나온다.) 그 아이 앞에서 연인이란 소리를 꺼냈다간 눈총을 면치 못할 겁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가족 같은 겁니다. 타이머는 평생 혼자잖습니까, 게이트 처리하느라 14명 전부가 모일 시간도 흔치 않고. 훤은 어린 타이머 때부터 알아 온 동료입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신성현. 복도를 건너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 되기를… 바라야겠네요. (신경이 신 훤이라는 새로운 적에게 팔렸습니다. 가족? 어릴 때 함께 지내? 그런 건 모르는 겁니다. 당장 신 훤이라는 타이머가 신성현에게 그릇된 감정을 품고 있을지 누가 알아요. 상대에게 미친 듯이 실례되는 생각을 한 이연화의 웃음이 짙어졌습니다. 진행 속도를 높여야겠어요. 당신에게 딱 달라붙습니다.) 그 외에 다른 관계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지구와 도밍게즈끼리 비교해 봐요. (핑계는 그럴싸하게 붙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잘 돼야 당신이 돌아가죠. (많이 힘든가. 늘어지는 대답을 듣곤 엘리베이터가 오자마자 당신을 이끌었다. 얼른 들어가서 눕히자. 이연화의 인상을 수상한 사람에서 지켜줘야 할 여리고 위태로운 사람으로 바꾼 탓이었다.) 훤 타이머 외엔 두루두루 잘 지내서 특별한 건 없습니다. 게이트 처리하고 훈련하기에도 부족한 몸이라서요. 여유 있을 때만 간혹 마주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정도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너무 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독점욕 많은 ‘이연화’와 365일을 보낸 ‘신성현’과 다른 부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딱히… 당신이 이곳에 있는데 내가 돌아갈 이유가 있을까.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킵니다. 이곳 신성현은 나만 바라보게 만들기가 아주 힘들겠다는 감상을 받습니다. 계획의 강도를 몇 번이나 수정하는 건지. 단단히, 옴짝달싹 못 하도록 틀어 매야 나만을 바라보겠군요. 그득그득 올라오는 질투심을 억누릅니다.) 저를 신경 써 줄 만큼 다정한 형이라 다른 타이머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나 보네요. 나도 형과 동일한 걸 보면 도밍게즈와 지구라고 타이머가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저 하인리히 장교라는 분과 이쪽 하슬러 원수라는 분 분위기마저 비슷한 거 알아요? (도란도란 잡담을 떨어 신성현의 친밀도를 높여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몇 번이나 말하지만 당신을 신경 쓰는 건 무릇 세계를 수호하는 타이머라면 당연한 임무입니다. 어쩌면 대단한 조력을 구한 걸지도 모른다는 장교님의 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무려 타이머의 결합이다. 당신이 말해준 능력 강화, 피아 구분, 법칙을 깨부수고 등장한 운명. 꺼림칙한 감정을 억눌러 제게 맞춰주는 당신에게 착실히 호감도가 오르고 있었다. 4층에 도착해 숙소까지 도착하는 사이 끊임없는 잡담이 오간다. 리슬러 부관과 리히트 장교도 운명의 쌍둥이가 아니냐는 둥, 새로운 타이머와 쌍성의 등장으로 세워진 벽은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함께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두 사람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당신이 만난 ‘신성현’의 이야기와 신성현의 이야기는 같으면서 다른 시간을 지녔습니다.
‘이연화’와 당신의 이야기가 같지 않은 것처럼.
그날 밤은 조심스럽게 다가간 이연화와 신성현이 조용한 밤을 마무리한 첫날 밤이었습니다.

이튿날. 본관의 직원들과 과학 기지의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DOT를 뛰어다닙니다.
본부에서 대기 중이던 타이머들이 찾아와 당신을 구경하고 어디를 다니든 사람들의 시선이 쫓아옵니다.

캐릭터 인장

메이 란

저 사람이지?

캐릭터 인장

신 훤

진짜 외계인이라고?

캐릭터 인장

유메노 히나카

생긴 것만 봐서는 모르겠는데요.

캐릭터 인장

데이르센

신화생물인 건 아니에요?

캐릭터 인장

헤일리 로렌스

타이머의 권능을 보였대요.

「 2032-04-22, 17:17
제10시 타이머 10번 훈련실 방문 요망.
시뮬레이션 준비 완료.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손을 잡아 훈련실로 이동하는 걸음은 망설임 없었습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눠 친밀해진 결과 손 정도는 언제든 잡아주는 정도가 되었죠. 그의 시선이 눈치채지 못할 찰나만 신 훤에게 머물다가, 떨어집니다.) 다른 형이 도밍게즈에 떨어졌을 때 보인 우리 타이머들 반응 같네요. 신기하긴 한가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부산 떠는 사람들에게 시선으로 주의를 주며 속삭인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10시 타이머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같은 권능인 타이머가 등장한다… 상식을 깨부수는 일 아닙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건 그래요. 형은 나 안 신기해요? (속삭이느라 가까워진 이연화의 목소리가 신성현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당신은 여기, 예민한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움찔 곤란해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공유한 시간은 다르지만 신체는 거의 비슷한 듯했다. 당신이 상처받지 않게 스을쩍 멀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가능하다면 모든 걸 알아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꼬리가 부드러이 휩니다. 아하. 당신과 잡은 손에 손깍지를 껴 떨어져 줍니다. 의심 사는 짓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 나는 순수하고 착한 아이 이연화니까.) 형에게는 전부 알려줄 수 있어요. 나중에 무엇이든 물어봐요. (가벼운 발걸음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처음 만나자마자 이것저것 물어보는 실례를 저지를 순 없잖습니까. 다른 질문에서 불쾌함을 느낄 때도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연화가 조절한 선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고 신성현은 매번 의아함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다. 목소리 예쁘네, 같은 잡다한 생각뿐이다.)

메시지를 받고 훈련실로 이동하면, 텅 빈 곳에 사람 키만 한 빅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즐겁게 훈련실로 온 이연화는 신의 손가락이라기엔 우스운 크기를 보고 잠시 침묵합니다. 한 손을 듭니다.) 이 작고 불쌍한 걸 부수라는 말씀일까요? (진짜 빅벤이 아니었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상당히… 미니 사이즈라 귀여운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짜리몽땅 그 자체. 당신 옆 신성현도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이걸로 실험될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관리실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애쉬가 설명을 시작합니다.) 다짜고짜 문화유산을 부술 수는 없잖아, 그랬다간 정부와 런던 시민들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걸.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성분과 구조로 빅벤을 복제했어. 과학 기지가 아주 달달 볶인 결과물이지… 우리는 미니-벤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중략)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자, 이제 미니벤을 부수고 피를 덧칠해 봐. 여기선 반응 수치를 확인할 테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대충 무슨 소리인진 알아들었어요. 악신이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 다짜고짜 귀한 신의 손가락을 파괴할 순 없으니까 대체제로 성분을 똑 옮겨둔 미니-벤을 준비했다는 말이군요. (비웃어야 하나 대단하다 칭찬해야 하나 고민됐습니다만, 신성현 앞이라 착한 모드가 돼서 박수를 짝짝 쳐주었습니다. 와… 정말 참. 뭐랄까. 열심히 볶인 연구원들을 위해 비판은 꺼내지 않았습니다. 실험체답게 금빛 마안이나 형성합니다.) 부수는 건 둘이 동시에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수고… 하셨습니다. (거짓말 못 하는 신성현의 표정은 들쑥날쑥했다. 크기만 다르고 그대로 복제한 거니까 되지 않을까… 와 되겠냐? 사이를 오간다. 아니야, DOT의 연구원들을 믿자. 결국은 충성심으로 극복해 푸른 마안을 형성한다. 신화생물 전투에 특화된, ‘신성현’보다 더 공격적이고 난폭한 기류. 두 사람의 중력이 뒤섞였다.) 셋 세겠습니다.
셋,
둘,
하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둘, 할 때 겨우 집중했습니다. 난폭하고 거친 푸른빛 마안은 ‘신성현’과 다르게 야성적인 중력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것이 부드럽고 온화한 보호라면 이자의 것은 파괴에 초점을 둔 짐승적인 송곳니.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발휘한 권능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금빛 마안을 쏘아 보냅니다. 하나.)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에게 맞추어 푸른빛 마안을 쏘아 보냈다. 사람 키만 한 건물을 부수는 데에 강한 파괴력은 필요치 않았다. 당신과 어우러지는 공격, 작은 손가락을 짓누르는 중력이 벤과 닿는다. 이연화의 마안은 주인을 닮아 아름답게 빛나는 별 같다고… 힐끗 보는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쾅―!
무려 두 타이머의 중력을 받아낸 미니-벤은 당연하지만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납니다.
짧은 기둥만 남긴 건물이 매캐한 연기를 내뿜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벤에 다가가 꺼낸 손에 들린 것은 작은 나이프. 손바닥을 베어 가르면 붉은 피가 방울방울 고이기 시작하고, 뚝, 뚝 짧아진 손가락에 꽃피웁니다. 진짜 손가락 아닌 가짜 손가락에도 푸른 장미가 피어날지 짐짓 긴장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해보겠습니다. (지급받은 나이프를 꺼내 손바닥을 베어 갈랐다. 따끔, 올라오는 고통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핏방울을 그러쥔다. 흘러나온 피가 기둥을 적신 이연화의 장미에 섞여 꽃피운다.)

미니벤을 부수고 두 사람의 피를 덧칠하면 잔해가 웅웅, 진동하며 공명합니다.
짙은 피 냄새, 귀속된 별이 달라도 흐르는 피는 똑같은 빨강. 바닷물의 짠 내음 대신 선명하다 못해 취할 것 같은 장미 향기가 풍깁니다.
눈앞에 드리운 건 핏빛 붉은 장미로 장식한 아치였고……
잠깐, 왜 붉은색이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게… 진짜 된다고? 푸른 장미 아치와 다르게 비현실적입니다. 진짜를 복제한 모조품으로도 실현될 수가 있구나. 성공했나, 싶은 순간 풍겨오는 장미 향이 아니었다면 웃어주었을 겁니다. 푸른 장미가 아니라…,) 뭔가 이상해요. 내가 본 아치와 달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본 것은 푸른 장미 아치였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흘러드는 낯선 장미 향기가 지독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물러나십시오! (위험한 분위기에 당신을 끌어당겨 보지만,)

“반응 수치가 이상합니다!”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초조한 외침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뚝 끊깁니다.

⚜ 육체 판정 : 난이도 8 ⚜

캐릭터 인장

이연화

(1+0)dx 육체 판정 (1DX10) > 3[3]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4+0)dx 육체 판정 (4DX10) > 10[4,6,7,10]+9[9] > 19

지끈거리는 두통 속에서 당신을 흔드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오, ….”
“일어나십시오, 이연화 씨!”
반짝. 당신을 부르는 신성현의 목소리에 의식이 돌아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헉, 몸을 일으킵니다. 전신이 지끈거리는 것도 같고 머리는 아직도 아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마지막은 분명 붉은 핏빛 장미 아치가 피어났고, 의식을 잃어서… 초점을 되찾은 눈동자가 신성현부터 찾아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앞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신성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신이 깨어나는 것을 보면 안도한다.) 드디어 일어나셨습니까. 불러도 깨어나지 않길래 걱정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그곳은 좁은 방. 두 사람이 머물기 빠듯할 정도로 좁고 허름한 여관입니다.
침대는 딱딱하고 탁자와 의자는 아귀가 맞지 않아 흔들거립니다. 창문 밖은 온통 시커멓습니다.
욕실은 두 사람이 함께 쓰기엔 좁은 욕조가 딸려 있고…… 아니 이게 아니라.
대체 어디지? 방금까지 DOT에 있었는데.
무의식중에 텔레미터를 쓴 건가? 그렇다기엔 전혀 처음 보는 낯선 공간입니다. 싸구려 여관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걸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상한 걸 불러들이거나 죽은 건 아닌 모양이네요. 머리가 아픈 것만 빼면 크게 다친 곳은 없어요. (신성현의 상태를 체크해 다친 곳 없는 걸 확인하고는 한숨을 쉽니다.) 이건 의심할 필요 없이 가짜 벤을 만든 게 문제예요. 도밍게즈가 아니라 이상한 곳으로 와버렸잖아요.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생전 처음 보는 좁고 허름한 여관. 신화생물의 피와 먼지를 뒤집어쓸지언정 더러운 곳에서 취침하지 않는 이연화에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작은 걸 봤을 때 느낀 꺼림칙한 감각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당신이 연 것도 강제 개방이었는데 거기다가 가짜 손가락을 사용했으니 부작용은 당연한 일이었겠죠. (DOT 연구원들의 신뢰도가 5정도 하락했다.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킨다.) 열어보려 해도 문고리만 빙글빙글 헛돌고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연화 씨. (당신과 자신의 옷차림을 가리킵니다.)

한 박자 늦게, 서로의 차림새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남색과 흰색을 배치해 깨끗한 느낌을 풍기는 디자인. 목을 꼼꼼하게 둘러싼 차이나 카라, 상체의 절반을 덮는 망토와 은색 시계.
신성현은 처음 보지만,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죽은 신성현이 입고 있던 그 군복입니다.
어째선지 두 사람 다 배색만 다를 뿐 같은 디자인의 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주 보는 얼굴도 어딘가 기묘하게 더 나이 들어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헛숨을 들이켭니다. 알아요, 알고 있어요. 이 복장과 모습. 당신의… 신성현의 얼굴. 머리가 멈춥니다. 죽음을 목격한 사람을 한 박자 늦게 알아보자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끝이 당신 볼을 쓰다듬어 내려갑니다. 나를 아껴주던 입술, 단단한 어깨, 투박한 손… 입술을 깨뭅니다.) ‘신성현’이에요. 당신 말고, 다른 차원의 도밍게즈 ‘신성현’이요. 그가 처음 발견될 때 입은 옷이랑 똑같아요. 나는 어때요, 이연화가 맞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는 맞는데.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린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고 다른 군복을 입은 이연화. 당신은 무슨 기억을 되짚길래 그런 서글픈 얼굴로 날 어루만지는 걸까. 혼란스러움에 속이 불편했다. 나와 누군가를 착각하는 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신성현’이라면 당신은,) ‘신성현’의 짝이었던 ‘이연화’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아요. 난 헷갈리지 않아요. (차라리 눈을 감았습니다. 신성현에게 불만 가진 짓을 내가 똑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가 아니에요, 정신 차려. 매몰되지 마. 입안 여린 살을 깨물어 피 맛을 느끼고 나서야 명료해집니다. 어서… 어서 나가야겠어요. 다른 자의 몸에 깃들다니, 최악이에요.) 문은 안 열린다고 했죠? 어딘가 나갈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 있어야만 해요. 아치를 잘못 연 대가를 치르는 방법이라든가, 탈출하는 방법이라든가. 능력은 쓸 수 있나. (권능을 움직입니다.)

당신에게 깃든 권능은 즉시 반응해 마안을 형성합니다만, 이 역시 느낌이 다릅니다.
당신이 전투를 위해 깎고 깎은 날카로운 칼날이었다면 이쪽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옮기기 위해 넓힌 바다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참고로 말하는데 모든 게 부수어지지 않더군요. 제 능력이 무딘 느낌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당신이 하는 걸 보며 나직하게 첨언한다. 이미 시도해 볼 것은 다 시도해 본 모양이지.) 미니벤에 피를 발랐더니 붉은 장미 아치가 피어나 여기 떨어졌다는 기억은 똑같습니다. (막막한 음성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한 마디로 우린 갇혀서 망했다는 결론이 되네요. (웃음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신성현과 닮은 막막함입니다. 좁고 삐걱이는 침대에 털썩 앉아 마른 세수합니다.) …바깥에서 구하러 오길 기다리기. (답이 없는 걸 어쩌라고요. 뭔가 실마리가 있어야 머리를 굴리든 말든 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바깥과 소통이라도 되었다면 더 편했을 것을. 평생 갇혀 있을 수는 없습니다. 움직이다 보면 뭔가 발견하겠죠. 샅샅이 뒤져도 나오는 건 없었지만…. (그리 기대 없는 중얼거림이었다.)

그때, 문자가 한 통 도착합니다. 알람은 겉옷 주머니에서 동시에 울렸지만 그 무엇도 두 사람의 무전기는 아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굶어 죽기 딱이겠, …알람? 소통 안 된다면서요. (반사적으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듭니다. 휴대폰이나 무전기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이게 희망 줄일지도 모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 주머니에 있는 건 처음 느꼈습니다. 갑자기 생겨난 것 같습니다. (제 주머니에서도 울린 무언가를 꺼내 든다.)

생전 처음 보는 휴대폰에 메시지가 번뜩거립니다. 발신인은 DOT.
「 2066-03-04, 23:41
이번 주차 연구 주제를 발송합니다.
1. 상호의 신체 일부를 섭취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것.
2. 각인에 접촉이 발생했을 때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확인할 것.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게 무슨 소리예요. (몰라서 묻는 게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웬 뜬금없는 메세지냐는 소리입니다. 연구 주제, 발신인, 텍스트가 표출하는 익숙한 감각은 DOT를 흉내 낸 것이 아닙니다.) 신체 일부를 섭취하고 각인…에, 접촉…. (신성현의 눈동자를 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휴대폰… 발신과 수신이 불가능합니다. 전파 수신 범위가 벗어났다는 경고 문구가 뜹니다. (이런 문자가 갑자기 올 리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흔들어 봐도 경고 문구가 뜬 화면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안 됩니다. (서늘한 불길함을 느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혼란을 가라앉힌 이연화가 천천히 일어섭니다. 산뜻한 웃음으로 신성현에게 다가갑니다. 논리정연한 설득을 이었습니다.) 잘 생각해 봐요, 형. 형 말처럼 전파 수신 범위를 벗어난 휴대폰이 이런 알림을 왜 띄웠겠어요. 이 날짜, 2066 미래예요. 그리고 도밍게즈 ‘신성현’은 미래에서 왔다고 했죠. (즉 이연화는 ‘신성현’과 ‘이연화’가 이 일을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단번에 내놓습니다. 이럴 때만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한 걸음 남겨둔 거리에서,)
의문의 알림이 뜬 게 과연 우연일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쓸데없이 논리적이고 똑똑했다. 반박할 건수가 잡히지 않아 그, 아니, 막힌 말만 반복한다.) 기다리십시오. 만약… 만약 진짜 저대로 했는데도 문이 안 열리면 어떡합니까. 다른 방법을 더 찾아보고 합시다. 아니 그전에 제가 당신의 각인과 접촉한다는 방법은 왜 빼놓는 겁니까? (뒷걸음질 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해하지 말아요. 난 강요할 생각 없어요. (신성현이 물러나자 더는 다가가지 않습니다. 당황스러운 문제긴 해도 당신을 천천히 길들이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여기서 부추기지만 않으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게 맞는 방법이면요. 밖이 무사한지, 우리가 돌아갈 수는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다가 빛처럼 알람이 울렸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을까요? 시도도 안 해볼 거예요? (해치지 않겠다는 듯 두 손을 듭니다.)
DOT 연구 주제가 둘 다에게 왔잖아요. 양쪽 결과를 전부 요구한다는 거죠. (완벽한 논리.)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을 꾹 다문다. 완벽한 논리와 완벽한 패배였다. 그렇지, 한쪽만 바랐다면 둘 다 알림을 받을 리는 없…지. 높아지려는 경계심은 당신이 다가오지 않자 잦아든다. 막 이연화에게 호감을 품은 신성현은 눈앞에 들이밀어진 주제가 부담스러웠다. 그…런 것을 허락할 만큼 친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허락도 거절도 하지 못한 채 어물거린다.) 생각,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람 눈을 핥는다는 행위가 상식적인 건 아니지 않습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야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어요, 얼마나 기다려 줄까요, 30분? 1시간? 잘 생각해요. 두 타이머를 잃은 밖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고려해 봐요. (다가가지 않고 신성현의 마음을 쿡쿡 찌릅니다. 참을 수 있어요. 신성현은 이연화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운명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내 운명이 해준 말을 믿습니다. 너는 날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 타이머를 잃은 밖. 동공이 흔들린다. 꽉 그러쥔 손아귀가 당신이 신성현의 걱정을 정확하게 찔렀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연화의 말은 합당하다. 만일 저 연구 주제가 정말 힌트이며 문제없이 수행한다면 탈출할 수 있을 확률은 높다. 여긴 지독하리만큼 아무것도 없으므로. 결심한 신성현이 입을 열려던 찰나,)

자신은 경험한 적 없는 일들이 불현듯 기억을 스칩니다.
가라앉은 마음과 맞물리는 시선, 얽혀드는 손가락,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에 들어와서……
차마 설명하기 부끄러운…… 애정을 나누는 두 사람.
따뜻한 물에 축축하게 젖어든 군복과 꽉 들어찬 욕조.
이건 분명히 우리의 기억이 아닌데. 어떻게 된 걸까요?
어제 처음 본 사람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해야 한단 말인가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의 웃음이 사라집니다. 머릿속을 스치는 격정적인 시간. 당신이 나를 보채고 나는 당신을 탐하여 서로의 몸에 제 흔적을 새기는 행위. 금빛 눈동자는 제 앞에 선 신성현을 집요하게 주시했습니다. 저 얼굴로, 저런 몸으로 이연화에게 안겼어요. 욕실을 울리는 물소리와 어리저리 뒤섞이는 숨결, 체액, 차마 설명하기엔 야릇한… 틀렸습니다. 나, 착한 아이가 되려고 했어요. 겨우 만난 당신이 도망치는 꼴은 두 번 보고 싶지 않아서 공들이려 했다고요. 그런데 왜. 왜 나를 건드려. 머릿속 무언가가 뚝 끊겨버렸습니다. 거리를 유지하던 그가 신성현에게 성큼 다가가 벽으로 밀쳐버립니다. 들뜬 얼굴은 선명한 정욕을 담고 있었습니다. 흡사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 …형, 신성현.
내가… 기회란 걸 줄게요. 신성현이 이연화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연화가 싫다면 지금 날 밀어내요. 아무 짓도 하지 않을게. 이곳에 평생 갇히든 방법을 찾든 당신이 준비될 때까진 결코 손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날 밀어내지 않는다면, (당신 안대를 툭, 벗겨냈습니다. 숫자 10을 머금은 눈가가 이연화의 손끝과 맞닿습니다.)
당신은 내게 모든 걸 내어줘야 할 거야. (네 존재, 숨결, 육신, 시간 빠짐없이 전부 다. 삼킬 거라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색이 창백해진다. 또 다른 자신이 어제 처음 본 당신과 그런… 행위를 하는 장면은 머릿속을 점령한다. 동시에 ‘신성현’이 느꼈을 감정이 저를 지배했다. 사랑스러워. 그 아이의 온몸을 껴안고 입 맞춰주고 싶어. 너와 하는 거라면, 당신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상관없어. 당신이 곧 나의 기쁨이니까. 윽…,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이연화에게 밀려 벽과 등이 맞부딪친다. 충격으로 감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선명한 열기를 담은 금빛 눈동자였다. 푸른빛 눈동자가 당신에게 물들었다. 거세게 뛰는 심장은 두려움으로 인한 것인지, ‘신성현’이 부여한 ■■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작게 헐떡인다.)
이러지… 마. 마십시오, 이연화. 너… 당신과 나는 그 둘이 아니라 어제 처음 만난, (처음 만난… 말이 끊어진다. 시간의 각인 근처를 어루만지는 살갗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신성현은 일련의 행위로부터 속에 고인 열기를 자각한다. 갈증이 타고 허기가 느껴지는 본능. 당신이 부족한 것을 채워주었으면 좋겠다는 ‘신성현’의 진심. 아니야… 이런 건 내가 아니야. 자신과 자신이 바뀌는 느낌에 어깨를 잘게 떨었다. 그러나, 당신을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낼 수 없었다. 범람하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그 주체인 당신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 낯선 조각의 이름은… 사랑.)
(입술이 열렸다가 닫힌다. 거절의 말을 내뱉지 못한 그는 당신과 눈을 맞춘다. 운명의 파트너와 꼭 닮은 눈을 하고서.) …이연화. (이리 와. ‘신성현’에게 휩쓸린 자가 그의 말투을 흉내 내 읊조린다. 거대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은 무엇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법이다.)

~화면 조정 중~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치고는 빠른 정사였다. 상대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제멋대로의 움직임이었으니까. 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관계 직후 탈력감에서 온 것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움찔거리는 목덜미를 마냥 깨물거나 핥아댄다. 겉을 아프지 않게 깨무는 입질은 전과 다른 부드러운 구애였다. 이성을 끊어둔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야 당신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지. 더 하고 싶었는데. 무시하고 할까 말까 피어오르는 욕망을 수습한다. 신성현이 진짜 도망가 버릴 것 같았다. 아쉽게 떨어진 손가락은 허리 중앙, 척추 선을 따라 야릇한 손길로 쓸어내린다.) 많이… 아파요? 그러게 힘 빼라고 할 때 빼지. 형이 고집부리니까 내가, (아냐,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야. 이연화는 만악의 근원을 합 다물어 신성현의 눈치를 본다. 당신 손을 가져와 제 뺨에 대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한다.)
미안해요. 당신이 거절하는 게 너무 속상해서 그랬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걸 말이라고…, (전신이 욱신거려서 몇 날 며칠을 세워 싸웠을 때보다 고된 느낌이었다. 강제된 감각에 정신이 또렷해짐과 비례하여 절망은 커져만 간다. 우리는 왜 하필 이런 곳에서 그들의 기억을 받아내고 혼란스러워야 했는지. 원치 않는 행위가 이어져야 했는지. 야릇한 손길에 발끝만 곱아들었다. 이제 와서 저를 챙긴다고 뭐가 나아질 줄 아는 건가. 화도 났고 어이도 없었는데 똑같이 축 내려앉은 이연화의 눈빛을 마주하노라면 혀에서 맴도는 모진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나보다 네가… 훨씬 상처받은 얼굴을 하는 걸까. 불편한 ‘사랑’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드러운 뺨을 멋대로 쓰다듬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도 틀어지지 않는 순결한 사랑에 모든 걸 내려놓은 음성이 흘렀다. 무거운 몸을 옮겨 이연화와 제대로 마주한다.) 네 존재 자체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어. 다만 너와의 이런, 관계를 원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 누가 어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모든 걸 내어줄 수 있겠어. (난 잘 모르겠다. 어느새 ‘신성현’의 말투로 이연화를 대하는 자신이 비참했다. 지친 신성현은 씁쓸한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연화. 네가 사랑하는 건 ‘신성현’이다. 도밍게즈에서 함께했다는 신성현, ‘이연화’를 사랑한 ‘신성현’. 이미 그 아이를 사랑한 ‘나’는 몰라도… 널 모르는 나는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어. 아직 널 사랑할 수 없어. (부여된 사랑 탓에 거절하지 못하는 것과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틀린 말이었다. 천천히 손을 물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운 입가가 찡그려진다. 한층 차분해진 머리는 당신의 말을 곱씹는다. 타인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는 이연화가 엉망이 된 당신을 보고 희열과 후회를 동시에 느끼는 이유. 신성현을 쟁취한 것에 기뻐하다가도 아파하는 당신을 보면 멈칫거리는 이유. 이것은 틀림없는 사랑이었다. 오직 사랑만이 제 비틀린 마음을 멈춰줄 수 있었다. 그래서 ‘신성현’이 말했듯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당신은 그와 같은 사람이라 치부했건만… 애정에 목마른 아이가 고작 뺨과 닿은 손짓마저 기꺼워하며 고개를 기울인다. 다정한 향기를 한껏 묻히다가 떨어져 나간 손가락을 다시 쥐고 싶었다. 나는 당신의 푸른 눈이 나만을 향한다면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운 충격이었다. 자의적 사랑과 타의적 사랑을 구별하기엔 이연화는 너무 어렸다. 감정에 미숙했고.) 형을… 삼키고 싶어요. 형과 맞닿아 온기를 나누고 싶어요. 당신을 살아가게 만드는 게 나였으면 좋겠고, 당신이 나만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도 난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닌가요? 사랑이란 게… 뭐예요? (본능을 이길 수 없었다. 어느덧 당신의 손을 잡아 손가락과 손가락을 엮는다. 잡아줘, 사랑해 줘, 밀어내지 말아줘. 애처로운 강아지처럼 당신 품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체온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찾아오는 추위가 아주, 아주 이상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른 행성, 같은 시간에게 휩쓸리는 마음을 부정하진 않아. 나도 너와 맞닿아 온기를 나누고 싶어. 다가가서 손잡고 네가 나의 또 다른 중력이라는 걸 느끼고 싶어. 그렇지만 사랑과는 달라. (가까이 붙어오는 이연화를 밀어내려던 손을… 거두었다. 지금에서야 당신이란 사람을 알 것 같았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먼저 사랑할 수 없다. 그런즉 이연화가 신성현을 만나버려서. 지고지순한 감정을 깨달아버려서…. 재해처럼 들이닥친 처음은 이연화가 무척 커 보였지만, 제 품에 애처롭게 안긴 이연화는 너무나 작게 느껴졌다. 그의 생각대로 자의적 사랑과 타의적 사랑을 구별하기엔 우리가 나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둘 다 감정을 다스리는 게 미숙한 사람들이었다. 조심조심 흐트러진 금빛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은… 상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은 감정이야. 상대가 다치면 본인도 아파하고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것. (너를 위한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한 것. 이연화의 이마에 키스한다.)
방금 해준 키스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생각해 봐,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모르겠어요. 사랑을 모르겠어요, 형. (어려웠다. 살면서 이토록 이해되지 않는 감정은 사랑이 처음이었다. 나를 위한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한 것, 맞닿아 호흡을 느끼고 싶은 시간의 충동과는 다른 지고지순한 사랑. 내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닌 걸까. 그간 내가 사랑이라 생각했던 마음은… 뭘까. 늘 감춰둔 속마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가면 쓸 여력도 없었다. 사랑할 줄 모르는 이연화에게 이 복잡한 심경은 해소하기 힘든 무게였다. 그러므로 평소 자신이 하는 양 신성현을 휘두르고, 억지 쓰고, 강압적으로 굴었던 것이다. 상대를 사랑하는 법은 배웠지만 상대가 날 사랑하게 만드는 법은 몰라. 당신이 알려주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으니까. 다만… 그가 제 이마에 여린 입술을 맞춰주면, 지그시 내리감은 눈꺼풀이 파르라니 떨린다. 신성현의 키스로 떠오른 생각은,) 뺨에도, 입술에도 입 맞춰주길 바라요. 그리고 당신에게 마주 입맞추고 싶어요. 뜨거운 숨결을 삼킨 뒤 몰아붙여서 녹진한 당신의 얼굴을… 아. (나열한 감상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허탈한 읊조림이 이어진다.)
당신을 위한 게… 하나도 없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말없이 끄덕인다. 서툰 아이가 일방적인 사랑은 상대에게 폭력이라는 걸 알기까지 한참이 걸릴 터였다. 그러나 이연화는 첫발을 내디뎠다. 당신이 틀린 거라며 역으로 화내거나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말에 방황하는 아이는 바뀔 수 있었다. 그의 턱을 그러쥐어 들어 올린다. 푸른빛과 금빛을 마주 잡은 손깍지처럼 얽는다.) 몰라도 돼, 우린 앞으로 알아갈 시간이 충분하잖아. 아까 해준, 늦지 않았다는 말…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강제로 해버린 건 괘씸하지만. (꾹, 말랑한 볼을 응징해 댔다. 원래는 잘못된 사랑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이었는데 이연화가 애절한 진심을 말해준 덕에 생각이 바뀌었다. ‘신성현’의 사랑이 스며든 것 또한 영향을 주었겠지. 운명을 사랑하게 된 마음을 바꿀 수 없으니 남은 선택지가 타협밖에 없었다.)
내가 사랑을 알려줄게. 단, ‘신성현’과 별개로 정말 널 사랑해 줄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해. 그래도 괜찮다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 으, 볼을 응징하는 손가락을 거부하지 않을 양심은 남아있었다. 과연 양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신성현은 언제나 이연화의 세계를 뒤흔들었다. 새로운 사랑의 정의를 받아들이면서 심란하게 당신과 눈을 맞추자니, 귓가를 울리는 문장에 몇 초 늦게 반응했다.) 사랑… 을요? (눈만 멍청하게 깜빡거렸다. 사랑을 알려준다고. 신성현으로서는 사랑해 줄 수 있을지 장담 못해도 ‘신성현’으로서는 사랑을 알려준다는 그 말이, 추위를 단숨에 없애버렸다. 퍼뜩 정신 차린 이연화가 당신에게 들이댄다. 맨 허리를 껴안아 꼬옥 끌어안는 바람에 두 사람의 몸은 점점 침대로 밀렸다. 질문 폭탄이 떨어진다.) 형이 알려주는 건 당연히 환영이에요. 뭐부터 하면 되는데요? 어떻게 알려줄 생각이에요? 용서해 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깐, 이연… 이연화, 좀, (예상보다 격렬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좋나? 진짜 나는 사랑해 줄 수 없다는 말에도 신난 강아지가 된 모습에-누구와는 다르게-양심이라 부를 수 있는 양심이 반응한다. 방심하다가 당신 밑에 깔려 한숨을 쉬었다. 이게 정녕 맞는 선택지인지 잠깐 의구심이 들었다….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참고 있었던 고통이 몰려오고 정신력도 바닥나서 눈동자만 도륵 굴린다. 인상 팍 썼다.) 다음부턴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만지는 거, 키스하는 거, 그 이상의… 아무튼 물어보고 해. 넌 참는 것부터 배워야 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쨌건 자신이 휘두른 폭력은 넘어가고 기회를 준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행위를 끝내서 정신을 차렸을 땐 신성현이 확고한 거절을 내놓을까 봐 불안했었다. 자신이 강압적인 성향임을, 보통의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격임을 알고는 있었다. 당신 위로 엎어져 껴안고 있으려니 꼭… 기억 속 우리가 된 느낌이라. 신성현의 탄탄한 가슴 위에 턱을 올려둔다. 같이 인상 팍 쓴다.) 첫 수업이 너무 어려워요. 형이랑 닿으려는 건 무조건반사라고요. 물어보면 허락해 주긴 할 건가요? 한 번 더 해도 돼요? 이번엔 안 찢어지게 해볼게요. (은근슬쩍 욕망을 끼워 넣는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돼, 못 참으니까 막무가내로 들이밀어서 내가 이렇게 된 거 아냐. 그때그때 봐서 허락할 거다. (멈추지 않는 질문 세례가 어지러웠다. 그냥 속상한 채로 둘 걸. 기운 차린 강아지는 이런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성격이었다. 하는 발언의 수위는 속 시커먼 여우인가… 같은 갯과라고 흔들리는 꼬리가 다 보였다. 예쁜 미간 주름지지 말라고 손가락으로 쿡 펴주는 한편 은근슬쩍 끼워 넣은 욕망에 질색했다. 누구처럼 그대로 이마를 밀어낸다.) 저리 가, 변태….

그때와 비슷하게 투탁대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달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변태인 건 맞지만 나를 더한 변태로 만드는 건…. (기시감 드는 대화가 끊깁니다. …신성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우리가 갇힌 상태라는 위기를 잊고 있었습니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킵니다.) 나… 이런 거 본 적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말하지 마.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알았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 때문에 아까운 시간만 허비됐잖아. 열려서 다행이지. (이연화의 입을 틀어막은 신성현이 재빨리 몸을 일으킨다. 계속 두면 이상한 말을 지껄일 것 같았다. 그러다가 당신과 제 꼴을 보고 멈칫한다.) …몸은, 원래대로 돌아오나.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먼저 허락한 건 형이라니까요. (억울… 하게 신성현의 처참한 모습을 봅니다. 찢어진 귓가와 그… 아래, 물고 빨린 목덜미, 굳어버린 피. 울어서 붉어진 눈가가 야하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곁들입니다. 고심한 이연화가 한 결론을 도출합니다.)
역시 욕조에서 씻는 겸 기억 속 일을 경험해 보는 게 좋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딱, 당신 이마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거칠게 벗겨져서 나동그라져 있는 군복이나 추스른다. 꽉. 꽉 동여매 모든 자국을 가렸다.) 헛소리 말고 따라와. 그 입이 문제야, 입이. 넌 조용히만 있으면 반은 가. (이연화의 옷도 꼭. 꼭 동여맨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야, 뽀뽀하고 쓰다듬어주다가 때리기 있어요? 내 이마 남아나질 않겠어요. (진심으로 아팠습니다. 그야 신성현이 때렸으니 당연하죠. 붉은 이마를 문질문질 달래며 신성현이 잠가준 차이나 카라 단추 하나를 풀어 헤칩니다. 껴 죽겠습니다.) 자고로 미인은 입을 다물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힘 조절해 준 걸 다행으로 알아. (스산한 소리로 경고했다. 신성현은 살짝만 힘을 줘도 이연화를…. 자국 없는 목을 그러려니 포기했다. 열 받는 건 어쩔 수 없었으므로 하얀 겉옷도 꽉. 꽉 조여 이연화의 목을 조르는 듯했다.) 그래, 그래. 아주 한강에 빠지면 입만 둥둥 떠서 좋으시겠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를 죽일 셈이었단 건가요? 사랑하는 파트너한테 그러면 안, 혀엉, 나 숨 막히, (죽지 않는 입술입니다. 핀트 나간 미친놈은 회복도 참 빨랐습니다. 목이 졸릴 때조차도….)
한강…이, 뭔데요? 데카르 호수? (그뭔씹 시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 파트너의 손에 죽지 않게 잘하라는 소리다. (한 대만, 딱 한 대만 힘을 실어 치고 싶었다. ‘신성현’의 사랑과 제 마음이 내적 싸움을 한다. 분하지만 승자는 언제나 사랑이어서 옷을 탁 놔준다.)
…데카르가 뭔데. 바이칼호 같은 거냐? (그뭔씹 시전.)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아, 너그럽게 봐주세요. (콜록콜록. 숨을 들이켜 파트너의 죽음을 피한 이연화는 페이스를 되찾습니다. 후… 능력 좋고 힘 강한 파트너 잡아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 번씩 그뭔씹을 시전하자 당신의 행성을 떠올립니다.) 있어요, 타이머를 추모하는 검은 호수. 한강이나 바이칼호도 비슷해요? 형이 알려주면 안 돼요? (아까부터 질문만 많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그럽게 봐줄 데가 있어야 너그럽게 봐주지. 여긴 나라고 너흰 구역이라 했었나. 지구와 도밍게즈 간 차이를 조사해 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탈출해야 가능한 이야기군. (곤란했다. 당신 페이스에 휘말려 하는 잡소리를 집어넣는다. 대신… 제 손을 내민다.)
무사히 돌아가서 생각해 볼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예쁜 얼굴도 있고 뛰어난 능력과 지성도 갖춘 인재인걸. 잘 보다 보면 봐줄 데가 있을 거예요. (실실 웃습니다. 이곳에 갇혀서 겪은 우여곡절과 갈등, 깊은 대화를 평생 잊을 수 없으리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내민 손을 잡아 깍지 낍니다.)
나랑 데이트 해준다고 약속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예쁜 얼굴과 뛰어난 능력, 지성을 입술이 모두 깎아 먹는 점은 모르나 보네. (됐다, 천성이 저리한 아이를 나무라서 뭘 하나. 사랑은 알려줄 수 있어도 타고난 성격은 못 고친다. ‘신성현’의 기억을 토대 삼아 길들이는 수밖에. 얽혀드는 손가락을 잡아준다.)
너 잘 하는 거 봐서.

파트너의 손을 잡아 객실 문을 엽니다.
여러모로 많은 일이 일어난 이곳을 평생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당신도, 나도.
문틈 사이로 쏟아지는 하얀 빛이 우리를 감싸 깜빡, 감긴 눈을 뜬 곳은…….
놀랍게도 여전히 훈련실 한 가운데입니다.
미니벤은 처음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라도 되돌아간 것처럼.
몸에 딱 맞는 군복과 희고 검은 장갑, 허리춤에 찬 텔레미터. 완전히 되돌아온 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익숙한 권능과 몸을 느끼고 안심했습니다. 또 다른 나의 몸을 빌리는 경험은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나와 나를 헷갈리고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감각. 신성현의 손을 꽉 쥡니다. 두 번 다시 놓지 않겠다는 듯이. 미니벤이 되돌아갔으니 도밍게즈의 부러진 손가락도 어쩌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긋난 몸과 정신이 돌아오고 숨을 토해낸다. 익숙한 권능, 익숙한 풍경. 새하얀 훈련실 배경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시간이 되돌아간 미니벤을 신기하게 본다. 문화유산을 파괴할 걱정은 없겠어.)

“맙소사.”
이게 정말로 가능한 일이라니. 반신반의하던 연구원들이 숨을 들이켭니다.
좁은 방에서 일어난 일은 오롯이 두 사람만의 추억으로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사흘 후. 당신은 다시 빅벤 앞에 서 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주변을 통제한 탓에 여전히 런던 시가지는 고요하고 한적합니다. 새삼 첫 만남이 떠오르네요.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준비됐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흘 동안 컨디션을 회복하고 신성현과 부쩍 가까워진 이연화는 느긋한 웃음으로 답합니다. 속내가 까발려진 파트너에게 착한 아이인 척 연기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바로 시작해도 좋아요. (처음 만난 당신과 이리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미래 예측은 세상에서 가장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저를 속여 착한 아이인 척 연기했다는 걸 알게 된 신성현의 태도는 여전했다. 당신을 어떻게 대하고, 우리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그때 정한 것들이었다. 남은 건… 도밍게즈와 지구를 연결하는 것. 심호흡한다.) 준비됐습니다.

신성현과 당신이 OK 사인을 보내면 관문 개방 지시가 떨어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트너의 눈을 바라봅니다. 손을 잡아 금빛 마안을 전개합니다. 전보다 더 안정되고, 찬란하게 빛나는 금색 행성은 신성현을 보챘습니다. 셋.)

캐릭터 인장

신성현

(눈만 바라봐도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연결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손을 잡아 푸른빛 마안을 전개한다. 금색 행성의 쌍성이 되는 별. 당신을 감싸는 중력으로, 둘.)

하나.
쾅, 부러진 신의 손가락에 피를 덧칠하자 그곳에서부터 뼈대가 자라납니다.
장미가 피어나는 동안 음산한 목소리가 귓전에 속삭입니다.
정확히 14년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지끈, 날카로운 두통이 관자놀이를 찔러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움찔, 떨리는 손끝을 감춥니다. 원인 모를 두통은 하인리히 장교에게 신성현의 죽음을 전한 직후 간간이 이어졌습니다. 낯선 편린, 내 것이 아닌 기억. 곧 무엇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자의 불안함입니다. 이 연결은 우리의 멸망을 촉진시킨다는 것도 모르고… 나의 신성현과 이어진 순간을 두 눈에 담습니다. 오랜만에 들뜬 표정입니다.) …갈까요, 형. (둘이서 아치를 건너려는 게 버진 로드 같았습니다. 주머니 안 반지들이 달각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운명이 나타날 때 언뜻 풍겨온 새파란 장미 향이 짙어진다. 기적처럼 피어난 푸른 장미 아치가 아름다웠다. 누군가에게는 이별의 시작점인 줄도 모르고, 멸망의 시발점인 줄도 모르고. 순진한 두 시간이 신의 손가락을 결합한다.) 가자, 이연화. (시간의 결혼식이 이러할까. 첫 걸음을 딛는다.)

신성현과 이연화부터.
그리고 준비된 의전과 직원들이 열린 아치를, 우주를 건넙니다.
관문 너머에는 실종된 이연화를 추모하려 모였던 사람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얼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런, 추모식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뭐라 서두를 열어야 할까요. 설명하기 귀찮은데… 마침 적당한 선언이 생각났습니다. 도밍게즈는 신성현을 막 나의 파트너라 공표했잖아요. 햇살 같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운명의 연인을 데리고 왔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연인, 뭐? (눈 뜨고 코 베인 사람의 마지막 되물음이었다.)

당신의 수작을 시작으로 한두 명씩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 현

이연화다!

캐릭터 인장

아델 헤스티아

어디서 나타난 거야?

캐릭터 인장

에리안 에버렛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캐릭터 인장

프레헨 크리스틴

저 사람들은 다 뭐죠….

충격과 반가움이 뒤섞인 환호성이 들립니다.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정말로 생명이 숨쉬는 별이 또 있다니. 감탄 어린 목소리들은 끄트머리가 약하게 흔들립니다.
그리하여 영웅의 복귀 행렬을 필두로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됩니다.
재회를 축하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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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캐릭터 인장

✦ 텔레미터

비용: 침식률 3 상승 / 시전 시간: 즉시
타이머에게만 지급되는 은색 회중시계. 다이얼 둘레에 촘촘하게 적힌 눈금― 텔레미터를 원하는 만큼 돌리면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단, 현재 좌표와 도착 좌표 사이 소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면 엉뚱한 곳에 불시착한다.

캐릭터 인장

✦ 타이머 가설

세계 멸망은 세계에 부여된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임한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떠나가므로, 시간이 모두 떠난 세계란 홀연히 멸망을 겪게 된다. 시간이 끝나지 않고, 끝없이 순환하기 위해서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공간에 꽂아둘 책갈피같이. 그래서 시간은 타이머를 낳았다. 시간을 세계에 머물고, 존재하게 하는 제물. 타이머는 존재 자체로 세계― 공간을 구원하고, 역사― 시간을 구원한다.

캐릭터 인장

✦ 세계 멸망 카운트 다운

4월 20일, 도밍게즈 건국제가 끝나는 날. 시간은 홀연히 멈추고 타이머와 카운터만 남겨졌습니다. 밤도 깊지 않고 아침도 찾아오지 않는 정적. 시곗바늘은 단단하게 굳어 한 점에 고정됩니다. 날이 밝아도 깨어나는 이 없으니 바야흐로 세계 멸망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 취급 주의! 일급기밀

가설① 축제 마지막 날 세계가 멸망한다. 신성현의 기억에 따르면 ‘시간이 멈추는’ 방식이지만, 예언의 타이머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 도밍게즈 하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꿈을 꾸고 있다.

가설② 신성현의 도밍게즈는 과거 혹은 미래의 도밍게즈로 추정된다. 복식 수준을 보면 과거일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에 멸망한 경우 현재가 존재할 수 없으니 미래일 가능성도 있다. 이 가설은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가설③ 신성현이 살던 도밍게즈는 평행우주, 혹은 우주 너머의 또 다른 도밍게즈로 추정된다. 게이트 너머가 우주 건너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가설④ 신성현의 주장에 따르면, 신성현이 살던 도밍게즈에는 멸망이 닥치자 타이머의 파트너 ‘카운터’가 등장했다. 신성현 또한 도밍게즈를 구원하기 위해 등장한 ‘카운터’다?

가설➎ 신성현은 제1구역 댐에 등장했던 신화생물과 동족일지도 모른다.

캐릭터 인장

✦ 코스모스 웨이브

게이트 패턴 분석 결과, 출몰 지점과 시각이 우주 행성의 행렬과 유사하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이런 패턴 후에는 ‘외우주의 신’이 강림했다.

캐릭터 인장

✦ 외우주의 신

통칭 아우터 갓(Outer Gods). 신화생물조차 숭배하는 대상. 드물게 나타나지만, 그 위력은 가히 세계를 멸망시킬 만큼 강력하다. 신화생물과 구별해 외우주의 신이라고 부르며 한 번 강림할 때마다 도밍게즈는 멸망의 위기를 겪거나 당대의 타이머를 잃어왔다.

캐릭터 인장

✦ 이펙트 획득

《마지막 조각》 Lv■ | 메이저 | 신드롬 | - | - | 순도 높은, 완벽한 형태의 권능. 이 이펙트를 조합한 공격에 대해 대상은 리액션 할 수 없다. 또한, 이 공격에 커버링을 한 경우 가드한 대미지를 산출할 수 없다. 이 이펙트는 같은 시간의 ■■■와 함께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 침식치 -

캐릭터 인장

✦ 옛날옛적에

태초의 세상에는 해도 달도 두 개씩 걸려있었다. 맞물린 힘이 강력해 낮에는 땅을 태우고 밤에는 땅을 얼리니 모든 목숨이 꼼짝없이 죽을 처지였다. 뭉툭한 모서리에서 일어난 두 영웅은 각각 활을 겨누어선 하나의 해와 하나의 달을 쏘아 떨어트렸다.

캐릭터 인장

✦ 이연화의 도밍게즈 신화

태초에, 우주 귀퉁이에서 작은 신이 태어났다. 작은 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하며 어둠을 삼키고 빛을 마시며 자라났다. 시간이 흘러 충분한 신격을 갖추고 그럴싸한 권능을 쌓은 작은 신은 세계를 만들었다.

눈을 뽑아 해와 달을 만들고, 피부를 다져 땅과 하늘을 갈랐으며 손가락을 꺾어 기둥 삼고 하늘을 지탱했다. 빈 곳에 신의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즉 바다를 이루었다.
해는 뜨겁고 달은 차가운 탓에.
처음 세운 기둥은 아지랑이로 녹아들고, 마지막으로 세운 기둥은 산산이 조각났다. 그리하여 세계에 남은 온전한 기둥은 열둘이 되었다.
해가 뜨고 달이 차면 열두 기둥을 따라 그림자가 한 바퀴를 돌았다. 그 방향에서 시간이 태어나니 영원과 억겁을 누리던 작은 신도 시간의 흐름을 실감했다.

열두 기둥을 축복한 작은 신은 눈을 감았다.
그런즉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입맛을 다셨다. 마침내 흉포한 송곳니가 드러났을 때.

작은 신의 손아귀가 난세에 영웅을 보냈다. 딱 완벽한 숫자만큼.

캐릭터 인장

✦ 신성현의 도밍게즈 신화

어느 날 불현듯 신은 세계를 만들었다. 손을 뻗어 하늘을 펴고 땅을 빚었다. 눈물을 몇 방울 흘리니 바다가 되었고, 한숨을 쉬니 갈래갈래 찢어져 구름이 되었다. 완벽한 세계를 두고 신은 좌우를 잡아 길게 찢었다. 낮과 밤이 생기고 해와 달이 뜨고 지니 비로소 완벽하게 갈라졌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니 그제야 그의 마음이 흡족하더라.

신의 손가락은 14개였다. 완벽한 숫자가 그의 각 손끝에 있었다. 신은 자기 손가락을 하나씩 꺾어 세계의 지표로 삼았다. 첫 번째 손가락은 햇볕에 아지랑이처럼 녹아 버렸고, 마지막 손가락은 달빛 아래 산산이 조각나 별이 되었다. 해가 뜨고 달이 지면 세계 곳곳에 선 신의 손가락을 따라, 그림자가 원만한 바퀴를 그렸다.

그림자가 도는 방향을 따라 시간이 생겼다. 무한한, 영원과 억겁을 누리던 신은 처음으로 시간의 존재를 실감했다. 그리하여 손가락들에 큰 복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깊은 호수에 몸을 뉘니 신은 그 자체로 공간이 되었더라. 부러진 채, 땅 위에 남은 신의 손가락만이 숫자와 시간을 주관하며 세계를 구성했다.

캐릭터 인장

✦ 사파이어 펜듈럼

보석에는 어째서 소유자를 지키고, 주인을 수호한다는 설이 따라다닐까? 그건 고대 신이 피조물들을 위해 남긴 징표이기 때문이다.

이 사파이어 펜듈럼을 소지한 자는 위대한 옛것이나 신화생물로 인한 모든 배드 스테이터스를 무시한다.

캐릭터 인장

✦ 무한한 아자토스

모든 영원의 중심에서 부글거리는 근본적 혼란. 형태 없는 최후의 황폐함― 그것은 아무도 그 이름을 감히 입에 담지 못하는 악마들의 제왕, 무한한 아자토스였다. 시간 저편에 있는, 상상할 수 없는 캄캄한 방들에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사악한 북소리와 저주받은 피리 소리 속에서 아자토스는 굶주리고 있었다.

머나먼 과거에도 우주를 찢으며 등장한 아자토스는 닥치는 대로 도밍게즈의 모든 것을 먹어 치웠다. 문명과 인류 태반, 그리고 무려 열네 명의 영웅을 삼킨 후에야 이 별을 떠났다. 결코 만족할 만큼 포식해서는 아니었다. 중심부에서 씹어 먹히던 마지막 영웅이 필사적으로 권능을 쥐어짜, 핵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On the dot의 기록 중 발췌

캐릭터 인장

✦ 에너미 데이터

종별 : 신성
HP : 1000
능력치 : 【육체】150 【감각】50 【정신】45 【사회】-
장갑치/행동치 : 0/-
회피치 : 15
에너미 퍽 : 《완전BS무효》 《공포》 《광란》 《거대》 《공중전 능력》 《크리티컬 7》 《1D6회 행동》 《범위 공격》

캐릭터 인장

✦ 푸른 장미 아치

「이 관문이 열리는 때, 모든 것이 그런즉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리라.」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관문입니다. 푸른 장미 아치가 열리면 이 별에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이 모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관문은 도밍게즈를 관장하는 고대 신의 허락하에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열리지만, 딱 한 가지 방법으로 강제 개방이 가능합니다. ■■ ■■ ■■■ ■ ■■■■ ■■ ■■■ ■■■■ ■■■■ ■■■■.

캐릭터 인장

✦ 낯선 편린

〈정확히 14년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분수의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파란 장미는 목이 꺾인 채 가련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앞에 선 당신은 그때, 어떤 얼굴이었더라……. 기억이 흐릿하게 번지고, 모래 떨어지는 소리가 사르륵, 귓가를 파고듭니다. 당신은 돌아가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신의 손가락을 무너뜨리고, 잔해 위에 신성현의 피를 펴 바르는 것.

캐릭터 인장

✦ 어제 조각

어제는 정해진 날짜가 아니었는데도 푸른 장미 아치가 열리고 말았습니다. 강제 개방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이었을까. 기억은 차각차각 소리를 내며 거꾸로 돌아갑니다.

한때는 도밍게즈의 상징이었던 기둥은 이제 당신의 어깨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몽당연필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심코 손을 대면 신성현의 피로 젖어 있던 부러진 손가락에 당신의 피가 덧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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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 P 운명(✓) | N 집착 | 첫눈에 보자마자 알아볼 수 있었어. 당신이 나의 운명이라고.

캐릭터 인장

■■■

이연화 | P ■■(✓) | N 집착 | 나의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 | P 동질감 | N 질투(✓) | 이제 이건 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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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현

세계 멸망 | P 익숙함 | N 불안(✓) | 너만큼은, 반드시….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른 차원의 도밍게즈 | P 연대 | N 불쾌(✓) | 이건 내가 알던 도밍게즈가 아니야. 이 별의 이야기만이 전부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최초의 우주선 | P 전력 | N 슬픔(✓) | 몰아치는 이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의 이름은, 틀림없는 슬픔이다.

myoskin

The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