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215::12시의 도밍게즈 2부
2023. 12. 16.

✦ 본 게시글은 수연님(@Team_Laputa)의 크툴루의 부름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12시의 도밍게즈 Chapter2. 어떤 숫자의 규칙」을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으로 룰 컨버팅한 세션의 백업 로그입니다. 열람 시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 데이터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펙트 데이터와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 NPC 인장 출처 (@najunwan)님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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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페이즈

Wings of relief

 

✦ #Scene 2. TV 속 이야기

Drowning in the Fog of Yours

 

✦ “속보입니다.”

Guardian Angels - Abel Korzeniowski

 

✦ #Scene 3. 정체불명의 앰플

Wolfpack

 

✦ #Scene 4. 카운터의 근원

Twice

 

✦ #Scene 5. 프롬 파티

The First Waltz - Ilan Eshkeri

 

✦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

봄의 왈츠 / 요한스트라우스

 

✦ #Scene 6. 졸업식

Serenade for strings in E major

 

✦ #Scene 7. 바닷가의 조촐한 장례식

The Sixth Station

 

✦ #Scene 8. 어떤 숫자의 규칙

Atrium Carceri - The Citadel

 

✦ 제13구역 등대

Auriel's Ascension

 

✦ #Scene 9. 신의 손가락

Shin

 

✦ 전투 종료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

 

✦ #Scene 10. Epilog

カイネ/救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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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더블크로스 The 3rd Edition Written by. 수연
⚜ 12시의 도밍게즈 ⚜
Chapter.2 어떤 숫자의 규칙
일정한 규칙 속 우리는 발견했다.
TIMER. 신성현 COUNTER. 이연화
Date. 2023.12.07
더블크로스― 그것은 배신을 의미하는 말.
»»———— ⚜ ————««
《오프닝 페이즈》
◆ #Scene 1. 1년 후, 계절은 겨울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7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1 → 38
[ 신성현 ] 침식률 : 32 → 42

여느 때와 같은 밤. 겨울이 한창인 12월의 끝자락입니다.
날이 추운 탓에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라고 안내문자가 뿌려지는 시기예요.
창밖을 내다보면 뿌연 회색 하늘이 구름을 잔뜩 끌어안고 있습니다.
눈이 함빡 올 것 같은데 정작 내리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하려는 셈일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살며시 눈을 뜨자 숙소 창밖으로 삭막한 겨울의 풍경이 보입니다. 당장이라도 눈송이가 나풀나풀 내릴 것만 같은데 아직도 내리질 않네요. 이번 해에도 신성현과 첫눈을 맞는 추억을 남기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잠이 덜 깨 몽롱한 눈을 몇 번 깜빡이다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은 외부 일정이 많아서 피곤하던 차에 짧게 눈을 붙였었죠. 흐물거리는 몸으로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혀엉.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를 부르는 이름에 고개를 돌린다. 당신이 누워있는 바로 옆 탁자에서 늘 익숙한 모습으로 일정을 체크하던 중이었나 보지. 글씨가 빼곡하게 들어찬 종이를 내려놓고 침대로 다가간다. 풀썩, 앉으면 침대 시트 가장자리가 가볍게 꺼진다. 부스스한 이연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단정히 정리해 주었다.) 더 자도 되는데, 왜 벌써 깼어. 아직 저녁 시간까지는 조금 남았어. 많이 피곤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응… 형이 만져주니까 괜찮아진 것 같아요. (신성현의 손길을 느끼는 모습은 흡사 고양이가 그르렁대는 모습을 닮았습니다. 눈을 감고 기분 좋게 느껴지는 온기, 우리의 이끌림을 느낀 이연화는 당신의 손을 가져와 제 볼에 댑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쪽, 당신의 맨 손바닥에 입을 맞춥니다. 완전히 깬 눈이 매혹적으로 웃었습니다. 6년이 지나 성숙해진 이연화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이 빚은 미의 현신이네요. 신성현은 조각상이고요. 장난스레 대답한 이연화가 당신을 확 끌어당겨버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피곤한 거랑 내가 만져주는 거랑 무슨 연관이야. (숨결이 닿은 손바닥이 간질거린다. 귀여운 티를 벗어내고 더욱 찬란하게 아름다워진 이연화의 유혹은 날이 갈수록 위험해졌다. 미의 현신이 실존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고, 방심하던 차에 당신에게 끌려간다.) 윽, 또 장난치지. (반쯤 누운 모습은 DOT에서 그와 만난 첫날 밤을 떠올리게 한다. 저와 침대 사이에 가두어진 당신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쉬었다. 6년 동안 변한 게 없는 파트너였다. 당신이 뭘 요구할지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저녁 뽀뽀해 주면 잠이 깰 것 같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의 능력이 맞닿을 때 향상되는 거랑 비슷해요. 형에겐 분명히 나를 기운 내게 해주는 능력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좋을 순 없어요. (신성현에게만 사르르 웃어주는 이 웃음은 누가 보아도 홀릴 만한 미모였습니다. 아직 제게 넘어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신성현이 더 신기할 지경이에요. 당신에게는 아직 아이 같은 애교를 부려주었습니다. 나의 단 하나뿐인 파트너니까. 그의 옷깃을 끌어당겨 이마가 툭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집니다. 당신 볼을 감싼 이연화가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립니다.) 여기. 연화 여기에 뽀뽀해 주세요. (오늘은 반드시 키스를 해버릴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여튼 말은 잘해. 우리가 붙어있을수록 능력이든, 마음이든 긍정적인 효과가 뒤따른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사실 신성현은 당신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때 모든 것을 알고 난 이후, 당신이라는 존재는 제게 불가항력이었으며 영원히 책임져야 할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투정 어린 요구를 받아주는 것이지. 고요히 눈을 감은 그가 당신에게 고개를 틀어 가까워지고, 곧 부드러운 입술을 겹쳤다가 떨어진다. 당신의 말랑한 입술을 엄지로 꾹 누른다. 훤히 드러나는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았나.) 너 성인 되기 전에 키스는 안 돼. 임관 안 받고 기다려주는 대신 너도 참아주기로 했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작 뽀뽀에서 혀를 쓰는 것만 달라지는 건데 왜 이리 고지식해요. (신성현과 입술이 맞닿자마자 기회를 노려 입을 열려던 찰나, 그 짧은 틈을 주지도 않고 멀어지는 신성현에게 불만스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애꿎은 혀만 신성현의 엄지에 닿았습니다. 그저 물러나기엔 들끓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대로 그의 손가락을 삼켜 이로 잘근잘근 물었습니다. 따뜻한 엄지를 혀로 핥아 올리다가 마지막으로 쪽, 빨아 떨어집니다. 타액이 옅게 늘어집니다. 당신의 입술 대신 손가락과 키스한 것입니다.) 형… 내가 종종 욕실에서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모르죠. 정식 임관 안 받는 건 DOT의 손해지만 이건 나의 손해라는 걸 알아요? (은근슬쩍 신성현의 허리를 잡아 등허리를 타고 올라옵니다.)
한 번만요. (너는 날 거부하면 안 되는 사람이야. 내겐 너밖에 없는데, 나는 널 위한 존재인데.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받아들이면 안 돼? 태어나길 타이머를 위해 태어난 존재인 내가 신성현을 탐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제발. (이연화 같은 미인이 이런 짓을 하노라면 언제나 적색 경고등이 울렸고 가슴이 답답했다. 넌 꼭 나의 모든 걸 삼키고 싶어서, 네 모든 걸 나에게 주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같았다. 저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는 자신은 더더욱 허락해 줄 수 없었다. 마지막 양심이 따끔하게 아파와 이성을 붙든다. 나를 위해 태어난 어린아이. 타이머의 곁에서 존재하기 위해 숨 쉬던 이연화. 거부하지 못한다고 윤리를 저버리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이연화는 단순한 카운터가 아닌 나의 파트너이자, 소중한 사람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당신의 손을 잡아 깍지 껴 멈추었다. 알고 싶지 않은 당신의 욕실 사정을 들을 땐 귓가가 조금 붉어진다. 버티다 못해 당신을 이불째로 가볍게 든다. 변함없는 일상이다.)
몇 번 물어봐도 안 돼, 본인의 욕실 사정은 각자 알아서 할 나이야. 이 상태로 밖에 나가고 싶은 건 아니겠지.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들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에게 달롱 들린 이연화의 웃음이 한층 짙어집니다. 아이였을 시절엔 삐진 티를 냈죠. 다 큰 이연화는 그저 화려한 웃음으로 당신을 주시하기만 합니다. 당신조차 쉽게 간파할 수 없는 연기가 날이 갈수록 숙련되고 있습니다. 잘 때 잡아먹으려는 걸 귀신같이 눈치채고, 분위기를 타 시도해 보려 해도 어떻게든 막아내는 이 파트너가 아주 괘씸했습니다. 기어코 성인 되기 전엔 아무것도 안 해주시겠다?) 알았어요. 파트너가 그렇게 나와의 접촉을 싫어한다는데 어쩌겠어요. 몰라봐서 미안해요. (신성현을 가볍게 밀친 이연화가 중력을 이용해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너무나 정교해 공간을 지배하는 것만 같은 능력이 구겨진 교복을 펴고, 이불을 침대로 돌려놓습니다.)
혼자 좋은 저녁 보내요. (새침하게도 아닌 다정하게 말한 이연화가 당신을 지나쳐 문을 열고 미련 없이 나가버립니다. 그가 제게 매달리는 걸 봐야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요. 신성현이 붙잡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환해진 당신의 웃음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차갑게 싸늘해졌다. 이건 불안감이다. 커가면서 네가 엇나갈 때 어느 버릇을 들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렇게 짙어지는 웃음, 무언가 생각하듯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품에서, 손에서 당신이 빠져나간다. 이연화의 능력이 제게 흡수되었을 때처럼… 공허하고 두려운 감각이 찾아온다. 겨우 이 땅에 붙들어 두었던 네가 제게서 멀어진다.) 이연… 이연화. (맞아, 내가 널 붙잡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나는 네게 평생을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인 동시에 이연화를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원하는 걸 허락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나치려는 이연화의 손목을 붙잡아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손을 제 심장께로 가져온다. 두근, 두근 뛰는 심장 박동을 전한다.) 싫어하지 않아. 나는 네 접촉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 다만 그게 이런 식인 걸 바라지 않는 거야. (네가 무사히 성인이 되는 그때, 그 시간에…. 이연화를 품으로 끌어안는다. 당신을 달랠 말을 꺼냈다.)
완전해진 너를 내게 줘. 나는 내 숨결마저 네게 줄 테니. 우리의 약속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이연화가 성인이 될 때 말해주기로 했었다. 푸른 장미 아치 아래서 약속한 그것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순순히 멈춘 이연화가 신성현을 돌아봅니다. 당신은 저를 붙잡고 저는 그런 당신을 보고 만족하는 상황이 새삼스레 기뻤습니다. 나만 네게 매달리는 게 아니라 너도 내게 매달리는 것 같잖아. 내 인생엔 당신밖에 없는데, 당신도 나밖에 없는 듯 굴어주잖아… 기쁜 게 당연한 거예요. 당신의 괴로운 표정을 맛본 이연화가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맛의 음식을 먹은 사람인 양 관대하게 굴었습니다. 부드러운 손길로 그를 마주 끌어안습니다. 두근, 두근. 손끝 너머로 서로 꼭 맞는 고동 소리가 울립니다.) 정말이죠. 형이 먼저 좋다고 한 거예요, 열심히 참은 나를 위해 그때… 내가 완전해지는 날. 형을 내게 준다고. (전에도 이런 식으로 수십 수백 번을 확인받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위태롭게 이어져 있는 걸지도 몰라요. 툭 치면 바스러질 관계지만 서로가 놓기 싫어 모른 척하는 흔들림이요. 나는 애써 무시하고 너는 애써 언급하지 않는 지금이 좋았습니다. 평화롭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었어요. 마주하기 싫은 진실을 망각한 채. 이걸로 된 거예요, 충분해요. 신성현의 입술에 키스가 아닌 뽀뽀를 해줍니다.)
이연화를 살리고 있는 건 신성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신성현이 이연화를 거절하는 건 곧 나의 죽음이나 다름없어요. (당신의 마음을 마음껏 주무릅니다. 이게 잘못된 관계라는 걸 깨닫지 마.) 방금은 그냥 장난친 거예요, 괜찮죠? 형. (괜찮다고 말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건네주는 감정과 애정이 독인 걸 알면서 아무렇지 않게 삼켰다. 목구멍 너머로 까끌한 가시가 박히고 저를 찌르는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겨우 붙잡은 네가 또다시 뒤를 돌아볼까 봐. 이연화의 단순한 몰아붙임이 잘못된 거라는 걸 깨달을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 그가 착실하게 길들인 신성현은 더 이상 당신을 벗어날 수 없다. 당신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 따뜻하고, 살아 숨 쉬는 이연화의 향. 화려한 장미향이 섞인 달콤함. 당신의 심장 소리에 맞추어 불규칙적으로 뛰던 고동이 잦아든다.) 분수대 앞에서 기도하고 네게 약속했을 때 나는 이미 네 것이었어. 그러니까 괜찮아. 네가 내 옆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나는… 전부 괜찮아. 나로 인해 네가 살아갈 수 있는 것, 이연화가 한 명분의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그거면 돼. (이걸로 된 거야. 자신보다 작았던 아이는 엇비슷한 높이로 저를 지배하고 있었다. 당신의 뺨에 입을 맞춘다.)
…이제 화 풀렸어? (제 딴에는 삐진 티를 안 낸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삐진 게 확실했다. 숙련된 연기에 다른 건 알 수 없어도 이것만큼은 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는 지나치게 사랑해서 멍청한 선택을 한 거예요. 그깟 운명이 뭐라고, 세계의 구원자가 뭐라고 날 이렇게 만들어 놓는지. 널 이렇게 망쳐 놓는지. 그것이 우스워 당신에 품에서 작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바람 섞인, 허탈한 웃음. 그리고 아주 천진난만한 즐거움의 웃음. 이젠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없어요. 애정, 사랑, 숭배, 증오, 살의… 모든 게 뒤죽박죽입니다. 진실된 마음뿐이라 무엇 하나 버릴 수도 없는 감정들.) 이런 파트너를 사랑하는 내 애정이 진심인 걸 다행으로 아세요. 나 아닌 누가 형을 사랑해 주겠어요? 구원자를 향한 사람들의 신앙이 아니라, 희생당할 타이머를 이 한 몸 바쳐 사랑하는 마음. (틀린 말도 아니네요. 기분 좋아진 이연화가 당신에게 온전히 기댑니다.)
잘생긴 파트너 덕분에 풀렸어요. 날 침대로 데려가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건 어때요? 기분 좋게 해줄게요. (능청 모드로 돌아왔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유혹을 막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해.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구원자로 혼자 내버려두지 않은 운명의 파트너를 좋아하는 건 진심이다. 너도, 나도. (철렁했던 심장이 당신과 함께 돌아온다. 우리는 살얼음판인 매일을 평화로 가장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마냥 처음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처음과 다름없는 척, 아무 일 없던 척. 이연화의 웃음 속에 담긴 허탈과 복잡한 감정들을 홀로 감내한다. 그의 말대로 그 한 몸 바쳐 사랑해 주는 것은 이연화였다. 내가 당연히 지켜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나날이 발전하는 입을 틀어막기 위해 챙겨둔 레몬 맛 사탕을 꺼내 당신의 입에 넣어주었다.)
어여쁜 파트너 씨는 옆에만 있어 줘도 기분 좋아. 침대 말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게 좋지 않겠어? 날도 추운데, 오늘 저녁은 따뜻한 걸 먹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으음, (혀로 레몬 사탕을 이리저리 굴렸습니다. 지독하게 달콤한 맛이에요.) 기분 좋다는 말 취소하고 싶어졌어요. 형의 수려한 얼굴을 봐서 넘어갈게요. 옛날엔 잘생기게 부끄러워하는 얼굴 보는 맛이 있었는데, 요즘은 형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니까 영 재미가 없어요. (거짓말입니다. 당신에게 유혹하는 건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일입니다. 태연하게 거짓말하고 신성현의 손을 깍지 껴 잡습니다. 떨어졌던 온기가 도로 붙습니다.)
따뜻한 커피와 형의 눈 색을 닮은 블루베리 잼 토스트를 먹고 싶네요. 그걸로 형이 날 녹여주는 상상을 하게요. (아주 주둥아리가 뚫렸습니다. 숫자가 새겨진 당신의 눈알을 보고 입맛을 다십니다.) 진짜 먹고 싶은 건 말 안 할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가끔은… 네 성격을 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어. 나야 네가 파트너라서 다 받아주는 거지, 다른 사람에겐 이래서는 안 돼.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니. 어김없이 날아드는 불순한 말에 귀 끝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도 저런 말을 하나. 명백한 의도가 담긴 저 말들을 무시할 수도 없고 당신을 자극하는 반응을 할 수도 없어서 헛기침만 한다. 순수하고 귀여웠던 아이가 갑자기 알기 힘든 미인이 되어버렸다. 당신의 손을 단단히 잡고 나선다.)
추운 날씨에는 몸을 녹여줄 수프와 든든한 식사만큼 좋은 게 없더라. 식당에 블루베리 잼이 있나 한 번 찾아볼게. (말을 돌리는 걸 선택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난 형한테만 이러는 거예요. 형처럼 잘생기고 능력 있고 몸 좋고 완벽한 취향은 또 없어요. 앞으로도 형 말고 내가 유혹할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의 걱정을 다른 쪽으로 딱 잘라 차단합니다. 신성현의 붉어진 귀 끝을 귀엽게 구경했습니다. 저러니까 내가 계속하고 싶어지죠. 신성현을 따라 싸늘한 냉기가 은은히 감도는 복도를 걷습니다. 추운 건 싫은 이연화가 바싹 달라붙습니다.)
신성현의 온기는요? (포기 안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아, 결국 곤란한 한숨을 쉬었다. 이연화에게 놀림 당한 신성현이 땅이 꺼져라 한숨하는 건 DOT 직원들에게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카라멜 과자를 하나 까서 당신의 입에 욱여넣는다.) 그래, 그래. 우리 예쁘고 착한 연화가 나만 좋아해 준다니 다행이야. 그 입만 조신하게 닫는 게 더 좋겠다. 밤에 떨어져서 싸늘한 냉기 느끼고 자고 싶은 건 아니겠지. (자꾸 떠들면 안 안아준다는 소리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공평해요. 파트너 칭찬해 주는데 입 막아버리는 당사자가 어딨어요? (캐러멜 과자를 우물거리면서 말하는 매너 없는 짓은 저지르고 싶지 않았으므로 조신하게 우물댑니다. 축제에서 과자를 산 이후로 내 입을 틀어막는 법이나 배워왔군요. 레몬 사탕과 캐러멜 과자가 섞인 맛은 달갑지 않았습니다. 예쁘게 웃습니다.) 조용히 할게요. (아까 매달리는 신성현을 본 걸로 만족합니다. 겉으로만 순종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상적인 칭찬이 아니니까 그렇지. 단둘만 있을 때 하는 건 아무 말 안 해. 대신 남이 있을 땐 부디 자중해 줘. 너와의 관계를 부끄러워하는 건 죽어도 아니야, 그래도 사람이 수치라는 게 있어…. (말해봤자 듣지 않을 걸 안다. 호소에 가까웠다… 밖에서는 그나마 조용해지는 이연화를 다행으로 여긴다.)

두 사람은 남들이 듣지 못할 속삭임을 나누며 식당으로 향합니다.
맞잡은 손이 떨어지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로 자리 잡혀 있었습니다.
개인실(두 사람은 1년간 그대로, 같은 방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교실, 복도, 식당, 훈련실. 하지만 어디에 있건 곁에는 신성현이 함께했죠.
어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눈이 쌓이고 녹듯 소리 없이, 흔적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라곤 하나 없어요.
헤르만 헤세(도밍게즈에는 그런 이름의 소설가가 없지만)의 말마따나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알은 새의 세계이고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해요. 새는 신에게로 날아가지만, 당신은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차이점이 있군요.
세계를 파괴하고 싶건, 구원하고 싶건,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당신도 어른이 될 밤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18살이 끝나는 겨울의 마지막 날! 도밍게즈는 어제까지 아이였던 이를 축하하는 성인식을 치릅니다. DOT의 졸업식도 같은 날 거행됩니다.
네, 이번에는 당신과 당신을 기다린 신성현의 순서예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니, 어른이 될 수는 있을까요?
만들어진 생명체 또한 성장하는지 신성현과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도 손톱도 자라고, 6년 사이 아주 많이 키가 컸으니까…… 추측하건대 평범하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성인식을 기대하고 있나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연히 기대하고 있죠. 6년 동안 신성현을 따라잡아 그를 능가하려는 키가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내 신성현을 내려다볼 날이 멀지 않았어요. 만들어진 생명체 치곤 인간과 흡사하게 자라나는 모양새였으나 상관없었습니다. 신성현은 이로 인해 더 죄책감을 가지고, 자신을 거부할 수 없게 될 거예요. 자신이 무사히 성인식을 치를 때까지 신성현이 살아있기를 기도합니다. 새 타이머가 나타나지 않기를, 네가 나의 품에 있어 주기를. 준비한 약속을 이루어낼 때가 다가왔습니다. 신성현의 어깨에 기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견딜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전시회에서 본 것은 우리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가 액자에 전시되어 있던 것. 언제, 어디서 교체될지 모르는 타이머의 운명은 하루하루 마음을 좀먹어갔다. 그래도 이젠 성인식이라는 약속 하나를 지킬 수 있게 될 거야. 네가 나에게 했던 약속을 듣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의 곁에 설 것이다. 이연화의 머리칼을 쓸어내린다.)

졸업식 이후, 신성현과 당신은 정식으로 임관을 받고 도밍게즈의 구원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막중한 임무를 앞둔 셈이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참, 성인식 때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어, 이연화? (당신에게 다정한 목소리를 건넨다. 흐트러지는 금빛 머리칼이 곱고 비단결 같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성인식이니까 당연히, 그거 아니겠어요? (당신의 손길을 고양이처럼 느낍니다.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 같습니다. 신성현에게 고개를 가까이 숙이고, 그만 들을 수 있도록 속삭입니다.) 인생 선배인 형이 내게 침대에서 이것저것 알려주는…. (속닥.)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 거 말고…! (누가 들을 세라 당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워 당신을 나무란다.) 도밍게즈 성인식의 전통. 꽃을 선물하고, 축하의 말을 건네고, 가까운 이가 애정을 담아 입 맞추는 것. 난 당연히 네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파트너께서는 그런 거 할 생각밖에 없나. (이연화의 입술을 엄지로 문지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난 또 내가 하고 싶은 걸 물어보는 줄 알았어요. (도밍게즈의 전통이라. 로맨틱하고 달가운 전통입니다. 당신을 홀린 듯 바라봅니다.) 당연히 나한테는 형이 해줘야지 누가 해줘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형. (당신에게 키스 아닌 입을 맞추고.) 준비하고 오는 게 좋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슨 준비, 라는 어리석은 말은 묻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연화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르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얼굴이 달아올라 시선을 내리깔며 피했다.) 내 소중한 파트너의 성인식이니까. …가장 예쁜 꽃을 구해다 줄게. (입맞춤은 무언으로 긍정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런 귀여운 반응을 보고 가만히 참아야 한다니. 아예 어릴 땐 괜찮았는데 가까이 다가오니까 오히려 더 안달 났습니다. 시간을 돌릴 순 없을까요. 난 당장에라도 신성현을… 일렁이는 욕망을 삼킵니다.) 무리하진 말아요. 형 옆에 꽃보다 아름다운 파트너가 있는걸요, 뭘 가져와도 그림이 될 거예요. (가히 이연화 같은 미인만 선언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형이 선물해 주기 전까진 그 무엇도 받지 않을 거예요. (꽃다발, 입맞춤 전부 다. 당신만이 나의 처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넌 괜찮더라도 내가 안 괜찮아. 생에 단 한 번뿐인 성인식을 대충 넘어갈 생각 없어. (이연화는 자신이 신경 써서 챙겨주는 걸 좋아하고, 자신은 그를 챙기는 걸 중요시하고 있었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최고의 축제처럼 최고의 성인식이 되도록. 네 생에 실망스러운 일이 없게.)
정시가 되자마자 네 성인식을 축하할 거야. (우리가 무사히 7년을 보내왔구나, 할 수 있게끔. 내 처음을 이연화에게 바칠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식당으로 오는 내내 DOT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합니다.
직원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연구원들도 무언가를 떠들며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괜찮을지 모르겠어. 다들 무서워할 텐데.”
“그래도, 본보기로는 확실할 테니까…….”
“수도는 여태까지 제일 안,”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신성현과 당신을 눈치채고 입을 다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본보기, 수도, 무서움. 무슨 말을 나누는 걸까요. 아름다운 웃음으로 연구원들에게 인사합니다.) 요즘 따라 DOT가 유난히 분주하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연구원

이연화 씨. (당신의 미모에 넋을 놓았다가 정신을 차린 연구원이 눈치를 살핍니다.) 별거 아니에요. 준비할 게 많아서 바쁘단 얘기 중이었어요. 곧 이연화 씨를 비롯한 몇몇 분이 졸업식이고 정식 임관을 받잖아요. 프롬 준비에다 타이머와 카운터가 필요한 곳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새 제복을 맞춰야 하니까… 다들 첫 임무가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 (얼버무리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쩔까. 눈치 빠른 이연화에게 거짓말을 숨기기란 힘들었을 겁니다. 그간 DOT에서 순종적이고 착한 아이 이미지를 쌓아온 덕에 더 방심하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아무것도 모른 척 고개를 기울입니다.) 괜찮아요, 도밍게즈를 수호하는 것은 우리 타이머와 카운터의 당연한 사명인걸요. 게다가 바쁘게 뛰어다녀 주시는 연구원분들, 직원분들이 계셔서 문제없이 성대하게 열릴 거예요. 제가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화사한 미모입니다.)

 

연구원

그렇게 말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얼굴이 붉어진 연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지나치게 화사한 미모에 눈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요. 화가 나거나, 경멸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여러분들이 도밍게즈를 수호해 주는 만큼 저희도 노력해야죠. 걱정은 감사하지만 직원끼리 열심히 해볼게요. 이연화 씨는 졸업식의 주인공이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알았어요. 졸업식은 여러분께 맡겨볼게요. (죄책감. 연구원에게서 그것을 읽어내자 알 것 같았습니다. 어릴 때 본 지하 2층의 존재를 그들이라고 모를까. 연구원 애쉬도 있었는데요. 그냥 넘어가기엔 여러 가지가 달갑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찔러봐야겠어요.) 본보기나 무서워한다는 이야기도 비밀인가요?

 

연구원

비밀이라니요. (당황한 게 티가 납니다. 쩔쩔매던 연구원이 말을 더듬으며 거짓말하는 게 훤히 보입니다.) 사실 요즘 연구원들 사이에서 실수가 잦거든요. 그래서 장교님이 조금 전에 큰 실수를 저지른 연구원에게 징계를 내리시려는 거예요. 이연화 씨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에요. 저는 이만 가봐야 해서… 나중에 봐요. (도망치듯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치는 연구원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자신은 허점 많은 거짓말을 믿을 정도로 너그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풍겨오는 음식의 냄새가 갑자기 역겹게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꾸미길래 저리 당황하는지. 짐작 가는 게 있어요, 형? (입맛 돋우게 신성현의 얼굴을 감상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니, 너와 졸업하기 전엔 나도 정식 임관을 받은 상태가 아니라서 관여하기 힘들어. (게다가 6년간 이연화와 항상 붙어 다녔으니 당신이 아는 게 신성현이 아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표정은 같았다.) DOT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가르쳐 줄 것 같진 않아. 저녁 먹고 올라가서 자세히 알아볼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래요. DOT가 우리에게 한없이 우호적인 건 둘째 치고 헛짓거리하게 놔둘 생각은 없어요. (고개를 신성현에게 돌린 이연화가 가까이 들이댑니다.) 그 깐깐한 장교가 졸업식 때 형을 함께 정식 임관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줄 줄 몰랐죠. 내 졸업식인 동시에 형의 졸업식이기도 한 거 아니에요? (이쪽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당신의 팔을 타고 올라온 손이 허리를 끌어당깁니다.) 내일이 졸업식이었음 좋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밀어내야 할지 안아줘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신성현은 언제나 당신 편이었다. 그가 제게 붙어오는 건 온 세상에 알려져버렸다. 더 퍼져나갈 소문이 없는 점을 기뻐해야 하나. 당신을 마주 안아 몇 번 토닥인다.) 정말 필요한 임무 빼고 너와 함께하는 걸 허락해 준 DOT가 카운터에게 해가 될 짓을 저지르진 않을 것 같아. 졸업식 전에 크리스마스가 있으니까… 우선 우리의 추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자. (쓰다듬.)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볼 테면 보라고 해요. 남에게 신성현은 제 것이란 인식을 남겨주는 건 자신이 바라는 일입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게. 여지도 주지 않도록. 당신의 관심을 독차지한 이연화가 입술을 맞댑니다. 사랑스럽게 떨어지네요.) 리슬러 부관과 하인리히 장교가 가진 DOT에 대한 맹신은 진짜였어요.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겠죠. (좋은 예감은 들지 않습니다. 한껏 신성현의 사랑을 받고 당신을 테이블로 이끕니다.) 맞아, 크리스마스 때 우리 일정 없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언제 일을 칠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밀어내지 못하는 거지 부끄러움이 없는 게 아니었다. 남들의 눈치를 보며 당신의 키스를 받아 따뜻해진 입술을 문지른다. 둘만 있을 때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부끄러워. 익숙한 테이블에 다가가 이연화의 의자를 끌어준다.) 크리스마스 때 급한 임무가 생기지 않는다면 아마도. 숙소에서 느긋하게 데이트할까, 카운터의 외출은 성인 이후에 가능하니까. (물어보지 않아도 이연화와 보낼 예정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세계가 눈치가 있다면 크리스마스 같은 중요한 날에 재해를 일으키진 않으리라 믿어요. 하필 성인식 전이라 형이랑 본격적인 데이트 못 한다는 것 빼고 괜찮은 계획이에요. (원래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농도 깊은 사랑을 나누어야 제맛인데. 당신의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 앉습니다. 손가락을 튕기자, 신성현의 의자가 밀려납니다. 테이블에 턱을 괴고 당신을 곳곳이 훑어요.) 형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어 줄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케이크는 진짜 성인식을 치르는 파트너께서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말리진 않을게. 네가 해준 요리들은 식당 요리보다 맛있어. (저 얼굴로 요리까지 잘하는 게 사기였지. 이연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 깜짝할 새에 늘어난 게 이해된다. 당신이 끌어준 의자에 앉아 작게 웃는다.) 내가 살아갈 모든 크리스마스를 너랑만 보낼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하지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크림수프와 블루베리 잼을 올린 토스트, 토마토소스가 어우러진 파스타와 싱싱한 딸기 등을 먹으며 여유로운 저녁을 보냅니다.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저녁 메뉴는 추웠던 날씨의 냉기를 몰아내 줍니다.
날씨가 꽤 춥다거나, 감기에 걸렸다거나, 눈이 내리길 바란다거나…… 식당에 모인 카운터와 타이머 아이들의 대화 소리가 외롭지 않은 배경음이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그들도 예전처럼 한결같은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일은 잊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든든한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졸업식 일정과 타이머, 카운터들에게 전달 사항을 알려주기 위해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면 맞은편 복도에서 누군가 휘청거리며 걸어옵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걸음걸이가 위태롭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손을 잡고 단둘만 있을 수 있는 방으로 돌아가려던 이연화의 발걸음이 멈춥니다. 이 시기에 술이라니? 다들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저녁을 급하게 먹고 나가던데요. 의아하게 그자에게 다가갑니다.) 괜찮으신가요?

가까이 다가가서 본 사람의 정체는 애쉬입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창틀을 잡고 느릿느릿하게 걷던 애쉬는 내내 바닥에 처박은 시선을 들었습니다. 일하는 날이 아닌지 가운을 입지 않은 가벼운 차림새입니다.) 너는… 연화구나. 밥은 잘 먹었어? 오늘 저녁 메뉴는 따뜻한 음식이라던데.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표정이 무척 나쁩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요? 딱히 들은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가 애쉬의 안부를 물어야 할 행색이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술 냄새에 안색까지 안 좋아요. (신성현이 아닌 자를 정말 걱정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에 가기 전 연구원들이 말한 것과 관련 있는 일인가, 했습니다.) 요새 연구원분들이 분주하시더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날이 춥습니다. 술 드시고 돌아다니시다 감기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이쪽은 약간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지하 2층의 일을 안 후부터 가까이 지내진 않았으나 애쉬가 우리에게 준 정은 느끼고 있었다.)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걱정 고마워, 난 괜찮아. 오늘 비번이라 많이 마셔버리긴 했지만 쉬는 날이니까… 다른 연구원들은 졸업식 준비하느라 바쁠 거고. (괜찮다기에는 무척 피곤해 보였습니다. 눈 밑이 거무죽죽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피곤해서 그래. 쉬면… 괜찮아질 거야. 피곤하니 나중에 대화하자. (시선을 피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연구원 애쉬… 연구원 애쉬. 지하 2층에 직접적으로 있던 사람이에요. 이사람을 추궁해 보기로 결정합니다. 술에 취한 사람을 속여 넘기는 건 신성현을 흔드는 것처럼 쉬웠습니다.) 그런 얼굴로 말해도 안 믿기는 거 아시죠. 걱정돼서 그래요, 애쉬는 어릴 때 우릴 돌봐준 연구원이잖아요.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아무 일 없는 사람이 이런 모습으로 술을 마실 리 없습니다. 그의 손을 잡아 따뜻하게 도닥입니다. 그새 장갑을 꼈습니다.)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애쉬는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술기운에 휘청거리면서도 발음은 분명하고 경계심이 상당했습니다. 대화에 관심이 없어 벗어나려던 찰나, 당신의 온기와 걱정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무슨 일이 있는 사람은 한없이 약해지는 법이에요. 그가 입술을 어물거립니다.) 넌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지… 정말 별거 아니라니까. 오늘, 친구의 기일이라서…. 그래서 그래.
아, 젠장.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끝내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숨죽여 울음을 참은 애쉬가 뒷걸음질 칩니다.) 부탁이니까 잊어줘. 너희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애쉬…. (안타까운 연기를 하면서 머리는 맹렬하게 돌아갑니다. 친구의 기일, 수도와 본보기… 아뇨, 내가 모를 연관은 있을지언정 같은 건 아닐 거예요. 본보기란 말은 곧 저지른다는 소리가 아니겠어요? 애쉬의 친구가 누구일지 기억을 더듬습니다. 내가 아는 건 아르고라는 사람밖에 없어요. 몇 초 침묵하다가 그를 놓아줍니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참는 건 오히려 몸에 안 좋아요. 방금 일은 잊어드릴게요, 대신 무리하지 말아요. (미안하다는 얼굴로 눈웃음 짓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른 분들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와주십시오. 저희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다 컸으니 눈치 있게 입을 다물겠다는 이야기다. 그의 경계심을 느끼고 한발 물러선다.) 길 조심하세요.

캐릭터 인장

연구원 애쉬

(울음기 섞인 숨을 흘렸습니다. 쏟아지려는 감정을 추스르자 붉은 눈이 진정했습니다. 느리게 끄덕입니다.) 고마워. 내일은 원래대로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거야. 오늘은 너희들 말처럼 슬퍼해도 되겠지. (창밖을 바라봅니다. 건조한 풍경을 눈에 담고 당신들이 비켜준 자리를 통해 벗어납니다.) 좋은 밤 보내.

겨울, 이별의 계절입니다.
서풍은 소중한 사람을 데려가고 북풍은 꽁꽁 여민 옷깃 사이를 기어코 파고듭니다.
눈보라가 외로움을 데리고 오니 이 얼마나 서글픈 계절인가요. 얼굴도 모를 누군가의 죽음인데도 어딘가 서늘합니다.
애쉬가 떠난 자리는 텅 비어있습니다. 복도 바닥만 조금 젖어 있습니다.
두 사람도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대로라면 감기 들릴 거예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애쉬의 일은 실상 우리와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일이에요. 도밍게즈의 평화는 우리가 수호하죠. 하지만 타이머는 언제 교체될지, 죽을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신성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몰려오는 추위를 벗어나 당신의 곁으로 다가섭니다.) 형, 숙소로 돌아가요. 연화 추워요. 오늘은 이 이상 복잡한 생각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에게 기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몸이 약한 내 파트너를 건강에 걸리게 둘 수는 없지. (당신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천천히,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가 돌아갈 곳으로. 내게 허락된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 타이머가 떠난 뒤 만들어진 카운터는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 않으니까.) 오늘은 일찍 자자. 일정 확인은 내가 할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미 형이 거의 확인해 주는 일정인걸요. 형이 내 옆에 있어 주는 동안은 감기에 걸릴 일 없어요. 난로보다 따뜻한 게 파트너의 품이에요. (당신이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냉기를 막아줍니다. 서늘함을 강제로 몰아냈습니다.) 별하늘 밤 만들어 주세요. 같이 손잡고 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 건강에 무리 가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해. 지금처럼 추운 날에는 더. 졸업식 때 아픈 건 정말 서러울 거야. (낮게 울리는 우리의 목소리는 서로가 듣기 좋을 만큼 잔잔했다. 내 옆에 있어 주는 이연화에게 추위가 다가서지 않게 꼭 붙들었다.) 오랜만에 별가루 써야겠네. 알았어.

바쁜 하루를 겪고 지친 몸이 추위에 져 감기 들리지 않도록 서둘러 돌아가 봅니다.
지금처럼 둘이 함께 온기를 나눈다면 괜찮을 거예요.
신성현이 있는, 이연화가 있는 숙소는 따뜻하기 그지없거든요.
《씬 종료》
◆ #Scene 2. TV 속 이야기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7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38 → 45
[ 신성현 ] 침식률 : 42 → 51

긴 복도를 지나 어쩌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개인실의 문을 닫습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방의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 육체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익숙한 정경과 온기가 느껴지자 차가운 숨을 토해냈습니다.)
(1+0)dx 육체 판정 (1DX10) > 3[3] > 3

휘청, 안심하기가 무섭게 다리가 풀리고 몸이 아래로 쏟아집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쁘게 호흡이 드나들고 귀가 먹먹해집니다.
어지럼증이 치솟아 어디가 천장이고 어디가 바닥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숨, 숨, 숨이 모자랍니다.
HP 2D10 감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자신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과호흡의 증상이에요. 땅바닥에 무너져 내리고, 숨을 들이켜려 콜록대고, 제 옆에 있을 누군가를 붙잡아 끌어내립니다. 온통 일그러져 분간할 수 없는 풍경 속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저를 붙들 수 있는 유일한 온기를 갈구하는 것입니다. 제 목을 감싸 조여옵니다.) 신성, 현…. (눈앞이 흐려집니다.)
2D10 (2D10) > 16[10,6] > 16

system

[ 이연화 ] HP : 26 → 10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급하게 당신을 붙든다. 함께 무너져 내려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당신을 끌어안았다. 제게 기대게 만든 당신의 등을 받쳐 가까이 내려다본다. 새하얀 손으로 위태롭게 옷자락을 쥐어뜯고 있는 모습이 저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눈을 질끈 감고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벌린 입술 틈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고, 당신이 내뱉는 호흡을 도로 돌려준다. 괜찮아, 진정해. 등을 토닥거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신성현의 품 안에서 헐떡입니다. 간간이 신음 따위를 내뱉은 이연화가 잘게 떨리는 손끝에 힘을 풀었습니다. 구겨졌던 당신의 옷을 놓아주며 목덜미를 끌어안습니다. 너는 또다시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는구나… 따뜻한 온기를 품은 이연화의 심장이 조금씩 진정합니다. 그가 건네준 호흡을 받아 삼켜냅니다. 촉촉해진 눈을 살짝 떠 올려다봅니다. 더… 더 주세요. 아직 한참 부족해요. 고개를 틀어 입술을 깊게 맞물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괜찮아짐에 따라 이유 모를 죄책감이 자신을 더 괴롭혔다. 가시가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고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이 아이를 내가 계속 붙들어도 되는 걸까. 넌 자유도 없이 나를 위해 살아가는데…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숨을 내어주었다. 두 사람의 숨결이 섞이고 온기가 맞닿는다. 당신이 진정하고도 잘못될까 봐 한참을 맞물린 입술이 드디어 떨어진다. 일그러진 얼굴이 이연화와 마주한다.)

신성현도 당신도 익숙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도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괜찮아지기를 기다릴 뿐. 그날부터 계속된 증상이니까.
달의 뒷면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뒷면의 상처는 쉬이 낫지 못하고 서서히…… 곪고, 썩어가면서, 흉터로 남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존재의 증명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법이죠.
상처받고 흉터를 새기는 일만이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또한 고스란히 상처와 흉터가 되었죠.
축제가 끝나고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달이 회전하는 것처럼 시곗바늘도 정해진 판 위를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껴지곤 했어요.
잘못된 별에 착륙한 것처럼 이따금 숨이 막히기도 했다면, 아무는 속도가 더딘 탓일까요?
잊어버리지도 못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이제 고작 열 몇 살 먹은 당신이 떠안기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밑바닥.
구태여 시선을 떨구고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 마주할 필요가 없는 곳.
바로 그곳에 보이지 않는 흉터처럼 묻어둔 비밀들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달은 반 바퀴를 돕니다. 세상은 깨끗하고 우리는 천진해요.
그러나 문득 달이 차는 것처럼 호흡이 버거워지거나, 울렁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시간이 조금 지나면 증상은 사그라들고 당신의 컨디션은 점차 돌아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도 어쩌면 이 상황 자체가, 너와 나의 존재가 버거워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당장 그날부로 몇 번이나 무너지고 호흡이 차오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설령 당신에게 도망쳐 우리에게 부여된 족쇄를 끊고 달아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닙니다. 내가 달아날 때는 당신이 자신에게 종속된 카운터를 스스로 부수어버릴 때예요. 그를 위해 태어났으니, 그를 위해 죽을 것입니다.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일그러진 당신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이어서 키스해도 됐을 텐데요. 고집 강한 파트너로군요. (쪽, 당신의 입술을 머금고 떨어집니다. 창백한 안색이지만 나는 괜찮아요. 우리의 일상이잖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군. (너는 늘 그랬다. 담담한 척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흉터를 숨겨서 버틴다. 당장 내게서 도망쳐도 나는 널 붙잡을 자격이 없었다. 여기서 이연화를 거스르는 건 당신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끓어오르는 속을 억눌러 참는다. 야속하게도 이연화가 상처받고 흉터를 감내하는 동안 그는 분명히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어때, 숨이 모자라진 않아? 평소처럼 넘어가려는 건 받아주겠지만 건강만큼은 확인하고 가. 이연화는 신성현의 소중한 파트너라는 건 변하지 않아. (흐트러진 그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 붉어진 눈가를 만져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의 훌륭한 대처 덕에 괜찮아졌다는 신호죠. (그의 곁에 있기 위해 인내한 시간이 얼마인데, 세계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면 억울했을 겁니다. 상처와 흉터를 감내한 만큼 카운터 이연화라는 존재는 타이머 신성현의 명실상부한 파트너가 되었어요. 이 세계의 유일한 짝, 당신의 운명. 난 욕심이 많아서 한 번 삼킨 당신을 놓아줄 생각 없습니다. 간지러운 손길에 눈을 몇 번 깜빡거리고 당신의 어깨에 기댑니다.) 글쎄요… 아직 숨이 모자란 느낌이라. 누구 씨가 키스해 주면 완벽하게 괜찮을 것 같아요. (예쁘게 눈웃음 지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장난칠 여유와 정신이 돌아왔나 보네. (하, 한숨을 쉬었다. 안도와 미안한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뒤섞인 숨을. 키스는 모르겠고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오래 맞댄 입술이 부드럽게 떨어진다. 가까이 들려오는 안정된 고동 소리, 숨결의 온기. 끈질기게 확인한 그가 당신의 등과 다리를 받쳐 들고 몸을 일으킨다.) 답답한 교복 벗고 침대에서 쉬는 게 좋겠어. 좀 나아지고 나서 욕실에 들어가 따뜻하게 목욕해. 밤하늘은 자기 전에 보여줄게. 나는 파트너를 위한 달콤한 코코아를 준비하지. (깃털 같은 당신을 들어 폭, 침대에 내려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코코아라니, 형은 날 너무 어린아이로 보는 거 아니에요? (심기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머리로 당신의 어깨를 꿍 박는다던가. 그래봤자 튼튼한 당신에게는 솜털이 부딪친 정도밖에 안 되겠죠. 이번에는 얌전히 안겨 침대까지 이송당한 이연화가 나른한 눈꺼풀을 길게 감았다 떴습니다. 그의 찌푸려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렀습니다.) 땅 꺼지겠어요. 한숨 그만 쉬고 형도 같이 씻어요. 이번엔 아무 짓도 안 할게요. (새끼손가락을 엮어 약속합니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직 성인은 안 됐으니까 어린아이지. 넌 청소년, 난 성인. 내 눈에 이연화는 12살의 솜털 같던 아이 그대로야. (이 연약한 힘까지 그대로였다. 타격이 하나도 없는 눈으로 당신을 미심쩍게 바라본다. 대신 미간은 펴졌다.) 아무것도? 네가 그 방법으로 욕실에서 날 덮치려 한 게 몇 번인데. (중요한 약속을 할 때만 쓰는 새끼손가락이 믿음을 주었지만… 마지막 이유까지 들으니까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몇 초의 망설임 이후 대안을 생각해 낸다.) 샤워 가운 입고 들어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작 3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요. 어릴 때 나한테 속아 휘둘리던 거 다 기억해요. 힘은 약해도 내겐 지능이 있다고요. 하여간 눈치랑 날 다루는 방법만 들었네요. (과호흡에다가 바빴던 하루를 신성현의 몸을 감상하며 달래려던 차였습니다. 겸사겸사 그를 자극해 확… 뭐, 한계까지 피곤한 건 사실이라 같이 목욕만 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으므로 더 이상의 인성 짓은 그만둡니다. 손가락 한 번의 까닥임으로 욕실 문 근처에 걸려있던 가운들을 낚아챘습니다. 희미하게 생성된 금빛 마안이 팟, 사라집니다. 큰 가운을 신성현에게 안겨줍니다.) 자요. 이제 됐죠? 자꾸 의심하는 파트너 때문에 순수한 연화 슬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지능을 이상한 곳에 써서 이러는 거야. 갈수록 날 어떻게 해보려는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순진한 15살 아이 속여먹은 12살이 능구렁이라고 생각하는데. (결혼이니 잘생겼느니, 지금 생각해도 황당했다. 가서 갈아입으면 될 걸 고작 이런 것에 능력을 사용하는 게 기가 차면서도, 정교한 솜씨가 시선을 잡아끈다. 능력 조절에 관해선 이연화를 이길 자가 없겠어. 한 팔로 당신을 들어 욕실까지 데려간다.) 순수하다고 말하기 전에 네 눈빛을 숨기고 말해. 불순한 의도가 여기까지 느껴져. 들어가서 갈아입어, 난 밖에서 갈아입고 들어간다. (상냥하게 이연화를 밀어 넣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연한 거 아니에요? 형은 완벽한 내 취향으로 잘생긴 데다가 능력 좋고 몸 좋고 목소리, 성격까지 좋은데. 어서 형이 내 밑에 깔려 우는 모습을 보고 싶… 꺅. (수줍은 소리를 낸 이연화가 당신에게 깃털처럼 들려갑니다. 그래요,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안 동하겠어요. 천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탄탄한 몸과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세심한 팔,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신성현이 나를 욕구 불만으로 만들었어요. 새침하게 욕실 문고리를 잡아 엽니다. 오늘은 신성현의 경계심이 높아져서 수작 부리긴 글렀습니다.) …성인식만 지나 봐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수상한 웃음으로 들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용히 해, 너는 그 입이 문제야. 얼굴은 천사 같은데 입으로 맨날 안 해도 될 말을 하잖아. (정말 미치겠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파트너 덕에 마음이 진정될 날이 없었다. 저녁 먹기 전보다 더 낡은 얼굴로 당신이 들어가는 걸 감시한다. 본인이 예쁘게 유혹하는 게 치명적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거겠지. 내 자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줄 수밖에 없어 근심이 늘어갔다. 성인식이 다가오기를 바라면서도,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18살이 된 그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작당모의는 속으로 실컷 해.

오늘도 어김없이 귀여운 주제로 투탁대며 저녁을 함께 보냅니다.
샤워 가운을 입은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속에 들어가 사소한 장난을 치거나 당신의 계략이 막히고 먹히기도 합니다.
비록 마지막은 신성현에게 제지당했지만요. 그의 탄탄한 몸은 마음껏 구경했으니 된 것 아닐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스리슬쩍 신성현을 건드려 그렇고 그런 상황을 만들겠다는 계획 역시 수포가 되었습니다. 몽글몽글한 분위기에서 장난치고 노느라 그의 밀어냄이 그리 거슬리진 않네요. 선심 써서 봐주기로 합니다. 뒤에서 저를 받쳐주는 신성현에게 기대 눈을 감습니다. 따뜻한 물의 온도, 그의 살결이 느껴져 이대로 잠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찰랑… 하고 물결이 일렁입니다. 겨우 허락받은 신성현의 무릎과 종아리만 열심히 만져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를 백허그해서 끌어안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연신 눌러댔다. 샤워 가운을 입어봤자 아름답게 생긴 미인이 물에 젖어 저를 유혹해 대니 죽을 맛이었다. 오늘은 그가 피곤해서 망정이지, 멀쩡할 때 들어갔다면 막지 못했을 것 같았다. 시선 둘 곳 없는 이연화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필사적으로 속을 가라앉힌다. 제발 그만 만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소란이 많았던 목욕 시간은 신성현이 반쯤 조는 당신을 씻기고, 들어왔던 때처럼 안아들어 나간 뒤에야 끝이 났습니다.
떨어질 날 없는 지금의 평화가 차가운 겨울의 추위를 몰아내 주었습니다.
모두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떼놓을 수 없는 한 쌍의 무언가처럼 여깁니다.
축제 때는 타이머의 이름만을 찾던 이들이 이제는 그 옆에 나란히 카운터의 이름을 적습니다.
아주 당연한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닌 상처와 흉터도 참고 버텨야겠죠.
이건 모두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들이니까.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닦여서 안기고 나온 당신을 신성현이 정성스레 침대에 내려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많이 졸려? 코코아는 타지 말까. (당신의 자리에 내려두고 춥지 않게 이불을 끌어 올린다. 이러니 아이로 생각하지. 비몽사몽한 당신의 머리칼을 쓸면 촉촉한 물기를 머금어 흔들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잠깐 눈을 감았다 일어나면, 욕실이 아니라 침대 위였습니다. 신성현에게 몸을 맡겨 수건으로 돌돌 말려지던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새 잠들었나 봐요. 그의 온기를 놓기 싫어 꽉 끌어안았습니다.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마실래요. 어디 가면 안 돼요… 나 두고 가지 마요. (잔다는 소리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작은 웃음이 난다. 누가 이렇게 투정 많은 아이를 몇 주 뒤에 성인이 되는 세계의 구원자라고 생각할까. 그 사실에 마음 한편이 묵직해지다가도 떨쳐낸다. 그와 기분 좋게 달아오른 마음을 내려두고 싶지 않았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당신의 곁에 앉는다.) 알았어, 여기 있을게. 난 내일 일정을 마저 확인하고 잘 거니까 먼저 자. (당신의 입술에 굿나잇 키스를 해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까지 웃음을 흘리는 이 평화 속에서 자신이 순수하고 질실된 미소를 여리게 지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꾸준히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듯 호흡이 벅차오르면서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건… 이런 애정 덕분이에요. 뜨겁게 내려앉는 시선, 고요히 울리는 숨소리. 살짝 뜬 눈으로 당신의 키스를 받습니다.) 너무 늦게 자지 말아요. 조금은 기다려 줄게요. (같이 잘 거예요. 꾸물꾸물 그에게 붙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졸린 파트너를 위해 얼른 정리하고 자야겠는걸. 걱정하지 마, 아까 해둬서 조금만 하면 끝나. 네가 잠들기 전에 같이 눈 감고 잘 수 있도록 해볼게. (쓰담쓰담. 손가락 사이사이로 감기는 부드러운 금빛 물결을 동력 삼아 탁자에 올려둔 종이를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소소하게 능력을 쓰는 걸 당신에게서 옮았다.)

곧 방 안에는 사락, 사락 신성현이 종이 넘기는 소리와 당신의 고른 숨소리만이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신성현이 TV를 틀어 당신에게 방해되지 않게 소리를 줄이는 게 느껴집니다.
그는 가끔 뉴스를 확인하며 세계의 정세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죠.
오늘이 그때인가 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멀리서 들어오는 뉴스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려던 이연화의 눈이… 슬며시 다시 뜨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연구원들이 중얼대던 말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이어서 애쉬의 태도까지 떠올라 TV로 고개를 돌립니다. 본보기와 수도라고 했었죠. 신성현 덕분에 까먹을 뻔했던 사실을 곱씹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런, 내가 깨웠나. 당신이 TV에 집중하는 것 같자 입은 열지 않고 소리를 도로 키웠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당신이 말해주었던 그 연구원의 말이 신경 쓰이는 건 신성현도 마찬가지였다.)

흘러가는 화면에는 익숙한 아나운서가 앉아 있습니다. 주로 타이머와 카운터에 관한 방송을 담당하는 아나운서입니다.
아직 뉴스 시간은 아닌데.
옆에 앉은 게스트는 세간에 타이머 전문가라고 불리는 남자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나운서

제2의 타이머, DOT에서는 카운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세간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례적인 예외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너머의 아나운서가 안경을 추켜 올리며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나운서

오늘은 타이머 전문가, 블랙 씨를 모시고…

뉴스의 목소리 너머로 하인리히 장교의 호언장담이 스칩니다. 그의 말마따나 카운터의 등장 이후 뉴스의 판도가 뒤집혔었죠.
어느 매체도 다시는 세계 멸망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세계 멸망을 막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흠. 침대에 파묻힌 몸을 일으켜 세워 아직 눕지 않은 신성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되네요. 순진한 국민을 속여 구원자 행세를 하는 게 카운터의 역할 아니겠나요. 신성현의 곁에 있기 위해 연기하는 것쯤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잠은 옛적에 물러났음으로 중력을 이용해 커피포트의 전원을 켭니다.) 커피 마실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에게 뉴스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남몰래 보려던 이유를 지금 다시 깨달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지만 왜인지 눈치가 보인다. 만들어진 카운터로 세계 멸망을 막아내야 하는 저 아이의 진실을, 우리 빼고는 모른다. 침착하게 표정을 가다듬는다.) 이 시간에 커피 마시면 못 자. 네 코코아면 충분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깬 이상 두어 시간은 더 깨어 있을걸요. 형 완전 일중독이에요. (몇 장은 더 남은 종이가 신성현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훤히 들여다보여요. 방금 전 느낀 평화를 깨기 싫어 모른 척하는 겁니다. 두 개의 코코아 팩을 말끔한 유리컵잔에 담습니다. 능력 하나는 알차게 써먹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난… 아니야, 그냥 내 것도 줘. 네 말대로 두어 시간은 더 깨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연화가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나는 꺼낼 수 없는 주제였다. 이 평화의 주도권은 이연화에게 달려 있었고, 그를 이용해야 하는 신성현은 조용히 곁에 있어 주기만 한다. 네가 그것을 바랐으니까. 당신의 능력에 제 능력을 더해 도와준다. 두 사람의 중력에 휩싸인 컵과 물이 허공에서 움직인다.)

커피포트의 물이 끓고 코코아 가루가 자유롭게 뒤섞이는 와중에도 인터뷰는 진행됩니다.

 

블랙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완벽한 타이밍이야말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 난 노인이 자신의 주름진 손등을 매만집니다. 블랙 씨라고 불리는 그는 DOT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자로 유명한 인사였습니다.

 

블랙

DOT가 타이머를 관리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한낱 사람이 어찌 신의 사자를 다스린단 말이오!

라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소리치는 모습이 종종 뉴스 헤드라인에도 걸려 나오곤 했죠. 언제나 타이머의 자유를 주장하는 신실한 종교인입니다.
오늘은 흰 얼굴로 점잖은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그는 신을 예찬합니다.

 

블랙

세계를 구성하기 위하여 신은 타이머를 보내셨소.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하여 신께서 카운터를 보내신 게지. 사실상 카운터라고 부르는 것도 인간의 시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또 다른 타이머일 뿐.

그는 신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를 보낸 것이 틀림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카운터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는 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신앙이란 이토록 멍청한 법입니다.

 

블랙

세계 멸망은 어림도 없는 소리. 신을 믿고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받을 겁니다.

교회의 목사도 이토록 신실할 수는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의 합작으로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며 완성된 코코아 잔을 두 손으로 감싸 한 모금 마셨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몸속에 퍼져가는 감각을 느낍니다. 신의 존재… 그때 본 검은 코마니 호수를 떠올려요. 또 다른 타이머라니, 신실한 ‘구원자’의 신도는 의외로 예리했습니다. 영 틀린 말도 아니죠.) 형은 DOT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종이를 내려놓고 한 손으로 코코아를 마시며, 화면을 바라보던 신성현이 눈을 내리깐다. 달콤한 향기가 퍼지는 코코아 수면을 흔들었다. 깨끗하던 자신의 얼굴이 사라진다.) 적어도 15살이 되기 전엔 없었지. (이연화는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너는… DOT를 벗어나고 싶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고개가 신성현에게 돌아갑니다. 답지 않은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습니다. 당신의 컵을 뺏어가요. 그대로 입을 맞추면, 서로에게 남아 있던 코코아 맛이 뒤섞입니다. 당신의 입술만 핥고 떨어집니다. 이연화의 붉은 입술이 촉촉해졌네요.) 형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 어딜 가겠어요. 그날 이후로 우리를, 세계를 기만한 DOT가 싫어졌나요? 그래서 나랑 떠나고 싶어요? (신성현이 할 생각은 뻔했습니다. 내게 죄책감을 지녀 강제로 구원자의 사명을 부여한 DOT로부터 벗어나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까. 넌 지독하게 정직한 사람이잖아. 그렇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피할 의지도 없었다. 아니, 피해선 안 된다. 미약한 움찔거림도 없이 그의 애정을 받아 들고 위태롭게 쥔 컵이 사라진다. 어깨에 얹혀 있던 짐이 사라진 기분이다. 이연화는 언제나 내 마음을 눈치채 강제로 치워주는 쪽이었다. 너무나 뻔해 알 필요도 없다는 그의 눈빛이 심장을 옥죈다. 네 입술을 엄지로 훑는다.) 잘 모르겠어. DOT가 우리와 세계를 기만한 것, 하지만 세계의 멸망을 막고자 하는 것, 타이머와 카운터를 지극 정성으로 대우하는 것. 전부 진실이라서. (과연 세계를 지키기 위해 너를 희생하는 게 맞는지. 네가 DOT를 벗어나고자 하면 나는….) …넌 내 곁을 떠날 생각 없고 난 네 곁을 떠날 생각 없어. 답은 하나다. (이연화가 살아있을 수 있는 공간은 제 옆이다. 구원자인 내가 살아가야 할 공간은, 여기였다. 당신의 손을 깍지 껴 잡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훑습니다. 혼란을 담은 푸른 심해빛 눈동자, 말하고 싶은 것을 삼키는 입술, 나를 놓지 않으려 잡아오는 손까지. 부드럽게 휜 눈꼬리가 달콤하게 미소 짓습니다.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형은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굳이 확인받으려 들지 않아도 돼요. 이연화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성현의 것이랍니다. 형이 있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고, 형이 있을 곳은 구원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니까… 우리는 DOT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 없느냐고 물어본 거예요. 신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보낸 존재. 시간을 흐르게 하는 타이머, 그리고 카운터. 코코아 잔을 말끔하게 비웁니다.)
고마워요. (내게 헤어나올 수 없는 죄책감을 가져줘서.)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몸이 무거웠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중력이 저를 짓누른다. 그것은 당신이 고마워한 죄책감이기도, 당신을 향한 애정이기도 했다. 차마 비우지 못한 코코아를 다시 들지 못했다. 당신의 미소를 보고 있을 땐 입안이 바싹 말라 초콜릿의 달콤함에 녹아버릴 것 같았다. 힘겹게 대답한다.) 네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우리는 DOT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래. 벗어나고 싶었던 적은 있다고 봐야겠지. (너와 세계가 부여한 존재 이유를 벗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보곤 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져 곧장 그만두었다. 가득 쥔 손에 미약한 힘이 들어간다.)
나도 고마워. (내게 이연화의 모든 걸 쥐여줘서.)

뉴스에서는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한숨처럼 꼬투리를 잡으며 끼어듭니다.

 

젊은 박사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세계 멸망의 원인이 진정 타이머가 홀로이기 때문이라면… 왜 진작 둘을 만들지 않은 거죠?

초능력과 시간의 상관관계 따위를 연구하는 박사였습니다. 제9구역 출신으로 상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편이라 젊은 층에 인기가 좋았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젊은 박사

(그는 날카롭게 따져 물었습니다.) 타이머의 능력이란 유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위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수백 년간 한 세대에 하나라는 규칙을 고수했죠.
세계 멸망의 예언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새 타이머’의 등장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가설과 타당한 사유를 읊습니다.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젊은 박사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 않나요? (안경 너머의 시선을 빛내며 박사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화면 너머의 시선인데도 형형하기 짝이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대화하면서 차분해진 기분이 원래 궤도에 들어섭니다. 박사의 가설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왜 진작 둘을 만들지 않았냐니, 그야 내가 만들어진 존재니까요. 그걸 생각한다면 세계가 멸망할 거라는 예언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카운터인 우리를 만들어 내서 유예 시간을 벌었을 뿐이에요. 화면의 박사와 시선을 마주합니다. 그들이 진실에 도달해 카운터의 정체가 까발려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젊은 박사

(당신과 눈을 맞춘 박사가 이어 말합니다. 이쪽을 보고 있을 리는 없으니 그저 우연입니다.) 타이머는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공인이에요.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죠. 그러나 누구도 새로운 타이머의 존재를 떠들지 않았고, 카운터의 가족과 친구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DOT는 사생활 침해라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누가 지켜주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홀연히 나타나 의심스러운 이들을 구원자라고 믿어야 한단 말인가요?

박사의 말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리슬러 부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카운터는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DOT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사생활에 관해선 침묵할 것이고, 그들이 타이머, 카운터로서 자각하기 전의 삶을 파헤치지 않을 것입니다.

뱀 같이 교활한 변명이었고 박사가 분개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했었죠.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외부와 연락은 자제하도록 하세요. 여론이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는 동안에 혹시라도 당신을 알던 이들이 노출되면 평생 시달리게 될 테니까.

그는 우리를 겁주는 것처럼 단호하게 설명했습니다. 전부 우리가 달의 뒷면, 우리의 밑바닥을 모른다는 전제의 설명이었어요.
여론이 들끓건 말건 시달릴 이라곤 없으면서 말이죠. 씁쓸한 기억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목표가 세계의 구원이 아닌 신성현의 옆인 자신은 실상 저들의 의견에 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만들어진 우리가 어디까지 버티고 짝인 타이머가 죽을 땐 어떻게 처리되며 지하 2층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궁금할 뿐.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나는 다음 타이머의 세대가 교체되기 전 지하 2층이 들킨다는 것에 시간을 걸죠. (이미 들킨 줄도 모르고 노력하는 모습이 웃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계의 이치를 벗어난 행동은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어. 그것이 멸망을 막기 위한 행동일지라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들키는 건 시간문제겠군. (당신에게 동의해 같은 항목에 걸었다. 우리의 시간을.)

DOT는 어쩔 작정이었던 걸까요. 이렇게 얄팍한 거짓말을 겹쳐 쌓으면서 언제까지고 그 거짓말들이 견고하리라고 믿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성과가 그토록 훌륭하여, 한 치의 의심을 둘 수 없을 거라 스스로 맹신했던 걸까요.
핑계로 연락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때쯤엔 어떻게 하려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때마침 뉴스의 내용이 바뀝니다.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 1

이연화 씨를 정말 좋아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데 달콤한 목소리에 뛰어난 능력 조절까지, 미의 현신이 따로 없다니까요. 원래는 신성현 씨의 팬이라서 파트너가 생겼단 소리에 섭섭했는데… 뭐, 타이머와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어린아이 2

저는 이연화 카운터를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성현의 복장, 외관 특징을 따라 하고 신성현 흉내를 내며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리는 어린아이라던가,)

 

어린아이 3

귀엽죠. 타이머 전시회에서 샀어요. (이연화와 신성현의 모양을 본뜬 곰 인형을 품에 안은 학생도 보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관련 사업도 천정부지로……” 리포터가 경쾌하게 떠들어 댑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달 통장의 액수가…… 0이 9개였죠. (5+1D6) > 5+4[4] > 9

캐릭터 인장

이연화

(머릿속으로 그간 정산한 금액을 더듬던 이연화가 몸을 일으킵니다.) 형. 우리 여유로울 때 크루즈 여행 갈래요? (제12구역에서 신성현이 도망갈 수 없게 바다 한가운데에 크루즈를 띄우고, 그를 가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이연화가 예쁘게 웃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당신에게서 슬쩍 몸을 떼어내 코코아 잔을 든다.) 나도 이제 가볍게 날아다니는 건 할 수 있어. (당신을 만나고 순수한 중력 조절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소리다.) 게다가 거긴 최악의 기후잖아… 긴 여행 말고 며칠 정도만 즐겨.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치 빠른 신성현… 침대 서랍에 봉인해 두었던 늑대.ver 신성현 인형을 꺼내 듭니다. 이제는 플미가 붙어서 구하려야 구할 수도 없는 희귀 한정판 에디션입니다.) 나랑 크루즈 여행 갈래요, 형 한정판 인형 또 만들까요? (그렇습니다. 그의 굿즈 사업에 이연화도 끼어들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갈게. (빠르게 항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게 정말 부끄러운 건 변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에 이연화에게 당할 짓을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저런 걸 또 내보내는 것보단 나았다.) 그거 내려놓고 다시 집어넣어… 착하지. (하….)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좋아할 줄 알았어요. (진작 포기할 것이지. 승리의 표정을 지은 이연화가 인형을 도로 집어넣습니다. 덕업일치 하는 굿즈 제작 과정은 내 삶의 떼어놓을 수 없는 일탈입니다. 그의 품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끝내주는 크루즈 여행을 선물해 줄게요.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요. 신성현이 어떤 잘생김인데, 당연히 인기가 많아야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크루즈 여행 가겠다고 인형으로 협박하다니.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박은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당신이 또 저 낯부끄러운 인형을 꺼낼까 봐 두려웠다. 사람들은 왜 저런 걸 좋아하지. 인형같이 예쁜 이연화는 이해가 가는데, 자신은… 생각을 그만둔다.) 그냥 네 맘대로 해라.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겠다고 말한 사람이 책임져야겠네. (그게 나다.)

귀엽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지나간 뒤에는 한 연인이 나옵니다.

 

연인

(활짝 웃는 연인이 사이좋게 손가락을 얽곤 군번줄을 자랑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군번줄에 이름을 적어서 연인과 교환하는 게 유행이에요. 제가 타이머고, 여자 친구는 카운터죠. (두 뺨에는 여름의 붉은 기가 서렸습니다.)

도밍게즈는 타이머를 사랑합니다. 도밍게즈는 카운터를 사랑합니다.
도밍게즈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운명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안팎으로 너무나 선명한 명제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군번줄… 새로운 것에 눈을 뜬 이연화가 신성현을 빠안히.) 우리가 정식 임관을 받게 되면 군번줄을 차게 되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쯤 되니 당신의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곤란하게 당신의 시선을 회피한다.) 우린 진짜 군번줄이라 낙서하거나 개조하는 건 큰일 나.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거나 잃어버리는 것도 안 되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 두 개 이상 요청하는 건요? (신성현이 자신은 지능을 이상한 곳에 쓴다고 했던 게 정답입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잔머리에 써먹은 이연화가 반짝거리게 애교부립니다.) 성현 혀엉.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하, 말해볼게. 만약을 대비한 여분 군번줄 정도는 마련해 주시겠지. (나는 네 잔머리를 파헤치지 못하고 받아주는 상황이고 말이다. 당신에게 늘 항복한다.) 내 군번줄 하나는 파트너를 위해 준비하는 걸로.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난 형을 믿고 있었어요. 좋아해요, 형. (사랑한다는 말은 나중에 할 거예요.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그곳에서. 당신을 끌어안아 폭 기댔습니다.) 내 군번줄은 형에게 줄게요. 이연화의 목줄을 신성현이 쥐는 거예요. (나는 네 목줄을 쥐는 보답입니다. 쪽, 쪽 당신의 볼에 입을 맞춥니다. 도밍게즈는 타이머와 카운터를 사랑하죠. 타이머와 카운터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도, 네가 내 파트너라 좋아. 가끔 이상한 짓을 하긴 하지만. (우리의 짓궂은 운명을 받아들여 사랑하기로 선택한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상흔이 계속 새겨지고 서로에게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것이다. 당신을 품으로 끌어안는다. 저 기뻐하는 모습. 저래서 거부할 수 없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당신과 신성현이 홍보를 맡은 화장품과 향수의 영상입니다.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메이크업.”
TV 속에 등장하는 신성현과 당신은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얼굴과 어딘가 달라 보입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화장이 짙고 조명이 강해서 꼭 다른 사람 같아요.
타이머와 카운터란 군인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달리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서, 방송 출연을 요청받거나 광고 섭외가 끊이지 않습니다.
당신도 올해만…… 52개의 광고를 찍었었죠. (1D100) > 52

캐릭터 인장

이연화

(12월로 나눈다 쳐도 한 달에 4개, 주에 1개. 늘 죽어 나가는 이연화의 상황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너무 아름다운 외모가 이럴 때는 문제였습니다. 화장품을 발라 잘생김이 돋보이는 신성현을 보니 가슴이 두근 움직입니다.) 형… 나중에 립스틱 한 번 발라주지 않을래요? 나 말고 형이 바른 걸 보고 싶어요. 한 번만요. (매달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군번줄은 그렇다 치고 이젠 기상천외한 부탁을 해오는 당신을 본 신성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네가 바른 건… 너무 어울리고 예뻐서 그랬던 거잖아. 나는 좀, 안 어울리지 않을까. (아까 그 일을 겪었더니 조심스러웠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정말… 보고 싶어? 내 립스틱 바른 얼굴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연화는 형이 립스틱 바른 얼굴 허락 안 해주면 아까처럼 기분이 상할 것 같아요. (빈말은 아니었습니다. 화사하게 웃어 당신의 품에서 올려다봅니다. 자, 허락해야지? 내가 봐줄 때 이연화를 받아들여. 맞잡은 손을 들어 키스합니다. 이거 놓고 싶지 않잖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입안 여린 살을 깨물었다. 당신에 관련된 모든 건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고작 그런 것 하나로 이연화의 기분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그리할 것이다. 고민할 가치가 없는 문제였다. 당신의 눈가에 입을 맞춘다.) 너만 봐. 다른 사람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모습일 거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의 특별한 모습은 전부 나만 씹어 삼킬 거예요. 그런 걱정은 버려두세요. (날카로움이 풀리는 눈빛은 참 잘했어요, 하는 듯합니다. 아슬했던 공기가 가라앉아 평화로운 시간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습니다. 내 것을 남에게 나눠줄 리 없잖아. 그들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난 신성현이 없다면 죽어버립니다. 꽉, 끌어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풀린 눈빛을 받자 거세게 뛰던 심장이 진정한다. 기분이 상해 보이지도, 예민해 보이지도 않는 당신의 웃음이 내게는 특별해서. 그의 뺨을 간질인다.) 내가 이런 너의 모습을 나만 보고 싶은 것과 같은 감정이네. (신성현의 존재는 이연화에게 퍼부어 주기에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당신에게 기댄다.)

“속보입니다.”
광고 마지막, 당신의 마지막 대사가 채 끝나기 전 광고가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이미 끝났던 뉴스가 재개됩니다.
뉴스 다음에는 일일 연속극이 할 차례였으므로 화면 밑에 양해 문구를 실은 텍스트 슬라이드가 깜빡입니다.
〈속보로 인해 월화 드라마 ‘시간아, 멈춰라!’ 39화는 오늘 방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넓은 양해 바랍니다……〉
속보? 이런 어정쩡한 시간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을 딱 다뭅니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낮에 연구원들이 말한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속보에 집중합니다.)

TV를 보고 노닥거리느라 느슨해졌던 시위가 다시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아나운서

금일 저녁 8시 48분,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4구역 주택가에서 A모 씨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시체의 상태가 상당히 부패했고, 집안이 오래도록 비어있던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때아닌 속보의 내용은 다름 아닌 살인사건입니다.
드문 일이군요. 수도는 DOT, 타이머와 카운터가 머무는 곳입니다. 도밍게즈의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게다가 정부와 DOT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어요.
살인사건이, 심지어 제4구역 수도의 살인사건이 공개적으로 방송을 타다니!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수도와 본보기, 두려움, 그들이 말하던 것을 이해했습니다. 짙은 웃음이 지어집니다.) 무엇을 본보기로 보여주길래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걸까요. 내게 하나 떠오르는 일이 있는데, 형은 어때요. (카운터 실험과 연구원들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애쉬… 그의 친구 기일이라고요. 그것도 지금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연구원들이 얼버무린 이유가 있었군. DOT에서 숨길 만한 것과 본보기로 삼을 만한 것. 그건… 지하 2층이겠지.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연화를 만들어 낸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죽이는 이 기관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 혹은 DOT가 꾸민 짓이란 확신이 듭니다.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하여?
정신없던 분위기는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아귀가 탁탁 들어맞습니다.
화면이 요란하게 흘러갑니다.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합니다.

 

아나운서

시체는 두 눈으로 바라보기 참혹할 정도로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어, 연쇄살인범의 등장이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의 뇌가 분실되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에게 느슨하게 기댔던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습니다.) 뇌 보관통. 피해자인 A모씨와 뇌 보관통의 주인인 아르고가 같은 사람일 확률은 얼마라고 생각하나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주 불길한 예감이… 이 세계는 언제나 우리가 평화로운 것을 견디지 못하는 양 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옆에서 작게 헛숨을 들이켰다. 당신의 어깨를 감싸 쓸어내린다.) 연쇄 살인마가 뇌만 가져갈 이유는 없어. 보안이 높은 수도에서 이런 리스크 큰 짓을 저지를 리가. 아주, 아주 특이한 식성을 가진 게 아니라면. (이연화에게서 퍼져온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간다. 하필 네 성인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

“피해자인 A모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 통에 적힌 이름이, 뭐였더라.
아마, 혹은 분명히…….
기억을 곱씹는데, 화면 위로 피해자의 평소 사진이 공개됩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탓에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선명하더라도 당신은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뇌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므로.
그러나 한 가지는 선명합니다.
사진 아래에 적힌 이니셜 A.
지하 2층에서 본 라벨에 낯선 이름이 쓰여있었습니다.
아르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하, 하하… 몸을 숙입니다. 얼굴을 덮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늘 참 많이 웃는 것 같아요. 불안정한 속내가 흔들려서 한 번, 일상을 깨뜨리는 소식을 접하고 한 번. 손을 내린 후 드러난 이연화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습니다. 은은한 광기가 깃든 웃음을 지어내고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있잖아요. 나 정말 궁금해졌어요. DOT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속셈인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고 왜 이러는지. 세계의 멸망을 막을 구원자라서? 한 인간을 죽이고 뇌까지 빼가며 생명을 창조하는 게 그리도 중요했을까요? (당연히 그렇겠죠. 알아요. 아는데, 머리로는 이해해도 왜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지쳤어요. 눈빛이 까맣게 죽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여기서 무얼 말해야 네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정답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이연화가 태어난 이유인 자신이 말해봤자 그가 느낄 모든 감정의 발끝에도 미칠 수 없었으므로. 당신의 어깨를 강하게 붙든다. 깨뜨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평화가 단숨에 산산조각 난다.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린다.) 그들을 용서하지 마. 나를, 더 나아가 세계를 용서하지 않아도 돼. 다만 너의 증오는 내가 받을게. 내게 마음껏 화풀이하고 대해도 되니까… 이연화. (당신의 질문과 맞지 않는 대답이었으나 이것이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당신의 손을 제 심장께에 올린다.) 그 누구도 네게 구원을 강요할 수 없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손끝에서 전해지는 신성현의 심장 소리, 얇은 천자락 너머로 닿는 당신의 애정, 미안함, 죄책감… 미소가 지워집니다. 표정을 유지할 기력이 남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진짜 얼굴을 내보이는 것이야말로 당신에게 돌려주는 최고의 진심이었습니다. 뉴스를 보기 싫어 당신의 품으로 파고듭니다. 단단히 끌어안고 제 체향을 한껏 묻혔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네요. 미워할 수도 없게. (세계에게 향할 증오를 그 혼자서 오롯이 받아내겠다니. 감당할 수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이리 말해도 그가 자신을 감당할 각오를 지닌 것이 느껴졌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형. 내 이름… 불러줘요. (내 시간이 흐를 수 있게. 날 구원해 줘. 그리하여 이연화가 신성현을 구원해 줄 거예요. 진심으로 손 내밀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지나치게 좋은 사람이라 그래. 이런 나를 떠나지 않고,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사람. (여린 등을 감싸 안는다. 찰나에 보인 그의 진짜 표정은 닳고 닳아서 웃음마저 짓기 힘들어하는 사람의 것이었다. 흔들림 없이 당신의 이름을 읊조린다.) 이연화. 이연화, 내 파트너… 카운터. (당신에게 마주 기댄다. 서로의 체온이 얽혀 식어가는 심장을 데워주었다. 네게 벌어진 일을 깨달았을 때 난 각오했어. 이연화가 나를 미워하든 증오하든 그가 바라는 대로 할 거라고. 원치 않게 살아가는 네 손에 신성현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 이것은 세계가 아닌 이연화를 구원하는 것이라며.)
힘들 땐 쉬어가. (내 품에서 외롭지 않게. 당신 어깨에 이불을 두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아니니까 괜히 당신에게 화풀이하고 증오를 쏟아붓고 있는 거예요. 달싹이는 입이 멈추었습니다. 아니에요, 신성현의 말이 맞아요. 날 이렇게 만든 건 저들이니 내가 나쁜 것도 저들 탓이에요. 당신이 불러주는 이름 세 글자를 가슴속 깊이 새깁니다. 내가 가진 유일한 것의 이름을 돌려줍니다.) 신성현… 내 타이머. 너만은 날 떠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을 들어요. 날 거부하지 마요. (종내엔 이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어느 대화든, 행동이든 이연화가 바라는 것은 한결같았습니다. 당신이 내어준 존재를 빼앗아 가지 말 것. 그에게 입을 맞춥니다. 사랑스럽게 웃습니다.)
오늘 밤은 내 투정을 잔뜩 받아줘야겠어요. (신성현을 밀어뜨려 그의 위로 올라탑니다. 아쉽게 성인은 아니기에 품 안에 가두기만 합니다. 못 가요. 신성현 가슴께에 귀를 기울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은 그보다 더한 사람이었다. 정말 좋은 사람은 무고한 파트너를 자유로울 수 있게 새장 밖으로 보내주었을 테지. 나처럼 옆에 꽁꽁 묶어두는 게 아니라. 설령 이연화가 바란 것이라 해도 당신에겐 너무 잔혹한 처사였다. 가슴이 답답했다.) 신성현이 이연화 곁을 떠날 때는 내 시간이 멈출 때야. 네 약속을 지켜서 함께 눈을 감겠지. 우린 함께 전시관의 액자 속으로 들어갈 거다. (힘 빠진 몸은 당신의 작은 손짓에 밀려 털썩, 시트 위로 퍼진다. 이연화가 귀를 댄 심장 부분에서 일정한 박동이 울렸다. 당신의 머리칼을 천천히 파고든다.)
오늘 새벽까지 들려줄 이야기를 생각해야겠어. (이연화가 좋아하는 제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어 불안을 밀어내고자 했다.)

뉴스가 한참 그 이상한 살인사건을 조명하고 당신은 현실을 외면해 서로의 온기를 끌어안고 있을 때.
똑똑.
등 뒤에서 누군가 노크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런 좋은 때에 어느 놈이야. (장교나 부관일까 봐 당신만 들릴 목소리로 살벌하게 속삭였습니다. 이성과 반대로 몸은 신성현을 꼬옥 끌어안아 놓아주지 않습니다.) 떨어지기 싫어요. (투정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급한 일일 수도 있어. 금방 보고 와서 다시 눕자. (불안정한 이연화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똑같았으나… 당신을 달래 몸을 일으킨다.) 안고 가줄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됐어요. 장교는 짜증 나고 부관은 껄끄럽단 말이에요. 다른 타이머 카운터가 와서 소란 피우는 것도 오늘은 피곤해요. (부루퉁하게 문가를 흘끗 본 이연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당신의 목 부분을 노립니다.) 기다려 봐요.
(박력 있게 신성현의 가운을 팍 젖힌 이연화가 고개를 숙이고, 당신의 목을 콱 물어 잇자국을 새깁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잇자국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할짝여 빨아들였습니다. 만족스러운 미소로 입술을 훑습니다.) 이제 가도 좋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상관 앞에서는 입조심해. 혼난다. (불안하게 당신이 하는 걸 지켜본다. 저 눈빛, 심상치 않아. 반사적으로 물러나려 했을 때는 이미 가운이 팍 젖혀진 뒤였다.) 잠, 잠깐. 뭘 하게… 큭, (말하기가 무섭게 목덜미에서 강한 고통이 올라온다. 살갗을 핥아 빨아들이는 혀나 아릿한 통증이 생소했다. 어벙한 얼굴로 이연화가 문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깨닫는다.)
너…! 찾아온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무언가를 빼앗긴 양 당신의 어깨를 잡아 흔들흔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왜 그런 순결을 빼앗긴 사람의 얼굴로 억울해해요. 진짜 한 거 아니고 목만 문 거잖아요? 떳떳하게 나가요. (아까 신성현이 말한 걸 실천한 것뿐입니다. 저 사람 밉다고 화풀이할 순 없잖아요. 당신이 받아준대서 당신에게 한 겁니다. 사심이 약간 아주 많이 섞인 것 빼고.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사람 기다리겠어요. 어서 가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무리 그래도, (잔소리를 장착하려던 그가 포기한다. 하필 그런 말을 한 뒤에 저지르다니. 도망갈 구석이 없어 너덜하게 침대를 내려간다. 가운을 꽉 여며 당신이 문 목덜미를 꽁꽁 감쌌다. 정말 억울하게 노려본다.) 나중에 두고 보자. (새벽 내내 이야기가 아니라 잔소리할 것이다. 빠르게 문을 연다.) 누구십니까.

두 사람의 사소한 앙갚음에 몇 번 더 들려오던 노크 소리의 주인은 리슬러 부관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어떤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그는 흘깃, TV의 화면과……
신성현의 어정쩡한 자세를 확인한 후 평소처럼 웃습니다.
과연 충성심 투철한 하인리히 장교의 부관답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쉬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대상으로 광고 섭외가 추가로 들어왔어요. 강제는 아니니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면 좋겠군요. (신성현에게 서류를 하나 건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멀어져서, 아무 일도 없던 양 사위가 조용해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침대에 누워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부관의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모르는 척이다 이거죠. 아, 신성현의 목덜미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그의 뒤에서 순진하게 묵례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닙니다, 중요한 일정은 빨리 보고드리는 게 좋죠. (뒤에 있는 이연화가 신경 쓰였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더 군인 같아진 모습을 지켰다. 부관에게 건네받은 서류를 받아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보고드리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중요한 일정이라기엔 신성현 타이머가 해결할 자연재해는 아니니까요. (당신들의 분위기를 읽은 부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이런 뉴스는 예정에 없었는데, 곤란해지겠군요. 보고하고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당황이라곤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선은 비스듬히 TV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군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군들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고, 또…
군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기도 하죠.

위로하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얼핏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예민하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어요, 순순히 표면의 문장만 받아들이기 어려운걸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느긋하게 리슬러 부관의 말을 들은 이연화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습니다. 침대에서 내려와 리슬러 부관의 시야보다 높아진 위치에서 내려다봅니다. 위협적이지 않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순수한 미소로.) 잘 알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DOT에서 명령하는 자연재해 해결과 세계의 멸망을 구원하는 것이죠. 이미 벌어진 사건을 해결할 순 없어요. (괜히 부관을 건드려서 좋을 것 없습니다. 받아주는 척만 합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축제 때마다 강조하신 이야기를 잊지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 가지 요구가 축제가 아닌 날에도 적용된다는 게 기이한 점이지. 긁어 부스럼 만들어 일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 착실하게 명을 따르는 군이 된다.)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는 DOT의 목표는 진심인데 어찌 의심하겠습니까. 저흰 이미 신경을 끄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군들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아 좋습니다. 제10시의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때 말했었죠. 가끔은 세계의 이상을 깨트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못 박습니다. 어딘가 초점이 어긋난 대사입니다. 용건이 끝난 리슬러는 등을 돌립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리슬러가 떠나고 밤이 내려 깜깜한 창문 위에는 두 사람의 얼굴이 비칩니다.
뉴스에서 내보내던 피해자의 얼굴처럼 흐릿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선 불투명하고 캄캄한 유리론 부족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등을 찌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어요. 뒷면에 흉터를 쌓고 살아가는 달과 비슷한 꼴입니다.
모자이크가 깨지는 것처럼, 오늘 밤도 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닫힌 문을 몇 분 동안 바라봤습니다. 신성현의, 뉴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검은 창틀에 비치는 얼굴이 보입니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알 필요도 알 생각도 없었습니다. 오늘 겪을 혼란은 아까 다 토해냈어요. 순식간에 신성현에게 안겨 입을 맞춥니다. 내 나이가 여물지 않았다는 게, 성인식과 가까워질수록 애탔습니다.) 형. 밤하늘 보여줘요. (빨리.)

캐릭터 인장

신성현

(멍하니 서 있는 이연화의 모습은 곧 사그라들 달빛 같기도, 깨지는 유리창 같기도 했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이연화가 저를 돌아봤을 때 말을 멈추었다. 제 눈동자에 비춘 당신의 표정은… 우리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가라앉는 표정이었다. 말없이 당신을 품었다. 책상 한쪽에 곱게 자리 잡고 있던 별가루 병이 떠오른다.) …침대로 갈까. 착한 아이는 잠에 들 시간이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표정이 어떻길래 당신의 얼굴이 이리 함께 무너질까. 사실 짐작이 가지만 외면하는 걸 수도 있어요. 하루에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총량이 훌쩍 넘어섰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응, 오늘은 너무 피곤해요. 새벽 내내 말하지 않아도 형이 보여주는 별가루를 보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초조한 손짓으로 당신을 데리고 침대까지 향했습니다. 걸음걸이가 위태롭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곧 무너질 걸음걸이였다. 보다 못해 당신을 조심스레 안아 든다. 부서질까 봐 조바심 내는 몸짓으로 당신을 침대에 내려둔다. 네 눈두덩이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보지 마, 듣지 마. 희미하게 울리던 TV 소리가 꺼진 지 오래였다. 전등이 꺼져 방 안이 어둠으로 물들고 나면, 슬 떼어낸다. 밤이 우리의 표정을 가려주었으니… 당신을 품에 안고 속삭인다.)
잘 자, 이연화. (유일하게 반짝이는 푸른빛, 금빛 가루가 둥실 떠오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외에 들려오는 소리가 없는 이 어둠이 편안했습니다. 강제로 하루를 밝히는 태양이 보이지 않고, 달빛까지 커튼에 가려 사라진 완전한 밤. 반짝이는 거라곤 천장을 수놓는 반짝이와 당신의 목소리가 웅웅 울리는 머리를 가라앉힙니다. 느리게 어둠 속 인영만 보이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희미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잘 자요, 신성현. 내일 웃으면서 봐요. (조금만 쉴게. 내일 다시 웃어줄게.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가 만들어 내는 별들의 선율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희미해진 미소를 편안하게 만들 수 있기를. 당신만을 위한 우주를 수놓는다. 오로라를 만들고, 별들의 운동을 만들고, 파들의 포말을 이루고… 당신을 놓지 않았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 만들어 줄게. 손에 깍지를 낀다.)

신성현의 말대로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으리란 직감이 듭니다.
오늘이 유난히 힘들었던 거지, 원래 우리의 일상은 위태롭지만 소소한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나날이니까요.
곧 다가올 프롬과 졸업식, 성인식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식 임관 이후 어떤 임무를 배정받게 될지 미리 상상해 보거나.
리슬러 부관이 건네준 광고 시놉시스인 게임 CF 광고를 함께 촬영하는 등 썩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주 함선에 맞서 신성현과 능력을 사용하는 광고는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와 전장을 누비는 파트너로 활약한 거잖아요. 말하자면, 최강의 인류가 우주를 지키는 느낌? 한 번에 쓸어버리지 않고 능력 조절로 위기를 만들어 내느라 고생한 감이 있습니다. 신성현의 정성스런 애정과 케어로 돌아온 이연화는 변함없이 어여쁘고, 능청스러웠습니다. 잘생긴 형 제복으로 꾸미는 건 항상 새로워요. 광고 동영상을 평생 소장할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기분을 신경 써서 부관이 건넨 광고를 받아서 다행이었다. 능력을 사용해 움직이니 무기력하던 그의 기분이 돌아온 게 보였다. 게임 광고를 찍는 내내 이연화와 접촉해 함께 능력을 사용하느라 비밀리에 진실된 입맞춤을 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그것까지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이연화 달래기는 성공인 셈이다. 역시 그는 반짝거리며 웃을 때가 잘 어울렸다.)

게다가 겨울 방학이라 신성현과 당신은 수업도, 숙제도, 시험도 없이 자유로웠습니다.
애쉬는 그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평소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사람의 심리를 기민하게 알아채는 당신은 그와 마주할 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친구의 죽음이 아르고의 이야기라는 것을.
어수선한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연말을 준비하는 DOT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두 사람이 무엇을 알게 되고 겪더라도 일상은 언제나 반복됩니다.
《씬 종료》
《미들 페이즈》
◆ #Scene 3. 정체불명의 앰플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7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45 → 52
[ 신성현 ] 침식률 : 51 → 52
[ 이연화 ] HP : 10 → 26

띠링.
한적한 저녁 시간을 깨트린 방해꾼은 카운터의 휴대폰이었습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떠드는 안내음이 선명하게 울려 퍼집니다.
「 2059-12-21, 14:32
카운터 9회의실 소집 요망 」
메시지 그 어디에도 타이머의 이름은 없습니다.
타이머의 휴대폰 또한 조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마치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과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던 이연화가 휴대폰을 듭니다. 조용하기 짝이 없는 신성현의 휴대폰을 보고, 책상 위로 올려 제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턱을 괴고 나른하게 말합니다.) 우리 DOT께서 타이머를 제외한 카운터를 호출하시네요. ‘실험’과 관련된 일이겠죠? (짐작 가는 거라곤 그거밖에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내민 메시지를 보고 눈을 찌푸린다.) …타이머를 배제한 호출은 처음이군. 우리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있는 건가, 네가 말한 대로 짐작 가는 건 ‘실험’에 관한 것밖에 없어. 부른 이유가 그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예고도, 조짐도 없던 호출이라 이유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신뢰가 없는 상대에게 완전한 복종이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의심이 따릅니다.
카운터가 만들어진 존재라면…… 또 어딘가 손을 대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검은 불신이 의심의 틈새로 뿌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이번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본관은 지척이에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니 사실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토록 불안하고 불길한 것은, 그 가까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가 군에 속해 있는 이상 명령을 거부할 권리는 없을 거예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겉옷이 날아와 이연화의 어깨에 둘립니다. 신성현의 것도요. 당신의 겉옷을 상냥하게 내밉니다.) 하지만 혼자 오라는 말은 없었잖아요? 일어나요, 형. 혹시 쓰러져서 나오면 형이 날 책임져 줘야지. (불안하다고 회피하는 건 멍청한 짓입니다. 오히려 무슨 짓을 할지 샅샅이 알아내 주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 말 하지 마. DOT가 수상쩍긴 해도 구원자나 다름없는 카운터에게 해를 끼치는 짓을 하진 않을 거야. (카운터만 호출한 공간에 과연 타이머가 가도 될지 고민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당신이 내민 겉옷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몸이 약한 이연화에게 그가 좋아하는 검은색 목도리를 꼼꼼히 두른다.)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존재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왜요, 걱정돼요? (걱정되라고 일부러 말한 말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그의 보살핌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꼼꼼하게 둘린 목도리에 코를 파묻어 호흡하더니, 장갑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신성현의 손을 맨손끼리 엮습니다.) 형이 내 곁에 있어 주면 DOT가 변심해서 무슨 짓을 저지른대도 난 두렵지 않아요. 가요, 그들이 뭘 할지 확인해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걱정돼.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고통스러운 일을 당할까 봐…. (이렇게 따뜻하게 둘러줘도 차가운 냉기가 이연화를 파고들어 병에 걸리게 할까 봐. 이연화가 자신을 데려가지 않았을 땐 혼자 남아 불안하게 당신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따라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당신의 손을 꽉 잡고 끄덕인다.) 거절당하면 근처에서 기다릴게.

어차피 제재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혼자 보내고 싶지 않은 때가 있는 법이에요.
이맘때의 아이들에겐 무언가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있어 주고 싶다는, 비효율적인 욕구가 존재합니다.
신성현과 당신은 손을 잡고 발걸음을 나란히 하면서 함께 서관을 벗어납니다.
늘 거니는 운동장은 밤이 내려앉으면 낮과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이곤 합니다.
어두컴컴한 보라색을 덧칠한 잔디도, 경사진 스탠드도, 평평한 아스팔트 바닥도 모두 그랬습니다.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날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아 유난히 짙은 밤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겨울 끝자락의 밤은 아침보다 배는 추웠습니다. 차가운 공기에 떨려오는 손끝은 신성현이 잡아준 덕분에 얼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거리가 멀지. 신성현과 함께 걷는 이 시간을 더 만끽할 수 있잖아. 당신에게 가까이 붙어 잔디를 짓밟아 나아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떨림이 전해져와 맞잡은 손을 제 주머니 속으로 넣는다. 모든 추위를 막을 순 없으나 임시방편은 되겠지. 내가 중력이 아닌 불을 다루는 능력이었어도 좋았을 텐데. 네 온기를 한없이 데워줄 수 있으니까… 다만 같은 능력을 함께 다루는 지금이 더 좋았다. 평평한 아스팔트를 짓밟아 나아간다.)

짧은 거리를 건너 본관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말합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

호출은 카운터만 받은 것 아니었나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호출은 카운터만 받았지만, 타이머는 오지 말라는 말이 없길래 함께 왔어요. 우리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영혼의 파트너인데… 떨어지는 게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요. 알다시피 저는 신성현 타이머 없이 못 사는 몸이 되어버렸어요. (아름다운 미소와 진심이 담긴 낯부끄러운 말을 해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는… 무슨 그런 말을…. (말리지는 못했다. 어설픈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진실이 섞인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연화가 자신에게 허구한 날 붙어 다니는 건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것이다. 직원을 바라보지 못해 허공만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이연화 카운터가 걱정되어 따라왔습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

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탄식합니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두 청년이 붙어 저런 기류를 보이니까 직원은 어쩔 줄 모르는 겁니다. 올라가려는 미소를 애써 가리는군요. 태연하게 곤란한 척했습니다.) 두 분의 소문은 유명하니까요. 지시에 어긋난 일이라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인터폰으로 9회의실에 연락 넣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주머니에 넣은 손을 꺼내 보란 듯 보여줍니다.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요. 성인식 후에는 더 가까워질걸요? 신성현의 반응을 즐기고 놀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부탁드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예 고개가 땅으로 처박아질 기세다. 말릴 수도, 정정할 수도 없어 입을 딱 다문다. 이연화가 자신은 연기하지 말랬다. 짧게 덧붙이기만 한다.) 거절당한다면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

(인터폰과 무어라 이야기를 나눈 직원이 연결을 끊고 사무적인 태도를 고수하려 애씁니다.) 들어가셔도 좋아요. 딱히 타이머를 들이지 말라는 지시가 있진 않으시다네요. 소란 피우지 마시고 조용히만 있어주세요. 아셨죠? (두 사람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시큐리티 게이트를 열어줍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옆에만 있어 주는 게 바람인데 소란 피울 게 뭐가 있겠어요. 감사해요, 덕분에 떨어지지 않게 되었군요. (신성현에게 톡, 기대는 모습을 보여준 이연화가 그에게 눈인사한 후 게이트를 통과합니다.) 나중에 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명심하겠습니다. 늦은 밤 수고하십시오. (적절한 거짓말을 할 줄 알았더니 틈새 장난을 칠 줄이야. 이연화의 기분이 좋다면 된 것이라고, 얌전히 순응한다. 그를 따라 게이트를 넘었다.)

차례대로 복도를 걸어 다른 회의실을 지나자 곧 아홉 번째 문 앞에 도착합니다.
문 너머에는 서늘한 침묵만 가득했습니다.
문밖에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불이 꺼져 있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 카운터입니다. 들어갈게요. (두려워할 건 없습니다. 타이머를 보내주었다는 건 곧 그들을 막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단한 일이라는 뜻 아니겠어요. 아쉽지만 신성현과 잡았던 손을 놓고 하얀 장갑을 낍니다. 신성현 아닌 자들과 맨살로 접촉하는 건 끔찍하거든요. 결벽증이 아닐까 싶을 만큼. 노크 두 번, 망설임 없이 문을 엽니다.)

여느 때처럼 장갑을 끼고 들어갑니다.
9회의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낯선 연구원들이 대기 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애쉬와 교사라던가 눈에 익은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피로해 보이는 그들은 타이머를 한 번 바라본 뒤 금세 시선을 넘깁니다. 그 존재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미 보고를 받았겠죠. 성큼 걸어 들어가 연구원들 앞에 섭니다. 불렀을 때부터 짐작은 했어요. 역시 카운터의 실험과 관련된 건가 보죠.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는 아둔한 작자들… 속에서 올라오는 혐오감을 내리누릅니다. 다정한 신성현의 향 덕분이에요.) 카운터만 호출하셨다고 들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바로 지척에 서서 잡지 않은 손 대신 눈빛을 보낸다. 연구원들을 한 번 훑은 그 눈동자는 미약한 경계심을 담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끼어들지 않으며, 조용히.)

 

연구원

맞습니다. 예전에 능력이 사라진 적 있다고 하셨죠, 그것을 위한 일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은색 상자의 뚜껑을 두드립니다.)

테이블 위 벌어진 상자에는 주사기와 앰플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투명한 앰플 병에는 희미한 푸른색 액체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퍽 눈에 익은 색이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의 근간이 되는 그것을.
연구원은 액체의 정체를 설명하지도 않고 주사기에 쏟아 넣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표정이 흐트러지려던 것을 간신히 붙잡았습니다. 저 액체엔 좋지 않은 추억이 가득해요. 또다시 치밀어오르는 혐오감이 짙어집니다. 보이지 않게 주먹을 꾹 쥐었습니다.) 능력이 빠져나가지 않게… 도와주는 액체인가요.

 

연구원

예, 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에요.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뒤늦게 설명이 따라오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적으로 대답을 뱉은 연구원은 카운터에게 손을 내밉니다.)
자, 팔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는요? 카운터들의 능력만 빠져나갔다고 해도 능력 안정제라면 타이머에게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느릿하게 소매를 걷습니다. 저걸 맞고 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신성현이 아닌 자가 나의 몸에 손을 대고, 수상한 액체를 밀어 넣는다. 기분이 땅바닥에 처박혔습니다.)

 

연구원

타이머에게는 불필요합니다. (설명은 지나치게 간결합니다. 앰플은 열네 개만이 간결하게 누워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신경질적으로 덧붙입니다.)
우리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능력을 유지하고 증폭하기 위해 온종일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무엇을 의심하는지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의심이에요.

분명 타당한 설명입니다. 미심쩍은 것은 그저, 두 사람이 그들의 밑바닥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에요.

 

연구원

팔을 내미세요. (연구원이 카운터에게 다시 손을 내밉니다.)

피곤하고 수척한 인상의 그들 중 일부는 지하실에서 엿본 기억에 존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대로 맞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선택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누구도 대신 확신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표정 없는 얼굴로 앵무새처럼 무해하다는 말만을 반복합니다. 오히려 카운터에게는 필요하다고.
그야 도밍게즈도 DOT도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나쁜 짓을 하진 않겠지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속으로 한숨을 삼켰습니다. 정말, 신성현과 함께 와서 다행이에요. 그가 아니었다면 난 이 자리에서 신성현이 다물라는 입을 열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입술을 꾹 악물었습니다. 차라리 진실을 알려주지 말지. 푸른 장미 아치는 왜 우리를 안내했을까요. 의심하고, 불신하고, 증오해서 도밍게즈의 무엇 하나 믿을 수 없게… 완전히 걷은 팔을 내밉니다. 고운 입술을 끌어올립니다.) 연구원들의 노력이 담긴 약물이라니 믿어볼게요. (퍽이나.)

당신이 팔을 내밀자 주사기의 바늘이 피부를 파고듭니다.
피부 너머로 은색 바늘이 사라지고 소리 없이 액체가 비워집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약물은 기어코 물거품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혈관으로 쏟아졌습니다.
겨우 100ml 남짓의 무언가가 들어왔을 뿐인데 속이 울렁거립니다. 바늘이 파고든 자리가 욱신거려서 저절로 미간이 구겨집니다.
아무 일도 아니건만 불안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타이머는 필요치 않고, 오직 카운터에게만 필요로 하는 액체의 정체란 대체 무엇일까요.
역시, 카운터의 근원……
⚜ 정신 판정 : 난이도 8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뜹니다. 여기서 과호흡이 온다면 연구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들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DOT로부터 ‘본보기’를 받게 만든다면? 커다란 비밀을 숨기는 하인리히 장교의 구원자 추종만큼은 진심이었습니다. 울렁거리는 속이 어지러웠습니다.)
(4+0)dx | 정신 판정 (4DX10) > 10[1,5,10,10]+6[4,6] > 16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자면 불현듯 어떤 데자뷔가 스칩니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 입술 틈을 열어 시간의 각인을 확인하던 절차,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분명해요. ■■의 ■■■입니다.”
“주사해.”
피부를 꿰뚫던 바늘.
……이런 앰플을 주사 받은 적 따위 없건만, 누구의 기억인지 모르겠습니다.

 

연구원

하루 정도는 적응 기간을 갖느라 열이 날 수 있어요. 과한 신체 활동을 금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어야 합니다. 또 자고 일어나면 몸이 좀 뻐근하고 무거울 겁니다. 갈증이 일지 않도록 물을 수시로 마시세요. 만약 이상한 점이 생기면 바로 안내 데스크에 이야기하시고요.

당신의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의사항이 쏟아졌습니다.
능력이 안정화되면 기분도 컨디션도 한결 나아질 거라는 마지막 문장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 당연했고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흐릿하게 일렁이던 풍경을 깨뜨린 것은 연구원의 불친절한 목소리였습니다. 이건 뭐지, 내 기억엔 없는 것들이에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이연화가 몽롱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들에게 이 풍경을 물을 리는 없었어요. 그러니 형식적인 인사를 끝내고 뒤돌아봅니다. 나의 타이머.)

캐릭터 인장

신성현

확인했습니다. 카운터는 제가 돌보겠습니다. (당신이 홀린 듯 무언가를 생각하는 걸 보고는 대신 대답한다. 당신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바라보자, 불쾌감을 참는 얼굴도 아닌 몽롱한 표정에 의아하게 눈짓한다. 앰플에 뭔가 있나.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탁, 탁, 탁.
상자를 접고 다 사용한 주사기를 폐기한 연구원들이 썰물처럼 9회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회의실에는 아주 옅은 장미 향기와 소독약 냄새가 떠다닐 뿐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출렁이는 소리가 가까이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나…. (서두를 열려던 말이 멈춥니다. 주위를 둘러봐요. 전시실에서 하인리히 장교는 우리 숙소를 제외한 모든 곳에 CCTV가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당장 당신의 손을 잡아 회의실을 나갑니다.) 숙소로 가요. 할 말이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왜 그래,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어? (당장 별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당신이 그렇다니 끌려가 주며 이곳저곳을 확인한다. 비틀거리지 않는 걸음걸이, 멀쩡한 목소리와 평이한 체온.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일단 알았어.

회의실을 나와 본관의 복도를 걸어 여기까지 온 거리를 되돌아갑니다.
차가운 보랏빛 잔디를 밟고, 경사진 스탠드를 지나, 평평한 아스팔트를 박찹니다.
마침내 탁, 숙소의 문이 닫히면 이곳은 지켜보는 자가 없는 둘만의 장소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문이 닫히자마자 창가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흐릿하게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습니다. 밖과 다른 안의 온도에 김이 서린 수분이 장갑에 묻어납니다.) 그 앰플을 맞았을 때… 떠올랐어요. 정확히는 내 기억에 없는 장면이에요. 아까처럼 피부를 꿰뚫던 바늘…. (자신이 본 것을 정확히 전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닫힌 문을 잠가 창가에 선 당신의 곁으로 다가왔다. 하얀 김이 지워져 새카만 밤 풍경을 드러내는 창가를 보고, 목소리를 낮춘다.) 그게 환각이라면 제8시 카운터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을 거야. 아무 말 없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환상이라는 거겠지. (당신의 어깨를 조심스레 잡아 돌린다. 저를 보게 만들었다.)
어디 이상한 곳은 없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액체가 쏟아졌을 때 잠깐 울렁거린 것 빼고는 아직 변화가 없어요. 조금 더 기다리거나 곧 저 앰플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거예요. 내게 떠오른 기억이 뭔지 알아내고 싶은데… 그때 본 기억에서 나는 원형 유리관에 담겨있기만 했어요. (푸른 액체, 푸른 앰플. 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그걸 맞지 않는 나는 사라질 수 있을까요? (기이한 눈빛. 웃음기 서린 목소리. 그가 나의 타이머에게 물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의 질문을 들은 신성현은 말문이 막힌 듯 그 자리에 고정된다. 입술 틈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다 그만두고, 드러내지 않으려던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갈라진 목소리가 되묻는다.) …사라지고 싶어? (죽고 싶느냐고. DOT를 나가고 싶냐는 질문과 동일한 선상에 놓여 있을 것이다. 이연화의 어깨를 쥔 손이 천천히 떨어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는 그렇게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나는 입을 열지 않으니 고요한 적막만 흐릅니다. 이연화가 눈을 감습니다. 부드러운 웃음으로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어깨에 얼굴을 묻어, 네 겨울 향기를 잔뜩 머금어서.) 고작 질문 하나에 그렇게 부서질 것 같은 표정 짓지 말아요. 나는 가능성을 물어본 것이지, 사라지고 싶다 말하지 않았어요. (사라지고 싶느냐, 묻는다면. 나는 지금은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형이랑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고, 성인식 겸 졸업식을 보내야 하고, 정식 임관을 받아서 외출이 가능해진 뒤에는 바깥 데이트를 해보고….
난 형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살을 파고들어 심장까지 뻗치던 차가운 얼음을 당신이 끌어안아 녹여준다. 호흡을 허락받은 그가 떨리는 숨을 토해냈고, 당신의 목덜미를 둘러 안는다. 그래, 이 관계는 당신이 유지하는 것이다. 당신이 목줄을 쥐고 이끌어 나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곳에 있어달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앞으로도.) 혹시나 했어. 네가 그런 질문을 물어보는 건 정말 무섭거든.
난 네게 지켜야 할 약속이 많아서… 갑자기 떠나버리면 평생 이루어줄 수 없는 일들이 되잖아. 소중한 파트너에게 맹세한 약속은 지키게 해줘.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나도 너와 하고 싶은 게 많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착하네요… 내 상태를 걱정해서 귀엽게 반응하는 거, 마음에 들어요. 형의 애교를 봐서 아까 겪은 불쾌한 앰플은 넘어가 줄게요. (원래 울렁임을 느낀 순간 신성현에게 기분을 풀려고 했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 방해했지만, 그의 심장에 고통을 선사해 주었으니 괜찮았습니다. 당신의 등을 토닥입니다.)
그 대가로 내일 하루종일 나를 돌봐줘요. 적응 기간을 갖느라 열이 날 수 있다고 했죠? 형 이외의 사람에겐 돌봄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런 행위는 자신이 이연화에게 해주는 것이었는데, 돌려받으니까 기분이 묘했다. 복잡한 감정을 담아 고개를 떼어낸다. 일렁이는 눈동자가 당신에게 보일 테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쉰다. 맨손이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 이마와 닿으면, 높아지지 않은 온도가 느껴진다.) 지금은 괜찮네. 네 화풀이는 말했던 대로 내가 얼마든지 감수할 거야. 억누르지 말고 내게 표출해. 그게 나의 역할이다. (손을 치워내고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공교롭게도 내일은 일정이 없는 날이네. 아프면 방 안에서 정성껏 돌봐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부스스 흩어지는 웃음을 흘렸습니다. 당신의 일렁이는 눈가를 매만져 저와 각인이 새겨진 눈동자를 빤히 주시했습니다. 그 위 눈두덩이에 입맞춤을 보답합니다. 밖에 있다 와서 그런지 약간 서늘한 손바닥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야죠.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건 당신이니, 내 감정을 남기지 말고 삼켜요. 내가 형의 모든 걸 씹어 삼키듯. 신성현만이 나를 취할 수 있어요.
내일은 향이 강하지 않은 아침을 원해요. (장미 향이 지독하게 떠다닙니다. 죽음의 향, 사이에 섞인 소독약 냄새.)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고운 입술을 열어 달콤한 말을 속삭일 때 언뜻 보이는 당신의 각인이 제 마음을 울렁였다. 시간의 각인이 달아오르는 양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직 너는 내 파트너라고, 살아 있다고… 당신을 따라 옅게 웃는다.) 넌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돼. 신성현은 언제나 이연화의 편이야…. (그가 멸망의 원인이라고 해도. 어릴 적 말한 진심은 변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아침을 고안해 봐야겠다. 테이블의 달콤한 장미는 빼두도록 하지. (당신의 입술을 잠시 삼켰다.)

울렁거리던 속도 가라앉은 지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컨디션입니다.
연구원이 말한 앰플의 적응 기간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당신에게는 신성현이 있어주겠다 했습니다.
내일은 급한 일정이나 임무가 없으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씬 종료》
◆ #Scene 4. 카운터의 근원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3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52 → 58
[ 신성현 ] 침식률 : 52 → 55

방으로 돌아온 신성현과 당신은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이 듭니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당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밤이 깊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으면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시작됩니다.
창틀을 타고 쏟아진 햇살이 침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자연스레 잠에서 깨면,
⚜ 육체 판정 : 난이도 7 ⚜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나른한 컨디션에 가만히 이불을 안았습니다. 일정도 없는데 일찍 깨기 싫어요.)
(1+0)dx 육체 판정 (1DX10) > 9[9] > 9

나른한 기분과는 별개로 오늘따라 유난히 몸이 가볍네요! 컨디션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오래 생각지 않아도 어제 맞은 앰플 때문이라는 결과에 도달합니다.
DOT에서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해가 되는 일을 시킬 리가 없죠. 예상대로예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멀쩡한 몸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두 손을 이리저리 쥐었다가 폈다가, 확인해 봅니다. 능력으로 집 한 채는 거뜬히 옮길 수 있을 기분인걸요. 정신이 확 깨네요. 신성현은?)

방금 씻었는지 욕실에서 물기가 촉촉한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나오는 신성현의 모습이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벌써 일어났네. (아침잠 많은 이연화가 웬일이래. 당신에게 다가와 서로의 이마를 맞댄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를 확인하고 물러선다.) 열은 없는 모양인데. 몸은 괜찮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에게 폭 안겨 아침 뽀뽀를 퍼부었습니다. 보송한 비누 냄새가 좋았습니다.) 앰플 덕분인 점은 좀 짜증 나지만 완벽해요. 적응 기간을 갖는다더니, 난 운이 좋았나 봐요. 이대로 형 껴안고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행이군. DOT가 네게 해가 되는 일을 할 일이 없지. (품에 안긴 당신 옆에 앉는다. 흘러내린 이불을 도로 덮어주었다.) 아플까 봐 오늘 일정은 전부 비워뒀어. 혹시 모르니까 푹 쉬는 게 어때? 갑자기 움직였다가 열나면 큰일 나. (쓰담쓰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멀쩡하게 눈을 깜빡거리며 당신의 돌봄을 만끽합니다. 일정이 없다는 건 곧….) 우리, 오늘 하루 종일 데이트할 수 있다는 거 아니에요? (꾸물꾸물 당신을 올라타 넘어뜨린 이연화가 위에서 내려다봅니다.) 데이트 갈래요. 컨디션 안 좋아지면 들어와서 형이 간호해 줘요. 응? (예쁜 얼굴을 써먹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반항 없이 넘어져 당신을 올려다보는 신성현이 곤란한 낯을 한다. 그의 등을 살살 쓸어내린다.) 걱정되긴 하지만 네 상태가 좋아 보이는 건 맞고. 날씨가 괜찮을지 모르겠군. 타이머인 나랑 함께 수도 근교 외출 정도는 괜찮을 듯해. 정말 괜찮겠어? 숨어다녀야 할 텐데. (도밍게즈의 명실상부한 유명인들이라 이목이 쏠릴 것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스릴 있고 은밀한 데이트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아직 성인 안 된 몸으로 여기서 형이랑 침대 데이트를 할 순 없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내 등을 자극하는 형 벗겨놓고 양껏 만져대고 싶은 걸 참는 거예요. (얇은 잠옷 너머 느껴지는 그의 탄탄한 가슴 근육을 검지로 쿡, 눌렀습니다. 손가락이 느릿하게 내려갑니다.) 데이트할래요, 침대에서 놀래요? 쉬운 선택지가 하나 있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데이트하자, 데이트. (흠칫 몸을 떨어 당신의 손을 잡아 멈춘다. 몸 전체가 맞닿아서 약간 움찔했을 뿐인데 크게 들썩이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자극당하다가 큰일이 날 것 같아 몸을 돌린다. 올라탄 당신을 침대에 쓱 내려둔다. 귓가가 붉어졌다.) 내가 잘못했다… 데이트 가고 싶은 파트너의 간절한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네. 난 부관님께 허락 맡고 올 테니까 씻고 준비해. 날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조곤조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복잡한 과정 거치지 않고 침대에서 논다는 쉬운 선택지를 거절하다니. (그쪽이었군요. 반 장난이었으므로 침대에 눕혀진 몸은 이불 속을 파고듭니다. 폭신한 감촉을 몇 초 느꼈다가, 치워내서 일어납니다. 그의 붉어진 귀 끝을 쓰다듬었습니다.) 계속 그런 식으로 귀엽게 굴어요, 성인식 전에 일 치를 거예요. 돌아올 때까지 얼른 준비할게요. 잘 다녀와요. (잔소리 그만하라는 소리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철없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게 잘한 선택인지 의문이 들었다. 어쩌겠나, 한 번 내뱉은 말은 철회할 수 없는 것을. 한숨을 푹 쉰다. 당신의 뺨을 문질러 쪽, 입 맞춰 떨어진다. 이연화는 자신이 귀가 예민하다는 걸 다 눈치챈 듯했다. 간질거림을 참았다.) 귀엽게 구는 건 네 쪽이고. 다녀올게. (겉옷을 챙겨입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이 귀엽게 느끼라고 하는 행동들인데 귀여워야죠. (그래야 나를 좋아하지. 상쾌한 컨디션과 아침잠 많은 건 별개입니다. 당신을 배웅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미적미적 움직인 이연화가 손을 살랑살랑 흔듭니다.)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요. (난 씻어야겠어요.)

신성현은 부관에게 두 사람의 외출을 허락받기 위해 숙소를 나섭니다.
당신은 간만에 일정 없는 오늘, 그와 데이트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바빠야 정상일 연말이 싹 비워진 이유는 앰플 탓이겠지요.
세수하고, 양치를 하고, 잠옷과 교복 대신 오로지 데이트에 걸맞은 옷을 입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무리 추워도 겉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 못해요. 어차피 신성현에게 달라붙어 온기를 빼앗을 작정입니다. 검은 목폴라 티 위에 두꺼운 셔츠를 겹쳐입습니다. 마찬가지로 두껍고 검은 바지를 입어 추위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평소엔 입을 일 없는 흰색 코트를 선택했습니다. 금빛 단추가 정교하게 수놓은 디자인이에요. 신성현 건 검은색, 푸른 단추를 사뒀죠. 전부 주문 제작입니다.)

야심 차게 옷을 갈아입으니 어느새 신성현이 숙소로 돌아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나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말끔해진 당신의 모습에 놀란 눈을 했다. 평소엔 같은 교복을 입느라 이런 모습을 볼 일 없으니까. 외출을 준비하지 않은 자신의 차림새를 보고, 짧게 침묵한다.) 허락은 받아왔어. 수도 근교는 벗어나면 안 되고. 나도 갈아입고 나올게, 조금만 기다려. (당신에게 걸맞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가 빠뜨린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이건 코트와 비슷한 흰색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예상한 대답이에요. 곧 성인인 데다가 크리스마스이브라 특별히 수도 근교를 허락해 준 거겠죠. 그거면 돼요, 우리 첫 데이트잖아요. (설렘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신경 써 입길 잘했네요. 제게 빠진 게 틀림없는 표정을 다 하고. 그가 목도리를 다 둘러주면, 자신과 ‘커플룩’으로 준비해 둔 옷을 내밉니다. 예쁘게 웃어요.) 준비할 필요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철저하군. (떨떠름하게 받아 든다. 그의 센스가 자신보다 좋아서 할 말은 없었다. 신나 보이는 그를 거스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건네주는 것을 빠짐없이 챙긴 신성현이 옅게 웃는다.) 우리의 첫 데이트가 좋은 추억으로 남도록 신경 써야겠는걸. (욕실로 가 갈아입기로 한다.)

신성현까지 당신이 챙겨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두 사람은 완벽한 연인의 커플룩 모습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흰 코트에 흰 목도리, 그는 검은 코트에 검은 장갑.
교복과 색이 달라진 건 없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머뭇거리던 신성현이 옷장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하얀 모자와 검은 모자… 첫 축제 날 썼던 그것을.) 이거… 쓰고 갈래?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완벽한 모습을 감상하던 이연화는 다른 의미로 추억에 젖었습니다. 그가 꺼낸 흰 모자를 받아 듭니다. 소중히 보관해 때 타지 않은 챙을 쓰다듬고, 그대로 크기만 늘려 씁니다.) 코트에 모자는 안 어울리지만 어쩔 수 없죠. 형과 커플 모자인 걸로 만족할게요.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그에게 속삭입니다.)
잘생겼어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도 누가 코디해 줘서 잘 어울려. (이연화를 따라 검은 모자를 쓴 신성현이 당신의 손을 엮어 움켜쥐었다. 장갑 너머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겨울의 추위를 두렵지 않게 해주었다. 당신의 칭찬에 낯부끄러워하다가, 마주 속삭인다.) 너도… 정말 예뻐. 흰 눈송이 같아. (금빛 가루가 반짝이는 눈송이. 당신을 이끄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가자, 데이트하러.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설렜습니다. 그래요, 이 기분은 설렘과 기쁨과 그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합친 결과물일 거예요.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게 불안감이 아닌 날이 오랜만이었습니다. 홀린 듯 당신을 따라갑니다.) 내가 눈송이라면 형은 밤하늘에 핀 별자리고요? (부스스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음이 떠나질 않네요. 간질간질, 손끝부터 따뜻해집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밤하늘에 핀 별자리라, 네가 좋아하는 그 모습으로 보이는 건 기쁠 것 같은데. 한낮의 눈송이랑 밤하늘의 별자리인가. (당신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입에 담으면 사라질 것만 같아서, 간질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우리를 맞이하는 차가운 공기가 달콤했다. 이연화처럼.)
응, 분명 따뜻한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거야.

1D6 | 오늘의 날씨 (1D6) > 4
하늘도 두 사람의 첫 데이트를 축복해 주는 걸까요? 새하얀 눈송이가 송송 내려오고 있습니다.
코끝이 시려오는 날씨지만 춥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함께 잡은 손과 툭, 닿으면 예쁘게 녹아내리는 눈송이 덕분일 겁니다.
거슬리지 않고 딱 경치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정도입니다.
입구를 벗어나는 순간 화한 장미 향기가 아닌 건조한 겨울 냄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들고 가는 사람,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구경하는 사람,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날이 날인 만큼 사람이 많아 보이네요. 데이트 장소를 옮길 때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과 제 모자를 낮게 내려 얼굴 절반이라도 감춰두었다. 당신의 뛰어난 미모를 목도리로 가린 게 다행이다.) 데이트 나오면 가고 싶었던 곳 있어? 쇼핑몰, 식당, 카페, 시장… 하고 싶은 일 전부 말해봐. (당신의 옷깃을 꼼꼼하게 여민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손을 올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를 구경했습니다. 처음 보는 눈도 아닌데 신성현과 처음 데이트하는 날에 마침 내려오는 눈이라, 감상이 유별났습니다. 예쁘고… 보드랍고, 차갑고. 당신에게 향한 눈동자가 반짝거렸습니다.)
쇼핑몰 어때요? 아무리 작은 눈송이라도 계속 맞다간 코트가 젖어버릴 거예요. 우산 사는 겸 구경할 거 있나 보러 가요. (지리는 알고 있습니다. 총총 당신을 데리고 하얀 눈바닥에 두 사람의 발자국을 남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게 좋겠다. 앰플은 능력을 안정시키는 거지 건강을 높여주는 게 아니니까. 밖보단 쇼핑몰 안쪽이 따뜻할 거고. (저렇게 좋을까, 키만 자신을 넘어섰지 영락없는 애였다. 저를 데려가는 이연화, 열심히 따라가는 신성현의 하얀 발자취가 백색 도화지를 눌렀다. 당신의 존재를 이 땅에 각인시키는 것만 같아서… 뜨거운 입김을 흘린다. 예쁘고, 보드랍고, 반짝였다. 이연화가.)

신성현을 끌고 간 곳은 제4구역,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입니다.
여성 의류, 남성 의류, 유·아동 의류부터 신발, 가방 같은 잡화와 수공예품, 생활용품도 판매합니다. 지하에는 커다란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개장했습니다.
가장 고층에 영화관이 있는데, 최근 유행하는 영화는 악당에게 쫓기는 타이머를 돕던 주인공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카운터로 각성하는 로맨스 액션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 졸업식, 성인식, 새해 같은 이벤트가 다양하게 밀집되어있는 연말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쇼핑몰에 들어와 이곳저곳을 둘러본 이연화가 밝은 얼굴로 당신을 돌아봅니다. 히터에 데워진 후덥지근한 공기가 느껴져 발갛게 달아오른 뺨입니다.) 형, 형, 우리 졸업식에 입을 옷 사러 가면 안 돼요? 프롬 파티잖아요. 예쁜 옷 입고 춤출 텐데 교복 입을 생각은 아니겠죠. (질질 끌고 가고 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니, 물론 파티에 교복을 입을 생각은 아니었지. 그냥 적당한 거 하나 고를 예정이었는데… 네 얼굴을 보니까 적당한 건 안 되겠구나. (고집부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상태였다. 순순히 당신에게 끌려간다.) 뭐 입게, 연미복?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돼요. 누구보다 잘생기게 꾸며서 내 파트너 해야죠. (통장에 있을 9개의 0을 떠올립니다. 좋아, 충분하겠어요. 별 쓸 곳도 없는 돈을 사치 부리는 데에 퍼부을 것입니다. 놀 수 있을 때 써야 해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장난스럽게,) 내 드레스 입은 모습이 보고 싶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드, 드레스라니. (말문이 막혔다. 떠올리지 않으려 하지만 저절로 드레스 입은 이연화의 모습이 떠오른다. 얇상한 몸에 저 연예인 뺨치는 얼굴이 드레스를 입는다면… 히터 바람 때문인가. 볼이 뜨겁다.) 짓궃어. 나랑 같이 커플 연미복으로 사. (미치겠군….)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하? (신성현의 반응을 확인한 이연화가 입꼬리를 올립니다. 이건, 건수를 잡았다는 웃음입니다. 목표 층수에 도착한 이연화가 근처 직원을 불러세웁니다. 모자를 벗고, 목도리마저 내려 얼굴을 드러냅니다.) VIP 전용 명품관을 보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프롬 파티 의상을 보고 싶어요. (카운터의 빛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슨 짓 하려고, (저 웃음을 볼 때 적어도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 일어난 적 없었다. 불안하게 이연화를 보던 신성현이 선수를 빼앗긴다. 말릴 틈 없이 그의 정체가 까발려진 상황을 어찌할 줄 모르고 바라본다.) 너 얼굴…!

 

쇼핑몰 직원

(당신의 정체를 확인한 직원의 눈이 엄청 아주 많이 커졌습니다. 입을 틀어막고 주위의 직원들을 다급히 불러 모입니다.) 카, 카운터… 이연화 카운터님!

직원의 높은 목소리에 모두가 우리를 돌아봅니다.
“이연화 카운터?”
“뭐, 어디?!”
“진짜 카운터님이야? 타이머님은?”
각자 쇼핑하던 사람들이 인파를 이루어 우리 주위에 몰려들고, 옆에 있던 신성현의 정체가 까발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한참 높아 보이는 쇼핑몰의 관계자가 재빨리 내려와 인파를 파헤쳐 당신에게 도달합니다.

 

쇼핑몰 관계자

이, 이연화 님. 언질을 주셨다면 저희가 극진히 모셨을 텐데요! 어서 오십시오. 연미복을 찾고 계시는 겁니까? (당신의 미모에 넋이 나가 말을 더듬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어요. DOT가 경고한 건 세 가지 조건, 그중에 정체를 숨기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시원하게 얼굴을 드러낸 이연화가 신성현의 모자를 뺏어갑니다. 내게 작전이 다 있어요. 그건 바로… 우리의 ‘관계’를 알려버리는 거예요. 맞잡은 손을 듭니다.) 형과 데이트하러 나왔다가 갑자기 생각났지 뭔가요. 미안하지만 부탁해요. 형에게 최고의 옷을 선물해 주고 싶군요. (내 얼굴이 개연성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예. 오늘에서야 겨우 시간이 났습니다. 빨리 둘러보고 준비해야죠. (정말 어쩌려고 이런 대형 노출을 저지르는 것인가. 은밀하고 조용하게 데이트 하겠다는 일정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눈을 질끈 감은 신성현이 아무렇지 않게 침착함을 연기한다. 당신에겐 온갖 곤혹, 당혹이 느껴지지만 DOT 소속 군인의 침착함은 뛰어났다.) 조용한 곳을 부탁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카운터의 등장에 타이머까지 나타나니 관계자와 직원, 고객들은 혼절할 정도였습니다. 무려 잘생기고 아름답고 유능하기로 소문 난 그 제10시 구원자들이 아닌가요.
꺅하는 소리까지 두 사람이 구원자만 아니었다면 팬 사인회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아니, 이미 사인회 비슷한가?

 

쇼핑몰 관계자

이쪽,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해 몇 번 말을 헛말하고 나서야 두 사람을 쇼핑몰 한쪽으로 안내합니다.) 두 분을 위해 VIP룸을 비워드리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이 맛입니다. 신성현과 자신의 관계를 추측하며 그렇고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 사람들, 당황한 신성현. 우아하게 관계자를 따라갑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란 듯이 신성현과 달콤한 속삭임을 나눕니다. 실상은 놀리는 겁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소감이 어때요, 형. 팬서비스로 내게 뽀뽀해 주지 않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용히 해, 이연화. 잔소리 나오려는 거 참고 있어. (아까까지 멀쩡했던 기력은 반절 빠져나간 상태다. 당신에게 동조해 마주 속삭이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는 듯했다.) 쇼핑몰 나가서는 은밀하게 다니는 거야. 알았지? 지금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네가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라 봐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깐깐하긴. 형이 이러니까 그런 그림들이 나오는 거예요. (신성현에게 음지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을 자세히 알려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형은 알까요…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소비되는지… 나야 즐기는 중이었으므로 눈웃음칩니다. 이 정도 거리에 속삭임. 키스하는 걸로 보일지도. 쪽, 그의 입술에 기습 뽀뽀를 해서 쐐기를 박아줍니다.) 나도 사랑해요, 형. (이건 들리게 말해요.)

꺄악!
틀어막지 못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 진짜…! (남들이 보는 곳에서 소리를 높이기 힘들었다. 높일 수 있다 해도 이연화를 크게 혼내진 못하는 자신인데, 상황까지 겹쳐서 더 진퇴양난이었다. 이걸 노렸구나, 이걸. 얼굴을 쓸어내린다.) 채소 가득한 식당으로 가버리는 수가 있어. 그런데 그런 그림들은 또 뭐야. 이상한 거라도 돌아? (순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좀 봐줘요. 우리 첫 데이트잖아요. (진심으로 즐거워서 어깨를 들썩이고 웃습니다. 신성현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습니다. 성인이 아니라 진짜 키스 못 하는 게 한입니다. 혼내는 것보다 채소가 싫은 이연화이기 때문에, 입을 쏙 다뭅니다.) 채소로 협박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참 나… 흥, 안 알려줘요. 형이 사랑해 안 해줘서 연화 삐졌어요. (처연하게 연기해요. 사람들이 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진짜 치사한 게 누군지 모르나 보지. 부관에게 한 소리 들을 준비 해. (데이트를 두고 협박하다니. 이연화와의 싸움은 자신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눈앞이 아찔했다. 이건 어떤 이야깃거리도 흘리지 말라는 거에 위반되는 거 아닌가…? 마지못해 동조한다.) 네 건강이 걱정돼서 그랬지. 나도 사랑해,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구설에 오를 이야깃거리 흘리지 말라고 했지, 이건 우리의 사이가 돈독하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에요. DOT는 오히려 좋아할걸요? (영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슬아슬하게 혼나는 선을 넘나드는 이 머리는 어릴 때 키워왔습니다. 원하는 만큼 반응을 끌어낸 이연화가 당신에게 모자를 씌워줍니다.) 참 잘했어요. 보상이에요, 소중히 보관해요. (신성현 보여주기는 이걸로 끝. 이제 내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잔머리 그만 굴려. 혼날 상황 자체를 안 만드는 게 최고라는 걸 모르나? (당신을 보느라 사람들의 상황을 모르는 신성현은 간신히 돌려받은 모자를 꾹 눌러쓴다. 당신에게도 모자를 씌워주고. 십 년은 늙은 기분이다. 기분 좋은 데이트를 망치지 않으려 튀어나오는 잔소리를 열심히 삼켰다.) 두고 보자… 이 일은 기억한다. (그의 목도리를 꽉 조인다.)

투탁대는 사이 쇼핑몰 관계자가 안내한 VIP룸으로 들어서고, 일반 사람들은 출입을 통제당합니다.
이곳의 옷은 아까 전시되어 있던 물건들과 다르게 하나같이 고급품이고, 반짝이며 쉽게 사갈 수 없는 가격입니다.
다만 돈이 넘쳐나는 타이머와 카운터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알았어요, 알았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혀엉. (신성현이 일을 기억해서 한다는 짓이라곤 채소 먹이기, 일찍 깨워서 건강식 먹이기, 운동시키기 정도입니다. 정말 응징할 수 없는 처지임을 자각한 이연화의 투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고칠 생각 없어요. 재밌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죠? 지금을 즐길 거예요. 그에게 애교를 부려줍니다.) 그만 삐지고 연화랑 같이 연미복 구경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말 삐진 게 누구인데. (됐다… 이연화가 넘어갈 때 넘어가야 평화를 유지한다. 그는 조금만 심기가 거슬려도 태도를 달리하곤 했다. 전부 자신이 책임지기로 한 관계였다. 군말 없이 삼킨다. 그의 손등을 쓰다듬는다.) 기껏 나온 데이트를 인파에 둘러싸여 망칠까 봐 그랬어. 이따가 조심해서 나가고 지금은 연미복 구경하자. (네가 좋아해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고급 원단으로 지어져 정성스런 자수가 예쁘게 놓인 연미복들은 가지각색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성별 불문 착용할 수 있는 연미복에서 길게 늘어진 폭에 보석들이 달린 머메이드 드레스, 풍성한 드레스, 옷을 장식한 넥타이와 액세서리까지.
눈이 부신 반짝임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걱정 마요. 방금 갑자기 나타나서 반짝 사라지는 이벤트는 고작 집요한 팬이 망칠 수 없어요. 예고된 만남이라면 모를까. (신성현이 위험할 상황은 만들지 않습니다. 이제 조용히 지내겠다는 이연화의 말은 진심인가 봅니다. 흑색의 부드러운 자태를 가진 연미복으로 가 당신과 번갈아 봅니다. 검푸른 빛이 은은하게 비추어 밤하늘 같은.) 형은 이거 어때요? 푸른 넥타이를 매고 머리 넘긴 신성현. …나 방금 굉장히 설렜어요. (탐욕이 그득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다 알고 계획했다는 소리구나. (나는 놀려질 운명이었던 거지… 익숙한 장난으로부터 회복하는 속도가 빨랐다. 아무튼 이젠 안 그런다니 다행이다. 이연화가 골라준 연미복을 살핀다.) 밤하늘 같고… 과하지 않은 게 딱 맞네. 연미복이랑 정장이 그리 다르지 않으니. (주위를 둘러본 신성현은 한 백색 연미복을 쓰다듬는다. 은금빛 자수와 금색 장식들이 달려 있어 화려한 이연화에게 걸맞은 옷.) 네겐 이게 어울릴 것 같다. 어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똑똑한 내가 계획 없이 행동했을 리가요. (서로가 골라주는 옷을 보면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아하고 화려한 백색 연미복은 이연화를, 단정한 검은빛 연미복은 신성현을. 당신의 붉은 입술을 문지릅니다.) 마음에 들어요. 형 얼굴은 뭘 걸쳐도 먹음직스럽거든. 졸업식엔 서로가 파트너 손만 거치도록 해요. 우리만의 졸업식을 만들고 싶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고운 손가락이 문지르는 입술이 화했다. 너와 닿은 곳곳은 시간의 각인을 연상시키는 열감을 전해. 두 시선이 허공에서 얽힌다. 반 박자 늦게 다정한 말을 꺼냈다.) 똑똑한 파트너가 바라신다니… 네가 성년이 되는 날 모든 걸 해줄 수 있어. 그러기로 약속했고, 그러고 싶어. 또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말만 해. 오늘 다 해치우고 돌아가자. (너와 나의 데이트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연미복과 액세서리로 충분해요. 주인공은 옷이 아니라 신성현과 이연화예요. (신성현만 달아오르는 게 아닙니다. 그를 만지는 자신의 마음, 손끝, 시선이 함께 달아오릅니다. 일주일도 안 남은 18살의 시간이 애탔습니다. 우리의 입술을 꾹 맞댑니다. 누가 보든 말든 신성현을 탐하는 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합니다. 고른 연미복, 장신구를 직원에게 건넸습니다.) 일시불로 계산해 주시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달콤한 이연화의 체향, 농밀한 키스 아닌 입맞춤에 넋 놓고 응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직원이 있었지, 참. 눈이 마주치긴 뭣해서 모자를 내린다.) 그렇네, 과한 장식을 차고 가봤자 무겁기만 하겠어. 쇼핑 다 하고 영화 보러 갈래, 아니면 스케이트 타러 갈래? 식당 가도 좋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로맨스 영화 보면서 형이랑 이런저런 일 하는 건 성인 되기 전엔 못 할 것 같고, 스케이트는 들키기 쉬우니까 밥 먹으러 갈까요? (스케이트 타고 운동하기 싫은 변명입니다. 바로 옆에 신성현을 두고 뽀뽀밖에 못 한다니,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기댑니다.) 저녁에 체력 남으면 같이 타러 가요. 오늘 알차게 보낼 거예요, 기력 없어서 엎어지기 싫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런 건 안 말해도 돼. (부끄러워 들 낯이 없었다. 직원이 모른 척해주길 바랄 뿐이다.) 운동하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지? 믿어볼게. 어차피 추운 스케이트장에서 감기 들리는 건 나도 사양이다. 식당은 가까운 레스토랑을 예약해 뒀어. 아마 네 입맛에 맞을 거야. (그의 어깨를 문질러준다.)

새어 나오려는 무언가의 웃음을 힘겹게 참는 직원이 우리가 쇼핑한 옷들을 결제하고, 양이 많으니 DOT에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를 해줍니다.
많은 VIP용 고급 제품을 사도 허전해지지 않는 통장은 타이머와 카운터의 명성 덕분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설마요. 운동보다 배고픈 게 중요해요. (직원에게 상품을 부탁한 이연화가 신성현을 데리고 VIP 공간을 나옵니다. 고객 전용 엘리베이터를 가기로 해요. 밖은 사람이 많습니다.) 식당은 언제 예약했대. 아까 부관한테 다녀올 때 예약했어요? 자꾸 그렇게 설레는 짓 할 거예요? (확 잡아먹어버린다는 눈빛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곧 점심시간이 되긴 하는군. (직원에게 인사하고 나온 신성현이 당신의 얼굴을 확실히 가린다. 목도리와 모자로 중무장했다.) 허락받고 돌아올 때 예약했어. 돌아다니면서 찾기엔 날도 춥고 발 아플 것 같아서. 이상한 눈빛은 성인 되고 해. (눈을 손바닥으로 가려버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입술을 조금 내밉니다. 오늘은 삐진 티를 내도 될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데이트에 투정은 필수죠. 답답함에 당신을 꼭 안아버립니다. 신성현 안는 건 답답함이 아니라 해방입니다.) 눈 감았다 뜨면 성인이 되어있고 싶어요. 그래서 첫날 밤에 형이랑 미뤄두었던 걸 전부 할 거예요. 형. (야살스럽게 속삭입니다.) 형은 내가 처음이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읏, 당신을 곤란하게 떨어뜨린 신성현의 얼굴은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졌는데도 붉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아 들어버린 것이다. 어물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약하게 끄덕인다.) 6년 내내 너랑 떨어진 적 없는데 무슨… 당연한 말 하지 마. 이상한 말은 단 둘만 있을 때 하랬지. (눈이 아니라 입을 틀어막는다. 저기 막으면 여기가, 여기 막으면 저기가 말썽이다. 당신을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말했죠, 이건 고문이라고. 뜨거워지는 열기를 강제로 가라앉혀야 하는 고통은 심했습니다. 그날이 가까워져서 더 심해졌어요. 코앞이 졸업식이라는 기대가 오히려 희망을 줍니다. 그가 장갑을 끼지 않았다면 손바닥을 핥았을 겁니다. 아쉬운 제 입술만 훑습니다.) 혹시라는 가정이 있잖아요. 앞으로도 내가 처음이어야 해요. 형은 내 거예요. (순순히 들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무슨 짓 할 줄 알고 남에게 여지를 줘. 신성현의 처음을 모두 주겠다는 약속, 안 잊었어. (꾹꾹 밀어 넣은 이연화를 숨겨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지하 1층을 누른다. 아까는 주차장을 통해 가야 들키지 않을 인파였다.) 타이머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건… 카운터밖에 없어. (당신의 손을 깍지 껴 잡는다.)

훌륭한 쇼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져나옵니다.
두 사람의 도망을 예상치 못한 사람들은 아직 쇼핑몰 안에 몰려 있었고, 덕분에 밖은 꽤 한산합니다.
신성현이 당신을 데리고 간 식당은 방송을 탄 후 부쩍 유명해지기 시작한 셰프의 레스토랑입니다.
예약 명단을 확인한 직원이 안쪽, 두 사람만을 위한 방으로 안내해 줍니다.
당신의 말을 기억한 걸까요. 다른 방과 다르게 장식된 푸른 장미는 치워져 있습니다.
푸른 장미 대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방 안, 마주 보고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고급스러웠습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실내 장식이 화려합니다. 짙은 보라색 커튼은 창가에 드리워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의자를 빼낸다. 자신은 반대편에 가 앉았다.) 코스 요리로 주문하긴 했는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따로 추가 주문하면 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충분히 호화스러운걸요. (신성현이 꺼내준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기분 좋은 얼굴로 웃어댑니다.)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었네요. 향 강한 거 싫어한다는 말이요. (장미 대신 방을 꾸민 트리 장식들이 장난스레 흔들립니다. 은은한 금빛 마안이 생성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트너가 부탁한 요청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 너는 익히지 않은 것을 좋아하고, 오늘은 향 강한 걸 먹고 싶지 않고, 까다로운 입맛을 지니고 있지. 여기는 괜찮을 거야. (허공에 생성된 검푸른 빛 마안이 금빛 마안을 툭, 건드린다. 웅웅댄 중력이 공명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먼저 건드린 자극을 참을 수 없습니다. 공명하던 금빛 마안이 그의 검푸른 빛 마안을 집어삼킵니다. 예쁘게 둘러 압박하고 제게 가둡니다. 당신은 내 것이라 선언하는 이연화를 닮았습니다. 상체를 숙여 당신과 가까이합니다.) 그럼 이연화가 신성현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눈꼬리가 예쁘게 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금빛 마안이 제 마안을 집어삼켜 가둘 때면 속이 답답한 듯 억눌러졌지만, 동시에 기이한 편안함을 느낀다. 파트너에게 종속되고 붙잡히는 감각이라 그런가. 제 중력을 이연화에게 내어주는 느낌. 가만히 쳐다보던 신성현이 입술에 뽀뽀하고 떨어진다.) 이따가 먹게 해줄 참이었다. (…무엇을? 알려줄 생각 없이 몸을 물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뭘요? 형을요? 여기서요? 나한테요? (신성현이 그럴 리가 없는데. 가만 어루만지던 마안을 꽉 누르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신을 압박하는 것도 모르고 더 더 들이대서 물어봅니다.) 정말 형 먹게 해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큿, 이연… 이연화. 진정해. (자신이 먼저 마안을 해제한다. 턱 졸리던 호흡이 해방된다. 당신의 어깨를 눌러 도로 의자에 앉히고, 말을 얼버무린다.) 이따가 보면 알아. 마침 요리 나온다.

신성현의 회피를 기가 막히게 도운 식전 요리가 도착합니다.
레스토랑 코스는 식전 시금치 빵과 붉고 묽은 토마토 수프를 시작으로 버터를 발라 구운 전복, 버섯 크림 페투치네와 가지 오일 파스타, 채끝살 스테이크, 잘 익힌 바닷가재 그릴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테이블 가득 차려진 밥을 보고 허기가 느껴졌으나 신성현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합니다.) 거짓말은 하지 말아요. 기대했다가 실망한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요. (미리 경고하는 겁니다. 우아하게 식기를 들어 토마토 수프를 신성현 떠먹듯 먹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엇을 준비했길래 당신의 말에 찔리는지 시선을 회피한다. 결국 한 마디를 내뱉는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다. 대신 만족할 용이라기엔 뭣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로 특별히 준비했어. (시금치 빵을 떼어 먹는다.)

혀를 감아 목구멍으로 타고 내려가는 토마토 수프는 향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맛입니다.
당신의 차가웠던 몸과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습니다.
식욕이 돌고 방 안에 들어선 요리가 제대로 먹음직스럽게 느껴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미리 말한 걸로 봐줄게요. (!)(신성현이 자신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맛에 작게 감탄합니다. DOT 식사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진짜 레스토랑은 달라도 뭐가 다르군요. 버섯 크림 페투치네를 포크로 돌돌 말아 쏙 집어먹어요.) 정말 맛있어요… 오늘 배불러서 움직이기 힘들겠는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무리 급해도 너 성인 되기 전엔 안 돼. 마지막 양심인… 나이 제한은 지키게 해줘. (지금처럼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다. 당신이 잘 먹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채끝살 스테이크를 가져와 정성스레 썰어, 한입 크기로 작아진 살점을 이연화에게 내민다.) 다른 사람은 예약만 몇 달은 기다린대, 이럴 땐 대접받는 타이머라는 직위가 도움이 되더군. 아.

버섯 크림 페투치네는 잘 익은 버섯의 냄새가 거의 없어 먹기 편합니다. 또 끝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신성현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당신은 하루 종일 단 것만 찾아대니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코스 요리군요.
그가 내민 스테이크 조각도 당신의 입맛에 딱 맞게 익힌 레어 스테이크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 양심을 지키게 도와주느라 내가 욕구 불만인 거예요. 흠…. (당신이 내민 스테이크를 웃으며 바라봅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주체할 수 없었거든요. 오로지 저를 위한, 자신에 의한 요리를 유일하게 좋아하는 존재가 대접해 주고 있는데 어떻게 안 좋아하겠어요. 신성현이 준 스테이크를 삼켜 씹으면, 농익은 혈향과 소스의 맛이 어우러졌습니다.) 바닷가재는 내가 먹여줄게요.
(품위 없게 손으로 해체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력을 조종해 바닷가재 껍질을 깔끔히 떼어내고, 잘 익힌 속살을 포크로 찍어 당신에게 내밉니다. 똑같이 따라 합니다.) 아, 해요. 대접받는 타이머 씨.

캐릭터 인장

신성현

오늘은 타이머 씨에게 카운터 씨가 대접받으라는 말이었다만. 열심히 참은 보상이야. (거절 따윈 없었다. 당신이 주는 것을 무엇이든 못 삼킬까. 유일하게 잘 익은 바닷가재 그릴 속살을 받아먹는다. 특별한 날에 이연화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식사를 함께하고 있으려니, 무표정하던 얼굴에 웃음기가 은은하게 감돌았다.)
마음에 들어,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마음에 든다고 축약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요. 이건… 응, 난 행복한 것 같아요. 아무 걱정 없이 형이랑 단둘이, 평범하게 맛있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게. 그런데 6년 동안 참은 보상이라기엔 작은 거 알죠? (농담입니다. 버터를 발라 구운 전복, 가지 오일 파스타, 그가 잘라준 스테이크… 입 짧은 몸이 무색하게 잘 들어갔습니다.) 이러다 살찌면 형 탓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넌 살이 좀 쪄야 해. 내 탓 해도 좋아, 건강하게 지내야지.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졸업식을 앞둔 며칠간 이연화의 심기가 예민해질 만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으니, 그를 달래주려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지금 준비한 것들이 빛을 보고 있었다. 다시 말랑해진 당신이 잘 먹는 것을 본 자신이 더 배불렀다.) 진짜 보상은 성인식 때. 그날은 네 맘대로 해. (각오는 됐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돼요. 형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예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조절은 필수예요. 둘 다 입 짧고 입맛 예민한 게 얼마나 다행인데요. (신성현이 정직하게 저 근육을 관리하는 걸 좋아하는 겁니다. 당신을 보고 식욕이 돈 이연화가 스테이크를 푹, 찍어 먹습니다. 진짜 허기가 미약하게 남아있습니다.) 짜증 났던 일들이 녹아내렸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눈앞에 있는 형밖에 안 보여요.
고마워요, 형. 이번 해는 틀림없이 최고의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거예요.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고. 화려하지 않은 미소는 진심을 담아 오히려 사랑스러웠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네가 바라는 일이라면야. 하고 싶은 것 하려는 것, 말리지 않아. 네 건강을 챙기고 돌보는 건 나의 역할이니까. (이연화에게 거부하지 못하는 삶이라지만 그를 걱정하는 제 표정을 보고 조금은 들어주는 아이 같은 면모를 알았다. 긴 시간 인내하여 살살 달래는 건 자신의 특기였다. 그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엄지로 훑어 닦았다.) 나는 파트너가 무사히 내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지금 같은 노력을 일평생 다할 생각이다. 다른 스트레스 받는 일 말고 나를 볼 수 있게끔.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네게 최고의 날을 준비해 둘게. (뒤돌아보면 나와 함께해서 다행이다… 라는 감상을 남길 수 있는 날들. 감히 그래 주고 싶었다. 네 미소가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했다.)

디저트로는 티라미수와 수플레 치즈 케이크가 있습니다.
……메뉴판에는 그리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인 메뉴를 즐긴 우리의 테이블에 올라온 것은 티라미수와 수플레 치즈 케이크, 커피와 홍차도 아닌 커다란 3단 케이크입니다.
가장 꼭대기에 이연화 카운터와 신성현 타이머를 본뜬 초콜릿 아트가 놓여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말 그대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내가 웬만하면 예쁜 척 웃느라 이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는데 말이에요. 신성현이 준비한 것이 예상을 벗어났고, 자신을 먹게 해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풍경이라 할 말을 쉽게 찾지 못했습니다. 싫은 건 아닙니다. 웃음이 새어 나오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까요.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습니다. 한탄하듯 중얼거립니다.) 형… 어디까지 귀여워질 셈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생에 처음으로 준비해 본 케이크라 당신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철회할까 망설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싫지는 않아 보이지만 왜인지 더 부끄러웠다. 붉어진 얼굴을 가리느라 당신처럼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려 고개까지 돌린다.) …그, 명색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케이크는 선물해야 할 것 같았어. 먹을…래? (남겨도 돼… 목소리가 작아진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미치겠군요… 신성현이 중얼거리던 말을 자신이 읊조립니다. 한참 진정하고 손을 내리자 보이는 신성현의 귀여운 모습까지 저를 미치게 했습니다. 나는 왜 성인이 아닐까요. 왜 성인이 며칠 안 남은 사람일까요! 지금 당장 신성현을 테이블에 눕혀 케이크와 함께 먹고 싶은 간절함을 신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신성현이 보지 못하게 허벅지를 쿵쿵 쳐댑니다. 진정해야 해요. 심호흡합니다.) 누가 준비해 준 케이크인데 남김없이 먹어야죠. 깨끗하게 보관해서 오늘내일 종일 먹을 거예요. (케이크 가장 윗부분을 반 잘라 이연화 초콜릿은 당신 접시에, 신성현 초콜릿은 자신 접시에 둡니다.)
잘 먹을게요, 신성현. 정말 좋아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몸에 안 좋… 아니야, 연말이니까 그냥 먹자. (재난 수복이나 시민 대피, 강도 높은 훈련 같은 건 눈 깜짝 안 하고 할 수 있는 자신이 이런 건 왜 이리 부끄러운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부끄럽지만 이연화가 좋아하는 반응에 설레는 그런… 몽글한 마음. 심정을 나타낼 수 있는 적당한 표현이 없었다. 당신의 진정(?) 행위를 눈치채지 못하고 접시를 받아 든다.)
나도… 널 정말 좋아해. 맛있게 먹어. (크게 뛰는 심장이 네게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싱싱한 딸기를 사이사이에 박아둔 생크림 케이크는 시트가 촉촉이 젖어 훌륭한 디저트가 되어줍니다.
지루하지 않고 색다른 맛을 주기 위해 부위마다 사용된 크림의 맛, 박힌 과일이 전부 다릅니다.
웨딩 케이크에나 어울릴 법한 크리스마스이브 케이크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까 맛있는 식사를 잔뜩 해서 디저트는 안 들어갈 줄 알았습니다. 내 판단이 잘못됐어요. 꼭 나만을 위해 제작된 것처럼 달콤한 이 케이크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습니다. 몇 번 음미하던 이연화가 신성현 초콜릿을 듭니다.) 형. 나한테 눈 떼지 말아 봐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장난을 쳐야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단것을 못 먹는 미각을 오늘은 포기했다. 당신을 실망하게 두고 싶지 않아 묵묵히 제 몫의 케이크를 해치우던 신성현이 고개를 든다.) 뭐 하게? (일단 보라니 시선을 고정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별건 아니고. 이런 거. (맨손으로 신성현 초콜릿을 듭니다. 정교한 피규어를 옮겨다 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시선을 확인한 이연화가 매혹적인 웃음을 짓더니, 붉은 혀를 내어 신성현 초콜릿의 얼굴에 키스합니다. 눈동자는 내내 신성현에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당신과 진짜로 키스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달콤해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이 하는 것을 지켜보던 신성현의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아까 붉어져서 더 붉어질 곳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당신이 피하지 말라 명했으니 눈을 돌리지 못해서 고역이었다. 지나친… 너무나 지나친 자극이었다. 시선으로 핥아지는 착각이 다 들었다. 테이블 아래로 손을 꽉 쥐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지금. (중력을 조종해 이연화의 입에 케이크 속 생딸기를 넣어버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으읍, (뭐라 말하기 전에 당신이 틀어막은 딸기를 오물오물 삼켰습니다. 불그스름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었습니다.) 달콤한 초콜릿에 상큼한 딸기가 겹치니까… 형의 목덜미를 물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가끔 조절 못 해서 피가 새어 나오면 이런 맛이었거든요. 형의 피는 어쩜 특별하게 달아서 그 이상의 것이 기대돼요. 나만 애타는 건 억울해서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람 피를 특별하게 좋아하는 건 아마 너뿐일 거다. (하… 미치겠군. 불과 조금 전 이연화가 했던 생각이었다. 속으로 염불을 되뇌었다. 저 말을 멈추기 위해서는 빨리 해치워야겠다. 이연화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제 몫인 케이크를 깨끗하게 비워 냅킨으로 입가를 닦는다.) 그런데 나도 애태우고 너도 애태우고 있잖아. 큰일 나기 전에 이만 일어날까. 차가운… 차가운 바람을 좀 쐬어야 할 것 같아. (앓는 소리를 냈다. 제발.)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가 특별한 거예요. (여러모로 놀려댄 혀를 삐죽 내밉니다. 메롱, 했습니다. 신성현의 말에… 토를 달진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나도 위험해요. 케이크를 해치워 일어난 이연화가 당신에게 달라붙습니다.) 형이 잔뜩 먹여줘서 배 터질 것 같아요. (이상하게 놀았더니 이젠 이 말이 이상해 보이네. 아무렇지 않게 당신의 볼에 키스합니다.) 스케이트 타러 갈래요? 진정하는 데엔 운동이 최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두 번 특별하다가 사람 피 말려 죽이겠는걸. (지적할까 말까 하다가 당신이 굳이 장난치는 기색은 아니라 넘어갔다. 아무 생각 하지 말자. 뇌를 비워야 한다. 남몰래 입술을 깨물고 진정한다.) 아까는 힘들다더니… 자업자득이야. 가면서 예약해 둘게, 얼굴 들키지 않게 모자 꼼꼼히 써. (식사하느라 풀었던 목도리를 둘러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아요, 난 요즘 실시간으로 피 말려 죽어가는 중이에요. 파트너의 고통은 같이 나눠요. (이럴 때만 써먹는 말입니다. 당신에게 몸을 맡겨 당신과 제 모자를 중력으로 폭 폭 씁니다. 충분히 놀린 신성현을 놔줍니다.) 누가 해준 귀여운 짓 덕에 힘이 났어요. 소화하고 난 뒤엔 디저트 먹으러 갔다가… 해 질 때까지 놀아요.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럴 때만? (내가 모를 줄 알고. 알면서 당해주는 것이다. 꼼꼼하게 옷을 여민 신성현이 당신의 손을 깍지 껴 잡는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이연화, 단단히 잡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다. 그의 볼에 아까 받은 뽀뽀를 보답한다. 입안이 아직도 달았다.) 그래. 잔뜩 즐기라고 해준 선물이야. 스케이트 타서 소화 시키고 디저트 카페 가자. (당신을 이끈다.)

맛있는 식사를 즐긴 뒤 아이스 스케이트장에 가서 신나게 운동하고, 수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콜릿 카페에 들러 마시멜로를 띄워 녹인 초콜릿을 맛봅니다.
혀가 아릴 정도로 달콤한 맛은 비단 초콜릿이라서 뿐이 아니라,
신성현과 달달한 데이트를 즐겼기 때문일 겁니다.
서점, PC방, 노래방, 시장, 도서관과 룸카페, 방 탈출부터 보드게임 카페까지. 수도에서 궁금한 곳, 가볍게 가고 싶은 곳, 전부 빠짐없이 들려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 테마의 드라마 촬영장 같은 곳을 방문하거나 각종 전시회를 돌아다닙니다.
참으로 행복해 녹아들 것만 같았던 데이트를 흠뻑 즐기고 나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저편으로 떨어지는 노란 태양은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에 피곤할 수는 있지만, 몸 상태는 그다지 나빠지지 않습니다.
앰플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정말 능력의 안정화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렇다면 왜 능력이 텅 비거나 타이머를 만났을 때 투여하지 않았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결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 오늘만큼 귀가가 아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돌아다녀서 나른한 몸이지만 기분은 최고조였습니다. 신성현과 걸음을 맞춰 장난치는 길거리가 아름다웠습니다. 그 푸른 액체가 평범한 앰플이 아닌 건 확실해요.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신성현이 선물해 준 최고의 날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복잡한 고민은 미뤄두고 싶었습니다. 그와 해가 지는 것을 DOT 정문에서 지켜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순전히 이연화를 위해 쏟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오늘이 아니라 다른 때에도 당신을 위한 시간은 아까운 적 없었다. 모든 게 너를 위한 일이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네게 평화를 선물해 주기 위해서라면 이런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이연화와 자신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돌아가기 싫다는, 작은 투정을. 갑작스러운 이연화의 돌발 행동, 장난, 능청스런 행동… 오늘따라 달콤하게 느껴졌다. 단 것이 싫지 않은 이유는 네 덕분이었다. 밤을 몰고 오는 찬란한 해가 당신을 닮았다.)

오늘은 복잡한 고민은 생략하도록 할까요.
지금 이 기분과 온도, 맞잡은 손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오늘 쇼핑했던 옷가지, 오늘 먹었던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 손잡고 비틀대며 놀았던 아이스 스케이트와 두 사람의 입안을 녹여준 초콜릿을.
더할 나위 없이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하루를 몽땅 털어내도, 다음 날과 그다음 날은 평범하게 지나갑니다.
《씬 종료》
◆ #Scene 5. 프롬 파티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6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3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58 → 64
[ 신성현 ] 침식률 : 55 → 58
[ 이연화 ] BN : 0 → 1

처음 만난 초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겨울의 중턱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고개를 들이밀 때마다 새하얀 서리가 창에 앉고, 너테가 창틀을 뒤덮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코끝이 시리곤 합니다.
옷차림이 나날이 갈수록 두툼해지고 바깥에 나가기는 꺼려지는 시기. 완연한 겨울 냄새가 납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매해 타이머 카운터의 성인식을 겸한 졸업식이 열리곤 합니다.
본관의 식당을 비우고, 시시한 형광등 대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걸고, 산더미 같은 음식을 테이블에 쌓으면서요.
오늘은 유난히 음식이 풍성합니다.
익힌 자몽과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시로 곁들인 채끝 스테이크, 발사믹 소스에 조린 마늘을 얇게 썰어 장식한 꽃등심, 달콤한 데리야키 소스를 얹은 양고기 스테이크가 차례대로 그릇 위에 오릅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코코넛 쉬림프, 윤기가 흐르는 닭의 날개와 다리 구이, 여러 가지 양념을 입힌 감자튀김.
무려 다섯 종류의 두툼한 소시지와 버터에서 노릇하게 구워낸 빵, 한입 베어 물면 내용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펌킨 파이부터 라즈베리 파이, 블루베리와 치즈를 넣거나 얇게 저민 고기와 자극적인 소스를 때려 넣은 미트 파이까지.
파이끼리 겹쳐 쌓은 산이 당신의 눈높이와 비슷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치킨을 얹은 샐러드와 라코타 치즈를 얹은 샐러드, 스테이크를 얹은 샐러드까지 가세해 테이블 위는 온갖 색으로 알록달록합니다.
자허 토르테와 일곱 가지 색깔의 크레이프 케이크, 두꺼운 크림치즈 지붕을 가진 당근 케이크, 딸기를 올리고 사이사이 절여 넣은 생크림 케이크. 세상의 모든 달고 귀한 것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파티를 위해 저녁을 먹지 않은 이연화가 음식 코너로 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행복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먹은 음식들에 견줄 수 없지만, 타이머 카운터의 졸업식은 지나치게 성대합니다. 라즈베리 파이를 한 입 베어 문 이연화가 신성현에게 먹은 부분을 물려줍니다.) 달콤하고 맛있어요 형, 먹어봐요. (간접 키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속셈은 눈 감고도 간파할 수 있으나 그냥 먹어주었다. 페이스트리 위로 빼곡하게 올려진 라즈베리가 톡톡 터지는 새콤한 맛이었다.) 너무 많이 먹진 마, 저기 디저트 코너랑 무알코올 샴페인 분수대도 있으니까. 다 맛보려면 삼 일은 족히 걸릴 양인걸.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서로가 골라준 연미복을 흡족하게 훑은 이연화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몸에 딱 맞춘 옷이 갑갑하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그래야겠어요. 어릴 땐 디저트에 정신 팔려서 이것저것 주워 먹다 탈이 났었죠. (자신 기준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입니다. 신성현의 입가에 묻은 라즈베리 크림을 혀로 핥아갑니다.) 절경이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또 낯부끄러운 소리. 이연화의 입에 일곱 가지 색깔의 크레이프 케이크를 쑤셔 넣는다.) 너도 절경이야, 조용히 해. 어렸을 때처럼 탈 나면 안 되니까 음식은 천천히 먹기로 하고… 디저트 코너 갈래? 올해는 무슨 디저트를 쌓아놨을까 궁금하네. (저 반대쪽에 무언가 쌓인 달디단 더미를 가리켰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몇 시간에 걸쳐 준비한 모습이에요, 절경인 게 당연하죠. 부담 없이 이쯤 먹어볼게요. 연말이라 행사가 많아서 스테이크를 너무 많이 먹었어요. (슬슬 질렸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아 디저트 코너, 샴페인 분수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갑니다.) 형도 억지로 먹지 말아요. 오늘만큼은 체하면 안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디저트도 적당히 먹어. 크리스마스이브 케이크, 진짜 3일 내로 다 먹어 치웠잖아. 며칠 새에 그렇게 먹어대는 건 몸에 안 좋아. 음식보다 기념에 집중하는 게 좋겠어. (오늘은 이연화의 성인식 겸 졸업식이므로. 당신을 따라 디저트 코너에 향한다.)

네모반듯한 캐러멜,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사탕, 펑펑 솟아나는 초콜릿 퐁듀……. 이름을 알 수 없는 쿠키로 지은 과자의 집과 아이스크림의 층을 보자 입안에 절로 침이 고입니다.
먹어치울 것들이 잔뜩인 가운데 홀의 끄트머리에는 끊임없이 황금색 술을 뿜는 분수가 서있습니다.
도수 없는 사과 샴페인은 술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향긋하고 달콤합니다.
황금을 녹인 것처럼 완벽한 액체는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서 여러 가지 색깔로 반짝였습니다.
잘 차려진 음식 위로 부드러운 선율이 춤을 춥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로 하나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머리를 땋고, 누군가는 넥타이를 매고, 누군가는 어깨를 드러낸 채로.
평소 같지 않은 새로운 계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옆자리의 신성현입니다.
졸업식의 목전. 술 냄새가 겨울바람을 타고 물결치면 테라스 너머로 첫눈이 종이꽃처럼 나풀나풀 날리고,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연회가 열렸더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곳이야말로 천국이 아닐까요. 힘껏 꾸민 신성현과 자신, 디저트가 산처럼 쌓여 있는 홀과 달콤한 샴페인 분수대. 와인잔을 들어 황금빛 술을 담아 신성현과 나눠 갖습니다.) 올해 18살이 막내라 내년에는 다들 정식 임관을 받고 온전히 군에 소속되겠어요. 성인 된 파트너를 둔 심정이 어때요, 형. (당신에게 와인잔을 기울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파트너가 좋아하는 캐러멜과 쿠키, 시원한 아이스크림 등을 담아 가져온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당신이 건넨 와인잔을 받는다. 신성현이 함께 기울이자 짠, 청명한 소리가 울린다. 샹들리에 아래서 화려하게 반짝이는 이연화를 마주했다.) …너와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심정. (내가 아직 살아있어서, 세계가 너와 함께하는 걸 허락해서. 당신의 입술을 잠시 훔쳤다. 상큼한 라즈베리 파이 맛이 났다.)
내 파트너께서는 무슨 심정이실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녹아내리는 초콜릿 퐁듀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흐르는 미소를 짓습니다.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셔 삼킵니다. 사과 향이 목구멍 너머로 퍼져 향긋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어 당신에게 키스해, 입술만 핥아 지독한 달콤함을 나눕니다.) 파트너의 달콤함에 혀가 아린 심정이에요. 세상 그 모든 디저트를 모아도 형보다 달콤하진 않을 거예요. (나의 성년까지 당신이 살아 기어코 약속을 지켜주는구나. 당신의 모든 걸 내어주는구나. 흘러내린 신성현의 머리카락을 넘겨줍니다.)
이건 내 졸업식 선물이에요. (주머니 속 고이 간직한 푸른 장미 부토니에를 꺼냅니다. 당신의 정장 앞주머니에 꽂아줍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기적을.) 예뻐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런, 내가 먼저 선물해 주려 했는데. 이 파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너라는 거, 잊지 않았지. 나를 너무 챙겨주지 마. 올해는 내가 너를 챙겨줄 때라는 것을. (뒤늦게 금빛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코사지를 들었다. 이연화의 요청으로 준비한, 부토니에가 아닌 장식이다. 당신의 앞주머니에 꽂아준 신성현이 여리게 웃는다.)
세상 모든 보석과 꽃을 모아도 너만큼 아름답진 않을 것 같군. 예뻐, 이연화. 진심으로.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키스한다. 사랑스러움을 견딜 수 없어 하는 나의 마음이 전해지길.)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바람에 흩날리는 웃음 결이 서로를 스쳐 지나갑니다. 향긋한 꽃향기, 오늘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너는 기적을. 나는 완벽한 성취와 변하지 않는 사랑을. 신성현의 품에 안겼습니다. 꽃과 함께 피어나는 신성현만의 체향을 잔뜩 들이켭니다.) 시간이 야속해요. 너무 느려요. 아직도 자정이 지나지 않은 신데렐라의 등장 전이라니. 있죠… 나는 시간이 멈춘 그날을 잊을 수 없어요. 우리가 손을 잡고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며, 모든 걸 구원했던 그날. (나의 비밀을 알았던 그날. 당신의 귓가에 속삭입니다.)
자정에 나랑 공원으로 가요. 허락은 이미 받아뒀어요. (약속한 게 있습니다. 당신의 허리를 지분거리는 손길이 은근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우리의 약속이 가까워지고 있다. 마치 신데렐라가 자정에 사라지는 것처럼. 이 파티를 벗어나 공원으로 갈 것이다. 그리하여 기적이 피어난 아치 아래서… 당신이 내게 할 말을 기다리겠지. 이연화를 끌어안는다. 그의 목 뒤를 다정히 만지작댄다. 마지막 날, 망설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인생에 이연화라는 존재를 각인시킨 그때는 평생 간직하고 살아갈 거야. 그것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며 시간이다. (네가 날 살아가게 해. 죽음을 두려워하게 해.)
이후에는 숙소로 돌아가고? (꾹, 당신의 목덜미 언저리를 지나 귀 뒷부분을 누른 손가락이 떨어진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흐를 뻔한 얕은 신음을 삼켰습니다. 그새 민감한 부분을 눈치채다니. 자신이 6년 동안 신성현의 민감한 부분을 눈치챈 만큼, 그도 저를 파악한 것이겠죠. 눈꺼풀을 잘게 떤 이연화가 눈을 뜨면, 선명한 욕정이 금빛에 머무릅니다. 고여 사라지지 않고 당신과 바짝 붙어옵니다.) 벌써 자극하면 곤란한데. 나는 형 생각처럼 인내심이 많은 아이가 아니에요. (장난스런 당신 손을 잡습니다. 장갑을 벗고, 그의 장갑 밑을 파고듭니다. 뜨거운 온기가 맞닿아 간질거립니다. 벌로 신성현의 귓불을 핥았습니다.) 오늘 자정엔 다른 의미로 나를 각인시켜 줄게요.
도망갈 생각 하지 말아요. 이연화가 신성현이란 존재를 온전히 삼켜버릴 생각이니까. (안달 난 숨소리가 달아오릅니다. 당신의 아랫입술을 살풋 뭅니다. 저 틈을 벌려 키스하는 순간만 고대하고 있어요. 끌어안은 당신의 허리를 당겨 홀로 나아갑니다.)
한 곡 추실까요, 파트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파고든 손이 흠칫 떨린다. 밀폐된 장갑 안을 서늘히 탐하는 손끝이 간지러웠다. 욕망을 숨길 수 없는 어린아이인 듯, 12살과 15살의 첫 만남인 듯 심장이 같은 고동으로 요동친다. 말라오는 입술을 적신다. 이연화의 아슬아슬한 인내심을 더는 건들지 못했다. 자신 또한 한계였고 살짝 젖은 귓가가 화끈거린다.) 네 완벽한 성인식 계획을 망치기 전에 자제하는 게 좋겠다. 그거 알아, 이연화? (당신에게 속살거렸다.)
네게서 도망갈 생각은 애초에 해본 적 없어. DOT에서, 이곳에서 도망갈지라도 내 곁에는 언제나 네가 함께였지. (상상 속 신성현의 손을 잡아주는 건 단 한 사람이었다. 능숙하게 발을 옮겨 당신을 역으로 리드했다. 빙글, 한 바퀴 돌자 우리는 춤 추는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올해 파트너의 춤 실력을 좀 봐볼까.

손을 잡고 천천히 댄스 플로어로 나갑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입니다. 유명한 곡이니 모르기 쉽지 않죠.
곡의 제목처럼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았습니다.
구원자들은 박자에 맞추어 걸음을 옮깁니다.
어깨를 감싼 손과 허리를 끌어안는 팔, 익숙하게 스텝을 밟는 구두 굽 소리, 시샘 추위에 파르라니 떠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빛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샹들리에 아래 신성현과 춤을 추는 건 매해 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오늘은 유난히 신성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성년의 특별함’ 때문일까요. 샴페인을 마신 지 몇 분이 안 되었는데 입안이 말라갔습니다. 너도, 나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해요. 안타깝지만 그것은 아직 탐할 수 없습니다. 필사적으로 마른 입술을 적셨습니다.) 내 춤 실력은 DOT에 자자하지 않나요. 오히려 형이 긴장해야 할걸요? (그의 장갑을 벗겨버립니다. 맨손끼리 엮어 한 바퀴 돕니다. 이연화를 닮아 매끄럽고 화려한 동작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자신보다 작았던 아이가 언제 이리 훌륭하게 성장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자신이 이연화를 올려다보는 위치가 됐다. 엇비슷한 키라지만 미미하게 시야가 달랐다. 경쾌한 박자에 맞추어 당신이 도는 턴을 받아 들고, 흘린다. 이연화와 한 바퀴 돈 신성현은 당신의 허리를 움켜쥐고 앞으로 무게를 실었다. 훅 가까워진 그가 단정히 웃는다.) 3년이나 더 춤춘 날 얕보면 안 될 텐데. (이연화 하나 지탱하는 건 일도 아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차 하는 순간 그에게 붙들려 안긴 꼴이 되었습니다. 나야 좋지만요, 지금 같이 장난치고 경쟁하는 때엔 뭔가 자존심이 상한단 말이죠. 가늘게 뜬 눈이 당신의 웃음을 샅샅이 기억합니다.) 형은 잘생긴 얼굴에 감사해야 해요. 뭘 해도 화가 풀리는 얼굴이라니까. (춤추자고 했지 잔머리 굴리지 말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이연화가 당신의 목을 둘러 껴안습니다. 그를 당황하게 만드는 방법은… 고개를 비틀고 깊게 뽀뽀합니다. 입만 안 열었지 키스에 가깝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너, (당황하게 만들기 대 성공이다. 이연화를 놓칠 뻔하기까지 했다. 필사적으로 끌어올려 제자리를 되찾지 않았다면 이연화에게 한 소리 들었을 상황이었다. 중력을 이용해 넘어지진 않겠다만. 당신이 좋아하는 얼굴을 쓸어내린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넌 아름다운 얼굴에 감사해야 해. 잔소리하려다가도 네 웃음 한 번에 할 말을 까먹어 버려. (잔소리만 안 하고 가벼운 응징은 한다. 한 팔만 사용해 그를 번쩍 들어 올린다. 춤의 일부로 소화하는 동시에 닿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려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러게 누가 도발하랬, 꺅, (신성현의 당황한 웃음을 즐기려던 이연화가 그의 옷을 꾹 붙들었습니다. 이거, 어째 데자뷔네요. 욕실에 들어갈 때 이런 상황에 이런 비명였던 것 같은데… 한참 위에서 그를 불만스레 쳐다봅니다. 키스할 수 없는 먼 거리입니다. 아예 신성현에게 들쳐 안겨 검은 머리칼에 턱을 굅니다. 입 움직임이 간지러워지라고 조잘댑니다.) 어떻게 하긴, 형이 내려줄 때까지 삐질 거예요. 지금 안 내려주면 키스 안 해주고 뽀뽀 안 해주고 초콜릿 잔뜩 먹여버릴 거예요. 아, 자정 지나고 나서 내가 손수 만든 신선한―. (이하 상스러운 말. 더 말할까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만, 그만. 내려줄게… 항복한다고. (과연 지옥의 입이었다. 이연화가 본격적으로 이상한 말을 내뱉기 전 빠르게 내려주었다. 부유하던 그의 발이 땅바닥에 닿고 춤을 이어간다. 소란스러운 홀, 서로의 파트너에게만 집중하는 졸업식이라 천만다행이었다.) 그런데 뽀뽀 안 하는 건 네 손해 아닌가. (멀뚱히 얼굴을 가까이한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흥… 새침하게 내려앉은 이연화는 당신을 껴안은 팔을 풀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투정이자 애정이란 거죠. 숨결이 뒤섞이는 거리까지 가까워진 당신의 잘생긴 뺨을 감쌌습니다.) 나만 손해일까요. 형은 나 달래는 스킨십이랑 접촉을 못 하잖아요. 이 얼굴로 유혹해서 애타는 건 둘 다예요. (다른 손은 그의 허벅지를 살며시 쓸어내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말이지 반박할 틈을 주지 않는군. (완벽한 패배 선언이다. 한숨을 내쉬면서 당신의 불손한 손을 붙잡는다.) 아직 자정 안 지났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화해하고 다시 춤출까, 이연화. 우리의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졸업식을 즐겨야지. (정식 임관이 코앞이다. DOT에 완전히 종속되는 성인식.)

캐릭터 인장

이연화

좋은 생각이에요. 싸워봤자 누가 손해인지 이제 잘 아시리라 믿어요. (신성현은 제게 이길 수 없어요. 네가 지닌 죄책감과 애정, 사랑, 동정을 포함한 모든 감정을 자신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습니다. 넌 내 거예요, 라고 콧등에 입 맞춥니다. 당신과 유려한 스텝을 밟습니다.) 꽉 안아줘요, 형. (내가 너와 떨어지지 않게.)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랑스러운 파트너를 이겨 먹는 건 세계의 구원자가 할 짓이 아니다. 걱정 마, 나는 늘 네 손안에 있을게. (그에게 모든 주도권을 쥐여주는 꼴은 지극히 옳은 섭리였다. 세상에 강제로 태어나 모든 것을 빼앗긴 이연화가 쥘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그러니 내 모든 걸 줄 수밖에. 동일한 구두 소리가 댄스 플로어를 울린다. 그를 껴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꽉 잡아, 이연화. (내가 널 놓지 못하게.)

신성현과 당신의 뺨은 발그레하니 달아올라 있습니다. 샹들리에의 빛 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품 안에 가까이 닿은 몸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떼어 놓기 싫을 지경입니다.
한껏 고양된 감각에 취한 사이,
⚜ 예술-춤 판정 : 난이도 6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서 지나가길 바랐던 이 시간이 찰나 달콤했습니다.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요. 이제 성년을 치르고 졸업할 카운터와 타이머는 DOT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 파티가 다시 열리게 될 날은, 아마도… 시간이 교체되는 날. 눈을 감습니다. 그에게 몸을 맡겼습니다….)
(2+1)dx 예술:춤 판정 (3DX10) > 9[5,8,9] > 9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몸을 맡긴 당신을 홀로 껴안아 한 바퀴 턴했다. 빙그르르, 두 사람의 몸은 겹쳐 궤적을 그리고 흔적을 남겼다. 이 땅에 존재를 각인시키는 양. 발을 밟을 걱정은 없었다. 당신의 뛰어난 스텝은 눈을 감고도 맞춰주는 실력이었다.)

음악을 따라 봄의 꽃잎처럼 흔들리기를 여러 번, 어느새 신성현과 당신은 자연스럽게 궤도에 오릅니다.
서로가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공전하는 행성처럼.
《씬 종료》
◆ #Scene 6. 졸업식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2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64 → 74
[ 신성현 ] 침식률 : 58 → 60
[ 신성현 ] BN : 0 → 1

왈츠곡은 경쾌하게 샹들리에를 스쳐 지납니다. 드레스 자락이 꽃잎처럼 파르르 펼쳐지고 자켓의 꼬리가 제비의 것인 양 흔들렸습니다.
시간은 무르익고 분위기는 편안합니다.
먹고, 마시고, 춤을 추고, 입을 맞추며 운명을 따릅니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리므로 눈 깜짝할 새 이만큼 쌓여있곤 했습니다.
겨울은 안식의 계절. 세상을 뒤흔드는 재난과 재앙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기예요.
종종 타이머와 카운터의 손길을, 발걸음을 구하던 이들도 잠잠했습니다.
졸업식이라고 해봐야 별달리 설렐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
자유는 축소 당하고 책임은 멍에가 되며, 의무는 발목을 잡겠죠. 마땅히 휘두를 수 있는 권리도 마뜩잖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
언젠가 두 사람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혹은 빨리 어른이 되길 잘했다고 안도하게 될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사부작거리는 옷자락의 부대낌, 달아오르는 체온과 홀을 가득 채워 몽롱하게 만드는 디저트와 사과의 달콤한 향. 반쯤 눈을 내리깐 이연화가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습니다.) 나는 오늘을 그리워하면서 안도하게 될 거예요. 아무 일도 없는 편안한 졸업식 겸 성인식을. (이연화의 운명은 DOT에 평생 종속될 운명이었습니다. 그것을 비틀어 주인을 신성현으로 바꾼 것뿐입니다. 고단했던 춤을 끝낼 시기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끊임없이 돌던 원이 서서히 멈춘다. 우리의 시간이 돌아오고 멈추었던 날 이후 쉴 새 없이 흘렀다. 당신이 마냥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수 없는 본격적인 순간이 막을 올리기 전 잠깐의 여유를 만끽한다. 이연화를 테라스 쪽으로 데려갔다. 갑갑한 향과 온기에서 벗어나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게.) 때때로 지나간 추억을 곱씹어 미래를 살아갈 의지를 얻겠지. 늘 살아오던 것과 다를 바 없어.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은 가운데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 탓이라기엔 미묘하게 공기가 느슨합니다.
이 순간에 우리를 붙잡고 싶은 것처럼…… 꼭 시간에게 자의라도 있는 듯.
DOT에서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기묘한 위화감과 애매한 기시감은 중첩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넘겼고, 두 번째에는 세계의 멸망이라 여겼으며,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카운터의 정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새파란 장미도 아치문도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도 축제의 그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시간은 다시금 멈추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일의 주모자를 모릅니다.
그것은 무엇이 안배한 발견인가. 카운터에게 자신의 근원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래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그날의 파란 장미가, 시곗바늘이 가리킨 것이 불가능이었는지 기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자연스레 그의 품에서 살짝 떨어진 이연화가 테라스 난간에 걸터앉아 신선한 공기를 쐬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향이 폐부를 파고들며 정신을 돌아오게 해주었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높은 시계탑을 바라봅니다.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이 반짝였습니다. 그때 본 하늘 같아요.) 신이 정말 우리의 존재를 허락한 게 맞을까요. 나는 하늘이 우릴 붙잡으려는 것처럼 보여요. 새파란 장미 아치는 우리에게 무얼 말하고자 했던 거죠? 왜 그런 진실을 보여줘서, 우리만 고통 속으로 빠뜨린 건가요? (당신에게 하는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저 바람결에 흩어지는 중얼거림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저 질문이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장미 아치는 왜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는가.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나타난 적 없으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가지 말라는 듯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당신의 곁에 서서 함께 하늘을 바라본다.) 신이 네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그때 호수가 정답을 알려주진 않았을 거야. 카운터는 성공적으로 이 땅에 각인되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세계의 멸망을 저지하는 것뿐…. (당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자켓으로 막는다.) 나는 기적이라고 믿고 싶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다가온 당신의 애정만 느꼈습니다. 지금 옆을 돌아볼 자신이 없어요. 네 얼굴을 봐서 멀쩡히 웃어줄 자신이 없어요. 그때 일은 내 마음속에 뿌리를 박아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겼습니다. 우린 평생 깨진 상태로 살아가야겠죠. 길게 호흡해 감정을 다스린 이연화가 당신에게 기댑니다. 정장 앞주머니에 꽂혀 흔들리는 꽃잎이 나풀거립니다.) 시곗바늘이 불가능을 가리킨다고 하더라도… 우린 기적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부여된 시간의 운명이죠. (신이 내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한들 난 당신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이 만남은 기적이어야만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따금 벅찬 호흡을 하는 이연화는 손 대면 부수어질 유리가 되어 위태로웠다. 감히 당신에게 기댈 생각 없이 묵묵히 받쳐준다. 카운터가 흔들릴 때 시간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은 타이머의 것이다. 우리가 정지된 366일을 365일로 남몰래 돌려놓은 일을 닮았다. 푸른 장미 향은 자신을 넘어 당신에게 닿는다.) 시간을 넘어 기적을 일으키면 돼. 도밍게즈의 국화를 현실로, 기적을 실현해서. 난 널 포기하지 않아. (공기가 차가웠다.)

갈 곳 없는 의문 틈새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테라스에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온 것은 정복을 차려입은 하인리히 장교였습니다.
리슬러 부관은 꼬리처럼 그 옆에 선 채 품 안 가득 꽃을 안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충분히 즐기고 있으신가? (장교는 여유롭게 웃으며 샴페인으로 목을 축입니다.) 이런, 논 알콜이군. (덧붙이는 목소리가 퍽 아쉬운 듯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 ‘기적의 창조자’께서는 무슨 일이신지. 대답하려던 생각을 멈추고 돌아봅니다.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순수한 카운터 행세를 합니다.) 덕분에 최고의 성인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성년이 된 후에는 진짜 술이 준비되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장교와 부관에게 인사하고 이어 말했다.) 요리사분들께서 힘을 많이 쓰신 게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감사하다고 전해야겠습니다. 이런 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리슬러 부관의 꽃을 봤으나 형식상 물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그랬으면 좋겠군. 군들이 훌륭하게 자라 자랑스러운 마음이야. (상투적인 문장으로 서두를 엽니다.)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들렀지. 시간이란 금세 뛰어가는 법이라네, 어린애들이란 특히 빨리 크니까.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리라고 믿어. (어떤 기회도, 자유도 없는, 선택을 박탈당한. 축하해줄 사람 없이 형식적인 졸업장만 끌어안게 될 졸업식이건만 그에게는 감회가 퍽 새로운 모양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자네들이 받는 기대와 애정, 지지가 어떤 것인지 좀 실감하나? (짐을 얹어주겠다는 티가 노골적인 질문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질문의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 삐뚜름해지려는 입꼬리를 다잡습니다. 그에게 밉보여 좋을 일 없다는 건 평생 영원할 사실일 겁니다. 어쨌건 푸른 앰플을 사용해 카운터를 안정화하기도 했고요. 데이트하게 해준 인내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걸 볼 때면 무게가 실감 나요. 정식 임관을 받고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들과 사람들이 있어 무사히 자란 거니까요. (그에게는 다르게 와닿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기분을 신경 쓰면서 장교와 부관에게 책잡히지 않을 모범을 선보인다.) 이연화 카운터의 졸업식에 맞추어 제 정식 임관을 미뤄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헌신을 다해 도밍게즈를 지켜나가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전 세대 타이머가 가지고 있던 책임감도 이런 식으로 눈처럼 한 겹씩 쌓여 갔겠죠.
장교의 시선은 집요하게 당신을 좇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훌륭해. 자네들은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그런 군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제일 큰 팬으로서 보내는 축하 선물일세. (장교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섭니다.)

리슬러 부관이 신성현과 당신에게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노란 장미와 아카시아 꽃은 계절을 잊고 흐드러졌습니다.
품위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향기가 홀을 떠돕니다. 새파란 장미 향기와는 전혀 다르게 희미하고 은은한 향기였습니다.
누군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 포장지 구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성스레 챙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실망하시게 하지 않을게요. (신성현에게 눈짓합니다. 내가 처음 받는 꽃다발은 신성현이 주는 꽃이어야 해요. 부관에게 받는 척 손을 대지 않고 중력으로 넘겨줍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그래도 나서서 그럴 참이었다. 당신의 눈짓을 받은 신성현이 장교와 부관이 눈치채지 못하게 꽃을 가져간다.) 시들지 않게 조심히 방 안에 넣어두겠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원하는 대로 하게. 제3시 군들의 도움을 받아도 되고. (하하, 웃은 장교의 진부한 당부가 마지막까지 쫓아옵니다.) 본격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네들에게도 더 많은 임무가 부여되겠지. 부디 그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른, 어엿한 군인이 되길 바라네.
마지막 선물은, (한 걸음 성큼 다가온 하인리히 장교가 신성현과 당신의 목덜미에 무언가 걸어줍니다. 소속과 인식 번호가 적힌 군번줄입니다.) 괜찮군. 새 제복과 계급장은 개인실에 보내두었으니 돌아가면 확인해보게.

군번줄의 은색 표면이 매끄럽게 빛나고 패인 각인이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 목에 군번줄이 달립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 줄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이 목줄을 기다려왔기 때문입니다. 울렁이는 속을 느꼈습니다. 진정하기 위해 제 유일한 숨통인 신성현의 손을 잡습니다. 기다리던 군번줄을 받은 심정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던 거예요. 오래된 교복을 드디어 벗을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진작 차야 했던 군번줄이 늦게 제 목을 채운다. 당신에게 목줄을 채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이연화가 손을 잡아준 덕에 불편한 군번줄을 만지작거리는 걸 면했다. 반짝이는 은빛을 애써 무시한다.) 확인했습니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긴장은 풀어도 괜찮네. 당연한 절차가 아닌가. (흡사 DOT의 목줄을 찬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그가 일정이라도 있는 것인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일러둘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첫째, 오늘부로 카운터의 외출을 허락하지. 타이머와 되도록 동행하기를 바라는 바이나 강요하지는 않아. 대신 외출 시 사전에 외출증을 작성하고, 외박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마찬가지로 군에서 지급한 휴대폰의 연락 제한 또한 풀릴 거라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건 진부한 인사말이나 군번줄, 제복보다 더 반길 만한 소식입니다. 기뻐하는 게 티 나지 않게 순응합니다.) 훌륭한 DOT 숙소를 놔두고 왜 호텔에서 묵겠어요. 게다가 카운터가 있을 곳은 타이머의 옆뿐입니다. 전 신성현 타이머와 평생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너희가 원하는 대답이 이거지. 그런데 휴대폰은… 굳이. 인사 나눌 사람조차 없는데 말입니다. 비웃음이 나오려 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약속한 외출 데이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소식이었다. 표정이 한결 풀린다.) 임무가 없는 날에는 종종 이연화 카운터와 여러 곳을 돌아다닐 것 같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미리 일러둔다.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시간이라고. 휴대폰 소리에는 눈빛이 가라앉았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저 말은 즉……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단 소리일 텐데. 카운터의 가족이, 고향과 과거가 이 별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음을, 신성현과 당신은 이미 확인했습니다.
어른들과 DOT,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이 문장이 무척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띵동.
때마침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외부와의 연락이 허가되었습니다. 군내 기밀을 유출할 경우 군법에 의거, 합당한 처분을 받게 되며……]
길고 긴 안내사항입니다. 첫 줄이 특히 눈에 띕니다.
답장이 올 리가 없는데. 휴대폰을 쥔 손가락이 머뭇거립니다. 연락해볼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 (확인만 해보는 거예요. 부질없는 희망은 가지지 않았습니다. 저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DOT의 실험을 보고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새겨진 그날, 나는 신성현을 제외한 타인에게 모든 기대를 버렸습니다. 기억 속 그나마 친절했던 시설의 연구원에게 메세지를 보냅니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보낸 메세지의 답장은 금세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이라서일까. 무언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분명히 번호도, 상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연화, 이연화니? 정말 오랜만이구나. 네가 카운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순순히 기뻐하기엔 걸리는 것이 많았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기엔 기대치 못했던 소식입니다.
나쁜 일이 연달아 온다면 기쁜 일도 연달아 쏟아지는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면 기뻐하는 것으로 보이도록 꾸몄습니다. 그들이 내가 기억하는 부분부터 상황을 꾸민 건지, 애초에 이것이 전부 정해진 상황이고 전자기기 너머 상대가 연기하는 것인지. 휴대폰을 꽉 쥡니다.) 정말… 연결되네요. 가족이라곤 없지만 그리운 사람이 딱 한 명 남아 있었어요. (없습니다. 내겐 신성현뿐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잘 됐다. 나중에 시간 날 때 보러 가자. (연결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이연화에 대한 기만이다.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이미 진실을 알아챘다는 사실.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당신의 손을 꽉 잡는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곧 임무가 들이닥칠 일상에서 만나긴 힘들 테니 연락이라도 주고받게.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자들은 당신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기만 합니다. 해우를 잠시 기다리던 하인리히 장교가 마지막으로 스치듯 제안했습니다.)
참. 볼 일이 있어 당분간 12구역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네. 마침 졸업도 했겠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자네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어떤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12구역이요? (지친 얼굴로 상황을 웃어넘기려던 찰나, 뜬금없는 제안에 고개를 기울입니다.) 다소 갑작스러운 일입니다만… 안 될 것도 없지요. 임무가 없는 저희가 할 일이라곤 훈련, 과제, 시내 돌아다니기밖에 없으니 정식 임관된 겸 첫 구역을 바다로 정해볼게요. 여유 시간은 주시는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정 없이 당분간은 여유로울 것 같았고, 당신이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저도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이 지나기 전 유명하다는 제12구역의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습니다. (크루즈는 빼고. 더운 것보다 추운 게 낫다.)

캐릭터 인장

하인리히 장교

좋아, 받아들일 줄 알았네. 나 혼자만 가기엔 막 졸업한 자네들을 두고 가기가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 여유 시간 충분한 휴가라네. (정말 순수한 목적인 것 같습니다. 리슬러 부관과 몸을 돌립니다.) 그럼 동행하는 걸로 알겠네. 마저 좋은 시간 보내고 내일 보지.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묵례한 부관이 두 사람을 등지고 장교와 홀을 빠져나갑니다.)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밤도 이제 막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신성현과 당신은 원하는 만큼 방종을 누리고, 새해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빠져나가는 자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아까까지 기분 좋았던 음악 소리가 거슬렸습니다.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평화롭다가도 툭 치면 바스러질 듯 위태로운 내 상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신성현과 함께하는 성년식, 졸업식을 감히 저들이 망치게 둘 순 없어요. 그의 손을 움켜쥔 이연화가 갑자기 댄스 플로어를 가로질러, 입구까지 달려 나갑니다. 힐끗 돌아본 그는 여린 웃음을 짓습니다.) 우리 함께 도망쳐요, 형.

캐릭터 인장

신성현

(목을 조르는 은빛 군번줄과 적막이 저를 둘러쌀 때즈음 당신에게 잡혀 끌려간다. 동료들이 춤을 추며 빛이 부딪치는 댄스 플로어를 지나, 겨울 향기가 만연한 입구로. 자켓의 꼬리가 제비처럼 또다시 흔들리는 발걸음. 저를 잡고 도망치자며 달려 나가는 당신을… 멍하니 바라본다. 샹들리에 아래 희미하게 웃는 너는 그토록 아름다웠다.) …그럴까. 같이 도망갈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네가 말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 것 같았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으로 가요.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이요. (아무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자신과 도망가겠다는 신성현이 좋았습니다.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도밍게즈에서 유일하게 모든 걸 건네주는 저 사람이 좋아서,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도망칠 거예요. 두 사람을 구속하는 DOT가 아닌 밖으로…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홀을 빠져나가 차가운 눈밭에 발을 딛은 이연화는 하늘에서 날리는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갔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달리는 당신이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에 맞아, 차가운 바람을 들이켜 감기에 걸릴까 걱정스레 도망쳤다. 구두 아래서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짓이겨지는, 잔디 아닌 눈발이 새하얬다. 새하얀 당신이 저 너머로 사라질 듯했다. 그러므로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당신을 꽉 붙들었다.) 어디든 네가 가는 곳은 함께 따라갈게. 약속했잖아. (이연화에게 가질 의문을 접어두었다.)

새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18살의 마지막 해. 당신은 조금이나마 DOT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성현과 함께 도망칩니다.
DOT의 정문을 지나 긴 내리막길을 걸어 수도 외곽까지. 숨이 차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찰나인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다 져버린 장미 향기가 은은하게 피어오릅니다. 아파트 베란다며 학교의 창문마다 수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입니다.
흰 돌이 깔린 광장의 커다란 시계탑을 나서고, 분수를 지나고, 눈이 소복이 쌓인 공원에 도착하면……
아직 짙은 장미 향기가 가시지 않은 푸른 장미 아치가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예쁘게 장식된 하얀 전구 빛이 장미를 더 새파랗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미 아치가 보이고 나서 우리의 걸음은 점점 늦추어집니다. 굳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달려온 이유는, 그동안 복잡하게 올라오려던 감정이 차가운 공기에 얼어 사라지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새하얀 눈, 검푸른 밤, 제 파트너의 눈 색을 닮은 장미 아치가 저를 가득 채웠습니다. 은은한 향기를 함뿍 들이켰습니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은 이연화가 상기된 얼굴로 당신에게 돌아섭니다.)
형… 우리가 첫 축제를 보냈던 날 했던 약속, 기억해요? 이 아치 아래에서 했던 내 약속. 정식 임관을 받는 성인이 될 때 내 마음이 뭔지 형에게 알려주기로 했었어요.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긴 거리를 이연화에게 맞춰 달려오는 통에 자신이라도 호흡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었다. 벅찬 숨을 내쉬고, 내뱉고, 쿵쿵대는 심장이 안정되고 당신이 꺼낸 말은 어쩌면 예상했던 말이었다. 그가 절대로 잊지 말라며 새겨주었던 하나의 약속. 새하얀 눈, 금빛 조명, 기적이나 다름없는 당신의 손을 맞잡는다. 한겨울 바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따뜻했다.)
당연히 기억해. 네가 내게 마음을 알려주면 나는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 했지. 이 자리에서 약속했어. (푸른 장미 향기가 짙게 피어난다. 당신에게 한 발자국 다가간다.)
감당할 준비 됐어. (그때도, 지금도.)

캐릭터 인장

이연화

(6년, 이제는 7년 동안 함께하는 내내 우리의 약속을 잊은 적 없는 신성현이 직접 말해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는 평화로운 일상에서 가끔씩 약속을 언급하곤 했어요. 내가 얼마나 이 약속을 중요히 여기는지 알려주겠다는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좋지 않은 감정이 아닌, 설레는 울림이었습니다. 하얀 입김을 내뱉은 그가 조심히 무릎 꿇습니다. 천 아래로 차갑고 폭신한 눈발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죠. 나는 카운터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형은 내 정체를 알게 되었음에도 곁에 있어 주었어요. 변함없이 사랑해 주었으며, 내게 모든 걸 쥐여주겠노라 약속했어요. (자켓의 가장 안쪽, 숨겨두었던 작은 상자. 당신과 저를 이 땅에 영원히 묶을 그것을 꺼내 듭니다. 검은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 신성현, 형. 나와 결혼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린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세계를 위한 시간이니까. 이미 영혼이 연결된 시간이니까. (안에 배치된 것은 검푸른 빛에 새파란 보석을 단 반지 하나와, 반짝이는 금빛에 그보다 더 선명한 금빛 보석을 단 반지 하나. 검푸른 빛 반지를 조심히 꺼냅니다. 당신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쓰다듬습니다. 장갑을 빼내고, 반지를 끝에 맞춥니다.)
…그러니까 이건 청혼이 아닌 나와 형을 묶는 마음이에요. 결혼이 아니어도 우린 평생을 함께할 거예요. 카운터와 타이머, 이연화와 신성현, 세계를 지킬 구원자. 또…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결혼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의례이자 계약입니다. 하지만 우린 시간의 각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구태여 계약을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연화가 한 치 틀림없는 애정을 담아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당신을 사랑해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신만을 사랑해요. (꼭 맞는 반지는 당신과 한 몸이 된 듯 자리를 찾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눈을 감는다. 차가운 금속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닿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들어온다. 당신과 나의 연결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증표가 기어이 끝까지 들어오고 나면, 몸을 숙인다. 당신과 함께 무릎을 꿇어 차가운 눈의 감촉을 느꼈다. 신성현의 일렁이는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젖어들 것 같았다. 6년, 이제는 7년. 그가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자 했는지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검은 상자에 보관된 금빛 반지를 꺼내든다. 당신이 반지를 끼워준 그 손으로.)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파트너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너는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얻었어. 그럼에도 내 곁에 있어 주었어. 변함없이 사랑해 주었으며, 네 존재는 나를 위한 것이라 약속했어. (당신의 고운 손을 다정히 쥐었다. 이연화와 저를 이 땅에 영원히 묶을 반지를,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내가 무슨 심정으로 네 반지를, 내 반지를 보고 있는지 너는 알까. 아마 알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느낄 감정도 나와 다르진 않을 테니. 떨리는 숨을 내뱉은 그가 당신과 이마를 맞댄다. 뜨거운 온도가 전해졌다.) 시간의 연결로 묶인 너를 더한 계약으로 묶고 싶진 않아. 이것만 해도 네겐 충분히 짐이고, 또 강제로 부여된 운명이니까. 네게 이 이상의 부담을 지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청혼이 아니라 우리의 맹세야. 태어난 시간은 다를지언정 죽는 건 한날한시에 함께하겠다는 맹세. 평생을 함께하여 서로의 곁에서 떠나지 않겠다는… 우리의 사랑. (반지를 끼운 당신의 약지에 입을 맞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쥐듯 손가락들을 엮었다. 처음 만날 때 간직한 애정과 사랑을 그대로 담아 당신을 마주한다. 금빛과 푸른빛, 또 금빛과 검푸른 빛이 얽혀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제 눈동자는 시간의 각인을 선명히 드러냈다.)
사랑해, 이연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너만을 사랑해. 타이머, 세계를 지킬 구원자가 아닌… 신성현이라는 사람으로서. (이연화에게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은 자신이 정했다.)

뎅―, 하고.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우리는 새파란 장미 아치 아래에서 새해를, 우리의 졸업식과 성년식을 맞았습니다.
앞으로 두 사람은 도밍게즈를 구원할 시간이 되어 세계에 종속되겠지요. 어떤 기회도, 자유도 없는, 선택을 박탈당한 종속.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런 강제로 부여된 운명이라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을 잡고 터널을 끝까지 건넌 우리의 사랑은 이루어졌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로만을 사랑하는 우리를 축복하는 것처럼, 푸른 장미꽃잎이 바람에 휘날립니다.
죽음의 향이 아닌 폐부를 깊이 파고드는 향긋한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가가 젖어 드는 건 신성현인데 왜 자신이 울 것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이 연결은, 이 시간은 분명 단순한 사랑을 의미하는 자리가 아니라서일 거예요. 죽음을 각오한 사랑, 맹세, 약속.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 시간을 상대에게 온전히 바치겠다는 맹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가, 바닥의 눈을 적십니다. 푸른 장미꽃잎이 휘날리는 아치 아래, 하얀 눈밭에 주저앉은 이연화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입을 맞춥니다. 당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손이 옷자락을 계속해서 끌어당겼습니다. 나는 질문했고 당신은 대답했어요. 우리는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되묻는 멍청한 짓도 필요 없었습니다. 놔주지 않을 거예요, 도망치게 두지 않을 거예요. 나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것도 용서하지 않아요. 끝내 허락된 만남에 입술 틈을 엽니다. 당신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시간이 허락했을지, 시곗바늘이 가리킨 건 불가능일지 기적일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적어도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운명은 괜찮을 것 같아. 혼자가 아닌 둘이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그리 만들겠다. 우리의 두 뺨을 적시는 건 기쁨, 슬픔, 모든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겠지.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 밤은 너와 내게 평생 간직될 거야. 미래를 살아가는 거름이 되어서. 이연화를 끌어안는다. 품에 가득 움켜쥐어 네 존재가 사라지지 않게 애썼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자신은 손을 맞잡았다. 이거면 된 것이다. 그래, 네가 종종 해왔던 말이야. 나는 너만 있으면 된다고… 당신과 입을 맞춘다. 밀어내거나 곤란해하는 멍청한 짓은 필요 없었다. 그저, 입술 틈을 열어 당신을 삼킨다. 뜨거운 숨결이 마찰해 온기를 갈구한다. 당신의 목덜미를, 머리칼을 간절하게 쓸어내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와 마주한 첫 만남이 스쳐 지나갑니다. 영문도 모른 채 걸었던 복도, 괜스레 뛰던 심장, 수런거리던 목소리, 그리고… 당신. 신이 있다면 차라리 지금 이 시간을 멈추어 주세요. 영원할 것 같은 달콤함이 녹아 내려가기 전에 우리를 세계와 함께 박제해 주세요. …그날 이후 나타난 적 없는 아치가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리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행운 뒤에는 꼭 불운이 오듯이, 더한 시련을 내려줄 수도 있겠죠.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적어도 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운명은 괜찮습니다. 당신이 말했던 그대로예요.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신성현이 내어준 모든 감정, 추억, 시간, 숨결이었습니다. 당신을 따라 간절하게 입을 맞춥니다. 호흡을 섞은 혀가 엮이고 인내한 모든 감정을 쏟아붓습니다. 이연화의 몸은 자꾸만 신성현에게 기울어, 정신을 차렸을 땐 새하얀 시트 같은 눈밭 사이로 당신을 가두고 있었습니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였습니다. 입술이 맞물렸다가 떼어지길 반복할 때마다 투명한 실이 혀끝을 잇습니다. 투둑, 툭. 그의 뺨 위로 흐르는 제 눈물이 보였습니다.) …형. 신성현… 형. (울음기 젖은 목소리가 흐드러집니다.)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 말해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는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선물이었고 최초의 파트너였다. 신체에 새겨진 똑같은 두 자리의 숫자, 나의 운명이자 단 하나뿐이라는 파트너의 증명. 고작 숫자에 불과하건만… 어쩜 이리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던지. 그렇다면 기적이라도 만들어 내. 누군가가 말하던 목소리가 머릿속을 두드린다. 당신을 내가 사랑해도 될까. 네 존재를 내가 쥐어도 괜찮은 걸까. 이연화를 볼 때 느끼는 상반된 감정이 심장을 찌르고 또 찔렀다. 지금 너와 맞닿은 이 순간마저 고통이 느껴져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혹은… 서로가 가진 감정이 버거운 탓일 수도 있겠지. 세계의 구원자라는 운명을 짊어진 우리의 끝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잘 알고 있잖아. 격렬하게 맞춰오는 이연화의 입술과 혀를 달게 삼킨다. 그를 보고 녹아내리던 첫 만남처럼 모든 생각이 눈물을 타고 흘러간다. 정신을 차렸을 땐, 하얀 눈밭을 이불 삼아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멀어졌던 소리가 돌아오면 헐떡이는 나의, 당신의 숨소리가 들린다.) 사랑해, 이연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해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반지 낀 손이 촉촉하게 젖은 당신의 입술을 훑는다. 붉은 눈가를 문질렀다.) 너무 사랑해서… 이 마음을 전부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널 사랑해. 네가 멸망의 원인이어도 좋아. 나만은 네 편이 되어줄게. 네 것이 되어줄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런 말 하면, 내가… 뭐가 돼요. 눈물이 멈추질 않잖아요…. (울음을 삼켰습니다. 아름다운 미소로 화려하게 반지를 건네겠다는 계획은 물 건너간 지 오래입니다. 여린 어깨가 점점 작아집니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당신의 위로 쏟아집니다. 신성현의 고동이 귀를 타고 들렸습니다. 신성현이 만져준 곳마다 사과 향 샴페인보다 달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반지 낀 손은 여전히 잡은 채였습니다. 신은 결국 이 순간을 멈춰주지 않았으나 마음만큼은 편안하고 고요했습니다. 네가 사랑한다 속삭이는 자장가를 들으며 영원히 잠들어도 행복할 것 같아. 난… 이 순간이 행복한가 봐. 당신의 품에 안겨 흐느껴 운 이연화가 끊어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습니다.) 형이 이곳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멸망의 원인이 되겠어요. 형의 목소리를, 온기를 느끼려면 세계가 무사해야 하는데. 너 없인 나도 없는데… 사랑해요. 신성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요. (그의 울음은 점차 잦아듭니다. 당신의 온기가 저를 진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옷자락을 아이처럼 파고듭니다.) 따뜻해. 너무 좋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뭐가 되긴, 예쁘고 귀여운 이연화가 되는 거지.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 (작게 웃었던가, 나도 모르겠다. 너와 이야기할 때는 늘 현실 같지 않은 기분이 뒤따라오곤 했다. 지금 눈바닥에 누워서 널 안고, 달래고, 나풀나풀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는 게 비현실적이었다. 등 뒤로 젖어가는 차가운 냉기가 걷잡을 수 없이 뛰었던 심장을 잡아주었다. 네겐 거세게 뛰던 고동이 차츰 잦아드는 걸로 들릴 거야. 그와 함께 잦아드는 울음 소리가 알려주었다. 우리가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완전히 종속된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너와 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고. 그의 등을 토닥, 토닥. 사랑스럽게 두드린다. 어느 정도 숨소리가 진정되면 자리에서 슬 일어나 품안의 당신을 쓰다듬었다. 짧은 옷자락으로나마 감싼다.) 멸망의 원인이어도 좋아해 주겠냐는 질문을 하던 내 파트너가 이런 말을 하다니, 자랑스럽네. 물론 훌륭하게 자란 파트너는 내일 감기에 걸리는 걸 피할 수 없겠다만. (부러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차가운 날씨가 심해지는 건 진짜였으므로, 당신을 껴안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눈뭉치가 후두둑 떨어진다.) 안 추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원래 예쁜 나도 처연하게 우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오열하고 울면 못생겨진다구요. 형한테는 예쁜 얼굴로 유혹하고 싶단 말이에요. (기껏 분위기 잡아놨더니 파트너한테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가 되었습니다. 몰라요. 먼저 그런 눈으로 슬프게 바라본 신성현 탓이에요. 아직도 뜨거운 두 뺨을 감싸 가립니다. 새침하게 저를 안아 든 신성현을 바라봤습니다. 형은 운 얼굴도 잘생겼네… 입술을 삼키고 떨어져요. 마음껏 진짜 키스를 합니다. 빠르게 뛰었던 그의 심장 소리, 흘러나오던 나의 울음이 멎고 고요한 백색 소음이 이어졌습니다. 신성현이 물어보자마자 감정에 가려진 추위가 몰려와 몸을 움츠렸습니다.) 형이 농담해서 더 추워졌어요. 나 이제 성인이에요, 성인. 졸업식 치르자마자 감기에 걸릴 수는 없죠… 내일 겨울 바다에 가야 한단 말이에요. 어떻게든 치유의 타이머에게 치료받고 말겠어요. (게다가 아직 할 일이 더 남았습니다. 아까는 그냥 달렸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손을 뻗어 눈앞에 금빛 게이트를 만듭니다.) 가요, 형. 우선 따뜻하게 몸 녹이고 마저 각오해요. (어여쁘게 웃습니다.)
《디멘션 게이트》 Lv1 | 메이저 | 자동 | 효과 참조 | 지근 | 공간을 비틀어 멀리 떨어진 아는 장소와 연결되는 게이트를 만들어내는 이펙트.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4 → 77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눈엔 귀엽기만 한데.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워, 걱정하지 마. (이번엔 확실히 웃었다. 방금 분위기 잡은 사람답지 않게 투정 부리는 이 파트너가 귀여워서 웃음이 다 났다. 성인이 된 이연화의 키스를 마음껏 받아주었다. 더는 거리낄 게 없었다. 이연화에게 묻은 눈을 깔끔히 털어준다. 여전히 아이 같은 이 파트너가 성인이라니. 시간이 참 빨랐다.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 당신을 추위 속에 내버려둘 순 없었으므로 빠르게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기분 풀라고 농담한 게 더 춥게 만들어 버렸군, 애정을 담아 사과하지. 뭐… 기분 좋은 졸업식 뒤니까 두 사람도 감기 치료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싶어. 오늘은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슬슬 닥쳐오는 위기감을 느끼고 조금 긴장했다만.) …각오 됐어. (도망치진 않았다. 두 사람의 몸이 게이트를 통과한다.)

두 사람의 몸이 금빛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면 푸른 장미 아치는 늘 그랬던 것처럼 가만히 배웅합니다.
고요한 정적, 하얀 눈, 흐드러지게 피어난 장미향이 가라앉습니다.
제 역할을 다한 장미가 끝에서부터 조금씩 생을 놓아줍니다.
~화면 조정 중~
그리고 우리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멸망한 세계였습니다.
《씬 종료》
◆ #Scene 7. 바닷가의 조촐한 장례식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77 → 87
[ 신성현 ] 침식률 : 60 → 70
[ 이연화 ] BN : 1 → 2

하인리히 장교와 제12구역에 방문하기로 한 화창한 아침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새해를 시작하는 날, 새로운 1년의 시작점.
졸업식과 성인식을 거창하게 치른 신성현과 이연화, 당신은…….
많은 일을 겪은 후 아침 늦게 기상합니다.
12구역으로 가는 버스가 오기로 한 시각이 오후라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지각했을 것입니다.
시간은 벌써 11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뜹니다. 오래 참아왔던 마음을 풀어내 상쾌한 것 같기도, 한 번에 무리해서 찌뿌둥한 것 같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해방감이었습니다. 드디어 성인이 되어 원하던 신성현을 손에 쥐었으니까요. 옆을 돌아봅니다. 고르게 자는 신성현이 있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평소 규칙적으로 일어나던 신성현은, 갓 성인이 된 어느 파트너 덕분에 아직까지 깨지 못했다. 약간 지친 얼굴로 죽은 듯이 자는 중이었다. 어젯밤 빼앗긴 기력을 방전된 상태로 보충하는 모양새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귀여워. 바르게 누운 자세를 돌려 당신에게 향합니다. 그의 수척해진 볼을 콕 눌러요. 아, 보니까 다시 흥분되는 것 같아… 난 어째 형만 보면 그렇게 입맛이 돌더라. 문득 장난기가 돕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신성현을 덮칩니다. 자신의 잇자국과 키스 마크, 손자국 등 성한 곳이 없는 신성현의 몸을 보며 예쁘게 웃습니다. 잔뜩 구겨진 가운을 벗깁니다.) 안 일어나면…
괴롭힐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스산한 속삭임이 들리자마자 신성현의 눈이 번쩍 뜨인다. 막 잠에서 깬 탓에 크게 움찔하고 잠시 멈추었지만, 곧 제 가운을 벗겨버린 당신을 발견한다. 신성현의 얼굴이 곤란하게 찌푸려진다.) 너,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이연화를 밀어내 화끈 붉어진 얼굴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미 빼앗긴 순결을 다시 빼앗긴 사람인 양 벗겨진 가운을 움츠린다…. 미치겠군. 마른 세수를 했다.)
오늘은 안 돼. 오후에 일정 있는 거 까먹었어? 안 그래도 누가 괴롭혀서 지금 움직이기도 힘든데… 내려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바로 깨어나네요, 어제 괴롭힌 거 생각하고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왜인지 아쉬워 보이는 기색은 당신이 잘 때 그렇고 그런 걸 이것저것 하려던 계획이겠죠. 가볍게 입맛을 다신 이연화가 착한 파트너가 되어 침대를 내려갑니다. 따뜻한 햇살, 1년의 새로운 아침. 상쾌함을 담은 기지개를 켭니다. 누구와 다르게 쌩쌩하기 그지없습니다.) 장난이에요. 나 만족할 만큼 놀아줘서 넘어가는 거예요. …방으로 치유 타이머 불러줄까요…? (눈치.)

캐릭터 인장

신성현

벌써 11시가 다 되어가니까. 이렇게 늦게 잔 건 처음이야, 버스가 오후에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다음엔… 제발… 자제해 줘. (진심으로 간절한 부탁이었다. 어제 일을 겪고 확신했다. 기분이 더 이상해지기 전 의지로 일어선다.) 아니, 그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어제 눈 맞아서 감기 기운 있는 것 같다는 요청만 하자. 너는 열, 나는 몸살. 근육통만 나으면 돼.
슬슬 밥 먹고 나갈 준비 해야지. (후우, 동요하는 마음을 진정시킨 신성현이 애써 걸음을 옮긴다. 당신을 돌아봤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머뭇거리던 그가 결국 당신을 부른다.)
이리 와. 졸업식 치르고 하고 싶은 거에 같이 목욕하기 있었다며. (욕실 문 까닥.)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곤란하네… 그거, 나름 자제한 거예요. 앞으로 많이 당할 거니까 익숙해지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갑자기 심각해진 이연화가 올라가려는 미소를 억눌렀습니다. 신성현이 꺼리는 변태 같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아요. 저런 신성현의 모습조차 저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니 되게… 자극적입니다. 묘한 얼굴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그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쓸었습니다.)
힘들다면서 왜 나 자극해요. 일부러 이러는 거죠, 형. (저 묘한 얼굴의 정체는 바로 참고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나, 상당히 자제하는 중이에요. 아침에 형 덮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잘한 거라고요. 당신의 입술을 훔치고 살짝 속삭였습니다.) 욕실에서 유혹하는 순간 당장 해버릴지도 몰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상,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귓가가 붉어진다. 당신에게 삼켜진 입술, 속삭임이 들리는 귀. 먼저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누구인데… 이연화를 흘겨본다. 그의 손을 깍지 껴 잡고 끌어당긴다. 성인 됐다고 리드하려는 속셈 정도는 다 안다. 여느 때처럼 한 팔로 들어 올려 모든 행동을 봉인한다.)
그래봤자 막 20살인 주제에 어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씻겨주지. (신성현은 다짐했다. 오늘 이연화의 고삐 풀린 성욕에 줄을 채우겠다는 다짐을. 욕실 문을 열어젖혀 묘해지던 분위기를 한 번에 꺼뜨린다. 초췌한 기색은 어디 가고 비장하게 샤워기를 들었다.)
목욕하자. 이연화. (당신은 어딘가 잘못된 신성현의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상한 소리 아니에요. 형에 관련된 건 전부 진심… 꺅, (어째 신성현에게 자꾸 들려 다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도 성인이라고, 이렇게 안 둘러매도 형 둘러매고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 성인이라고 뚫린 입으로 나불대려던 이연화의 입이 딱 다물립니다. 뭘까요, 이 불안한 느낌은. 꼭 신성현이 제게 느꼈던 불안함처럼….) 형? 기다려 봐요. 뭘 할 생각이죠, 아침부터 샤워기를 들고 날 어떻게 할 셈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목욕과 형이 생각하는 목욕이 같은 걸까요? (신성현 어깨 통통.)

캐릭터 인장

신성현

뭘 할 생각이긴. 기력 넘쳐서 아침까지 날 덮치려 드는 파트너의 기력을 아침부터 빼놓으려는 생각이다. (두 명이 들어가기엔 좁지만 한 명이 들어가 헤엄치기는 적당한 욕실에 당신을 상냥히 구겨 넣는다. 성인식 전과 후의 일상이 다른 게 없었다. 옅은 미소를 지은 신성현이… 따뜻한 물을 틀어버린다.)
바다 가기 전에 수영 연습하자. (중력을 조종해 욕실 문을 꽉, 닫았다. 아주 자상한 웃음이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대로 살살 달래 끝내주는 욕실에서의 시간을 보내려는 계획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신성현은 늘 제게 새로운 루트를 제시하는군요? 태평히 감탄할 때가 아니지만요. 정신 차려보니 욕실에 앉혀 따뜻한 물에 젖어가는 밑을 바라봅니다. 슬금 당신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여기…! 타이머가 카운터 괴롭혀요…! 거기 누구 없나요! (운동이라니… 형이랑 하는 다른 운동은 좋은데 이런 건 싫습니다! 욕실에서 빠져나가려 합니다. 또한 눈치챘습니다.)
(이 신성현, 일부러 나 자극해서 도망치거나 진짜로 수영 시키거나 둘 중 하나로 기력 빼놓을 생각이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쓸데없이 똑똑하군. 벌써 11시라 다들 일어나서 각자 할 일 하고 있을걸. 포기해, 이연화. (정답이다. 우리가 가진 중력을 이용하면 이연화를 강제로 수영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제는 그의 기력을 빼놓지 않은 첫날 밤이라 이 사단이 난 것이다. 평소에 이렇게 힘을 빼두면…! 분명 체력 약한 이연화가 먼저 떨어져 나갈 것이다. 도망치려는 당신을 가볍게 잡아 도로 욕실에 집어넣는다. 이번에는 자신이 악마의 웃음이었다.)
넌 지치기 전엔 여기 못 나가.

그렇게 신성현과 욕실에서 이렇고 저런 짓을 하겠다는 당신의 계획은, 지나친 어젯밤의 행위로 충격을 받은 파트너에 의해 부서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욕실에서 참방이는 물소리가 울리고… 두 파트너가 옥신각신 투탁이는 소리가 울려 펴졌습니다.
신성현은 자신이 한 말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네, 당신이 지칠 때까지 안 놔주었다는 뜻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욕실에서 나올 땐 녹초가 되어있었습니다. 결코 얕지 않은 물에 넣어 자신을 수영시켜 버리는 신성현과, 도망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 틈을 능력도 사용해 빠져나가려는 등… 모든 게 제 기력을 빼내는 계략이었습니다. 쌩쌩한 아침과 다르게 신성현의 품에 늘어져서 들려 나옵니다.) 나쁜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래, 그래. 다음엔 적당히 해. (계획대로 이연화가 그럴 생각은 하지도 못하게 녹초로 만들어 주었다. 지끈거리던 근육통은 당신과 투탁일 때 어느 정도 풀렸고, 멍하던 정신도 돌아왔다. 늘어진 이연화를 안아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욕실을 벗어난다. 보상으로 슬 쓰다듬는다.)

이런저런 말을 나누고, 식당에서 녹초가 되는 바람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드디어 오후 느즈막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어 나를 버스가 DOT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바다에 데려가 주겠단 하인리히 장교의 약속 때문입니다.
정식 임무는 아니기에 간단한 교복 차림새로 내려오면 운전사와 리슬러 부관이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침에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오늘의 메인 일정은 바다라 해도 무방합니다. 신성현과 바다 데이트를 갈 핑계가 생긴 거예요. 따뜻한 겉옷과 목도리를 두른 이연화가 신성현의 손을 잡고 잠자코 귀를 기울입니다.)

 

운전사

역시 두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운전사가 묻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괜찮습니다. 이미 일차적인 처리는 끝났어요. 그냥 둘러보고 올 뿐입니다.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 않지만 표정은 사뭇 심각해 보입니다.
다가오는 타이머와 카운터를 발견했는지 리슬러 부관이 사람 좋게 웃으며(이건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어떤 일을 벌이고 있을 때의 습관입니다) 운전사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리슬러 부관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리슬러 부관이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사라지고, 운전사가 우리를 부릅니다.

 

운전사

타시죠. (버스 문을 열어 탑승을 도와줍니다. 더 입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흐음. (촉이 옵니다.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이 괜히 12구역에 가는 게 아니라는 촉이. 미소 지은 이연화가 신성현과 버스에 탑니다. 운전사는 들리지 않게 속삭입니다.) ‘본보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너무 나간 추측이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최근에 일어난 일은 그것뿐이라 어찌 보면 가능성은 있어. 영 미심쩍은 부관의 태도가 걸리네. 일차적인 처리라…. (심증밖에 없어 확답은 주지 못했다. 당신과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에 타면 좌석마다 간단한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물과 음료수, 주먹밥과 과자 같은 것들입니다. 긴 운행을 대비한 수면 안대나 담요도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정된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맵니다. 의자를 푹 누르고 긴 시간 이동할 자세를 취했습니다. 달콤한 과자를 까거나 폭신한 담요를 무릎에 깔면서.) 사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당분간은 복잡한 생각 없이 형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정식 임무가 내려올 때까지는 며칠 더 남았잖아요. 나중에… 나중에 한꺼번에 생각해요. 나랑 놀아요, 형. (이 귀한 시간을 그냥 흐르게 둘 순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 옆을 당연하게 차지했다. 같은 시간 타이머와 카운터는 항상 함께였다. 포근하게 착석한 그의 손을 잡는다.) 지금 당장 알아본다고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나마 DOT가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해는 끼치지 않으니까… 미뤄두어도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겨울엔 필수로 나오는 귤을 까 당신의 입에 넣어준다. 달콤한 향이 풍겼다.)
물어보면 네게 한 짓을 그대로 답습하겠지. (그나마 친절했던 시설의 연구원. 그 자가 재해에 휩쓸려 행방불명된 것처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기대조차 없이 연락되었던 그 사람. DOT가 전해온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땐 그저 웃음만 났습니다. 부질없어요, 쓸데없어요. 이미 다 아는 이연화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무얼 속상해할까요. 내겐 아직 신성현이 있어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그가 내어준 귤을 먹고 당신 어깨에 기대, 느리게 호흡합니다.)
세계의 구원자, DOT, 그들이 만든 생명체 카운터… 그러라 해요. (고개를 살풋 듭니다. 당신의 입술을 탐스럽게 바라봅니다. 내가 이런 눈빛을 보내면 너는, 분명 입을 맞춰줄 거야. 희미하게 말했습니다.)
이연화를 존재하게 만드는 건 신성현이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잔잔하게 맞추는 시선은 전보다 깊어진 연결을 보냈다. 네가 말할 때 드러나는 숫자 10, 내가 당신을 바라볼 때 이어지는 숫자 10. 시간의 각인이 공명한다. 모든 것에 눈을 돌리고 나만을 바라본다는 방법을 택한 너를,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저것은 이연화가 버티는 방식이었다. 위태로운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내게 집중하는 것.)
신성현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이연화야. 그들이 무얼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발 딛는 곳엔 항상 옆에 있어 줄게. 자신만은 변함없는 이연화의 편이 될 것이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감고 깊어진 숨결을 즐겼습니다. 내 시간의 각인이 당신의 혀와 닿을 때 화한 온도가 느껴집니다. 당신의 존재가 제 온기를 높이는 감각. 날 숨 쉬게 만드는 애정, 사랑, 저 위태로운 것들로부터 견디게 해주는 도피처. 오늘의 키스는 새콤한 귤 맛이 났습니다. 황홀한 표정을 지어 젖은 입술을 핥았습니다.)
…담요로 가리고 하는 건 안 되겠죠. (이거 봐, 너로 인해 감정이 요동치잖아. 오직 너만 날 이렇게 만들 수 있어. 애타는 눈동자가 됩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안 돼. (단번에 이연화가 뭘 원하는지 알아듣는다는 게 부끄러웠다. 엄지로 당신의 젖은 입술을 훑는다. 원하는 거 대신 귤이나 더 넣어버렸다. 입안에 잔잔히 남은 과일 향이 유난히 달았다. 이연화와 관련된 것은 항상 생경했다. 생생하고, 달콤하고.) 차라리 밖을 구경해. 너 수도 나가는 거 처음이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매정하시네요.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던 어젯밤은 나만 진심이었나요? (짓궂은 장난입니다. 사르르 눈웃음 지은 이연화가 귤을 예쁘게 받아먹습니다. 당신의 말에 시선이 절로 밖을 향합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죠. 형이랑 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조용히 하라고 했을 텐데. 그렇게 운동시켜도 입은 기력이 넘쳐나는가 보군. (저 입이 닫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포기한다. 의자에 기대 당신이 바라보는 창밖을 주시했다.) 너는 나랑 여행 가서도 그런 짓 할 생각밖에 없지 않나? 그러지 말고 봐둬. 기분 전환에는 도움이 될 거다.

덜컹, 덜컹. 밤을 가르고 차가 도로 위를 내달립니다.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어 갑니다. 수도의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스쳐 지납니다.
보랏빛과 쪽빛으로 오묘하게 물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납니다.
제4구역과 제12구역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차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재빠르게 달려나갔습니다.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를 실은 차 안은 조용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의 차는 따로 있었으므로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운전사도 말이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건물, 느리게 회전하는 밤하늘을 바라본 이연화가 말없이 눈동자에 풍경을 담았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약간의 기분 전환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저 별 박힌 밤하늘이요. 신성현이 보여주던 것을 닮았습니다. 수도 내에 있는 하늘과 다르지 않을 그것이 수도를 나왔다고 새삼스레 느껴지다니.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한 걸까요. 신성현의 손을 만지작거립니다. 따뜻하게 있어서 잠이 솔솔 오는 것 같기도 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자신은 반짝이는 눈으로 구경하는 이연화를 구경했다. 3년 전 성인이 된 후 가끔 보아온 밖보다는 당신을 바라보는 게 좋았던 탓이다. 너는 밤하늘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나가는 수도의 건물과 차츰 변하는 구역의 풍경을 보면서 어떤 감상을 남길까. 스르륵 감기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싶지 않아 어깨만 내어준다. 잘 자, 이연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기분 좋은 수마에 빠져든 당신은 문득 따가운 겨울 바람을 느낍니다.
바람 냄새에 슬금슬금 소금기가 배기 시작한 것이 바다가 지척에 있는 듯했습니다.
어렴풋이 파도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쏴아아, 쏟아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슬금슬금 쏟아지는 바다 냄새, 차가운 겨울 바람. 코마니 호수와는 다른 느낌에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담요를 덮고 신성현의 온기를 느껴 춥지는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미약한 설렘이 느껴집니다. 이 역시 네가 옆에 있어서 가능한 일일 거예요. 파트너와 함께 처음 가는 바다라니.)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은 졸던 당신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누군가가 연 창문에서 흐르는 바람이 당신에게 추위를 남기지 않게끔 손으로 막아주었다가, 그가 눈을 뜨면 풍경을 잘 볼 수 있게 치워준다. 살짝 미소 지었다.) 거의 다 왔네.

신성현의 말대로 창에 서리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 저 멀리에 덩그러니 선 등대와 방파제를 쌓아 올린 테드라 포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흰 새들이 아직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를 헤매고 있습니다. 완벽한 겨울 바다의 풍경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겨울 바다…. (김 서린 창문에 손을 대면 수분이 손끝을 적셨습니다. 포말이 부서지는 화면, 신성현과 첫 실험을 나누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짭조름한 냄새가 반가운지, 별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코마니 호수나 실험이나 영 좋지 않은 기억들뿐인데 거부감은 들지 않고, 그렇다고 아주 설레는 건 또 아니라서요. 눈을 깜빡이기만 합니다.) 아침이 아니라 에메랄드색인지 잘 보이지 않는 게 아쉽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바다에 오는 건 처음인데 그와 얽힌 추억이 여러 개라는 게 생경함을 선사했다. 우리의 능력이 당신의 손끝과 수분처럼 얽혀든 그날, 정지된 세계를 구했던 그날. 이젠 함께 바다에 와 예쁜 밤하늘을 구경하고 있네. 감기 걸리지 않게 담요를 꼼꼼히 둘러준다.) 내일 볼 수 있을걸. 12구역에서 일 보는 동안 며칠 묵는다고 했어. 천천히 너 궁금했던 것들 구경하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정말요? 상냥하신 파트너 덕에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올 필요 없는 사람 데려온 장교님이 구경 정도는 허락해 주시겠죠. (잠결 서린 멍한 낯이 물러가고 정신을 되찾습니다. 쪽, 그의 뺨에 뽀뽀해요. 차가워진 손끝을 물려 영화를 감상하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12구역 여름 바다를 보러 갈래요. 형이랑 나, 단둘이. 크루즈 안 잊었어요. (웃음소리를 흘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갑자기 임무가 생기거나 그럴 확률은 낮은데, 혹시 몰라. 하지만 이제 정식 임관 받은 넌 아무 때나 여길 올 수 있어. 시간은 넉넉해. (어깨 토닥, 토닥. 크루즈에는 떨떠름하게 대답한다.) 그런 건 잊어도 돼… 여름 바다 보러 가자는 말은 좋아.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구역도, 여행지도. 너랑 가는 거 기대하고 있어. (많은 추억을 남겨야지. 후회하는 일 없도록.)

끼익, 느리고 끈적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 멈춰 섭니다.
하인리히 장교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대신 차를 완전히 주차한 운전사가 당부를 대신 전합니다.

 

운전사

장교님과 부관께선 먼저 들릴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게 가장 중요한 거거든요, 소곤대던 이연화가 운전사의 말을 듣고 끄덕입니다. 장교가 부관이 처리할 일이 뭘까요. 내가 생각하는 그 일과 관련된 게 맞을까요? 신성현과 함께하는 수도 밖 구경이라 미뤄두려던 생각이 밀려옵니다. 고개를 저어 떨쳐냈습니다.) 구경하러 가도 되는 건가요?

 

운전사

네, 앞서 말했듯이 늦지 않게만 부탁드립니다. 숙소는 저기입니다. (차 너머로 커다란 숙소를 가리킵니다. 늦은 밤임에도 방마다 불이 켜져 있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호텔이었습니다. 퍽 높이 솟아 있네요.)

고개를 다 들어도 까마득한 그것은 바닷가 근처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철썩. 그 아래 모래를 적시며 바다가 긴 호통을 칩니다.
파도가 이만큼 왔다가 저만큼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모래와 아슬아슬하게 닿는 파도는 꼭 바닷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보드랍네요. 공기가 차가운 탓에 오래 나가 있는 건 고역이 될 테지만.

 

운전사

휴식을 위해서 방문한 만큼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달받았습니다. 먼저 들어가서 체크인해 둘 테니, 천천히 들어오십시오. (깍듯하게 인사한 운전사가 먼저 떠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와 카운터는 어딜 가나 최고의 대접이라는 건가요. 이것 하나는 마음에 듭니다. 운전사가 떠나가자마자 멀쩡하게 고개를 홱 돌려, 당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렇대요 형. 우리 밤바다 보러 가요. 내일은 아침 바다 보러 가고 오늘은 저녁 바다 구경하러 가요. (안전벨트 풀고, 담요 풀고. 겉옷 챙겨서 일어납니다. 신성현을 끌어당기다시피 했습니다.) 빨리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진정해, 진정해. 12구역의 겨울은 네 생각보다 훨씬 추워. 감기 걸리지 않으려면 단단히 챙겨입어야 해. (오늘처럼 9시 타이머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면 말이지… 따라 일어나 이연화에게 목도리, 장갑 둘러준 뒤 따뜻한 겉옷을 꼭꼭 잠근다. 버스의 담요도 하나 챙겼다.) 갈까, 이연화. (손은 진작 잡아주고 있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오늘 둘러대서 겨우 치료받았으니까요…. (두 번이나 걸려서 찾아갈 때는 메이 란의 성질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알아들은 모양새로 얌전히 손길을 받다가, 당신이 이연화 챙기기를 완료해 말하면 따뜻한 손을 제 주머니에 구겨 넣습니다. 완전 무장이에요.) 응, 감기 걸리지 않게 조금만 구경할게요. (밤바다 때문에 신난 건 아닙니다. 신성현이랑 데이트한다는 생각에 신난 거예요. 총총 뛰어가는 걸음으로 밖을 나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제 정식 임관 받은 애들이라 쓸데없는 일에 능력 안 써줄걸… 마지막을 즐겨. (감기 걸리진 말고. 당신이 신나 보이는 건 크리스마스이브 데이트할 때, 어젯밤, 그리고 오늘이었다. 나랑 노는 게 그렇게 좋나. 하는 수 없이 귀여운 파트너를 따라간다. 당신에게 가둬진 손이 따뜻했다.) 천천히 가, 이연화. 넘어질라.

버스에서 내려 차가운 밤바다에 도달하자, 파도가 한층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머리 위에서 새가 까악까악, 안 어울리는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신성현과 함께하는 건 좋은데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귀소본능이 없는 건지, 길을 잃은 건지 모르겠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저렇게 울어대는 새와 비슷한 까마귀를 죽음의 상징이라고들 하죠. 저건 순백이지만요. 우리의 상황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연구원 아르고 살인 사건, 이별의 계절인 겨울, 아르고를 잃어 울던 애쉬, 당신과 나. 파도를 등지고 돌아선 이연화가 세상 아름답게 웃었습니다. 신발 너머로 밟히는 모래사장이 부드러웠습니다.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파도 포말처럼 퍼집니다.) 나 잡아봐요, 형. 이거 해보고 싶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죽음의 상징 같은 순백 새라. 저런 불길한 것을 너와 비교하고 싶지 않아. (퍽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새카만 자신과 새하얀 당신처럼, 세상 아름답게 웃지만 진심으로 웃어주는 적은 극히 드문 당신처럼. 보랏빛 하늘을 등지고 웃는 당신이 파도에 먹혀 사라질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넌 항상 도망치는 쪽이고 난 쫓는 쪽인가 봐. 보드라운 모래를 박찼다.) 금방 잡히지 않을 자신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은 너무 상냥해서 탈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겠죠? 소중한 파트너에게 불길한 건 단 한 점도 묻히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내 삶의 상징이 되어주잖아. (중력을 이용해 살짝 뜬 이연화가 뒷걸음질 칩니다. 사박,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나아갑니다. 당신과 비슷하게 빠른 능력이었습니다. 눈가가 곱게 접어듭니다.)
능력 안 쓴다는 말은 없었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내 파트너께서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 것 같군. (순전히 달리기로 잡는 줄 알았던 신성현은 멀어지는 당신을 황당하게 본다. 나는 못 쓸 줄 알고? 함께 중력을 두른 신성현이 당신의 뒤를 빠르게 쫓는다. 더해서, 당신의 뒤를 할퀴듯 부여잡자 이연화의 중력이 제게 끌어당겨지기 시작한다.) 난 상냥하지 않아, 오히려 이기적이야. 그러니까 멀어지려는 널 이런 식으로 당겨오고 있지. (게다가 이연화를 멈추는 방법을 잘 써먹었다.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리 와, 이연화. 안아줄게. (그가 좋아하는 잘생긴 얼굴이 웃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윽, 그건 반칙…. (행성끼리의 중력처럼 이끌리는 감각을 느껴 벗어나려던 이연화는, …당신의 웃음에 반항을 멈추었습니다. 반칙이에요, 진짜 반칙이라고요. 순식간에 신성현에게 따라잡힌 이연화가 당신의 얼굴을 부루퉁하게 봅니다.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안겼습니다. 나 잡아보라고 시작한 치 몇 초도 안 지난 시점입니다.) 내 파트너께서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 것 같네요.
우리는 그런 걸 상냥하다고 불러요. 제멋대로인 파트너를 감싸 사랑해 주는 사람을,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부르죠. 어쨌든 나를 형이 감당해 주고 있는 거예요. (톡, 당신의 입술을 두드립니다. 신성현이 제게 지는 만큼 자신도 신성현에게 지는 운명입니다. 도망가지 못하고 안긴 게 그 증거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하는 말을 부정하지 않고 듣는다. 같은 생각은 아니야. 난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든지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었어. 설령 그게 세계에 위반하는 행동이라 해도… 여린 아이의 고통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다시 품에 끌어안긴 이 존재가 숨 쉬는 것을 확인한다. 놓쳤던 당신이 돌아오자 뛰던 심장이 안정된다. 쪽, 차가운 입술을 짧게 맞물린다.)
네가 날 감당하느라 사랑해 주고 있는 건 아니고? (신성현의 죄책감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그는 당신에게 이기적이며, 욕심 많은 파트너일 터다. 한 사람의 생을 통째로 앗아간 걸 당신의 애정과 비교할 수 있을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은 표정에 그 생각이 다 드러났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 저 밤바다와 꼭 닮은 심해 빛 눈동자는 죄책감을 담았고 파도가 치는 것에 따라 일렁여 자신을 담았습니다. 또 조심히 입 맞춰오는 몸짓이 저와 비슷한 고집을 담았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신성현은 이연화에게 죄인일 것이라고. 넌 죄인이 아닌 이연화의 최초인데. 당신이 맞물리는 것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입 맞춥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춥지 않았습니다.)
신성현. 이연화는 신성현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예요. (그 대답이면 됐습니다. 나의 탄생은, 나의 삶은, 나의 목적은 전부 당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감당하느라 사랑하는 것이 아닌,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나의 자의이기도 했습니다. 이마와 이마를 맞댑니다.)
내가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숨을 쉬겠다는데 감당할 게 무엇이 있겠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무게는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그런데, 품에 안긴 당신의 존재는 무겁게 느껴졌다. 운명이기도 자의이기도 한 사랑이라며 제게 모든 걸 거는 당신의 마음이, 네 숨이, 입맞춤이… 무거워. 이 감정이 들킬까 봐 눈을 감는다. 소금기 가득한 모래사장에 사뿐하게 내려주고, 가득 끌어안았다. 세계를 증오한다는 이연화가 실상 하는 행동이라곤 날 갈망하는 일밖에 없어. 그런 널 보는 나는 무슨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
난 널 만난 뒤로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내 곁을 지켜준 존재가 익숙해졌다. 한 몸처럼 사랑스러웠다. 그런 일을 겪은 네가 꾸준하게 날 사랑해 주는 것, 대가 없는 애정, 차라리 몰랐다면 쉽게 놓아줄 수 있었을 것들. 허나 알아버린 이상 놓아줄 수 없는 것들.)
세상에 널 숨 쉬게 하는 게 나밖에 없어도… 괜찮겠어? (정해져 있는 대답 중 하나일 텐데. 구태여 물어보고 싶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잠깐 방심하자마자 우리의 관계를 고민하는 신성현은 미련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볼까요. 이 관계의 주도권은 내가 아닌 신성현이 쥐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버리면 언제든 죽어버릴 수 있는 존재지만, 당신은 내가 없어도 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주도권이 내게 있는 것 같은 이유는… 그가 한없이 저를 끌어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투정 부리거나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어도, 이 바람처럼 차가운 냉기를 불어넣어도 저를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이연화는 기꺼이 신성현을 마주 안았습니다. 유영하던 몸이 이 땅에 각인됩니다.)
괜찮아요. 나는 형 없이 안 되고, 형도 나 없이 안 된다는 말은 간단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네가 무슨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 …우리가 떨어지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세계를 증오하나 당신만큼은 차마 증오할 수 없었던 내게 증오할 틈 없는 사랑을 주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생각 하지 않도록. 장교와, 부관과, 아르고와 뇌 보관통과 카운터의 그 모든 걸 신경 쓰지 않도록. 키스해요, 끌어안아요, 사랑해 주세요.)
내가 숨 쉬게 해주세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은… 어찌 이토록 일관적인지. 갈등하는 나와 다르게 어찌 그리도 한없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이것마저 도피하기 위한 일환인가. 사랑에 눈을 돌리면 당신을 상처 줄 일들이 너무 많아서, 내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인가. 세계가 당신을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하지 않아서… 꽉 안았던 팔에 힘을 푼다. 고개가 떨어져 나오고, 당신을 바라본다. 제 시간의 각인에 카운터를 새겼다. 나는 네 모든 감정을 받아 삼키기로 했어. 심장을 찌르는 칼이나 냉기나 감당할 각오가 된 사람이야. 그런 내가 널 놓을 리 없잖아. 싫어할 리 없잖아.)
(떨리는 숨결을 뱉는다. 겨울바람이 추워서 그런 것인지 감정이 요동쳐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아까 했던 간단한 스킨십이 아닌 당신에게 숨을 내어주는 행위였다. 입술 틈을 벌려 달이 차오르는 당신에게 호흡을 전한다. 이연화의 머리칼을 쓸어내린다. 당신이 말하는 사실을 알아들었다.)
네가 숨 쉴 수 있도록… 키스하고, 끌어안고, 사랑해 줄게. 이거면 돼?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짭조름한 소금 향이 풍기는 추운 밤, 겨울 바다에서 나누는 키스는 소금 맛이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키스할 때 느끼는 향은 온전히 시간으로 각인됩니다. 처음 나누었던 눈물 맛, 벅찬 호흡 맛, 귤 맛, 사탕 맛, 바다 맛… 모든 게 나를 채워줘요. 내 흉터를 가려 어두운 밤을 만월로 비춰줘요. 일그러진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도록, 저를 사랑하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없도록. 이보다 완벽한 도피처는 없을 것입니다. 떨어진 뒤에도 당신의 입술을 함뿍 물었습니다.)
잘 알아들었네요. 그거면 돼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요. 형은 나만 바라봐요. 나만 사랑하고, 나만 생각해요. 그렇게 이연화는 살아갈 수 있게 될 거예요. 형으로 인해, 형을 위해 태어나서…. (당신에게 폭 안겼습니다. 온통 맞닿은 지금, 12구역의 매서운 바람은 저를 춥게 만들 수 없었습니다.)
사랑해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살며시 이마를 맞댄다. 당신이 어젯밤 해준 이야기가 떠올라. 꽉 잡은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이 반지는, 청혼이 아닌 우리 둘을 묶어주는 행위라고. 그때부터 당신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을. 신성현이 이연화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정해진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의 이끌림, 심장 소리, 애정. 당신이 완전히 차오른 날 신성현은 이연화에게 종속되었다.)
(평화롭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마주하기 싫은 진실을 망각한 채 사는 게 네가 행복한 도피처라고 결정지었으니, 나는 묵묵히 따라갈 생각이었다. 세상이 허락하는 한 타이머는 카운터와 살아 숨 쉬겠지. 추운 바람이 그를 파고들 수 없게 이연화를 감쌌다.) 알았어. 네가 나로 인해, 나를 위해 태어나 살면… 나는 너로 인해, 너를 위해 존재해 살겠어. 걱정 마. 신성현은 타이머인 이상 파트너인 카운터 외의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
사랑해, 이연화.

날씨 탓일까.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두 사람이 거닌 발자국만 도장 자국인 양 바닥에 남아있습니다.
밤하늘과 맞닿은 수면의 경계선을 구별할 수가 없어서 위와 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짭조름한 바람을 타고……
장미 향기가 스며듭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누군가는 지루하게 느껴질 이 평화가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상입니다.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곧 세계의 구원자인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싫어요, 이대로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요. 그런 바람은 산뜻하게 흘러들어오는 장미 향에 가려졌습니다. 불길한 바람을 타고 예언이 흘러들어오듯… 고개가 돌아갔습니다.) …장미 향기?

캐릭터 인장

신성현

(같은 것을 맡았다. 장미 향기가 풍겨왔을 때 꼭 좋은 일이 일어난 적 없었다. 멸망의 예언처럼 새벽 별이 떠오르듯, 세계가 무너지듯, 파도가 밀려오듯 푸른 냄새의 근원지를 찾는다.) 여긴 꽃이 피는 곳이 아닌데.

염분이 짙은 땅에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장미가 필 턱이 없는 곳이에요.
향기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절벽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린아이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바다로 내던지고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이리로 흘러든 듯싶습니다.
이제 막 열 살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아이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립니다.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종 찬물이 신발을 적시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신발의 둥근 앞코에 거뭇한 물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한참 울었는지 눈가가 불그스름합니다.
오래 나와 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야, 코끝도 그랬으니까.

캐릭터 인장

이연화

(곤란하군요. 마음 약한 신성현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에요. 목도리에 코를 묻었습니다. 그제야 붉어진 제 코끝이 느껴졌어요. 대화에 심취해 못 느꼈습니다.) 다가가 볼까요? 나는 몰라도 형은 못 지나칠 게 뻔하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정곡을 찔린 눈이었다. 당신의 붉어진 볼을 손으로 감싸 따듯하게 만든다.) 미안, 어차피 너도 슬슬 추워하는 것 같으니 돌아가는 겸 말 걸어보자. 우리가 온 곳에 큰일이 나면 곤란하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미안해 할 게 뭐가 있겠어요. 형이 대부분 돌봐줄 텐데요. 어린아이는 이제 내 적수가 안 돼요. (그게 문제였나 봅니다. 신성현의 온기에 조금 풀어지면, 그와 함께 아이 쪽으로 가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게 문제구나. 음… 그래, 고맙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좋아해야 하나, 어린아이한테 그러지 말라고 한 소리 해야 하나. 당신이 삐지기 전 입을 다물기로 택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아이가 고개를 듭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아, 이 아이…… 그 아이입니다.
코마니 호숫가 난간에 매달려 있던 아이. 당신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당황하는 법 없이 짧게 고개를 까닥입니다.
아이답지 않은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행동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 아이? 퍼뜩 떠올립니다. 타이머임을 바로 알아보고 이상한 말을 했던. 지금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요. 가만히 있으려던 계획을 변경해 말을 겁니다.) 이런 곳에서 뭐 해요? 감기 걸리겠어요. (다정한 투를 꾸며냅니다.)

 

아리아

아빠한테 인사를 하러 왔어요. (한참 말이 없던 아이는 마지막으로 꽃다발을 품에 꽉 끌어안습니다.) 우리 아빠가 여기에 있거든요. 타이머님과 카운터님은요?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그의 시야에 맞춰 무릎을 숙여줍니다. 7년간 많이 자랐네요, 이 아이도.) 볼 일이 있어 들렀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장교님과 부관님의 일에 얻어 탄 정도. 거의 놀러 온 거죠. (장미를 꺾고 던져주는 저 행위와 붉은 눈가… 혹시.) …아빠가 이곳에 계세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무언가를 알아챈 신성현이 곤란하게 당시처럼 무릎을 굽힌다.) 원래는 흰 국화인데, 아빠가 파란 장미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당신의 예상이 맞았다.)

아마 화장한 후 유골을 바다에 흩뿌린 모양이에요. 요새는 꽤 흔한 장례방식이었고, 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는 방식도 퍽 흔한 것이니.

 

아리아

맞아요. 원래는 그게 맞지만 아빠는 이걸 더 좋아할 거예요. (시선이 알맞게 내려온 두 사람에게 향합니다.)

아빠의 죽음을 추모하러 온 건지,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이의 바람을 알 것 같았지만 확실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본인조차도 어느 쪽이 우선인지 구별할 수 없을 테죠.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장한 마음이에요. 그분도 당신의 마음을 알아주실 거예요. (푸른 장미, 마침 이곳에 온 장교와 부관, 본보기… 생각이 하나 스쳐 지나갑니다. 아르고, 아리아. 설마.) 하나만 물어보고 싶어요. 친구의 아빠가 혹시… 아르고, 라는 분이신가요?

 

아리아

(멍하니 있던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제 아빠가 맞아요. 아빠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었대요. 아빠에게, 아직도 나보다 중요한 것이 뭐였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아빠가 제일 중요했는데. 물론 엄마도 중요하지만. (두서없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뇌 보관통과 아르고, 아리아, 해야 하는 일. 저를 만들고 이곳에 살아 숨 쉬게 한 그자의 아이가 눈앞에 있다니.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아르고는 추측 상 살해당한 거겠죠. 괜히 말을 꺼내진 않습니다.) 아빠도 당신이 가장 중요했을 거예요. 아끼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그런 사정을 털어놓진 않았을걸요. 정말 아이보다 일이 중요한 사람은… 아이를 신경 쓰지 않아요. 분명 그래요. (신성현을 흉내 내 쓰다듬.)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맞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을 말해주지 못한 것은, 당신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 정도면 위험한 일이었을 겁니다. (아이 달래는 것엔 일가견이 있는 신성현이 다정하게 달랜다.)

 

아리아

…정말요? (두 사람의 말에 마음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젖어든 발끝을 꼼지락거리다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진 몰라요. 다만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어요. 장미가 가득한 아치문이라고, 축제 때 아빠를 보러 놀러 갔었던 거예요. 공원에 기인 터널이 있는데, 그거랑 똑같이 생긴 문을 만들겠다고….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어요.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아이는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를 꺾다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있잖아요, 장미로 만든 아치문을 본 적 있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이가 눈치가 빠르지 않은 일반인이라 다행입니다. 숨이 멈추고, 손끝이 움찔댑니다. 빠르게 돌아와 웃었지만 신성현은 느꼈을 것입니다. 아치문, 공원, 그가 말하는 건 하나뿐이에요. 말해도 될까, 말까. 고민은 짧았습니다. 말해봤자 죽은 아르고와 어린아이가 무엇을 하겠나요. 여기서 더 추락할 곳도 없었습니다.) 본 적 있어요. 그것은 우리를 가야할 길로 인도해 주었죠. 축제 날 빼고 더 이상 나타난 적은 없어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이가 말하는 것은 공원에 있는 흔한 아치문이 아닌, 이연화가 언급한 아치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아닌 당신의 허락을 받아야 했으니, 먼저 꺼낸 것을 허락으로 받아들인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 문 같았습니다. 저희를 제외한 사람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대화 끝에 아이는 고개를 숙입니다.
어느새 모든 꽃송이는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파란 물결과 파란 꽃잎. 한데 어우러져 경계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아리아

알겠어요. 오빠들한테는 건네줘도 될 것 같아요. (물끄러미 고개를 든 아이가 당신에게 작은 상자를 건넵니다.) 언니랑 오빠들을 만나려고 기다렸어요.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아빠가… 마지막으로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양심으로 인해 사는 내내 시달린다는 아르고. 그래도, 양심을 따라 행동하고자 한다면…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영상 속에서 보던 그것은 이걸 말한 걸까요. 아이가 내민 상자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듭니다.) 아르고 씨는 미래까지 내다보신 거예요. 당신을 지키려고, 우리에게 이것을 전해 주려고. 정말 고마워요, 아리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전해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감사합니다. 이 도움은 잊지 않겠습니다. (이연화의 손을 덮는다.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아리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당신이 상자를 받으면 아이는 배시시 웃습니다.) 엄마가 걱정할 거예요. 들어가 봐야겠어요. 오늘 밤에 떠나기로 했어요. (웃는 얼굴은 결단코 앳되지 않았습니다. 툭툭, 신발에 묻은 모래를 걷어낸 아이가 꾸벅 인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조심히 들어가요, 안녕. 인연이 닿을 때 또 만나요. (할 일을 끝낸 아이는 보내줘야지요. 이것을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한 걸음 물러섭니다. 아이에게 손을 흔드는 이연화는 더 이상 떨지 않았습니다. 내 옆엔 신성현이 있어요. 뭐가 들어있든… 제 파트너만 있으면 돼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바람이 찹니다. 건강 조심히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당신과 물러나 아이를 보내준다. 멀어지는 아이를 걱정스레 마중했다. 아르고를 본보기로 삼은 장교와 부관에게 눈에 띄지 않기를. 이연화의 빈 손을 잡았다.)

아이는 저 멀리 달려가 버립니다.
당신이 든 흰 상자에는 어떤 무늬도, 글씨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왜 이것을 전하라고 한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이가 완전히 떠난 후 이연화의 얼굴은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싸늘한, 조금은 불안한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봅니다.) 이 안에 그때 보았던 진실처럼 돌이킬 수 없는 내용이 있을까요, 우리의 평화가… 다시 한번 깨지게 될까요. (어쩐지 내내 불안한 느낌이 들더라니. 입술을 깨문 이연화가 당신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후를 예상해서 아이에게 상자를 맡긴 게 너무 불안해. 뇌 영상에서 보던 그는 양심에 괴로워하고, 어느 기회를… 얻는다고 했어. 그게 이것일까. (당신도 나도 상자를 열어보기 전엔 알 수 없었다. 뚜껑을 꾹 누른다.) 이연화. 열지 않아도 돼, 도망쳐도 돼.
이곳에 뭐가 들어있든 간에… 나는 널 떠나지 않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말을 들은 이연화는 오히려 차분히 진정되었습니다. 무슨 진실이 나타나든 간에 내 옆에 있어 주겠다는 말. 손 온도와 알맞게 익은 반지가 느껴집니다. 심호흡합니다.) 형 말이 맞아요. 열지 않아도 되고 도망치지 않아도 되겠죠. 형은 뭘 해도 내 옆에 있어 줄 거니까.
그래서 나는 이 상자를 열 거예요. 어느 쪽이든 형이 내 옆을 떠나지 않겠다면, 진실을 파악하고 DOT가 무슨 속셈인지 알아버릴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건 내 성격이 아니에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너의 선택은 그것인가. 세계에 상처받아 도망치면서도 도망치지 않는구나. 모순투성이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도 모순투성이였다. 누르고 있던 상자 위 손을 거둔다. 옅게 미소 지었다.) 강하네, 내 파트너는. 그렇다면 함께 열어보자. 아르고가 아이를 시켜 우리에게 전해주려 하던 게 과연 무엇일지.
DOT는 무슨 속셈이며, 그들이 하던 것은 정녕 무엇이고 왜 죄책감을 가졌는지. 생각하자.

캐릭터 인장

이연화

세계는… 우리가 평생 회피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거겠죠. 나를 강하게 만든 건 형이에요. 진짜 강한 타이머가 있어서 나아갈 수 있는 거예요.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상황임에도 당신을 따라 미소 지었습니다. 기이하게 일정한 고동이, 목소리가 저를 안정시켰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우리의 손은 떨어지지 않아요.)
머리를 굴릴 때예요. (상자를 엽니다.)

뚜껑을 열자 제일 위에 놓인 것은 사원증이었습니다.
세 번째 보는 얼굴입니다.
첫 번째는 지하 2층의 기억 속에서, 두 번째는 모자이크로 엉망이 된 뉴스 속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
여태까지 본 얼굴 중 제일 선명합니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었습니다.
선량한 얼굴의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까 본 아이와 많이 닮았습니다.
상자에는 장미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상자 속은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단출했는데, 사원증 옆에 누워있는 것은 익숙한 그 앰플 뿐입니다.
두 사람이 지하 2층을 목격하지 못했노라면 도저히 눈치챌 수 없는 내용물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아이를 닮은 아르고의 사원증. 자신임을 증명하는 신분, 선명한 얼굴, 살아있었던 사람. 사원증을 매만지던 손길은 그 옆 앰플에서 멈춥니다. 숨을 들이켠 이연화가 장미 향기와 소독약 냄새를 맡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카운터의 근간. 앰플을 들었습니다.) 이걸 왜… 설마, 정체를 알면 아르고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알 수 있다는 뜻인가. 우리가 잠들어 있었던 통 속의 액체를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밤 속에서 너무나 선명한 파란색.)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 안에 진실을 적은 편지나 서류라도 있을 줄 알았다. 정작 든 것은 신분을 증명하는 아르고의 사원증과 우리가 보아 온 카운터의 근간, 파란색 앰플. 타이머가 아닌 카운터들만 주입 당한 능력 안정제, 라는 것. 당신이 든 새파란 색에 심장이 조여왔다.) 카운터의 근원을 알려주고, 앰플을 연구하길 바랐다던가. DOT가 무슨 수로 카운터를 만들었는지. 네 존재는 무엇인지. (말하면서도 호흡이 답답했다.)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우연이었을까요? DOT의 수작이었던 가요?
그도 아니라면 제3의 계획 중 하나였던 걸까요?
불친절한 선물은 오히려 의심만 가중합니다.
앰플 속의 그 액체는 여느 때처럼 느릿하게 흔들립니다. 그때와 꼭 같은 색으로.
그러나 당신이 앰플이 담긴 병을 만지는 순간, 미끄러진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도가 고개를 듭니다.
마치 바닷속에 잠자는 괴물을 깨우기라도 한 것처럼 커다란 파도였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무슨 수로―, (이연화의 말은 길지 않았습니다. 잠깐의 방심, 약간의 틈. 떨리는 손끝으로 미끄러져 내린 앰플이 깨지면… 코앞에 도달한 것은 커다란 파도였습니다. 모두를 집어삼킬 파도. 그것을 본 이연화가 움직인 건 본능에 가까웠습니다. 능력이라든지, 소리라든지 칠 겨를이 없었습니다. 제 옆에 있을 신성현의 손을 쥐는 일만이 당장 떠오르는 일이었습니다. 울부짖는 파도 소리 속에서 외쳤습니다.)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귀가 먹먹했다. 나는 호흡이 답답해서 잠깐 이명이라도 들리는 줄 알았다. 눈을 한 번 깜빡이자 괴물처럼 커다란 파도가 우리에게 덮쳐오고 요란한 비명을 남겼다. 파아란 폭풍 속에서 내 눈에 비추어진 건, 저를 잡아 오는 파트너… 이연화였다. 본능이 당신이 내민 손을 잡았다. 꽉 쥐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 입술을 열어 당신만 볼 수 있는 모양을 외친다.) 이연화, (놓지 마. 이 파도에 휩쓸리더라도.)

파도가 순식간에 타이머와 카운터를 쓸어가고, 철썩, 바닥을 내리치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모래만 남았을 뿐.
《씬 종료》
◆ #Scene 8. 어떤 숫자의 규칙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1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5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7 → 88
[ 신성현 ] 침식률 : 70 → 75

천지에 짠 내음이 가득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고, 흰 포말 터지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망망대해에 난파된 배처럼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둘리며 사지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는 감각이란 이런 것인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숨을 쉴 수 없으나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때.
깜빡.
불을 켜는 것처럼 눈이 떠집니다.
눈꺼풀을 파르라니 털면 소금기와 물기가 후두두 털려 나갑니다. 조금 따가운 것도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허억, 제 손을 잡아주는 신성현을 끝으로 의식이 돌아옵니다. 거친 숨을 토해냈습니다. 따가운 물기와 소금기가 떨어져 나가고, 힘겹게 눈뜹니다. 여긴 어디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신성현?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의 손을 부여잡아 버틴 신성현의 숨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함께 숨을 참았다가 같은 소금기를 털어내 내쉬는 것이다. 얕게 앓는 소리, 정신을 차리는 소리. 푸른 눈동자가 당신을 찾으면 안심한다.) 여기 있어, 이연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방금, 앰플이 깨졌고, 바다가 요동쳤으며, 파도가 휩쓸더니……
신성현과 당신이 눈을 뜬 곳은 아주 작은 섬입니다. 한달음에 섬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우리만 이동 됐나 봐요. 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신성현은 무사하구나… 이럴 때가 아니었습니다. 쓰러져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면 푹 젖은 물기와 모래가 떨어집니다. 흔들리는 눈으로 두리번거립니다.) 여긴 대체 어디일까요, 공간을 이동시키는 능력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어요. 나조차 가본 곳의 게이트를 여는 게 한계잖아요. (와본 적 없는 공간인 것 같은데. 섬?)

캐릭터 인장

신성현

그 앰플이 깨지면서 뭔가 발동되었다든가, 그게 매개체였다든가. 환각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한걸. 혹은… 감각까지 구현할 수 있는 환각일 수도 있겠지. (가능성은 낮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가운 겨울에 푹 젖은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감기 걸리겠어.) 푸른 장미 아치처럼 괜히 데려온 건 아닐 텐데.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커다란 등대가 유일합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밤과 겨울, 바다와 모래.
모든 구성 요소는 똑같았으나, 그 무엇도 같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는 별 대신 먹구름이 가득했고, 바다는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새까맸고, 모래는…… 질척거립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이잉, 길고 가느다란 곡소리가 났습니다.
파도가 키만큼 솟았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디를 둘러봐도 배며, 사람, 마을, 우리가 타고 온 차라거나 묵기로 한 호텔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바다, 바다, 바다뿐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무것도 없어요. 밤과 겨울인 건 똑같은데 풍경이 전혀 달라요. …어느 미래, 과거, 세상일까요? 그 앰플과 여기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신성현이 다가와 주자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온기를 빼앗아가는 물기로 새파래진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건 등대가 유일하니 저기라도 가봐요. 가만히 있다가 얼어 죽을 순 없어요. (움직여서 체온을 보존해야 해. 당신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다 잊은 것을 떠올립니다.) 아, 상자는?

바다에 휩쓸리며 어디로 떠내려간 건지 당신의 손은 비어있습니다. 유일하게 잡은 것이 파트너의 손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함께 휩쓸렸으니 그 상자도 무사하긴 힘들 것 같군. 당장 찾긴 힘들 것 같아, 네 체온과 따뜻한 걸 확보하고 돌아다니든 해보자. 그러려면 유일하게 있는 저 등대에 가보는 게 좋겠어. 여기가 정말 미래, 과거, 혹은 다른 세상일까… 돌아갈 방법이 있었음 좋겠는데. (당신의 옆에서 가느다란 바람을 막는다. 빠르게 따라간다.)

어두워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섬의 테두리, 질척한 회색 모래 위로 낡은 배가 쓰러져 있고 그 위로 사람의 뼈 같은 것이 굴러다닙니다.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배라곤 해도 어찌나 오래되었던지 먼지가 자욱하고, 손을 대면 부스스 부서지는 수준입니다. 무엇 하나 성하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고 돌아가기엔 거친 바다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타고 갈만한 배도 아니에요.
영문을 알 수 없어 보이는 곳에라도 가 보면, 가까워진 등대에 쓰여있는 숫자를 발견합니다.
13.
……배의 파편과 시체의 뼈, 검고 자욱한 안개 같은 먹구름, 거세게 흔들리는 성난 파도까지.
설마 제13구역인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괜찮아요, 이미 깨져버린 앰플과 사원증 빼고는 별로 중요한 상자가 아니었어요. 지금은 여길 어떻게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한…, (등대까지 몇 걸음 남기지 않고 멈추었습니다. 한층 깊어진 당황을 담은 눈은 13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13? 어둠이 녹아든 심해라는, 그곳…?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심해라 들었는데….

캐릭터 인장

신성현

(신성현도 침음을 흘린다. 당황스러움에 눈을 몇 번 깜빡였을 정도였다. 소금기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13을, 작은 섬을 다시 둘러본다.) 배들의 무덤… 등대의 불빛도 들지 않는 곳이라 소문 난 이곳에 우리가 왜…. 하나는 확실해. 그 앰플, 평범한 앰플이 아니었던 것 같아. 평화롭기 짝이 없던 곳에서 큰 파도가 갑자기 일어난 것부터가 이상해.

당혹스러움이 성큼 다가옵니다. 제13구역이라니. 제12구역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서는 갈 수 없다는 곳이 아니던가요.
등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타이머와 카운터의 목소리와 파도 소리만 몇 번이고 메아리쳤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의 말이 맞아요. 머리가 가라앉으니까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앰플을 깨뜨리자마자 커졌던 괴물 같은 파도, 우리를 삼키고 무사히 13구역으로 데려온 그 앰플. 여기는 12구역의 절벽을 한참 지나야만, 하지만 살아서는 올 수 있는 곳이에요. 앰플이 인도해 준 거예요. (남은 선택지는 없습니다. 멈추었던 발을 활짝 열린 등대 안으로 이끕니다.) 마치 환영해주는 듯하군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우리가 사라진 걸 눈치챈 저쪽에서 먼저 구출할 방법은 없다는 소리네. 여긴 GPS에 인식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뿐이겠어. (당신에게 동의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 산 사람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무덤. 활짝 열린 등대 안으로 들어간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말이야.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의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소라의 껍데기처럼 둥글게, 둥글게……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엘리베이터도, 내려가는 계단도 없으므로 올라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걸어 올라가세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까마득한 위를 올려다봤습니다. 구불한 계단을 피해 날아가는 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추워요.) 몸 온도를 올릴 겸 걸어가야겠어요. 어느 정도 데워지고 나서 날아가요. (한 계단, 저 위에 무엇이 있을지 심장이 빨라집니다. 흡사 지하 2층을 발견했던 그날과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불의 타이머와 카운터가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중력은 추위에는 영 쓸모가 없어, 날아가는 것만 편하지. (대신 능력 부담을 받는 것도 우리였다. 뭐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힘을 낭비하는 건 옳지 않은 선택이다. 이연화와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섬의 광경과 달리 등대만은 새것처럼 깨끗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13구역이라면…… 등대는 누가 세운 걸까요? 어떻게 이런 곳에 등대를 세운 거죠?
반지르르한 난간은 깨끗하기 짝이 없어서,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마지막 층에 도착할 때까지 회칠한 벽은 깨끗했고, 나무 계단도 얌전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외려 불안을 부추깁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만히 걸어 올라가던 이연화가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차분하게, 조용히 입을 엽니다.) 우리가 지하 2층을 발견한 때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새것처럼 깨끗한 등대, 이곳으로 데려다준 앰플, DOT와 타이머 그리고 카운터… 추측되는 게 너무 많아요. 카운터의 존재와 등대, 13구역이 관련 없진 않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르고는 그 일을 후회한다고 했고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거야. 등대의 불빛이 들지 않는 13구역에 누가 새것 같은 등대를 세웠는가, 그 목적은 무엇인가까지 세세하게 알 순 없어도. 너무 조용해서 불길해. (먼지가 별로 묻어나지 않는 나선 계단 벽을 쓸었다. 물기 젖은 장갑의 흔적이 그대로 남는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여기로 데려오는 것 또한 아르고가 의도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의 말을 듣고 생각한 겁니다. 그가 등대에 남기는 흔적은, 머지않아 어둠과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았습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고요히 울리는 게 폭풍전야로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요. 평범하지 않은 장소와 등대, 저 너머에 있을 진실이 무서운 거예요.) 나는 파란 장미가 싫어요. (동시에 좋습니다. 너와 날 엮어준 장미라서.)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해해. 향기를 몰고 올 때마다 사건을,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몰고 온 장미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푸른 장미가 상징한다는 기적은 불가능과 기적을 번갈아 몰고 오는 것 같아. (행운과 불운, 평화와 비일상까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당신과 하루를 즐기려는 게 또 부수어졌구나. 하늘이 비웃는 듯했다.) 앰플은 깨질 운명이었다는 건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불가능과 기적은 별 차이가 없을 거예요. 둘 중 하나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빛과 어둠같이, 서로 양립하는 존재.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신성현과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가, 축 늘어져 풀립니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갑니다.) 언제든지 열 때 이럴 작정이었던 거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양립하는 존재… 불가능이 있어서 그걸 넘어서는 기적이 존재하는 것이고, 기적이 있어서 그를 받쳐주는 불가능이 존재하는 것. 그럴 만해. 마침 0시와 13시는 빛과 어둠이니. (비슷하게 이곳을 올라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너도 나와 똑같을까.)

오르고 올라 마침내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합니다.
제일 먼저 탁 트인 바다가 보입니다.
주위는 여전히 어둑어둑합니다. 구경할만한 풍경도 없지만요.
여태까지와 달리 바닥은 먼지가 자욱합니다.
등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등대에는 여전히 타이머와 카운터뿐이었고, 바다는 황량했습니다.
수면은 너무 어두워서 여태껏 가라앉았을 모든 것들을 완벽히 숨기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 눈에는… 꼭 누군가가 비밀리에 만든 공간처럼 보이는데,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지하 2층의 실험을 거기만 숨겨놨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 아르고가, 혹은 누군가가 13구역을 이용해 숨겨놨다면. 이곳에 카운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면. 무거운 발을 디뎠습니다. 마침내 가장 높은 층에 들어섭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등대만 깨끗하고 여긴 먼지가 자욱한 게 기이하군. 이곳에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건 알겠어. 예측 불가능한 장소지만 중요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같아. (그래서 모든 것들을 완벽히 숨기고 있을 터였다. 숨길 필요가 없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최고층에 도달하자 빨라지던 심장 소리가 쿵, 쿵 울립니다. 불안함, 숨긴 무언가를 발견한 기대감, 내 근원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의문. 안쪽으로 다가가 둘러봅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알아봐 주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만큼이나 신성현의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르고가 인도한 이곳에서 목격할 진실은 결코 지하 2층보다 무겁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위를 경계한다.) 네가 원한다면, 난 어디든 따라갈 거야.

《정보 수집 페이즈》
어두운 사위에서 당신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지하실의 천장에 모독적인 글씨가 가득했죠. 천장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체 보관실 같은 곳에서 봤던 모독적인 글씨들. 읽을 수도, 깨달을 수도 없는 것이었는데 여기도 있다고요? 천장을 봅니다.)

고개를 젖힌 당신의 눈에 천장이 들어옵니다. 흰 천장에는 기묘하게도 먼지 한 톨 앉지 않았습니다.
천장은 깨끗하건만 바닥은 엉망이라니.
어쨌건,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장이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천장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제0구역부터 제13구역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입니다.
세계의 위, 구역마다 파란 장미가 한 송이씩 피어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난 모습이 여름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날은 이토록 싸늘하게 얼어가고 있건만.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 천장의 지도 〈정보:DOT〉 7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형, 여기 봐요. 천장에 무슨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막 성인이 된 나보다는 3년 간 간간이 임무를 나간 신성현이 잘 알만한 지도입니다. 하늘의 천장을 가리킵니다.) 파란 장미가 피어있어. 구역의 타이머를 나타내는 건가?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을 따라 지도를 살핀다. 눈이 가늘어지고 샅샅이 훑는다.) 장미가 괜히 피어있는 건 아닐 거야. 무슨 표시를 해두었을 느낌인데, 지도를 왜 천장에 두었는지…. (머릿속을 헤집었다.)
(2+1)dx+1 정보:DOT 판정 (3DX10+1) > 8[1,6,8]+1 > 9
1d10 | 조사 침식 (1D10) > 8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75 → 83
[ 신성현 ] BN : 1 → 2

장미가 핀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세계 지도입니다.
……정말 당신이 배워온 지도가 이렇게 생겼던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무언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세계의 위, 파란 장미는 정확하게 14송이가 피어있습니다.
아니, 만개한 것이 14송이고 그 옆에 피어나는 새 봉오리까지 치자면 정확히 28송이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 (지도를 바라보는 눈은 의아함을 담고 있었다. 당신도 저 지도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중력으로 몸을 띄워 천장과 가까워진 신성현은 장미를 더듬는다.) 위치가 익숙해. 이거, 아마도…
구역마다 가장 높은 것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익숙하되 익숙하지 않은 이것을 무어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붕 떠오른 몸이 신성현의 옆에 다가갑니다. 그가 짚은 장미를 보고, 원래 지도를 떠올렸습니다.) 가장 높은 건물이요… 왜 이런 걸 표시해 둔 거죠? 장미 옆 봉오리는 또 뭘까요. (알면 알수록 의문만 가득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비슷하지만 낯선 지도와 푸른 장미 옆 피어나는 봉오리라니, 짐작도 안 돼. 확실한 건, 14개의 구역마다 가장 높은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장미의 꽃말은 기적. 그리고 가장 높은 것. 무슨 연관이 있는지 고민한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기묘한 광경입니다. 가장 높이 선 14개의 무언가. 그것은 꼭, 신화에서 등장하던……
신의 손가락과 같습니다.
세계를 이렇게 살펴보자니 신의 손아귀에 놓인 꼴입니다.
이상한 점이라면 장미가 모두 두 송이씩 피어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봉오리에 불과했지만 분명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구역의 탑을 가리킨다면 분명히 한 송이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의 손가락. (저것과 비슷한 설화가 지나갑니다. 바닥으로 내려와 천장의 지도 전체를 보고 읊조립니다.) 신의 손가락은 14개였고 신은 하나씩 꺾어 세계의 지표로 삼았어요. 장미는 그걸 의미하는 거예요. 정말 기적이 그 의미인지는 모르겠어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단편적인 정보뿐이에요. (뒷걸음질 쳐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왜 두 송이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네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해가 뜨고 달이 지면 세계 곳곳에 선 신의 손가락을 따라 그림자가 원만한 바퀴를 그렸고, 그로 인해 신은 처음으로 시간의 존재를 실감했지. 손가락들에 큰 복을 내려 눈을 감았어. (땅 위에 남은 신의 손가락만이 숫자와 시간을 주관하며 세계를 구성했다. 그래서 세계에는 14개의 숫자가 실존한다. 도밍게즈를 구성하는 요소의 존재 증명, 내려간 카운터를 바라본 신성현이 바닥을 가리켰다.) 아래에도 지도가 있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타이머는 원래 있던 존재고 카운터는 이번에 처음 꽃피운 존재죠. (타이머는 도밍게즈를 구성하는 요소의 존재 증명, 카운터는 그의 새로운 파트너. 시간이 선택한 타이머와 시간을 다시 세는 카운터… 설마, 고개를 내립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하던 말을 삼킨 신성현이 뒷말을 예상한다. 이미 개화한 장미와 피기 시작한 장미, 원래 존재하던 타이머와 막 태어난 카운터.) 우연이 두 번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아마….)

당신이 뒷걸음질 치며 바닥의 먼지를 쓸어 버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계입니다.
발아래 그려진 지도에는 어느 곳에도 꽃이 피어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도록 관리되지 않은 건 지 드문드문 지워지고 번지기까지 했습니다.
멸망한 세계의 유적처럼!
✦ 바닥의 지도 〈정보:DOT〉 7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을 달리했습니다. 신성현의 말을 듣고 확신이 생겼습니다. 장미는, 어쩌면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각 구역을 따라 태어나는 카운터는 한 명뿐이니 숫자와 현재 상황이 딱 일치합니다. 이번엔 무릎을 굽혀 바닥의 지도를 쓸었습니다.) 멸망한 세계의 유적 같군요. 이건 어느 지도이기에 방치되었을까. (눈에 담습니다.)
(2+2)dx+1 정보:DOT 판정 (4DX10+1) > 10[3,5,6,10]+6[6]+1 > 17
1d10 | 조사 침식 (1D10) > 8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88 → 96

캐릭터 인장

신성현

(공중에 떠 있던 발이 바닥을 딛는다. 당신이 보는 곳을 훑었다. 틀린 그림찾기를 하듯 번갈아 본 신성현이 깨닫는다.) 아니, 이건… 달라. 도밍게즈의 지도가 아니야.

정보가 공개됩니다.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당신의 집이 어디 있고, DOT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간이 멈추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처음 보는 듯 낯설게 느껴지던 천장의 도밍게즈 지도. 그리고 왜인지 눈에 익은 듯 익숙한 바닥의 지도. 가슴 속 불길한 불꽃이 커졌습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바닥을 쓸던 손을 꽉 쥡니다.) 도밍게즈 외에…, (갈라지는 목소리를 막은 건 마른기침. 어느새 자신이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막을 새도 없이 나머지 말소리가 흐릅니다.) 도밍게즈 외에, 존재하는 세계가 있나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멈춘 신성현은 흔들리는 눈을 감는다. 살살 고개 저었다.) 그런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이야기가 나온 적도 없어. (왜일까, 왜 이리 불안할까. 떼어지지 않는 발을 떼어내 당신에게 다가간다. 바닥을 꾹 쥔 손등을 덮었다.)

세계, 세계, 세계. 분명히 같은 세계인데……. 한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한쪽은 소홀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당신이 익히 알던 세계와 어딘가 달라 보였다면 이렇게 더러워졌기 때문일까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정말로, 이상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이상한지 채 알아채기 전에 파도가 들이칩니다.
거센소리에 귓속이 먹먹해지고 생각은 잡아 먹힙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짠 내음이 숨을 파고듭니다.
바다는 신의 눈물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눈물의 냄새를 맡은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숨을 들이켤 때 파도가 들이닥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내 흔들리는 표정을 보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입술에서 이어 흐를 말이 무엇일지 우리 둘 다 알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숨을 참습니다. 지도를 보고 느낀 감각에 휘말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신은 왜… 눈물을 흘리는지… 알 턱이 없었습니다. 역시 이곳은 환상인가요. 환상이라 갑자기, 높은 등대에 파도가 들이닥치나요.)

그저 눈이, 숨이, 어떤 경고 신호가 깜빡일 때…….
탕.
바닥으로 상자가 떨어집니다. 아까 아이가 건네주었던 그 상자입니다.
그 거친 물살을 함께 헤맸을 것이 분명한데도 상자는 깨끗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탓에 완전히 뚜껑이 열려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신성현과 이 작은 섬에 불시착할 때와 똑같습니다. 목을 쥐고, 제 손을 감싼 신성현을, 갑자기 떨어진 상자를 바라봤습니다. 전부 다 불가능한 것투성이에요.) 이건 환각이에요. 환각이 아니고서야 내가 보는 게 진짜일 리 없어요. (너는, 너는 진짜야? 당신을 돌아보기 무서웠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이번에 그 감각을 느낀 것은 당신뿐인지, 당신이 신성현을 돌아보지 못해 그의 상태를 알 수 없는 것인지 목소리는 낮게 들려왔다. 당신에게 보이지 못할 어느 표정을 지은 그가 손을 맞잡는다.) 괜찮아, 나는 여기에 있어. 네 옆에… 줄곧 함께. 이 풍경이 환각일지언정 신성현은 환각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달래주는 것뿐이구나.)

사원증을 꺼내고, 앰플을 꺼냈었죠. 그렇다면 상자의 안은 텅 비어있어야 하는데……
상자의 바닥 면이 미끄러지고 먼지를 긁어냅니다.
등대의 바닥에 지도를 따라 홈이 패여 있었고, 상자의 안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습니다.
상자가 뱉은 것은 낡은 서류 봉투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의 목소리가 들려와 심장이 가라앉고 호흡이 안정되면, 고개를 돌립니다. 두려움을 이겨내 바라본 곳에는 멀쩡히 살아 숨 쉬는 신성현이 있었습니다. 내 표정은 어떤 느낌일까요. 당신은… 이렇게나 그날 지하에서 봤던 표정을 짓고 있는데. 손가락 사이사이를 엮었습니다. 신의 손가락, 그것이 머리에서 떠나가질 않습니다.) 속삭여 줘요. 날 사랑한다고. (내게 보란 듯이 나타난 저걸 볼 용기를 줘.)

캐릭터 인장

신성현

(사람은 거울이 없다면 본인의 표정을 볼 수 없다. 지금은 불투명하고 캄캄한 유리마저 없으니 당신을 통해 제 심정을 확인한다. 너와 나 모두, 그날을 생각하고 있어. 툭 치면 바스라질 당신의 뺨을 감싸 속삭였다.) 사랑해. 신성현은 이미 이연화 거야… 네가 날 버리지 않는 한 우리가 떨어질 일은 없어. (차가운 온기가 느껴졌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진실은 언제나 가혹합니다. 강제로 들이닥쳐서 우리에게 현실을 알려준 뒤 떠납니다. 저것은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하기 전까지 우리를 보내주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손에 뺨을 부볐습니다. 소금기를 털어낸 속눈썹이 파르르 떨립니다. 추위, 두려움, 그 모든 것을 담아.) …나도 사랑해요. 형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선 안 돼. (자, 당신이 강요할 진실은 무엇일까. 회피를 그만두고 서류 봉투를 끌어온다. 안을 확인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위태로운 모습으로 계속 나아가는 당신을 어찌나 붙잡고 싶던지. 이 마음은 더 이상 당신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아는 것이 약일까, 혹은 독일까. 때로는 잔인한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만 온전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시간의 연결로 이루어진 파트너다. (아마도, 그래야만 한다.)

봉투를 열자 종이 냄새가 훅 끼칩니다. 오래도록 읽어보고 넘겨본 것인지 너덜너덜합니다. 군데군데 빈 페이지도 있고요.
급하게 복사했는지 글씨가 비뚤어서 정식으로 얻어낸 서류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서류의 첫 면에는 앰플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네, 우리가 본 그 액체이자 투여받은 앰플의 정체입니다.
…….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이것을 보노라면, 원래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그렇게 외칩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이 감겼습니다. 제 앞에 도달한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나의 도피처, 나의 안식. 나는 그저 당신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자연 재해를 몰아내는… ‘만들어진 카운터’에게 부여된 사명을 충족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맞습니다. 때로는 진실이 잔인한 칼날입니다. 곧 드러난 눈동자가 당신을 한 번 담고, 서류를 읽습니다.) 도망치게 두지 않는다는 거겠죠.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알고 싶지 않은 모든 걸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삶은 당신에게 행복한가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당신을 과연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우리는 언제까지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짧은 평화는 끝을 알렸다. 위태로운 유리가, 또다시 흔들린다.) 무지하도록 두지 않는다는 거고.

정보가 공개됩니다.
O'clock Ampule. DOT에서 지을 법한 이름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간 앰플인가. (직관적이고 우스운 이름이었습니다. 떨리는 입술을 끌어올립니다.) 카운터의 근원은 근원이라 할 수 있겠어요. 도망치게 두지 않고 무지하게 두지 않는다면, 함께 읽어요. (넌 내 파트너잖아. 같이 감당해 줘. 앰플의 제조 방법을 넘겼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와 함께하는 나는 옆에서 네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겠지.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자 책임져야 할 존재였다. 당신이 건넨 것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었다. 감당할 각오는 예전에 진작 마쳤으므로.) 알았어. 네 바람대로 할게. (사락, 종이를 넘겼다.)
(2+2)dx+1 정보:DOT 판정 (4DX10+1) > 8[2,6,6,8]+1 > 9
(재산 포인트 1점 사용.)

system

[ 신성현 ] 재산 P : 6 → 5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조사 침식 (1D10) > 2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83 → 85

첫 장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도밍게즈의 공용어도, 오래전에 사장된 문자도 아닙니다. 이 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글자입니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찝찝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앰플의 제조 방법이라고 했는데, DOT에서 개발해낸 것이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면 누가?
다음 장에는 도밍게즈 공용어로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보가 공개됩니다.
……그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이 읽어 내려가는 것에 따라 표정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지구의 대목에선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추위가 삽시간에 몰려오고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심정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닥 지도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짭조름한 바닷물 냄새를 맡았습니다. 지구, 지구, 지구…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을 되뇌었습니다.) 계속해요. 계속 읽어요, 형. (내가 감당할 진실을 네 입으로 전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 (당신을 따라 일어선다. 그가 가는 곳엔 자신이 함께해야 했다. 종이를 붙든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떨렸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은은한 장미 향기는 서늘한 바닷물 향기에 먹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이 감당해야 할 진실을 자신의 입으로 전하기 위해. 뻗으려던 손을 거둔다.) 앰플의… 역할.
(2+2)dx+1 정보:DOT 판정 (4DX10+1) > 10[5,5,9,10]+7[7]+1 > 18
1d10 | 조사 침식 (1D10) > 4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85 → 89

정보가 공개됩니다.
14개의 손가락, 그리고 28송이의 장미.
손가락이 상징하는 것은 신의 분신, 타이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장미가 왜 28송이인지는 너무나 자명하잖아요.
옆을 바라봅니다. 신성현이 보입니다.
혹시, 지금 손을 잡고 있었나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잡은 손을 크게 움찔거렸습니다. 허나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요, 할 수 없어요. 내 존재는 당신을 위해 당신에 의해 태어나서 당신만을 바라보고 살았는데 어떻게 놓겠습니까… 어떻게. 절로 당신을 바라본 이연화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어서. 일그러진 우리들의 관계와 닮아 있어서… 말을 삼켰습니다.) …난 괜찮아요. 네가 옆에 있잖아. (정말 괜찮을까.)

캐릭터 인장

신성현

(놓고 싶은 듯 움찔거리면서 정작 끝까지 잡아준 당신을 처참한 기분으로 마주했다. 네가 놓지 않는 한 이 손은 내가 먼저 놓을 수 없는 연결이다. 시간의, 우리의, 영혼의 연결이… 흔들린다. 따뜻했던 반지가 온기를 잃었다. 정말 괜찮아?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신성현은 이연화가 무얼 하든… 나도, 네가 옆에 있어서 괜찮아. (숨을 들이켰다. 눈을 질끈 감고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앰플의 사용 방법.)
(2+2)dx+1 정보:DOT 판정 (4DX10+1) > 5[2,3,4,5]+1 > 6
(재산 포인트 2점 사용.)

system

[ 신성현 ] 재산 P : 5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조사 침식 (1D10) > 5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89 → 94

정보가 공개됩니다.
카운터가 아니라 타이머라니.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타이머에겐 주입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 의심의 불길이 심장을 살라먹고 저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맞닿은 살갗의 온도는 차갑기 그지없는데 마음속만 울렁였습니다. 모든 것을 게워 낼 것 같아요. 당신의 마음과 내 마음이 어지럽게 얽혀 저를 비집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느새 악문 잇새 사이로 억눌린 목소리를 중얼거렸습니다.) 지구의 바닷물과 두 개의 지도, 두 개의 꽃과 두 개의 세계. (당신에게 가까워집니다. 마지막 장을, 넘겼습니다.) 나는 만들어진 게 아니야.
(마지막 쐐기를 박아줄 그 부작용 목차를, 당신에게 똑똑히 들이밉니다.) 읽어요. DOT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성큼 다가온 이연화는 어느덧 위태로움을 너머 불길을 키워가고 있었고, 모든 추위와 감정을 살라먹고 분노하고 있었다. 아니, 분노인가? 저것은 감히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감히 언급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신의 피가 숨을 죽인다. 시간이 멈춰 느리게 흘러간다. 당신과 시선을 맞출 수 없었다. 낯선 세계, 28개의 꽃송이, 지구라는 곳의 바닷물. 나는.) 도망 안 가. (이연화의 증오는 당연한 것이다.)
(2+2)dx+1 정보:DOT 판정 (4DX10+1) > 8[2,2,3,8]+1 > 9
(재산 포인트 3점 사용.)

system

[ 신성현 ] 재산 P : 3 → 0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조사 침식 (1D10) > 2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94 → 96

정보가 공개됩니다.
지구의 바닷물.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얽어야만 하는 손가락.
그리고…… 지구의 타이머.
일련의 상황이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머리 위의 세계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고, 두 사람은 발아래의 다른 세계를 짓밟고 서 있습니다.
생각해 봐요. 그 실험은 분명히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카운터들은 태어났죠.
어떻게 태어난 거죠? 분명히 전 세대의 타이머도, 타이머의 시체도 내놓은 부위라곤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창조했지만 그들은 신이 아닙니다.
분명히 기억합니다. 숨도 뼈도 얻지 못해 허물어지던 괴물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어떤 숫자의 규칙. 14개의 손가락과 14명의 타이머, 지구와 도밍게즈, 나는… 우리는… 그 순간, 종이가 신성현의 손에서 빠져나갑니다. 거칠게 날아올라 바닥 한구석에 처박힙니다. 내 생각을, 진실을 부정하는 그것. 날카롭기 짝이 없는 진실. 이곳의 모든 물체가 이연화로 인해 떠오릅니다. 누군가가 봤다면 폭주라 불러도 좋을 풍경이었습니다. 중력이 소거된 이 세계에서, 그가 천천히 신성현을 바라봅니다. 마주 잡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형… 말해봐요.
내가, 이연화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캐릭터 인장

신성현

(외면하던 진실이 들이닥친다. 너와 나의 심장을, 마음을 칼날로 헤집어 찢어놓는다. 손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차원과 차원을 가르는, 세계와 세계를 가르는… 벽이. 손가락을 빼낼 생각도 당신에게 다가갈 생각도 못 한 그는 그저 괴로워했다. 두어 번 숨을 들이켜고, 과호흡인 듯 내쉬었다. 이연화가 취해야 할 태도. 그가 내게 쏟아야 할 감정.) 이연화는….
세계를, 아니, 너를 데려온 이 도밍게즈를 원망해야 마땅하겠지. 모든 증거가 가리키고 있는 사실이 하나뿐이니까. 두 개의 지도가 알려주는 게 이토록 명확하니까.
넌…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지금, 어떤 기분이야?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어떤 기분이냐고요. (중력이 더욱더 요동칩니다. 꼭 당신이 세계를 원망하고 증오하라는 말에 동참하듯이요. 등대가 떨리고 공기가 진동합니다. 우리의 옷자락이 바람을 맞이한 것처럼 떠오릅니다. 불을 끄는 것처럼, 그리고 불을 켜는 것처럼. 해가 지는 것처럼,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네가 타이머인 것처럼, 그리고 내가 타이머인 것처럼.) 지금 내가 가장 화나는 게 뭔지 알아요?
모든 진실을 알았음에도 신성현을 보면 심장이 뛴다는 거예요. 죽여버리고 싶어. 치사량의 애정을 쏟고. 쏟고, 쏟아부어서… 그 아래에 파묻힌 네가 익사했으면 좋겠어. 끔찍하고 사랑스러워. (그 충동을 이제 알았습니다. 너와 나는 하나인 동시에 하나가 아니라서. 있어서는 안 될 곳에 함께 만나서. 한 걸음, 가까워집니다. 당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습니다.)
당신을 사랑해요. 끔찍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랑스러운 당신만을 사랑해요. (그것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눈빛이 보인다. 도망갈 수 없어 그저 제게 쏟아내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낸다. 버거운 것을 삼켜 녹여내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손가락에 꼭 맞는 반지가 뜨겁게 불타오른다. 끔찍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만을 사랑한다니. 통제되지 않는 감정이 흘러내렸다. 강제로 부여된 운명, 강제로 연결된 계약. 고개를 내린다. 얼굴을 덮었다.)
그러지 마. 차라리 나를 포함한 전부를 미워해. 증오하고 원망해서 불태워도 돼. 넌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 네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 세계의 것을 사랑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

캐릭터 인장

이연화

(울 것 같았습니다. 우리 둘 다, 쏟아 넘치는 물에 당장 무너질 댐을 손 하나로 막고 있었습니다. 금이 가 진동하는 댐을, 사이사이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댐을. 날 외면하려 덮은 당신의 손을 치워버립니다. 그대로 턱을 그러쥐어 바라보게 만듭니다.) 잔인해요? 내가, 불쌍해요? …그렇게 슬퍼할 정도로 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겠지. 네게 있어서 이연화란 그런 존재니까! 손이 아닌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습니다. 차가운 숨결이 뒤섞입니다.)
그럼 삼켜. 전부 받아내 삼키고 녹여내.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 세계에서 내 것이 되어줘. (키스해요, 끌어안아요, 사랑해 주세요. 언제나 결론은 하나입니다.)
내가 숨 쉬게 해줘.

캐릭터 인장

신성현

(엮이지 않아야 할 손가락이 얽혔다. 바라봐서는 안 되는 시선이 얽혔다. 세계가 뒤섞이고 우리는 만났다. 도밍게즈의 멸망을 피하고자 이연화를, 지구의 타이머를 이용한 것이다. 잔인해, 불쌍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널 애정하게 됐어. 눈빛에서 제 감정이 모조리 드러난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심해에 빠졌다가 건져 올려진 사람처럼 헐떡인다. 그의 달콤한 향이 풍겼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네겐 기만이고 우습기 짝이 없는 감정이야. 그 무엇도 이연화가 느낄 감정엔 비할 수 없어. 나는…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했었어. (태초부터 우린 그럴 수 없는 존재였구나. 이 만남이 운명이 아닌, 족쇄였구나. 내가 널 숨 쉬게 해줄 수 있을까.)
(그래서 더더욱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내가 당신을 거부하는 건 이연화가 잡은 마지막 구원줄을 끊어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신을 이 땅에 각인시켜 숨 쉬게 만드는 것이 신성현이었다. 고작 입맞춤 하나로… 사랑 하나로 네가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리할 터였다.)
(내가 네게 입 맞추는 이유는 하나야. 살아가. 살아가서 이 땅을 저주해, 원망해. 나는 그것을 위한 호흡이 되어줄게. 실상 어제와 달라진 게 없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덜덜 떨면서 결국 맞춰오는 입술은 소금기를 머금어 지나치게 짰고, 지나치게 차가웠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처럼. 이별의 겨울처럼. 참지 못해 눈을 감았습니다. 그것은 위기감이었습니다. 신성현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떨어져야 한다는,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 싫어, 도망치지 않아. 이제야 겨우 내 것을 쥐게 되었는데 또 도망치라니… 내겐 그것이 더 잔인해요. 차라리 손에 쥐여주질 말지. 그랬다면 망설임 없이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한 번 맞물린 손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요동치던 감정이 가라앉습니다. 폭풍에서 거친 파도로 바뀐 것이지만, 아까보다는 머릿속이 깨끗해졌습니다. 떠올랐던 물건이 내려앉고 이연화는 신성현의 손목이 아니라 볼을 감쌌습니다. 뒤통수를 쓰다듬어 고개를 기울입니다. 열린 입술 틈 사이로 나의 숨을, 감정을, 마음을 죄 건네줍니다. 함께 익사해도 좋아. 흘러넘치는 감정이 당신에게 다가가 어느덧 이연화는 신성현을 벽까지 몰아붙였습니다.)
(하아,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내쉬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붙어옵니다. 나는 나 스스로 족쇄를 찬 거예요. 이미 전부 쥐여준 영혼과 존재를 도로 가져올 방법이 없으니. 당신을 말미암아 이 땅을 저주하고, 원망하고, 물어뜯을 겁니다. 제게 짓눌린 당신의 입술처럼.)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가 충동을 느껴 맞물린 입술을 물어뜯는 건 처음과 같았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이제 그런 널 말릴 수 없는 나와 너의 관계. 타이머와 카운터가 아닌… 타이머와 타이머. 폐를 틀어막을 정도로 넘쳐흐른 감정을 받아 삼킨다. 어떻게든 녹여내 감당하기 위해 키스했다. 반짝 정신이 돌아오면, 등 뒤로 13번째 손가락을 이룬 벽이 느껴졌다. 흠칫거리는 손을 당신의 목에 두른다. 애꿎은 옷자락만 간절하게 잡아당겼다.)
이연, 화… 괜찮아. (착하지, 자신이 할 줄 아는 달램을 속삭인다. 입술 새를 타고 흐르는 피가 뜨거웠다. 고작 살갗이 찢긴 고통은 조여오는 심장보다 아플 수 없었다. 이미 느껴버린 애정을 놓을 수 없는 거야. 진실을 깨달았을 때는 우리의 사랑이 단단히 결합하어 떨어질 수 없을 때였다.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손가락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날 선택해 줘서. 나를 말미암아 증오로 점철된 삶을 걸어가겠다고 생각해 줘서. 자신은 이연화라는 족쇄를 쥐었다.)

차마 떨어질 수 없어 서로를 끌어안은 우리는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14개의 숫자와 14명의 타이머, 그리고 14명의 카운터.
그것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규칙을 따라 그곳에 서 있었고, 일정한 규칙 사이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씬 종료》
◆ #Scene 9. 신의 손가락
《클라이맥스 페이즈》

캐릭터 인장

이연화

1d10 | 등장 침식 (1D10) > 3

캐릭터 인장

신성현

1d10 | 등장 침식 (1D10) > 4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96 → 99
[ 신성현 ] 침식률 : 96 → 100
[ 신성현 ] BN : 2 → 3

천장의 스물여덟과 바닥의 부재.
너무 명확한 사실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을 끌어안고 그에게 안긴 이연화는 물에 젖은 한숨을 토해냈습니다. 사랑해, 하고 와닿는 말. 부드럽게 귓가를 파고들어 저를 달래는 말… 전과 같이 마냥 행복하게만 느낄 수 없을 겁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온 중력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분명 중력을 다스려야 할 신의 손가락은 자신일 텐데. 따가운 속눈썹을 들어 올립니다. 어두운 금빛 눈동자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피 번진 당신의 입술을 쓰다듬어, 이마를 맞댑니다. 괴로워… 정제되지 않은 마음이 날 들쑤셔. 무언가가 폭발할 것 같아.)

캐릭터 인장

신성현

(동시에 눈을 깜빡이고, 같은 고동 소리를 내고, 같은 숨을 토해냈다. 물기 젖은 숨소리는 비단 입맞춤 탓만이 아닐 것이다. 차갑게 가라앉았을 뿐 당신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느낀다. 금세라도 폭발할 것 같아, 우린 이제 마냥 행복하게 서로를 사랑할 수 없겠지. 와닿는 사실이 뼈에 사무치게 아팠다. 네 호흡이 미약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쓰러지지 않으려 버티는 게 힘들었다. 침잠한 푸른 눈동자가 금빛을 마주한다.)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아득함에 눈을 감는 순간.
마지막이라는 듯 파도가 들이칩니다. 거센소리에 귓속이 먹먹해지고 생각은 잡아 먹힙니다.
어디인지 모를 바다에 빠져 죽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제발… 시간이 멈추게 해주세요. 그것도 아니라면 돌아가게 해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신성현을 애정하던 그때로. 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 바다에 빠져 죽게 해주세요. 신성현과 함께… 이 손을 맞잡은 우리가 바다에 빠지게 해주세요… 기약 없는 바람이 파도에 흩어집니다. 두 귀를 막았을지도 모릅니다.)

파르라니 온 곳을 헤집는 파도에 몸을 맡기다가 눈을 뜨면,
그곳은 바뀐 풍경이었습니다.
지켜야 할 세계, 자신이 나고 자란 별.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구원자에게 쏟아지는 원망입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십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입니다. 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집니다. 무너지던 신성현의 것을 꼭 닮았습니다. 왜… 왜 내게 이런 걸 보여주는 거예요. 왜, 이미 멸망했거나 멸망할 게 뻔한 곳을 보여주는 건가요. 주먹을 꽉 쥐면 손톱이 살을 파고듭니다. 입술을 짓씹었습니다. 숨이, 숨이 모자라요.) …형. 신성현. (나의 호흡. 괴물을 피해 도망갈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괴물의 그르렁거림과 사람들의 비명이 전부입니다.
당신의 손을 잡아 주던 존재는 온데간데없고, 당신만이 홀로 남아 이 세계에 서 있습니다.
바로 지척에서 쿵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 (신성현의 부재를 확인하자마자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안 돼요, 그는 내가 살아가게 만드는 호흡입니다. 내가 살아 숨 쉬는 이유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 유일입니다. 고개를 돌렸습니다. 괴물 소리, 사람들의 비명, 지척에서 쿵 울리는 소리. 혹시라도 신성현이 저를 찾아오진 않을까, 희망을 품고.)

고개를 돌리면 기이하게 일그러진 괴물이 산 것들을 잡아먹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어라 말하는 것 같은데, 짐승 소리만이 들릴 뿐 그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저것이 신성현과 당신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걸까요?
저것을 없애면,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원래 돌아가야 할 곳은 정작 이곳이지만 말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아니… 아닙니다. 내가 돌아갈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신성현의 곁입니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니라! 지구에서 나지 못한 타이머는 더 이상 지구의 것이 아니고 도밍게즈의 것도 나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래요. 내가 쥔 것은… 저를 밀어내지 않던 손 하나. 얼굴을 덮은 이연화의 곁에 수많은 금빛이 생성됩니다. 하나, 둘, 셋… 셀 수 없는 금빛이. 손 틈 사이로 보인 그의 눈은 광기에 절여져 있었습니다.)
돌려줘… 돌려보내 줘, 신성현이 있는 곳으로. (저것을 없애야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피를 묻힐 수 있습니다. 괴물과 마주했습니다.)
이연화를 구원할 수 있는 건 한 명뿐이에요….

당신은 그와 맞서기로 합니다. 돌아갈 곳을 찾아, 당신의 손을 잡아줄 한 명을 찾아.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3 → 5
[ 신성현 ] 로이스 : 3 → 5

당신의 힘이 격렬하게 차오릅니다. 달이 차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각인되어야 할 시간은 어디인가요.
모든 게 혼란스러워 위태롭게 부서집니다. 금 간 유리가 조금씩 헐거워집니다.
⚜ 충동 판정 : 난이도 12 ⚜

캐릭터 인장

이연화

(웃음이 났습니다. 이 상황이 갑자기 우스웠습니다. 정작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인데, 나를 빼앗은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맞서는 모습이라니. 타이머와 타이머를 엮어준 DOT의 바람이 이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안이 일렁입니다.)
(4+2)dx | 충동 판정 (6DX10) > 10[2,3,5,7,7,10]+1[1] > 11
2d10 | 충동 침식 (2D10) > 8[1,7] > 8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99 → 107
[ 이연화 ] BN : 2 → 3

캐릭터 인장

▒▒▒

괴물이 무어라 으르렁댑니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로 당신에게 닿을 수 없는 외침입니다.
(2+3)dx | ■■ ■■ (5DX10) > 10[6,6,8,10,10]+6[5,6] > 16
2d10 | ■■ ■■ (2D10) > 12[9,3] > 12

당신을 따라 움직이는 이것은……
흡사 당신이 부정하는 마음을 모아 둔 것 같습니다.
따라 공명한 무언가가 울음을 토해냅니다.
《전투 개시》
괴물은 당신과 5m 거리에 있습니다.
괴물이 한 인게이지, 그리고 이연화가 한 인게이지입니다.
《셋업 프로세스 : 1라운드 개시》

캐릭터 인장

▒▒▒

느리게 숨 쉰 그것이 당신에게 기다란 괴물의 팔을 뻗습니다. 누군가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괴물은 그 사람과 지나치게 닮아 있었습니다.
《타겟 록》 Lv3 | 셋업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3
대상 : 이연화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신성현을 모방한 모습인 듯 움직이는 괴물을 더 사납게 바라봤습니다. 감히… 내 것은 유일한 존재인데. 괴물 따위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인데. 지나치지 못할 이유가 하나 늘어났습니다. 무의식이나 환각이라고 날 괴롭게 만들려는가 보지.)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똑똑히 알려줄게요. 내가 사랑하는 신성현은 단 하나뿐이라는 걸. (너 따위가 모방할 수 없는 존재예요. 내 존재는 시간이 멈춘 그날, 그때 도밍게즈에 각인되었습니다. …돌아갈 곳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폭주한 마안이 괴물을 둘러싸고, 곧 내게 허락된 신의 힘이 괴물을 짓누릅니다. 존재할 수 없도록 억눌러주겠어요.)
14dx7+13 【100↑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4D+13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7 (14DX7+13) > 10[1,3,3,3,5,5,6,7,8,8,9,9,9,10]+10[1,2,3,6,8,8,10]+4[2,3,4]+13 > 37
대상 : ▒▒▒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07 → 114

캐릭터 인장

▒▒▒

그것은 폭주해 피하지 않는 당신과 다르게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닿지 않을 울음을 끊임없이 토해내며. 긴 포효가 이어집니다.
(4+3)dx+1 회피 판정 (7DX10+1) > 10[3,4,4,5,8,9,10]+7[7]+1 > 18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도망가게 두지 않아. 광기가 깃든 이연화는 회피 따위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신성현을 모방한 저걸 없애버려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허기밖에 없습니다. 삼켜야 할 것을 찾으라며 저를 충동질하고 있습니다. 괴물을 압박합니다.)
4D10+16 | 대미지 (4D10+16) > 25[5,8,8,4]+16 > 41

캐릭터 인장

▒▒▒

이연화의 압박에 비명과 비슷한 것을 지릅니다. 괴물도 고통이란 걸 느끼는 모양이죠. 강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피부에서 붉은 피가 쏟아지고, 괴물이 울부짖었습니다.
✦ ■■■■ ■■/■■ ■■ ■■ : ■■ ■■■■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

당신을 사냥감으로 지정한 그것은 억눌러 오는 중력을 떨쳐 일어섭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옵니다. 윤곽이 언뜻 신성현을 드러낸 것 같았습니다.
【100↑ ■■■■ ■■■■】 《헌팅 스타일+파괴의 손톱+완전수화》 | 마이너 / - / 자동 / 자신 / 지근 / - | 다이스 / 크리치 / 공격력 / 침식 10
순식간에 도달한 그것이 괴물의 팔을 휘두릅니다. 다름 아닌 당신에게. 머뭇거리는 것 같은 모습은, 당신의 무의식이 만든 환상일까요.
18dx7+2 【100↑ ■■■■■■■■】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8D+2 / 크리치 7 / 공격력 30 / 침식 7 (18DX7+2) > 10[2,2,2,2,3,4,5,5,6,6,7,9,9,10,10,10,10,10]+10[1,3,4,5,6,8,10,10]+10[9,9,10]+10[1,5,9]+4[4]+2 > 46

캐릭터 인장

이연화

(피할 마음이 없다고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괴물이 지척에 다가오는 그때를 노린 이연화가 삐뚜름하게 웃습니다. 남겨둔 하나의 마안이 괴물과 저 사이에 떠오릅니다.) 어딜. (내가 목 조이길 허락하는 건 신성현이에요. 손가락을 튕기자, 마안이 금빛 파동을 뿌려 그날을 닮은 정지가 일어납니다.)
《시간의 관》 Lv1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10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14 → 124

순간, 금빛 파동이 흩어짐에 따라 시간이 정지했습니다.
환각이든 실제이든 지금 이 공간은 타이머를 빼앗긴 지구의 풍경.
타이머가 없는 곳은 시간이 흐르지 못하고, 멸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괴물의 공격을 가뿐히 받아넘깁니다.
《클린업 프로세스 : 1라운드 종료》
《셋업 프로세스 : 2라운드 개시》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이연화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이연화

(시간이 멈추는 것은 고작 몇 초. 나는 그 정도만 있어도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자입니다. 시간이 허락한 카운터… 지구의 타이머. 신성현과 다를 게 없는 이연화가 몸을 물립니다. 전투로 머리가 차갑게 돌아갑니다. 마이너 액션으로 폭주를 회복합니다.)
괴물 따위가 감히… 내 앞을 가로막지 말아요. (굶주린 짐승은 저쪽이 아닌 자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나의 허기를 달래줄 사람을 찾아, 한결 명료해진 정신으로 마안을 움직입니다. 육중한 중력을 두른 마안이 괴물에게 쏘아집니다. 저것에 닿으면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는 충격을 받을 겁니다.)
14dx7+13 【100↑ Walpurgis Night】 《C:발로르+검은 철퇴+흑성의 문+애큐러시》 | 메이저 / 〈RC〉 / 대결 / 단일 / 시야 / - | 다이스 14D+13 / 크리치 7 / 공격력 18 / 침식 7 (14DX7+13) > 10[1,3,4,4,4,4,5,5,6,7,7,8,9,10]+10[2,2,3,5,10]+6[6]+13 > 39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24 → 131
[ 이연화 ] BN : 3 → 4

캐릭터 인장

▒▒▒

강한 힘을 담은 일격이 빗나가자, 당황한 괴물이 당신에게서 물러서려 합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금빛 마안이 제게 달려들고 있었기에 뒤늦은 대처였습니다. 그것이 피 흐르는 다리를 움직입니다.
(4+4)dx+1 회피 판정 (8DX10+1) > 10[1,5,6,7,9,10,10,10]+5[1,4,5]+1 > 16

캐릭터 인장

이연화

안 된다니까, 포기해요. 네 역할은 여기서 죽고 날 신성현에게 보내주는 거야…. (기쁜 웃음을 지었습니다. 괴물이 짓눌릴수록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죽어, 죽어버려요. 신성현에게 느꼈을 살의를 괴물에게 대신 쏟아붓습니다. 내 감정에 익사해. 마안은 정확히 괴물의 정중앙을 꿰뚫습니다.)
4D10+16 | 대미지 (4D10+16) > 24[10,3,2,9]+16 > 40

캐릭터 인장

▒▒▒

헉, 들리지 않는 괴물의 포효가 당신에게 흘러 들어갑니다. 사람의 숨소리를 닮은 비명을 질렀고, 비어버린 복부에서 피가, 당신의 살의를 담은 감정이 쏟아집니다. 비틀거린 검은 인영으로부터 보이는 눈동자는…
푸른색입니다.
✦ ■■■스 ■■/■■ 불■ ■■ : ■■원 ■■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 순서 : ▒▒▒
《메인 프로세스 : 마이너/메이저》

캐릭터 인장

▒▒▒

분명 푸른 빛을 본 것 같은데. 눈을 깜빡이면 다시 검은색으로 물든 괴물만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목을 잡기 위해 팔을 휘두릅니다. 피가 얼굴에 튀기는 것도 같습니다. 울부짖음 사이로 소리가 들립니다.
“■신 ■■, ■■■!”
19dx7+2 【130↑ ■■■■■■■■】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9D+2 / 크리치 7 / 공격력 42 / 침식 7 (19DX7+2) > 10[2,2,3,3,3,4,4,5,6,6,6,7,7,7,7,9,10,10,10]+10[1,2,2,3,6,7,10,10]+10[3,3,9]+4[4]+2 > 36

캐릭터 인장

이연화

(드러난 푸른 빛에, 무언가의 소리에. 이연화가 멈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뭐야, 방금… 익숙한 무언가가, 들린 것 같았는데. 어지러운 시야에서 괴물이 달려드는 것이 보입니다. 본능적으로 주위의 중력을 휘둘렀습니다.) 오지… 마! (잠깐, 잠깐만… 그럴 리가 없어.)
《RW:그래비티 바인드》 Lv3 | 오토 | 자동 | 단일 | 시야 | 침식치 +3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31 → 134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달아납니다. 이 환각을 깨뜨리려는 그것을 피해. 불길한 무언가를 마주하게끔 만드는 저것을 피해.)
(1+4)dx+1 회피 판정 (5DX10+1) > 10[2,2,5,10,10]+10[2,10]+4[4]+1 > 25

당신은 달아납니다. 더 빨리, 더 멀리!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만 어느샌가 몰려온 괴물이 당신을 둘러쌉니다.
누군가를 닮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누군가의 빛을 띤 괴물.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클린업 프로세스 : 2라운드 종료》
《셋업 프로세스 : 3라운드 개시》
《이니셔티브 프로세스 : 순서 결정》

캐릭터 인장

▒▒▒

괴물은 당신을 따라잡습니다. 도망치지 마, 네가 그러면 안 되잖아. 먼저 도망치지 말랬던 건 당신이잖아! 완전한 푸른빛을 되찾은 눈동자가 그리 말합니다. 가지 말라고.
《가속하는 시간》 Lv3 | 이니셔 | 자동 | 자신 | 지근

캐릭터 인장

이연화

(갈 곳이 없었습니다. 이 땅 어디에도, 내가 갈 곳은 없습니다. 괴물에게 잡혀 뒤를 돌아본 이연화의 눈은 광기가 아닌 절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너, 너… 당신 설마.) 신성…현? (믿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캐릭터 인장

▒▒▒

“….” 괴물의 입이 뻥끗거립니다. 아, 당신은 이제야 괴물의 입술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진실로 말을 건네고 있던 거예요. 괴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 차려, 이연화.” 신성현의 목소리를 한 한 마디였습니다.
19dx7+2 【130↑ Wolfpack】 《C:발로르+순속의 칼날+짐승의 힘》 | 메이저 / 〈백병〉 / 대결 / 단일 / 무기 / - | 다이스 12D+2 / 크리치 7 / 공격력 30 / 침식 7 (19DX7+2) > 10[2,3,3,3,4,5,5,7,7,7,7,8,9,9,9,10,10,10,10]+10[1,1,4,5,6,6,6,8,8,9,9,10]+10[3,4,7,9,10]+6[2,2,6]+2 > 38

캐릭터 인장

이연화

(흡,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틀림없는 신성현의 목소리입니다. 과연 저것은 나의 파트너를 흉내 내는 괴물인가? 아니면, 내가… 덜덜 떠는 볼품없는 몸으로는 당신을 피할 수 없습니다. 볼에 튄 피가 불현듯 끔찍했습니다. 리액션 없음.)

캐릭터 인장

▒▒▒

(그것은 당신의 손을 움켜쥡니다. 목이 아니었습니다. 느린 행동이지만 당신에겐 폭풍과 같은 고통이었고, 지나친 진실이었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것입니다. 괴물이 다시 한번 읊조립니다.)
4D10+42 | 대미지 (4D10+42) > 25[2,7,6,10]+42 > 67
이…연, 화. (당신의 이름을.)

캐릭터 인장

이연화

…. (불타던 전의가 전부 사라집니다. 그곳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생각이, 전부… 사고란 게 증발한 것 같았습니다. 시야가 까맣게 암전하고 숨을 쉴 수 없는 감각. 괴물… 당신이 잡은 손은 그것의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system

[ 이연화 ] HP : 26 → 0

캐릭터 인장

이연화

(이연화는 힘없이 괴물을 바라봅니다. 괴물은 신성현을 닮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그것의 뺨을 쓸었습니다. 피를 토해내는 괴물의 뺨을.) …형?
✦ 타이터스 승화/전투 불능 회복 : 지구
(나는… 그저 그곳이 아닌 당신에게, 돌아가려고.)

system

[ 이연화 ] 로이스 : 5 → 4
[ 이연화 ] HP : 0 → 11

당신이 제 손을 잡은 자의 정체를 파악하자, 세계가 어둠에 뒤덮입니다.
《전투 종료》
깜빡.
불을 켜는 것처럼 눈이 떠집니다.
눈꺼풀을 파르라니 털면 소금기와 물기가 후두두 털려 나갑니다. 조금 따가운 것도 같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방금, 앰플의 정체를 깨닫고, 주위가 요동쳤으며, 괴물이 휩쓸더니……
당신의 손을 잡은 것은 곳곳에 피를 적시고 있는 신성현입니다.
부서진 등대 건물, 겨우 수복된 그의 복부, 짓눌린 옷자락. 사방에 나 있는 상처의 흔적은 명백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도밍게즈에 당도한 지구의 타이머.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 (그가 환각을 떨쳐내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다. 비로소 몸이 당신에게 무너진다. 콜록, 채 삼키지 못한 피가 입가에 흐른다. 중력은 견딜 수 있었지만 복부를 꿰뚫린 게 치명적이었다. 상처를 압박해 여린 숨을 쉬었다.) 여긴… 도밍게즈야. 지구가, 아니라. (괜찮아. 당신을 달래던 모습 그대로였다. 이연화 뺨에 묻은 제 피를 훑어준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요. 방금까지 나와 싸우던 괴물은 온데간데없이 피에 젖은 신성현이 저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많은 증거가 자신에게 알려주고 있으나, 머리가 거부했습니다. 이연화가… 신성현을. 무너지는 당신을 품에 안아 함께 주저앉았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손이 당신의 등을 쓸고, 꿰뚫린 흔적이 남아있던 복부 쪽 등을 압박했습니다.) 미…안, 해요,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내가, 내가 형을… 공격한 건, 그러려던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지. 숨을 가쁘게 쉬어 여리게 호흡하는 당신을 꽉 끌어안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에게 꿰뚫린 상처보다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게 더 가슴 아프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작게 웃는다. 오히려 이연화에게 공격당하고 무슨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정할 수 있었다. 당신을 토닥인다.) 정말 괜찮아. 우리가 목격한 진실은 모든 걸 빼앗긴 한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진실이라서… 상처를 헤집는 날카로운 검이라서….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바닷물에 젖은 금빛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말했지. 나는 네 증오를 전부 삼켜 옆에 있어줄 것이라고… 사랑 하나로 네가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리할 거라고.

캐릭터 인장

이연화

(눈가가 젖어 드는 건 채 마르지 못한 바닷물 때문일까요, 당신의 그 말 때문일까요. 둘 다일 거예요. 당신은 내가 무슨 상처를 줘도 일어서는구나. 일어서서 내 손을 잡아주며, 옆에 있어주는구나… 가파르게 뛴 호흡이 작아집니다. 아주 작아서, 당신만 들릴 호흡입니다.) 이런 식으로 미워하려던 게 아니에요. 내가 미워하려던 건… 형이 아니라, 이 세계였어요. (정말 다치게 하고 싶은 게 아니었어요. 당신은 이미 내 하나뿐인 사랑이자 세계인걸… 당신이 곧 나의 세계인걸. 나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감정이 정리된 나는,)
신성현을 사랑해요… 모든 존재를 미워할지언정 단 한 사람만은 미워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형식뿐이라도 좋으니, 네게 반지를 건넨 거야. 영혼의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내 옆에 널 묶어둔 거야.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 터뜨리려는 것 같아요. 너무나, 너무나 아팠습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제 품에서 살아 숨 쉬는, 연약하게 아파하는 당신을 온통 온기로 데워주었다. 당신이 우는 모습을 내가 보지 못하도록… 서로가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준다. 네게 다정하게 모든 숨을 건넨다.) 알아. 넌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날을 얼떨결에 내게 드러낸 것이고, 사실 언제나 신성현을 좋아해 줬어. 우리가 만난 그날부터 단 한 번도 내 손을 놓은 적 없었어. (유일하게 있을 곳이 내 옆이라서, 당신의 구원자가 나였으므로.)
충분해, 이연화. 아까 했던 말과 달라진 건 없어. 당장 우리 상황으로는 지구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고 널 돌려보낼 방법도 찾을 수 없지. 거기다 이연화는 신성현 옆을 원했어. …그러니까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 돼. 서로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돼. (반지 낀 손이 당신의 손과 엮인다.)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손 잡아주겠어?

캐릭터 인장

이연화

(당신은 어찌하여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지. 떠나려는 마음이 단 한 점도 들지 않게 날 뒤흔드는지. 내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받고 싶은 애정만 쥐여주는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파트너의 피와 섞여 흘러내립니다. 신성현으로 인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 이연화가 한 명분의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모든 걸 바쳐 손잡아주겠다는 이 존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당신과 깍지 껴 옵니다.)
…또 이렇게 형을 상처 입힐지도 몰라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애먼 날이 신성현을 피 흘리게 만들고, 아프게 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모든 걸 빼앗긴 내게, 신성현 단 한 사람을 줄 거예요? (애절하게 매달립니다. 이 온기만이 저를 살려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다할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줄 거예요…?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유는 간단했다. 당신이 나의 파트너니까, 하나뿐인 내 시간이자 영원을 약속한 사랑이니까. 당신이 울면 배로 슬펐고 당신이 아파하면 배로 아팠다. 우리가 공유하는 건 비단 이끌림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부, 서로를 향해 느끼는 감정을 알 수 있었다. 보내줘야 마땅할 파트너를 붙잡고 있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죄인이 맞아. 도밍게즈에 발 담가 그들이 빼앗은 당신을 잡는 것이, 죄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냉기 서렸던 손끝이 점차 온도를 되찾는다.)
얼마든지. 그 누가 이 상황에서 널 탓할 수 있겠어. 널 미워할 수 있겠어… 네겐 나밖에 없는데. 오로지 나를 구원 삼아 살아가는 파트너에게 나를 줄게. 도밍게즈에 불시착한 타이머를 위해 바친 내 마음이야. 내 숙죄이며, 감정.
네 세계가 이어지도록… 노력하게 해줘. 시간이 다할 때까지 곁에 있게 해줘. 외로운 시간이 찾아오지 않게끔. (시간이 외로움을 눈치챌 수 없게끔. 당신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이번 입맞춤은, 바닷물 섞인 피 맛이었다. 슬픈 미소로 웃는 신성현의 얼굴이 보인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깊은 입맞춤이 아닌 짧게 붙였다가 떨어지는 입맞춤은, 소금기 섞인 피 맛이 났습니다. 제겐 그 무엇보다 달콤했습니다. 당신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이 땅에, 이 도밍게즈에 각인되게 해주었습니다.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알겠습니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 머물러야 할 곳이 눈앞의 신성현에게 있습니다. 나의 도피처, 안식처, 내 세계. 죄는 DOT에게 있으며 당신은 무고한 구원자인데, 족쇄를 걸어 당신을 하늘에서 끌어 내리는 나야말로 죄인이군요. 당신에게 입을 맞춥니다. 내어준 한 조각 사랑에 대한 보답입니다. 답답했던 숨이 트여요.)
알겠어요. 형 덕분에 파도치던 생각이 정리됐어요. 처음엔 불시착한 불운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신성현이 있는 이연화는 괜찮을 거예요. (진심으로 괜찮을 겁니다. 내가 무너질 때 당신이 이렇게 잡아 일으켜 세워 주잖아요. 버틸 수 있습니다, 도망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형이랑 함께 돌아갈게요. 시간이 다할 때 내 옆에 있어 주어야 해요. 외로움이란 걸 느낄 새 없이 사랑을 퍼부어 줘요. 내 세계를, 만들어 주세요. (이마를 맞댑니다. 울음 가득한 미소로 웃는 이연화가 보입니다. 진실을 깨달은 공허한 마음을 당신이 채워가기에 지을 수 있는 미소였습니다. 신의 손가락을 끼웁니다.)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연화는 강한 사람이다. 몇 번이나 무너짐에도 내가 손을 내밀면 결국엔 붙잡고 함께 돌아가. 나 하나 좋다는 이유만으로 진실에 맞서 버텨내. 혼란스러움에 방황하는 것은 잠시, 진정된 이연화는 여전히 날 바라본다. 네 미소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게 만들기 위해 손잡아 줄 것이다. 하늘에서 끌려오는 게 아닌 중력을 넘어 당신과 부유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방향을 언제든지 알려줄 마음이었다. 푸른 장미 아치를 건너 진실을 목격하고 우리의 사이가 달라진 것처럼, 이번에도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 이연화의 마음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늘어나고 신성현은 죄책감을 키워간다. 다만 우리가 함께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오래토록 정해진 명제였다. 이연화가 신성현이 만난 순간에 정해진 명제….)
같이 돌아가자. 그 아치가 안내해 주었듯이 푸른 앰플도 진실을 받아들인 우리를 돌려보내겠지. 여전히 푸른 장미가 불가능을 상징하는지, 기적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어. 하지만 네가 내 손을 잡아주었으니. (불가능을 기적으로 만드는 것. 당신에게 했던 말이다. 당신을 끌어안은 신성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손길엔 놓지 않겠다는 사랑이 엿보인다.)
이연화의 시간을 함께 흘려보낼 수 있는 건 같은 타이머인 신성현이니까. 아무 생각 들지 않게, 네가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거야.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세계를 거슬러 빼앗은 당신이 시간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린 괜찮을까. 불안한 마음을 한구석에 묻어둔다. 당신이 품에 있는 신성현은 무너질 수 없었다. 신의 손가락은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건 무너지려는 댐을 간신히 막은 것에 불과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상 이날은 시간이 정지하던 그날의 기억 옆에서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새겨질 것입니다.
상처는 쉬이 낫지 못하고 서서히…… 곪고, 썩어가면서, 흉터로 남겠죠.
있어야 할 자리를 빼앗긴 시간의 존재 증명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상처받고 흉터를 새기는 일만이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과 과호흡도 계속될 겁니다. 서서히 뿌리를 내리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신의 손가락을 엮기로 결정했다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때를 기다린 파도소리가 귓가에서 흩어집니다.

system

[ 신성현 ] 로이스 : 3 → 4

《씬 종료》
《백 트랙》

캐릭터 인장

이연화

남아있는 로이스 수 : 4
8D10 | 2배 굴림 (8D10) > 38[5,2,3,9,1,6,7,5] > 38

system

[ 이연화 ] 침식률 : 134 → 96

캐릭터 인장

신성현

남아있는 로이스 수 : 4
8D10 | 2배 굴림 (8D10) > 51[7,4,4,10,3,9,7,7] > 51

system

[ 신성현 ] 침식률 : 145 → 94

전원 생환합니다.
《백 트랙 종료》
《엔딩 페이즈》
신성현이 이연화를 안아 파도에 집어삼켜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운전사

안 들어오세요?

뒤에서 운전사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부릅니다.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돌아왔음을 실감합니다.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곳, 빛이 잡아먹히는 13구역. 신성현과 푸른 카운터의 근원을 깨달은 이연화가, 당신의 품에 고개를 묻습니다. 지친 낯을 하고 밤하늘이 반짝이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시야가, 미래가 아득했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 몸을 맡겨 겨우 호흡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내가 이 세계의 시간이 아니라서, 그래서 하늘이 우리에게 잔인한 것 같았습니다.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고. 나의 파트너, 신성현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아무 말 없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이제… 돌아갈 겁니다. 이연화와 함께. (당신을 고쳐 안은 신성현이 대신 대답했다. 겉옷에 따라붙던 질척한 모래나 물기가 여전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우리에게는 견딜 수 없는 차가움이었다. 시간을 돌린 우리가 무대 뒤편에 돌아간 것과 같이… 원점. 만약 세계가 널 거부할 때,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때 우린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간 겪은 일들은 꼭 당신을 돌려보내라는 것만 같았다. 굳은 결심으로 당신 곁에 있겠노라 속삭였으나, 결국 우리는 신의 힘을 품은 한낱 인간이었다. 떠는 손으로 저를 쓰다듬는 당신에게 기댄다.)

하염없이 바라본 풍경에는 등대도, 세계와 장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파도가 들썩였습니다.
해골이나 난파된 배가 없는 평온한 해안가예요.
떠나간 아이의 발자국이 작달막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새로운 모래가 그 위를 덮으며 자취를 감췄습니다.
절벽 위, 숙소 입구에서 운전사가 큰 소리로 이쪽을 부르고 있습니다.
손은 텅 비어있고, 상자와 앰플, 서류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탈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귀신에게 홀렸나 봐, 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죠.
그야…… 세계가 이토록 평화로운걸요.
하늘은 공전하고 자전하며 땅은 온전히 버티고 섰습니다.
별은 이토록 반짝이고, 파도는 이토록 상냥합니다.
사라진 능력은 실상, 돌아갔던 것뿐이에요.
평화로운 세계의 파문이 입니다.
⚜ Ending : 어떤 숫자의 규칙 ⚜
물결은 멀리 퍼져나가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불합리한 것.
할 수 있는 것도 돌이킬 능력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추위에 떨며 숙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후, 타이머와 카운터는 제12구역의 바닷가에서 휴식일을 보냅니다. 진실을 알게 된 대가로 이연화는 앞으로 6개월간 악몽에 시달립니다. (1D12) > 6
지켜야 할 세계, 자신이 나고 자란 별.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구원자에게 쏟아지는 원망입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십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입니다. 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괴물이 덧씌워진 신성현과 싸우고, 그를 상처입히고, 죽이려 하다가…… 꿈에서 깨어납니다.
사실 타이머의 역할이란 재난과 재해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토록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악몽은 나날이 끔찍해집니다. 구원자를 잃은 세계는,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등대 바닥에서 보았듯이.

바닷가에서 휴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버스의 TV에서는 뉴스가 한 편 지나갑니다.
제12구역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어떤 건물의 화재 소식과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의 불운한 전복사고 따위가 눈에 띕니다. 어떤 건물은 정부와 구역이 허가하지 않은 불법 건물로 모종의 실험, 연구 시설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다 불살라진 탓에 무엇도 복구할 수 없게 되었다는군요. 타이머와 카운터가 복구를 위해 출동하는 일은 결단코 생기지 않습니다.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는 휴가를 왔다 수도로 돌아가던 길목이었습니다. 자동차 불량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들어간다네요.
사망자 중에 어린아이가 포함되어있다며, 아나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카운터는 주기적으로 앰플을 투여받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DOT도 더는 거부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14년 동안 그렇게, 카운터는 붙잡혀 있어야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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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캐릭터 인장

◆ 박사의 가설

첫째, 지나치게 교묘한 타이밍이다.
둘째, DOT의 주장에 따르면 카운터는 반년 전부터 등장했으나, 최근 반년간 카운터는커녕 새로운 타이머에 관한 그 어떤 소문도 확인된 바가 없다.
셋째, 카운터를 아는 이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인장

◆ 광고 시놉시스

제10시, 게임 CF
상황 : 우주 함선이 외계 생물에게 공격 받는 중
대사 : 중력을 이용해 외계 생물을 물리치고 우주선을 구하세요!

캐릭터 인장

◆ 은밀한 데이트 대작전

데이트 장소를 옮길 때마다 PC는 몸을 숨기기 위한 지각 판정이나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교섭 판정을 해야 합니다. 성공하면 아무도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실패하면 타이머와 카운터를 알아본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거나 데이트 중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쫓아옵니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피 판정하거나 추격전을 펼칩니다.

캐릭터 인장

✦ 천장의 지도 〈정보:DOT〉 7

제14구역의 가장 높은 것

제0구역의 ■■■■■
제1구역의 기상 관측 탑
제2구역의 높이 솟은 공장의 굴뚝
제3구역의 세계수라고 불리는 가장 오래된 나무
제4구역의 시계탑
제5구역의 녹지 않는 얼음벽
제6구역의 갈대밭의 솟대
제7구역의 멈추지 않는 풍차
제8구역의 화려한 전망대
제9구역의 화이트 루프 꼭대기에 설치된 놋뱀
제10구역의 더는 작동하지 않는 최초의 우주선
제11구역의 예언의 탑
제12구역의 등대
제13구역의 버려진 등대

캐릭터 인장

✦ 바닥의 지도 〈정보:DOT〉 7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도밍게즈의 지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척 비슷하게 생겼고, 똑 닮았지만…… 섬의 모양이라던가 해안선의 둘레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쌍둥이처럼 교묘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캐릭터 인장

◆ O'clock Ampule.

✦ 앰플의 제조 방법 〈정보:DOT〉 10
✦ 앰플의 역할 〈정보:DOT〉 7
✦ 앰플의 사용 방법 〈정보:DOT〉 8
✦ 앰플의 부작용 〈정보:DOT〉 12

캐릭터 인장

✦ 앰플의 제조 방법 〈정보:DOT〉 10

「지구의 바닷물과 도밍게즈의 타이머의 피를 섞어 만든다. 바닷물은 도밍게즈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므로 주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깨지지 않는 특수한 병을 사용하고, 제8시의 타이머의 초능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둔다.

우리는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통해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이 가져다준 바닷물은 정말로 도밍게즈의 것과 달랐다. 아주 비슷한 염도를, 성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섞이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옳다. 이것이라면 가능할 테지.

주의사항! 비율은 반드시 10:1을 지킬 것, 바닷물을 낭비하지 말 것.」

캐릭터 인장

✦ 앰플의 역할 〈정보:DOT〉 7

「모든 것은 종속을 위해서. 우리가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은 이것뿐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설명은 그게 다입니다. 연구 보고라고 말하기엔 허술하지 않나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 설명만으로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연구였단 소리겠죠. 뒷장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 포스트잇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손가락뿐.」

캐릭터 인장

✦ 앰플의 사용 방법 〈정보:DOT〉 8

「타이머에게 주입한다. 위치는 어디라도 상관없으며,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혈액에 섞이기만 하면 약 6개월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캐릭터 인장

✦ 앰플의 부작용 〈정보:DOT〉 12

「확인되지 않음, 그들의 의견과 다각도의 시뮬레이션 결과, 지구의 타이머에게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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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캐릭터 인장

이연화

지구 | P 집착 | N 격의(✓) | 나를 만들어낸 곳.

캐릭터 인장

신성현

아르고 | P 유지 | N 회오(✓) | 당신은 잔인한 진실을 종용하는구나.

캐릭터 인장

이연화

도밍게즈 | P 애정 | N 증오(✓) | 나를 빼앗고 신성현을 쥐여준 이 세계를 애증해.

캐릭터 인장

신성현

세계 | P 비호 | N 혼란(✓) | 멸망을 막기 위해 한 세계의 구원자를 빼앗아야 한다면.
DOT | P 성의 | N 격의(✓) | 지구와 도밍게즈, 너와 나, 타이머와 타이머를 잇는 점. 애석하게도 우리의 돌아갈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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