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127::12시의 도밍게즈 3부
2024. 1. 27.

✦ 본 게시글은 수연님(@Team_Laputa)의 크툴루의 부름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12시의 도밍게즈 Chapter3. 모래 시계의 균형」을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으로 룰 컨버팅한 세션의 백업 로그입니다. 열람 시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 데이터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펙트 데이터와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 NPC 인장 출처 (@najunwan)님 배포

✦ PC 인장 (@sbo_0066)님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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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페이즈

Abandon

 

✦ #Scene 2. 제2구역의 불길

Maze Runner - The Farm

 

✦ #Scene 3. 연구 보고

Julien Marchal - Insight XX

 

✦ #Scene 4. 싱크홀 탐사 요망

Dead Melodies - Haunted by Whispers

 

✦ #Scene 5. 새하얀 사막과

砂塵ノ記憶

 

✦ #Scene 6. 높이 솟은 오벨리스크

The Obelisk

 

✦ 카운터가 본 환상

愚カシイ兵器:乙:甲

 

✦ #Scene 7. 평화의 아지랑이

曖昧ナ希望/氷雨

 

✦ #Scene 8. 시간의 결혼식

仮面ノ誉

 

✦ 도서관

Popola Instrumental

 

✦ #Scene 9. 푸른 장미의 낙원

Vague Hope (transcription)

 

✦ #Scene 10. 검은 개의 그림자

Charms

 

✦ 클라이맥스 전투

Dement After Legend

 

✦ 전투 종료

Ryan Choi - Dellage

 

✦ #Scene 11. 최후의 선택

Ludovico Einaudi \\ Jacob's Piano

 

✦ #Scene 12. Chapter 3. 모래 시계의 균형

Everytime You Kisse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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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 Written by. 수연
⚜ 12시의 도밍게즈 ⚜
Chapter.3 모래 시계의 균형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TIMER. 신성현 COUNTER. 이연화
Date. 2024.01.20
더블크로스― 그것은 배신을 의미하는 말.
»»———— ⚜ ————««
《오프닝 페이즈》
◆ #Scene 1. 최악의 지진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4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1 → 35
[ 신성현 ] 침식률 : 32 → 36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머리.

낮은 목소리가 귓전에 달라붙습니다. 동시에 공중을 부유하는 건물 잔해가 당신의 머리 위를 지나 한쪽 구석에 정렬됩니다.
도밍게즈의 제10시 타이머, 카운터는 현재 온갖 재해들로 무너진 건물의 수습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서 마지막 잔해까지 정리하던 신성현이 한걸음에 다가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걸로 현장 수습은 끝이다. 아직 힘들진 않지? (졸업식으로부터 7년이 지나 더 깊어진 푸른빛 눈동자가 당신을 향한다. 금빛 머리카락에 붙은 건물 먼지를 털어내고, 그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약지에서는 별로 빛바래지 않은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공중에 띄운 채 버티던 건물들을 모조리 내려놓습니다. 우리에게 거대한 잔해를 띄우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제게 다가온 파트너, 나의 타이머를 바라보고 예쁘게 엄살을 부렸습니다. 반짝이는 당신의 반지 낀 손 위로… 제 손을 겹칩니다.) 아까 건물 잔해에 여기, 긁힌 것 같아요. 따가워서 형이 호 해줘야 나아질 느낌인데. (제 입술 톡톡 두드리고 빠안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엄살은… 안 다친 거 다 알아. (피식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애교와 수작질은 평온한 일상이었으므로 기꺼이 입을 맞춰준다. 호가 아니라 키스겠지, 갈수록 이런 것만 늘어서 걱정이군. 맞닿은 손을 깍지 껴 가져온다. 이제 완전히 저를 추월한 시야를 보니, 14년의 세월은 우리 둘 다 성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구나. 쓰담쓰담.) 다음 임무 전에 쉬고 가겠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짜라니까. 형 입술로 낫는 마법의 상처예요. (이연화는 12살에서 26살로, 한참 커버린 어른이 되었습니다. 다만 당신에게만큼은 여전한 어린아이가 되겠지요. 항상 안기고 싶어서 안달 난 감정이 느껴지는걸요. 굳이 굳이 엄살을 피워서 이 키스를 받아내는 것이야말로 나의 소소한 기쁨이었습니다. 쪽, 끈질기게 달라붙어 키스하다가 고양이처럼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어깨에 얼굴을 비벼댑니다. 슬쩍 눈짓하네요.) …잔뜩 예뻐해 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치유 타이머와 카운터가 들으면 비웃을 소리다만. (이러니 어린아이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크기는커녕 하루가 멀다하고 애교를 부려대는데 어찌 14년 전의 그 아이와 분리할 수 있을까. 당신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영원한 아이였고, 파트너였으며, 평생을 약속한 연인이었다.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챈 신성현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의 장갑 밑 손목을 간지럽힌다.) 시간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떨어진다. 근처에서 대기하는 DOT 군인에게 홀라당 가버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애인만 고칠 수 있는 상처라 치유의 힘으로는 못 고치는… 형? (예상치 못한 유혹에 고장 난 기계처럼 우뚝 멈추어 서 있었습니다. 저 형… 내가 날이 갈수록 애교를 부려댄다면, 신성현은 날이 갈수록 저를 부추겼습니다. 간질거리는 손목과 거세게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껴 반사적으로 당신을 뒤쫓습니다. 초봄 계절인데도 신성현의 다정한 겨울 향이 온몸을 감쌉니다. 모든 면에서 자극적인 파트너 덕분에 다른 곳에 한눈팔 새가 없었습니다.) 같, 같이 가요. 연화 예뻐해 줘야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그래. 아픈 곳 치료하고 만족할 만큼 예뻐해 줄 테니 얼른 와. (걸음을 늦춰 당신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가 말하는 낯부끄러운 표현들은 모르겠고, 아마 이연화에게 잠식되어 당신만을 위한 파트너가 된 덕분이겠지. 자신만 당황하던 전과 다르게 가끔씩 이연화가 고장 날 때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누군가 옆을 지켜준다는 게… 그리 좋았다. 잔해들 없이 비교적 평평한 땅으로 이연화를 이끌었다.)

평화가 도래했습니다.
신문과 뉴스, 인터넷 기사를 구별치 않고 모든 매체에서 도밍게즈의 평화를 떠들었습니다. 2053년 새해의 길거리는 유난히 사람으로 북적였어요.
멸망을 넘어 새로운 계절.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못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신사에 들리고, 기도를 올리고, 골목을 뛰놀고, 벚꽃을 즐기며 삶을 찬미했습니다.
예언의 탑이 기운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능가할 예언가는 없다. DOT의 의견은 예언의 탑보다 정확하다. 신뢰는 녹지 않는 눈처럼 쌓였고 타이머와 카운터, 덩달아 DOT의 입지까지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어 갔습니다.
14년이 흐르는 동안 타이머와 카운터가 필요할 정도로 다급한 사태는 거의 없었습니다.
신성현과 당신은 자잘한 사건, 사고로부터 사람들을 구원하고, TV와 같은 매체에 얼굴을 팔고, 구원 외 다른 임무에 배정되며 한가로이 지냈습니다.
도밍게즈 건국 이래 유난히 평화로운 한때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약속한 거예요. (요새 신성현이 저를 놀리는 것에 맛 들여서 큰일입니다. 이것이 연상 애인을 둔 연하의 고충일까요. 아니면 과거 해댄 짓들이 업보로 돌아오는 걸까요. 무엇이든 자신에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쪽이라 다행입니다. 도밍게즈에 안착한 신의 손가락은 무르익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로를 중력 삼아 떠도는 이중성처럼. 평화가 오래 지속되어야 할 텐데… 우리에게 행복하고 오래 살았다는 문장이 뒤따를 정도로. 손깍지를 꽉 끼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여운 파트너께서 놀아달라니, 안 놀아줄 수가 있나. (이연화가 놀려댄 것에 비하면 약과였다. 그것도 적당히 삐지지 않을 선을 지켜 놀리고 있었다. 당신에겐 항상 예쁘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것만 쥐여주고 싶어. 소중히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기분 나쁜 감정에 덧씌우고 싶지 않았다. 곧 우리가 만난 지 15년. 그 기간을 넘어 20년, 30년 뒤에도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말하지 못할 불안감은 넣어두었다.)

이대로 행복하고 오래 살았다는 문장이 뒤따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도밍게즈, 역사상 최악의 지진 발생!’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호외요! 요란한 외침과 함께 신문이 쏟아집니다. 하나 같이 제2구역에서 일어난 커다란 지진 사건으로 1면이 가득 찼습니다.
사진 속 제2구역의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습니다. 원인 미상의 지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공장이 무너지며, 각종 화재가 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소식은 제10구역에 있던 당신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삐―, 카운터와 타이머의 기기에서 시끄러운 긴급 소집 알림이 울립니다.
두 사람을 기다리던 DOT 군인이 서둘러 달려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직 보고받지 않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연화는, 불온한 공기를 느꼈습니다. 14년 동안 한 번도 울린 적 없는 다급한 알림, 적색 경고등. 평화롭던 일상을 깨뜨리는 무언가가 평화 대신 도래했다고… 그리 말했습니다. 풀어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DOT 군인에게 달려가 상황을 묻습니다.) 무슨 일이죠? 다른 곳에서 큰 재해가 일어난 건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심각해진 건 신성현도 마찬가지였다. 당신과 빠르게 달려가 군인을 바라본다. 평화로운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울리는 긴급 알림이라니, 좋은 예감이 들지 않았다. 사람들의 술렁이는 분위기를 읽는다.) …적어도 긴급 소집을 울려야 할 사안이라는 건 분명해.

 

DOT 군인

신성현 타이머님, 이연화 카운터님. 방금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분주해진 DOT 관계자들 속에서 안내 담당 군인이 나와 절제된 목소리로 전합니다. 얼굴에서 곤혹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제2구역에서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구원자를 재촉하는 호출입니다.
「 2066-03-04, 19:14
타이머, 카운터 제2구역 지원 요망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게… 무슨 일이지. 직전까지 안온하던 분위기가 냉랭해집니다. 화재 사건, 최악의 지진, 불바다. 어찌 된 일이지? 제13구역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셔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이는 광경. …아닐 거예요. 다른 세계를 멸망시켜 본인들의 안위를 보존한 도밍게즈가, 벌써 수명을 다할 리 없잖아요. 떨리는 손끝으로 메세지를 꺼뜨립니다.) 당장 이동해야겠어요. 우리는 디멘션 게이트로 이동할게요. (손짓 한 번으로 금빛 게이트가 아가리를 벌립니다.)
《디멘션 게이트》 Lv1 | 메이저 | 자동 | 효과 참조 | 지근 | 공간을 비틀어 멀리 떨어진 아는 장소와 연결되는 게이트를 만들어내는 이펙트.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5 → 38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잡은 이연화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면, 강한 힘으로 잡아주었다. 좋지 못한 표정을 수습해 차분히 상황을 정리한다.) 조심해, 이연화. 가서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어. 여태까지 조용하다가 갑자기 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학습된 교육에 따라 제10구역은 일반 군인들에게 맡기고, 이연화의 게이트 앞에 설 뿐이다. 이연화를 괴롭히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하는데. 당신의 어깨를 감싼다.) 제2구역에서 뵙겠습니다, 그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과연 아무도, 아무도 몰랐던 재해일까요. 알 수 없는 존재의 거래를 받아들였던 날, 이연화는 지금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7년. 신성현을 살려 평화를 누리기에 긴 시간이었어요. 신성현의 탈을 쓴 무언가가 예고한 불길한 감각이 드디어 도밍게즈를 덮친 것일지도 모릅니다. 머릿속이 차가운 물을 뿌린 듯 얼어붙습니다. 떨림을 들키지 않으려, 맞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형이 더 조심해요. 다치면… 화낼 거예요. (당신에게 기댄 몸이 게이트를 통과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반응은 화재 소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는 것인지. 물어볼 수 없었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바닥에서 금 가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의 무게를 겨우 지탱해 준 유리 바닥이었는데, 이러다 부수어져 버리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당신의 아픈 마음은 내가 건드릴 게 아니었다.) …약속할게. 너도 다치면 안 돼. (다치지 않겠다고, 네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금빛 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이 휩쓴다.)

세계에 재난이 내리면 사람들은 구원자를 찾습니다. 신성현과 이연화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우리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이동합니다.
제복을 정돈하고, 필요한 것을 챙기고, 출동할 때입니다.
《씬 종료》
◆ #Scene 2. 제2구역의 불길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8 → 44
[ 신성현 ] 침식률 : 36 → 45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제2구역에 도착하면, 머리 위 상공에서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은 헬기가 착륙하고 있습니다.
총성 같은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착륙장을 찾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기체, 공격적으로 물길을 쏟아붓던 소방차들과 허탈하게 대피소에 늘어진 난민들.
머리가 어지럽고 귓속이 먹먹합니다. 제1~2시 타이머와 카운터의 합류로 간신히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지만 아직 잔재하는 불씨 탓입니다.
무너진 공장의 잔해, 그을린 땅, 잿더미가 되어가는 숲과 혼비백산 도망치는 사람들…….
아이의 울음소리와 날 선 비명, 동물의 울부짖음이 창 너머로 열기와 함께 스며듭니다. 광대뼈 주위가 홧홧하게 달아오릅니다.
좋건 싫건, 익숙해진, 익숙해져야 할 광경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할 말을 찾지 못하게 만드는 광경이었습니다. 도밍게즈의 구원자로 살아온 세월에서 처음 겪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재해는 일어난 적 없었고, 간단한 뒤처리나 사전 예방 등이 우리의 주 임무였습니다. 6개월간 악몽에서 보던 지구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까닭은, 어째서인지. 남의 것을 훔쳤으면 평화로워야 하잖아. 멸망을 피해 가서, 새 계절을 맞는댔잖아. 힘겹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매캐한 연기에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끔찍한 화재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란 신성현은 더했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커다란 불길을 눈에 담는다. 숨을 들이켜고 내쉬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사람들의 비명,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 건물이 타는 소리와 열기… 당신보다 한 박자 늦게 나아갔다.) 실종자가 더 늘어나기 전에 수습해야 해. (화재는 1시, 2시 담당이지만 지진은 중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의 높은 기둥은 여전히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 있습니다. 그 근처로 땅이 길게 갈라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생긴 싱크홀입니다.
주위의 광경은 온통 엉망진창이지만, 신의 파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것만은 옅은 그을음을 얻었을 뿐 완벽하다시피 안전했습니다.
헬기 착륙장 근처를 지나면 리슬러 부관이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장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죠. (게이트를 통해 건너온 당신들을 먼저 안내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묻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이연화에겐 도밍게즈가 살아가야 할 장소였습니다. 그런 행성이 처참한 모습을 하게 되어 저 불길이 가슴 속에 옮겨온 듯했습니다. 하인리히에게 가면 무언가 알게 될까요. 군인답게, 말없이 지시를 따릅니다.) 알겠어요. 자세한 상황은 가서 여쭈어볼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부관에게 물어본다 한들 묵묵부답이겠지. 우리에게 카운터의 정체를 숨겨 왔던 태도를 고수한 사람이었다. 얻을 게 없는 실랑이는 시도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부상 입은 사람들이나 비슷하게 망가진 주위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었다.) 확인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나머지 군들도 차차 도착할 겁니다. (군들에게 세 가지 침묵을 강요하던 리슬러 부관은 약간 지친 얼굴입니다. 도밍게즈, DOT에 헌신하는 부관, 그런 구역이 망가졌으니 당연하죠. 묵묵히 여러분들을 안내하기만 합니다.)

긴급 호출 끝에 제2구역에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은 헬기가 내용물들을 쏟아붓고, 정신없이 잿더미 사이를 지나왔습니다. 공기가 매캐한 탓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걸었다고 드러난 피부며 옷자락은 재투성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도착한 곳은 제2구역의 변두리에 있는 그나마 멀쩡하다 싶은 숙소입니다.
가장 먼저 로비에 앉은 하인리히 장교가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10시 도착했습니다, 장교님. (이곳이 내가 지켜야 할, 신성현과 살아가야 할 행성만 아니었어도 DOT의 업보라며 즐거워했을 테지요. 제 눈에는 감히 남의 것을 탐내 도둑질한 대가로 보였습니다. 정해진 운명과 궤도를 따르지 않고 비튼 탓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똑같겠죠. 운명을 비틀어 살린 내 하나뿐인 파트너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침잠한 신성현은 굳게 다물린 입술을 열 생각이 없었다. 어두워진 눈동자 너머로 복잡한 생각이 오가는 게 엿보였다. 타이머를 훔친 도밍게즈, 그리하여 멸망을 피해 간 도밍게즈, 그것을 비웃는 양 재해가 들이닥친 도밍게즈…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지. 너를 두고, 감정 하나 갖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맞잡은 손이 차가웠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하인리히 장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러분을 확인하고 차츰 나머지 구원자들이 도착해 모두 모이면, 겨우내 입을 엽니다.) 오느라 고생했네. 잠깐 앉아보게. (로비에 배치된 소파를 턱짓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 둘 다, 무슨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차라리 진실을 모르는 게 좋았을 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속이 타들어 가기만 하면 얼마나 편했을까요. 장교가 가리킨 의자에 앉아 이어질 말을 기다립니다. 뭐라도 변명해 봐.)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연하게 이연화의 곁을 차지한 현재에서 숨을 쉬기가 버거웠다. 이따금 숨이 차오르는 것은 당신이 느끼던 감정이다. 잘못된 행성에 불시착한, 그런… 엇나간 시간. 하인리히 장교를 바라본다.)

의자는 푹신하지 않습니다. 불씨가 남았지만, 날이 지나치게 어둡습니다.
바람이 잠잠한 탓에 그나마 더 번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어쩌면 제7시 타이머와 카운터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더는 누군가를 구할 수도, 찾을 수도 어렵습니다.
간신히 복귀 명령이 떨어진 마당에 불편한 소파에 오래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지만,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

호출한 장본인은 정작 말이 없습니다. 시선은 로비의 유리창으로 향합니다.
투명한 것은 여과 없이 바깥의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참혹한 광경은 가히 종말이라 부름이 옳습니다. 하늘이 녹아내리고 체질이 불에 풀어지니 발을 디딘 땅마저 말랑말랑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대로 모든 것이 녹고 녹아 바닥으로 꺼질 것 같았습니다.
도밍게즈조차 이런 꼴인데, 지구, 나의, 너의 다른 세계는 지금쯤 어떤 꼴일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방심하자마자 치고 올라오는 지구, 나의 근원지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보다 더 심하게 불타고 있겠죠. 모든 것이 불타고 부수어져서, 살아있는 생명체란 아무것도 없고. 결국 괴물들의 땅이 된 모습이겠죠. 너희들이 그렇게 만들었잖아. 나를 훔쳐 멸망을 가속했잖아. 시간을 빼앗아서! 감정을 억눌러 말했습니다.) 장교님. 괜찮으십니까.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명을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들어야 할 괜찮냐는 말을 당신이 내뱉는 상황이 어두운 하늘처럼 캄캄했다. 순리를 거스른 대가인가. 남의 것을 탐낸 자들의 말로는 정해져 있었다. 파멸하거나, 자멸하거나. 우리가 그런 꼴이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까닭은 연기 탓이라 여긴다. 너는 꿈에서 더한 것을 봐 왔을 거야. 끔찍한 멸망을.)

애먼 생각이 스쳐도 하인리히 장교는 여전히 같은 곳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티가 역력합니다.
그가 선인이건, 악인이건, 도밍게즈를 향한 애정과 헌신만큼은 진실이었으므로.
매캐한 연기 냄새 때문에 목 안이 까끌까끌합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한참 침묵하던 그는 곧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습니다. 목소리가 유난히 케케묵은 라디오의 탁음처럼 들렸다면 착각은 아니었겠죠.) …누구보다 힘들 군들을 두고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군. 고생했네.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보는 것 같은데, 상황이 영 좋지 않아. (애석한 인사말 후로 그가 당부를 덧붙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바닥이 꺼지고, 싱크홀이 생기고 있다니 주의하게. 되도록 탐사대가 확인한 위치만 이동하고 돌발행동은 절대 지양해야 해. 사태가 심상치 않군. (전달 사항은 걱정이었던 걸까요. 악어의 눈물이 따로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를 불러서 하는 말이… 걱정이라니. 장교의 도밍게즈를 향한 애정과 헌신만큼은 진실되었다는 것이 더 저를 분노하게 만드는 겁니다. 지구에 있었을 DOT 또한 장교와 비슷할 거예요. 하루아침에 다른 세계를 멸망시켜 놓고 고작 화재 한 번에, 저런 모습이라뇨. 입안 여린 살을 짓씹었습니다. 시간이 늦어 행동할 수 없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밤에 도울 일은 없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잠에 못 들 정도로 타이머와 카운터를 움직였다면 이리 처참한 기분이 들진 않았을 터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누구를 걱정하는 것인가. 편안한 새장에서 극진히 대접 받고. 진짜 위험한 재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구원자의 역할은 세계를… 이곳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말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장교님.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자네들의 마음은 이해하네만. (깊은숨을 들이켭니다. 장교는 말할수록 무너지는 수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허나 기대와는 다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군들의 어깨를 툭. 짚어주었을 뿐입니다.)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확인하기엔 밤이 너무 늦었어. 잊지 말게. 구원자들이 무사해야 시민들을 구할 수 있네. 도밍게즈의 미래는 군들에게 있어. (즉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쉬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는 구원자를 끔찍이 아꼈습니다.)
이에 대한 항명은 받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 보지, 푹 쉬도록. (어느 반박도 듣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장교는 구원자들을 스쳐 지나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장교님, (뻗은 손은 장교에게 닫지 않습니다. 도로 거둔 주먹을 으스러뜨릴 듯 쥐었습니다. 하얀 장갑의 천이 구겨져 버립니다. 이미 멸망했을지도 모르는 내 지구처럼 도밍게즈가 위태로운 상황인데 마음 편히 쉬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 얼굴을 쓸어내렸습니다.) 구원자에 미친 게 틀림없어…. 그깟 타이머가 뭐라고. (살벌하게 중얼거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장교가 짚은 흔적을 제 흔적으로 덮었다. 장갑 너머 따스한 온기가 당신을 달랜다.) 진정해, 우리 독단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어. 장교님이 허락하기를 기다려야 해. (네 기분이 어떨지 알아. 나와 같은 심정이겠지. 그저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도록 당신을 껴안는다. 품에 넣어 등을 쓸어주었다.) 착하지… 가장 급한 불길은 잡혔어. 내일 일찍 일어나서 부탁드려 보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당신의 품에 갇혔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헐떡이던 숨이 잦아듭니다. 익숙한 체향, 온기, 심장 고동 소리를 느끼자 심장을 살라 먹던 불길이 꺼졌습니다. 분노 뒤에 찾아오는 것은 탈력감. 하인리히 장교와 같은 참담함. 당신의 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나도 알아요. 타이머가 있어야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쯤은. 그러니 우리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거겠죠. (더 안아주세요. 안식처인 당신에게 회피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이연화.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거부하는 거야. 당신은 특히나 한 번 잃고 빼앗긴 시간이니까. 쓰담, 쓰담. 느리게 금빛 머리칼을 쓰다듬은 신성현이 당신의 이마에 키스한다. 당신을 품 안으로 가두었다.)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우리까지 휘말려선 안 돼. 사람들을 구하고 재해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상태로 임해야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어. (아주 작게 속삭인다. 귀한 사랑을 담은 목소리였다.)
오늘 밤은 장교님 말대로 쉬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차가운 숨을 토해냈습니다. 너무나 미약하고 여려 신성현만이 들을 수 있는 숨소리였습니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은 나른한 안정을 몰고 옵니다. 차분해진 이연화가 당신 반지를 만지작거리네요. 힘없이 대답합니다.) 형이 말하니까 들어주는 거예요. 원래는 장교 말 안 들을 예정이었어요. 내 신성현이라 들어주는 거라고요. (아이 같은 투정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목에 팔을 두릅니다.)
빨리 연화 예뻐해 주세요. 나 힘들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들어줘서 고마워. 내 사랑스러운 파트너는 말 잘 듣고, 착한 아이군. (이런 투정을 부려 줘야 간신히 숨 쉴 틈이 만들어지지 않겠나. 웃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당신을 위해 살풋 웃는다. 한없이 여린 파트너를 그대로 끌어안아 들어 올린다. 네겐 행복한 미소만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당신의 요청대로 최선을 다해 예뻐했다.) 배정된 숙소로 갈게. 잘 껴안고 있어. (매캐한 연기가 과호흡을 불러일으킬까 봐 빠른 걸음을 옮겼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앞에서만 예쁜 척하는 거거든요. 형도 내 앞에서만 다정해져야 해요. (처음으로 함께 보낸 축제에서 내뱉은 소원과 비슷한 말입니다. 물론 그때와 다른 의미였습니다. 당신은 내 거예요. 나만 신성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야…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내가 숨 쉬죠. 유일하게 가진 단 하나의 존재에게 기댔습니다. 놓치지 않을 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랑받는 이연화 카운터의 애정을 독차지한다니, 분에 겨운 영광이네. (정말로… 분에 겨운 사랑이었다. 따지자면 당신에게 모든 것을 빼앗은 도밍게즈의 구원자인 신성현은 죄인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널 붙들어도 되는 걸까. 당신이 살아가기 위해 호흡을 내어주고 있지만, 간혹 이런 생각이 들어. 너는… 이걸로 괜찮은 걸까. 몇 번이나 확인받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무거운 발걸음이 바닥을 밟자 군화 특유의 소리가 로비를 울립니다. 지친 것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4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왜, 어째서.
멸망을 저지할 세계의 구원자가 이곳에 임하였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모두의 얼굴 위에 드리운 불그스름한 음영이 괜스레 불길했습니다. 예언 속 한 장면 같은 멸망을 무력하게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카운터가 도밍게즈에 온 지 정확히, 14년째 되던 날입니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타닥타닥 돌아갈 곳을 찾아 흩날렸습니다.
도밍게즈에 이토록 큰 재앙이 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에요. 타종의 삶과 세계를 갈아넣어 갈취한 평화마저 온전하지는 못하단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영광스러워해야죠, 그럼. 예쁘고 착하고 귀엽기까지 한 나의 사랑인걸요. …쓸데없는 생각 말아요. 형은, 신성현은, 내 파트너예요. (당신이 종종 하던 의문을 떠올리기 전 정해진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내가 살린 나의 시간, 나의 파트너, 나의 사랑. 생각해 보면 7년 주기로 일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처음 정지된 시간. 7년 뒤 일어난 파도. 그리고… 지금. 이번에도 당신을 빼앗기지 않겠다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예쁘고 착하고 귀여운 점에서 눈치 빠른 걸 추가해야겠어. 나는… 네 파트너고 너는 내 파트너다. 그거면 된 거야. (퍼져나가던 생각은 당신이 잡아 없애버린다. 우리는 이미 하나이자 둘, 둘이자 하나인 이중성이 되어 떨어지지 않을 별이었다. 뒤늦게 고민해 봤자 당신을 사랑한다는 명제는 달라지지 않아. 내 사랑이 원한다면, 그리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흔들리는 평화 속 유일하게 온전한 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은 아무도 모를 때,
홀연히 임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씬 종료》
《미들 페이즈》
◆ #Scene 3. 연구 보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6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4 → 45
[ 신성현 ] 침식률 : 45 → 51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안겨 올라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배정받은 숙소는 두 사람이 머물기 빠듯할 정도로 좁고 허름한 여관입니다.
하지만 투정은 사치입니다. 대피소의 지붕 아래, 텐트 속에서 우글우글 모여있는 이들을 한 번이라도 봤더라면 말이에요.
침대는 딱딱하고 탁자와 의자는 다리의 아귀가 맞지 않아 조금 흔들립니다. 창밖엔 볼 것이라곤 하나 없어요.
욕실은 두 사람이 함께 쓰기엔 좁은 욕조가 딸려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재해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이것이 과분한 사치라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그저 신성현이 저를 온갖 귀하고 좋은 것들로 감싸 키워왔구나, 라는 감상. 파트너의 사랑을 확인받은 그것이 다예요. 꼭 안은 신성현에게 부빗댑니다.) 너무 좁으면 숙소까지 게이트 열어줄까요? 난 괜찮아요. 형이랑 더 붙어있을 수 있어서 좁은 곳 환영이에요. (수작질할 생각밖에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됐어, 중간에 급한 일로 찾아오는 사람은 어떡해. 네가 괜찮다면 여기서 지내는 게 낫지. (자나 깨나 당신 걱정이었다. 자신이 껴안은 무게가, 제게 부비적대는 당신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데 어찌 걱정을 안 할 수 있겠어. 이만해도 과분한 처사인 숙소 바닥에 당신을 내려주었다.) 먼저 씻을까… 화재로 인한 재는 건강에 안 좋을 테니. (당신 견장에 묻은 재를 툭툭 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저를 걱정해 주는 순간은 참으로 달콤했습니다. 당신의 애정을 독차지해 나만 누리는 기분이에요. 실제로 그게 맞고요. 그간 누려온 것에 비하면 좁고 허름한 숙소 따위,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조용한 평화가 이상했던 거예요. 원래는… 이게 맞는 거겠죠. 기분이 저조해지기 전 내려온 이연화가 신성현을 자신, 그리고 문 사이로 가둡니다. 반짝이는 금빛 눈동자가 빠안히 바라봅니다.)
연화 예뻐해 주기로 했잖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애정과 존재는 당신을 위해 안배된 것이었으니. 한때는 당신이 저를 위해 안배된 존재인 줄로만 착각했으나, 이젠 내가 당신을 위해야 할 상황이었다. 나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파트너를 숨 쉬게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 보일 것이다. …끈질긴 수작질을 제외하고. 자그마치 14년 동안 면역이 생겨 당신의 반짝거리는 눈동자에 다정한 웃음을 짓는다.)
안 돼, 하려면 씻고 해. 하나뿐인 침대를 재로 더럽힐 생각인가? (보채는 건지 말리는 건지, 장갑을 벗은 맨손이 이연화의 턱 밑을 살살 긁어주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원래 이렇게 바라보면 마음 약해져서 넘어가 주는 거 아니었어요? (언제 면역이 생긴 거지? 불만스레 다른 애교를 부려야 하나 고민하던 이연화는, 흠칫 눈을 감습니다. 눈꺼풀을 부르르 떨어 당신의 손길을 즐겼습니다. 단단한 손가락이 예민한 부위를 쓸어주는 감각이란 아무리 봐도 보채는 것 같은데요. 눈꺼풀이 뜨여 드러낸 눈동자는 욕망을 한껏 담았습니다. 신성현의 허리를 꽉 끌어안습니다.)
침대가 더러워지는 게 걱정이라면, 침대에서 안 하면 그만이죠. (먼저 유혹한 형 잘못이에요. 중얼거린 이연화가 당신 망토를 툭, 풀어버립니다. 이어 방해되는 신성현의 제복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치워냅니다. 싫어요. 지금 안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원래 그렇게 바라보지 않아도 네가 원하는 건 넘어가 줬지. 딱 하나, 네 건강과 안위 등에 관련한… 또 안 듣는군. (내 의사는 무슨 당장 할 생각밖에 없다는 걸 알아들었다. 말하는 동안 망토가 어깨에서 흘러 내려가 바닥에 떨어진다. 침대가 아니면 된다니, 맞는 말인데… 맞는 말이긴 한데. 내 파트너는 턱 긁어주면 좋아하는 고양이라 파트너 말을 안 듣나? 하며 고민하는 사이 하나씩 풀어헤쳐져 신성현에게 남은 건 단추가 잠긴 상하의 제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이연화로부터 마지막 허리 벨트를 사수한다. 나지막하게 한숨 쉰 신성현이 미끼를 던진다.)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알았어, 씻고 하는 게 아니라…
씻으면서 할까. (이연화의 망토 줄에 손가락을 걸어, 느릿하게 풀어내며 작게 속삭인다. 좀 좁으려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말 더럽게 안 듣는 파트너를 고집하면서 옷자락을 헤집던 손이 딱 멈춥니다. 막 벨트 버클을 누르려던 이연화가 스윽 눈동자를 굴렸습니다. 딱 봐도 둘이 끌어안기에 적합한 좁은 욕조, 눈앞에서 속삭이는 당신, 바닥으로 떨어진 두 사람분의 겉옷… 은은히 피어오르던 욕망 대신 기이한 열감이 차올랐습니다. 이런 미끼를 어떻게 거절해. 던진 지 1초 만에 뭅니다.) …할래요. 연화 형이랑 같이 씻고 싶어요. (뒤도 안 돌아보고 맞잡은 손을 욕실로 끌어당깁니다.)
방금 완전 치사했던 거 알죠? 갈수록 나 다루는 법만 늘어서는. (자기가 제멋대로인 걸 알고 있는 대답입니다. 투덜거리는 말투에 기대가 서려 있습니다. 욕실에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바닥으로 어깨띠나 장갑, 허리 벨트 따위가 허물처럼 떨어졌습니다. 보기엔 좋은 제복이 벗을 땐 거슬리기만 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맛 까다로운 고양이 다루려면 치사한 집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 나이 먹고 못 다루는 게 더 이상해. (저럴 줄 알았다. 아이 놀리는 기분에 입꼬리가 슬 올라간다. 조금 건드리자마자 즉시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다니까… 순순히 이끌려 좁은 욕실을 향했다. 등 뒤로 벗어 던진 겉옷과 장식들이 중력을 따라 옷걸이에 정리된다. 함께 욕실에 들어가면, 욕조 물을 틀어 한 번 씻은 후 마개를 꼽았다. 미묘한 얼굴로 둘러본다.)
역시 같이 씻기엔 살짝 좁을 것 같은데. (훌륭하게 큰 이연화의 장신과 자신의 두께를 가늠한다. 우리 둘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욕실은 꽉 들어차 보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은 지금 그게 문제예요? (어이없는 헛웃음을 내뱉습니다. 난 당장 키스하고 싶어서 단추 푸는 데에 몇 번이나 헛손질했는데, 태연하게 욕조나 바라보고 하는 말이 저거라니. 괜히 심술부리고 싶습니다. 당신을 뒤에서 끌어안아 관심 달라고 온몸으로 말했습니다.) 입맛 까다로운 고양이 달래는 법은 알아놓고, 놀아주는 법을 모르면 어떡해요. 형. (장난스레 말한 이연화가 별안간 샤워기를 듭니다. 그대로… 분출구를 당신에게 향합니다. 따듯한 물이 당신의 제복과 당신을 껴안은 자신까지 축축하게 적셔 욕실을 물바다로 만들어 갑니다. 달콤하게 키득거립니다.)
이런, 옷이 다 젖어버렸네요. 빨리 벗어서 말려야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중요한 문제다. 불편하게 구겨져서 하는 것보다 차라리 빨리 씻고―, 윽, 너…! (머리 위로 쏟아지는 뜨뜻한 물에 화들짝 놀라 돌아본다. 당황스런 눈빛이 온통 젖은 당신과 자신, 욕실 바닥을 훑었다. 찝찝해진 안대를 벗어 올려두고 얼굴의 물기를 털어냈다. 당신이 든 샤워기를 빼앗아 욕조에 도로 넣어버린다.) …네가 불편할까 봐 고민한 거였는데. 열심히 놀아주려는 사람에게 이런 장난치기 있나? (이미 둘 다 쫄딱 젖어서 복수랍시고 돌려주지도 못했다. 방에 들어온 이래 두 번째 한숨을 쉬어 피부에 달라붙은 제복 단추를 하나둘 풀어간다. 가늘어진 눈이 당신을 나무란다.)
물놀이라도 하고 싶나 봐. (네 졸업식 때처럼… 스산하게 말했다.)

~화면 조정 중~
쏟아지는 물소리와 각인끼리의 접촉이 불온한 공기를 잠시나마 몰아내 주었고, 맞잡은 손가락은 단단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연구 보고서를 정리하는 등, 좁은 방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중에서도 맹렬히 불태우고 늘어진 당신을 씻기는 건, 늘 그랬듯이 신성현의 몫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몇 번을 껴안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본능과 욕망에 몸을 맡기다가 정신을 차리면, 신성현에게 역으로 끌어안겨 있었습니다. 붕 떠서 노곤한 기분으로 깨끗이 씻겨지고, 보송하게 들려 옮겨진 곳은 침대였죠. 눈 한 번 깜빡하니 폭신한 이불이 전신을 감싸는 상황을 익숙하면서도 의아하게 받아들입니다. 저를 끌어안은 신성현의 어깨에 턱을 올립니다.) 7년간 생각한 건데요. 본래 이런 건 내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싫다는 게 아니구. 꾸물꾸물 올라와 당신을 깔아뭉개 엎드린 자세가 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만족할 만치 놀아준 뒤에는 자신의 일이었다. 아이처럼 안긴 그를 살살 달래 끌어안고 화재 재가 들러붙지 않도록 깨끗이 씻긴다. 둘 다 보송한 상태가 되어 진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편안히 눕히는 것이다. 딱딱한 침대 위에 이불을 깔아 폭신한 매트를 만들어 주었다. 그를 끌어안고 젖은 머리칼을 살살 쓸던 신성현이 작은 웃음을 흘린다.) 그 유약한 몸으로 뭘 하게. 난 문제 없이 움직일 수 있지만 넌 무리하게 움직이면 내일 늦잠 자잖아. (꾸물꾸물 기어올라 제 위로 올라탄 이연화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가까워진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지금도 눈에 피곤함 들어찬 거 다 보여. 오기 부리지 말고 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앗, 들켰네요. 하지만 내가 연약한 게 아니라 형이 너무 튼튼한 거라고 누누히 말했죠. (어쩌지, 난 폭신한 이불보다 폭신한 신성현의 가슴이 더 좋은데. 빈틈없이 붙어선 따뜻하게 쓰다듬는 손길, 꾹 찍어오는 입술 도장이 기꺼웠습니다. 마법처럼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아요. 그의 까슬한 입술을 할짝대고, 올라가 함뿍 빨아댄 눈꺼풀에 키스합니다.) 아참, 눈 하니까… 형 눈은 괜찮아요? 아프다거나 안 보이진 않아요? (붉어진 눈가를 매만져 이리저리 살핍니다. 자제한다고 자제한 건데 흥분해 버려서 너무 핥았나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평소에 운동 잘하고 건강한 식사를 했어야지. 귀찮다고 능력으로 떠다니니까 약해진 거다. (여하튼 이연화에겐 중력이 양날의 검이었다. 어디 능력 빼앗고 걸어 다니게 하는 장치는 없나. 순한 고양이로 돌아온 이연화의 등을 토닥, 토닥 두들긴다. 무겁기는 무슨, 여전히 깃털 같은 무게가 신경 쓰였다. 선명한 한쪽 시야와 뿌연 다른 쪽 시야, 처음 접촉했을 때와 탁함을 비교한 신성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음… 아까보다 선명해졌어, 한숨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겠군. 형 회복력 좋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난 평균이에요 평균. 지나치게 건강한 형 말고 보통 사람이랑 비교해 줘요. (흠흠. 잘생긴 파트너의 얼굴을 뜯어보는 척 앞선 잔소리를 흘려듣습니다. 적당히 챙기고 잘살고 있는데 뭐 어때요. 먹음직스러운 건 형 하나로 족합니다.) 회복력… 너무 잘 알아서 문제죠. 내가 열심히― (이하 상스러운 문장들.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립니다. 옷 틈을 파고들어 가 탄탄한 근육이 짜인 복부를 매만집니다.) 아이 생길 때가 됐는데.

캐릭터 인장

신성현

대충 답하고 한 귀로 흘리지 마. 넘어가 보겠다고 이상한 말 중얼거리지도 말고. (말랑한 볼을 아프지 않게 잡아당긴다. 이 변태… 슬금 파고들어 오는 손목을 잡아 봉인했다. 쑥 빼내 제 어깨에 딱 고정시킨다.) 난 생리학적으로 무리라 그런 거 못 해.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냥 하는 미친 소리라는 걸 알지만… 혹시 모르잖아. 당신이 정말 자신과 당신 사이의 결실을 원하는 건가, 하고 물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럴 땐 아름다운 파트너의 얼굴을 생각해서 넘어가 주는 거예요. (딱딱하긴. 모든 수가 봉인 당한 이연화는 금방 포기하고 풀썩 누워, 신성현의 품에 얼굴을 묻습니다. 아까 많이 놀아줘서 더 들이댈 기력이 없어요.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체향을 들이켭니다. 그리고 당신이 물어온 재미난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아이라…. (실은 장난삼아 말하는 게 대부분이지 진짜 고민한 적은 없어요. 나는 신성현과의 아이를 원하고 있을까. 눈을 감고 읊조렸습니다.)
형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에게 못된 질투를 할 때도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형을 닮은 아이가 있다면 분명히 사랑하게 되겠죠. 나는 신성현의 모든 걸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 다만…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을 거예요. (타이머의 운명이란 그런 것입니다. 당신은 어느 날 갑자기 버려질 시간이라서, 나는 이곳에 속해 있는 시간이 아니라서. 어깨에 놓인 손에 살풋 힘을 주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렇네. (이연화와 신성현 사이에 기적적으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아름다운 이연화를 닮아 사랑스러울 것이며, 또한 소중하다 못해 귀애하게 될 것이다. 힘을 준 당신의 손에 제 손가락을 끼운다. 사랑을 담은 손깍지를 끼워 당신과 함께 눈을 감는다. 달콤하고도 화려한 이연화만의 장미 향이 은은히 퍼졌다.)
네 말대로 우리는 좋은 부모인 동시에 아이를 책임질 수 없어. 사랑하는 파트너를 닮은 아이니까 서로에게 양보하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사랑을 양보하고 나누어주겠지. 그러나 너와 나는…, (말을 멈추었다. 이 뒤에 이어질 말을,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차마 말하지 못한 언어를 삼킨다.)
늦잠 자기 전에 자는 게 좋겠다. (기분이 가라앉는 주제를 끌고 가는 대신 방안의 불을 끈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은은한 무드 등 하나를 키워두었다. 당신에게 속삭인다.)
사랑해,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아요. 특별히 아쉽다거나 서글픈 마음이 들 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진심으로… 신성현 하나만 있으면 되는 존재거든요. 우리가 평범한 사람이 되어 만났을까, 하는 가정은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도밍게즈의 타이머이고 내가 지구의 타이머라서 이렇게 만난 거예요. 만나지 못할 가능성 있는 가정 따위,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설령 이 만남이 파멸을 불러일으킬지라도. 이연화에겐 신성현 단 하나만이 중요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 키스 해주기예요. 잘 자요, 형. 나의 타이머. (떨어지지 않을 손깍지를 단단히 끼웁니다. 살짝 맞닿는 우리의 결혼반지를 느끼고, 속삭였습니다.)
사랑해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사랑한다 속삭여주는 순간은 시간의 각인이 닿지 않아도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직전 본 광경을 모두 잊고 오로지 이연화만을 생각할 수 있었다. 제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의 온기를 느낀다. 내일의 세상은 당신에게 다정하길, 우리가 내일도 함께할 수 있길. 속으로 빌었다. 갈무리하지 못한 복잡한 표정이 어둠 속에 가려 당신에게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어느 쪽이든 둘 다 좋은 벌칙인걸. 좋아, 내 카운터가 원한다는데 못 해줄 게 있을까. (적막한 밤, 작은 두 사람 분의 목소리만 흐르는 평화가 행복했다. 들이닥치지 않은 미래보단 현재를 만끽한다.)
잘 자… 연화야.

물속에 빠져든 것만 같은 먹먹한 밤이 지나갑니다.
《씬 종료》
◆ #Scene 4. 싱크홀 탐사 요망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7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5 → 54
[ 신성현 ] 침식률 : 51 → 58

새벽까지 다행히도 추가적인 호출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밝기를 기다린 것처럼, 알람보다 일찍 당신을 깨우는……
띵. 익숙한 효과음 덕분에 일찍 깨고 맙니다. 문자 메시지의 알람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예민한 신경 덕분에 눈이 퍼뜩 뜨였습니다. 파트너 품에서 떨어지기 싫어 신경질적으로 손만 뻗습니다. 단잠을 깨우는 연구 주제 알람이라면 기기를 부수어 버리겠어요. 탁, 손아귀에 안착한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비슷하게 깨어난 신성현이 눈을 깜빡이고 당신이 가져온 화면을 바라본다. 몰려드는 수마를 물리치며 상체를 일으켰다.) …지시 사항인가.

화면에 깜빡이는 아이콘이 눈에 익습니다.
네, 또! DOT에서 발송된 지시 사항입니다.
하기사,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동시에 쏟아질 메시지라면 그것뿐이긴 하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품에 폭 안겨 아침잠에 예민해진 기분을 가라앉힙니다.) 어제 즐거운 시간 보내느라 연구 보고는 보내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재촉일까요, 혹은…. (제2구역과 관련된 걸까. 후자는 너그럽게 일어나 줄 수 있습니다. 잠금을 풀어 내용을 확인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막 깨어나 부스스한 이연화의 머리칼을 정리해 쓰다듬는다.) 이런 이른 시간에 연구 독촉을 보낼 것 같진 않아. 그러니 네 추측처럼… 다른 사안이겠지. (제2구역 화재와 관련한 것.)

연구 보고의 답장이면 좋았을 것을. 아직 채 벗어나지 못한 잠기운과 함께 슬라이드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합니다.
화면에 들어찬 텍스트 내용은 언젠가처럼 간결하기 짝이 없습니다. 본론이 전부입니다.
「 2066-03-05, 22:00
타이머, 카운터 ‘전원’ 제2구역 싱크홀 탐사 요망 」
텍스트 마지막에 도착한 커서가 현란하게 깜빡입니다.
제2구역의 화재를 일단락 지으니 문제로 불거진 것이 싱크홀인 모양입니다. 땅이 갈라지거나, 이유 없이 꺼지거나, 멀쩡히 서 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길게 금이 간 지반은 불안정합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밖에 나오지 않았고, 타이머와 카운터를 비롯한 구조 대원들도 근처를 지날 때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했습니다.
벌어진 틈새가 깊고 어두워서 무엇이 들었을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습니다. 대피소의 아이들은 괴물이 산다며 수군거리곤 했습니다.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해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아스팔트가 갈라진 정도가 아니라 땅이 뒤틀린 상황이었으니까. 인간의 한계론 처리하기가 곤란했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웬일로 이른 시간에 다 부르시나 했더니. (나지막한 숨을 흘려 모든 잠기운을 몰아냅니다. 손가락을 까닥이자 옷걸이에 걸린 하얗고 검은 제복이 날아와 침대 끄트머리에 걸쳐집니다.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내심 초조해했던 재난과 관련한 임무라 별말 없이 셔츠 단추를 풀었습니다. 그러면서 투덜댑니다.)
연화가 1초 먼저 일어났어요. (빠안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싱크홀은 확실히 그냥 둘 수 없는 문제군. 서둘러 처리해야 땅을 수습하든 뭐든 할 거다. (당신과 같이 수긍해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와 그가 가져와 준 제복을 들고, 잠옷 대용으로 입었던 셔츠를 벗는다. 제복 상의를 걸쳐 잠가나가는 신성현의 입술이 미소를 띤다.) 파트너께서 알람 덕택을 다 보네. (고개를 숙여 당신의 턱을 그러쥔다. 그대로 건조한 입술끼리 맞물렸다. 1초 먼저 일어났으니 1초 동안만. 칼같이 키스하고 떨어진다.)
다음엔 10분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해 봐.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길함을 몰아내 줄 키스를 마음껏 즐기려는데, 고작 1초 맞대고 떨어지는 입술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고개까지 틀어 설레발친 이연화가 단박에 항의합니다.) 이게 무슨 키스예요, 그냥 뽀뽀지. 형은 내가 조금만 부스럭대도 바로 일어나잖아요. (그런 신성현보다 10분?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완전 불만스러운 눈치입니다. 벗어나려는 신성현의 목깃을 잡아 가까이 끌어당깁니다.)
제대로 해줄 때까지 안 움직일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젠 고작 키스보다 더한 걸 했으면서. (마음을 먹는다면 솜방망이 같은 끌어당김은 밀어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투정 부리는 이연화가 아침부터 귀여웠으니까. 이마를 꾹 눌러 살살 쓰다듬는다.) 너 또 키스한다는 변명으로 끝까지 갈 셈이지. 오늘은 안 넘어가, 다녀와서 해줄게. 응? 이연화. (애 달래는 데에는 도가 텄다. 농밀한 키스 말고 애정을 듬뿍 담은 뽀뽀를 당신 얼굴에 여기저기 해주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치가 늘었네요, 형. (쓸데없이… 뽀뽀로는 만족할 수 없는 욕망이었으나 꾹 참기로 합니다. 상황이 상황이기도 하고, 애정을 듬뿍 담은 게 느껴져서 봐주는 겁니다. 선심 썼다는 듯 신성현의 목깃을 스르륵 놔주었습니다.) 두고 봐요. 싱크홀만 처리하고 못 한 거 다 해버릴 거예요. (삐진 티 팍팍 내며 옷을 챙겨입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트너가 늘려준 눈치 여기에 써먹지 어디에 써먹겠어. 그래, 그래. (그래도 내 파트너가 상황 가릴 줄 아는 착한 파트너라 다행이다. 그만큼 싱크홀이, 도밍게즈에 닥친 재해가 심각하다는 뜻이겠지만. 소중한 반지까지 챙겨 환복한 신성현이 겉옷 망토를 걸친다. 당신이 전부 갈아입은 걸 확인하면, 손을 내밀었다.) 가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런 데에 써먹으라고 늘려준 눈치 아니거든요. (벗길 땐 힘들었는데 입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긴 기장의 망토를 보기 좋게 정리한 이연화가, 반지 낀 손으로 당신이 내민 손을 잡습니다. 맞아요. 오늘따라 쉽게 물러난 이유는… 이 재해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직접 맞닥뜨려야 할 광경을 상상하곤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스름한 아침 빛에 반짝이는 반지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우리는 함께니까, 괜찮을 거야. 게다가 능력이 중력이라 싱크홀에서 많은 도움이 될 테지.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손길을 붙든다. 사이사이 깍지 껴 엮어왔다.) 다른 데에 써먹으려고 노력해 볼게.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을 하고, 걸음을 옮긴다.)

파트너의 손을 잡아 낡고 낯선 숙소를 벗어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 ‘전원’의 참여가 필요할 정도의 일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판단은 개인의 몫이 아닙니다. 14년간 깨달은 사실이에요.
얼마 걷지 않아 곧 거북이 등껍질처럼 다닥다닥 갈라진 흙바닥이 펼쳐집니다. 물론 아스팔트 도로의 사정이라고 딱히 다르진 않았습니다.
노랗고 흰 금들은 모양이 어긋나 잘못된 짝을 찾고 손을 잡은 채 춤을 춥니다. 갈라진 바닥 아래로 드문드문 나무뿌리가 목이 졸린 채 매달려 있습니다.
아침에 보니 더욱 적나라합니다. 기괴하게 비틀린 풍경은 종말의 한 조각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 세계가 멸망한다면, 이 정도론 끝나지 않겠지. 시간이 멈춘 그 날, 편의상 그것을 멸망이라고 불렀지만……
실제 멸망이란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농담이 풀어준 마음을 다시 바닥으로 처박는 광경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멸망이 아니에요. 진짜 멸망이란… 평화가 없는 폐허. 기이한 것들이 산 것들을 잡아먹고 피 흘리는 풍경. 재해가 제2구역을 넘어 0부터 13까지 점령하면 그것들이 이 세상에 강림하게 될까요. 피할 수 없는 금들을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잘못되지 않은… 나의 완벽한 짝을 데리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용히 길을 걸어 바라본 풍경은 가슴에 아픈 상흔을 남겼다. 시간이 멈춘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때는 세계가 멈추었을 뿐, 누군가가 죽거나 비명 지른 적은 없었어. 한 구역의 재해조차도 이런데 당신이 본 광경은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악몽을 곱씹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시며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고 찢어 죽이던 꿈을. 울음이 끊이지 않던 악몽을.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없이 멎는 것은 멸망이라 부르기엔 너무 온건하고, 불타고 땅이 무너지는 것 또한 종말이라 부르기엔 유순합니다.
제2구역은 3할 가까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탓에 어느 싱크홀을 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감이 옵니다.
가장 높은 공장의 굴뚝이 있는 곳. 장인이 세웠다기엔 주인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그곳. 공장은 터만 남고 이제 와선 굴뚝만 외로이 자리를 지키는 곳일 거예요.
왜냐하면…… 압도적인 깊이와 넓이 때문에 그 아래 싱크홀을 무저갱이라고 불렀으니까요. 메꾼다면 제일 먼저 그곳이겠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의 손가락이라… 웃음이 나는 듯했습니다. 신의 손가락들이 향해야 할 목적지가 같은 곳이라니. 악몽에서 본 풍경보단 온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되돌릴 방법이 있을 거예요. 타 행성에서 훔친 시간까지 두 시간이 이곳에 강림했는데, 도밍게즈가 멸망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는 안 돼요.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싱크홀에 있는 게 괴물이든 뭐든 흙으로 메꾸어 버리면 그만이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앞날이 아득해지는 실선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땅을 딛는 곳마다 메마른 흙먼지가 일어나고 부서진다. 여기에 사람들의 피까지 묻어 있었더라면, 이연화가 악몽에서 본 괴물이 있었더라면 진정한 종말일 것이다. 되돌릴 수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 당신을 쫓았다. 신의 손가락, 신의 시간들….)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가 힘을 모은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군.

느슨하게 바닥을 딛는 발걸음은 신중하지만 망설이지 않습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본관으로 뛰어갈 때처럼 스물여덟의 발소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요란을 떨어댑니다.
그리하여 싱크홀 앞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침묵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너무 일찍 도착했나. 신성현을 데리고 급한 걸음을 옮긴 감이 있긴 한데, 이유 모를 불길함이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조용하죠? (우뚝 멈추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 멀리서 걸어온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을 보고, 고요한 앞을 본다.) 우리를 소집하고 늦으실 장교님이 아닐 텐데.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DOT의 연구원이나 직원, 혹은 제2구역 자체 군인까지도. 누구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케 무너지지 않은 굴뚝 아래 스물여덟이 전부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곳에 오기까지, 누군가를 마주쳤던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길함은 초 단위로 커져 온몸을 잠식했습니다. 뒷걸음질 쳤을지도 모릅니다.) 이상… 해요. 전 타이머, 카운터를 소집했는데 아무도 없을 수는 없어요. 걸어오는 길에 만난 시민이 있던가요? 그 지시 사항, 진짜예요? (급히 기기를 꺼내 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딜 가도 구경하는 시민 두어 명쯤은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감지한 신성현이 당신을 제 곁으로 끌어온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손깍지를 낀 것도 모자라 어깨를 감싼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보이는 것은 불탄 풍경, 같은 구원자, 신의 손가락. 화면을 바라본 신성현의 숨이 멈칫한다.) …없어.

없습니다. 아침에 받은 그 메시지가요.
신성현과 당신을 비롯한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가 같은 메세지를 받았는데, 기기에 존재하는 것은 어제 받은 연구 보고서뿐입니다.
목격자가 둘 이상이나 있으니 헛것을 본 건 아닐 테죠. 그렇다면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것은…….
오는 길목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고 시야를 되감아 봐도 그렇습니다.
세계가 사랑하는 타이머와 카운터. 이 한 줄의 정의란 재해 구역에서도 어긋나는 법이 없습니다.
임무를 나가는 길이건, 목숨이 사활에 걸린 상황이건, 타인의 시선은 늘 타이머와 카운터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인리히 장교는 특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귀애했습니다. 임무가 있을 때면 꼭 직접 찾아와선 지시하고, 독려했었죠.
……우리가 이곳에 온 첫날, 하인리히 장교가 뭐라고 당부했었던가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럼… 우리를 부른 그 알람은… 지시 사항은, 누가. (대체 누가?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날과 똑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푸른 장미 아치, 타이머와 카운터들만이 본 알람. 보이지도 않는 푸른 장미 향기가 호흡을 틀어막은 느낌입니다. 기억을 헤집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가 하던 말, 탐사대가 확인한 위치만 이동하고 돌발행동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는 그,) 형, 돌아가요. 빨리요. (잡은 손을 이끌어 몸을 돌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DOT의 보안은 우수해. 누군가 함부로 장난치거나 조작할 수 없다는 뜻이야. 한 번 보낸 알람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마, (우리만 볼 수 있는 푸른 장미 아치… 그와 비슷한 것. 당신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린다. 다른 타이머, 카운터들에게 당신의 목적을 눈짓했다. 달아나라고.) 함정에 빠진 꼴이군.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무도 없이 우리만 이런 곳에 둘 턱이 없습니다. 그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가치, 생명의 무게를 정확히 아는 이였으니까.
이토록 조용했던, 외따로 되었던 적은…… 문득 어느 날의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을 때,
쾅!
발아래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큿, (이미 늦은 건가. 신성현의 손을 놓지 않으려 모든 힘을 쥐어짜 내면서, 힘을 개방합니다. 모든 카운터와 타이머들을,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나와 파트너만은! 금빛 마안을 되는 대로 생성했습니다.)

이런 추락 따위, 중력을 지배하는 제10시 구원자들에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어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당신의 힘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금빛 마안이 회전하며 중력을 조종하려다가,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흩어져 사라집니다.
능력을 각성한 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몸은 속수무책으로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틀렸어, 힘이 말을 안 들어. (비슷한 시도를 실패한 신성현이 능력을 일으키는 걸 멈추지 않고, 당신을 끌어안는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간절한 손길이었다. 놓지 마, 입 모양이 그리 말했다.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큰 부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왜 안 되는 거야, 가장 필요한 순간에…! 속이 타들어 가는 상황에서 거부하지도 못하고 당신의 품에 안깁니다. 그 표정이 어땠는지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의 팔을, 손을 틀어쥔 손이 놓지 않겠다는 듯 떨려옵니다.) 죽어도… 안 놓을 거예요. (눈을 질끈 감습니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먹먹한 귓가를, 얼굴을, 온몸을 가득 때립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저 품안에 있는 온기 가득한 누군가의 숨소리 덕분이겠죠.
까마득한 추락이 이어집니다.
《씬 종료》
◆ #Scene 5. 새하얀 사막과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54 → 60
[ 이연화 ] BN : 0 → 1
[ 신성현 ] 침식률 : 58 → 59

싱크홀은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입을 벌렸고,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크게 벌린 아가리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바람이 마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추락합니다. 구해주긴커녕 소화를 돕는 꼴이었습니다.
흙이 무너지는 소리, 돌이 떨어지는 궤적, 피부를 할퀴는 나무뿌리…… 온갖 요란한 감각이 시야와 생각을 교란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버린 것처럼 떨어지는 부유감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책장이 떠다니지도, 버섯이 날아다니지도 않았지만, 꼭 시간만은 멈춘 듯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를 까득 깨물었습니다. 여긴 어디이고, 우린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 걸까요. 바람이 마치 등을 떠미는 듯해 자신이 품은 의혹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갔습니다. 이 초대가, 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7년하고도 7년이 지난 14년, 그들이 찾아오기에 적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을 부여잡은 손이 아팠습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서…… 익숙한 패턴이 당신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다의 짠 내음 대신 지하의 흙냄새, 먼지 냄새, 곰팡내 같은 것과 케케묵은 공기가 뜨겁게 호흡기를 거머쥡니다.
숨을 쉬기가 퍽 괴로웠습니다. 목 안이 따끔거리고 피부가 까끌까끌해서, 아!
이대로 죽는 걸까. 싶었을 때.
제일 먼저 바닥에 닿은 것이 어디였더라?
⚜ 육체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끝내 욕설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릅니다.) 젠장,
(1+1)dx 육체 판정 (2DX10) > 9[1,9]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4+0)dx 육체 판정 (4DX10) > 10[3,7,7,10]+10[10]+10[10]+6[6] > 36
(당신이 균형을 추스르기가 무섭게 신성현이 잡아당긴다. 바른 자세로, 머리가 아닌 두 발을 세운다.) 바닥이야.

두 사람은 조금 비틀거렸지만, 안전하게 두 발로 섰습니다. 비로소 바닥에 닿은 것입니다.
꽤 오래 떨어졌건만 어디도 아프지 않았고 어느 곳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신발 밑창을 감싸 안는 감각이 부드러웠거든요.
깊은 곳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위는 찬란하고, 시야는 환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마… 워요. 어지러운 것 빼고 아픈 곳은 없네요. (충격의 여파를 기다리고 각오했건만, 막상 들이닥치는 고통이 없어 당신의 품에서 의아한 눈을 뜹니다. 목 안이 따끔거리고 피부가 까끌까끌한 감각, 이어서 부드러운 바닥과 환한 시야까지. 손으로 햇빛으로 추정되는 것을 가립니다.) 여긴… 어디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바닥이 딱딱한 곳이 아니라 충격을 덜 받은 것 같아. 제2구역 밑에 이런 공간이 있었던가…? (이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다 막 불시착한 우리들이었으므로.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몸을 추스르고 본 지하 아래는…… 흰 모래사막입니다.
긴 설명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어디인지 확신했으니까요.
제0구역.
빛이 스며든 사막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후덥지근한 열기나 신발 밑창에 자글자글한 모래나, 이곳이 제0구역이라는 걸 확인받은 순간 사고가 정지했습니다. 푸른 앰플이 데려다준 제13구역, 싱크홀이 초대한 제0구역.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이곳에 존재하는 건 과연 어느 존재일지. 막막하게 한 걸음을 디뎠습니다.) 빛이 스며든 사막. (당신이 눈치챘을 지명을 입에 올립니다.)
우리를 꾸준히 안내했던 아치와 비슷한 힘이 분명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연하게 사막을 바라본 신성현이 끄덕인다.) 여긴… 제1구역과 걸어서 사나흘이 걸리는 위치에 있으니까. 싱크홀과 통하는 곳이라고는 볼 수 없어. 등대로 인도한 힘이 우리를 초대했을지도 모르겠군. (당신의 뒤를 따라나선다. 숨을 틀어막는 열기가 올라왔다.)
이번엔 무엇을 알려주려고 우릴 초대한 걸까.

도밍게즈의 동쪽, 해가 뜨는 끄트머리에 펼쳐진 365일, 24시간 내내 백야가 드리운 소금사막.
물도, 풀도,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생명체도 발견된 바 없는 미지의 장소.
이곳을 찍겠노라 길을 떠난 수많은 젊은이가 무덤도 없이 시체가 되었다지.
제13구역에 떨어진 전적도 있느니만큼 두 번째는 퍽 익숙한 경험입니다.
한 걸음 내디디면, 흰 하늘에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광하는 태양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바닥의 모래는 이미 새하얗게 타버린 지 오래입니다.
사방이 모래밭이고 숨 막히는 더위가 엄습합니다.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저 멀리, 거리가 상당해 보이는 기다란 탑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불청객이 따로 없어요. 우리에게 알려주어야 할 게 더 남았단 말인가요? 얼마나 괴롭혀야 만족할 작정인가요? 켜켜이 쌓여 속을 채운 괴로움이 평화를 비집고 새어 나옵니다. 꽉 쥔 주먹에서 뿌득, 울리는 장갑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등대처럼, 대놓고 찾아오는 길을 알려주고 있군요. (저 멀리 보이는 기다란 탑을 가리킵니다. 제0구역의 높이 솟은 것, 신의 손가락이라면 분명.)
알려지지 않은 손가락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유일하게 알려지지 않은 장소네. 등대와 다르게 광활해서 더 조심해야 해.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치솟은 탑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제0구역을 지탱하고 있는 신의 손가락의 정체가 탑이었나. 무심코 힘이 들어간 당신의 주먹을 감싼다. 눈을 맞춰, 당신의 감정을 도닥인다.) 가만히 있다간 열기에 질식하고 말겠지.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어.
가보자,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손길에 힘이 탁 풀립니다. 그가 맞아요. 내 소중한 파트너에게 투정을 부릴지언정 화풀이할 생각은 없고, 애먼 감정은 체력을 소모할 뿐이에요. 심호흡한 뒤 신성현의 곁에 섭니다.) 알았어요. 싫다고 가만히 있다가 죽을 바에야 나아갈 거예요, 나는. (목소리가 기운이 없는 건 착각일까요. 명확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걸어갑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요.)
도망치지 않아요. (도망칠 수 없습니다. 도망치지 못해서 나아가는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런 일이 일어나면 꼭 이연화에게, 우리에게 잔혹한 진실이 기다리곤 해. 이번에는 네게 큰 상처를 남기지 않아야 할 텐데. 도망치지 못해 나아가는 당신의 앞을 가로막지 않아야 할 텐데.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위로의 말을 미뤄둔다. 신성현은, 언제나 이연화의 곁을 지킬 뿐이다. 이 사막에서 숨통을 옥죄는 천이나 다름없는 망토를 벗겨주었다.) 겉옷으로 햇빛을 가리고 가면 되겠어.
이곳에 뭐가 있든 간에… 나는 널 떠나지 않아. (겨울 바다에서 했던 말과 같은 다짐을.)

우리에게 나아갈 곳이라곤 높게 솟은 저 탑밖에 없으니 도망치지 못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푸른 장미 아치를 넘고, 푸른 앰플이 든 상자를 열어, 이제는 백색 빛이 스며든 사막으로.
도밍게즈의 모든 시간이 제0구역 중심을 향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걷건 간에 모래, 모래, 모래……. 온통 모래 천지입니다. 숨을 쉴 때마다 알갱이가 입안으로 들어오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로 들어온 불청객이 춤을 추듯 몸을 흔들어 댑니다.
목표로 삼은 탑은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인 것처럼요. 아니면 탑이 도망가고 있거나!
주위 풍경도 다 엇비슷해서 얼마나 걸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정표도, 길잡이도 없이 사막을 헤맵니다.
사막을 헤매는 동안 더위는 덩달아서 당신을 괴롭힙니다. 머리 위를 쫓는 태양이 집요할 지경입니다. 이대로 계속 햇볕을 쬐다간 열사병에 걸릴 거예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기 오고 욕을 세 번은 한 것 같습니다. 형한테 들리면 안 되니까 속으로 중얼거렸지만요. 모래에 푹푹 빠지는 걸음이 두 배는 힘겨웠고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가 호흡마저 버겁게 했습니다. 평소에 운동하란 말 좀 들을 걸 그랬어요. 너무 더워서 장갑까지 뺀 맨손을 쥐었다가, 폈다가. 힘을 불러일으키려 낑낑댑니다.) 이건 왜 안 되는 거야. (확 돌아버리기 1초 전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 탓에 체력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다. 제 능력에는 강한 근력을 내게 해주는 힘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평소엔 조절하느라 힘들었던 능력은 묵묵부답이었다. 당신을 걱정스레 살핀다.) 정 힘들면 쉬었다가 가도 돼, 무리하지 마. …착하지. (고온이 높인 불쾌지수로 당신이 돌아버릴까 봐 정성스레 달랬다.)

어떤 방법을 써도 한 몸 같았던 능력은 통 발현되지 않습니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몸속에 있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니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뇨? 안 쉬어요. 내가 이깟 더위에 질 줄 알아요? 정지된 시간도 돌리고 얼어 죽을 것 같았던 추위도 이겨낸 사람인데요. (이미 반은 눈빛이 돌아버린 것 같습니다만. 심상치 않은 본성의 소유자답게 이런 수모를 겪게 만든 사막에다 서슬퍼런 칼날을 가는 중이었습니다. 쓸모없는 능력 불러오기는 집어치웠습니다. 햇빛을 가린 망토를 단단히 조여 맵니다. 왜인지 환한 웃음으로 예쁘게 말했습니다.)
저 개 같은 탑이랑 나랑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보자고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늦어버렸군. 눈빛이 홱 돌아버린 걸 보니 달래긴 글렀다. 입을 딱 닫고 당신을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한 번도 꺾어본 적 없는 고집이 그를 쓰러뜨리기 전에 업어서 데려가야겠다. 푹푹 빠지는 발걸음을 열심히 옮겼다.) 그래… 저거랑 우리랑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보자고. 가다 보면 탑에 갈 수 있는 흔적이나 힌트가 나오긴 하겠지. (아마도… 그래야 할 것이다. 이연화의 미친 인성이 뿌리 끝까지 나와버리기 전에….)
(스산한 웃음에 예쁜 말 하라는 첨언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은은히 올라오는 빡침에 이를 간 당신은 결정합니다.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는 저 개 같은 탑과 타이머, 카운터들 중 누가 이길지 한번 겨루어 보자고!
《FS 판정 개시》
지금부터 ■■■■■에 도달하기 위한 FS 판정을 개시합니다.
제0구역에서 능력은 발현되지 않으므로 이펙트 선언이 불가합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1D100 | 해프닝 차트 (1D100) > 81
choice[이연화, 신성현] (choice[이연화,신성현]) > 이연화
오기로라도 꾸역꾸역 걸음을 내딛던 중, 당신은 갑자기 발목에 스치는 강렬한 통증을 느낍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를 갈고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웃었던 것이 방금인데, 눈가를 찌푸리며 신음을 내뱉습니다. 순간 비틀거려 신성현의 팔을 부여잡습니다. 이 강대한 능력 빼고는 쓸모없는 몸뚱어리 같으니라고!) 윽… 잠깐, 형, 발목에 뭔가… 통증이 느껴져요. (그새 삐었나? 잠시 멈추어 군화 밑 발목을 확인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내 저럴 줄 알았지. 신성현이 이연화를 괜히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 돌보는 게 아니다. 능력 빼고는… 뼈랑 가죽밖에 없는 몸이니까… 아름다운 얼굴은 기본 옵션이고. 당장 멈추어 서서 무릎을 꿇는다. 조심스레 당신이 말한 쪽 발목을 확인한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한 신성현이 그것을 손으로 잡아 빼낸다.)
어떤 생명체도 발견된 적 없다더니.

신성현이 든, 발목 통증의 원인은 다름아닌…… 새카만 전갈입니다.
커다란 집게 자국이 발목에 남아있습니다. 독은 없겠죠?
이연화는 이 라운드 중 진행 판정을 행했을 경우, 판정 직후 1D10점의 HP 대미지를 입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커다랗고 새카만 전갈을 본 이연화가 식겁합니다. 상체만 뒤로 물려 당신이 든 전갈에게서 떨어집니다.) 지금 저 커…다란 게 뼈랑 가죽밖에 없는 날 문 거예요? 진짜로? (본인이 허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군요. 울상을 짓습니다. 당신을 올망거리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혀엉… 연화 아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붓기만 하고 이상 없는 걸 보면 극독은 아닌 모양인데. 전갈이 잘못했네, 하필 물 것도 없는 널 물다니. 되먹지 못했어. (자나 깨나 파트너 편이었다. 못된 전갈은 뒤쪽으로 홱 던져버린다. 이연화의 올망거리는 눈빛을 받은 신성현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몸을 돌려 등을 내어준다.) 업혀. 뜨거운 햇빛 아래서 처치할 순 없으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한텐 형밖에 없어요. (눈빛만 보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신성현에게 기분이 풀립니다. 시큰거리는 발목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당신의 넓은 등에 업힙니다. 목덜미로 팔을 둘러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무겁거나 힘들 땐 말해야 해요. 알았죠? (볼에 쪽)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도 너밖에 없어, 연약한 몸 간수 잘해. (무겁다고…? 키에 비해 하나도 무겁지 않은 무게를 느끼곤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이대로 탑까지 걸어갈 수도 있을 것 같군. 햇빛 가려, 고운 살 타서 아플라. (신성현에게 이연화의 이미지는 종잇조각으로 한층 격하됐다. 저벅저벅 걸어간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지원 판정》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안아줘서 연약한 몸 간수 잘할 수 있을 것 같은걸요? 걱정 말아요. 연화는 업힌 대신 방향이나 전갈처럼 위험한 게 없는지 알려줄게요. (나는 종잇조각으로 이루어진 몸이었던 건가. 지금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형 말 듣는 착한 아이가 되어 신성현에게 내리쬐는 햇빛까지 가려줍니다. 진짜 운동 좀 할걸. 당신 머리에 턱을 올렸습니다. 신성현에게 지원 판정합니다.)
(4+1)dx 의지 판정 (5DX10) > 7[1,4,5,6,7] > 7
(앗…^^ 도와준대 놓고 형 등에 기대서 쉬느라 딴청 피우고 있습니다. 형 파이팅!)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는… 아니다, 됐다. 그냥 움직여서 상처 덧내지 말고 쉬어.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았다. 홱 돌아버리려던 인성이 멈칫한 걸로 충분하다. 이 상태를 보니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숨소리 간지러워.)

도와주기는 무슨 연약한 파트너가 되어 업혀갑니다.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진행 판정》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런데 형. (어차피 망한 거 착실하게 방해하기로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왜. (이연화의 달콤한 방해에도 꿋꿋하게 나아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 이따가 공주님 안기 해주면 안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 다물면 생각해 볼게. (흘긋 어이없는 눈길을 보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키스 대신 해주는 건요? (귓가에 쪽. 안 다무는 주둥아리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읏, 방해하지 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지금? (이러다 날 새겠다. 이것조차 방해라는 걸 깨닫고, 늦기 전에 진행 판정을 한다. 고개를 기울여 피했다.)
(1+0)dx 감각 판정 (1DX10) > 8[8] > 8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설마요. 형을 도와주질 못할망정 왜 방해해요. (이걸… 하네? 신성현은 최강의 타이머구나. 형한테 혼날까 봐 조신해졌습니다. 어깨에 부빗거리는 애교를 부립니다.) 안 안아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거짓말. 아까 즐기던 거 다 봤어. (사랑스러운 파트너를 나무랄 수 없으니 내가 봐줄 수밖에. 걸음을 멈춰 이연화를 내려주고, 품에 끌어안아 공주님 안기로 자세를 바꾸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이제 조용히 안 하면 혼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착각이라니까요. (꺄, 원하는 것을 쟁취한 이연화가 당신 품 안에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아직 훼까닥 돈 웃음이지만 아까보다는 덜 스산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투정 부리지 않으면 진짜 짜증 낼 것 같았다고 변명해 봅니다. 두 다리를 갈대처럼 흔들었습니다.) 든든한 형을 위해 몇 분 참아 볼게요. (많이 노력한 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몇 분? 너치고는 정말 많이 양보했군. 잘했어. (이연화의 인성, 과연 어디로 가는가… 익숙해져서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신성현은 기특하다고 그를 쓰다듬었다. 느려진 걸음을 빨리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예외로 발목 상태 안 좋아질 때는 입 열어도 돼.

최종 달성치 8, 진행치가 1 상승합니다.

system

[ GM ] 진행치 : 0 → 1

《클린업 프로세스 : 1라운드 종료》
《셋업 프로세스 : 2라운드 개시》
1D100 | 해프닝 차트 (1D100) > 47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모래 사이로 세모난 귀가 툭 튀어나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열기에 지쳐 늘어진 몸이 화들짝 놀라 당신을 붙듭니다. 검은 전갈에 호되게 당했더니 벌써 긴장했습니다.) 저거, 귀… 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깜, 깜짝이야. (귀에는 안 놀랐는데 바로 옆에서 놀란 이연화에게 놀랐다.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조심히 다가간다.) 귀… 맞는 것 같은데?

또 전갈일까 노심초사하며 살펴본 그것은 날카로운 눈과 동그란 코를 가진, 사막여우입니다.
제0구역에는 생명체가 없는 것 아니던가? 〈지식:동물〉 난이도 7 판정을 통해 사막여우를 길들이거나 가까이 부를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런 곳에 여우가 있네요. (뭐랄까… 귀엽긴 한데 말이죠. 동족혐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신성현에게 꼬리 치는 중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습니다. 당신을 툭툭 두드립니다.) 형 좋아하게 생겼어요. 한 번 손 내밀어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를? 왜? (뭐지… 알 수 없는 이유였지만 당신이 시키니까 하긴 한다. 조심스레 사막여우에게 손을 내민다. 이연화 다루듯이 하면 되나.) 음… 착하지?
(2+0)dx 지식:동물 판정 (2DX10) > 9[7,9] > 9

놀랍게도…… 동족임을 알아봤는지 당신에겐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신성현이 손을 내밀면 강아지처럼 달려옵니다.
먹을 것이 없는 모양이에요. 신성현의 손을 빨고 핥으며 서성거리네요.
이 라운드 중 진행 판정에 성공한 경우 진행치에 +1.

캐릭터 인장

이연화

(느닷없이 울컥했습니다. 나만 핥을 수 있는(?) 신성현인데! 당신을 꽈아악 끌어안았습니다.) 형, 형, 저게 형한테 꼬리 치고 있는 거예요! 잘생긴 건 알아봐가지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황당… 타인에게 경계하고 자신에겐 강아지 같은 게 딱 이연화를 닮았군. 그래서 저러나? 당신을, 사막여우를 공평하게 쓰다듬었다.) 이상한 곳에 질투하면 못 쓰지. 친해지게 먹을 거나 찾아봐. (쓰담쓰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막여우가 아니라 나만 쓰다듬어 줘야죠.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진짜 질투 나는 걸 어떡해요. 연적을 보는 얼굴로 제복과 망토 주머니를 뒤적거립니다. 먹을 거 줘서 빨리 떨어뜨려야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넌 평소에 쓰다듬 많이 받잖아, 돌아가서 원하는 만큼 또 받아내면 되고. 착하지. (이건 이연화한테 하는 말이었다.)

⚜ 조달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거랑 그거랑 달라요. 난 형이 다른 거랑 있을 때 나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구요. (흥… 삐졌습니다.)
(2+1)dx+1 조달 판정 (3DX10+1) > 7[3,5,7]+1 > 8

마침 신성현이 준 말린 과일 간식이 손에 잡힙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어쭈, 삐지기까지? 이 아이를 어떡하면 좋나. 귀여운 광경에 피식 웃어버린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탑에 가고 나서 키스해 줄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준 간식! 질투의 누아르 하트를 가득가득 띄운 이연화가 문득 멈추어 솔깃합니다.) …키스 때문에 주는 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하나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말을 하고, 주섬주섬 말린 과일을 꺼내 여우에게 내어줍니다. 그 김에 확실히 못 박아둡니다.) 신성현은 내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넌 무슨 동물한테 먹이 주면서 그런 말을 해. (참 나. 헛웃음을 연속으로 내뱉으면 그게 곧 웃음이지 무엇이겠나. 단순히 과일을 말린 거라 여우에게 줘도 될 것 같았다. 당신의 누아르 하트를 툭툭 털어 치워준다.)

당신이 내민 말린 과일을 킁킁대던 여우는, 먹을 수 있는 간식임을 알아보고 잘 받아먹습니다. 알아들은…… 걸까요? 붉게 부은 발목에 이마를 비비네요.
그러자 놀랍게도 전갈에게 물렸던 상처가 사라집니다.
통증이 잦아들고, 물렸던 적 없던 것처럼 말끔해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비비적거리는 것까지 날 닮았습니다. 무어라 한 소리 하려는데, 여우가 접촉한 상처를 낫게 해주는 걸 보고 오묘해집니다. 좋은… 건가? 경계심은 낮아졌습니다.) 고마워요…? 이 생명체, 제0구역에 있는 것부터가 보통이 아닌 동물이었어요. (발목 털어보고, 여우를 쓰다듬습니다. 어쨌든 받은 건 돌려주는 신성현이 털끝만큼 지킨 양심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전갈에 물린 상처를 단번에 낫게 만들다니… 뭐,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 생명체 기록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0구역과 13구역은 알 수가 없군. (노란 두 여우가 잘 지내는 걸 보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신성현의 인성 교육은 헛되지 않았다.)

여우는 친근하게 몸을 뒤집어 배를 보여주고, 애교를 부리다가,
인사를 끝내고 나면 형체가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집니다.
……환상인가?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라졌다. 긴 속눈썹을 깜빡거립니다. 신의 힘을 겪은 일들에 비하면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신성현을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가볍게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문제없이 걸을 수 있겠어요. 아픈 걸 눈치채고 다가와 준 걸까요? (당신 손을 잡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말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우리가 보여준 호의에 보답해 준 걸 수도 있고. 잘 됐어, 네 발목을 어찌 치료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치유의 힘을 사용할 수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다. 당신의 손을 마주 잡는다.) 기연이라 생각하자.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지원 판정》
◆ 순서 :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면 나중에 만날 수 있겠죠. 지금은 사막여우가 도와준 발을 이용해 마저 걸어가 봐요.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야죠. 신성현에게 안겨 다녔더니 기력이 회복되었습니다.) 나 달릴 수도 있어요. (진행 판정합니다.)
(2+1)dx 감각 판정 (3DX10) > 10[1,9,10]+1[1] > 11

사막여우에게 치유를 받은 직후라 그런지 발걸음은 유난히 가볍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나 뜨거운 모래는 여전하지만, 아까보단 낫습니다.
우리는 기연을 뒤로하고 마저 나아가기로 합니다.
최종 달성치 11, 진행치가 3 상승합니다.

system

[ GM ] 진행치 : 1 → 4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발밑에 벌레 없나 조심해서 가. 너무 급히 달라다가 넘어진다. (멀쩡함을 넘어 쌩쌩해진 이연화를 다정한 웃음으로 바라본다. 얼른 따라가 비틀대지 않게 옆을 지켜주었다.) 그 사막여우가 도와준 게 확실해졌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지원 판정》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진행 판정》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반걸음 앞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봅니다. 한결 풀린 얼굴이 당신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띠웁니다.) 빨리 와요, 형. 가는 길을 알 것 같아요. (어쩌면 빌어먹을 신의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깃털 같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말? 그러고 보니 사막여우들은 야행성이었지, 이런 낮에 돌아다니는 것부터 이상했구나. (그렇다고 여우가 신의 안내인 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 제 기억 속의 신은… 지독하게 달콤한 향기를 품던 푸른 장미 아치였다. 진행 판정한다.)
(1+0)dx 감각 판정 (1DX10) > 10[10]+3[3] > 13

신기루처럼 사라진 사막여우가 환상이었는지, 정말 신의 안내였을지는 모릅니다.
확실한 건… 사막여우를 만나고 난 뒤로 탑과의 거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기뻐해도 좋을 겁니다.
최종 달성치 13, 진행치가 3 상승합니다.

system

[ GM ] 진행치 : 4 → 7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금은 괜찮아요. (같은 위치에 선 당신 눈에 들어온 이연화는, 흔들리지 않은 눈빛이었습니다. 오히려 즐거워 보여요. 가까워진 탑 인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간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었잖아요? 진실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아픈 거 낫게 해준 데다 이끌어 주었는데. 화낼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요. (이런 ‘도움’을 바랐던 거예요. 잔인한 직시가 아니라.)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은 탑에서, 말없이 화사하게 웃는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눈이 부신 이유는 하얀 햇빛 때문이라고, 그리 여겼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 커진 탑 인영을 마주한다.) …그렇지.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은 도움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었어. 14년이 지나고 드디어 축복이란 걸 받아보는군. (우스웠다. 그런데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클린업 프로세스 : 2라운드 종료》
기이한 축복인지 치유일지 모를 도움을 받고 얼마나 걸었을까요.
몸 가볍게 나아가던 당신의 발끝에 무언가 걸립니다.
딱딱하고, 구멍이 텅 빈…… 결단코, 유쾌한 감각은 아닙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웃음이 뚝 그쳤습니다. 아하, 이제 보니 도움이 아니라 불행과 행운을 번갈아 주는군요? 기적과 불가능을 번갈아 보여준 것처럼요. 무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아까 발언 취소할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검은 전갈이라도…, (농담할 때가 아님을 직감한다. 당신의 시선을 따라 내려간 곳에서 본 건, 검은 전갈보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종류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짝 마른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당신의 발은 시체의 두개골, 정확히는 눈이 있었을 구멍 안에 꽂혀 있습니다.
시체는 살점이 내리고 피는 말라붙어 거의 뼈만 남은 상태입니다. 군데군데 성한 가죽이 보이긴 하는 끔찍한 시체로군요.
시체의 옷 또한 헤지고 낡아 신변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겁 없이 제0구역을 헤매던 젊은이였을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람의 시체를 보고 무감각하다며 나무라진 말아요. 이미 악몽에서 지겨울 만치 시체들을 보아 온 이연화입니다. 괴물에게 잡아먹혀서 뜯긴 시체보다 이편이 양호하지 않나요. 가던 길을 멈춰 상체를 숙입니다. 낡고 헤진, 뼈만 남은 시체를 들여다봤습니다.) 제0구역에 떠났다가 실종된 사람이 한두 명이어야지. 이거야 원, 알아볼 수가 없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개골을 장갑 끝으로 밀어 당신의 발에서 치워주었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혀를 찼다.) 마음 여린 사람이 보기엔 힘든 모습이야. 어쩌다가 이런 곳에서 죽은 건지 추측되는 수가 너무 많은걸. (길을 잃어 굶거나, 보고되지 않은 사막의 생명체에게 먹혔거나.)

⚜ 지식-의료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군데군데 성한 가죽을 조사해서 자그마한 사인을 알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모르는 게 약일까요, 아는 게 약일까요. (장갑을 도로 낍니다. 뼈를 건드리며 생각했습니다.)
(4+1)dx 지식:의료 판정 (5DX10) > 10[1,3,9,10,10]+7[4,7] > 17

당신은 이 시체의 가죽이 모두 녹아내린 것이 아니라, 짐승이 먹어치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얼기설기 남은 잇자국은 이 세상 짐승의 것이 아닙니다.
인간보다 커다랗고, 강대한 무언가가 날카로운 송곳니로 뼈까지 발라 먹은 꼴입니다.
구역질이 치밉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모르는 게 약이었어요. (벌떡 일어섭니다.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에 입을 틀어막습니다. 이 세상 짐승의 것이 아닌 것? 사막에 있던 전갈이나 여우는 그래도 우리가 아는 짐승이었는데. 눈을 돌립니다.) 우리가 아는 짐승의 소행이 아니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인간보다 커다랗고 강대한 게 흔한 짐승은 아니지. (당신의 반응을 보고 얼핏 눈치챈다. 그냥 죽은 게 아닌 시체, 무언가가 먹어 치운 잇자국…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돌아서려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걸 주워 든다.) 잠깐, 이거… 군번줄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군번줄? 시체를 떠나가려던 이연화가 당신이 든 것을 살폈습니다.) 짐승, 이빨 자국, 군번줄…. (목소리가 가라앉습니다. 도밍게즈 소속 군인, 제0구역.)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길 바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말에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이건, 이 군번줄에 쓰인 것은.) …네 바람은 들어주지 않은 것 같군.

군번줄에는 신변이 쓰여 있습니다.
Do■in■■ez at 1■, On ■he d■t, ■■e ■th ‘Timer’…….
풍화된 탓에 군데군데 글씨가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타이머라고? 이렇게 형편없는 시체가? 대체 몇 기수지? 얼굴 가죽이 거의 남지 않아 누군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길한 예감은 늘… 빗겨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틀린 게 하나 없자 수런거리던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햇빛에 빛나는 군번줄을 만지작거리고, 손을 떼어냅니다. 열기는 우리를 잡아먹을 것 같은데 사위가 차가워지는 기분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몰라요. 빨리 가요, 형. (어서요. 외면하다시피 당신을 이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막여우를 만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우리가 만난 짐승이 이 타이머가 만난 짐승이었다면, 지금쯤 시체와 같이 누운 꼴이 되었겠지. 말 못 할 소름이 퍼져왔다. 열기도 몰아낼 수 없는 싸늘한 추위를 느낀다.) 서두르는 게 좋겠어. 낡은 시체라지만 포식자가 어디에 있을지 몰라. (빠른 발걸음에 모래가 튀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불길함에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저 타이머를 잡아먹은 짐승이 무엇일지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막연히 보이는 탑을,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후의 난이도가 10으로 변경됩니다.
《셋업 프로세스 : 3라운드 개시》
1D100 | 해프닝 차트 (1D100) > 71
빠른 걸음으로 걷고, 걷고, 걸어도 모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갑갑한 제복을 감싸는 더위를 견디다 보면, 두 사람은 문득 무릎까지 오는 선인장 하나를 만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선인장을 발견한 이연화가 경계심을 끌어올려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노려봅니다. 힘겨운 일을 겪었더니 의심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선인장에 다가가면 가시를 내뿜을 셈이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건 아냐. (꼬리털을 펑 세운 고양이 같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선인장에 다가가 가시를 장갑 끝으로 툭 누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사막여우 같은 거다. 선인장을 잘라서 물을 얻을 수 있는 거 알아? (군용 나이프를 꺼내 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선인장… 물이요? (슬금슬금 다가갑니다. 아무 일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 경계심을 풀었습니다. 찔릴까 봐 반걸음은 남겨두었습니다.) 이걸로 물 마시라고 있는 거예요? 난 처음 보는데. 맛있나. (사막을 갈 일이 있어야죠. 쭈그려 앉아서 당신이 하는 걸 구경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많이 마셔. 오전과 오후에 수확하는 것에 따라 맛이 다르대. 이건 어떨지 모르겠네. (한쪽을 조금만 잘라내 가시들을 제거한다. 두터운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수분을 보여준다. 먼저 한 입 콕 찍어 문제가 없는 걸 확인했다.) 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광합성 방식이 다르니까 그런 건가? 신기해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먹어보는 건 위험해요. 독 있는 선인장일 수도 있잖아요. (DOT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자란 타이머, 카운터들에겐 이런 상황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미심쩍…한 눈으로 입술을 벌립니다.) 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독 있을지도 몰라서 내가 먼저 먹어본 건데. 네 생각이 맞아. (태평하게 이런 소리를 한다. 미지의 식물을 파트너에게 먹일 순 없잖아. 살짝 벌린 입술 틈으로 선인장 물을 흘려보낸다.) 괜찮아, 이 선인장은 문제없이 먹을 만한 맛이야.

신성현이 자른 선인장의 물을 마시면, 의외로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집니다.
식물이라 미약한 미끌거림이 느껴지는 걸 제외하면 그의 말대로 먹을 만한 맛입니다.
수분 덕분에 더위가 가신 느낌이군요. 이 라운드 중에 행하는 진행 판정 크리티컬치에 -1 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선인장 물이 목을 타고 흐르자, 미심쩍던 눈이 제법 온화해졌습니다. 촉촉해진 입술을 더듬습니다.) 봐줄 만하군요… 이 사막은 누굴 닮아서 행운 불운 행운 불운을 번갈아 주는지. (태평한 소리를 한 신성현은 눈을 치켜떠 이글이글 주시했습니다.) 조심하겠다고 약속해요. 아까 시체 봤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병 주고 병 주고 보단 훨 낫지.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그렇게 보지 마. (호평을 받은 물은 몇 개 더 잘라내 쥐여주었다. 가면서 마셔도 될 것 같았다. 이연화가 잔소리하기 전에 데려간다.) 텁텁했던 목 축인 걸로 봐주면 안 될까. (손등 문질.)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와 관련된 건강은 매번 잔소리하던 형이 회피하기 있어요? 내로남불이에요. (파트너라고 둘이 닮아버렸습니다. 내로남불, 상대만 챙기는 것, 막무가내인 것. 서로가 서로의 업보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갈증을 해결한 이연화가 선인장을 쥐고 당신을 총총 따라갑니다.) 탑에서 키스해 주기 전엔 투정 안 멈출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까 걷다가 종잇장처럼 다친 게 누구였더라. (시체를 보고 놀란 당신이 진정된 것 같아 한시름 놨다. 내가 한 말을 여기서 돌려주다니, 네가 할 말은 아니군. 솔직히 그리 맛없는 줄기는 물만 먹고 버려주었다.) 그때까지 형 안 보게? (농담을 건넸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지원 판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진행 판정》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본다는 건, 아니고요. 형 지금 나 놀리고 있죠. (당신을 닮아 눈치 하나는 빠릅니다. 괜히 심통이 나 당신을 제치고 타닥타닥 앞서갑니다. 팔이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놓치면 종잇장처럼 날아가서 버리고 갈 거예요. (버리고 가기 싫어서 아주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진행 판정합니다.)
(2+1)dx9 감각 판정 (3DX9) > 10[1,7,10]+8[8] > 18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랑스럽고 소중한 파트너를 왜 놀려. (놀리는 것이다. 웃음이 튀어나오지 않게 수습한다. 당신을 힘 있게 따라가, 훌쩍 따라잡는다. 뒤에서 끌어안고 뺨에 키스한다.) 형이 잘못했어, 화 풀어. 연화 허락 없이는 위험한 행동 안 한다고 약속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늘어져서 새침하게 느껴지는 눈가는 당신이 뽀뽀해 주는 것에 맞춰 느슨해집니다. 어느 날 무도회에서 내뱉은 말을 입에 올립니다.) 형은 얼굴에 감사해야 해요. 잘생겨서 뽀뽀만 해줘도 화가 풀리는 얼굴이니까요. 됐어요, 안아주기나 해요. (두 팔을 뻗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잔소리하려고 보면 할 말을 까먹게 만드는 네 아름다운 얼굴은 어떻고. (기억하고 있어, 네가 해준 말과 거기에 자신이 대답했던 말. 낮은 웃음이 귓가를 스친다. 당신을 붕 올려 안아, 봄날의 춤을 추듯 내려두었다. 화는 성공적으로 풀렸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잘생긴 신성현 씨를 꼬시기 위해선 이 정도는 해줘야 해요. (살짝 들려 안았다가 내려놓는 손길에서 온기를, 애정을 느낍니다.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았습니다. 먼저 나아가지 않고, 뒤처지지 않고 당신과 같은 거리에서 팔을 껴안습니다.) 내 기꺼이 넘어가 드리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분에 겨운 영광인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 나를 꼬시고 있다니. (원상태로 복귀해 아이처럼 달라붙은 이연화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넘겨준다. 덥고 힘겨운 여정이지만, 당신과 함께라서 괜찮았다. 군화를 잡아먹는 모래는 이 걸음을 붙잡을 수 없었다.)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이연화 씨.

최종 달성치 18, 진행치가 2 상승합니다.

system

[ GM ] 진행치 : 7 → 9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지원 판정》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진행 판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앞으로 조금 남았으니까. (마지막이라고, 당신과 백색 사막을 걸었다. 빛이 스며든 곳, 어떤 생명체도 발견된 바 없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너와 내가. 도망가는 탑을 붙잡으려 진행 판정한다.)
(1+0)dx9 감각 판정 (1DX9) > 10[10]+3[3] > 13

캐릭터 인장

이연화

(드디어… 입안을 모래 알갱이가 가로막고 햇빛이 우리를 불태워도 맞잡은 손을 떨어지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여태까지 신성현과 헤쳐 나간 세월이 몇 년인데요. 제 곁을 지켜주는 당신을, 자신이 지킵니다.) 거의 다 왔어요.

꾸준히 나아가는 걸음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우리는 목표 지점까지 도달합니다.
둘이서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으니까. 이번에도 그랬을 뿐입니다.
최종 달성치 13, 진행치가 2 상승합니다.

system

[ GM ] 진행치 : 9 → 11

끊임없는 모래를 즈려밟고 나아간 끝에, 누군가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칩니다.
“오벨리스크다!”
《FS 판정 종료》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3 → 4
[ 신성현 ] 로이스 : 3 → 4

◆ #Scene 6. 높이 솟은 오벨리스크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60 → 69
[ 신성현 ] 침식률 : 59 → 60
[ 신성현 ] BN : 0 → 1

온통 모래로 가득한 바닥에 아까 본 것과 같은 시체 몇 구가 더 쓰러져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배치입니다. 흰 바닥과 타이머의 시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벨리스크?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습니다. 오벨리스크, 라고. 거대한 탑과 시체를 바라보며 섬뜩한 소름을 내리누릅니다.) 타이머 전시실에서 봤던 것 말이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형태나 긴 탑을 생각해 보면 맞는 것 같군. 전시실에서는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어. (흰 바닥과 타이머의 시체…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제0구역의 손가락은 오벨리스크였던 건가.

타이머들은 왜 이곳에 죽어있는가, 온갖 의문 사이로 시선을 들면 바로 앞에 높고 긴 기둥이 보입니다.
그렇게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더니, 어느새.
몇 발자국 앞에 선 그것은 무척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석재로 만들었는데, 단면은 사각형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처럼 지은 건축물입니다. 입구도, 창문도 없고 벽면을 따라 글씨가 잔뜩 조각되어있을 뿐입니다.
표면의 글씨는 도저히 읽을 수 없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자입니다.
태양을 향해 선 것. 아까 누군가 ‘오벨리스크’라고 불렀습니다
아, 그래요. 이런 구조물을 오벨리스크라고 불렀던 것도 같습니다.
양을 숭배하고 신을 찬양하기 위해 세운 우상. 봉헌의 명문을 기록한 기둥. 그리고,
신의 첫 번째 손가락.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기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던 타이머의 시체는 짐승에게 물어뜯긴 시체였어요… 어쩌면 탑 근처에 짐승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상당히 조심스럽게 탑으로 나아갑니다. 작은 기척이 있을까 주의를 기울이며 거대한 기둥을 매만집니다. 알 수 없는 글씨, 오벨리스크, 전시실.) …조각상처럼 서야 할까요. 마침 딱 28명이잖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짐승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탑에 다가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를 찌푸린 얼굴로 본다. 여러 암호를 떠올렸으나 맞는 것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신성현이 당신에게 수긍했다.) 태양이 시곗바늘 같은 탑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니까… 시도해 보자. 수상할 정도로 전시실과 닮았어.

말마따나 태양은 당신을 비웃는 것처럼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빛은 오벨리스크의 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시곗바늘 같아요.
그렇다면, 전시실처럼 제자리가 있을 겁니다. 시간에 맞춰서 서는 거예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온갖 생각이 드네요. 전시실에 DOT의 입김이 들어갔다면, 그들이 제0구역에 들러 탑의 모양을 본 적 있어서, 조각상을 고안해 냈을지도 몰라요. 여기에 괜히 타이머의 시체가 있을 리는 없어요. (공교로운 힌트였습니다. 14년 전 전시실과 지금의 상황이 겹친다니. 이것은, 필연이 아니고서야… 당신의 손을 잡아 10시 자리에 섭니다.) 우선 이 망할 곳을 벗어난 뒤 추궁해 보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 말은… 지구의 타이머를 훔친 DOT가 오벨리스크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구나. 그럴 수도 있겠어, 행성이 다른 곳에서 사람을 어떻게 감쪽같이 빼내 왔는지부터가 의심스러워. (의심이 한계점에 도달했으므로, 그들의 거짓말을 넘어가 주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 터였다. 신성현은 당신의 결정을 따른다.)

흰 바닥, 검은 그림자, 그리고 숫자. 세 가지가 모두 모이니 완벽한 시계가 완성됩니다.
0부터 13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자 총 14개의 시간이 모입니다.
있어야 할 곳은 언제나 여기에 있었고, 우리는 우리의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퍽 쉬운 일이었습니다.
신성현과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가 나란히 자리를 잡자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한 바퀴를 돌기 시작합니다.
태양의 위치와 상관없이 움직이던 그것은 느린 동작으로 결국 정각에 다가섭니다. 0시이자 12시인 칸입니다.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지만, 대신 오벨리스크가 울기 시작합니다.
기다란 것이 몸을 흔드니 천지가 뒤집히고 지축이 뒤틀립니다. 위압적인 상황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종소리… 한 번, 요란하네요. 꽉 잡아요. (부드러운 모래 위에 서서 강렬한 진동을 감당하는 것은 제법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비틀거리면서도 시간이 엇나가지 않게 버팁니다. 종이 울리고 세계가 움직였었지. 너는, 오벨리스크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거죠? 이곳에 초대한 이유가 뭐예요? 진실이 코앞에 다가온 듯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능력을 사용할 수 없어 당신이 떨어지거나, 넘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허리를 감싸고 제 쪽으로 당겨왔다.) 푸른 장미 아치에 비해 거친 방법들이로군. (모래 아래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려나, 그도 아니면 오벨리스크가 타이머를 해쳤던 무언가를 뱉어내려나. 비상식적인 압도에 신경이 날카로웠다.)

지진이라도 나는 것처럼 사정없이 사지가 떨립니다. 제자리를 지키기가 퍽 어려웠습니다.
땅은 갈라지지 않았지만, 저 멀리 모래로 쌓은 산등성이가 움푹움푹 꺼져 갑니다. 생리적인 공포가 고개를 듭니다.
진동하는 휴대폰처럼 한참 요란을 떨던 것이 모두 멈추고 나면!
새로운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황금의 몸체에 빛처럼 흰 글씨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동이 극에 달하자 신성현을 붙잡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머릿속과 천지를 뒤흔드는 떨림이 마침내 멈추면, 들어 올린 눈동자에 황금빛, 백색을 섞은 글자가 보입니다.)

〈나는 시작과 끝이오, 알파와 오메가이며 우림과 둠밈이라. 태초의 빛이 모든 것을 밝힐지니 있던 것들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지라.〉
깜빡.
아지랑이가 당신을 뒤덮습니다.

모래 위를 따가운 햇볕이 긁고, 열기가 아지랑이를 피웁니다. 망막에 맺히는 상은 모두 헛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합니다. 완벽한 형태를 갖춘 환상이 세계를 펼칩니다.
제일 먼저 떨어진 것은 회색 신문이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기사의 굵직한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도밍게즈 멸망까지 초읽기 시작, 카운터의 행방불명!〉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야가 뒤집히고 펼쳐진 것은 7년 전, 플라네타리움에서 보았던 것처럼 흘러가는 아지랑이. 범람하는 정보를 쥐어 정리합니다. 혼란스러운 통보의 향연이었습니다. 우주를 부유하는 감각. 현실과 동떨어진 손을 쥐락펴락하다가, 시야에 들어온 신문을 읽고 멈칫합니다.) 카운터의…. (나의, 행방불명이라고. 이것은 오벨리스크가 보여주는 미래인가?)

당신이 흉흉한 기사를 보고 혼란스러운 정신을 정리하고 있을 때, 누군가 한숨을 뱉습니다. “그놈의 멸망, 멸망. 지겹다니까.”
상황이 바뀌고 DOT, 그러니까 하인리히 장교가 책상을 내리칩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카운터를 잃어버리다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장교님. (아지랑이일 뿐인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리란 건 알고 있어요. 허나, 그러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밍게즈의 멸망, 카운터의 부재, 하인리히 장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내가 왜, 그렇다면 신성현은? 카운터가 없는 타이머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아지랑이를 방황했습니다.)

말이 되건, 되지 못하건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카운터, 반쪽을 잃어버린 세계는 멸망을 향해 가속합니다.
잠깐. 착각하지 마세요.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곧이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흐렸고, 눈은 칙칙한 회색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피해 삼삼오오 지붕 아래로, 우산 아래로 숨어들었지만, 멸망을 피하려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카운터가 없더라도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너희의 도망하는 일이 겨울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했던가요. 소리소문없이 다가온 멸망은 겨울에 임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직 괴물이 나타나지 않은 도밍게즈는 완전한 종말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화재도 결국 해결될 문제였어요. 내가, 신성현과 그리 만들 거였으니까. 감히 타 행성의 시간을 훔쳐 종속되고자 하던 행성을 구원하고자 했으니까. 그런데 멸망이라니. 초읽기를 벗어난 도밍게즈의 끝이라니. 그간 무엇 때문에 견디고 견뎌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건데. 오직 신성현을, 그가 살아있는 도밍게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운 환상을 보여주는 아지랑이가 사라졌으면 했습니다. ‘대체 왜?’ 간단한 질문이 머릿속을 두들겼습니다.)

아무리 부정해 봐도 당신이 눈을 깜빡이니 세계가 멸망했습니다. 처음 보는 괴물이 누군가의 머리를 꿰뚫고, 목을 꺾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쓰레기처럼 깔아뭉갭니다. 길거리에는 시체가 잔뜩 널려 있습니다.
하늘의 구멍으로부터 다리가 무수히 많거나, 피부가 벌레처럼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이를 가지거나, 거대한 괴물들이 계속 쏟아집니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죽음에 이르는 것뿐이었습니다.
칼 같은 바람이 피부를 저밉니다. 툭하면 눈보라가 시작돼 도망갈 수 없도록 앞길을 막습니다.
거세한 돌풍이 불면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마저 목을 떨구며 지은 이들을 짓누릅니다.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이었습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잡아 먹힙니다. 사람들은 괴물이 보내는 꿈에 시달리며 팔이 떨어지거나, 몸을 꿰뚫리거나, 머리를 잡아 먹히는 꿈을 꿨습니다. 눈을 떠도 꿈은 끝나지 않고, 비참한 현실이 반복됩니다.
괴물이 모독적으로 웁니다. “테켈리 리!”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다려. (손을 뻗으면 괴물과 사람이 저를 통과해 흩어집니다. 이 세계에 카운터는 없다는 듯. 내가 바란 미래는 이런 게 아니에요. 멸망해 버린 지구와 다르게 평화로운 도밍게즈에서, 신성현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미래였어요. 비명과 신음이 산발하고 붉은 피가 땅을 적시는 미래가 아니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가요? 두 행성의 멸망을… 지켜봐야 하는 운명인 거예요? 가슴께가 지끈거렸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울음마저 부재한 작은 별에는 죽음만 가득했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지 못하고 스러져갑니다.
기나긴 겨울이 이어지며 인간이 쌓아온 모든 문명은 무너졌습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판국입니다.
보고만 있는데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분명히 도밍게즈란 걸.
제일 처음 본 기사가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믿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태 누리던 평온이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모래가 쏟아지는 속도가 지독히 신속합니다. 목전에 다가온 멸망은 생생했고…… “우리를 구원하소서!” 누군가 단말마를 지르곤 쓰러집니다.
그러나 추위를 피해, 괴물을 피해, 달리고 달려도 형편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식물은 말라 죽고 동물은 얼어 죽으며 물은 썩고 시체는 되살아납니다. 모든 것이 바닥으로 꺼지고 맙니다.
외려, 인간이 멸종하지 않은 것이 더 놀라울 지경입니다. 현실이 무거워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의 걸음이 비척거립니다.
그나마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비치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니야.

신성현이 느리게 말을 더듬습니다. 새하야니 불길한 국화가 지천에 가득했습니다.
……직감합니다. 장례식장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숨이 막혔습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쁘게 드나들고 귀가 먹먹해집니다. 어지럼증이 치솟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습니다. 손을 뻗어 제 파트너인, 신성현을 잡으려 애쓰지만,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지랑이에 불과할 뿐인 당신이 저를 돌아봐 주길 바라며 목소리를 쥐어 짜냈습니다. 국화, 국화, 국화… 사방이 하얀 꽃밭이었습니다. 너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네가 이런 곳에 있으면 안 되는데….)

제대로 상복조차 갈아입지 못한 신성현은 여전히 제복 차림이었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상처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애절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무릎으로 기어, 차게 식은 관 앞에 엎드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런 건… 이런 건, 내가 바란 게 아니야….

아무도 누구라고 설명해주지 않았고 지독한 환상에 자막 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이들인, 나의 타이머를 지독하게도 닮아있었으므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보다 못해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습니다. 관 안에 누운 게 카운터가 아님에 안도하면서도 우리의 존재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괴로웠습니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당신에게 닿을 수 없다는 점이 그보다 괴로웠습니다. 당신의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의 슬픔을 바란 게 아니에요. 반대로, 그의 따뜻한 웃음 단 하나만을 보려고… 나는… 벅찬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만해. 싫어.)

…….
고작 14일입니다. 도밍게즈에서 카운터가 떠난 지 14일.
멸망이 도래하고 종말이 임하기엔 너무 빠른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참아왔던 것처럼…… 쏟아진 괴물들은 가을의 벌레떼처럼 도밍게즈를 뒤덮었습니다. 도밍게즈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타이머의 소중한 이들조차 그러했습니다. 죽음 앞에 예외란 없었습니다.
이것은 어떤 신호였습니다. 암시고, 예언이며, 확신입니다.
카운터가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초의 그 예언은,
이루어지고 말 것이라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비로소 오벨리스크가, 신이, 세계가,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도밍게즈를 떠나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것. 당치도 않은 소리! 누구 때문에 불시착한 시간인데. 우리의 신이었다면 이렇게 되기 전에 막았어야지. 신의 손가락들이 결합되기 전에 떨어뜨렸어야지! 이제 와서… 이제 와서 되돌리라고. 나의 파트너를 떠나가라고.) 신성…현. (나 여기에 있어. 데리러 와줘, 제발. 괴물떼처럼 쏟아지는 신호를 부정하려 애썼습니다. 꽉 깨문 입술에서 피 맛이 느껴졌습니다.)

몇 번이고 신성현의 이름을 되새겨도 아지랑이는 당신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아지랑이의 미래는 당신의 눈꺼풀을 비집고 모든 것을 새깁니다.
구원자가 품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참담함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뒤집힌 화면에서, 당신은 여태까지 중 가장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낯이 익은 게 아니라……
거울 속에서 늘 보아온 얼굴입니다. ‘이연화’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는 눈을 감아도 감아도 보이는 광경에 몸부림치다가, 퍼뜩 고개를 들었습니다. 사라졌다던 카운터. 나 자신. 그의 곁에 혹여 신성현이 있을까 미약한 희망을 품어 바라봤습니다. 식은땀과 눈물에 젖은 얼굴이 엉망이었습니다.)

이 세계의 신이 있다면 당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미래를 보여줄 순 없습니다.
이연화는 타이머를 붙들고 기꺼이 어딘가를 찔렀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환상 속의 이연화는 분명히 그러고 있었습니다.
붉은 피가 바닥을 적십니다. 이미 무너진 기둥의 잔해가 바닥에 장난감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홀로 정지한 세계에서 눈을 깜빡입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내가 이 손으로… 신성현을. 차갑게 식어버린 제 손을 바라보고, 붉게 물들어 가는 ‘이연화’의 손을 바라봅니다. 뭐…하는 짓이야, 지금. 저 자신이 호흡을 멈추고 있다는 것마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강한 충격이었습니다. 눈앞이 새하얘집니다.)

제0구역의 오벨리스크,
제1구역의 기상 관측 탑,
제2구역의 높이 솟은 공장의 굴뚝,
제3구역의 세계수라고 불리는 가장 오래된 나무,
제4구역의 시계탑,
제5구역의 녹지 않는 얼음벽,
제6구역의 갈대밭의 솟대,
제7구역의 멈추지 않는 풍차,
제8구역의 화려한 전망대,
제9구역의 화이트 루프 꼭대기에 설치된 놋뱀,
제10구역의 더는 작동하지 않는 최초의 우주선,
제11구역의 예언의 탑,
제12구역과 제13구역의 등대까지.
세계를 수호한다는 신의 손가락은 모두 꺾여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것은 신을 향한 기만이 아니라 돌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신이 세계를 나누고, 각 세계를 위하여 세운 것을 꺾어야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로소 이토록 신속히 임한 멸망의 까닭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이연화가 사랑하던, 나의 운명, 나의 반쪽, 하나뿐인 나의 파트너.
타이머의 피가 이연화의 손을 타고 흐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안 돼, 언어가 되지 못한 말은 목구멍 너머로 삼켜져 사라집니다. 심장 부근을 부여잡고 싸늘한 숨을 연신 내쉽니다. 꺾인 것은 신의 손가락과 나의 파트너일진대 자신이 생을 다한 듯 온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웃기지 마. 이게 무슨, 돌아가는 방법이야. 이런 방법 따위… 나는, 인정할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없어. 나의 파트너를 무너뜨려야 한다면 차라리, ‘이연화’를 바라보는 이연화의 시선이 적의를 품었습니다.)

당신보다 더 당신과 닮은, 환각 속의 이연화는 살기 넘치는 시선을 지나칩니다. 그리고 붉은 피를 무너진 잔해에 덧바릅니다.
붉은 피가 각기 다른 색의 벽돌들을 적시고, 문설주와 인방을 모두 칠한 순간……
장미 향기가 났습니다.
신의 손가락을 꺾고, 구원자의 피를 훔치고서야 내내 찾던, 열고자 했던 그 아치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성현이 바닥에 엎드러져 있습니다. 가련한 모습이었으나 이연화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시선은 그곳에서 떼어낼 수 없었는데, 환상 속의 이연화는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아치문을 넘어섰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지 마,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 거잖아. 신성현을 버리고, 신성현을 무너뜨리고 가선 안 되는 거잖아! 저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래요! 이연화가 신성현을 저리 만들 리 없어요.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갈 수 있을 리 없어요. 그야… 신성현은 이연화의 세계, 존재, 호흡 그 자체였으니까. 신성현 없인 이연화가 살아갈 수 없으니까. 눈앞이 점멸합니다. 크나큰 고통을 받아 심해지는 두통 탓이었습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푸른 장미 아치를 넘어 사라지는 이연화를 바라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나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저 푸른 장미까지도.)

새파란 장미가 만개했습니다. 때를 모르는, 완벽한 모습입니다.
아! 그 문턱을 넘으면…… 비로소 돌아갈 수 있겠지.
참담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진실을 깨닫습니다.
어쩌면 가장 알고 싶지 않았던,
소중한 사람의 미래일 것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이연화는 소리 없이 무너졌습니다. 제어하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릅니다. 싫어요, 싫어요… 생각나는 말이 그런 것밖에 없었습니다. 신성현과 헤어지기 싫어요. 돌아가기 싫어요. 그의 피를 제물 삼아 꽃피울 수 없었습니다. 왜… 나예요. 왜 하필 우리예요. 한 번도 신성현과의 만남을 후회한 적 없었는데, 이러면 안 되잖아. 너와 내가 구원자가 아니었더라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을 수 있었을까. 부질없다고 생각했던 물음이 오늘따라 간절했습니다. 심장을 옥죄고 숨을 틀어막았습니다. 허억, 턱 차올랐던 숨을 내쉬었습니다. 나의… 파트너가 보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돌아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속한 시간의 손가락을 무너뜨리고, 그 잔해에 신성현의 피를 바르는 것입니다.
잔혹한 진실을 들이민 아지랑이가 흩어집니다.

《씬 종료》
◆ #Scene 7. 평화의 아지랑이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8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6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69 → 77
[ 신성현 ] 침식률 : 60 → 66

눈을 깜빡이면, 도로시를 쓸어간 태풍처럼 아지랑이는 흔적도 없고 깨끗한 모래가 희고 곱게 누워있을 뿐입니다.
환각에 시달린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아직 가운데에 놓인 오벨리스크는 건재했으나, 봉헌의 명문만은 달라진 채였습니다.
〈안식년에 도래하여 가장 완벽한 날이 이르렀으니, 인과를 너희 앞에 보이고 기꺼이 좁은 문을 열겠노라.〉
이상한 일이죠. 전혀 모르는 글자였는데 분명히 읽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나오는 것은 눈물이고 신을 향한 적의밖에 없는데. 가장 완벽한 날이라고… 좁은 문을 열겠다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신이 말하고자 하는 건 즉, …우리의 이별이었습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같은 것을 봤을까, 혹은 다른 것을 봤을까. 당신만큼이나 파리한 안색을 한 신성현이 고개를 돌린다. 당신을 바라본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고, 같은 것을 깨달아 슬픔을 머금었다. 맞잡은 손이 형편없이 떨린다. 이연화, 그리 말하려던 입술이 도로 닫힌다.)

깜빡, 깜빡. 당신이 눈을 깜빡이자 신성현 또한 같은 속도로 눈을 깜빡입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일은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세계를 창조하는 것처럼, 안식에서 깨어난 신이 능력을 휘젓습니다. 신의 형체도, 존재도 느낄 수 없었으나 눈앞의 일이 증명합니다.
눈부신 빛과 함께 태양이 순식간에 불타고, 비를 머금은 구름이 섬광을 가립니다.
모래뿐인 바닥에서 순식간에 푸른 장미가 자라나 오벨리스크를, 신성현과 당신의 발목을 휘감았습니다.
천둥소리도, 번개의 형상도 없었는데 별처럼 다닥다닥 오벨리스크의 글자들이 조명을 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당신을 부르려던 입술이 함께 닫힙니다. 그저, 우리를 휩쓰는 신의 힘에 몸을 맡기고 어지러이 뒤섞이는 감정을 내보였을 뿐이에요. 발목을 휘감은 장미가 지독하게 달콤한 향기라서, 신이 강림하는 듯한 풍경이라서. 눈물에 젖은 눈꺼풀을 떴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구원자, 시간이 선택한 타이머, 카운터… 우리를 부르는 수식어는 많지만 결국 같은 인간이야. 이런 진실을 받아들이기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발목을 휘감은 장미의 가시를 삼키는 것 같은 심정으로, 당신을 끌어당긴다. 품에 안아 같은 곳을 바라본다.)

부서진 태양은 떨어지며 눈이 되었습니다. 차가운 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만나처럼 부드럽게 녹습니다. 메추리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메꿉니다.
그 어떤 산 것도 다닐 수 없는 사막에 불길한 새의 지저귐이 깨진 자장가를 연주했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모든 소리를 몰아낸즉 봉헌의 명문이 보입니다.
〈태초에 낮과 밤을 짓고, 여자와 남자를 만들고, 하늘과 바다를 빚으니 모든 것들이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 배필이 있어야 완벽하니 이는 세계 또한 마찬가지. 두 세계를 빚어 하나는 우편 하늘에, 하나는 좌편 하늘에 달아두었으니〉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입맛을 다셨다. 아, 한낱 피조물들은 이토록 나약하고 연약하니 어찌 두고 잠들랴. 능히 대적하고 일어설 수 있는 것들을 세웠도다.〉
〈그러나 어리석은 것들이 끔찍하고 삿된 꿈에 현혹되어 기어코 금단을 범했더라. 우편의 것을 좌편에 끌어다 세우니 능히 대적할 자를 잃은 세계에 멸망이 임한다. 틈을 타 끔찍하고 삿된 것들이 기어들고, 혼돈이 가득하더라.〉
〈그런즉 너희는 본분을 다하라. 자리를 지키라.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가장 높은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든 것의 진실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떨리는 숨이 물기에 젖어있었습니다. 결국 같은 말을 번복하는 거예요. 우리의 만남은 잘못되었고,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어느 날 불현듯 세계를 만든 신은 인간이란 존재를 간과했습니다. 우리의 감정을, 우리의 마음을 간과했습니다. 이렇게 괴롭게 만들 거였다면… 차라리 구원자를 인간으로 만들지 말지. 반대편에 서 있는 운명에게 이끌리게 하진 말았어야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필 우리가 신이 만든 그릇이라서, 서로에게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신의 손가락은 애초에 14개여야 했다. 한 번 맞닿아 엮어지기 시작한 그것은 이제… 떨어지기 힘들 텐데도. 완벽한 대칭을 잃어버린 세계는 기울어졌다. 그러니, 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와 시간이 안배한 운명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말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아픔에 눈을 감는다.)

옛날 옛적, 신은 두 개의 세계를 빚었습니다. 지구와 도밍게즈를 각각 걸어두니 이계 신과 위대한 옛것들은 틈틈이 무너뜨리고 부수며 한입에 삼키려 들었습니다.
세계를 만들고, 지쳐 노쇠한 신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꺾어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타이머를 보냈지만…… 이계의 것들은 더욱 교활했습니다.
그것들은 신이 잠든 사이 신을 흉내내 세계 멸망의 꿈을 전송하고, 멸망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는 척 지구의 타이머를 훔쳐다 주었습니다.
방법만 알려주자 일은 척척 전개되었습니다. 지구의 타이머가 사라진즉 이계의 신들이 배 불리며 포식했습니다.
문득, 악몽에 시달리던 지난 밤이 떠오릅니다.
세계 멸망이란 재난도, 재해도 아니고……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도밍게즈가 불러온, 지구의 멸망이 딱 그랬습니다.
장미가 피어나고, 어둠이 자라납니다. 하늘에 뜬 태양을 검은 그림자가 잡아먹고, 빛이 서린 모든 곳에 밤이 내렸습니다.
모든 것을 읽고 나자 눈앞에 남은 것은 암막뿐이었습니다. 위와 아래를 구별할 수 없었고, 좌우가 헷갈렸습니다.
오로지 실감하는 것이라곤 옆에 선 이의 존재뿐.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신성현. (울음을 참지 못해 작디작은 목소리가 겨우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세계와 파트너, 파트너와 세계. 어찌 고를 수 있겠어요. 나의 세계는 곧… 당신일진대. 당신을 버리는 것이 세계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분명 봄이 찾아와야 할 이 계절에 시리고 시린 겨울 향기가 들어찹니다. 당신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나 좀… 안아줘요. (세게, 나를 붙잡는 것처럼.)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변함없이 사랑스러워야 할 이름이 지금은 한 마디, 한 마디 무거워서… 몇 초 숨을 삼킨 뒤에야 당신을 끌어안았다. 품에 가득 껴안아, 붙잡는다. 불안정한 숨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당신에게,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신이 직접 이 땅에 던지는 이야기란 어찌 이토록 선명한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당신을 끌어안으면, 다시금 새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의 형체도, 그림자도 확인할 수 없으나 소리만이 선명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신의 울음이거나, 우리를 위한 자장가였을 것입니다.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그곳은 수도였습니다.
푸른 하늘, 희게 펼쳐진 길, 끈을 엮어 매달아 둔 색색의 깃발과 우산, 그리고 손수건. 정처 없이 부유하는 풍선과 꽃가루.
완벽하게 아름답고, 완전하게 꾸며져 있던 그 날의 수도. 건국 축제 즈음의 모습이 분명합니다.
너무나 교묘해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나쁜 꿈을 꿨다고 눈을 돌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신은 도망갈 구석을 두지 않습니다. 수도에는 오직 사람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물의 창틀마다 여전히 새파란 장미가 피어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질릴 법한 장미 향기가 숨을 틀어막습니다.
불가능과 기적이란 모두 신의 영역.
아치문이란 신의 예비하심을 따라 운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입니다.
시계탑의 흰 벽에 새겨진 새파란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정확히 14년째 되는 날 문이 열릴 것이오,〉
〈순응하지 않는 자 저주받으리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의 자장가, 사람만이 없는 수도, 새파랗게 만개한 장미꽃, 아름답게 부유하는 풍선과 꽃가루. 그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게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신성현의 향기와, 고동 소리와,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을 끌어안는 손길이 애절했습니다. 꼭 당신이 사라질까 부여잡는 듯했어요. 희게 질린 목소리를 토해냅니다. 아니, 어린아이의 울음이었습니다. 당신의 품 안에서 무너집니다.) 형… 신성현, 나… 나는… 싫어요. 가기 싫어요.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버텼어요. 형이랑 살아가고 싶어서 버텼어요. 그런데 이제 돌아가래요, 우리가 떨어져야 한대요… 나, 어떡해요? (두서없는 말이었습니다. 울음까지 더해져, 알아듣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전하는 바는 명백했습니다.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에게 무얼 말하든 상처를 줄 것이다. 내가 해야 할 행동은 무너지는 당신을 세게 움켜쥐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것이었다. 꼭 같은 크기와 빠르기로 세차게 뛰는 고동 소리가 느껴진다. 너도, 나도. 슬퍼하고 있구나. 이 이별에… 직전으로 다가온 선택에. 어찌하여 우리일까. 긴 세월을 건너 만날 수 없는 시간으로 태어난 게, 왜 하필 우리일까. 새파란 장미 향기에 질식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연화야.) 우리는 돌아가야 해. (보내기 싫어, 이별하기 싫어. 마음과 반대된 말을 읊조렸다.) 아직 지구가 멸망하지 않았으니까. 네 가족, 네가 그나마 소중히 여기던 것들. 전부… 거기에 살아있어. 지금 돌아가지 않는다면 늦어버리게 될 거야. 떠나지 않은 자 저주받고, 지구는 정말로 멸망하겠지. 나고 자란 것을 빼앗긴 네게, 지구를 멸망시키라는 말까지 할 순 없어… 이연화. (카운터가 돌아간다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 예언, 확신. 신성현이 서글프게 웃는다. 당신의 뺨을 쓸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나는 알 수 있어요. 누구보다 보내기 싫어하는 눈이면서, 사실은 붙잡고 싶어 괴로워하는 눈이면서,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형이… 어떻게 떠나라 말할 수 있어요. 나는 형 없인 안 되는 사람이에요. 신성현이 존재해서,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거예요.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이연화의 세계는 신성현이라고! (검은 제복을 쥔 손이 떨리다가, 어느 순간 힘이 탁 풀렸습니다. 그래요, 투정에 불과해요. 어쩌면 당신을 잘 알고 있기에… 그리 말할 것을 예상하였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지독하게 다정한 사람이니까. 내게 잃어버린 것을 돌려주려 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요. 가지 말아요, 보내지 마요. 내 옆에 있어 주세요… 응? 제발요. 지구에 두고 온 거, 이제 기억도 안 나요. 평생 신성현만을 보며 살아왔는데 신성현까지 없으면 나는… 숨 쉴 수 없을 거예요. (당신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깟 저주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힘없이 흐느낀 이연화가 내 세상에게 빌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떠나보내는 말을 하는 동시에, 제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흉터가 새겨진다. 맞아, 거짓말이야.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이연화를 붙잡고 싶고, 보내기 싫은 사람은 신성현일 테지. 결국… 당신 앞에 한쪽 무릎을 꿇는다. 주저앉은 당신을 한 번 더 끌어안으면서, 울음을 삼켰다. 네가 울면 달래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이 감정을… 슬픔을…. 반지를 나눠 낀 당신의 손에 깍지를 낀다. 간곡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래. 이연화는 신성현의 세계고, 나 없이 살아갈 수 없고, 우리의 손이 떨어지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알아. 14년이나 지난 네게는 지구보다 도밍게즈가 익숙할 것도 알고. (그래서, 그러니까, 이러는 것이다. 비집고 새어 나오려는 울음을 참는다. 이를 꽉 깨물었다. 당신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선 안 된다. 흔들림 없는 푸른빛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본다.) 잘 들어, 이연화. 네가 지구에 돌아가도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함께 간다는 말은 못 해, 나는 이곳의 시간이라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어. 다만,
…지구에 존재하는 새로운 ‘신성현’이 너와 함께한다고 약속할게. (자신이 본 미래. 시간이 사라진 지구가 종속되기 위해 새로이 선택한 진짜 ‘카운터’를. 아마 돌아간다면, 나의 카운터는 그의 타이머로서 우리가 느꼈던 운명을 되풀이하겠지. 그것을 봤을 때 이미 결정했다.)
돌아가.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다정함이 독이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보내려는 겁니다. 신성현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성이 멸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설령 나에겐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행성일지라도. 세상에 수몰되는 느낌입니다. 나를 이루던 근간이, 당신의 사랑으로 버텨오던 마음이, 산산이 부수어지는 감각. 언젠가… 당신을 강제로 살리게 된 부작용을 각오하기는 했어요. 허나, 결코 이런 식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린 미래에는 신성현이 함께였어요. 나 혼자가 아닌, 당신과.) 잘 알면서 왜…! (억눌린 말을 이어가려던 이연화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깜빡, 깜빡. 크게 뜬 눈가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은 그가 되물었습니다. 카운… 터, 라고. 지구가 선택한… 새로운 파트너. 그에게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당신이 잡은 손을 꽉 잡아 옵니다.)
도밍게즈에 남은… 신성현은요? (내가 가고 난 뒤의 너는? 아지랑이가 보여준 환각에서, 미래에서 관까지 기어가며 괴로워하던 너는. ‘이연화’도 없는 신성현은. 자신이 짓고 있을 표정이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아까보다 더, 더더욱, 아픈 표정일 거예요. 힘겹게 속삭였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에요. 내가 자라나며 사랑한 사람은, 추억한 사람은 지구의 신성현이 아닌… 도밍게즈의 타이머라고요.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말해봐요, 형. 몰라서 묻는 거냐고요…. (해야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감정을 추슬러 당신에게 다시 웃어주는 신성현은 그 어느 때보다, 어느 날보다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람결에 살랑이는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다.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듯,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듯. 그렇게 웃었다.) 괜찮아. (느리게 다가와 당신의 이마에 키스했다. 입술이 길게 닿았다가 떨어진다. 마음속 언어를 정제하고 정제해서, 기어이 꺼내 들었다.) 알지, 이연화. 나는 너를 훔친 사람이고 너는 훔쳐진 시간이라는 걸. 애초에… 도밍게즈가 지구의 것을 탐낸 순간부터, 정해져 있는 운명이었을지도 몰라. 이것은 우리가 갚아야 할 대가이며, 속죄야. 앞으로 버텨내야 할 시간이다. (멸망의 시작, 초읽기. 그 예언은… 도밍게즈가 지구의 것을 탐했기 때문에 태어난 예언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마와 이마가 톡, 맞닿는다. 온기를 담은 숨결이 뒤섞인다.)
어찌 모를까. 내가 아는 너는 지구의 ‘신성현’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고… 그자는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네게 사랑을 부탁하는 게 아니야.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손을 내려 당신에게 보여주었다. 영혼으로 묶인 맹세, 우리가 함께하겠다는 증표. 서로의 눈동자를 꼭 닮은 푸른 보석과, 금빛 보석.)
신성현은 이연화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함께야. (언제 어디서라도 너를 찾아갈게. 사랑해. 우리는 종국엔 같은 운명을 돌게 될 것이다. 같은 궤도로, 같은 우주를 유영하며.)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 눈 시리게 따스한 웃음이 그 어느 때보다, 어느 날보다 슬프게 느껴지는 건… 미소 속에 숨겨진 감정이 그만큼 짙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손길을 느끼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우리의 눈동자를 닮은 새파란 보석 하나와, 금빛 보석 하나. 흩날리는 꽃잎 아래서 빛나는 이 보석이 의미하는 바는 영원이었습니다. 이연화와 신성현을 묶는 마음, 결혼이 아니어도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도밍게즈가 아니어도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뜻이겠지요. 한 치 틀림없을 애정을 담아 당신을 바라봅니다. 슬픔에 일그러진 표정이 펴질 줄을 몰랐습니다. 당연하죠. 지금도 맞닿은 당신을 보내기 싫어서 몸부림치고 있는걸요. 숨소리가 느껴지는 거리, 이마의 온기가 달콤했습니다. 당신 손가락을 꾹 쥡니다.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형은… 이미 나를 보내기로 결심했군요. 그렇다면 말해 봐요. 그 입으로 직접, 말해요.
신성현을 떠난 이연화가,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구에 있는 형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대답입니다. 아뇨, 나는 행복할 수 없어요. 당신 아닌 사람을 당신으로 생각할 수 없어요. 그때 그날 당신을 제 궤도에 끌어온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내가 떠나야 하는 운명이므로, 도착지에 같은 ‘별’을 준비한 겁니다. 실로… 잔인한 운명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너는 행복해질 수 있어. 지구에 있는 나에게… 위로받을 수 있어. 그 신성현이 또 다른 나라면, 운명처럼 ‘이연화’에게 빠져들겠지. 마침내 널 사랑하게 되고… 세계의 기준을 너로 삼게 되겠지.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래. (아니, 이연화는 행복할 수 없어. 신성현을 볼 때마다 도밍게즈에 두고 온 나를 떠올릴 것이고, 우리의 이별을 괴로워할 것이다. 그렇지만 보내야 했다. 이것이 최선의, 당신을 위한, 가장 ‘덜 슬플 수 있는’ 선택지였다. 이연화에게는 신성현을, 신성현에게는 속죄를. 어느 날의 겨울 바다처럼 당신에게 키스한다. 바닷물을 머금어 짭조름한 맛이 났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눈물이 입술을 적셨다.) 내가 이런 말밖에 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서… 미안해. 이곳에 남아달라거나, 함께 가주겠다는 말은 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미안해. 네게는 늘 죄만 짓는구나. 상처만 주고, 아프게 하는구나…. (이러고 싶지 않아.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었어. 말하지 못할 속마음을 상자 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꺼내버리지 않도록 잠근다. 자신보다 괴로울 게 이연화였으므로.)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사랑해, 이연화. 너무 사랑해서… 이 마음을 전부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널 사랑해. 네가 멸망의 원인이어도 좋아, 나만은 네 편이 되어줄게. 네 것이 되어줄게. (당신이 청혼했던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수백, 수천 년이 지나도 영원히 유지될 마음이었다. 당신이 만든 신성현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그 순간… 이연화는 직감했습니다. 나는 널 거부할 수 없겠구나. 당신의 선택을, 번복할 수 없겠구나. 물론… 아이처럼 떼쓰고 버틴다면 신성현도 말릴 수 없겠죠. 나를 강제로 보낼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어찌 그러겠어요. 그러니 이것은, 그런 당신에게 패배한 것입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 우리가 그나마 덜 괴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가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당신이 불행하리란 걸 예상하면서, 오로지 나를 위해 세계를 포기했는걸요. 구원자의 사명을 내려두고 내 손을 잡아주었는걸요. 잠겨 익사할 듯 넘쳐나는 이 사랑을, 어떻게 내칠 수 있겠어요. 어떻게. 너무나 사랑해서, 사랑하니까 이별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별을 부른 것입니다. 투명한 물이 볼을 타고 흘러가, 당신의 입술을… 반지를 적십니다.)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신성현. 당신만큼 나쁜 파트너는 없어요. 그때도, 지금도, 그런 말 하면, 내가… 뭐가 돼요.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울음을 삼키고, 삼켜도 아팠습니다. 가슴 안쪽이 허해서 텅 비어버린 것 같아요. 여린 어깨가 점점 작아집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요. 이대로 멈추어 이별하지 않게 해주세요. 옷자락을 아이처럼 파고듭니다.)
당신을 사랑해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신만을 사랑해요. 죽는 그 순간까지 신성현이란 사랑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영원히… 그리워하겠죠. 형, 신성현. (고개를 들어 당신을 부릅니다. 금빛 눈동자가 사랑스러운 당신을 담습니다. 마지막으로, 눈부시게 미소 지었습니다.)
입… 맞춰주세요. 내게 사랑한다 말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나를 거부하지 못해 웃는 것처럼, 자신도 당신을 거부하지 못해 놓아주었다. 나를 버리면서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나의 사랑. 저 웃음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다. 태양보다 찬란하고, 장미보다 아름답고, 꿀보다 달콤한 네 미소를. 당신의 두 뺨을 감싼다. 둘 다 웃고 있는데… 분명히 웃는 얼굴인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눈가를, 턱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손가락을 적신다. 어떡하지. 이토록 사랑스러워서 어떡하지. 네 미소가… 나만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어.) 응… 나는 나쁜 사람이야. 내 사랑을 웃게 해주지 못할망정 울려버리다니.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걸 지키지도 못하고, 너무나 나약한 인간이라 다른 방법도 못 찾고. 나 정말… 못됐구나.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심장을 대신한 기분이다. 허하게 텅 비어버린 것 같아. 붉은 눈가를 쓰다듬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한없이… 애달팠다. 말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게 당신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싫어, 너랑 떨어지기 싫어… 가지 마.)
(그리하여 입을 맞추었다. 깊게 맞물린 입술은 비어버린 마음을 채우려 당신을 삼킨다. 눈물이 흥건한 뺨을 쓸어내리고, 숨결을 뒤섞어서, 온 힘을 다해 사랑했다. 나를 줄 테니 너를 내게 줘. 내 사랑. 나의 완벽한 파트너. 다시 없을 운명.)
사랑해, 이연화. 시간을 거슬러 내게 와줘서… 고마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감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읊조리는 사랑을, 온몸으로 붙잡는 간절함을. 캄캄한 눈앞에서 그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영문도 모른 채 걸었던 복도, 괜스레 뛰던 심장, 수런거리던 목소리, 그리고… 문 너머의 상대. 당신. 새파란 장미 아치와 결백했던 겨울 바다까지.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입술 틈을 열어 뒤섞이는 온기, 마음, 눈물을 죄 삼켜냅니다. 신이시여,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다음 생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당신을 다시 만나서, 이번에야말로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쥐여주세요. 문장의 끝이 더없는 사랑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가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만 꾸며질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기 싫은 건 같은 마음일 텐데, 같은 바람일 텐데. 상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 이별이… 가혹했습니다. 괜찮지 않아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건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호흡을 섞은 입술이 숨겨둔 모든 감정을 쏟아붓습니다.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나면, 희미한 목소리가 흐드러집니다.)
나…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리가 궤도를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그날을. 사랑해요… 신성현. 시간을 거슬러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생에 태어나도 반드시 형의 파트너가 될 거예요. 형도, 내게 와주어야 해요. (그래야만 해요. 그래야…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죠. 당신 어깨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허리를 끌어안고 다정한 겨울 향기를 들이켰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나면, 새파란 장미 향기 대신 당신의 달콤한 향기가 폐부를 채운다. 숨을 틀어막지 않고, 숨 쉴 수 있도록 달래주었다. 이연화가 신성현으로 인해 존재할 때, 신성현 또한 이연화로 인해 존재할 수 있었다. 이젠… 이것도 끝이구나. 할 수만 있다면 부유하는 꽃가루처럼 자유롭게 날아 당신과 새파란 하늘을 거닐고 싶었다.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마음껏 우주를 유영하고.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내린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얽히는 금빛 머리카락이… 더없이 어여뻤다. 너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당신 없는 삶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이겠지. 나만을 바라봐 주던 금빛이 사라진, 무채색의 세계. 영문도 모른 채 걸었던 복도, 괜스레 뛰던 심장, 수런거리던 목소리, 그리고… 문 너머의 상대. 당신. 새파란 장미 아치와 결백했던 겨울 바다까지. 그리움에 사무치는 미래가 될 것이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고, 도통 멈추는 법이 없었다. 당신과 보내는 1분, 1초가 아까웠다.)
기다릴게. 내 모든 걸 걸고… 다음 생에서도 네 파트너가 될 거야. 이연화의 손을 잡아서, 입을 맞추고, 지금처럼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파트너 신성현이. 다음 생에도 내게 와주어야 해. 너 없는 나는 호흡할 수 없으니까. (자신 모르게 이연화가 연장해 준 보잘것없는 생명은… 당신만의 것이었다.)

분수의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파란 장미는 목이 꺾인 채 가련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위의 풍경은 모두, 신이 흡족히 여겼을 만큼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낙원 끝에는 지옥이 있다고 하던가요. 가혹한 선택지를 위장하기에 적격이었습니다.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시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씬 종료》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4 → 5
[ 신성현 ] 로이스 : 4 → 5

◆ #Scene 8. 시간의 결혼식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2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7 → 80
[ 이연화 ] BN : 1 → 2
[ 신성현 ] 침식률 : 66 → 68

타이머와 카운터는 사막의 환상, 신의 신기루 속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평온하기 짝이 없는 세계. 구원해야 할 사람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곳.
수도와 똑같이 구현된 이곳은 푸른 장미로 뒤덮여 있습니다.
건물에는 사람이 없고, 재난과 재앙도 닥치지 않았습니다.
여태까지 중 가장 평화로운 하루가 흘러갑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거짓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현실은 지척에 다가와 있습니다.
지구와 도밍게즈의 멸망.
두 사람은 감히…… 어느 것의 목숨이 더 귀하고, 가치있다고 무게를 잴 수 있을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품에서 한참을 안겨 있던 이연화가 조금씩 진정합니다. 아직도 당신을 놓고 싶지 않고, 매달려서 함께 살아가자 말하고 싶지만… 당신의 결심이 얼마나 무거운 결심인지 알고 있기에, 울음 대신 미소를 택합니다. 그가 제게 웃어준 건 같은 마음일 거예요.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가락, 살랑이는 숨소리, 바스락거리는 옷자락의 스침.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본 이연화가 넌지시 말했습니다.) …형, 내 마지막 소원, 들어주지 않을래요? (마주치면 다시 울까 봐 피하던 고개를 들었습니다. 살풋 웃은 미소에 울음기가 남아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평화롭기 짝이 없는 세계가 고요한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의 미소 속 숨겨지지 않는 울음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더 상처 주지 않게끔, 마주 웃는다. 당신의 얼굴을 소매로 톡톡 닦아주었다.)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 네게 내어줄 수 있는 것 전부 들어줄게. (그의 손을 잡아, 손등과 반지에 입 맞춘다. 잠시간은… 신이 남겨준 시간 동안은, 현실을 회피해 당신에게 집중했다. 어느 쪽의 결심이 더 무겁고, 아픈 선택인지 무게를 잴 수 없었다. 똑같이 힘겨운 이별이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러다가 나랑 함께 가자는 소원을 빌면 어떡하려고요. (농담이라는 듯 일부러 웃음을 흘렸습니다. 전혀 농담이지 않은 말인 주제에. 속마음이 튀어 나가기 전, 손등이 간질거리는 키스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꼭 당신이 청혼하는 모양새가 되었네요. 당신을 끌어당겨 올립니다.) 신이 남겨준 하루는 우리가 헤어지기 전, 못다 한 일들을 정리하라는 뜻이겠죠. 그래서 전 이 시간을 마음껏 누리기로 했어요. (한 걸음, 걸어가 빙글 뒤돌아본 이연화가 흩날리는 꽃잎 한 장을 잡습니다.) 내 사랑.
나와 결혼해 주세요. (그때는 평생을 기약했기에 치르지 않았던 결혼식. 이제는 치러야겠습니다. 당신을… 되돌릴 수 없는 내 것으로.)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지 않을 걸 알아. 결심했고, 이별하기로 한 미래를 걸어나갈 걸 안다. 당신은 한결같이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당신에게 끌어당겨져 망토를 펄럭이며 일어선다. 꼭, 이번에는 내가 청혼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당신의 허리를 받쳐 감싸 가까워진다. 콧잔등에 키스한 신성현이 당신 반지를 쓰다듬었다.) 함께 가주는 건 힘들겠지만… 결혼식은, 당장 치러줄 수 있어. (내 사랑. 그를 안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생에 최고로 행복한 결혼식을 만들어 볼까. (결혼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의례이자 계약. 더는 시간으로 묶어둘 수 없는 우리에게, 남은 연결은 이것뿐이겠지.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애써 울음을 그쳤는데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난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한번 결정한 선택은, 미래는 되돌릴 수 없어요.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이 그런 거거든요. 아무리 후회해 봤자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당신에게 안겨 목덜미를 감쌉니다. 검은 제복과 하얀 제복, 웨딩에 부족함 없는 색이었습니다.) 나쁜 신성현. 됐어요, 바로 결혼식을 올릴 거예요. 생에 최고로 행복한 날에 울 순 없죠. (방금 그리 결정했습니다. 당신 머리에 기대 중얼거립니다.)
기억나요? 우리 어릴 때… 교회에 가서 결혼 이야기 나눈 날. 형은 상대가 좋아하는 결혼식장에서 올리고 싶다 했잖아요. (아이처럼 웃습니다. 당신의 귓가에 속삭입니다.) 순백색 교회를 더럽히죠,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런,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한 소리 들어버렸군. (울지… 말아야지. 너의, 나의 결혼식에서는 웃는 얼굴을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결혼식 옷을 입혀주고 싶었으나, 어찌 보면 타이머를 상징하는 제복이야말로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을까. 서로 다른 타이머들의 결혼식, 계약. 이 시간을 후회로 만들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당신이 말한 교회 쪽을 향한다. 푸른 장미를 짓밟고… 우리의 세계로.)
너와 관련된 건 전부 기억하고 있어. 감당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나. (똑같은 말, 똑같은 감정. 간질거리는 속삭임을 도로 돌려준다. 가까워진 당신의 귓가에, 속닥속닥.) 나의 아름다운 신랑께서 바라신다니, 최선을 다해 더럽혀야겠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잔소리 듣지 않게 잘해요. 나처럼 아름다운 신랑은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귀 간지러워, 몽글몽글한 감각이 일순 슬픔을 몰아내 주었습니다. 아주 약간, 찰나.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당신의 뺨에다 뽀뽀하고 온 사랑을 퍼붓습니다.) 정말이죠? 기대할게요. 교회에서 하는 맹세가 내 진심에 와닿을 때까지 안 놔줘요, 세기의 사랑꾼 씨. (역시 그에게는 무결한 교회가 잘 어울렸습니다. 유일한 걱정이 있다면, 소박하게 치르게 생겼단 점이네요.)
뭐… 단둘만의 결혼식도 나쁘지 않나. (울다가 힘 다 빠진 몸을 맡겼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한 신랑님의 얼굴에 눈물 흘리지 말라는 소리가 있잖아. 잘하는 게 아니라 모셔줄 수도 있다. (지금 지어낸 것이다. 애지중지 모시겠다는 말은 진짜다. 당신을 끌어안은 손에 힘을 주어 단단히 지탱한다. 키스는 나중에, 분주히 움직이느라 그의 뺨에만 뽀뽀 도장을 찍는다.) 둘만의 결혼식이라 방해꾼이 아무도 없는 겸,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봐. 신성현은 이연화에게 안배된 신랑이야. (힘 빠진 이연화가 쉴 수 있게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이쪽은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난 너만 있으면 돼.

골목을 빠져나와 광장에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
그곳 구석에 위치한 낡은…… 아니, 여기에서는 하얗고 멀쩡한 교회가 있습니다.
푸른 장미로 장식되어 반짝거리는 게 결혼식을 올리기 안성맞춤인 장소로군요.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나아가기로 한 구원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일까요.
먼지 하나 없이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떨어지는 색색의 빛은 꽤 장관입니다.
교회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기적과 불가능을, 행운과 불운을 번갈아 주는 신다웠습니다. 이 선물만큼은… 인정하기 싫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낡은 교회보다 멋진 교회에서 결혼식 올리는 게 좋잖아요.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깨끗하게 문지릅니다.) 열받는 신도 분위기는 읽을 줄 아네요. 본래 교회 결혼식 절차는 복잡한데…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형 말대로 우린 서로만 있으면 돼요. (스테인드글라스를 구경한 그가 손뼉을 짝, 칩니다.) 신랑께서 귀한 날 모시는 걸 만끽할래요.
간략하게 치러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았어. 복잡한 거 빼고, 가장 필요한 절차 코스로 모셔줄게. (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듯 마련된 장소가 신경 쓰였으나, 당신이 좋아하니 상관없었다. 다른 의미로는 우리의 결혼식 하객이 신이라는 말도 되니까. 당신의 눈을 피해 맞붙은 손가락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켜보라는 마음이다. 교회 단상까지 걸어가 당신을 내려둔 신성현이, 당신과 제 제복을 구겨진 곳 없이 정리한다. 단 한 번뿐인 결혼식. 실수하지 않도록 심호흡했다.)
…시작할까, 이연화. (당신에게 반찌 낀 손을 내민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척하면 척하니 알아들어서 사랑스러워요, 우리 파트너는.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지.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 당연한가. 당신과 나의,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결혼식이 될 것입니다. 당신을 따라 심호흡합니다. 두 사람밖에 없는 결혼식이 조촐해 보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려 다른 세계의 시간들이 결혼하는 순간입니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식이에요. 하객마저 세계의 신인걸요.)
…시작해요, 신성현. (반지 낀 손은 가슴에, 당신에겐 오른손을 건넵니다.)

푸른 장미꽃이 하늘하늘 내려오는 이 교회에서, 두 사람의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이 순간이 소설이라면 아마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을 겁니다.
3월 5일,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정지한 세계에서,
시간이 선택한 두 세계의 결혼식이 열렸다.
……라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물 흐르듯 맞물린 손가락들이 온기를 나눈다. 주례 없는 결혼식, 어딘가에서 지켜볼 신에게 선고한다. 당신이 명한 이별은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같은 궤도로 돌아, 결국 언젠가는 재회하게 될 것이라고. 보란 듯이 준비된 화촉을 점화한다. 입장이나 맞절이나 찬송, 기도, 그 무엇 하나 없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신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신에게 구원받은 것 하나 없었으므로.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었으니 감히 당신을 거역해 기도하지 않을 겁니다. 한낱 인간이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새하얀 버진 로드, 식장을 장식한 푸른 장미꽃, 기적의 상징. 웨딩 정장과 드레스 대신 제복을 걸친 두 사람. 상징적이고도 신성모독한 결혼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시간이 선택한 타이머가 선택한 것은, 같은 시간으로 연결된 나의 운명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꾸민 당신의 얼굴을 돌아본다. 당신과 함께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시간이라, 1초라도 이 눈동자에 담아내고 싶었다.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한 그가 입을 연다. 주례도, 하객도 없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저희 두 사람은 부부가 되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세계의 신 앞에서, 다음과 같이 서약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짓는 미소가 결혼하는 신랑에 걸맞은 미소일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당신에게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을 담아 웃습니다. 당신의 입이 열리는 것에 맞추어, 똑같은 속도, 똑같은 말을 되뇝니다. 잘 지켜봐요. 신에게 보내는 우리의 서약을….)
저희 두 사람은 부부가 되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세계의 신 앞에서, 다음과 같이 서약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구태여 말로 옮길 필요 없이…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워. 내가 널 바라보는 얼굴에서, 미련을 치울 수 없을 만치 사랑스럽고. 혹여 신을 거부한 이 결혼식을 보고 천벌이 내린다면, 당신의 몫까지 자신이 거머쥐기를. 이미 많은 고통을 겪은 당신에게 더 이상 시련이 내리지 않기를. 낮고 일정한 목소리가 교회 안을 울렸다.)
나, 신성현은 그대 이연화를 반려로 맞이하여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하나뿐인 파트너이자 사랑으로 변함없이… 당신의 곁에 남을 것을 맹세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안 여린 살을 깨물었습니다. 울컥 차오르는 감정에 비집고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삼켰습니다. 그 탓에 슬픈 미소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겨우 입술을 열어, 부드럽게 속삭입니다. 진심을, 전력을, 사랑을 담아. 당신의 얼굴에 새겨진 미련이 짙어질 수 있게. 잊지 말아요, 당신은 이연화의 파트너예요. 나의 사랑… 시간. 잊으면… 안 돼요.)
나, 이연화는그대 신성현을 반려로 맞이하여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하나뿐인 파트너이자 사랑으로 변함없이… 당신의 곁에 남을 것을 맹세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망설임 없이 내뱉는 선언, 사랑의 서약, 한 문장 한 문장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이대로 당신을 움켜쥐어 세계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파티장을 벗어나 푸른 장미 아치에서 숨을 나누던 그때처럼. 도망가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함께 영원한 사랑을 나누자. 왜 나에겐 네게 해줄 수 없는 말들이 수두룩할까. 서글픈 당신의 미소가 심장에 사무치도록 아팠다.)
우리는, …시간이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이 될 것입니다. 행복하고… 서로만을 사랑하는 부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 무엇도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신이, 세계가 가로막는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녕 당신을 보내지 않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미 결정한 선택을 물릴 수 없으면서 바보 같은 질문만 곱씹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눈을 감아 물기 젖은 숨을 내쉬느라 한 박자, 느리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이 될 것입니다. 행복하고, 서로만을 사랑하는 부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서약은 이것이 마지막일 테지만, 이연화는 제 마음을 덧붙이기로 합니다.)
평생 나를 그리워해요. 내가 아픈 만큼, 당신도 아파해야 해요. 만날 수 없는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같이 죽어가요. 그것이 당신에게, 나에게 내리는 같은 벌이에요. (나를 떠나보낸 당신에게 바치는 속죄. 당신을 붙잡지 못한 나에게 내리는 벌. 한 걸음, 다가갑니다. 당신의 입술을 집어삼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내린 문장에 숨을 들이켰을 때였다. 입술이 맞붙고, 눈물 젖은 사랑이 느껴진다. 이로써 두 사람은 한 몸이 된 것이다. 모두가 기원하는 밝은 앞날 따위, 행복할 일만 남은 미래 따위 존재하지 않는 결혼식이지만, 괜찮아. 내 파트너가 너이고 이 결혼식의 주인공이 당신이니까. 잠시 멈추었던 손이 당신에게 손깍지를 낀다. 깊은숨을 나누고 입술을 떼어냈을 땐… 유약한 얼굴에 투명한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심장에 맹세해. 평생 너를 그리워하면서 죽어가겠다고. 네가 아픈 것보다 더 아파해서, 파트너에게 씻을 수 없는 흉터를 새긴 죄를 갚겠어. 사랑해, 이연화. 그리고… 미안해. (두 번, 세 번… 입을 맞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리 행복한 결혼식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나는 행복한 거예요, 슬프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을 맹세해 주었는데 슬플 일이 무엇이 있겠어요. …그럴 터였는데. 어느새 메마른 얼굴을 적시는 이 눈물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막혀오는 목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냈습니다. 내려 했습니다. 두 번, 세 번… 맞물리는 입술에 울음이 묻어갑니다.)
응… 신성현이 약속 안 지키는 나쁜 파트너가 아니라서, 믿는 맹세예요. 나중에 만나서 잘 지켰는지 확인할 거예요. (손가락 사이사이를 엮어, 떨어지지 않게. 단단한 결합을 이어갑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선명히 대답했습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신성현. 미안해, 나도… 정말 미안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틀렸어. 웃게 해주겠다는 결혼식은 서둘러 수정해야겠다. 당신의 슬퍼하는 얼굴을 보고 흐른 눈물이 멈추질 않는데, 웃는 게 가당키나 한가. 당신이 눈물을 흘리면 자신이 닦아주고, 닦아줘서… 제게 스며들도록 했다. 아무도 울음을 지적하지 않는 우리의 시간이었다.) 믿어. 신성현이 소중한 파트너와 한 약속 중 지키지 못한 건, 하나밖에 없어. 이제 그 자리를 지금 맹세한 약속이 채워줄 거야. (그 약속은…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 주겠다는 약속. 반은 지키고, 반은 지키지 못한 약속이다. 지구에 있을 신성현이 이어 나가길 바랄 수밖에.)
미안해하지 마, 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 널 아프게 하고 끝내 보내버린 사람은 나야. 잘못된 행성에 불시착했다가 돌아가는 이연화는 무구해. (순백색 교회처럼. 당신을 꽉 끌어안는다. 저보다 작고 여리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정말…. 나중의 재회를 기약하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과… 만나고픈 마음을 위한 일이었다.)
신혼여행은, …그때로 미루자. 다시 만나고… 네가 좋아하는 밤하늘 보러 가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의 것은 당신에게만 주어진 것들입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을 꽉 끌어안아 저 눈물이 제게 스며들도록 했습니다. 작고 여린 나는 이렇게나 컸는데, 여전히 파트너의 품이 커 보여요. 그의 어깨는 넓었고, 지칠 때면 항상 내어주던 커다란 안식처였습니다. 12살에도… 19살에도, 현재에도. 당신이 말하지 않은 약속의 내용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무척이나 서글펐습니다. 지키고 싶었던, 지키지 못한 곁.) 아니에요. 아직, 진행 중인 약속이에요. 나중에… 다시 만날 거잖아요, 우리. 이 맹세랑 그 약속, 둘 다 할 수 있어요. (그러겠다고 해줘. 당신의 품을 파고듭니다.)
그럼 오늘은… 형 잘못으로 둘래요. 나, 많이 행복하고 슬프니까요. 내가 있을 땐 형 잘못인 셈 쳐요. 순수하고 무구한 이연화인 거예요…. (기한은, 오늘까지겠죠. 결혼식을 보내는 동안에도 흐르는 시간이 두려웠습니다. 손으로 시곗바늘을 붙잡아 멈추고 싶었습니다. 지구와 도밍게즈의 존속, 너와 나의 이별.)
밤하늘이 아름다운 장소를 추려둘게요… 다시 만나서 한 번씩 들려요. 세계를 여행하고, 둘러보고, 그러고 사랑해요. (다음 생에, 아니면 그 다다음 생에, 되도록 빨리.)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깊은 슬픔을 전해 받는다. 어느 생이 될지 모르는 약속을 연장할 정도로 이 이별을 멈추고 싶구나. 시간이 연결한 운명, 같은 궤도를 도는 별. 함께 이어진 우리가 시간을 넘어 다시 만나게 되는 건 필연일 것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이번 생은 다시 재회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빨리 당신을 찾아가겠다며, 조심히 끄덕인다. 당신을 껴안은 손이 꾸욱 떨렸다.) 나중에… 만난 네게 행복한 미소로 약속할 수 있는 날을… 찾아내야겠는걸. 잘못한 게 많은 오늘의 사과를 하고, 이것보다 행복한 선물을 주고.
너를 탓할 바에야 나를 탓해. 너를 깎아내지 말고 나를 깎아내려. 네 투정은 달콤하게 삼켜줄게. (이것이 마지막 투정이 될 테지. 기한은, 오늘까지. 이제 얼마나 남았을는지, 내게 주어진 이연화의 온기가 떠나는 순간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지척에 다가온 이별은 새카만 암흑이었다.)
지구와 도밍게즈… 그도 아니라면 다른 행성, 어디든 좋아. 세계를 여행하고, 둘러보고, 그러고 사랑해. (어린 날에 나누었던 결혼식 이야기가 비로소 이루어졌으니, 이 또한 이루어질 것이다.)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무결하고 완벽할…… 행복하고도 슬픈 결혼식을 치릅니다.
아직 우리에게 안배된 시간이 남아있어. 몇 번이고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 거야.
세계의 초침이 아니라 이연화와 신성현의 초침이 다할 때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도록 약속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맹세와 서약이 끝나고 나면, 당신을 이끌어 단상에서 내려온다. 때 묻지 않은 버진 로드를 걸어 나간다. 파트너를 배웅하기엔 이른 시간이잖아. 지금을 즐겨야지.) 결혼식은 성공적으로 치렀네. 또 하고 싶은 거 있나? (못다 한 바람을 들려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금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해가 저물어 파란 하늘이 흐려질수록 모래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시간이, 우리의 만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초조한 기색을 숨겨 당신을 따라나섭니다. 때 묻지 않은 버진 로드를. 어릴 땐 푸른 장미 아치를 건넜지만… 싫어요. 그건 이별을 상징하는 아치가 될 예정이니까.) 우리, 형과 나의 방으로 돌아가요. 돌아가서… 밤새 이야기를 나눠요. 하고 싶은 말, 못한 말, 전하고픈 말…. 미련 없이 해요. (펄럭이는 망토가 신부의 면사포 같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푸른 장미 아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리고 당신과의 만남을 끝내는, 관문. 교회를 나와서 보이는 아치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당신만을 눈에 담으며, 골목과 수도 뒤 DOT로 나아간다. 장난으로라도 아치를 건너면 당신이 사라질 것 같아. 새하얀 신부를 데리고 도망치는 귀갓길이었다.) 오늘은 너무 힘겨운 일을 겪었으니까. 돌아가서 손잡고 서로 이야기 나누자. 네게 밤하늘을 만들어 주고… 자장가도 불러주고. (잠은 자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거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거기에 별 가루가 있을까요… 있으면 좋겠어요. 우릴 떨어뜨리는 신이 그 정도는 해주겠죠.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어릴 적 신성현과 그토록 건너고자 했던 아치를 미련 없이 떠납니다. 그것은 사랑을 이루어주었으나, 영원을 이루어주진 못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아마도 몇 시간. 슬퍼하기보다 밝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형이랑 따뜻하게 목욕한 뒤 코코아도 마실래요. 잔뜩 사랑해 줘요. (당신에게 딱 달라붙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람만 없고 수도를 그대로 옮겨둔 듯하니 별 가루도 있을걸.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누가 준비해 주지 않겠어?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데이트하듯 느긋하게 긴 오르막길을 오르자, DOT 정문이 보인다. 곧 닥쳐올 이별보다 안온한 일상을 꺼낸다.) 가서 따뜻하게 목욕한 뒤 네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마시고, 넓은 침대에 누워 잔뜩 사랑해 줄게. 기대해도 좋아, 이연화. (쓰담쓰담. 재난과 재앙이 없는 거리가 고즈넉했다.)

축제가 열리는 중심지에서 약 20분을 걸어 긴 오르막길을 지나면 나오는 DOT의 정문.
도밍게즈를 위해 존재하는 그곳은 오늘도 활짝 열려있습니다.
구원의 상징이자 존재의 의의. 더는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겠지요.
두 사람이 본관에 들어서려는 그때, 푸른 장미를 닮은 푸른 나비가 시야를 스쳐 지나갑니다.
푸른 나비가 향한 곳은 서관 1층, 도서관 창문 너머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소소한 농담을 나누고 걷던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푸른 장미와 푸른 나비, 시선을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서관 도서관을 향한 나비를 가리킵니다.) 우리더러 따라오라는 것 같아요. (이제 와서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당신에게 눈짓한 이연화가 우리를 인도하는 그것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빼앗은 거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람 없는 수도에 존재하는 생물은 거의…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라. 이번엔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긴 하군. (나비의 의미심장한 상징을 모르지 않는 우리들은 지나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당신의 눈짓을 받아 도서관을 가보기로 한다.) 가뜩이나 모자른 시간을 할애해 준 대가는 받아야 할 텐데.

팔랑이는 푸른 나비를 따라간 두 사람은 평범한 서관 도서관에 도달합니다.
어린 타이머, 카운터들을 위한 교육 자료, 서재, 교과서, 역사 자료 등…… 익숙한 제목들 가운데.
나비는 온데간데없이 기이하게 빛나는 푸른빛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비가 아닌 푸른 책을 발견한 그가 가까운 책 한 권에 다가갑니다. 표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익숙한 책의 감촉, 종이의 향기를 들이켭니다.) 이별을 강요하고도 모자라 전할 게 남았나 봐요, 신이라는 존재는.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대한 것들의 지식은 언제나 고통을 안겨주었고, 우리에게 도움 되지 않는 지식이었습니다. 눈빛이 가라앉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른 책을 들어 펼쳐본 신성현은 푸른빛 책을 달갑지 않게 바라본다. 특별한 것 없는 책을 돌려놓았다.) 우리에게 알려줄 건 저것들이 끝인가 봐. 보기 싫다면… 보지 않아도 돼, 이연화. 읽기를 강제하는 느낌은 아니야. (들어와서 도서관 문이 막혔다거나, 반드시 봐야할 듯한 예감이 들지 않은 게 그 이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푸른 책에 손을 올려선 망설였습니다. 빼내기 어렵지 않은 단지, 책 한 권. 무거운 추를 들어 올리듯 스르륵 빼냅니다.) …괜찮아요. 내겐 더 이상 잃을 게 없거든요. (삭막한 말투였습니다. 신이 만든 사실인걸요. 당신을 보고 웃습니다.)
같이 읽어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울지 못해 웃었다. 당신 옆에 서서 그가 꺼내든 책을, 당신의 손등을 감싸 쥔다.) 훌륭하게 자랐네, 어린 파트너께서는. 네가 무얼 하든 난 좋아. (더 이상 잃을 게… 없지. 전부나 다름없는 파트너를 놓아주었으므로. 책을 펼친다.)

《씬 종료》
《정보 수집 페이즈》
얇은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책은 스스로 온화한 빛을 내며 매끄럽게 넘어갑니다.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많아요. 꼭 오벨리스크의 문자를 닮았습니다.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아득한 울림이 도서관을 채우고…….
당신은 풀리지 않은 질문의 해답이 이곳에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새하얀 빛이 도서관을 채우는 주위가 장관이었습니다. 미지의 힘을 담은 푸른빛 책, 오벨리스크의 글자. 신의… 지식인가요? 신성현의 손을 빌려 한 장, 넘겼습니다.) 책이 만든 우주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고대의 신. 눈길을 사로잡는 그것에 눈동자가 고정됩니다.) 형. 이거…,

캐릭터 인장

신성현

책은 곧 우주라는 말도 있잖아, 네가 한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 무엇보다 이 내용들. …조심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네. (인간 된 몸으로 알 수 없었던 내용들, 이런 걸 알려주는 이유가 무엇이지? 헤아릴 수 없는 신의 의중이 혼란스러웠다. 고대의 신 페이지를 펼쳐두었다.)
1d10 | 조사 침식 (1D10) > 5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68 → 73

캐릭터 인장

신성현

(2+1)dx+1 정보:DOT 판정 (3DX10+1) > 9[2,5,9]+1 > 10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기함을 담은 눈동자가 단숨에 굳었습니다. 인류에게 관심도 없고, 구원에도, 자비를 베푸는 일에도 무심하다. 다만 자신이 지은 세계… 자신이 관장하는 은하에는,) 욕심이… 많다. (누구를 칭하는지 알겠습니다. 자신의 그릇에겐 관심도 없었으면서, 이제 와 순리를 강요하는… 우리의 신을 연상케 했습니다. 입술을 잘근 깨뭅니다.)
이 우주의 신은 이계의 신과 다른 것 없어요. (책장을 움켜쥔 손이 떨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말문이 막혀온다. 이계 신과 대적하는 고대 신, 우리의 창조자. 이 힘을 내려준 근원… 그것이 정작 피조물에겐 무심하다는 확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당신은 끝까지 잔인한 진실을 안겨주는구나, 하고.) 이러면… 우리가, 이용당한 것 같잖아. (인류가 신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으리라.)
(이연화에게 오래 보여줄 수 없는 지식이었다. 다른 장을 넘겨 숫자 페이지를 펼쳤다.) 깊이 생각하지 말자, 이딴 내용 기억할 필요 없어.
1d10 | 조사 침식 (1D10) > 6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73 → 79

캐릭터 인장

신성현

(2+1)dx+1 정보:DOT 판정 (3DX10+1) > 9[4,4,9]+1 > 10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흔들린 정신을 신성현이 잡아주었습니다. 숨을 길게 내쉽니다. 들을 필요 없어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신은 맞붙은 손가락을 찢어버렸고 우리를 떨어뜨린 존재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우리가 가질 감정은, 애증입니다. 당신이 있어 만났으며 당신이 있어 떨어지게 된 애증. 책장에서 손을 떨어뜨립니다. 당신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모두 다… 우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당신 어깨에 기댑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까는 온화했던 책의 빛이 지나치게 강렬했다. 예상은 했어. 세계가 멈춘 날, 그 후로 7년 뒤, 그리고 다시 14년 뒤. 가장 완벽한 수… 14년째 되는 날, 푸른 장미 아치.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억눌렀다. 당신에게 건넨 목소리가 미세하게 갈라졌다.) 이별만큼 잔인하지도, 책의 온기만큼 다정하지도 않은 진실들이고. (하루가 두 개씩 한 짝으로 구성된 것처럼… 태어난 나의 짝을 감싼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때 우주 전시관에서 만난 어린 신성현, 의 모습을 한… 외계의 신으로 추정되는 것. 그가 막아낸 것이 7년째에 깨어난 우리의 신이었던 것입니다. 신성현은 알아차리지 못할 깨달음이 자꾸만 저를 두드립니다. 내가 신의 손을 잡지 않고 이계 신을 따랐기 때문에 7년의 시간을 벌었던 걸까요. 당신을 살려 7년이나 붙어 있을 수 있었던 걸까요. 그것은… 내 생의 최후인 행운이었네요. 아파오는 가슴을 잡습니다. 불현듯 손을 뻗어, 마지막 페이지를 넘깁니다.)
…너무 늦었어요. 형과 나의 관계와 신을 향한 애증은 멈출 수 없어요. (알게 된다 한들 달라지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괜찮아, 라고 묻기에는 당신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단호하게 말해버려서.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당신의 아픔을 걱정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당신이 벌어준 7년의 목숨, 함께하는 시간. 모래시계가 다해 이 땅에 신이 강림한 것이다.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라고.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내린다. 파트너를 달랠 애정을 담았다.)
신이 인류에게 무심했기 때문에 초래한 결과다. 지나가 버린 일을 어찌 되돌리겠어…. (모래는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데.)
1d10 | 조사 침식 (1D10) > 3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79 → 82
[ 신성현 ] BN : 1 → 2

캐릭터 인장

신성현

(2+2)dx 정보:■■ 판정 (4DX10) > 10[1,2,8,10]+4[4] > 14

정보가 공개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구. 두 글자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지끈거리는 심장을 울리는 구역의 이름들, 용어들, 도밍게즈의 진실. 범람하는 지식에 숨이 벅차올랐습니다. 푸른빛 책을 탁 덮고, 정지한 줄도 몰랐던 호흡을 가쁘게 이어갑니다. 도밍게즈와 지구… 지구와 도밍게즈. 눈앞이 어지러웠습니다.) 이 행성 자체가, 하나의 진실을 알려준 거였어요. 지구의 반대쪽, 지구의 짝, 선 너머 행성. …데칼코마니. (인정합니다. 풀리지 않은 질문의 해답은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신성현의 쓸어내림처럼 다정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게 문제죠. 파트너의 목소리가 귓가를 먹먹하게 드나듭니다. 당신의 손을 부여잡습니다.)
힘들… 어요, 숨이…. (과호흡의 전조 증상입니다. 달이 차는 것처럼 몸이 아래로 쏟아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처음 보는 지명, 용어, 진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연화보다 한 박자 늦게 알아차렸다. 이 글자는 지구의 지식을 알려주고 있었다. 도밍게즈란 별 자체가, 반대편 너머에 있는 짝을 포함한 행성이라고. 책이 산발하는 빛에 맞춰 흩어지던 생각이 당신에게 쏠린다. 무너지는 이연화의 몸을 받아 다급히 안았다.) 이연화, 연화야. 날 봐… 아무 생각하지 마. 일단은 내게 집중해. (아까 울 때 쓰러지지 않은 게 기적인 상황이었다. 그의 등을 토닥, 쓸어내려 주다간 상체를 숙인다. 눈을 질끈 감고 당신과 입술을 맞물린다. 나의 호흡이 당신에게 불어넣는다.)
(과호흡이란 이름의, 탐내지 말아야 할 것을 탐낸 부작용이다. 지지대를 잃어 바닥에 떨어진 책은 멋대로 나뒹군다.)

툭, 바닥에 떨어진 책은 뒤이어 빛을 잃고 평범한 책이 되어버립니다.
남은 것은 잘못된 행성에 불시착한 당신, 당신을 끌어안은 신성현.
대리석을 깔아 반지르르 윤이 나는 바닥이 온통 결백한 연구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흐느껴 속삭였습니다. 당신의 옷깃을 잡아 끌어내립니다. 함께 주저앉아 세계에서 낮아집니다. 당신에게 맡겨둔 호흡을, 온기를 전해 받으면 조금씩 진정하지만 안색이 영 좋지 않습니다. 애써 감내했던 충격이 한 번에 몰려오는 양 온몸이 떨렸습니다. 추워요, 아파요. 당신과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래, 신이 없는 곳으로, 우리가 이별하지 않을 수 있는 곳으로. 그런 곳은 없다는 걸… 이별이 코앞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데도. 물기에 젖은 눈동자가 당신을 마주합니다.) 안아주세요… 빨리요. (당신 목에 팔을 두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응, 이연화. 형 여기에… 네 옆에 있어. 천천히 숨 쉬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무너지는 당신을 초조하게 들어 올린다. 당신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가 되지 않도록 꽉 붙든다. 도서관을 걸어나가는 발소리가 불안했고, 당신을 불러대는 입술이 메말랐다. 이연화의 이름을 애타게 담는다.) 조금만 기다려, 바로 숙소까지 올라갈게. 여기서 달리면 얼마 걸리지 않아. 그때까지만… 버텨. 따뜻한 이불에 둘러싸이면 좀 나을 거야. (도망치진 못할지언정 단둘만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빠르게 흔들리는 시야가 고요했습니다. 당신의 품은 나를 세상에서 격리해 주는 안식처였습니다. 유일한 생명줄을 잡아 매달렸습니다. 당신의 품에 끌어안겨 꺼져가는 체온을 나누었습니다. 버거워. 너와 나의 이별이 버거워… 당신을 위해 태어난 내가 당신을 위해 떨어져야 하는 미래가 뼈에 사무쳤습니다.) 손… 손 잡아줘요. 나 놓으면 안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과 같은 감정을 공유한 신성현이 폐를 압박하는 고통을 느낀다. 나만 두려운 게 아니야. 당신도 자신 없이 살아갈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연화의 진짜 흉터였다. 담담한 척 숨긴 민낯, 연약한 진심. 파트너의 손을 잡는다. 손깍지를 단단히 엮어냈다.) 네가 놓으래도 안 놓아줄 손인걸. 내가 어떻게 놓겠어… 하나뿐인 파트너를. (늘 거니는 운동장, 잔디, 스탠드, 아스팔트. 정신없이 지나갔다.)

상처받고 감내하는 동안 분명히 뿌리 내린 흔적을 도려내는 일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너와 나의 추억, 이 길목에 새겨진 흉터를 돌아보고 모조리 가져가야 합니다.
당신이 돌아가야 할 곳까지.
증상이 사그라들면 컨디션이 돌아와야 하는데, 두 사람을 짓누르는 시간에 추위가 심해지기만 합니다.
《씬 종료》
◆ #Scene 9. 푸른 장미의 낙원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8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5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0 → 88
[ 신성현 ] 침식률 : 82 → 87

긴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개인실의 문을 닫습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방의 정경이 펼쳐집니다.
최초에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었을까. 소란 하나 없는 고요한 광경은 그런 생각을 들게 합니다.
마지막을 선포한 신이 왜 이런 공간을 조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이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이별의 슬픔을 나누란 뜻이었을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의 힘이, 다른 사람이 없는 둘만의 공간에 남겨진 이연화가 서서히 진정했습니다. 신성현이 힘 있게 안아주었기에 진정할 수 있었던 거겠죠. 얼굴빛은 좋지 않고, 힘없이 당신을 끌어안고 있지만… 당신과 이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따스한 품을 파고듭니다. 마지막이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나누어야지요.) 이어서 키스해도 됐을 텐데요. (비슷한 상황이죠. 당신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비슷한 상황, 비슷한 말이 들려오자 당신을 조심히 내려두었다.) 짓궂은 농담할 기력이 남아있었나 보군. (…다행이다, 늦지 않아서. 붉어진 눈가를 만져댄다. 7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신의 요구를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는 것. 저를 쓰다듬는 이연화의 입술에 키스한다. 한 번, 두 번, 조용한 방 안을 채웠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한 번, 두 번… 입술에 온기가 감돌아 당신을 삼킵니다. 망설일 것 없다고 거부 없이 키스해 주는 신성현이 사랑스러웠습니다. 7년 전엔 뭐라고 생각했더라. 난 욕심이 많아서 한 번 삼킨 당신을, 놓아주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간지러운 손길을 받아들이며 눈을 길게 감았다가 뜹니다.) 짓궂은 농담할 기력도 없게… 만들어 주는 건 어때요? (예쁘게 눈웃음 지으려 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겐 당장 도망치는 널 붙잡을 자격이 없어. 네가 숨겨온 흉터는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알 수조차 없게 되었다. 간신히 정착한 행성을 떠나가야만 하는 너를… 주제넘게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새끼손가락은 끼지 않아도 괜찮아. 당신이 바라는 것이 곧 나의 약속이 될 것이다.) 그러자. 이곳에 와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었으니, 함께 씻고… 침대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자. (상냥한 손이 당신을 이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가 바란 것은 세계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신성현이라는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상냥하게 이끄는 손, 다정한 말, 사랑을 담아 바라보는 저 눈동자. 겨우 저것이 날 웃게 만드는 요소였어요. 이제 내가 진심으로 웃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망연히 그의 뒤를 따릅니다.) 내가 바라 마지않던 일들이군요. 부탁해요, 나의 신랑 씨.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워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만들고 당신이 살려낸 신성현이었으므로, 이연화 못지않게 소박한 바람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한 듯이 잡아 오는 손, 다정한 말, 사랑을 담아 바라보는 저 눈동자. 겨우 저것이 날 살아가게 만드는 요소였다. 신성현의 버팀목은 이연화나 다름없어서… 당신이 가까워질수록 세계에 활기가 돈다. 이제 이 색채가 얼마 남지 않았어. 작은 걸음에 속도를 맞춘다.) 모시겠다고 장담한 네 부탁을 들어줄 지금만 기다리고 있었지.

당신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많아요. 짧은 시간이 흘러가는 내내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해서 전할 말을 고릅니다.
편안한 욕조에 몸 담그고, 밖으로 나와 함께 포근한 침대 시트에 걸터앉습니다.
저 밖에서 해가 지고 있어요. 신이 준비한 사막의 환상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유난히 시간이 더디게 흐릅니다. 장미가 피고 지는 날들이었습니다.
선택을 종용하던 신은 다시금 영광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놓아주거나 구름을 타지도 않고, 빛나는 얼굴을 내밀지도 않았어요.
천둥과 우레 같은 목소리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굉장히 재수 없는 방식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붉은빛으로 해가 지는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신성현의 어깨에 기대, 폭신한 시트를 아래에 두고서 맞잡은 그의 손가락을 어루만집니다. 달각, 하고 반지가 울리는 소리. 당신에게 전할 말의 서두를 엽니다.) …있잖아요, 형. 내가 없는 세계는 많이 힘들지도 몰라요. 세계의 멸망이 찾아와서 형을 위협할지도 몰라요. 나, 봐버렸거든요. (기억을 더듬습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환상이 생생했습니다.)
신성현의 소중한 사람들이 죽고 다쳐요. 새하야니 불길한 국화가 가득한 지천에… 형은 옷도 못 갈아입고 참석해야 할 날이 올 거예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상처 가득한 신성현. 무릎으로 기어 차게 식은 관 앞에 엎드리던 당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푸른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지는 밖의 풍경은 퍽 현실적이지 않은 하늘이었다. 맞부딪치는 푸른색 보석과 금빛 보석까지… 잔잔한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놓치지 않으려고, 오래오래 기억해 두려고. 정해진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연화 없는 신성현은 많이 힘들게 살아갈 거야. 지구의 타이머를 훔쳐 간 대가를 받는 도밍게즈가 멸망하는 것을 막아내려 발버둥 치면서, 파트너를 그리워하고… 남은 소중한 사람마저 다치는 걸 봐야하겠지. 그래도 괜찮아. (당신을 보내겠다 결정했을 때, 각오한 일이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것보다 날 힘들게 만들 건,) …이미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뒤일 테니까.
내 파트너는 장례식에 참석할 새 없이 모든 것을 잃었고, 빼앗겼어.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사람 빼고는…. (당신을 닮은 사람, 그의 가족. 파트너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잊히질 않았다. 카운터와 달리 본 것을 되새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장본인인 나보다 아파하는 당신에게 부정하는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손가락끼리 얽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형은 모르겠지만, 나는 견딜 수 있을 거예요. …나도 이미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일걸요. 14년 동안 형이랑 자라왔는데, 낯선 감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요. (웃으며 할 수 없는 이야기네요. 실제로 웃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담담한 척 꾸며내던 연기가, 오늘은 고장 난 것처럼 뚝 멈추었습니다. 당신이 석양을 바라보느라 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우리 둘 다 많이 힘들게 살아가겠죠. 나는 악몽에서, 형은 난생처음 보는 괴물과 맞서 싸우고 죽음이 가득한 별이 돼요. 지구, 도밍게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형이… 신성현이 본 ‘카운터’ 신성현의 모습은 당신과 다른 것 없나요? ‘당신’이 아닌 신성현일 뿐이에요? (이 질문을 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어요. 알고 싶은데 알기 싫었습니다. 허나 우리의 결정을 따르는 길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것. 눈을 질끈 감고 신성현 아닌 신성현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말을 고르느라 몇 초 정적이 찾아온다. 차가운 공기가 당신에게 닿지 않도록 이불을 둘러주었다. 당신을 마주할 수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웃을 수 없는 우리의 표정은 파트너에게 들키지 않게 되었다.) 그래, 신성현은 신성현일 뿐이었어. 나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능력, 똑같은 성격. 예언을 하나 할까. (이곳에 있는 게 예언의 타이머였어도 지금, 내가 할 말을 번복할 것이다. 어쩌면 바라지 않은 끔찍한 예언.) 너는 그의 타이머로서 우리가 느꼈던 운명을 되풀이하게 될 거야. 죽음이 가득한 지구에서 괴물과 맞서 싸우게 될 거야.
가장 소중한 사람이 기억만 잃은 채 네 앞에 찾아온 거지. 14년을 도밍게즈에 뿌리 내리느라 낯선 것투성이인 그곳의 유일한 익숙함일 거고. (긴 숨을 들이켠다. 당신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연화야, 이연화.
그는 흉내 내거나 훔쳐진 것이 아닌, 진정한 카운터야. 새롭게 등장한 너의 파트너.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부탁 하나만 할게. …나를, ‘신성현’을 발판 삼아 살아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나직이 읊조린 예언은 마치, 세계에 멸망 선언이 내려온 것과 같았습니다. 전 세계가 아니라 이연화의 세계인 것입니다. 끔찍해요. 끔찍한 예감이에요. 비극밖에 남지 않은 운명을 되풀이하여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우린 다신 행복해질 수 없는데. 상처 하나 없는 전신에 고통이 휘몰아쳤습니다. 흐르는 목소리에 상실이 깃들었습니다.) 유성우가 내리는 밤, 형과 영원히 함께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지 말 걸 그랬어요. 내 소원이 끔찍한 형태로 이루어지다니. 형은… 정말 나쁜 파트너예요. (에둘러 말하는 바를 내가 모를 것 같나요. 신성현은,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진정한 카운터를… 내가 알던 파트너처럼 대해달라고. 새로운 그에게 당신을 투영해 위로받으라고. 그럴 수 없는 사람인 건 당신이 잘 알면서.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미래예요.)
내게 가시밭길을 강요한다면, 형도 나와 같은 고통을 겪어요. 그리한다면 내 파트너께서 바라는 생을 살아갈게요. (알아요. 안다고요. 당신이 그렇듯이 내겐 선택지가 하나였습니다. 이건 쓸데없는 투정이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투정.)
…내가 죽기 전에 날 찾아와요. (시간을, 차원을, 공간을 넘어 날 찾아와요. 실현될 수 없는 마지막 소원을 빕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계가 우리를 사랑하는 줄 알았건만… 신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나 봐. 그래서 끔찍한 형태로 이루어지나 봐. (당신을 쓰다듬는 손길이 멈추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도 바라는 게 무엇이 나쁘겠는가. 당신과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소원,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는 소원, 내 파트너가 행복하게 해달라는… 소원. 인류에게 무심한 신이 들어주기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냥… 버티고 버텨서 당신을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오늘을 살아가게 만드는 소원들이었다. 같은 무게의 상실이 깃든 심장이 저릿했다.) 소중한 파트너의 다시없을 나쁜 사람이 되는 건… 꽤, 슬프네. …미안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우리가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아프지 않았을까. 네가 나를 조금만 덜 좋아해 줬더라면, 이 시간이 흐르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실상 신성현의 고통은 진작 펼쳐져 있었다. 신이 순리를 선언한 순간,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웠다. 무너지지 않는 건, 무너질 수 없는 건, 나보다 아플 당신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당신 머리에 머리를 기댔다. 서로가 지탱하고 버텨주는 모양새였다.)
약속할게. 널 만나기 전에는 죽지 않겠다고, 네가 사라지기 전에 찾아가겠다고. (시선을 내린다. 반대쪽 손의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슬프게 웃는다.)
네 몫의 배는 고통스러운 가시밭길이 되겠군.

캐릭터 인장

이연화

(미안해할 사람은 나예요. 당신의 마음에 나라는 비수를 꽂아, 평생토록 잊지 않게 만들었으니까요. 직접 상처 내지 않아도 당신은 날 잊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 입술을 깨뭅니다. 제게 내민 새끼손가락에, 제 새끼손가락을 끼웁니다. 꾹 잡아 약속했습니다.) 상관없어요. 그런 신은 인류도 사랑할 수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형이 날 사랑해 줘서… 이연화라는 카운터가 훌륭하게 살아있잖아요. (당신이 나의 세계이자 신이에요. 용기를 내 당신과 마주합니다. 슬프게 웃는 얼굴, 아파하는 숨결… 누군가가 자신을 난도질하는 감각입니다. 거친 입술에 입 맞춥니다.)
기억해요. 신성현은 이연화의 다시없을 나쁜 사람이에요. 하나뿐인 파트너고, …내 사랑이에요. (서로가 지탱하고 버텨주는 사람. 잡은 손을 통해 당신과 나의 아픔이 울립니다.)
사랑해요, 형… 신성현. (배는 고통스러운 길을 구태여 걸어갈 만큼.)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꽂은 비수에 아파할 새가 있을까. 마주 보고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 손짓, 키스를 삼키기에도 벅찬 사람인 내가… 사랑을 전해주진 못할망정 원망할 순 없는 법이다.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약속이 될 것이다. 네 곁에 있어 주겠다는 약속이 최초,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마지막. 나의 세계이자 신인 당신에게 굳건한 마음을 주었다.) 네가 날 사랑해 줘서, 훌륭한 사랑을 보답할 수 있었는걸. 훌륭하게 잘 자라줬어. 나와 과거를 살아가 줘서 고마웠어…. (미안함을 고마움으로 덧바른다. 슬픈 감정보단 이게 낫잖아. 당신이 훗날 지금을 추억할 때 미안해, 보다 고마움을 기억해 주었으면 해. 그리하여 슬프지만 웃고 있었다.)
이연화는 신성현의 다시없을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어. 하나뿐인 파트너고, 내… 사랑이야. 기억해. 이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메마른 입술에 입 맞춘다.)
사랑해, 이연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한 움큼, 혹은 그 이상의 눈물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저울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실은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모든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 이야기와 이야기가 팽팽하게 부딪혔다 나가떨어지길 반복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따라 모름지기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먼저 포기하고, 손을 놓았다면 내 사랑이 더 무거워서일까, 내 슬픔이 더 가벼워서일까. 눈치게임은 치열했습니다.
선택을 선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고집을 꺾는 것은 더 어려워서…… 우리는 결국 서로 다칠 것을 알면서, 어떻게든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일련의 사건이, 이편의 나와 저편의 네가, 사이에 쌓인 모든 것들은 운명이라기엔 너무 가혹했으니까.
작은 언어를 나누는 사이 별이 촘촘하게 박힌 밤은 기어코 찾아옵니다.
《씬 종료》
《클라이맥스 페이즈》
◆ #Scene 10. 검은 개의 그림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7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8 → 97
[ 신성현 ] 침식률 : 87 → 94

인스턴트 식품의 유통기한보다 짧은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환상은 천천히 부서졌습니다.
머리 위에서부터 하늘이 조각나고 구름이 찢어집니다. 새파란 모든 것들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면 검은 하늘이 드러납니다.
달도 별도 뜨지 않고 구름도 잠잠한 저녁.
모든 것이 부서졌을 때, 계단을 오르지도, 절벽에 매달리지도 않았으나 우리는 또다시 싱크홀의 앞에 서 있었습니다.
건조한 바람이 불고 장미 향기 대신 탄내와 잿가루가 휘날립니다.
불씨는 보이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타들어 간 탓에 그을린 냄새는 통 가시질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손을 잡고 평화로운 환상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허무하게 부서져 버렸습니다. 거짓이라도 좋으니까, 차라리 그곳에서 살아가는 게 우리에겐 더 행복했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싱크홀 앞에 서 있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가히 한여름 밤의 꿈이로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폐를 채우던 장미 향기 대신 풍겨오는 탄내와 잿가루는 현실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사막과 신의 신기루가 사라진 현실이란 잔인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꺼진 멸망의 불길이 가속되는 건 조만간이겠지. 우리는 여전히 손을 잡고 있었음에도 당신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타이머와 카운터만의 꿈인가.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머뭇거리고 있으면, 뒤에 우리를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인리히 장교입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이연화 카운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하나, 둘…….
묻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구원자의 머릿수를 헤아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제12구역으로 돌아왔을 때와는 무언가 달랐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만 꿈에서 깨어날 시간입니다. 발걸음을 돌려 싱크홀에서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와 그의 태도.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싱크홀에 오는 사이 하인리히 장교가 눈치챘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건 조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장교의 태도를 보고, 당신의 말을 들은 신성현이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당황 서린 목소리가 흘러 나간다.) 들어오기 전엔, 아침이었는데… 지금은 저녁이야. (검은 하늘, 급하게 달려온 하인리히 장교.)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싱크홀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말랬잖아! 아니, 애당초 복구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단체로 어딜….

꿱꿱거리는 목소리가 멀게 들립니다. 듣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우리의 부재는 들통났다는 것.
그때 운전사는 조금도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우리를 불렀잖아. 하인리히 장교처럼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겁먹거나 식은땀을 흘리지도 않았었으니까.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불현듯 고민에 빠졌을 때, 하인리히 장교가 호통을 칩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하루 종일 사라진 탓에 온 구역이 뒤집혔어!

사실인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의 옆에는 항상 붙어 있던 리슬러 부관 대신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었거든요.
군복은 아니니 구역의 정치인쯤 될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잠깐…만요. (하루 종일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14년 전, 7년 전, 우리가 이런 일을 겪었을 적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시간은 흐른 적 없다는 것처럼 공백을 채워나갔습니다. 이것은 신의 뜻일까요, 다른 이상한 점이 있는 걸까요.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우선 오해입니다. 저희는 정체 모를 수신음이, (…이런 걸 말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밀려오는 공허함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른 말을 꺼냅니다.)
돌아간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그땐 내가 사라진 뒤일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2구역을 수습하러 온 타이머와 카운터가 하루 종일 사라졌다는 것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하인리히 장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우리가 겪은 일을… 당신이 저지른 일을 말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저치들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말을 아낀다.) 죄송합니다. 추후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안다니 다행이군. 언제나 구원자의 사명을 가장 앞에 두라고 하지 않았나. (초조한 기색을 갈무리하고, 하인리히 장교가 큰 보폭으로 다가옵니다.) 다들 복귀해. 화재는 다 진압했으니 복구 작업만 남았어, 얼마 걸리지 않겠지. 제2시와 제3시 페어는 나와 함께 가고 제0시는 제13시와 함께 폐기장으로 움직이게.

한 걸음,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제1시는 호수 아래 수몰된 시체가 있는지 찾아볼 예정이니 경찰에게 협조하고, 혹시 모르니 제5시와 제10시 페어가 합류해서 지원하도록. 제4시는 전력 센터부터 찾아가 보게. 제6시는 내일 동물 보호소에서 출동한다고 하니 숲에 남은 개체가 있나 확인해 보고.

두 걸음,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제7시는 다시 불씨가 일지 않게끔… 아니, 차라리 함께 가는 게 낫겠군. 제8시, 제9시 페어는 잊지 말고 대피소에 방문해.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야. 제11시, 제12시는 방화 의혹 용의자들 대면하고,

그리고 정확히 세 걸음을 내디뎠을 때.
쾅!
커다란 굉음이 지나갑니다. 컴컴한 하늘이 희게 점멸하고, 요란한 비명이 머릿속의 뇌수를 흔들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면서 견디던 하인리히 장교의 구원자를 향한 집착, 애정, 귀애, 지금은 거북하기만 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사라질까 봐 붙들어 두려는 속셈이겠죠. 당신은 우리를 훔친, 진실을 아는 자니까. 견디다 못해 무언가를 말하려 했을 때.) 큿…, (몸이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습니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봅니다. 괴물이 나타나는 건 내가 사라진 뒤가 아니었나?)

카운터를 잃어버리고 난 겨울 즈음 괴물이 나타나고 멸망이 시작되었을 터인데, 먹구름은커녕 구름 한 점 없었는데 정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 것처럼 눈앞이 화려하게 번쩍이다 다시금 눈을 뜨자 건물과 건물 사이, 바닥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아닙니다. 일렁이는 것은 바닥 따위가 아닙니다.
그림자에서 솟아난 것처럼 순식간에 등장한 ‘어떤 괴물’의 잔상이었습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이글거리는 눈, 박동하는 푸른 피부를 가진 그것은 무척 흉측하게 생겼습니다.
옛적에 멸종한 공룡의 사체가 지금 돌아다닌다면 이렇게 생겼을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물러나요! (신성현을 끌어당깁니다. 괴물이 왜, 지금, 신이 바라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잖아. 당신이 보여준 미래조차 환상이었던 건가? 하얘지려는 정신을 애써 다잡고 중력을 일으킵니다. 빛이 스며든 사막과 다르게 제 한 몸처럼 반응합니다.)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심해, 이연화. (신이 보여준 환상에서 미리 보았던 형체 중 하나, 이계의 존재라는 걸 어렴풋 알아챘다. 당신의 손을 꽉 잡아 느닷없이 나타난 불길한 것을 경계한다.) …한 마리밖에 안 나타났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광경은 아니다. (저것은 왜 나타난 거지?)

그렇습니다. 이계의 공포, 환각 속에서 계속해서 보았던 괴물 중 하나입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이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하인리히 장교의 머리가 사라집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정확하게 목덜미를 찢고 머리를 훔쳤으니까.
이빨과 머리를 잃은 시체를 타고 푸르고 붉은 점액질이 쉼 없이 흘러넘칩니다. 낯익은 군복과 그을린 땅마저 모두 울긋불긋하게 물듭니다.
쇠 비린내가 훅 끼칩니다. 콧속으로 파고드는 그 악취는 죽음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던 남자는 머리를 잃고 쓰러집니다. 비참한 말로였으나, 저지른 죗값에 비하면 가벼운 징벌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잡아준 손, 눈동자, 몸이 경직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훔쳐 비극을 초래한 하인리히가 끔찍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죽음을 상상해 본 적은 없어요. 남의 것을 탐냈다고 하더라도 그의 도밍게즈를 향한 헌신은 진짜였고, 그가 있어서 당신을 만난 것이었으므로. 한 걸음, 물러섭니다. 악몽에서 보는 것과 현실을 맞이하는 건 결코 같지 않습니다. 입을 틀어막아요.) 장, 교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저지할 틈 없는 속도, 날카로운 이빨. 사막에서 널브러진 시체를 떠올린다. 짐승이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짐승이 아닌 것. 타이머를 물어뜯는 존재가… 저 괴물은 아니었을까. 당신의 눈을 가린다.) 괜찮아, 한 마리뿐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괴물은 하나고, 우린 24명이다. 장교님의 시신은 그 후에 모시도록 해.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어. 이를 악문다.)

숨구멍을 턱 막는 끔찍한 감각입니다. 근처에 서 있던 노친네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거나 달아났습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요란스러워 생각을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머리를 먹어치울 때마다 우득, 우드득. 섬뜩한 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럴 때가… 아니에요. 맞아요.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며 그 신마저도 ‘수습’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온 거예요. 그가 덮어준 어둠 아래서 천천히 호흡합니다. 괜찮아요, 저건 벌레 떼만큼 쏟아지는 괴물이 아니야. 단 한 마리. 고작 괴물 하나. 스스로 당신의 손바닥을 내린 이연화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오만한 남자의 초라한 죽음은… 그에게 걸맞은 징벌이네요. 저것부터 치우고 나서 남은 죗값을 쥐여주도록 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가 괜찮아진 것을 바라보고 안심한다. 장교의 시체와 괴물을 보고 있으려니 신의 예언을 실감했다. 멸망의 초석이다. 저건 우리가 맞이할 멸망에 비하면 먼지에 불과해. 처참한 깨달음이었다.) 도밍게즈의 첫 희생자가 장교라는 것이 퍽 상징적이군. (살아서 멸망해 가는 행성을 바라보는 게 그에겐 지옥 같은 징벌이었을 것을, 입맛이 썼다.)

퉤, 어디의 것인지 모를 뼈를 뱉은 괴물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입맛을 다시는 것도 같습니다.
악몽에서만 보던 괴물을 직접 맞이하는 건 처음이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서로의 파트너가 곁에 있으니까.
⚜ 충동 판정 : 난이도 10 ⚜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멸망을 끌어나갈 괴물이 두 사람에게 이를 드러냈습니다.
《타락의 유혹》 Lv1 | 오토 | 자동 | 씬(선택) | 시야 | 깊은 절망과 허무로 물든 사념의 힘으로 인해 주변의 레니게이드를 이상 활성화하는 E로이스.
대상 : 이연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괴물은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깊은 절망을 안겨줍니다. 다름 아닌 신이 알려주는 미래를 보고 온 자들에게는 와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당신 곁에서 버티는 것뿐이라니.)
(4+2)dx | 충동 판정 (6DX10) > 10[1,1,1,2,8,10]+4[4] > 14
2d10 | 충동 침식 (2D10) > 14[9,5] > 1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97 → 111
[ 이연화 ] BN : 2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것이 당신과 함께하는 마지막 싸움일 것이다. 파트너의 상태를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호수를 이겨낸 뒤로 완성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구원자, 네게 너무 무거운 짐을 안겨준 것 같아.)
(2+2)dx | 충동 판정 (4DX10) > 9[4,4,5,9] > 9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94 → 100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게 버텨보려는 당신과 다르게 마음속 어딘가가 무너질 정도로… 숨이 막혔다.)
2d10 | 충동 침식 (2D10) > 7[4,3] > 7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00 → 107
[ 신성현 ] BN : 2 → 3

검게 물든 코마니 호수가 우리를 시험했듯, 이것 또한 신의 시험인 걸까요.
그때 신의 섭리 앞에서 굴하지 않았던 마음이 현재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끝내 순리를 따르기로 한 우리는, 아마도…….
《전투 개시》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우리와 5m 거리에 있습니다.
사냥개가 한 인게이지, 그리고 신성현과 이연화가 한 인게이지입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사냥개가 내뿜는 선뜩한 기운은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최초의 그 예언은, 이루어지고 말 것이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구원자들을 향한 선고입니다.
《예고된 종언》 Lv1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당신이 쏜 멸망의 인자나 절대적인 운명 등에 의해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대상을 덮치는 E로이스. 당신은 멸망의 구현자요, 그 죽음의 선고에 틀림은 없나니. 이 효과는 ■■■ ■■■ 것으로 해제할 수 있다.
《끝없는 힘》 Lv1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다 써버렸을 힘을, 솟구치는 광기와 엄청난 욕망을 원동력으로 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E로이스.
대상 : 《예고된 종언》
《예고된 종언》 대상 : 이연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냥개가 말해준 미래는 꼭 신과 같은 것이라서, 괴물의 절망감이 앞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마지막까지 잔인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요. 우린 이미 많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멸망을 벗어날 수 있다는… 미약한 희망이라도 안겨주지. 신의 섭리를 이겨낸 줄 알았던 게 쓸모없는 발버둥이었습니다.)
(우린 한 번도 섭리를 벗어나 본 적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우리를 붙잡아두려는 듯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 지금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신의 힘에서 태어난 신의 그릇들은, 무엇을 해도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고… 눈앞에 목도한 멸망이 그 증거였다. 온몸이 짓눌린다. 중력이 깔아뭉갠 것처럼.)
【100↑ Blue moon】 《타겟 록+잿빛의 정원》 | 셋업 / - / 자동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5
대상 : 틴달로스의 사냥개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07 → 112

캐릭터 인장

신성현

(1분 1초라도 더 시간을 벌기 위해서, 저 괴물이 불러올 멸망을 억누르는 것이다. 예고된 종언에 빛을 잃은 눈동자가 사냥개를 바라본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긴 숨을 내쉽니다. 신성현이 느낄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있을 거예요. 당신과 나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파트너, 서로가 만든 운명이었으니. 허나 자신보다 신성현의 절망이 더 클 것입니다. 나는 나를 위해 안배된 새로운 ‘운명’과 함께 서 있겠지만, 당신은… 온전한 혼자잖아요. 저만을 짓누르지 않는 그의 중력을 넘어 사냥개에게 감정을 표출합니다.)
멋대로… 우리의 운명을 단정 짓지 말아요. (나는 살아서, 언젠가 신성현을 다시 보기로 했어요. 그러니 죽지 못합니다.)
14dx7+18 【100↑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4D+18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7 (14DX7+18) > 10[1,1,1,1,2,3,4,4,4,5,7,7,9,9]+10[2,4,4,8]+6[6]+18 > 44
대상 : 틴달로스의 사냥개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11 → 118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재빠른 몸짓으로 사냥개가 사라집니다. 그것은 시간의 모서리에 사는 것,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당신을 탐하려는 걸 중력이 짓눌렀을 뿐입니다. 운명을 부수려는 공격을 벗어나 어느 모서리에서 나타나려 하지만,
(7+5)dx+2 회피 판정 (12DX10+2) > 9[1,1,2,2,4,4,4,4,5,5,5,9]+2 > 11
붙들린 몸집은 완전히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한 박자 늦게 사라지던 뒷발이 이연화가 쏘아낸 마안에 꿰뚫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딜. 파트너가 내어준 기회는 놓치지 않습니다. 긴 세월 간 함께한 우리의 합은 뛰어납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보내는 눈빛, 손짓, 숨결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절망은 우리가 아니라 홀로 나타난 저 괴물이 가져야 할 감정입니다.)
5D10+18 | 대미지 (5D10+18) > 20[5,4,3,5,3]+18 > 38
(반짝이는 빛을 낸 금빛 마안이 살기 어린 회전력을 갖춰 사냥개의 뒷발을 꿰뚫습니다. 괴이하게 사라지려는 괴물을 중력으로 끌어내, 집어던집니다. 바로 신성현의 앞이었습니다.) 형.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신성현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사냥개가 내던져지고 내는 으르렁댐이 정신을 일깨웠다. 저것을 붙든 중력만큼이나 무거운 입술을 열어 대답한다.) …고마워. (사념에 잠겨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감내하기로 각오한 미래잖아. 내 곁엔 떠나지 않은 파트너가 있고, 당신 앞에선 무너질 수 없었다. 완전한 혼자가 되기 전에… 파트너의 눈빛을, 손길을,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100↑ Lycanthrope】 《헌팅 스타일+파괴의 손톱+완전수화》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10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12 → 122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까운 거리를 박찬 신성현은 장갑을 벗는다. 날카롭게 변한 짐승의 손으로, 같은 짐승을 내리찍는다. 푸른 마안이 무게를 더해 큰 굉음이 울려 퍼졌다. 확실히 신의 그릇인 우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18dx7+1 【100↑ Wolfpack】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8D+1 / 크리치 7 / 공격력 30 / 침식 7 (18DX7+1) > 10[1,1,1,2,2,3,3,4,5,6,7,8,9,9,10,10,10,10]+10[1,2,3,4,7,9,10,10]+10[6,7,8,8]+4[2,3,4]+1 > 35
대상 : 틴달로스의 사냥개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22 → 129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짐승의 손이 짐승을 내리찍습니다. 굉음이 울려 퍼지면, 두 사람의 중력을 받아낸 땅이 흔들리고 괴물은 울부짖습니다. 깡마르고 푸른 몸이 여기저기 터져 붉은 피를 토해냈다가 수복되길 반복합니다. 구석에서 피어나던 연기는 이연화에게 먹혀든 지 오래입니다.
(7+5)dx+2 회피 판정 (12DX10+2) > 8[1,3,3,4,4,5,5,6,6,7,7,8]+2 > 10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존재하는 싸움은 이렇게나 쉬운데, 당신 없는 싸움은 얼마나 힘겨울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멸망의 싹을 짓이기는 손에 힘을 주었다. 파트너에겐 파편 하나 날아가지 않도록.)
생각보다… 끈질겨. 방심하지 마, 이연화.
4D10+42 | 대미지 (4D10+42) > 18[8,2,5,3]+42 > 60

캐릭터 인장

이연화

(땅이 흔들리고 중력이 뒤바뀌는 와중에도 피하거나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신성현의 거친 싸움은 자신에겐 더없이 다정한 배려였기에. 제게 날아드는 파편까지 부수어버리는 것을 보면 그러했습니다. 웬만한 생명체는 산산조각날 타격을 죽지 않고 버티다니, 손끝이 떨려왔습니다. 두 걸음 물러서서 대비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형이 더 조심해요. 괴물은 괴물이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한 번에 죽지 않은 걸 느끼곤 사냥개로부터 물러난다. 겉보기로는 깡마른 몸짓, 부러뜨릴 수 있을 외형이 묘하게 형체가 확실하지 않았다. 푸른 피부 속에서 이글거리는 눈빛이 소름 돋았다.) 한 마리만 있어서 다행이군. 저런 괴물이 여러 마리 있었다면, (말을 끊는다. 이 뒤는 이연화도 보았을 미래였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틴달로스의 사냥개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흉측한 머리를 털어낸 사냥개가 일어섭니다. 땅을 딛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을 파헤칩니다. 천천히 걸어오는 그것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납니다. 컹!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 울음 소리를 내더니, 한쪽 모서리에 숨어듭니다.
【시간의 사냥꾼】 《오리진:애니멀+완전수화+형상변화:유+파괴의 손톱)》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이윽고 두 사람의 땅을 딛은 군화가 120° 이하를 이루는 모서리에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닥이 울렁이더니, 사냥개의 이빨이 쩍 벌어진 채 솟아오릅니다. 그대로 먹잇감을 탁, 물어버렸습니다.
17dx7+5 【이계의 공포】 《독을 품은 짐승》+《월드 디스트럭션》+《C:키마이라+짐승의 힘+인탱글+유배자의 대낫》 | 오토+메이저 / 〈백병〉 / 대결 / 4체 / 시야 | 다이스 17D+5 / 크리치 7 / 공격력 2D+31 (17DX7+5) > 10[1,1,2,2,3,4,5,5,6,6,6,7,7,8,8,9,9]+10[1,2,2,3,7,7]+6[5,6]+5 > 31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제기랄, 중력을 이용해 날아오르기 힘든 공격이었습니다. 발끝이라도 걸리면 그것을 타고 물어오겠죠. 어디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저 이동도 그렇고요. 어디로든 회피할 수 없는 공격이라면,) 벌써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뒤를 신성현에게 맡겨야겠어요. 손을 휘둘러 마안 하나를 움켜쥡니다. 그리고, 사냥개의 입속에 처박습니다.)
이거나 먹어요.
《시간의 관》 Lv1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18 → 128

팡! 먹잇감 대신 마안을 삼킨 사냥개의 입속에서 폭발 소리가 납니다.
당신의 힘을 담은 마안을 삼켰으니 가히 초신성 폭발을 경험한 셈이군요.
산산이 부서지는 금빛 빛과 폭발의 여파로 비틀거리는 사냥개가 모서리에서 튀어나옵니다. 불길한 연기가 화하게 퍼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발목 하나쯤은 내어줄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당신이 일으킨 폭발에 물러나는 사냥개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덕분에 큰 위기는 넘겼어. 너무 무리해선 안 돼, 이연화. 저 연기… 느낌이 좋지 않아. (찰나라도 스치면 달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바닥에서 몸을 띄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까 가까이에서 느꼈던 연기는 몸을 좀먹어가는 종류였었어요. 치유의 타이머, 카운터가 고생하겠는걸요. (불길하고도 무거운 연기. 한기가 몰려와 몸을 둔하게 만드는 듯했습니다. 순간 무리한 힘을 써서 느려진 탓도 있습니다.) 쉽게 당해주지 않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시간을 거스르는 힘은 가장 위험할 때 사용하는 카드였으므로 힘들어하는 게 당연했다. 등 뒤에 있을 당신에게 사냥개가 향하지 않게 막아선다.) 앞은 내가 버텨볼게. 연기에 당했을 때는 바로 치유하러 달려가.

《클린업 프로세스 : 1라운드 종료》
《셋업 프로세스 : 2라운드 개시》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사냥개는 먹잇감을 만족스럽게 물어뜯지 못해 화가 나 보입니다. 적의를 내뿜는 기세가 한층 강해졌습니다. 이리 벗어나려 노력해봤자 운명은 흘러가는 것을. 그것의 집념은 상식을 능가합니다.
1d10+1 《파멸의 발소리》 Lv1 | 셋업 | 자동 | 씬(선택) | 시야 | 당신의 끓어오르는 망집이,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 정도로 강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E로이스. 당신의 광기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체세포조차 미쳐버리게 한다. 항상성을 잃은 육체는 곧 죽음에 이른다.(1D10+1) > 2[2]+1 > 3
대상 : 이연화, 신성현

넓게 퍼진 연기가 이곳을 전부 장악한 그때,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몸을 부풀립니다.
괴물에게서 형용할 수 없는 시간이 느껴지고 두 사람에게 죽음의 기운이 드리웁니다.
생존 본능이 외치는 소리를 직감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의 안색이 변합니다. 치유하러 갈 틈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직감이었습니다. 그전에 우리가 죽거나, 저것이 물러나거나. 빠진 기운을 억지로 끌어올려 공중에 뜹니다. 당신의 뒤에 섰습니다.)
아뇨, 형. 파트너를 두고 혼자 가진 않을 거예요. (적어도… 우리가 손을 잡을 수 있을 시간까지는.)
…전력을 다할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혼자 가지 않겠다는 말, 속에 숨겨진 의미가 슬프게 다가온다. 그래. 너는 아직 ‘나의’ 파트너야. 당신을 물리거나 거절하지 않는다. 다만 네 얼굴을 바라보지 못해 앞을 주시하고, 손만 잡아주었다.) 네가… 그리 원한다면. 지켜줄게. (호수와 비슷한 상황이네.)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사냥개가 길게 우는 소리가 하늘을 찢습니다.
《가속하는 시간》 Lv3 | 이니셔 | 자동 | 자신 | 지근
제 발로 걸어들어온 당신들을 번들거리는 눈이 맞이했습니다. 비틀린 주둥아리를 열어 긴 혀를 움직이고, 수없이 난 이빨을 드러냅니다. 그것의 모습이 빠르게 흩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신성현의 근처, 그가 내리친 땅바닥이 이룬 각도 틈에서 튀어나왔습니다.
17dx7+5 【심연의 공허】 《독을 품은 짐승》+《월드 디스트럭션》+《C:키마이라+짐승의 힘+인탱글+자이언트 그로우스》 | 오토+메이저 / 〈백병〉 / 대결 / 범위(선택) / 시야 | 다이스 17D+5 / 크리치 7 / 공격력 2D+31 (17DX7+5) > 10[1,1,3,3,4,4,7,7,8,9,9,9,9,10,10,10,10]+10[3,3,5,5,6,8,8,9,9,10,10]+10[2,2,4,6,8,10]+10[2,8]+10[10]+10[10]+2[2]+5 > 67
대상 : 신성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자신을 공격한 신성현을 먼저 노리는 사냥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괴물 주제에 지성 있고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잖아요. 게다가 이빨에도 고여 있는 연기, 독한 향이 났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소중한 파트너보다 자신에게 보내오는 살의가 달가웠다. 미안해, 이런 파트너라서. 내겐 나보다 네가 소중했어. 어디로 이동할 줄 모르는 적이 다가오는 기회는, 직접 공격할 때였다. 당신을 흘긋 돌아본 신성현이 그의 손을 놓는다.) 피해 있어. (짐승의 주먹을 움켜쥐었다.)
✦ 타이터스 승화/BS:폭주 회복 : 세계의 신

system

[ 신성현 ] 로이스 : 5 → 4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를 움직이는 것은 당신이며,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이연화였다. 그딴 세계의 신… 내 세계가 될 수 없어. 이연화를 제친 신성현은 사냥개에게 팔을 휘두른다. 그것의 연기가 당신에게 닿지 않게끔 만들었다.)
13dx7+1 《복수의 칼날》 Lv2 | 오토 | 백병 | 대결 | 단일 | 지근 | 침식치 +6 (13DX7+1) > 10[1,1,1,2,2,2,3,3,4,4,6,7,7]+10[4,10]+10[8]+4[4]+1 > 35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29 → 135
[ 신성현 ] BN : 3 → 4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을 말릴 새가 없었습니다. 온화한 손길이 저를 밀쳐 사냥개로부터 떨어뜨리고 나자, 사냥개를 향해 달려드는 당신의 등이 보였습니다. 뻗은 손가락은 당신의 망토 자락이 아닌 허공을 움켜쥐었습니다. 뒤늦게 비어버린 손이 차가워집니다.) 내 허락 없인 위험한 행동 안 한다고…! (말 더럽게 안 듣는 게 누구인지!)

당신의 손이 망토자락을 움켜쥐기도 전에,
쾅! 공기가 진동합니다.
사냥개의 이빨을 막아낸 역공격에서부터 비롯된 울림입니다.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 큰 소리에 먹혀 사냥개가 무슨 소리를 냈는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신성현의 반격으로 떨어져 나가,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물론… 직격으로 맞은 신성현도 무사하긴 힘들겠지만.
9D10+31 | 대미지 (9D10+31) > 52[5,7,3,5,10,5,3,5,9]+31 > 83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문 잇새 사이로 신음이 흘러 나갔던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이연화의 목소리를 이명이 밀어냈다. 달려드는 사냥개는 겨우 막아냈지만, 이빨에 찢긴 상처를 타고 연기가 스며든다. 몸속을 헤집는 고통에 몇 걸음 밀려난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언제 쓰러진 거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4D10+22 | 대미지 (4D10+22) > 18[6,6,1,5]+22 > 40

system

[ 신성현 ] HP : 30 → 0

캐릭터 인장

신성현

괜찮, 아… 네가 있으니까, 쓰러지지… 않아. (내 하나뿐인 파트너, 이연화, 당신… 그가 무사한 것 하나로 언제든지 일어설 수 있었다.)
✦ 타이터스 승화/전투 불능 회복 : 제2구역 화재 사건
(널 모조리 불탄 이 광경처럼 만들 순 없어. 기어이 몸을 일으켰다.)

system

[ 신성현 ] 로이스 : 4 → 3
[ 신성현 ] HP : 0 → 14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 충격에는 눈을 질끈 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팔로 휘몰아치는 바람을 막아 버텨서, 눈을 뜨면 괴물의 공격을 직격으로 받아내고도 서 있는 신성현이 보입니다. 공격에 당한 건 당신인데… 내 속이 당신보다 뒤집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놓은 손을 으스러뜨릴 듯 쥐어왔습니다. 찢긴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하얀 장갑을 흠뻑 적셨습니다.) 다친 형을 봐야 하는 나는요. (내 손 놓지 않겠다며. 위험한 짓 안 하겠다며. 분노와 걱정, 애탄 마음이 당신을 붙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상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당신의 강한 힘이 손을 움켜쥐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굴러가지 않던 머리가 아차, 한다. 시선을 피해 서로의 손가락을 엮어온다. 내 손 더러울 텐데.)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당장 널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우물댄 입을 연다. 확실히 눈과 눈을 맞춘다.) 놓은 게 아니야. 언제고 일어서서 네 손을 잡아줄 생각이었어. …미안해, 이연화.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신경이 더럽혀지는 제 손과 사냥개에게 쏠려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요. 이연화가 화를 풀지 않은 채 그의 손을 놓아주었습니다.) 나의 파트너께서는 직접 경험해야 내 애타는 속을 알아주시겠네요. (말로 해서 들어먹지 않는 사랑스러운 파트너였습니다. 누굴 닮아 이러는지까지 잘 압니다. 신성현이 붙잡지 못하게 제칩니다. 사냥개의 시선을 금빛 마안으로 이끌었습니다.)
파트너의 심장이 내려앉는 순간을 경험해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물러난 사냥개가 당신을 향해 달려들진 않을지 쏠려 있던 신경이 뚝 끊긴다. 상대를 지나치게 잘 알고 파악한 게 원인이었다. 비어버린 손을, 당신이 느낀 차가움을 의아하게 받는다.) 이연화…? (너, 무슨 생각을,)

◆ 순서 : 틴달로스의 사냥개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강아지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것에 맞추어,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반짝이는 금빛 마안에 표적을 빼앗깁니다. 그 근원지가 이연화임을 느끼고… 신성현에게 틀어졌던 몸뚱아리를 뒤틉니다. 미끼를 덥석 물어 달려들었습니다. 당신에게.
이연화의 눈앞에 당도한 사냥개가, 길게 난 발톱을 내리그었습니다.
17dx7+5 【심연의 공허】 《독을 품은 짐승》+《월드 디스트럭션》+《C:키마이라+짐승의 힘+인탱글+자이언트 그로우스》 | 오토+메이저 / 〈백병〉 / 대결 / 범위(선택) / 시야 | 다이스 17D+5 / 크리치 7 / 공격력 2D+31 (17DX7+5) > 10[1,1,1,2,4,6,6,7,7,8,8,9,9,9,10,10,10]+10[2,2,5,5,5,6,6,6,7,10]+10[2,7]+4[4]+5 > 39
대상 :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통을 좋아하지 않는 이연화가 나선 것은 그만큼 화났다는 소리입니다. 제 안위를 돌보지 않고, 약속한 것을 어기고, 내 손을 놓은 신성현에게. 똑똑히 알려줄 것입니다. 이러지 않으면, 내가 없는 당신이 무슨 짓을 할지… 자신을 어떻게 깎아 먹을지. 알 수 없어 두려웠습니다. 물러나고픈 마음을 던지고 사냥개를 중력으로 감쌌습니다.)
방해하지 마. (우리 둘의 마지막 시간을.)
7dx7+6 【100↑ Blood moon】 《요격하는 마안+검은 철퇴》 | 리액션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7D+6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8 (7DX7+6) > 10[2,4,5,6,6,7,10]+3[2,3]+6 > 1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28 → 136
[ 이연화 ] BN : 3 → 4

캐릭터 인장

이연화

✦ 타이터스 승화/판정의 달성치 +1D : 빛이 스며든 사막
1d10 (신은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환상을 벗어나 현실을 살고, 이 고통이 우리가 겪을 멸망의 시초라고.) (1D10) > 7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5 → 4

단순히 무리하게 막아낸 파트너를 꾸짖기 위함뿐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홀로 남을 파트너를 위해 알려주는 걸음이었습니다.
당신 없이 깎여나갈 그가 걱정되어서,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말하는 것입니다.
살아서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신성현이 느꼈을 강렬한 고통이 당신을 뒤덮습니다.

캐릭터 인장

틴달로스의 사냥개

사냥개의 이빨이 살을 찢고 파고드는 감각입니다. 그 사이에서 역겨운 연기가 내장을 헤집어 스며드는 고통. 최후의 공격임이 틀림없습니다.
6D10+31 | 대미지 (6D10+31) > 33[6,5,9,1,3,9]+31 > 64

캐릭터 인장

이연화

(상대의 공격을 낮추는 힘은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약속 지켜요, 손 놓지 말아요. 아파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내가 얼마나 아플지 생각해요. 그리고, 다치지 말아요…. 가까워진 사냥개의 심장을 노립니다. 금빛 마안은 괴물의 내부를 파고들어 한 번 더, 터집니다.)
3D10+18 | 대미지 (3D10+18) > 17[3,9,5]+18 > 35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나무라거나, 말리는 말이 나올 수 있을 리가. 그가 하는 행동은 직전 자신이 똑같이 행한 만행이었다. 너는 내게 알려주고 있는 거야. 네 손을 놓고 달려 나간 내가 그토록… 잔인했다고. 다치지 말라고, 자신을 깎아 먹지 말라고… 폭발에 휘말리는 당신을 받쳐 안았다.) …내가, 잘못했어.

소리 없는 폭발이 이어집니다.
두 사람의 살을 깎은 반격은 괴물에게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제아무리 괴물일지라도 홀로 구원자들의 공격을 받아내기는 무리였고, 비로소 그것의 형체가 무너집니다.
당신의 몸 또한 사냥개에게 찢긴 대가를 전해받습니다.

system

[ 이연화 ] HP : 26 → 0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무리한 방어에 무리한 공격, 이연화가 서 있을 힘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파트너의 품에 안겨 안을 헤집는 연기에 저항합니다. 입술을 깨물고, 당신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알면… 됐어요. 형을 말 안 듣게, 만든 사람이 나이기도 하니까. 이번만… 넘어가 주는 거예요. (피에 젖어 둘 다 엉망이네요… 비슷하되 하나도 같지 않은 시간끼리 만났습니다. 그럴수록 자신은 확신하게 됩니다. 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구나.)
✦ 타이터스 승화/전투 불능 회복 : 지구의 신성현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4 → 3
[ 이연화 ] HP : 0 → 11

캐릭터 인장

신성현

(틀림없을 사랑을 담아 바라봐 주는 당신의 눈동자를 어떻게 거부하겠어. 저를 쓰다듬는 당신의 손등을 감쌌다. 손가락끼리 엮자 피투성이 운명이 완성된다. 뺨에 남은 핏빛 자국이 뜨거웠다.) 파트너한테… 말 안 듣는다고 뭐라 할 때가 아니었군. 다음엔… 다음엔 조심할게. 네 약속을 지킬 때까지 죽지 않을게. (피치 못할 죽음으로 도망치지도 못하게 만드는 당신이 사랑스러웠고, 잔인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은 바보예요. (당신과 나 둘 다 말하는 겁니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사람들이에요. 상대를 지키려면 상처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눈을 내리감습니다. 따뜻한 품이 주는 안온함을 필사적으로 잡았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형을… 사랑해요. 죽지 말아요…. (난 건너편 행성에 당신이 살아 있다는 희망 하나로 살아갈 거란 말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쁜 파트너에다가 바보 같은 파트너인가, 네가 고생이 많네.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느라. 네가 주는 상처는 고통스러운 동시에 혀 아리게 달콤한데, 미칠 듯이 따뜻한데… 신성현은 당신이 일깨워 준 약속을 통해 살아갈 것이다. 죽지 못해 살아갈지언정 당신을 영원토록 사랑할 터였다. 그에게 입을 맞춘다. 피 맛 섞인 키스였다.) …응. 그릇이 다하기 전까지 안 죽어, 약속해. 사랑하는 파트너를 위해.

눈앞의 죽음과 코밑의 비린내, 귓가의 비명과 손끝의 체온.
결국 당신이 끔찍한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고, 모든 감각이 알리기 시작합니다.
피가 바닥을 적십니다. 붉고 어둡게 물들어 저주받고 있습니다. 젖은 흙이 축축한 소리를 내며 사그라듭니다.
《전투 종료》
유리의 벽면을 타고 부드러운 모래가 떨어집니다.
뜬금없이 시야를 사로잡은 모래시계는 고개를 돌려도, 젖혀도, 숙이거나 휘저어도 끊임없이 쫓아옵니다. 피에 젖지 않은 가장 곱고 순결한 흰색이었습니다.
떨어지는 소리가 사르륵, 귓속을 파고듭니다.
새카만 밤하늘에 남은 시간은 몇 분 남짓입니다. 무엇을 향해 떨어지는지 모를 수 없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자정을 지나 내일이 되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3월 7일. 각별한 시간이 수명을 다했습니다.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많은 눈물을 흘려 끝을 받아들였음에도 질문하는 까닭은,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형, 나랑, …도망가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요. (함께 가자는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냥 도망가요. 피에 젖은 이 땅을 벗어나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당신이 나를 보낼 곳으로.)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도망가자, 당신의 입에서 간절히 바라 마지않던 말이 나왔건만. 마음이 내려앉는다.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손 틈 사이로 쏟아졌다. 하루가 지나면 선택을 번복할 수 없겠지. 우리는… 선택한 길을 따라 나아가겠지. 쏟아진 물을, 모래를 되돌릴 수 없으니. 이연화를 들어 일어선다. 당신의 이마에 이마를 기댄다.)
…그럴까. 같이 도망갈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우리는, 너는 파티회장에서 도망치듯,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나아가기 싫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고도 모자라 중력을 머금어 느린 속도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에게 사랑을 전할 기대감에 부풀었던 졸업식과는 달랐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멸망,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도망이었습니다.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도밍게즈의 유일한 내 것, 신성현마저 놓아주어야 하는 걸음 한 걸음이 야속했습니다. 멈출 수 없을 거예요. 매달릴 수 없을 거예요. 알죠, 이 이별은… 너무나 사랑하기에 이루어지는 이별인 거예요.)
…사랑해요. (14년을 사랑하면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미안함 대신 사랑한단 말을 했습니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이별은… 상대를 놓아주기 위한 이별이 아니야. 너무나 사랑해서, 너무나 붙잡고 싶어서, 이별하는 거야. 네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도밍게즈에서 유일하게 당신에게 쥐여준 나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 걸음을 돌려 우리가 사랑한 장소에 가서, 일상을 이어가고 싶었다. 우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끌어안는다. 신성현의 슬퍼하는 얼굴 역시 가려지겠지.)
…사랑해. (불시착한 행성에서 나를 위해 살아가 주고, 사랑하고, 애정해 줘서… 자그마치 14년을 나와 함께해서. 곱고 순결한 모래 사이를 헤쳐 나간다.)

모래시계의 환각이 시야를 쫓아다닙니다.
모래가 다 떨어지는 것은 2066. 3. 7, 내일. 하루가 지나면 선택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닥쳐올 종말을 모르는 도밍게즈는 평온하고, 평화롭습니다.
파트너의 손을 잡은 구원자들만이 구슬피 우는 소란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씬 종료》
《백 트랙》
사용된 E로이스 수의 수는 5개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5D10 | E로이스 굴림 (5D10) > 32[5,10,10,6,1] > 32
남아있는 로이스 수 : 3
3D10 | 1배 굴림 (3D10) > 16[10,1,5] > 16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36 → 88

캐릭터 인장

신성현

5D10 | E로이스 굴림 (5D10) > 28[5,9,1,7,6] > 28
남아있는 로이스 수 : 3
3D10 | 1배 굴림 (3D10) > 18[5,3,10] > 18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35 → 89

전원 생환합니다.
《백 트랙 종료》
《엔딩 페이즈》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선택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이대로 나아가면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이 있겠지.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인연들이 있겠지.
놓아줘서, 영원히 타인이 되어야 할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선택에 대해 몇 번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별을 예감했지만 쓸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았어요.
길을 나섰건, 나서지 않았건, 결국 태양은 저물고 모래는 바닥을 칩니다.
이별이란 이 별을 떠나는 것.
설사 멸망이 도래한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조차 없겠지.
조용한 제10구역의 밤하늘을 아름다운 별이 수놓았습니다.
오늘은, 유성우가 내릴지도 모르겠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 하늘에 유성우가 내린다면 그것은, 나와 신성현의 이별을 맞이하는 별들의 죽음일 것입니다. 유난히 결백하고 창백한 도시. 중력을 거스르는 우주. 세련된 건물과 당신의 손을 잡고 거닐던 전시관… 가장 높은 것이 보입니다. 최초의, 작동하지 않는 우주선. 신성현의 목을 꽉 끌어안았습니다.) …생일은 챙겨주고 가게 해주지. 혼자… 보낼 수 있겠어요? 나 없이 잘 살아갈 수 있겠어요? 형. (손바닥 뒤집듯 추워진 날씨에 하얀 입김이 하늘을 가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성인이 되고 난 후 보낸 첫 생일, 이곳에 함께 와서 전시회를 둘러보고 밤하늘을 구경하곤 했어. 작은 선물 하나에 기뻐하던 당신이 선명해. 더는 함께하지 못할 추억들이다. 최초의, 작동하지 않는 우주선.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저편에 있을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당신을 꽉 끌어안는다.) 노력해야겠지. 너 없이 살아가려면… 살아남아야 할 거야. (결코 잘 지낼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어. 너도, 나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서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 걱정된다면, 가기 전에 생일 축하한다고 해줄래? 매 생일마다 네 목소리를 기억할게. 네가 해준 한마디를 위안 삼아… 보내볼게. 연화야. (괴로울 것이다. 당신의 목소리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데, 눈앞에는 당신이 없어서. 위안이 아니라 죽을 만큼 아픈 그리움을 지니게 될 텐데도… 미련을 놓을 수 없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이별하게 되는 우리가, 이편과 저편으로 갈라서게 되는 우리가. 반짝이는 별 중 도밍게즈가, 지구가 있을까. 그곳에 당신이 살아 숨 쉬며 나를 위해 견뎌내고 있을까. 괴로울 것입니다. 신성현과 보낸 모든 시간이 저를 지탱하는데… 눈앞에는 당신이 없어서. 무언가를 결심합니다.) 형, 신성현. (나의 파트너. 이연화가 평생을 지녔던 약지의 결혼반지를 빼냅니다. 흠 하나 없이 반짝이는 금빛 반지를… 당신의 손에 쥐여줍니다. …이것은, 생일 선물이에요.)
생일 축하해요. 이연화 없이 살아갈 신성현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날 기억해 줘요. 내가 해준 한마디를 위안 삼아 살아가요. 그리고, (돌려줄 수 없게 당신의 손가락을 놓지 않았습니다.)
내게 돌아올 때… 다시 돌려주세요. 약속했죠, 우리….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걸음은 신의 손가락에서 단 몇 걸음을 남겨두고 멈추었다. 손바닥에 놓인 자그마한 반지, 이 밤에도 반짝이는… 파트너의 눈동자를 닮은 보석. 서로를 이어주는 맹세, 증거, 계약, 파트너의 상징이 손안에 들어온다. 우습게도… 숨통이 옥죄면서 트였다. 괴로운데 이것 하나로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네가 이 별에 두고 갈 유일한 실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이연화. (울음 섞인 목소리였을 테지. 내 얼굴이 어떨지 잘 모르겠어, 시야가 흐려지는 걸 보면 눈물이 흐르고 있는 건가. 생일을 축하하는 당신의 입술을 삼킨다. 다정하지만 거칠고, 애절한 데다 급하기까지 한… 형편없는 마지막 키스였다. 웃어주려 마음먹었는데, 웃음이 나오질 않네. 내가 널 너무 사랑하고 있나 봐… 네가 날 너무 사랑해 줬나 봐.)
너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마워. 네게 반지를 돌려주기 전엔 포기 안 해. 어떻게든 저 하늘을 건너서, 저편의 네게… 반지를 돌려줄게. 그때는 내가 청혼하겠어. …약속해 줘, 연화야. (돌려주지 않고 손을 맞잡는다.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 오고 있어.)
이연화를 구하러 갈 신성현에게 손 내밀어 주겠다고. (그리하여 행복하게 사랑해 주겠다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10구역의 가장 높은 신의 손가락. 푸른 장미 아치가 피어날 이별의 장소, 너와 나의 사랑이 담긴 곳. 오늘을 잊지 못할 거예요. 나를 살아가게 해준 당신을 잊지 못할 거예요. 이대로 헤어져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조차 없는 거리에 놓여도, 영원한 타인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연화를 이루는 것은 신성현이었으므로. 내 전부가 당신으로 인해 태어난 시간이었으므로. 당신이 건넨 마지막 키스를 삼킵니다. 다정하지만 거칠고, 절박하면서 놓기 싫은, 형편없는 매달림이었습니다. 그런 표정을 한 당신을 나는 어떤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볼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만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둘의 생일인 거예요. 당신을 만난 날인 동시에 헤어지는 날이… 오늘이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청혼을 해주세요… 이연화의 손에 반지를 끼워 입 맞추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요. 도망쳐요. 내 손을 잡아줄 당신에게 기꺼이 이 한 몸, 내어줄 테니.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쓸쓸함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가히 우리의 종말이라 일컫는 슬픔.)
사랑해요… 신성현, 나의 파트너. (내가 사랑하던, 나의 반쪽, 하나뿐인 시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새파란 장미가 어둠 속으로 머리를 떨구고 꽃잎을 토하는, 지독하게 평화로운 순간. 당신과 나는 우리의 종말을 맞이한다. 아예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웠을까 가슴이 시려오면서, 사랑하는 당신을 만나지 않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다. 시간을 되돌리기엔 신성현을 이루는 모든 게 이연화가 되었으므로. 나의 시간은 당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당신을 내려놓는 손길이 하염없이 느렸다. 껴안아서 도망치고 싶어. 너를 만난 날에 너를 놓아주기 싫어. 내가… 널 망쳐버렸을지도 몰라.)
신혼여행으로 가자 했던 곳… 거기서 아무도 없는 곳을 골라, 도망치자. 오늘처럼 단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도망쳐서, 행복하게 살아. 신조차 방해할 수 없는 공간에서. (두 사람의 이별로 두 별은 조금의 시간을 버텨내겠지만, 우리는 아니었다. 헤어지는 지금부터 종말의 시작이었다. 당신의 비어버린 약지에 입을 맞춰, 고개를 들며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사랑해, 이연화. 나의 파트너. (내가 사랑하던, 나의 반쪽, 하나뿐인 시간.)

가장 높이 솟은 것 아래에서 서로 마주보고 섭니다.
오늘만큼 신성현이 낯설거나, 멀게 느껴진 적은 처음입니다.
시선은 한참 서로를 마주보고 고정됩니다. 이별밖에 남지 않았으니 망설여지는 건 당연한 수순일 테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인정할 수 없어 부정했던 방법을 내 손으로 실현하기란, 걷잡을 수 없는 아픔이었습니다. 어딘가에서 또 다른 내가 살기 넘치는 눈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날 바라보고 멈추라 저지하려 하겠죠. 당신의 웃음이 심장을 찢는 감각이었습니다. 슬픔과 그리움, 놓아주기 싫다는 명백한 사랑, 그것들을 덮으려는 이별을 위한… 웃음. 당신에게 보답해 미소 짓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어여쁜 미소였습니다.)
언젠가 다시… 다시 만나요, 내 사랑. 꼭이에요. (덜덜 떨리는 손이 당신의 등을 껴안습니다. 군용 나이프를 들어, 천천히… 아프지 않을 곳을 찌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플 당신에게 더 큰 고통을 내어줄 순 없어요. 아이같이 우는 미소일 거예요. 틀림없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것을 끝으로 당신의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축복일 미래였다. 슬픔과 그리움, 헤어지기 싫다는 명백한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어주는 미소. 찬란한 태양을 닮은… 네 미소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제는 볼 수 없을 미소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았다. 저를 껴안은 이연화의 머리칼을, 등을, 쓰다듬었다. 당신을 놓아주는 고통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감각이 등을 찔렀다.)
걱정하지 마, 내 사랑. (푸른 눈동자가 높이 솟은 것을 향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힘을 끌어올려, 신의… 손가락을 무너뜨린다. 천천히… 이연화의 온기를 1초라도 느낄 수 있게. 세계가 부서지는 광경에 눈을 감는다.) 언제 어디서라도 널 찾아갈게.

신성현의 어딘가를 찔러, 기어코 피를 봅니다.
가장 높이 솟은 것을 무너뜨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피 냄새가 짙어서, 평생이 지나도 이 순간을 잊지 못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무너뜨리고 부서뜨리면…… 사막에서 보았던 환상이 스쳐 지납니다.
감히 신의 손가락도 꺾고 구원자를 피 흘렸으니 어찌 세계가 온전하리오.
무너진 잔해에 피를 덧바르자, 익히 알고 있는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피에 젖었는데 쇠 비린내라곤 전혀 없습니다.
가장 높이 솟은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썩어들어, 땅 아래로 자취를 감추면……
눈앞에 문이 열립니다.
철제를 두르고 피어난 새파란 장미는 기적과 불가능의 상징.
도저히 장미 향기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을 예고하는 것처럼 진해지고, 덧칠해집니다.
문 너머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당신은 그래도 건너가야 합니다.
이 문을 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히 이별하겠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나와 같은 시간을 사는 이를 돌아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손 놓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함께 싸우겠다고, 영원히 내 것이라면서. 누구의 탓도 아닌 이별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떠나라는 듯이 열린 아치가 저주스러웠습니다. 피 냄새가 지독했고 당신의 웃음은 발목을 붙잡아 묶어두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나는 걸음이 못내 무거웠습니다. 당신을 몇 번이고 돌아볼 거예요. 피가 스며든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이… 끔찍하겠죠. 떨리는 손을 움켜쥡니다. 당신보다도 절박한 표정이었습니다.)
(…안녕, 사라지는 목소리가 마침내 이별을 말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별의 순간은 각오했던 것만큼 끔찍했고, 원망스러웠고, 빨랐다. 떠나라는 듯이 열린 푸른 장미 아치가 야속하게 반짝인다. 무엇이 기적이고 무엇이 불가능이란 말인가. 이것은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멸망의 상징이었다. 이별의 상징이었고. 장미 향기가 지독했고 당신의 미소는 붙잡으라는 바람을 부추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지는 당신을 향해 뻗은 손이… 허공을 할퀸다. 차마 붙잡지 못한 손이 갈 곳을 잃는다.)
(…안녕. 일렁이는 목소리가 마침내… 이별을 말했다.)

울었나요? 혹은 웃었던가요.
눈앞이 흐릿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인데. 선명하게 보아두어야 하는데. 이제 돌아가면 영영, 다시는 볼 수 없을 텐데……
마음과 달리 야속하게도 눈물은 멎지 않고 계속 눈앞을 적십니다.
신성현의 얼굴이 흐려집니다. 일렁입니다. 젖어 들어갑니다.
하고 싶은 말은 밤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지만……
“안녕.”
이별하는 처지에, 이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습니다.
언젠가 내가 머물게 된다면…… 꼭 당신 곁이리라고 믿었던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나의 타이머,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은 흐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언제나 그랬듯이 안녕의 끝은 사랑해, 당신에게 속삭인 애정이었습니다. 이별하는 처지에 이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아요. 당신은 나의 타이머,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모든 것이었으니까. 같은 궤도를 도는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반드시… 그런 날이 찾아올 거예요. 몸을 돌립니다. 길고 긴 장미 아치를 걸어갑니다. 돌아봐서는 안 돼요. 당신의 얼굴을 보면, 돌아가고 싶어질 거예요.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완전히 사라져가는 이연화의 모습을 못 박힌 듯 지켜본다. 당신의 망토 자락 하나까지… 보이지 않는 숨결이 이 행성을 떠나,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당신은 나의 카운터, 나의 파트너, 나의 운명, 나의 세계… 나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발을 떼면 당신을 따라갈 것 같아서, 그렇게.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 눈물이 이 땅을 적신다. 손바닥에 남은 반지가 유일한 흔적이었다.)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등을 돌리고, 고개를 숙여, 나는 다시금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눈이 마주쳤다간 애원하게 될 것 같았어.
날 보내지 말라고, 네 곁에 있고 싶다고…… 저주받고 멸망할지언정, 그것만을 바란다고.
사무치게 사랑하니 이별 또한 가슴 깊이 사무칩니다.
가장 사랑한 것을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옮기는 그 걸음은,
진정으로 구원자의 순례였습니다.
시곗바늘은 다시금 돌고 돌아, 자정이 지나면 정오를, 정오가 지나면 자정을 가리키겠지.
14개의 숫자는 낮과 밤에 각각 새겨져 있습니다.
해가 달을 좇고 달이 해를 좇아 넓은 하늘을 헤엄치듯이, 우리도 서로를 좇으며 우주를 헤매게 될 거예요.
이것이 영원한 이별로 남지 않기를. 언젠가 다시 만나, 웃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기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혹사당한 탓에, 꼭대기에 걸린 달이 앙상했습니다.
섭리를 따라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 Ending : 모래 시계의 균형 ⚜
시간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멸망할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영원한 이별입니다. 시간은 교차할지언정 함께할 수 없는 법입니다.
지구와 도밍게즈는 모두 이계의 신에게 안위를 위협받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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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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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구역 화재 사건

불타오르는 공장. 이름에 걸맞게 불바다가 된 상황입니다. 부상자와 사망자의 수가 시곗바늘이 한 칸을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 늘어납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망자의 이름이 위로, 위로, 위로 빼곡하게 채워집니다. 갈라진 땅이 삼킨 사람이 한 둘이 아닌지라 실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군요.

캐릭터 인장

◆ 연구 보고서

1. 체액을 비롯해 상호 신체 일부를 섭취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것
2. 각인에 접촉이 이루어질 때 신체적 / 정신적 변화를 확인할 것

캐릭터 인장

◆ FS 판정

종료 조건 : ■■■■■에 도달한다.
최대 달성치 : 30
종료 진행치 : 10
성공 경험점 : 5

캐릭터 인장

◆ 정보

✦ 완벽한 수 〈정보:DOT〉 7
✦ 고대의 신 〈정보:DOT〉 9
✦ 데칼코마니 〈정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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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의 신 〈정보:DOT〉 9

중립적이거나 이계 신과 대적하는 다른 신들을 고대 신이라고 한다. 고대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나 그 동족들만큼 인류에게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인류와 접촉하는 일은 더 드물다. 가장 잘 알려진 고대 신은 ■■■다.
몇몇 고대신은 인류에게 관심이 없고, 구원에도, 자비를 베푸는 일에도 무심하다. 다만 자신이 지은 세계, 자신이 관장하는 은하에는 욕심이 많다. 그들은 이계의 신들에게 내어주지 않으려 많은 방법을 강구한다.

캐릭터 인장

✦ 완벽한 수 〈정보:DOT〉 7

7은 매우 신성하고 완벽한 숫자이다. 신께서는 우주 창조 후 7일째 안식하셨다. 세계의 신은 7년을 쉬고 잠깐 깨어나, 세계를 돌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타이머는 왜 14명인가? 그것은 7보다 더 완벽한 숫자가 14인 까닭이다. 세계가, 하루가 두 개씩 한 짝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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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칼코마니 〈정보:지구〉 9

데칼코마니(décalcomanie)는 장식 기법 중 하나로, 도자기 혹은 기타 물건 등에 판화 혹은 미술 작품을 옮기는 것을 말한다. 1750년 영국에서 최초로 발명되었으며, 프랑스에서 최초로 데칼코마니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1936년 지구,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오스카 도밍게즈(Oscar M. Domínguez)가 종이 위에 구아슈(gouache) 기법으로 그림물감을 바르고 그것을 두 겹으로 접거나 다른 종이를 그 위에 겹쳐 압착했다가 떼어내는 방식으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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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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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화

빛이 스며든 사막 | P 전력 | N 싫증(✓) |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구역들은 신의 장소였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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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현

시간의 각인 | P 애정(✓) | N 불안 | 너와 나를 이어주는 평온의 상징.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구의 ‘신성현’ | P 집착 | N 격의(✓) | 우리는 불행한 운명을 되풀이하게 되겠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계의 신 | P 경의 | N 애증(✓) | 왜 우리여야만 했을까.

myoskin

The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